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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agments'에 해당되는 글 1051

  1. 2023.01.05 1.5 목요일 밤 : 초코에 의지해 오늘도 간신히, 산란한 마음, 기도 6
  2. 2023.01.04 1.4 수요일 밤 : 종일 일하고 또 일하고, 네덜란드 호떡집은 또 진화했다 2
  3. 2023.01.03 1.3 화요일 밤 : 완전히 지치고 또 지침, 같은 마음, 그래도 다행인 일 2
  4. 2023.01.02 1.2 월요일 밤 : 신년 같지 않은 그냥 월요일, 바쁘고 피곤, 기도와 마음 2
  5. 2023.01.01 1.1 일요일 밤 : 새해 첫날, 퇴고는 아직, 파도가 닥쳐올 때는 2
  6. 2022.12.31 12.31 토요일 밤 : 송구영신, 쥬인과 함께 보낸 하루, 글쓰기와 들림, 한 해를 보내는 마음 6
  7. 2022.12.30 12.30 금요일 저녁 : 기념 꽃, 어느새 여기, 급속히 사라진 반차, 끝내려고 했는데, 하루 전의 꿈
  8. 2022.12.29 12.29 목요일 밤 : 작별 쿠키, 선배와 잠시, 역시 약기운으로 버텼던건가, 이제 이틀
  9. 2022.12.28 12.28 수요일 밤 : 스스로 선물, 다가올 시련에 대해, 얍! 4
  10. 2022.12.27 12.27 화요일 밤 : 크리스마스 새해 선물 4
  11. 2022.12.26 12.26 월요일 밤 : 수면 매우 부족, 홍차 대신, 계속 쓰는 중 2
  12. 2022.12.25 12.25 일요일 밤 : 성탄절, 쓰면서 보낸 주말
  13. 2022.12.24 12.24 토요일 밤 : 게으르게 쉬었는데 왜 피곤할까, 크리스마스 전날, 분위기 조금이라도 내보려고, 주된 이유는 게으름! 2
  14. 2022.12.23 12.23 금요일 밤 : 까르또슈까, 완전 러시아 날씨, 쥬인과 즐겁게, 선물 2
  15. 2022.12.22 12.22 목요일 밤 : 엄청 바빴음, 토끼본색, 아압 일해먹기 힘들어, 매일매일 되풀이해서 얍!
  16. 2022.12.21 12.21 수요일 밤 : 눈 잔뜩, 먼저 시작되어 보이지 않는 노동들, 내일을 잘 넘기자 이얍
  17. 2022.12.20 12.20 화요일 밤 : 바쁘고 피곤한 하루가 지나갔다, 어느 경기 북부인가요
  18. 2022.12.19 12.19 월요일 밤 : 알스트로메리아, 수면 결핍, 바쁜 월요일, 손목은 계속 아프고, 패딩도 자기 할 말이 있겠지
  19. 2022.12.18 12.18 일요일 밤 : 피어난 장미, 골치아픈 손목 통증, 월요병, 많이 바쁠 전망, 아 출근하기 싫어라
  20. 2022.12.17 12.17 토요일 밤 : 장미, 쉬었음, 쓰는 중
  21. 2022.12.16 12.16 금요일 : 건강하지만 맛없는, 융만노바 기억을 위해, 몸은 피곤하지만 새옹지마라고 생각해보며, 이제 주말
  22. 2022.12.15 12.15 목요일 밤 : 눈 펑펑, 다행이다, 조삼모사, 이게 바로 도씨 등장인물의 행태, 하기 싫은 일, 빨리 오심 4
  23. 2022.12.14 12.14 수요일 밤 : 문제 일부만 해결, 악재 속에서 조금이라도 희망 발굴, 지하철은 또 왜, 사리분별력 2
  24. 2022.12.13 12.13 화요일 밤 : 매일 아이리스, 노화의 증거들, 해결할 수 없는 문제 뻥뻥, 철없는 사람, 원인 제거가 안되니 그냥 스스로를 돌봅시다
  25. 2022.12.12 12.12 월요일 밤 : 월요일다운 월요일, 녹초, 다시 호떡집 개장, 날씨 제발

 

 

 

이른 아침에 사무실 도착해서, 일 시작하기 전에 잠깐 창가에 옹기종기 늘어놓은 빌니우스 초콜릿들. 저 파인애플 그려진 녀석은 웨하스+쁘띠치예 말라꼬+파인애플향이 섞여 있는 맛이었다. 체리 그려진 애는 안에 체리향 나는 알콜이 좀 들어 있다. 그리고 토끼 쁘띠치예 말라꼬. 일하면서 피곤할 때 파인애플이랑 체리술 초코 한알씩 먹었다. 영원한 휴가님, 이걸 언제 다 먹나 했지만 이미 매일 이렇게 한두알씩 까먹고 있어 조금만 지나면 다 먹을 것 같아요~ 

 

 

오늘도 너무 바쁘고 피곤하고 지치는 하루였다. 계속해서 상황이 변하며 사람을 피곤하게 만들었다. 보고서는 죽어라고 썼지만 아무래도 가장 머리를 많이 써야 하는 파트이다 보니 많이 못 썼다. 그래도 제일 어려운 부분을 지났으니(...그렇다고 생각하고프다ㅠㅠ) 그 뒤는 좀더 빨리 쓸 수 있지 않을까 헛된 희망을 가져본다. 다음주에 힘들지 않으려면 사실 이번주 토요일쯤엔 이걸 붙잡고 일을 좀 해야 하는데 아 정말 너무너무너무 하기 싫으니 큰일이다. 이것 외에도 오전 회의도 진행해야 했고 종일 바쁘고 힘들게 일했다. 여전히 네덜란드 호떡집 콩쥐 모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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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에 일하다 엄마에게 전화를 해보았는데 아빠가 수술을 하고 나서도 계속 아프셔서 다시 이것저것 찍어본 후 오늘 추가로 마취를 하고 남아있는 피 등을 긁어내는 수술을 했다고 하셨다. 어제 전화했을 때는 아무 말 안하셔서 다 괜찮은 줄 알았는데. 너무 속상하고 걱정이 되었다. 조금 전에도 다시 전화를 해보니 마취는 풀렸고 수술은 이제 잘 됐다고는 하는데 믿을 수가 없고 많이 걱정된다. 이래저래 정말 심란하고 속상하다. 괜찮으셔야 하는데. 부디 이제 괜찮으시기를, 아픈 것도 나아지고 후유증이 없기를 간절히 바라고 기도하며 잠자리에 들려고 한다. 연초에 여러 모로 너무 산란하고 힘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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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이른 아침 빛 속의 리시안셔스와 카네이션. 

 

 

오늘은 보고서를 써보려고 재택근무를 하루 신청했던 날이었다. 8시 되기 전부터 책상 앞에 앉아 일을 시작했다. 그래서 푸르스름한 아침 빛 속의 꽃 사진을 올려본다. 오늘 하루가 이 꽃처럼 예쁘고 싱싱하고 상쾌했으면 좋았겠지만 물론 그렇지는 않았다. 아주, 아주, 아주 바빴다. 재택이었지만 더더욱 바빠서 자리에서 일어날 틈이 없었다. 그리고 보고서는 조금밖에 못 썼다. 그 이유는 어제 터졌던 예기치 않은 일이 오늘 오전에도, 오후에도 계속계속 상황이 바뀌어가며 집요하게 달려들었기 때문이다. a로 하려다 b가 되고, 어쩔수 없이 b대로 모든 걸 또 준비하고 있었으나 다시 a가 되고, 그러면서 c를 같이 준비해야 하고 등등등.... 

 

 

완전히 녹초가 되었다. 그나마도 재택이라 윗분과 다른 직원들이 뺏아가는 시간이 덜해 보고서를 딱 한 페이지 쓸 수 있었다. 흑흑 겨우 한 페이지. 이 맨 앞장이 제일 어려운 파트이긴 하다만 그래도 너무하다. 자꾸 사건이 터져서 집중을 할 수 있는 여력이 안 생기니 도대체 뭘 쓸 수가 없다. 내가 맡은 파트를 빨리 써야 부족하기 짝이 없는 실무자들의 엉망진창 파트들을 붙들고 고칠 수 있는데 ㅠㅠ 내일은 오전에 부서 회의가 있고 모레도 오후엔 진료받으러 가야 하고, 다음주엔 정말 혼돈과 시련의 새로운 폭풍이 불어닥치니 이 모든 것을 어떻게 잘 버티면서 문제들을 모두 해결하고 과제도 다 해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것은 네덜란드 호떡집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구멍 숭숭 뚫린 네덜란드 둑 위에서 그것들을 막으면서, 불길 치솟는 호떡집들 불을 끄면서, 밑빠진 독에 물을 붓고 엄청 넓은 밭을 갈고 하여튼 엄청 많은 일을 해내야 하는 콩쥐가 된 기분이다. 한 마디로 <네덜란드 호떡집 콩쥐> 흑흑... 분명히 네덜란드 소년에서 시작했는데 이제 콩쥐까지 합류했어 엉엉엉... 일은 그냥 뭐 막 하고 또 하면 어떻게든 틀어막는다지만 시련은 내 힘으로 어떻게 할 수도 없다. 물리적인 일만 많은 거라면 하나하나 클리어하며 몸만 힘들다지만, 마음이 너무 지치고 괴로운 건 사실 방법이 없다. 피곤하고 피곤하다. 아무 생각도 안 하고 이 일과 이 바닥에서 벗어나 쉬고만 싶다. 

 

 

부모님과는 아침저녁으로 한번씩 통화 중이다. 수술 경과는 아직까지는 나쁘지 않은 것 같다. 빨리 잘 회복하시기 바란다. 너무 피곤하고 머리가 아프다. 늦지 않게 자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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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종일 너무 지치고 피곤하고 바쁘게 보낸 하루였다. 오후가 되자 목소리가 완전히 가서 나오지 않을 지경이 되었다. 연초는 항상 온갖 보고서 때문에 힘들기 마련인데 거기에 더해 회사의 커다란 변화와 불명확한 변수들이 따라붙으니 말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힘이 들고 피곤하다. 보고서를 쓰려고 했지만 자꾸만 터지는 일들과 새로운 소식들과 변수와 생각지 않았던 요구사항들에 너무 시달려 완전히, 정말 완전히 진이 빠졌다. 

 

 

일일이 적기도 어렵고, 적는다고 뭐가 달라질 건 아니어서 일 얘기는 그냥 이 정도로 접어둔다. 앞으로의 모호함과 불명확함, 고된 일들에서 오는 타격들을 최대한 현명하게 대처하며 중화하고 타협하는 수밖에 없는데, 나는 거기에 더해 바람막이가 되어줄 상위 간부가 있는 게 아니고 물정 모르고 뜬구름잡고 이런 문제에는 거의 도움이 안되는 윗분에게 상황 설명을 해주고 오히려 내가 바람막이를 해주며 상황들을 다 타개해 가야 하는 특수한 상황이라 더욱 어렵다. 오늘 예기치 않은 요구사항과 변수를 똑같이 직면한 가장 절친한 동료이자 다른 부서장인 친구에게 이 문제를 놓고 통화를 하다가... 친구가 먼저 '아 정말 이제 진짜 너무 지쳤어, 그만두고 싶어' 라고 진심이 가득한 어조로 말했다. 아니 나도 똑같은 생각이었는데 ㅠㅠ 역시 이런건 이심전심, 똑같은 일들을 오랫동안 겪어온 처지다 보니 생각하는 것도 기분도 마음도 똑같은 것 같다. 휴... 

 

 

그래도 아빠가 수술을 무사히 잘 받으셨고 그것으로 위안을 삼아본다. 간밤에 나도 걱정이 많이 되어 기도를 많이 드렸고, 오늘 아침에도 아빠와 통화하고 엄마와도 두세차례 통화를 했다. 수술은 잘 진행되었다고 한다. 이제 잘 회복되시기를 바라고 기도하며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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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일이 뻥뻥 터져서 오늘 보고서를 하나도 못 썼다. 내일은 죽어라고 이걸 써야 하는데... 부디 다른 일이 생기지 않기만을 바란다. 다음주는 너무너무너무 폭풍같은 일들이 몰아칠 예정이라 이런 페이퍼 작업을 할 시간이 전혀 없다. 아 너무 피곤하구나. 우렁이가 나타나면 좋겠다. 일에 너무 지쳤다. 아니, 일 자체보다는 이 구조와 이 바닥 때문에 지친 것 같다. 내가 오랫동안 몸담아 온 이 바닥과 맡아온 이 일들에는 너무 외부 변수가 많다. 정치적이고 사회적이다. 매우 그렇다. 매일매일 뉴스와 정세에 귀를 곤두세워야 하고 그것들의 변화에 너무 큰 영향을 받는다. 아마 오랜 세월 동안 거기서 받은 트라우마들도 아직 온전히 치유가 되지 않아 이것들이 쌓이고 쌓이니 문득 정말 힘이 들면 머릿속에서 뭔가가 툭 끊기는 것 같고, 그러면 아까 친구의 말처럼 '아 이제 정말 지쳤어, 나는, 이제 그만 하고 싶어'라는 아주 절실한 마음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이건 힘들고 피곤해서 툴툴대는 것과는 좀 다른 차원의 얘기다. 그런데 우렁이를 어디서 데려오지 ㅜㅜ 나는 스스로를 책임지고 부양하며 꿋꿋하게 살아가는 독립적인 토끼인데.

 

 

때로는 그 자주독립이 너무나 힘이 든다. 하지만 어떻게 생각해보면 내가 이 일 때문에 이토록 힘들고 괴롭고 모든 것을 그만두고 싶은 '진짜' 이유 중 하나는 그 자주독립에 대한 아주 내적이고 본질적인 침해 때문일테니 어찌됐든 해결책이 뚜렷하지 않다. 실존적 자주독립과 현실적 자주독립이 일치하지 않는 데에서 오는 괴로움, 해결 불가의 막막함. 뭐 그런 것들. 아 모르겠다. 피곤하고 지치고 마음이 힘드니까 횡설수설이다. 이제 마무리하고 자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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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새해 첫 출근. 주말만 보내고 그대로 출근한 거라서 신년을 맞이하며 몸과 마음을 가다듬을 틈이 없었다. 새해 전야에 красный угол에 잠시 기도하러 갔을때, 인간이 부여한 시간이란 얼마나 추상적인가 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그것은 육체적이고 물리적인, 실질적인 시간과는 또 다른 개념이다.





신체리듬이 깨지기도 했고 회사에 다가올 일들 때문에 은근히 마음이 산란해 잠이 매우 모자란 상태로 출근했다. 게다가 알람 울리기 전에 깨버려서 아마 4시간 반도 못 잔 것 같다. 너무 피곤하고 지금은 머리도 아프다. 날씨도 추웠다. 7시 반쯤 사무실에 도착했다. 오늘 보고서를 어느 정도 써놓으려 했지만 진도를 거의 못 뺐다. 앞부분의 구조를 잡는 게 좀 어려웠다. 그리고 오전은 시무식과 간부회의, 오후에는 윗분과 회의를 하느라 집중할 시간이 별로 없었고 중간중간 각종 정보나 상황들을 파악하느라 더 그랬다. 막상 오늘 해결되거나 새롭게 나타난 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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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아침에 아버지가 디스크 수술을 받으시는데 예전에도 두번이나 수술을 받으셨고, 또 다른 수술 받으신 적도 있어 긴장이 많이 되시는 것 같다. 전신마취를 해야 하니 아무래도 이제 연세가 많으셔서 더욱 그렇다. 실은 나도 걱정이 많이 되고 긴장이 되어 내내 기도를 하고 있다. 최근 몇년 동안 부쩍 나이가 드셨고 작년엔 여러모로 몸이 안 좋으셨어서 더 그런 기분이 드는 것 같다. 걷기 힘들 정도로 통증이 심하시고 몸을 구부리고 다니셔야 하는 상황이라 수술은 받으셔야 하는 게 맞는데 나는 항상 잔걱정이 원체 많은지라 마음이 편하지가 않다. 마음 같아선 휴가를 내고 내일 가보고 싶은데 상황이 여의치가 않다.

오늘 입원하실 때는 동생이 차로 모셔다드렸고 내일은 엄마가 보호자로 들어가신다. 통화는 오늘도 아침저녁 두번 했는데, 아버지의 목소리에 긴장감이 느껴지고 내가 수술 잘 될테니까 편하게 받으시라고 말씀드려도 그다지 마음을 놓지 못하시는 것 같아 나도 마음이 무겁다. 평이 좋은 곳이고 지인분들도 수술을 잘 받은 곳이라 괜찮으려니 싶지만 이성과 마음은 좀 다른 법이라서. 오늘 밤에 기도와 마음을 많이 보내드리고 자려고 한다. 아버지도 걱정과 긴장을 잊고 오늘 푹 주무셨으면 좋겠다.







너무 졸리고 피곤하고 머리가 무겁다. 곧 자러 가야겠다. 퇴고는 주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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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새해. 2023년 첫날. 간밤에 자정 직전 달력을 넘겨두었다. 졸려서 제야 타종 방송을 못 보고 잘 거라고 생각하며. 딱히 보고 싶은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침대에 들어갔을 때 폰으로 포털 시계를 보며 0시로 바뀌는 것을 확인했고 가족과 친구들에게 새해 인사를 보냈다. 그리고는 후딱 잠든 게 아니라 뒤척거리다 결국 새벽에 잠이 들었다. 

 

 

 

 

 

 

어제 잠자리에 들기 전에 서재의 끄라스느이 우골에 가서 송년과 신년을 맞이하기 위해 한동안 마음을 다해 기도했다. 2023년이 시련 대신 행복과 건강과 용기와 새로움으로 충만하기를 바란다. 

 

 

 

 

 

 

아침 일찍 깼을 때 화장실에 가는데 너무 어지러워서 힘이 들었다. 두어시간 더 자고 다시 깼을 때도 일어나니 어지러웠다. 이석증인가, 빈혈인가 등등 좀 걱정이 되었지만 씻고 화병의 꽃을 다듬고 물을 갈아주고 났더니 현기증이 가셨다. 

 

 

침실에서 늦게 나왔고 아점을 챙겨 먹은 후 차를 마셨더니 어느새 해가 저물었다. 퇴고는 아직 시작하지 못했고 자전거를 타면서, 저녁 먹고 나서 글의 후반부, 특히 마지막에 쓴 문단들을 다시 읽어보기만 했다. 이미 몇몇 문장과 단어들이 눈에 걸린다. 아마 이 메모를 마치고 나면 그 눈에 걸렸던 문장과 단어, 논리에 맞지 않았던, 혹은 사실 관계와 충돌하는 단어 몇 개를 고칠 것 같다. 딱 그럴 정도의 시간밖에 없다. 내일 출근을 위해 자러 가야 하니까. 

 

 

1월 1일이 토요일이나 일요일인 것, 대체휴일이 없는 것은 너무하다. 물론 음력 설과 연휴가 있으니 1월 1일은 아무 것도 아니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실질적으로 사회의 모든 체계가 신정을 바탕으로 돌아가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함. 성탄절에 대체휴일을 주지 않더라도 1월 1일은 줬으면 좋겠는데, 반대로 진행한다고 한다. 일주일 차이니까 항상 같은 요일이니 뭐 하나만이라도 건지는 게 어디냐 싶긴 하다만. 그리고 설 연휴도 너무 짧음. 대체로 우리 나라는 휴일에 너무 짜고 노동자들을 너무 부려먹는다. 하긴 이런 것도 내가 상대적으로 보기엔 안정적인 직장에 다니고 있기 때문에 나오는 배부른 소리일지도 모르겠다. 

 

 

이제 일주일이 시작된다. 새해라기보다는 그냥 일요일 밤 같고, 폭풍같은 월요병에 휩싸이는 것도 비슷하다. 이번주에 아주 많은 일이 있을 것이다. 새롭지만 흥분되는 게 아니라 걱정과 부담이 가득한 일들. 변화는 때로 가슴 두근거리는 일이지만 올해, 그리고 눈앞의 이번주로 다가온 변화는 그런 종류가 아니기에 생각하면 마음이 무거워지고 뜻없는 불안감도 들지만, 그저 어려움이 닥쳐온다면 파도에 맞서지 말고 휩쓸리며 조금씩 앞으로 나아갈 생각을 하는 게 낫다고 스스로를 다잡아본다. 그리고 당장의 가장 큰 숙제는 보고서들임. 기운을 내보자. 

 

 

생각한 적이 없는 어떤 좋은 일들이 일어날지도 모른다고 희망을 가져본다. 어쨌든 새해니까. 

 

 

 

 

 

 

 

종무식 때 받아온 꽃들은 이미 많이 시들었지만 그래도 생각지 않은 꽃들이었으므로 만족한다. 하늘하늘 떨어진 스토크와 델피늄 꽃잎은 찻잔에 띄워두었다. 나머지 꽃 사진 여러 장을 아래 접어둔다. 이쁜 꽃들이라 사진도 이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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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의 마지막 날. 

 

 

 

거의 십년 전쯤부터 혼자 살게 된 후부터 매년 12월 31일이면 집이든 여행을 가서든 조용히 혼자서 한 해를 반추하며 새해를 맞이하는 습관이 생겼다. 아마 일년 중 가장 몸과 마음을 정결하게 하고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는 날이 아닌가 싶다. 

 

 

 

오늘은 쥬인이 놀러와서 이런 고적한 송구영신에 조금 변화가 생겼다. 옛날에 같이 살 때는 샴페인도 터뜨리고 즐겁게 지냈는데 쥬인이 결혼해서 이사를 나가고 나도 그 이후 두세 차례 이사를 하고, 또 지방 발령도 받아 몇년쯤 기차를 타고 오가는 생활을 해서, 그리고 두어번은 여행을 가서 블라디보스톡에서 송년과 신년을 맞이하기도 해서 이렇게 12월 31일에 같이 시간을 보낸 것은 아주 오랜만이었다. 

 

 

 

어제 늦게까지 글을 쓰고 마무리하고 잠자리에 1시쯤 들어갔지만 역시 머리와 마음의 흥분을 가라앉히는데 시간이 걸려서 두시 넘어서야 잠들었다. 중간에 몇차례 깨기도 했고 몸이 무척 피곤했다. 10시 좀 안되어 일어났고 새벽배송 온 꽃을 다듬고, 청소를 대충 하고 목욕을 하고 집을 조금 정리하고 나니 정오 무렵 쥬인이 도착했다. 

 

 

 

쥬인에게 감바스와 불고기 백반 중 고르라고 했더니 쥬인은 후자를 골랐다. 둘다 밀키트임 ㅋ 옛날엔 정말 하나하나 요리를 다 해서 크리스마스와 새해 테이블을 차렸는데 이제 그럴 기력은 없어서. 그래도 불고기는 맛술과 참기름, 세가지 종류 버섯을 가미해 조금 맛을 더 내긴 했다. 불고기와 구운 야채 샐러드, 미역국과 밥으로 함께 아점을 먹었음. 아침부터 고기반찬. 

 

 

 

그리고 어제 종무식에서 받아온 구움과자 디저트 몇알과 과일 조금, 내가 사놓은 딸기와 케익, 에클레어를 이쁜 접시에 차려서 함께 차를 마셨다. 쥬인은 원두를 갈아오려다 까먹어서 집 근처 카페에서 에스프레소를 테이크아웃해와 내가 전기포트에 끓인 물을 붓고 아메리카노를 조제해 마셨고 나는 도브라 차요브나에서 사왔던 네팔 일람을 개봉해 우려 마셨다. 차 마시며 너무너무 즐겁고 재미있게 한참 수다를 떨고 또 허리끊어지게 웃으며 너무나도 좋은 시간을 보냈다. 시간이 너무 빨리 가서 아쉬웠다. 우리 집 오려면 택시 타고 30분 넘게 와야 하고 경기도로 넘어와야 해서 요금도 많이 나오는데, 내일 낮부터 새 직장에 출근도 해야 하는데 여기까지 와주고 새해 전날을 고적하지 않게 함께 보내준 쥬인에게 무척 고마웠다. 쥬인아 새해 복 많이 받아!

 

 

 

쥬인이 해질 무렵 택시를 타고 돌아가고, 나는 자전거를 20분 가량 탄 후 설거지를 하고, 집을 좀 정돈한 후 목욕을 하고 머리를 감고 저녁을 챙겨 먹었다. 그러고 나니 어느새 오늘이 거의 다 지나갔다. 2022년의 마지막 날. 

 

 

 

 

 

 

 

 

<글쓰기에 대한 짧은 메모 : 접어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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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밤에 글을 마무리했다. 올해를 정말 넘기고 싶지 않았고 적어도 이 글 한편만은 완성하고 싶었는데 정말 끝낼 수 있어서 기뻤다. 약 서너시간 정도 정말 많이 집중해서 썼고 이런 순간은 일종의 '들림'과 같다. 나는 종종 손이 머리를 앞선다고 얘기하고 또 머리가 아니라 손이 쓴다고 말한다. 엄밀히 말하자면 그건 손과 머리가 합일된 순간이다. 모든 것이 합일되어 내달리는 순간들. 나 스스로의 존재를 느끼지 못하고 모든 것이 단어들로, 문장들로, 손 끝에서 내달리는 순간들이다. 그건 어쩌면 종교적이고 또 신비주의적이고, 혹은 중독자들이 말하는 열락의 순간과 아주 닮아 있을지도 모른다. 드물게 나는 그것을 일종의 오르가즘과 너무나도 유사하다고 느낄 때도 있다. 그만큼 정신적으로도, 또 육체적으로도 고양되고 긴장되고 어디론가 사라지는 느낌이다. 너무나 집중하는 순간 사라지게 되는 느낌. 

 

 

 

 

글을 마친 것은 오늘 새벽 12시 20분 전후였다. 올해를 넘기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기도도 했는데 현실로 이루어져서 무척 기뻤고 충만한 기분으로 잠자리에 들었다. 아침에 폰으로 간단하게 죽 훑어봤는데, 어제 쓰고 나서 너무 내달리며 써서 역시 명료함이나 논리가 좀 부족하니 많이 손봐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의외로 그렇게까지 막 나간 부분은 없었고 전체적으로 잘 들어맞아서 좀 놀랐다. 어쨌든 오늘은 다시 손볼 시간이 없을 것 같고, 아직 제목도 못 정했으니 내일과 1월 중에는 양생을 시키고 퇴고를 해야겠다. 그리고 그 다음 글을 쓰기 시작해야겠다. 아직 어떤 글을 쓸지 정하지는 않았다. 예전에 구상해 놓은 단편이 있긴 한데 아직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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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두어시간 후면 올해가 지나가고 새해가 온다. 

 

 

 

올해는 바쁘게 일하며 보냈다. 사실 작년 12월 31일이 바로 어제 같고, 또 그전 12월 31일도 마찬가지라, 나이를 먹을수록 시간이 너무 빨리 흘러간다는 말이 정말 맞다. 일에 치어 바쁘게 살았다. 하지만 지난 2년과 비교하면 올해는 여름과 겨울에 여행을 갔다. 빌니우스와 프라하에 다녀왔고 둘다 서로 다른 의미로 충만한 여행이었다. 다녀오니 몸이 너무 힘들어서 이제 장거리/경유 여행을 하는 게 좀 버겁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건 좀 슬펐지만. 

 

 

 

맡은 일은 지치고 피곤했지만 엄밀한 의미에서 '아주 어려운 과업들'은 예전보다 상대적으로는 좀 적었다. 아마 이 부서를 맡아 운영한 것이 어느덧 3년차였기 때문인 것 같다. 그만큼 경험과 연륜이 쌓였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일 자체보다는 사람들에서 오는 스트레스, 그리고 생각지 않았던 온갖 문제들이 겹쳐서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고 매일매일 구멍 뚫리고 무너진 네덜란드 둑 위에서 불난 호떡집들이 계속 증식하는 형상이라 엄청 피곤했다. 그래도 이정도면 어쨌든 일은 그럭저럭 선방하며 버텨냈다. 

 

 

 

몸은 여러 모로 좀 안 좋아졌다. 내년에는 내 몸을 잘 돌보고 정비해야 한다. 이것을 내년의 주요한 목표 중 하나로 삼으려고 한다. 

 

 

 

내년, 당장 다음주부터는 회사에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고 아마도 혹독한 시련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다음주와 다다음주는 보고서 지옥에 파묻혀야 하니 내가 육체적으로 너무 피곤할 것 같고, 거기에 큰 변화가 더해지니 어떻게 버틸지 좀 막막하지만 걱정하면 심란해지기만 하니 용기를 내고 그냥 하나하나 부딪쳐가며 타협과 중용의 방식들을 찾아갈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올해는 부모님과 조금 더 많이 대화를 했고 거의 매일 통화를 하며 지냈다. 가족들과 나의 건강과 행복을 깊이 바라고 기도하며 올해를 떠나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려고 한다. 그리고 나의 소중한 벗들을 위해서도. 

 

 

 

송구영신. 

 

 

 

2022년 안녕. 

 

 

여기 들러주시는 모든 이웃분들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크리스마스와 새해 트리를 따로 사거나 꾸미지는 않았지만 매주 주문하는 꽃들에서 푸른 잎사귀 달린 장식용 나뭇가지들과 식물들만 추려내 이렇게 모아두니 나름대로 트리 느낌도 난다. 동물 인형들아, 너희도 같이 새해 복 많이 받으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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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이른 아침에 출근. 정신없이 꿈꾸다 깼다. 간밤에 왜 그랬는지 늦게 잠들어서 잠이 매우 모자랐다.

 

 

꽃은 오늘 종무식 때 근속 기념으로 받은 것이다. 휴가 내고 싶었는데 이거 때문에 하는 수 없이 오후 반차 내고 오전엔 출근했었음. 입사기념일은 여름에 지나갔는데 한명만 그때 챙겨줄 수가 없으니(나는 동기가 없고 공채로 혼자만 들어왔음. 이른바 좀 꼬였음. 이때부터 나의 고생길이...) 종무식 때 몇명 모아서... 내가 이렇게 오래 여기 붙어 있을 거라곤 생각 안했는데 ㅠㅠ 그래도 마침 내가 오늘 입고 간 코트와 저 꽃색깔이 잘 어울려서 그것이 좋았다. 꽃은 이미 많이 피어서 오래 가지는 않을 것 같지만 그래도 풍성하고 이쁘다. 리시안셔스 사고 싶었는데 비싸서 미뤄뒀는데 여기 두 송이 들어있어 반가웠음. 돌아와서 저 이쁜 포장을 다 해체해 화병에 꽂아두었다.  

 

 

 

 

 

 

이렇게 꽃 많이 받을 줄 모르고 내일 아침배송으로 핑크계열 꽃을 주문했는데 색채는 얼추 잘 어울릴 것 같고, 이 꽃들은 거의가 활짝 핀데다 특히 스토크를 비롯해 오래 가는 꽃은 아니어서 주말에만 구경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렇게 한 해가 가는구나. 거기에 근속 기념 무슨 상패를 받고 꽃을 받으니 기분이 이상했다. 기쁜 것도 슬픈 것도 아니고, 세월의 무상함도 아니고, 그냥 이상했다. 아마 그동안 너무 많은 일들을 겪었기 때문인 것 같다. 퇴임하는 선배들의 고별사를 들으니 가슴이 찡하기도 했고, 나도 빨리 여기서 벗어나야 하는데 + 나는 저런 거 안하고 휙 사라져야지 하는 마음이 교차함. 

 

 

오후 반차였으므로 종무식 마치고 퇴근했다. 그냥 집에서 쉬고 글을 쓰고 송년 준비를 하고 싶었지만 약이 떨어지고 과로로 손목이 다시 쑤셔서 결국 병원에 가야 했다. 오늘 환자가 너무 많아서 한참 기다리느라 물리치료까지 마쳤더니 귀가하자 이미 4시였다. 뭐지, 내 반차는 어디로 ㅠㅠ 자전거 타고 목욕했더니 그냥 5시가 되었고 날이 저물었다. 아아아 나는 오늘과 내일 열심히 글을 써서 올해가 가기 전에 이 글 마치려 했는데 ㅠㅠ 그래서 오늘은 좀 이르게, 저녁에 오늘 메모를 적고 있다. 저녁 먹은 후엔 소화를 좀 시킨 후 열심히 글을 쓰려고. 

 

 

내일 쥬인이 놀러오기로 했다. 생각지 않았던 즐거움~~ 그러니 오늘 밤에 열심히 이 글을 써서 마치면 더 좋을텐데! 

 

 

그저께 꿈 얘기 빼먹은 거 접어두고 오늘 메모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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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밤 꿈 말고 그저께 꿈이 굉장히 인상깊어서 적어놓는다는 걸 까먹어서 뒤늦게 여기 약간. 두가지 꿈이었는데 하나는 계곡 같은 곳의 암벽 비스무레한 바위들을 뛰어 건너서 어디론가 가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원래 잘 알던 길이었으나 가다 보니 길을 잘못 들었고, 돌아가려고 보니 너무 경사가 가파르고 험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알수가 없어 무섭고 당황하는 거였다. 두번째 꿈은 뭔가 내시경 같은 검사를 받는 것과 꿈 속에서는 대마 비슷한 환각성 식물이라고 나오지만 깨고 나서 떠올려보니 그냥 기다란 나뭇잎 여러개 달린 식물 같은 것이 혼재되었다. 검사를 받으며 그것을 몸속으로 통과시켜 담배처럼 피우면 열감이 느껴지고 환각과 즐거운 기분을 맛볼수 있는 거라고 하는데 나는 아무리 해도 그런 느낌이 하나도 안 들었고 옆에 있는 친구(누군지 모름)는 아니야, 이렇게 이렇게 하면 좋아지는 거야 하고 알려주었다. 열감이 느껴지나? 하다가 깼음.

 

 

첫번째 꿈은 다가오는 혹독한 시련들에 대한 불안감 때문인 것 같고, 두번째 꿈은, 음, 뭔가 이것도 욕구불만의 표출인가, 갖다붙이는대로 엄청 성적으로 해석될 수도 있고 다른 욕구불만과 답답함, 탈출, 새로운 경험에 대한 열망과 좌절 뭐 이런 걸로 마구 확장시킬 수도 있을 것 같음. 하여튼 그냥 지나가기 아까워서 적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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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귀여운 막내 직원이 인턴으로서의 업무 기간을 모두 마치고 오늘 작별 인사하면서 건네준 쿠키. 봉지 앞에는 예쁜 손글씨로 쓴 편지가 붙어 있었다. 퇴근 시간이 되었을 때 머뭇거리며 다가와 이것을 건네주었고 내가 그간 너무 고마웠고 너와 같은 직원과 함께 일해 나는 너무 행운이었고 앞으로 꼭 여기서 다시 만나고 싶다고 얘기하자 막 눈물을 뚝뚝 흘리는 것이 너무 귀엽고 애틋하고 이뻤다. 나 역시 악덕상사로 기억되지는 않은 것 같아서(흐흑) 또 뿌듯하고 고마웠다. 

 

 

몇달 전 명예퇴직을 하고 떠나신 전 임원이자 내가 가장 믿고 의지하고 좋아하고 존경했던 선배가 들르셔서 함께 점심을 먹었고(또다른, 역시 내가 좋아하고 함께 일하기도 했던 다른 선배 간부와 함께), 회사 이야기, 시련에 대한 이야기, 그외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어제부터 나를 짓누르던 우울한 마음을 좀 해소했다. 그렇다고 문제 해결이 된건 아니지만, 이 문제들은 사실 윗분과는 얘기해도 이해를 잘 못하시는 부분이라(내가 알려주고 또 알려줘야 함 ㅠㅠ 주객전도) 말이 통하고 상황 이해와 판단이 빠른 선배들과 좀 얘기를 하고 나니 약간이나마 기분이 나았다. 그리고 선배를 오랜만에 봐서 반갑고 좋았다. 

 

 

그외에는 매우매우 오늘도 바쁜 하루였음. 이번주에 물리치료 받으러 안갔고 하루이틀 약도 안먹고 보고서 작업을 했더니 다시 손목 통증이 슬며시 되살아나고 있어서 내일 다시 병원에 가야 하나 싶다 흐흑... 

 

 

올해가 이제 이틀밖에 안 남았다. 내년은 혹독할 것이다. 부디 걱정만큼 혹독하지 않기를. 

 

 

이제 자러 가야겠다. 내일은 오전 종무식, 오후에는 반차를 냈다. 본래 이 날은 휴가를 내고 집에서 조용히 송년과 신년을 맞이하는데, 내일 종무식에는 참석하지 않을 수가 없는 상황이라 괴로워하며 출근하게 됨. 흑흑, 게다가 올해는 정말 크리스마스랑 1월 1일이 다 일요일이니 이건 정말 너무하다 ㅜㅜ 그래도 기운을 내자 얍! 요즘은 이것이 하루의 마무리 주문처럼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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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위에 얹혀진 스스로 선물.



나를 위한 크리스마스 선물로 주문했던 미니 하이라이터가 조금 늦게, 오늘 도착했다. 코로나 이전 + 지방 본사에서 서울을 오가며 일하던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스트레스 등등의 이유로 색조화장품을 많이 샀고 이것은 립스틱에서 아이섀도로, 하이라이터와 블러셔로 정해진 수순을 밟아 점점 확대되었다. 그러다 서울에 다시 와 일하게 되면서 + 마스크를 쓰게 되고 또 출퇴근 거리도 멀고 이래저래 게으름이 발동되어 심지어 지금은 최소한의 톤업크림과 컨실러까지만 대충 바른 후 사무실에 도착해 쿠션과 베이스 아이섀도, 아이라이너와 눈썹과 립을 슥슥 해치우고 끝내고 있다. 즉 인간둔갑을 절반만 하고 나온다.




그래서 립스틱도 계속 바르는 것만 바르고, 새로 사지 않은지 꽤 됐고, 블러셔나 하이라이터는 더더욱 그렇게 되었다. 어쩌다 여행갈때는 그래도 좀 챙겨가는데, 이번에 프라하에 갔을때 '그래 간만에 블러셔랑 하이라이터도 하나씩 챙겨가자' 하고 보니 내가 몇년 동안 안 썼던 고로 멀쩡히 많이 남아있던 하이라이터는 케이스가 끈적하게 변해있었고(나스의 카프리를 즐겨 썼는데 나스는 케이스 재질이 이렇게 끈적해져서 너무 안 좋음), 그래도 그게 얼굴에 잘 받는터라 별도 지퍼백에 넣어 가지고 가서 여하튼 매일 잘 썼다. (내 피부톤엔 치크팝 시리즈 중 아주 연한 핑크인 발레리나팝이나 RMK 연핑크 블러셔에 이 카프리를 얹으면 크게 티나지 않고 밝고 괜찮음)




그러나 여행 내내 그 하이라이터를 쓰면서도 뭔가 찜찜했다. 끈적해져서 닦아도 소용없는 케이스도 찜찜하고 몇년이나 묵은 거라 또 찜찜했다. 뭐 다른 것도 있고 약간 골드펄 도는 것도 두어개 있는데 사실 나는 그런 금빛 계열이나 웜톤 하이라이터는 딱히 잘 받지 않아서, 맨날 광고 볼때마다 좀 혹했던 이것을 크리스마스 스스로 선물로 사보았다. 오프라의 필로우 토크.








사진은 좀 빛이 날아가서 창백하고 실제보다 따스하게 나왔는데 생각보단 핑크색이 강해보이긴 했다. 한번 슥 묻혀보니 연하고 밝은 핑크 정도라 하이라이터로 나쁘지 않을 것 같다. 그래서 어제 영원한 휴가님께서 보내주신 이쁜 유칼립투스 리넨 타월 위에 스스로 선물 얹어서 같이 :) 그런데 과연 이것까지 장착하고 나가는 게 언제가 될까, 사무실에 갖다놓긴 싫은데... (근데 결국 이거랑 카프리랑 거의 비슷한 톤임. 역시 나는 ㅠㅠ)




이렇게 스스로 선물이 도착한 것 외엔 오늘 아주 바쁘고 힘들고 고된 하루였다. 여러가지로 많이 어렵고 힘들었다. 보고서 지옥은 앞으로 최소 2주는 갈 거고... 내 일이 제일 많을 거고... 거기 더해 회사에 앞으로 다가올 혹독한 미래와 변화와 시련이 걱정된다. 회사 자체를 걱정한다기보다 그 모든 혹독한 시련은 결국 나 자신에게도 크나큰 영향을 끼치게 되므로. 오늘 새로운 정보를 접하고 더 심란해짐.




그 정보를 알려준 절친한 선배와 서로 푸념과 걱정을 나누다가... 내가 고백했다. 사실 거의 얼마 전부터 밤마다 기도할 때 시련이 오지 않게 해달라고 하고 있다고. (선배는 신앙이 독실하고 나는 아님. 날라리임) 그러면서 돌아온 탕자인가보다 하며 둘이 웃었다. 이 시련이라는 것은 나 개인에 대한 것이 아니라 회사로 오는 것이지만 그게 그거임. 돌아온 탕자가 되겠습니다, 부디 우리가 두려워하는 시련이 오지 않기를, 만일 올 수밖에 없다면 감당할 수 있는 정도만 오기를... 그리고는 '어쨌든 나쁜 상황이 올 거 같긴 하지만 그 계기로 신앙을 되찾았으니 다행인 걸까요' 하는 농담과 '우리 로또를 삽시다'의 마지막 결론으로 오늘 하루를 마무리했다. 이 바닥에서 일하는 건 이렇게 오랜 세월이 지나고 이토록 많은 일을 겪었어도 여전히 참 어렵구나... 그렇다고 사뿐사뿐 걸어나와 팔랑팔랑 날아갈 수도 없으니.




내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상황들을 고쳐볼 수 없으니 너무 걱정하지 말고 파도가 오면 휩쓸리며 나무통이라도 찾는 수밖에. 기운을 내자 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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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12. 27. 21:37

12.27 화요일 밤 : 크리스마스 새해 선물 fragments2022. 12. 27. 21:37






어제 일을 많이 안 하고 반차 냈던 결과 오늘 정말 엄청나게 바쁘고 또 바쁘게 일에 파묻혔다. 정말 눈코뜰새 없이 바쁘게 일했고 보고서와 자료를 만들고 또 만들고... 다시 연말연초 보고서 지옥이 시작되었다. 너무너무 지친 채 귀가했는데 현관 앞에 상자가 놓여 있었다. 응 뭐지 내가 주문했는데 못 받았던 택배가 있나 기억을 더듬어봐도 생각이 안 났다.




뭐지뭐지 하며 상자를 보니 어머 이것은 빌니우스에서 날아온 크리스마스 선물이었다. 흑흑 리투아니아에서 발트 해와 온갖 나라들을 지나 여기까지 온 귀하고 귀한 선물 ㅠㅠ 정말 생각지도 못했기에 너무 감동이었다. 정말 감사해요 영원한 휴가님. 깨알같이 토끼 쪼꼬 토끼 그림 그려진 베리 민트 티에 보물상자처럼 뭐가 계속 나온다 흑흑 유칼립투스 리넨 수건도 너무 이쁘다 ㅠㅠ 아아아아 산타할아버지 역시 제가 올해 그렇게 못되게 살지는 않았나봐요, 영원한 휴가님이 나의 산타인 것으로 :)















스티커는 내가 사진 편집하면서 갖다 붙였음 ㅎㅎㅎ



심지어 이 보위님은 바르샤바에서 모셔오셨다고 한다... 넘 이쁘다!









마침 빨간 거베라도 있어 곁에 같이!!! 어디에 모셔도 잘 어울리고 멋있는 보위님.











내가 제레미 아이언스와 다니엘 데이 루이스를 너무 헷갈려해서 영원한 휴가님이 이 엽서를 고르셨다고 한다 ㅎㅎㅎ 너무 재미있다. 그리고 여름에 빌니우스 갔을 때 거기 드로가스에서 산 핸드크림이 너무 좋았는데 다 써서 아쉽다던 얘길 기억하시고 새로운 드로가스 출신 핸드크림을 보내주심. 그 즉시 개봉해 바름. 어머 이거 향 너무 좋음. 여행의 향기임. 그러니까, 호텔 숙소에서 목욕할 때나 리셉션에서 나는 냄새랑 비슷함.




오늘 일 때문에 너무 지쳤는데 리투아니아 산타의 이 서프라이즈 선물 덕분에 뭔가 힘들었던 것들을 적으려다 다 까먹음. 정말 감사해요. 크리스마스, 새해, 정교 크리스마스 한꺼번에 선물 다 받았음. 토끼 쪼꼬랑 토끼 티는 이미 한주먹 바리바리 싸서 가방에 챙겨놓음. 내일 출근해서 보고서 쓰며 삶이 나를 속일때 슬퍼하거나 노어하지, 아니 노여워하지 말고 이것들을 한알한알 먹어야지! 여러분 제가 이렇게 올해를 착하게 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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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도스토예프스키 머그에는 설탕 듬뿍 넣은 홍차가 어울리지만(컵 뒷면에 '지하생활자의 수기'의 유명한 홍차에 대한 인용구가 적혀 있다. 얼추 세상이 망하든 말든 내 홍차 한 잔 마시는 게 더 중요하다는 문장이다. 그 뒤에는 설탕 넣어 마시는 얘기가 나온다), 나는 민들레뿌리차를 타서 마셨다. 

 

 

잠이 매우 모자랐다. 지난 2주 동안, 주말에 열심히 글을 써서 머리가 너무 뜨겁게 달아오른데다 또 평일엔 차를 안 마시고 민들레차로 대체하다가 주말엔 비록 첫물을 따라버리긴 했어도 어쨌든 홍차를 마신 탓도 있는 것 같다. 신체 리듬도 당연히 깨졌고. 새벽 늦게까지 못자고 괴로워하다 결국 수면 부족 상태로 출근했다. 일하다가, 휴가 계산을 잘못하여 아직 반차가 하나 남아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미 연차 수당 등등 모두 계산이 된 상태라 수정할 수도 없었고 이것은 이번주 내에 소진하지 않으면 사라지므로 잘됐다 싶어 오후에 그것을 내고 귀가했다. 피곤하기도 했지만 사실 간밤에 죽어라 썼지만 다 마치지 못한 글을 마저 쓰고 싶었다. 

 

 

귀가해서 사진의 민들레차를 마시며 오후부터 저녁까지 몇시간 가량 집중해서 글을 썼다. 어제 썼던 페이지들 중 마음에는 들지만 그 '명료함'이 부족한 문단을 들어냈다. 좀 아쉽긴 한데 마무리 부분에 일부 삽입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오늘도 머리가 아니라 손이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며 휘달렸다. 이 메모를 마치고 마저 써야겠다. 오늘 마칠 수 있을까? 그러고 싶은데 잘 모르겠다. 오늘 마치지 못한다면 금요일이나 토요일이 되어야 가능할 것이다. 어쨌든 올해를 넘기고 싶지는 않다. 

 

 

꽃 사진과 민들레차 담은 표도르 미하일로비치님 머그 사진 몇 장 접어두고 월요일 메모 마무리. 이제 내일은 다시 바쁘고 빡세게 일해야 한다. 오늘 일 많이 안 한 대가를 치러야 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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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절. 

 

밤이 늦어서 오늘 메모는 짧게 적는다. 잠이 모자랐고 아침엔 가족들에 대한 별로 좋지 않은 꿈을 꿨다. 그래서 깬 후에 가족들과 통화도 하고 성탄절 인사도 하며 마음을 안정시켰다. 

 

 

간밤에 자정이 넘어서까지 글을 썼다. 오늘도 오후와 조금전까지 집중해서 썼다. 머리가 아니라 손으로 쓰는 순간들, 고양감과 중독, 자신의 존재를 망각하는 순간들이라 매우 소중하면서도 어렵고 진이 빠지는 단계이다. 시간이 조금만 더 있었다면 어떻게든 오늘 끝낼 수 있을 것 같았지만 내일 출근도 해야 하고, 또 집중과 자기 망각이 공존하는 순간이면 직관이 우선하기 때문에 명료함이 희박해지기 시작하는데 이 글의 마무리에는 후자도 필요하기 때문에 일단은 조금 남겨두고 끊었다. 몸이 너무 지쳐서 아무래도 여기서 끊어야 할 것 같다. 하루만 더 쉬면 좋겠는데. 한시간만 더 집중할 수 있다면. 아쉽지만 내일의 노동을 생각해야 한다. 결국 올해의 마지막날까지 가야 할 것 같다. 정말 말 그대로 올해는 새해부터 연말까지 이 글 하나만 계속 쓰는 셈이다. 내일 퇴근하고 와서도 쓸 수 있다면 좋을텐데, 아무래도 흐름이라는 게 있어서. 그런데 평일엔 아무래도 안되겠지. 

 

 

너무 열심히 집중한 나머지 몸이 뻣뻣해지고 온몸이 쑤신다. 여기서 메모를 접고 자러 가야겠다. 메리 크리스마스. 우리를 위해, 나를 위해 여기 와주신 예수님 감사해요. 

 

 

 

 

 

 

 

 

 

 

 

 

 

 

 

꽃 사진 몇 장 아래 더 접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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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쉬면서 보낸 하루인데 전혀 쉰 것 같지 않은 토요일. 아마 잠을 충분히 잘 이루지 못했기 때문인 것 같다. 새벽에 몇번 깼고 도로 자긴 했는데 어쨌든 그리 늦지 않게 깨어났다. 너무 추운 날이라 새벽에 온 꽃을 그냥 놔둘 수가 없어서 그거 다듬느라 한시간 가량 걸렸다. 꽃 자체는 튤립과 거베라, 더글라스 같은 것들이라 별로 다듬을 게 없었는데 1~2주 전 와서 아직 남아 있는 식물과 꽃들을 정리하고 화병을 바꾸느라 시간이 꽤 걸렸다. 그리고는 도로 침대로 들어가서 가능한 한 늦게까지 게으름을 피우다 한 시 넘어서야 침대에서 나왔고 청소, 목욕, 아점 등등 다 마치고 나니 세시가 훌쩍 넘어 있었다.




올해도 크리스마스 트리나 장식을 별도로 하지 않았는데 어쩐지 좀 아쉬워서 아스토리야 빨간 커버를 꺼냄. 이건 몇년 전 아스토리야 호텔 샵에서 안대를 샀을 때 그것을 넣어준 커버인데 2집에서 지낼 때도 그렇고 크리스마스나 연말이 되면 천사들을 위한 깔개로 쓰곤 했다. 그래서 측백나무와 더글라스 잔가지를 미니 유리병에 꽂아놓고 우골의 목각 천사들을 데리고 와서 빨간 커버 놓은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다. 동방박사 3인 대용이라고 해야 하나. 액자의 사진도 잠시 바꿔두었다.




하여튼 이렇게 자잘한 장식을 해놓고 느지막하게 차를 마셨다. 차를 마시고 나서는 재활용 쓰레기를 버리러 내려갔다 왔는데 어제보단 덜 추웠다. 어제는 정말 추웠었다. 그리고는 큰맘먹고 분홍색 롱패딩을 빨았다. 프라하에 입고 가기 전부터 이미 때가 타 있었는데 어차피 여행가면 또 지저분해지겠지 싶어 그냥 막 입고 갔었다. 그러다 밝은 곳에서 보니 정말 꼬질꼬질해져 있었다. 손목통증 때문에 세탁을 계속 미루다가 오늘은 그냥 최소한으로 대충 때탄 곳을 세제로 좀 문질문질해 놓고는 세탁기로 울코스로 돌려버렸다. 때가 좀 가셨을지 매우 의문이 든다만, 지금은 건조대에 펼쳐서 말리고 있으니 젖은 상태의 패딩을 보면 때가 빠졌는지 안 빠졌는지 구분이 안 감. 다 마르고 나면 알겠지. 내가 이래서 밝은색 옷을 잘 안 삼. 사실 파스텔톤이나 흰색 계열도 얼굴에 받긴 하는데 게으름의 총체라서 때타는 옷 사기 싫음(ㅜㅜ)




이렇게 게으름피우다가 자전거 20분 밖에 못 타고 목욕하고 밥먹고... 그러다 보니 밤이 되었다. 아아 오늘 글 열심히 쓰려고 했는데. 이제 쓰다가 자려고 한다. 분명히 오늘이면 다 끝낼 생각이었는데... 일단 써보자.





 

 

 







크리스마스 느낌 내보려고 주문했던 빨간 거베라와 겹튤립은 대가 많이 꼬부라져 있어 일단 서재 방으로 옮겨두었다. 그런데 거베라가 꽃송이가 너무 커서 좀처럼 꼿꼿해지지 않는다 ㅜㅜ 믹스를 주문하면 이런 게 안 좋다. 내가 코디할 필요가 없어 편하긴 한데 맘에 드는 조합이 안 올 때가 부지기수라서... 나는 작은 거베라가 더 좋은데 ㅜㅜ 그래서 정작 크리스마스 이브의 티테이블에는 메인으로 하려고 했던 저 빨간 거베라랑 튤립 대신 지난주의 노랑하양 마트리카리아와 측백나무 잔가지들이 올라가게 되었음.





 







남아 있던 마트리카리아와 측백나무, 더글라스 잔가지를 짧게 잘라서 몇년 전 카페 에벨에서 사왔던 머그에 꽂아두었다. 이 머그는 참 이쁜데 사실 나는 커피를 안 마시니 이 머그 크기가 참 애매하다. 물컵으로 쓰기에는 작고, 찻잔의 형태는 아니고. 그래서 드물게 썼는데 이렇게 해보니 오 이게 또 은근 화병으로 잘 어울림 :)






꽃 사진들 몇 장 접어두고 마무리. 이제 글을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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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프라하의 러시아 식품점에서 사서 꼭꼭 싸와 냉동해두었던 까르또슈까 한 알. 오늘 쥬인 만나서 건네주었더니 '토끼야 그냥 여기서 같이 먹자' 라고 하여 차 마시며 같이 해치움. 비행기 타고 올때 트렁크 안에서 좀 흔들려서 위의 크림이 조금 뭉개짐. 

 

시간이 많이 늦어서 그냥 짧게 몇 줄 적는다. 너무너무너무 추웠다. 러시아 날씨였다. 아침에 3호선 노선 터널 화재로 지하철이 지연되었다. 오늘 내가 오전 외근으로 좀 늦게 나갔으니 망정이지 원래 같으면 그 시간대에 딱 출근하다가 막혔을 타이밍이었다. 어쨌든 다행히 재개된 지하철 타고 외근을 갔고 추운 길을 걸어가야 했다. 일을 잘 마쳤고 나오는 길엔 다른 직원의 차를 얻어타고 지하철역까지 가서 추위를 약간 피했다. 

 

오랜만에 쥬인을 만나 실컷 수다떨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늦게 귀가했다. 프라하에서 사온 러시아 흑빵, 저 까르또슈까, 알룐까 초콜릿, 카페 에벨 초콜릿을 비롯해 커피와 밀까 초콜릿 등 이것저것 쥐어주었다. 쥬인은 나에게 수제 귀도리(이것이 나에게 잘 어울렸음 ㅎㅎ), 내 손목 통증을 경감시킬 수 있는 아대, 제주도 여행 가서 사온 초코 입힌 귤(내일 크리스마스 이브 기분 내며 먹어야지~)을 주었다. 서로 크리스마스 선물~ 그리고 온갖 이야기보따리. 정말 즐거운 하루였다. 돌아오는 길에 서울택시라 지리를 모르는지 네비에서 나오는 너무 멀미나는 구식 코스(김포공항, 송정, 개화산 통과해서 가는 코스)로 가서 엄청 멀미한 거 빼고는 다 좋았다. 이 길은 김포공항 버스 노선이라 너무 멀미가 나서 언젠가부터 내가 버스 대신 택시만 타곤 했는데 흑흑. 

 

너무 춥다. 내일은 더 춥다고 한다. 러시아에 있는 기분이다. 좋은 뜻이 아니라 나쁜 뜻으로. 부디 내일이 지나면 날이 좀 풀리기를... 주말이라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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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가 모두 시들어서 루스커스와 알스트로메리아와 마트리카리아가 남았다.




아주 바쁜 하루였다. 이번주의 고비, 피크, 하여튼 그런 날이었다. 오전에는 최고임원 포함 임원 대상 업무보고, 점심도 이분들과 함께, 그 직후 예산 협의 때문에 또 회의. 이런 일들을 하고 나자 하루가 휙 가버렸다. 손목치료 때문에 두시간짜리 토막휴가를 내고 돌아와 병원에 들렀다. 물리치료를 받으면 한시간이 또 휙 간다.




물리치료 받는 동안 꾸벅꾸벅 졸았다. 이 병원에 물리치료 받으러 올때마다 혈압을 재보는데 여기서는 꾸준히 정상치가 나온다. 그러면 새벽 건강검진 스트레스 때문이었던 것인가 싶지만 하여튼 몇번 더 재보고 의사와 상담을 해보려고 한다.




임원 업무 보고는 딱 한번의 고비 외에는 무난하게 지나갔다. 그 고비에서 내가 너무 빡쳐서 조목조목 따지고 좀 흥분했다는 것이 문제지만, 하여튼 지금 우리가 직면한 너무 힘든 인력 현안에 대해 어쩔수 없다는 식으로 퉁치고 아예 원천봉쇄하고 넘어가시려는 부임원의 태도에 정말 화가 나서 그것이 무슨 문제인지, 그리고 충분히 검토를 해준 후 해결책이 없다고 한다면 얼마든지 받아들이겠지만 아예 검토조차 배제하지는 말아달라고 따졌다. 이분은 좀 당황하셨고 결국 내 의견에 일리가 있으니 검토를 해보시겠다고는 하심. 그런데 뭐 그게 실제로 일어날 때까지는 아무 것도 믿을 수 없으니 큰 기대는 하지 않는다. 기대와 희망으로 부풀기에는 이 회사를 너무 오래 다녔고 또 조직의 생래를 너무 잘 알아서 ㅜㅜ




그건 그렇고 회의 내내 마스크라도 써서 다행이다. 안 그러면 내가 완전히 정색해 입술을 떨며 눈을 불태우는 것이 더 적나라하게 드러났을 것이 아닌가 ㅠㅠ 최고임원과는 달리 이 임원분은 오랜 세월 우리 회사에 계셨던 분이고 물론 나에게도 한참 선배님이고 함께 일한 적도 있어서 내 성깔을 좀 알고는 계심. (평상시 고분고분 상냥하지만 뭔가 억울하고 비논리적이고 정말 아니다 싶으면 윗사람 앞에서도 정색하고 대드는 나쁜 성깔의 토끼 ㅠㅠ) 나중에 윗분이 자기는 쫄아서 그냥 암말도 못했는데 내가 그렇게 할말 다 해줘서 속이 다 시원했다고 하심. 아니, 그런데요 ㅠㅠ 그 역할을 좀 해주시면 더 좋았을텐데요 흑흑흑... 하지만 바랄 수도 없다. 우리 윗분은 임원들을 불편해하시고 또 보고에 대한 트라우마도 있어서 ㅠㅠ 결국 모든 것이 내 몫.




하여튼 그래서 점심 먹을 때는 내 분노와 따짐의 대상이 되었던 선배 임원 곁에 앉아 함께 밥을 먹고 이야기도 잘 들어드리고 재밌게 풀어드렸음. 아악 정말 사회생활 너무 힘들어. 스스로를 부양하며 자주적이고 독립적인 토끼로 사는 거 힘들어, 인간 둔갑해서 회사 오래 다니며 일하는 거 진짜 피곤해!




날씨가 또 엄청 추워졌다. 바람 때문에 더 추웠다. 내일은 더욱 춥다는데, 흑흑, 나는 내일 다른 동네 사무실에 외근 출장인데 거기는 지하철역에서 족히 15분은 쭉 걸어가야 하는데... 으앙 택시 탈까, 하지만 그 지하철역에서 목적지까지는 너무 가까우니까 아예 택시는 안 잡힐 거고, 그렇다고 우리 동네에서부터 타고 가면... 아침엔 엄청 밀리겠지. 멀어서 돈도 엄청 많이 나오겠지. 아악 힘을 내자, 나는 걸어갈 수 있다! 옷을 껴입고 후드를 덮어쓰고 힘차게 걸어가면 된다, 기운을 내자 얍!!!! 매일매일 밤마다 이렇게 기운을 내기 위해 얍!!!을 하고 있다. 아 이것도 슬퍼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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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출근길, 사무실 앞. 

 

 

새벽 6시 20분에 집을 나섰는데 이미 눈이 소복한 상태를 넘어 상당히 두툼하게 쌓여 있었고, 워낙 이른 시간이라 아직 눈이 새하얗고 깨끗했다. 발자국도 거의 없었다. 출근길이 아니었다면 고요함 속에서 그렇게 새하얗고 온전하고 두툼한 눈을 사박거리며 밟는 기분을 좀 만끽했을텐데 실상은 '아, 더 오면 안되는데... 미끄러지면 안되는데' 하며 뒤뚱뒤뚱 지하철역까지 걸어가느라 정신이 없었다. 이런 날은 지하철역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매우 미끄러우므로 조심해야 한다. 그나마도 다행히 낮에 별로 춥지 않아 퇴근길엔 눈이 많이 녹아 있었다. 

 

 

확실히 '경기 북부' 쪽에 눈이 더 많이 온 것 같다. 왜냐하면 사무실 동네에 도착해서 보니 여전히 눈이 내리고는 있었지만 화정 우리 동네보다 눈이 훨씬 적게 쌓여 있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사무실 들어가는 길에 눈 밟으며 찍은 사진 한 장 올려놓았음. 눈이 펄펄 내리고 있어 경비 선생님이 염화칼슘을 뿌리고 계셨다. 무겁고 손시리고 힘드실텐데 또 안 뿌리면 로비에서 사람들이 미끄러져 다칠테니... 보통은 다들 9시에서 10시 즈음 출근하니 이미 제설제가 다 뿌려져 있고 들어가는 길은 눈을 다 쓸어서 말끔하니 잘 모르지만 나는 원체 일찍 출근하니 더 이르게 시작되는 노동과 배려의 모습들을 보게 될 수밖에 없다. 이럴 때 인사와 따뜻한 말 한마디 외에 더 도와드릴만한 게 없어 스스로가 좀 답답하고 작게 느껴진다. 

 

 

오늘은 조금 덜 바쁜 하루였다. 어제의 골치아픈 회의 때문에 도저히 직원들의 역량을 믿고 있을 수가 없어 윗분과 따로 플랜B를 짜내고 논의하느라 시간이 꽤 갔다. (이게 참 슬픈 현실이다) 그리고 어제 제기되었던 사람과 조직 관리의 문제는 아직 해결을 못했다. 내일 짬을 내어 인사부장과 논의를 좀 해봐야 할 것 같다. 

 

 

내일은 이번주의 고비이다. 오전에 임원보고, 오후에 예산회의가 있다. 많이 어려울 것 같진 않지만 하여튼 대면보고니까 신경이 쓰인다. 윗분은 임원보고에는 트라우마가 있고 좀 비논리적으로 횡설수설하시는 타입이라 내가 거의 80%는 끌고 가야 한다. 뭐 상관없다. 하면 되지. 기운을 내자 이얍 토끼 이얍!

 

 

피곤하니 늦지 않게 잠자리에 들어야겠다. 손목 통증은 확실히 약을 먹으니 많이 가셨다. 그런데 지난 주말에도 약을 안 받았더니 귀신같이 도로 아팠단 말이지... 내일 시간이 나면 다시 병원에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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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하루였고 따로 찍은 사진이 한 장도 없어 즐거운 겨울 쿠마 패밀리 그림으로 대신함. 출처는 SAN-X




내내 바빴다. 오전에는 골치아픈 줌 회의를 진행했다. 제3자화법을 쓰며 유체이탈하고 남에게 모든 문제를 전가하는 자기중심적 직원 때문에 빡쳐서 중간에 잠시 언성을 높일 뻔했지만 그럭저럭 잘 제어하고 자를 것은 딱 잘라서 진행했다. 내가 이러니 위장에 빵꾸가...




그리고 너무 하기 싫어서 질질 끌고 있었던 예산에 대한 자료도 대충 만들어서 넘겼다. 이걸로 끝이 아니고 그 자료를 가지고서 담당 부서와 회의도 해야 한다. 일단 내일은 약간 소강 상태, 목요일이 힘든 하루이다. 오전엔 임원 보고, 오후엔 그 예산 협의.




종일 바빴는데 뭘로 바빴는지 기억도 잘 안 난다. 그리고 인력과 구조적 원인 때문에 좀 골치아픈 문제거리가 하나 있어 그것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모르겠다. 왜 이런 문제까지 내가 고민해야 하는 것인지도 솔직히 잘 모르겠다 ㅠㅠ 인력 문제는 회사가 이렇게 만들어놓은 거고 근본적으로는 인사부서에서 고민해서 해결해줘야 하는데 뭔가 좀 복잡하게 얽혀 있다.




그나마도 오늘의 유일한 낙은, 원래 내일 참여해주기로 했던 다른 부서의 용역 심사에 들어가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몇가지 안 맞는 게 있어서 내가 불참하겠다고 했다. 대신 내일 다른 동네에 있는 우리 부서 행사 때문에 오후에 외근을 가야 하지 않을까 싶은데, 내일 눈이 온다고 한다 흑흑. 꼭 출퇴근할때와 외근갈 때 눈이 온다. 이 글 쓰고 있는데 폰으로 행안부에서 내일 새벽 수도권 최대 8센티, 경기 북부 최고 15센티 눈이 온다고 안내문자가 왔다. 우리 동네는 수도권인데다 경기 북부인데, 사실 그 '경기 북부'가 포괄하는 지역이 넓어서 우리 동네를 말하는 건지 딴 동네인지 잘 모르겠음. 이럴땐 그냥 고양시, 혹은 의정부, 남양주 뭐 이런 식으로 정확하게 좀 짚어주면 좋겠다. 부디 눈이 많이 오지 않게 해주세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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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돌아오니 장미는 이미 너무 피어서 시들기 시작했고 알스트로메리아가 피어났다. 알스트로메리아는 확실히 흰색이 제일 예쁜 것 같다. 

 

 

주말에 신체리듬이 완전히 깨졌기 때문인지, 아니면 어제 매우 집중해서 글을 쓰면서 막바지에는 바로 그 순간, 즉 머리가 아니라 손이 움직여서 나는 그저 따라가며 쓰는 순간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무의식적 고양과 흥분 상태가 쉽사리 가시지 않았기 때문인지 잘 모르겠지만 새벽 늦게까지 잠을 이루지 못했다. 한시가 되기 전에 약을 조금 더 먹어보았지만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보통은 도움이 되는데. 그래서 세시간 가량밖에 못 자고, 그것도 온갖 꿈을 꾸며 얕은 잠이라 너무 피곤한 상태로 출근했다. (그리고 어제 글은 다 못 썼음. 손목 때문임 ㅠㅠ 아프지만 않았으면 아마 집중해서 끝까지 달렸을텐데. 차라리 그러고서 잠을 못 잔 거면 나았을텐데 ㅠㅠ)

 

 

그래서 정말 수면 부족 상태로 출근해서, 아침 일찍 사람들 나오기 전에 좀 졸기라도 해야겠다 싶었지만 그렇게 되지 않아서 할 일이 무척 많은 전형적인 월요일이었다. 일을 계속 했고 윗분과 회의도 하고, 하여튼 종일 여유가 하나도 없었다. 내일은 오전에 심지어 복잡한 회의도 진행해야 한다. 회의를 주재하고 나면 무척 진이 빠지고 힘이 든다. 예산 자료는 이것저것 방해를 받느라 다 못 만들었다. 이것도 내일 마쳐야 한다. 이번주는 화요일과 목요일이 제일 힘든 날이다. 아아 기운을 내자 아아아압! 스스로를 부양하는 독립토끼야 힘을 내라! 우렁이는 없다! (아 너무 슬퍼 흑흑)

 

 

손목이 다시 많이 아파서 오늘 퇴근길에 피곤함을 무릅쓰고 병원에 들렀다. 그래도 내가 다니는 동네 병원은 집에서도 가깝고 평일엔 저녁 늦게까지 진료를 해서 다행이다. 다시 아파졌다고 호소하자 손목을 쓰면 아플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가급적 많이 쓰지 않는게 좋다, 지난번에 다른 진통제 먹는다고 해서 약을 주지 않았는데 약을 먹는 게 좋겠다고 하신다. 물리치료도 받고 나왔다. 뜨끈한 찜질을 하니 너무 졸려서 한동안 유체이탈했는데 전기치료를 하자 오늘따라 좀 세게 틀어놔서 자극이 심해서 잠이 깨버림. 손목이 앙상하다 보니(도대체 다른 데는 둥실둥실인데 손목은 정말 앙상함) 아픈 곳을 돌아가며 패드로 밀착하면 마사지가 세질 때 손목뼈를 두들겨대게 된다. 근육과 살을 두들기면 그냥저냥 괜찮은데 손목뼈를 탁탁 두들겨대면 그야말로 괴롭다. 다음에 가서 손목에 패드들을 둘러주면 그 이야기를 해야겠다. 뼈를 살짝 우회해서... 라고 말하면 그렇게 해줄 수 있으려나. 

 

 

잠이 너무 모자란다. 늦지 않게 자야겠다. 정말 왜 이렇게 추운 걸까, 오늘은 몇년 전 엄마가 홈쇼핑에서 구매하여 내게 가져다주신 크고 두꺼운 구스 패딩을 입고 출근했다. 이것이 사실 내 몸에 비해 많이 커서 이 패딩을 입으면 내가 내 힘으로 걷는 게 아니라 패딩에 떠밀려서 걸어가는 느낌이다. 아마 재질 때문일수도 있다. 그 사이 둥실해져서 예전만큼 헐떡거릴만큼 크진 않다만(이것도 슬픈 일 ㅠㅠ), 하여튼 패딩에게 떠밀리고 끌려가며 출근함. 닥터 스트레인지 망토도 아니고. 그 망토는 능력도 있고 뽀대나는데 ㅠㅠ (패딩 입장에서도 '닥터 스트레인지는 멋있고 능력있지만 너는 한마리 토끼잖아' 라고 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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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사이 장미가 활짝 피었다. 굉장히 아름답다. 장미가 시들 때쯤 알스트로메리아가 활짝 필 것 같다. 구부러져 있던 마트리카리아도 물을 잘 먹고 나서 꼿꼿해지고 생생해졌다. 

 

 

늦게 잠들었고 일찍 깼다. 뒹굴거리다 조금 더 잤는데 두통과 손목 통증이 되살아났다. 금요일에 의사가 약을 줄까 말까 했을 때 달라고 할 걸 그랬다. 이미 붉은 군대 때문에 진통제를 먹고 있었고 그때는 손목이 별로 안 아파서 안 받았는데 주말에 글을 좀 써서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다시 손목이 아픔. 평일에는 물리치료 받으러 갈 시간이 없는데, 정 안되면 퇴근길에 들러 물리치료는 생략하고 진료와 약만 타야겠다. 근데 의사는 힘줄 염증이라고 했지만 계속 아프니 엑스레이를 찍어보고 싶다고 해야 하나, 설마 인대가 늘어난 건 아니겠지 하고 좀 잔걱정이 피어오름. 

 

 

다시 잠들었다 깨는 바람에 침실에서는 늦게 기어나왔다. 아점을 먹은 후 차를 마시면서 책을 읽고, 오후에 글을 좀 썼다. 간밤과 오후에 집중해서 열심히 썼는데, 집중만 되고 또 기력만 되면 오늘 몰아서 쓰고 마칠 수도 있는 정서적 흐름에 들어서 있었다. 그러나 손목 때문에 계속 쓰기가 쉽지 않았다. 이 메모를 마치고 이어서 쓰다 자려고는 하지만 아마 오늘 끝내지는 못할 것 같다. 내 생각 외로 타이핑에도 왼손이 많은 역할을 차지하고 있었다 ㅠㅠ 

 

 

월요병이 엄습해온다. 이번주는 상당히 바쁘다. 회계 마감도 연이어 있고, 행사도 있고 회의도 주재해야 하고 내년 계획에 대해 임원에게 보고도 해야 하고 예산협의도 해야 한다. 이 와중에 남의 부서에서 요청해온 무슨 심사에도 들어가줘야 한다. 왜 이렇게 할 게 많은가. 예산협의를 위해서는 지난주에 너무 하기 싫어서 막바지 작업을 미뤄두고 온 자료도 내일 추가로 만들어야 하고 숫자도 맞춰야 한다. 그리고 올해 사업 실적보고서도 뼈대를 만들어야 한다. 이러니까 내가 위염이 심해지고 몸상태가 안좋아지는 것임. 아아 기운을 내자 이얍. 

 

 

엄마랑 저녁에 통화를 하면서 '엄마, 월요병 때문에 내 머리카락 하나 뽑아서 나로 둔갑시켜 출근시키고 싶어요' 라고 했더니 엄마가 막 웃으셨다. 울엄마도 약해지신 게 분명하다. 예전 같았으면 '사람이 땀흘려 일하고 그 대가로 살아가는 거야' 라고 하셨을텐데. 아마 너무 추운데다 깜깜한 새벽에 출근해야 한다고 하니 맘이 약해지셨나봄 ㅎㅎ 

 

 

 

 

 

 

꽃 사진 몇 장 더 접어두고 마무리. 아아 월요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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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12. 17. 21:55

12.17 토요일 밤 : 장미, 쉬었음, 쓰는 중 fragments2022. 12. 17. 21:55

 

 

 

날씨가 매우 추운 것 같다. 오늘은 집에서 한 발짝도 나가지 않았고 난방도 내내 틀어놓고 있지만 베란다로 나가면 발이 시리고 코끝이 찌잉 하고 차갑게 얼어붙는 느낌이었다. 

 

 

일찍 깼다가 꽃상자만 안에 들여놓고 도로 잠들어서 9시 반쯤 깨어났다. 꿈을 좀 정신없이 꾸긴 했는데 이젠 기억이 잘 안 난다. 한시간 쯤 침대에 붙어 게으름피우다가 꽃을 다듬기 위해 일어났다. 오늘 도착한 꽃은 이름을 정확히 모르는 연분홍색 복숭아빛 커다란 장미 세 송이와 마트리카리아 몇대, 봉오리 상태의 흰 알스트로메리아와 루스커스였다. 장미가 화사하고 참 이쁘고 향기도 좋은데 이미 활짝 피어난 상태라 따뜻하게 난방하고 있는 집에서는 오래 가지는 못할 듯하다. 그래도 간만에 장미를 주문해서 좋다. 장미는 가만히 보고 있으면 이 세상의 아름다움이 바로 여기 있으며, 이런 아름다움이란 정말 신의 존재를 증명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든다. 

 

 

 

 

 

 

 

 

 

아침에 막 다듬어서 화병에 꽂았을 때 찍어둔 것. 그래서 아침 빛살 덕에 색이 푸르스름하다. 나머지 꽃 사진들은 맨 아래 잔뜩 접어둔다. 

 

 

쉬면서 보낸 하루였다. 오늘은 죽과 두부, 계란만 먹던 식단에서 벗어나 점차 정상적인 식사를 했다. 그래도 홍차는 연하게 우려서 마셨다. 책을 읽었고 늦은 오후에는 글도 썼다. 손목이 불편하지 않으면 좀더 오랫동안 많이 썼을 것 같은데 아쉽다. 이 메모를 열기 전에도 조금 더 썼다. 메모를 마친 후 이어쓰다 자야겠다. 내일까지 다 마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다음주까지 써야 할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최선을 다해 쓰고 있다. 

 

 

이제 글을 써야 하니 꽃 사진 아래 모아 접어두고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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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외부 출장이 있어서 평소처럼 새벽에 나가는 대신 아침에 조금 시간이 더 있었다. 그래서 아침을 만들어서 먹고 나갔다. 이른바 건강하지만 맛없는 조식 ㅠㅠ 아보카도 1/2, 삶은 달걀 1, 쌀빵 약간, 트러플향 감자수프, 민들레뿌리차.

 


민들레뿌리차는 위염으로 고생하는 나를 안쓰럽게 여기신 블로그 이웃님께서 추천해주신 것이다. 가격대가 조금 있기도 하고 맛을 보장할 수 없어 일단 몇개만 들어 있는 소포장으로 주문해보았는데 며칠 사무실에서 타 마셔보니 엄청 씁쓸한 것이 그냥 약이다 하며 마시기로 했다. 속은 정말 편한 것 같아서 30개들이를 어제 추가로 주문했다. 너무나도 감사합니다. 이것까지는 씁쓸하지만 뭐 아침마다 마시니까 맛없는 것까진 아니고. 삶은 계란도 매일 1개씩 식사 대용으로 먹었으니 나쁘지 않다. 쌀빵도 그렇고.




그러니 건강하지만 '맛없는'의 원흉은 아보카도! 실은 아보카도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아보카도란 본시 레몬즙이나 토마토나 올리브나 크림치즈나 하여튼 뭔가 가미하지 않으면 밍밍하고 미끄덩거려서 맛이 없다. 그런데 위염도 심하고 또 근 2주 가까이 검진 결과가 나쁠까봐 불안해 더욱 뭘 먹기가 불편했기 때문에 이것을 사서 후숙을 시켰다. 아침에 보니 두알 중 한알이 갈색이 되어 '어서 쪼개주오' 상태였다. 그래서 반으로 쪼개서 슬라이스해 그대로 조식 접시에.... 이렇게 놓고 먹었더니 물론 당연히 맛이 없다. 애초에 드레싱이고 뭐고 아무것도 없으니 당연하다. 수프에 조금씩 적셔서 먹으면서 '괴식 아닌가?' 하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건강할 줄 알았지만 별로 건강한 맛은 아니었던 저 감자수프는 컬리에서 사서 냉동실에 처박아뒀던 건데 아침에 데워서 같이 먹었다. 그나마 아보카도의 밍밍함을 잡아주긴 했지만 이것이 생각보다 좀 간이 세서 결국 드레싱과 소금간 안 한 아보카도와 계란은 이것으로 상쇄되고 '건강한'에 손상을 가함. 이거 때문에 먹고 나서 조금 배가 아팠으므로 결국 건강하지만 맛없는 아점이라기보단 '건강하려다가 말았던, 맛도 별로 없는' 아점으로 끝남. 이럴줄 알았으면 그냥 평소처럼 민들레차랑 계란이나 먹고 나갈 것을, 날씨도 춥고 바깥에 출장도 다녀와야 하고 새벽에 나가는 것도 아니니 오랜만에 차려서 접시에 놓고 먹고 나가려다 별로 이득을 못봄. 사진만 보면 별로 맛없어 보이진 않는데.


 

 

 




 

 




으깨서 빵에 발라서 그위에 뭔가 토핑이라도 얹어야 맛이 날텐데, 아니면 과카몰리... 이렇게 쪼갠 후 곧이곧대로 잘라서 먹으니 당연히 맛이 없을 수밖에. 알면서도 산 내가 잘못이지. 그나마도 한 알만은 안 팔아서 두 알짜리 샀는데 냉장고에 남은 반토막이 있고 거의 갈색으로 변해가는 나머지 한 알도 있다. 레몬즙 뿌리고 싶다 흑흑.


 

 

 

 




나 건강하오 하고 소리치는 아침밥 접시 ㅋㅋ 저 아보카도가 차라리 오이였으면 더 맛있었을 것 같다!

 




 




교훈 : 직접 끓이는 수프 외엔 믿지 말자.
(하지만 게을러서 수프를 다시 끓일 날이 올지 모르겠음)


 

 

 

 




민들레차. 




이 컵은 프라하 여행에서 마지막으로 들렀던 카페인 융만노바 광장의 별다방에 대한 기억 때문에 산 것이다. 우리 동네나 사무실 동네에는 리저브 매장이 없어 인터넷으로 주문해 받았다. 컵이 상당히 묵직해서 사실 내 손에는 과하다. 별다방 머그들이 대부분 무겁다. 세이렌 로고는 별로 안 좋아하지만 리저브 매장 컵들은 세이렌이나 스타벅스 글자가 적혀 있지 않고 디자인이 단순해서 마음에 든다. 하여튼 그래서 융만노바 별다방 생각하며. 민들레차 타먹었음. 커피가 아닙니다. 

 

 




 

 




흑흑 융만노바 별다방이라면 좋겠지만 여기는 화정 카페 자이칙입니다.

 




 

 




추운 날씨에 바깥 출장을 나갔는데 업무미팅 상대방이 코로나 확진으로 못나와서 흐지부지 취소가 되었다. 사무실에서는 반대 방향이고 다시 들어가기도 애매해서 뭔가 새옹지마로 일찍 귀가했다. (최선을 다해 열심히 했다면 사무실로 복귀해 1~2시간 더 일할 수도 있었지만 붉은 군대 때문에 정말 힘들었고 너무 춥고 길이 미끄러웠다) 그래서 차를 우려 마시며 남은 오후를 이렇게 좀 쉬었다. 이 차도 도라지차. 눈 딱 감고 홍차 마실까 하다가 진통제도 먹고 있으니 꾹 참았다. 이미 조식과 컵 사진으로 길어졌으니 티타임 사진 몇 장은 접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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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이 글은 tasty and happy 폴더에 따로 올리려고 했는데 적다보니 오늘 하루 얘기가 다 담겨 있어서 그냥 오늘의 메모로 덮어쓰기로 했다. 눈이 많이 왔고 날씨가 매우 추웠다. 밖에 멀리 나갔다 오느라 피곤했지만 그래도 잠시 사무실에서 벗어나니 그건 괜찮았다. 생각지 않게 미팅이 취소되어 뭔가 허탕친 하루였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덕분에 아침에 조금 더 자고, 또 오후에 차도 마셨음.

 




이른 저녁에는 너무 졸려서 30분 가량 침대에 들어가 잤고 조금 더 누워 있다가 저녁을 챙겨 먹었다. 오늘 들어오면서 잠깐 물리치료를 받고 왔는데 거기서 혈압을 재보니 검진 결과보다 낮았다. 이런 건 사실 수면 상태나 긴장 여부에 따라 들쭉날쭉하긴 하다. 하지만 오늘처럼 좀 이완된 경우만 있는 게 아니라 잠 모자라고 피곤하고 긴장되는 나날이 훨씬 많으니 낮게 나온 날이 정답이라고 하기도 어렵다. 예전 검진 결과들도 뒤적여보니 전반적으로 높진 않았지만 연도별로 크게는 20까지 차이가 났다! 그러니 병원 갈 때마다 다시 재봐야겠다.

 




이제 주말이라 다행이다. 붉은 군대와 맹추위가 겹쳐서 몸이 힘들다. 인후염이 좀 수그러들자 위염이 오고, 검진 결과에 대한 불안감이 해소되자 붉은 군대가 오시고, 또 손목은 계속 치료 중이니 뭔가 지속되는 통증들 ㅠㅠ 하여튼 이번 주말엔 글을 다 쓰는 것을 목표로...

 




눈이 많이 왔는데 그냥 지나가려니 그래도 좀 아쉬워서 집 앞 나무에 눈 쌓인 사진 한 장으로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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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부터 눈이 펄펄 내렸다. 잠시 소강 상태에 접어들었다가 점심 시간이 끝나갈 무렵 다시 펑펑 내리기 시작했다. 바람이 불지 않으면 눈 내리는 모습은 참 예쁘다. 그러나 계속해서 퇴근길 걱정, 부모님 걱정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얼마 전 아버지가 넘어져서 디스크가 재발해 수술을 앞두신 터라 길이 미끄러우면 지레 걱정이 됨) 하여튼 사무실 근방 골목과 가게 앞에 눈내리는 사진 몇 장 찍어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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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바빴지만 그나마 어제나 그저께보다는 나았다. 아침에 아주 일찍 출근해서 예전 건강검진 결과 메일들을 뒤적여보고는 두가지를 깨달았다. 첫번째, 이번에 조직검사를 해 간 위염은 처음 생긴 게 아니라 이전에도 있었다! 그런데 그때는 검사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냥 만성위염 증상 중 하나구나 하고 까먹어버린 것 같다. 여기서 사고가 두 갈래로 갈라지는데 1. 전에도 있던 거고 새로운 것이 툭 튀어나온 게 아니니 별 걱정하지 말자. 원래 끼고 살던 거니까  2. 아니 전에는 조직검사를 안했는데 왜 이번엔 한 걸까, 정말 모양이 이상하고 의심되어서였을까? 처음엔 1로 생각하다가 점점 2가 득세... 이것이 바로 잔걱정 많고 온갖 상상력이 풍부한 자의 특징 ㅜㅜ (맞습니다, 저는 엄청난 N인 것입니다) 그리고 두번째로 깨달은 건 거의 항상 열흘만에 결과가 왔지만 재작년 딱 이맘때 받았던 검사 결과는 거의 한달만에 왔다는 것이다. 연말에 그것도 서울에서 받으면 워낙 검사자가 많으니 늦어질수밖에 없나보다, 그러면 어차피 오늘이나 내일 나오지는 않겠네 포기해야겠다 하고 생각하자 갑자기 마음이 좀 나아졌다. 아마 한참 더 기다려야 한다는 생각에 뭔가 회피모드가 발동한 것 같다. 

 

 

 

그런데 오전에 내년 사업과 관계된 중요한 손님이 오셔서 한시간 가량 회의를 하고서 자리에 돌아와 점심 먹을 준비를 하는데 그때 톡으로 검진 결과가 나왔다는 알림이 왔다. 딱 열흘만이었다. 떨리는 손으로 메일을 클릭해 결과지를 읽었는데 다행히 조직검사 결과는 그냥 심한 만성위염이었다. 이것도 좋을 게 없다만(ㅜㅜ 심지어 지난번 처방해줬던 약보다 더 센 걸 줬으니) 그래도 이런저런 걱정으로 많이 불안했었으므로 다행이라고 스스로를 위안했다. 그외 걱정했던 몇 가지도 생각보다는 나았다. (상대적인 기준임) 전반적으로는 예전보다 몸 상태는 안 좋아졌다. 초음파 결과 기존에 있었던 결절에 이어 다른쪽에도 결절이 생기고. 이미 체중과 체지방률 증가, 혈압 상승 등은 현장에서 확인했으므로 충격이 덜했다. 안 좋아진 점들을 개선하기 위해 식이조절을 더, 규칙적으로 제대로 하고, 운동 시간을 더 늘려서 감량을 하고 좀더 몸을 돌봐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래놓고는 갑자기 편해진 마음으로, 아침에 싸온 죽을 내팽개치고 눈오는 골목으로 나가서 수제버거를 한개 해치우심. 완전히 조삼모사임 ㅠㅠ 이렇게 하고 말겠다! 하고 다짐한 후 돌아서자마자 정반대되는 극단의 행동. 이것이야말로 도스토예프스키 등장인물들의 행태임 ㅜㅜ 하지만 약과 식이요법 덕에, 그리고 인후염/손목통증약 복용이 끝나서 속이 부대끼던 것이 나아진 후에도 내내 죽만 먹고 불안에 떨며 우울해했던지라 나도 모르게 그만 폭발... 오늘 하루 뭐 어때! 하면서 ㅠㅠ 그나마 최소한의 양심이 가동되어 따뜻한 페퍼민트티와 함께 먹었다. 그리고는 소화를 시키기 위해 골목들을 좀 걸었다. 참회의 기분으로 적어둠. 그래도 저녁엔 계란찜과 밥 조금, 두부국 등 기존 식단으로 먹긴 했다(눈가리고 아웅!) 

 

 

 

집에 돌아오면서  끄라스느이 우골과 기도, 그리고 퇴근길 힘들다고 싫어했지만 어쩌면 오늘 내린 눈이 그런 마음의 응답이 아닐까 하고 혼자 생각했다. 감사합니다. 

 

 

 

 

 

 

 

 

바쁘게 일했지만 숫자와 단가를 맞추고 문구들을 만들어내는 것에 도통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이유도 알고 있다. 아직 며칠 기한이 있는데다 너무 하기 싫은 작업이기 때문이다. 윗분의 욕심에서 비롯된 것인데 실현가능성이 거의 없고 이 자료를 가지고 가서 헤드쿼터 본부와 논의를 할때도 나는 탁 터놓고 이것을 반영해주지 않아도 된다, 우선순위 아래로 내려달라고 할 작정이라서 그렇다. 그러니 당연히 뭔가 최선을 다해 빨리빨리 작업할 의욕 따위가 생길 리가 없음. 

 

 

하여튼 그래도 3분의 2 가량은 마쳐놓고 퇴근했다. 오늘 눈이 많이 온다고 해서 제일 따뜻한 어그부츠(엄마가 호주 여행에서 사다주셨었던 것으로 이것을 신고 영하 20도의 블라디보스톡에도 두번이나 갔었음)를 신고 왔는데, 이 부츠도 몇년 동안 신어서 늘어났는지 헐거워져서 발이 너무 아프고 걷는게 힘들었다. 어쩌면 너무 추울 때 양말 두개 껴신고 신다가 오늘은 기모스타킹만 신어서 그랬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지하철역 계단이 너무 미끄러워서 조마조마했다. 하여튼 무사히 귀가했다. 이 부츠는 이제 수명이 다 됐나보다. 아깝다. 안의 털은 아직 따뜻한데. 

 

 

붉은 군대가 오늘 저녁 도래하셨다. 약간 빠르게 오셨으나 오차 범위 이내였다. 아마 여행 다녀오느라 피곤했고 직후 몸도 아팠고, 또 업무 스트레스에 검진 스트레스가 겹쳤다가 긴장이 풀려서 그런 건가 싶다. 그래서 오늘의 굳건한 결심에서 식이조절도 운동도 다 사라졌음. 늦지 않게 자야겠다. 버텨보려다 좀전에 약을 먹었는데 아직 아프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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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남아 있던 이 하얀 천일홍이 오늘 다 시들고 말라버렸다. 그래도 2주일 가까이 구경했으니 괜찮은 편이었다. 사진은 초기에 찍어둔 것이다.





어제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심초사했으나 100% 해결, 아니 절반쯤 해결하는 것도 불가능했다. 그래서 2~30%라도 해결해보려고 오늘 아침에 예산과 행정을 담당하는 선임직원과 함께 의논하며 머리를 짜내고, 오후엔 실무 직원 몇명을 불러 추가 논의를 했다. 그래서 정말 2~30%는 어떻게 메꿀 수 있게 되었다. 나머지는 어쩔 수 없다. 포기해야 한다. 이건 네덜란드 둑 터지고 호떡집에 불난 데 이어 기름을 퍼붓는 격의 문제 발생이었다. 그러나 여기서 건져낸 일말의 좋은 점은, 이 문제를 들고 윗분에게 가서 이러이러한 상황이라는 것을 알려드리고, 이 문제의 근본적 원인은 윗분의 허황된 욕심(현실과 역량 파악이 안되고 그저 꿈만 꾸는)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아주아주 돌려서 조금은 자각시키고, 그래서 내년을 위해 또 마구 헛꿈을 뭉게뭉게 피우고 있던 것에 찬물을 끼얹어드렸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이런 충격요법이 좀 필요하기도 하다. 문제는 나쁜 결과를 책임지고 또 타개하는 건 이분이라기보단 나라는 거지 -_-




윗분이 마음대로 잡아놓은 외부인사 방문 일정이 있었는데 10명 가까이 우르르 몰려왔고 나는 인사만 하고 나가고 싶었으나 처음부터 윗분이 너무 사실관계를 착각하며 횡설수설하시기에 아무래도 안되겠다 싶어 곁에 남아서 중간중간 잘못된 정보를 발설하시거나 어버버하실 때마다 정정을 하고 부연설명을 해주었다. 그런데 회의 장소가 너무 추워서 온몸에 한기가 들었다. 요즘 위염이 심해 점심에 죽을 먹고 있는 관계로 그나마 다행히 식사는 같이 하러 가지 않아도 되었다. 오후 내내 아주 빡세게 일하다 퇴근했다.




퇴근 지하철이 엄청 만원이었는데 운좋게 금방 자리가 나 앉았다. 한참 졸고 있는데 지하철이 오늘따라 급정거가 심하고 또 승하차 문과 위치도 잘 못 맞춰서 다시 움직이고를 반복하더니만 급기야 어딘가에서는 아예 중간에 멈춰섰고 차량점검 때문에 잠시 멈춘다는 안내가 나왔다. 자다 깨서 어디인지도 모르겠다만 대충 시계를 보니 내려야 할 역에서 몇정거장 안 남은 곳이었다. 나중에 보니 삼송과 원흥역 사이였다. 어찌어찌 움직이더니 원당역에서 또 한참 정차했다. 뭔가가 고장나서 점검한다는 거였다. 이러다 한 정거장 남기고 못가는 거 아닌가 불안해했는데 다행히 우리 역까지 와서 급히 내렸다. 내리고 있는데 지하철에서 '이 지하철은 다음 역까지만 운행합니다' 라고 방송하는 게 어렴풋이 들렸다. 우리 역은 워낙 승하차 이용객이 많으니 그냥 어찌어찌 온 건가, 아니면 다음역이 좀 넓으니 거기까지 가서 지하철을 한쪽에 쑤셔넣어야 그 뒤 지하철이 갈 수 있어 그런건가 의문하며 어쨌든 불행 중 다행으로 빠져나왔다. 총 15분 가량 연착한 것 같다. 집에 돌아가는 길도 무척 추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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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분은 오늘도 강아지를 데려왔고, 그것까지는 그러려니 하려고 했는데 심지어 외부인사들이 방문한 공식적인 자리에도 강아지를 안고 나왔다. 내가 너무 놀라서 그 강아지 안고서 얘기하실 거냐고 했더니 방글방글 웃으며 '괜찮아~' 라고 하시는 것이었다. 아니, 안 괜찮다고요 ㅜㅜ 무슨 패리스 힐튼이십니까ㅠㅠ(이것도 워낙 옛날이야기ㅜㅜ) 결국 이분은 아무런 문제의식도 없이 강아지를 연신 쓰다듬어가며 업무와 공식적인 이야기들을 늘어놓으셨다. 참석한 분들은 거의 윗분과 안면이 있어 그나마 다행이긴 했지만 이분은 개인적 만남을 진행하는 게 아니라 회사의 공적 업무로 만나는 자리인데 정말 아무 생각이 없는 거였다. 천지분간을 못하시는 것이다.

 

 

 

결국 이건 내버려둘 수 없을 것 같아 오후에 '강아지 나도 너무 좋아하고 이뻐하는데, 사무실에 어제 하루 정도 데려오시는 거야 그렇다하는데 공식적인 자리에서 그렇게 안고 계시는 건 우리 회사에서 용인되는 범위는 아닌 것 같다, 그리고 임원들도 요즘 서울 출장이 많아 자주 오가시는데 불쑥 방문하셨을 때 윗분 사무실 바닥에 깔린 매트와 장난감과 간식, 무릎에 앉힌 강아지를 보면 너무 난감할 것 같다' 하고 말씀드렸다. 첨에는 '호호호 괜찮아~' 하고 방글방글 아무 생각없이 대꾸하시다가(이분의 '괜찮아'는 자기가 괜찮으면 모두 괜찮다는 뜻이다) 내가 진지하게 임원들 얘기를 하자 좀 멈칫하시더니 무슨 뜻인지 알았다고 대꾸하셨다.

 

 

 

좀 삐쳤을 것 같긴 한데 어쩔 수 없다. 반려 강아지 고양이 데리고 오고 싶어하는 직원들이 한둘이겠는가, 나도 키우고 싶지만 집에 혼자 둘 수 없어 못 키운다. 나도 강아지 키우고 싶고 데려오고 싶다. 근데 아직 반려동물과 함께 출근해 일하는 건 회사 규정이나 문화 상 용인 범위가 아니다. 우리 회사는 보수적인 곳이다. 그런데 윗분만 해맑게 호호 웃으며 강아지를 무릎에 앉히고 일하고(일도 별로 많이 안 한다), 심지어 외부손님 오신 자리에도 데리고 가서 호호 웃고 있으면 그걸 보는 부하직원들은 겉으로는 웃고 강아지 귀엽다고 해도 얼마나 속으로 기가 막혀하고 업신여기고 아니 윗사람은 해도 된다는 건가 하며 박탈감을 느끼겠는가. 이건 강아지를 데려오고 안 데려오고의 문제가 아니라 사리분별의 문제다. 정말 생각이 없어도 저렇게 해맑게 없을 수가 있나 어이가 없다. 강아지 무릎에 앉히고 지인들과 수다를 떨고 싶으면 집으로 초대를 하시든가 휴일에 반려동물과 함께 들어갈 수 있는 곳에서 사적으로 만나시든가 아니면 집에서 일을 하시든가 하셔야지요 ㅠㅠ 공과 사는 구분하셔야 하는 거 아닙니까 ㅠㅠ 너무 답답하다. 이러니까 내가 업무 외의 다른 스트레스들이 가중되어 위장에 빵꾸가 늘어나고 심해진 거라는 결론임. 흑, 슬픈 결론.

 

 

 

하여튼 오늘 좀 진지하게 말해두었으니 내일은 안 데려오시겠지 싶지만 또 그것도 모른다. 심지어 그 강아지는 본인이 키우시는 것도 아니고 부모님 댁에서 키우는 것을 자기가 요즘 좀 우울하고 싱숭하다고 '빌려온' 것이라고 한다. 아 그러시군요. 알겠습니다. 그런데 회사에까지 '빌려오시는 건' 너무합니다. 푸념할수록 온갖 이야기가 계속 나오니 여기서 끝.

 

 

 

 







늦지 않게 자야겠다. 내일은 오늘보단 덜 춥기를. 그런데 내일도 눈이 많이 온다고 한다, 흑흑... 검진 결과가 내일쯤 나와주면 좋을텐데. 일정상 내일쯤이면 나올 법도 한데 연말이라 더 늦어질 것 같긴 하다. 하긴 결과가 나와도 우울하겠지만, 불확실성을 안고 하루하루 보내자니 많이 지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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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은 토요일에 찍어둔 것이지만, 어쨌든 아직 봉오리 상태였던 아이리스 두 대 중 한 대는 오늘 귀가하니 반쯤 피어 있었고(이 사진의 아이리스보다 약간 덜 핀 상태였다), 페리에 병에 따로 꽂아둔 건 아직 안 피었다. 확실히 날씨가 추워서 그런지 서재 방에 두니까 좀 버티는 것 같다. 집에 도착하면 뭔가 두근두근한 마음으로 슬며시 서재 방에 들어가 끄라스느이 우골의 꽃병을 확인해보고, 아직 만개를 안 했으면 좀 기뻐진다. 원래는 만개해 있어야 기쁜 것 아닌가 싶지만. 

 

 

오늘 날씨도 참 궂었다. 오후부터는 눈이 펄펄 내렸는데 공기가 안 좋아서 흰 눈이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집에 갈 걱정만 되었다. 역시 이것도 나이가 들었다는 증거인 듯하다. 눈이 와도 예쁘거나 설레는 마음이 안 들고 출퇴근 걱정만 된다. 게다가 내일은 엄청 춥다고 하니 정말 출근이 힘들 것 같다 ㅠㅠ 나는 정말 러시아에서 한겨울을 보냈었는데 어째서 이젠 이렇게 겨울이 힘들고 추운걸 못 견디게 된 걸까. 이것도 역시 나이먹어서... 

 

 

오늘도 바쁘게 일했다. 아침엔 일찍 출근해 일하다가 9시 좀 넘어서는 갑자기 너무 피곤하고 졸려서 20분 가량 정신없이 졸았다. 어차피 그 시간대에는 사람이 없어서 졸아도 티가 안 남. 그나마 말이 통하는 선임직원과 어제 뻥뻥 터졌던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그간 있었던 업무상의 주요 문제들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었다. 윗분도 출근하셔서 이것저것 또 이야기를 나눠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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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생각지 않은 일이 또 생겨서 그거 해결하느라 정신없었는데, 이것에 이어 저녁에 퇴근 직전 또 생각지 않은, 그리고 이번에는 해결도 안되는 일이 발생했다. 이것은 문제의 히스테리 직원으로부터 비롯되었는데 숫자 계산을 잘못해서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갑자기 예산 잔액이 상당히 발생하게 되었다. 선임직원과 나는 너무 충격을 받았고 이건 도저히 해결할 방도가 없어 머리가 아득했다. 집에 돌아와서도 잠시 잊고 있다가 이 문제가 생각나서 이리저리 머리를 굴려봐도 방도가 없다. 그냥 빵꾸내고 지적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될 것 같다. 이 문제의 원흉은 50%는 계산을 잘못한 히스테리 직원이고 나머지 50%는 분별없이 욕심을 내서 이것저것 요구하셨지만 결국 제대로 된 맵을 그려내지 못하고 계산 능력이 역시 없었던 윗분이다. 너무 피곤해진다. 내가 이러니까 위장에 염증이 그렇게 심하게 생기고 센 약을 먹고 검사 결과를 기다리며 이렇게 전전긍긍하게 된 거야 이게 다 이 인간들 때문이야 ㅠㅠ 정말 너무 피곤하다.

 

 

철없는 윗분은 오늘 사무실에 자기 강아지를 데리고 왔다. 아니, 우리 회사는 반려동물과 같이 출근해도 되는 곳은 아닌데... 정말 모든 것이 자기 마음대로의 공주병 윗분 ㅠㅠ 아아아아아아아아.... 이건 내가 강아지 좋아하는 거랑은 상관없는 거라고 ㅠㅠ 비록 별도 사무실이긴 하지만 내내 자기 강아지를 무릎에 앉혀놓고 일을 하시고, 심지어 공사 현장에 내려가볼때도 그 강아지를 안고서 ㅠㅠ 정말 너무 철이 없다. 재택근무도 아니고... 그런게 용인되는 조직문화도 아니건만 ㅠㅠ 내가 이렇게 온갖 문제들을 해결하려고 애쓰는 동안 이분은 너무나 신나게 강아지를 안고 출근해 무릎에 앉히고 얼러가며 너무나 행복하고 해맑게 ㅜㅜ 

 

 

 

 

 

 

하여튼 막판에 발생한 예산 문제 때문에 너무 피곤한 상태로 귀가했다. 자전거를 20분 타고 밥을 좀 먹고, 엄마와 한참 통화를 하고 빨래를 널고... 그러고 났더니 벌써 9시가 되었다. 내 몸 상태가 별로인 것, 최근 몇년 동안 체중이 늘어나 둥실둥실해진 것, 이것저것 다 안 좋아진 것, 위장의 심한 염증, 기존과 달리 높아진 혈압 이 모든 것의 이유가 오늘 있었던 일들만 돌아보더라도 아주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노화야 물리적인 요인이라지만 그 나머지는 모두 업무와 인간들에게서 오는 스트레스/과로 탓이다. 그렇다고 이 요인들을 다 들어낼 수도 없고 어쩔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것들이니 식이조절을 하고 운동을 좀더 하면서 내가 자신을 돌보는 수밖에 없을 듯 ㅠㅠ 그러니 오늘 늦지 않게 잠자리에 들자고 결론. 어제는 일찍 누웠지만 생각보다 늦게 잠들었다. 아마 그래서 오늘 아침에 너무 피곤해 졸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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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 피곤한 월요일. 역시 월요일이라는 이름값을 함. 매일 6시도 안되어 일어나고 6시 20분~25분 사이에 집을 나서는데, 같은 시간대라도 월요일에는 지하철에 사람이 훨씬 많다. 이것도 신기한 노릇이다. 지하철에 시달리며 이미 녹초가 되어 사무실에 도착했는데 오늘 직원들 대부분이 휴가였고 윗분도 휴가였다. 우리 부서는 사무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데 메인이 되는 사무실에는 오늘 나 외에는 직원 1명밖에 없었다. 그나마도 이 친구는 10시 출근. 이런 날이면 마냥 좀 느슨해지면 참 좋겠는데 그게 그렇게 되지 않았다. 오늘 다시 네덜란드 호떡집이 개장했다. 호떡집 여러개까진 아니지만 둑이 터지고 호떡집 최소 하나는 개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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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분 대신 고위간부 회의에 참석해야 했고, 이분이 놓쳤던 다른 회의가 하나 더 있었다. 그것은 내가 들어갈 수 없는 종류의 회의였는데 우리 윗분은 정말 너무나 매사태평하고 해맑으셔서 그 회의 일정을 내일이라고 잘못 기재해놓고는 룰루랄라 오늘은 토끼가 다 해결해 주겠지 하고 계셨다. 이러다 어찌저찌 내가 대참해야 할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그 회의 안건들을 아침에 정신없이 체크하다가, 나중에 윗분과 연락이 되었다. 

 

 

안그래도 오늘 임원 주재 회의 안 들어가서 너무 행복하셨던 이분은 좀 눈치가 보였는지 후자의 회의는 본인이 참석하겠다고 하셨다(둘다 줌이었다) 이분은 보고하는 것을 너무 부담스러워하시고 또 말을 좀 두서없이 하시는 경향이 있어서 임원 주재의 고위간부회의를 정말 피곤해하셔서 어쩌다 내가 함께 참석하거나 자신이 휴가/출장일 때 내가 대참하면 너무너무 행복해하신다. 그걸 보면 참 투명하다. 좋은 의미인지 잘 모르겠지만. 하여튼 이분이 참석은 하셨지만 부서와 본부의 운영 상황에 대해서는 잘 모르시므로(아무리 말해도 백지가 됨) 계속해서 내게 메신저를 넣어 물어보셨으므로 이럴 거면 정말 차라리 내가 대참하는 게 나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미 그 앞 회의에도 들어갔고 나는 할 일이 많았다. 

 

 

 

 

 

 

생각보다 할일이 너무 많아서 정말 정신이 없었고 온갖 몰랐던 문제들이 터졌고 통화도 이것저것 쏟아졌다. 그래서 고적하고 여유있는 하루는커녕 무지 바쁘고 정신없이 일하다 퇴근했다. 오늘은 운이 없어 퇴근길 지하철에서도 자리가 나지 않아 서서 왔다. 귀가해서는 자전거를 20분 탔다. 피곤하니 더 타기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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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저녁으로 부모님과 통화를 해보았는데 아버지는 오늘 다녀오신 새 병원이 더 마음에 든다고 하시고 엄마는 비용도 더 비싸고 집에서 너무 멀어서 나중에 통원치료할때도 너무 힘들 것 같다고 계속 불만을 표하셨다. 요즘은 실비보험도 전액 커버가 안된다고 한다. 가격도 더 비싸고, 뭔가 신기술로 치료를 하는 곳이라는데 믿어도 될지 모르겠다. 우리 아부지는 고집도 엄청나고 한번 필꽂히면 남의 말도 안 들으시는 한편으로는 굉장히 아이같은 측면이 있어 실생활에선 엄마에게 많이 의지하신다. 돌아오면서 엄마와 통화하면서 '하시고 싶은대로 못하게 하면 나중에 계속 미련을 갖고 원망하실 것 같아요. 그냥 애기라고 생각하세요.' 라고 말씀드렸다. 나에게는 믿음직하고 든든한 아빠지만 엄마에게는 세월이 갈수록 더욱더 애기같고 철없는 남편인 것이다. 우리 엄마는 매우 현실적인 성격이기 때문에 그나마 다행일지도 모르겠다. 

 

 

오늘 점심 때 죽을 먹은 후 혹시나 하며 검진 사이트에 들어가 결과 조회를 해보았지만 당연히 아직 나오지 않았다. 기존에도 열흘 이상은 걸렸다는 것을 예전 결과 메일들을 보며 재확인했다. 아마 연말이니 더 걸릴 것 같기도 하다. 그때까지 이런 불안감을 품고 노동을 하며 일상을 영위해야 하니 그다지 편안한 상태가 아니다 ㅜㅜ

 

 

 

 

 

 

 

하여튼 늦지 않게 자야겠다. 6시간도 못 자서 매우 피곤하다. 내일 엄청 추워진다는데, 오늘 귀가할 때 비가 주룩주룩 왔는데 부디 내일 새벽 출근길엔 비도 눈도 안 오기만을 바란다. 옷이야 껴입는다지만 새벽 출근할 때 비오고 눈오면 너무 힘들다. 꽵. 

 

 

 

손목 약은 내일이면 다 떨어지는데 병원 갈 시간이 날지 모르겠다 ㅠㅠ 퇴근하고 와도 진료를 받을 수 있을지 미지수임. 조금 나아지긴 했지만 그렇다고 정상으로 돌아온 것도 아니고... 어제는 아침에 게으름피우며 누워 있는데 오른쪽 귀에서 삐 하는 전자음 비슷한 이명이 좀 들려서 더 피곤했다. 역시 스트레스 과다야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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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