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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3.03.21 3.21 화요일 밤 : 역시 아주 바쁘고 피곤한 하루
  2. 2023.03.20 3.20 월요일 밤 : 바빴는데 더 슬픈 사실은...
  3. 2023.03.19 3.19 일요일 밤 : 꿈, 왜 하필 론인가, 배워보고 싶긴 한데, 성한 데가 없음, 구출 좀...
  4. 2023.03.18 3.18 토요일 밤 : 고마운 엄마토끼, 둠즈데이 북, 몸이 안 도와줌, 짜투리 꽃들 2
  5. 2023.03.17 3.17 금요일 밤 : 과로의 여파로 잠도 설침, 역시 너무 바빴음, 엄마 서프라이즈
  6. 2023.03.16 3.16 목요일 밤 : 떨어진 꽃송이, 죽어라 일만 함, 이상한 블라디보스톡 꿈
  7. 2023.03.15 3.15 수요일 밤 : 너무 정신없이 바쁘고 피곤했음
  8. 2023.03.14 3.14 화요일 밤 : 향기 넘치는 선물, 오늘도 정신없이 노동하고 돌아옴, 알람시계를 사야 하나, 그러고 보니
  9. 2023.03.13 3.13 월요일 밤 : 현실은 노동 계곡, 그나마 재택이라 다행, 바빴음, 축하해요 브렌든 4
  10. 2023.03.12 3.12 일요일 밤 : 피곤한 현실이 꿈에도 그대로, 그래도 시작, 도사리고 있는 불안감, 과로와 자신을 분리할 수 있다면
  11. 2023.03.11 3.11 토요일 밤 : 커튼을 달아야 할텐데, 왜 추운 걸까, 통화 후 우울해짐, 그래도 시작이라도 4
  12. 2023.03.10 3.9 금요일 밤 : 과로의 결과, 어쨌든 일도 계속 함
  13. 2023.03.09 3.9 목요일 밤 : 그저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ㅜㅜ 2
  14. 2023.03.08 3.8 수요일 밤 : 매일 다른 꿈, 국면 전환은 된 것 같지만 불신은 여전함, 노동과 피로의 구렁텅이 2
  15. 2023.03.07 3.7 화요일 밤 : 노동 테트리스, 꿈들, 너무 힘든 일상들
  16. 2023.03.06 3.6 월요일 밤 : 월요일부터 넉아웃
  17. 2023.03.05 3.5 일요일 밤 : 읽기 쉬운 꿈, 심신의 회복이 요원함, 좀 나은 한 주가 되길
  18. 2023.03.04 3.4 토요일 밤 : 심신이 닳아서 뻗어 쉼, 꿈, 아직 시작하지 못함 2
  19. 2023.03.03 3.3 금요일 밤 : 너무 지침, 그래서 오늘도 짧음
  20. 2023.03.02 3.2 목요일 밤 : 너무 바빴던 결과 짧음
  21. 2023.03.01 3.1 수요일 밤 : 과로, 쉬어서 다행, 꿈, 한번에 하나만 4
  22. 2023.02.28 2.28 화요일 밤 : 석류와 꽃, 어렵고 피곤한 행사를 마침, 그러나 산 너머 산, 내일 쉬니까 그걸로 일단 만족하자 2
  23. 2023.02.27 2.27 월요일 밤 : 정말정말 바빴음, 다같이 너무너무 힘든 것으로 결론 2
  24. 2023.02.26 2.26 일요일 밤 : 여행이 남겨준 책갈피, 순서대로 읽는다, 그냥 쉬었음, 다시 월요일이 온다 2
  25. 2023.02.25 2.25 토요일 밤 : 꽃값도 당연히 오른다, 꿈, 엘러리 퀸, 재앙의 거리, 쓰지는 못하고 책만 읽는 중 2

 

 

 

오늘도 바쁘고 지치는 하루를 보냈다. 재택근무였다는 점만 좋았으나 이제 내일부터는 다시 새벽에 일어나 출근해야 한다. 

 

 

각종 복잡하고 꼬여있는 일들에 시달렸다. 내일은 작년 사업 성과에 대한 심사에 들어가 인터뷰를 해야 하는데 이것이 또 너무 부담이 된다. 흐흑. 부디 내일의 이 과제를 무사히 넘길 수 있기를. 모레에도 아침 일찍 최고임원께 모종의 사업에 대한 복잡한 보고를 드려야 한다. 내일과 모레는 정말 여러가지 미팅들이 줄줄이 잡혀 있고, 조금 전 저녁에도 굉장히 피곤한 일에 대해 아주 말귀가 안통하는 다른 부서의 선배 부서장과 협의를 하라는 얘기를 들었다. 생각할수록 그저 피곤하고 머리가 아프기만 하다. 

 

 

일요일부터 오른쪽 눈에 이물감이 들고 계속 뻑뻑하고 좀 괴로운데, 안과를 가봐야 하나 싶다. 공기가 건조해서 그런건지, 뭔가 염증이 생긴건지. 너무 모니터를 많이 보며 일을 과도하게 하니 눈이라고 멀쩡할 리가 없긴 하다. 내일 새벽 출근을 해야 하니 늦지 않게 자야겠다. 삶의 기쁨이란 무엇일까, 매일매일 스스로를 부양하며 독립적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것 자체로 만족하면 되는 것일까. 생각하지 말자. 피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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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월요일답게 매우 바빴던 하루였다. 내내 일했다. 줌 회의도 들어갔다. 그런데 이번주 중 오늘이 스케줄로만 봐서는 제일 여유있는 날이었다는 것이 슬프고 무서운 사실임. 내일도 엄청 빡빡하다. 최악은 수요일과 목요일임. 휴...




그나마 오늘과 내일 재택이라는 것만 위안이다. 예기치 않게 떠맡은 공사 때문에 온갖 어려움을 겪었다만 유일하게 좋은 측면. 그러나 수, 목은 빡센 일정 때문에 사무실에 나가서 계속 대면회의와 보고에 들어가야 한다.  




늦지 않게 자야겠다. 바깥 공기도 안 좋고 건조해서인가 계속 눈이 뻑뻑하고 아프다. 모니터를 너무 오래 보며 일해서인지도 모른다. 노동의 결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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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이번 주말은 아무것도 안하고 책만 읽고 쉬었는데도 순식간에 다 지나갔다. 아니, 글을 조금 쓰기는 했으니까 아무것도 안 한 건 아니다. 사실 책을 읽은 것도 뭔가 하긴 한 거지. 

 

 

 

 

새벽에 몇번 깼다 잤다 반복했다. 아침 꿈에서는 해리 포터 5와 스타워즈 에피1 보이지 않는 위협이 뒤섞여서 나왔다. 뭔가 복도 같은 통로를 달려서 헬레나 본햄 카터의 벨라트릭스 레스트랭을 매우 닮은 여자와 광선검(!) 결투를 벌이고 있었는데 나는 혼자가 아니었고 파트너가 하필 론 위즐리였다(이 시리즈 읽는 내내 론 한번도 좋아해본 적 없음) 꿈속에서 레스트랭으로 추정되는 이 적은 이미 시리우스(..로 추정되는 누군가)를 해치웠고 그 이상한 거울인지 차원 공간인지 그런 것을 등뒤에 대고서 우리와 싸우고 있었다. 그런데 어째서 마법도 지팡이도 아니고 광선검으로 싸우고 있었는지 나도 잘 모르겠다. 아마 내 무의식은 마법지팡이보다는 광선검인가보다. 결투의 분위기는 내가 스타워즈 시리즈 중 가장 좋아했던 결투 씬인 다스 몰과 콰이곤 진, 오비완 케노비의 3인 검투랑 비슷했음. 그런데 왜 날 옆에서 도와주는 인간이 콰이곤이나 오비완이 아니라 론 따위란 말인가! 원래부터 론에 대한 신뢰나 애정이 전혀 없었던 탓인지 꿈에서도 이놈은 하나도 도움이 되지 않았음. 내가 하나하나 다 정보를 알려주고 코치를 해줘야 했다. 아니 이렇게 쓰다 생각해보니 혹시 이넘이 나 자신의 열등의식이나 뭐 그런 건가 ㅠㅠ 아니면 일터에서 온갖 문제 해결을 해나가는데 아무도 도와주지 않기 때문에 고군분투하는 현실의 반영인지도... 하여튼 이렇게 싸우다가 복도 한편으로 돌아서 벽 뒤로 숨었다. 이렇게 싸우다가 퍼뜩 깨어나서 엄청엄청 피곤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이런 피곤한 꿈을 꾼 이유는 손목이 너무 아프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어젯밤에 글을 쓰려고 해보았지만 왼쪽 손목의 통증이 재발해 너무 뻐근하고 쑤셔서 포기했기 때문이다. 그 여파로 꿈에서도 손목을 휘둘러 검투를 벌였을지도 ㅠㅠ 어깨도 아프고 온몸이 너무너무 쑤셨다. 비몽사몽 침대에 누워 게으름피우면서 '검도나 펜싱이나 사격을 좀 배우면 좋겠다, 그런데 손목도 아프고 어깨도 아프니 아마 근방에 그런 학원이 있다 해도 이 몸뚱이로는 안되겠지?' 하고 백일몽에 잠겼다. 나는 엄청난 저질체력에 운동도 너무 못하고 완전 몸치인데 신기하게도 항상 검도, 펜싱, 사격은 배워보고 싶었다. 근데 사무실에 나오는 아르바이트생 중 하나가 검도를 배운다고 해서 좀 물어보니 엄청 힘들고 온몸에 멍이 든다고.. 내 손목 상태로 가능할지 모르겠음. 뭐가 됐든 운동을 좀 하긴 해야 한다. 몸이 너무 엉망이다. 그런데 현실은 일에 치어 아무런 기력이 나지 않아 집에서 그나마도 하던 자전거나 유산소마저도 등한시하고 있음 ㅠㅠ 

 

 

 

 

손목이 계속 아파서 하는 수 없이 방금 진통제를 먹었다. 2월에 처방받아온 후 병원도 안 가고 약도 안 먹었는데... 확실히 과로가 누적되어서 그런 것 같다. 그리고 미세먼지와 건조한 날씨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오후부터 내내 눈이 뻑뻑하고 이물감이 든다. 생각해보니 간밤에 누웠을 때 목이 너무 아프고 온몸이 쑤셔서 설마 뒤늦게 코로나에 걸린 건가 하고 좀 걱정했었음. 

 

 

 

 

오후에 둠즈데이 북을 다 읽었다. 역시나 후반부에서 너무 눈물이 났다 ㅠㅠ 이래서 이 책은 다시 읽을 때마다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단 말이야. 그리고 글도 좀 썼다. 코스챠가 주인공으로 등장했기 때문에 좀 가볍게 시작하고 있다. 이 메모 마친 후 좀 더 쓰고 싶은데 손목 통증 때문에 가능할지 잘 모르겠다. 

 

 

 

 

아직 사무실 쪽 공사가 끝나지 않아서 내일도 재택근무를 한다. 유일하게 월요병을 달래주는 요인이다. 아침에 한시간 반쯤 더 자고, 지하철을 타지 않고, 편한 옷을 입고 일할 수 있겠지. 해야 할 일들은 너무나도 많다. 누가 제발 나 좀 구해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월요일을 맞이한다 ㅠㅠ 

 

 

 

 

 

 

 

 

 

 

꽃 사진 몇 장 더 아래 접어두고 일요일 메모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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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완전히 집에 착 달라붙어 보낸 토요일. 

 

 

간밤에 엄마가 주무시고 가실 줄 알았는데, 교회 친구분들의 집요한 연락에 오늘 점심을 같이 먹어야 한다면서 결국 밤늦게 부천으로 귀가하셨다. 무거운 반찬과 국, 과일 바리바리 싸오시고 심지어 집 청소까지 다 해주셨는데, 잠이라도 자고 가야지 왜 밤중에 집에 가시냐고 울부짖어보았지만 아침에 분주한 것보단 밤에 집으로 돌아가 주무시는 게 낫다고 부득부득 ㅠㅠ 붙들고 늘어지다가 결국은 포기하고 대신 택시를 불러드렸다. 엄마에게 너무 고마우면서도 미안했다. 다행히 우리집에서 부천으로 가는 길은 금요일 밤엔 잘 뚫려서 30분도 안되어 잘 도착하셨다. 

 

 

완전히 피곤하고 지쳐서 뻗어 잠들었다. 요즘은 새벽엔 4시 이후부터 깨는 편이었는데 간밤엔 화장실에 가고 싶었던 건지 뭣때문인지 새벽 2시 반에 잠깐 깼다. 도로 잠든 후 다시 새벽부터 몇번 깨기를 반복하며 계속 다시 잤다. 아침엔 또 정신없고 복잡한 꿈에 시달리다 깼다. 깨어나니 온몸에 멍울이 지고 아프기 시작했다. 몸 상태를 보니 그날이 일주일 이내로 다가올 것만 같다. 하여튼 너무 피곤해서 뻗어버린 토요일이었다. 

 

 

엄마가 어제 가져다주신 맛있는 반찬과 국이 잔뜩 있어 밥을 잘 챙겨먹었다. 그리고 어제 저녁에 엄마와 청소를 했기 때문에 오늘은 청소를 하지 않고 더더욱 게으름을 피웠다. 

 

 

쉬면서 차를 마시고 책을 읽었다. 아주 오랜만에 코니 윌리스의 둠즈데이 북을 다시 읽었다. 좋아하는 소설이긴 한데 후반부가 너무 슬프기 때문에 다시 읽으려면 항상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 이미 몇년 전부터 다시 읽고 싶었으나 코로나 시국이 되면서 더욱 마음이 무거워지고 기분이 이상해질 것 같아 미뤄두고 있었는데, 옥스퍼드 시간여행 시리즈 중 가장 가볍고 코믹한 '개는 말할 것도 없고'를 다시 읽다가 이제는 코로나도 잦아들었으니 다시 읽어볼까 싶어서 간밤부터 펼쳐들었다. 역시 재미있다. 거의 십년만에 다시 읽는 건가 싶기도 하다. 아니, 메르스 때도 한번 읽었으니까 십년까진 안된 것 같다. 시간여행과 과거의 페스트, 현재의 인플루엔자라는 전염병을 다루는 이야기인데 코로나를 겪은 후 다시 읽으니 역시 생각했던대로 느낌이 새롭다. 

 

 

오후에 글도 약간 썼다. 이 메모를 마친 후 조금 더 쓰다 잠자리에 들 생각인데 얼마나 쓸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시작하고 나니 그리 어렵게 풀릴 것 같지는 않은데 이번주에 너무 과로해서 그런지(머리도 많이 썼고 문서작업도 원체 많이 했다) pc 앞에 앉아 타이핑하는 게 너무 지친다. 이 메모를 쓰고 있는 중 급속도로 등 근육이 당기고 쑤시기 시작하는데다 왼쪽 손목도 뻐근하고 아파서 그냥 내일로 미루고 책을 더 읽다가 자러 갈지도 모르겠다. 

 

 

짜투리 꽃과 루스커스 잔가지를 모아서 아주 조그만 푸딩 유리병에 꽂아두었다. 저녁이 되자 라넌큘러스 한송이, 시넨시스 몇대 짜투리가 추가되어 이 유리병 두 개를 더 꺼냈다. 사진 속의 거베라와 라넌큘러스 봉오리, 루스커스는 서재 방의 책꽂이에 올려두었다가 끄라스느이 우골로 옮겨두었다. 그 사진 몇 장 접어두고 오늘 메모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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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귀가하면서 보니 아파트 앞 화단 나뭇가지에 꽃망울이 분홍색으로 오밀조밀 맺히기 시작했다. 
 



 
 

 
 


 
잠을 아주 설쳤다. 어제 너무 과로하며 머리를 쓰고 무리했는지 잠이 잘 오지 않았다. 늦게야 잠들었으나 꿈에 시달렸고 온몸이 너무 쑤시고 아팠다. 그리고 아침에 완성해 제출해야 하는 숙제 때문에 계속 신경이 쓰였다.



일찍 출근해 7시 전후 도착, 정신없이 자료를 작성해 다행히 9시 반쯤 완료해 내고 나서 폭풍처럼 미팅 2개를 진행, 이후에도 내내 정신없이 일했다. 사람 문제로 계속 머리가 아팠다. 그러다 오후에 외근을 갔고 그게 빨리 끝나서 6시 전에 귀가했다.



그래서 평소보다 빨리 저녁을 막 먹고 설거지를 하고 났는데 생각지 않게 엄마가 부천에서 오셨다. 서프라이즈! 심지어 삼치조림, 소고기무국, 오뎅볶음, 계란말이, 큰 딸기와 천혜향 등 온갖 진미를 싸오심. 무거웠을텐데 어떻게 들고 오신거야 ㅠㅠ 이럴줄 알았음 밥 안먹을걸 왜 말 안하고 오셨냐고 원망. 당연히 내가 아직 안 왔을 거라 생각하셨다고ㅠㅠ 내가 오늘 다른 때보다 좀 일찍 오긴 했다. 하여튼 그래서 엄마만 저녁 드시고 난 딸기를 먹고... 그러고나서 쉬시면 좋은데 집 청소를 ㅠㅠ 으앙 좌불안석! 집, 욕실, 베란다까지ㅠㅠ 넘 감사하긴 한데 좌불안석!!!




하여튼 오랜만에 생각지 않게 엄마가 오셔서 반갑고 좋다. 오늘 주무시고 가시기로 함. 수다떨다 자야지. 주말이라 다행이고 너무 힘든 한 주였는데 엄마를 보니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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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라넌큘러스는 수명이 그리 짧지 않은 편인데 이번에 온 꽃은 너무 금방 활짝 피어서 일주일 남짓 볼 것 같다. 줄기가 가늘고 속이 비어서 꽃송이 무게를 버티지 못하고 꺾이는 경우가 많다. 그런 녀석 한송이, 아까워서 찻잔에 띄움. 겹겹의 레이스 드레스를 펼쳐놓은 것처럼 예쁘다. 

 

 

이 꽃 구경 외엔 아무런 낙이 없었고 정말 죽어라 일하고 또 일하다 지쳐서 나가떨어진 하루였다. 재택근무를 했지만 7시 반부터 pc에 접속, 6시 반까지 중간에 점심 먹은 것 외엔 꼼짝달싹하지 못하고 정말 일하고 또 일했다. 눈이 뽑히고 어깨가 빠지고 허리가 끊어지고 손가락이 부러질 것 같았다. 좀 나아지고 있었던 왼쪽 손목 통증도 재발했다. 재발을 안 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일이 많이 남았다. 내일 아침까지 끝내야 하는 자료가 있는데 오늘 계속 기한이 더 빠듯한 것들이 날아들어와서 결국 다 못하고 지쳐서 pc를 껐다. 내일 일찍 출근해서 10시 전까지 나머지를 다 만들어서 보내고 그 이후부터는 또 업무 미팅이 두개나 있다. 지치고 힘들고 괴롭다. 빨리 자야겠다. 내일은 다시 새벽 출근. 

 

 

아침 꿈에 블라디보스톡에 갔다. 4년만이라고 하면서 좋아했는데, 꿈속에서 나는 sns인지 업무 때문에 건너건너 알게 된 것인지 하여튼 현지에 살고 있는 커플과 조우하게 되었다. 그들은 분명 우리 나라 사람들이었는데 나중에는 중국쪽과 연관이 있는 것처럼 바뀌었다. 이들이 나를 스베틀란스카야 거리와 해변 앞의 아드미랄 포킨 거리로 추정되는 곳(왜냐하면 꿈속에서 블라디보스톡의 제일 도심으로 갔는데 실제로 이곳이 그런 도심이니까)으로 데려갔는데 꼭 명동이나 다른 나라 번화가 같았고 더 넓었고 가게들도 싹 바뀌어서 '아니 그 사이에 너무 변했는데' 라고 생각했다. 이들은 나를 아주 신형 건물 2층 안쪽의 이탈리아 레스토랑으로 데려갔는데 메뉴를 보는데 다들 너무너무 비쌌고 좀 이상해보이는 것들이었다. 블라디보스톡에서는 본 적이 없는 종류의 식당이었다. 그래서 음식을 고르지 못하고 있었는데 커플이 식사를 마치면 2차로 중국 음식점에 가자고 해서 당황하고... 그러다 메뉴판을 보면서 업무 얘기를 하고 등등 ㅜㅜ 엄청 정신없고 피곤한 꿈이었다. 블라디보스톡 생각을 요즘 좀 하긴 했는데, 가고 싶어서라기보단 쓰기 시작한 글의 소재와 약간 연계가 되어 있어 그렇다. 그랬더니 꿈에 이런 식으로... 거기에 이상한 메뉴판과 고를 수 없는 이상한 음식, 업무 얘기 등등 현실의 괴로움과 마음의 방황이 뒤죽박죽... 오늘은 이런 꿈 안 꾸고 푹 잘 수 있으면 좋겠다. 손목이 아프니 여기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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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오늘의 위안은 팔로우하는 인스타의 고양이 밈 계정에 올라온 햇살같은 오렌지 냥이. 모습도 표정도 포즈도 모두 푸쉬킨의 루슬란과 류드밀라에 등장하는 고양이 같다. 

 

 

아주 바쁘고 지치는 하루였다. 공사가 계속되고 있어 오늘은 재택근무를 하다가 오후 늦게 멀리 시내 출장을 나갔다. 이게 더 피곤하다는 걸 깨달았다. 일찍 일하다가 오후 늦게 정신없이 지하철 타고 시내까지 나가서 일을 하고, 늦게 끝나서 완전히 만원 지하철을 타고 귀가. 오늘은 정말 사람이 많았다. 일도 너무너무 지치고 힘들었다. 사람 문제들이 겹치면서 더 피곤하고 힘이 든다. 다른 일을 하며 먹고 살 방도가 있을까 정말 진심으로 고민이 된다. 너무 지쳐서 그런 것 같다. 

 

 

늦지 않게 자야겠다. 그러고보니 간밤엔 꽤 많이 잤는데 왜 이렇게 피곤하고 머리가 아프고 숨이 답답한지 모르겠다. 화병인가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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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노동을 마치고 지친 몸으로 귀가했는데 소중한 벗이자 이웃인 다샤님께서 보내주신 장미향 샤워젤과 바디 컨디셔너 선물이 와 있었다. 정말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꽃 중의 제일은 장미, 향기 중의 제일도 장미! 

 

 

 

 

 

 

핑크 라넌큘러스와 선물상자 색깔마저 맞춤!!!

 

 

 

 

 

 

예전부터 좋아하던 향이다. 정말 너무 감사해요 흑흑 감동... 특히 목욕이 힐링 타임인 내게는 정말 귀한 선물!!!

 

 

...

 

 

오늘은 업무미팅이 있어 다시 새벽 출근을 했다. 사무실에 들어가서 버텨보려 했으나 공사 때문에 너무 소음이 심하고 먼지와 냄새도 엄청나서 결국은 옆 건물의 스마트워크센터로 피신을 했다. 확실히 그렇게 메뚜기처럼 일을 하면 손에 잘 잡히지가 않는다. 원체 필요한 자료들도 많고 통화를 해야 할 일도 많아서 쉽지가 않다. 옆에 다른 부서 사람들도 계속 왔다갔다 하니까 그들과 인사도 하고 또 오랜만이니 얘기도 하다 보면 더욱 집중이 안된다. 점심은 헤드쿼터의 선배 부서장과 먹었는데 이분이 아주 스마트하고 일처리가 탁월한 분이시지만 그 반대급부로 좀 냉정하고 성과중심주의에 인정사정이 좀 없는 편이다. 그래서 잘 이야기를 하다가도 마음 속으로는 '아 정말 냉정하구만' 하는 생각이 든다. 가차없다고 해야 하나. 그리고 명령과 지시를 내리는 쪽에만 익숙해져 있는 분이라, 사실 어떻게 보면 지금의 최고임원과도 많이 닮았다. 어찌됐든 앞날이 피곤하리라는 것은 변함이 없다. 

 

 

오후에는 내내 회의에 시달렸고 조금 늦게 퇴근했다. 집에 돌아오니 너무너무 지쳤다. 내일은 오후에 시내까지 멀리 출장을 나가야 한다. 골치아프고 피곤하다. 잠도 모자란다. 어제 분명 그리 늦지 않게 누웠는데... 졸리지 않았던 것도 아닌데 아마 너무 두뇌를 혹사시키고 노동을 하고 났더니 머리가 잘 식지 않아서일수도 있고, 또 노동만 하고 자려니 너무 아까워서 쓸데없이 딴짓을 하다 더 늦게 자게 되는 것일 수도 있다. 스마트폰이 문제임. 알람을 새로 장만할까... 폰으로 알람을 맞춰놓고 사니까 폰을 치워버리려 해도 안되고... 역시 알람 시계를 사야 하려나보다 흑흑. 

 

 

꿈을 뭔가 또 복잡하게 꿨고 역시나 길 못 찾거나 교통수단이 연관된 꿈이었던 것 같긴 한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 기억이 안 나니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하며, 오늘은 너무 늦지 않게 자야겠다. 자꾸 오늘이 수요일 같은데 이제 겨우 화요일이다 흑흑. 

 

 

..

 

 

오 그런데 생각해보니 오늘이 화이트데이구나... 화이트데이에 장미향기 선물 주신 다샤님 너무너무 다시한번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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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나도 쿠마처럼 저렇게 꽃밭에 누워 하염없이 봄날을 만끽하고 싶다. 현실은 노동의 계곡. 
 
 
 
 

 
 
 
 
핑크 라넌큘러스가 생각보다 더욱 급속도로 피어나고 있다. 이렇게 금방 피면 빨리 시들텐데 흑흑. 그래도 활짝 피어날수록 예쁘다. 
 
 
오늘은 재택근무를 했다. 사무실 쪽 공사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일은 오후 늦게 업무 미팅이 잡혀 있어 어쨌든 다시 새벽 출근을 해야 한다. 재택이라 아침에 약간 더 잘 수 있었고 지하철 출퇴근길과 화장과 옷과 마스크로 지치지 않았던 것이 오늘의 좋았던 점이다. 그 외엔, 역시 잠은 모자랐고, 꿈을 피곤하게 꿨고, 너무너무 바빴다. 차석임원이 던진 숙제가 너무 많아서 하루종일 콩쥐+신데렐라처럼 일을 하고 또 했다. 그런데 황소도 두꺼비도 안 나타나고, 그네 타러 갔다가 감사를 만나는 행복도 안 생기고 요정대모 덕에 무도회에 가는 일도 안 일어나고 전반부에서 끝없는 일만 하는 파트에만 도돌이표로 갇혀 있는 콩쥐 신데렐라라니, 정말 아무짝에 쓸모가 없지 않은가! 
 
 
종일 바쁘게 일하다 하루가 갔다. 내일은 다시 새벽에 일어나야 한다. 
 
 
참, 브렌든 프레이저씨 오스카 수상을 축하합니다! 다들 미이라 주인공으로 익숙하시겠지만 사실 나는 어린 시절부터 그를 좋아했었고... 내가 브렌든 프레이저 좋아한다고 하면 다들 '그 미이라 주인공?!' 하고 귀를 의심하곤 했다. 사춘기 시절 국내 비디오 출시제목 <원시 틴에이저>에서 빙하기에 얼어붙었다가 90년대 엘에이에서 깨어난 원시인 미청년을 연기한 모습을 본 이래 쭉 좋아했는데 ㅎㅎ 조지 오브 정글을 정말 좋아해서 디뷔디도 소장하고 우울할 때마다 돌려봤는데 하도 이사를 많이 다녀서 그 와중에 그 디뷔디는 처분해버렸던 것 같다. 그때만 해도 정말 멋있었는데. 생각해보니 근육질에 덩치가 좋고 웃는 모습이 해맑아서 내가 좋아하는 타입이었나보다 :) 이언 맥켈런과 함께 나왔던 갓 앤 몬스터도 좋아했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미이라가 빅 히트를 치면서 뭔가 내가 좋아했던 그 프레이저와는 좀 다른 식이 되었다만. 더 웨일은 기사나 평을 읽어보면 고통스러워서 영화를 볼 수 있을 것 같지가 않다만, 어쨌든 축하해요 브렌든. 소녀시절의 두근거림이 되살아나는 듯. (도대체 뭐가 두근거렸다는 거냐고 하신다면... 흑흑 이 사람 옛날엔 멋있었다고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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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에는 비가 오고 날이 너무 어두웠다. 일찍 깼다가 날씨 때문에 도로 잠들어서 열시 반 쯤에야 일어났다. 꿈에 계속 시달려서 몸은 계속 피곤했다. 새벽 즈음부터 최종적으로 깨어나기 전까지는 계속 아주 얕은 잠을 자면서 회사와 사람들과 일에 대한 아주 생생한 꿈을 계속해서 꿨고 잠결에도 자신이 몸이 쑤시고 아파서 계속 돌아눕고 뒤척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니 당연히 자고 일어나서도 피곤할 수밖에. 마지막 꿈에서는 이상한 식당의 키오스크에서 음식을 주문해야 하는데 동전 세개를 넣어야 했지만 지갑에서 꺼낸 동전이 자꾸만 사각형의 놋쇠 열쇠고리나 전혀 다른 모양의 물체로 변해서 실패를 했다. 다른 꿈에서는 또 뭔가 제대로 이어지지 않는 교통수단이 나왔던 것 같다. 요즘 꿈에서는 계속 회사 사람들이 나오고 또 일에 대해서도 아주 자세하게 묘사가 된다. 어지간히 피곤하고 스트레스를 받는 모양이다. 
 
 
 
날씨가 급속도로 추워지는 것이 느껴진다. 난방을 올리면서도 가책이 들지 않을 정도의 추위라고 해야 하나. 어제는 오한이 들어서 잠들기 전까지는 난방을 켰다가 껐는데 지금은 다시 올려두었다. 
 
 
 
어제 엄마와 통화 후 이성적이라기보다는 전적으로 마음의 상태 때문에 확 가라앉고 우울했었는데 한두시간 후 달력을 체크해보고 현실적으로 어떻게 시간을 낼 수 있을지, 가능한 선택지가 무엇인지 생각해보면서 그 비합리적인 우울감에서 좀 벗어났다. 하지만 여전히, 이런 상황에서 여름에 시간을 내서 엄마와 여행을 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그리고 좀처럼 시작하지 못했던 글을 드디어 시작했다. 한두 문장만 시험삼아 적어두려 했는데 당초 생각보다는 좀 다른 방식으로 글이 풀리기 시작해서 한 페이지 가까이 쓰고 잤다. 오늘 오후에도 반 페이지 가량 더 썼다. 아마 주말에만 쓸 수 있겠지만 어쨌든 시작하게 되어 다행이다. 
 
 
 
내일은 재택근무를 한다. 사무실 공사를 하기 때문이다. 목요일에 차석임원이 던져준 쓸모없고 과중한 과제를 절반도 하지 않은 채 내일로 미뤄둔 터라 내내 기분이 찜찜하다. 내일 일찍 vpn에 접속해서 그 숙제부터 해야겠다. 다시 일주일이 시작된다. 과로와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계속해서 정말 어렵고 과중한 미션과 지시들이 내리덮치고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 인사와 개편마저 다가오고 있으니 직원들도 모두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 시기라 더욱 힘이 든다. 나는 이번 인사에는 해당되지 않을 것 같긴 한데 100% 확실한 것은 없고 어쨌든 그리 멀지 않은 언젠가는 다시 지방 본사로 발령받을 수도 있으므로 항상 불안감이 도사리고 있다. 아 모르겠다. 한번에 하나씩만. 이제 글을 조금 더 이어쓰다가 잠자리에 들어야겠다. 
 

 
 
 
 

 
 
 
 
 
 
핫핑크 라넌큘러스가 서서히 피어나고 있다. 꽃과 티타임 사진 몇 장 아래 접어둔다. 오늘은 비오고 흐려서 빛이 화사하지 않았기 때문에 별도 티타임 포스팅 없이 그냥 여기 접어두고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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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질 무렵 서재 방. 책이 상하지 않게 하려면 커튼을 달아야 하는데 게으름의 결과 꼬박 2년이 넘게 지나도록 이렇게 내버려두고 있다. 이사오면서 책을 절반 이상 정리했고 책장의 5분의 1 정도는 비워두었는데(사진에 보이지 않는 나머지 두 면에도 책장이 있음) 이제는 다시 꽉 찼다 ㅠㅠ 조금 더 쌓이면 액자를 들어내려고 한다. 맨 윗칸에 액자를 놔둔 이유는 사실 책을 자꾸 사지 않으려고 의도적으로 배치했던 건데 처음엔 좀 효과가 있었으나 이제 그 약효도 다 떨어짐. 

 

 

기온이 많이 올랐는데 정작 나는 간밤부터 계속 추웠다. 오후에도 거실에 있는 내내 희미한 오한이 들어서 짚업을 걸치고 있었고 결국은 '기온이 올라도 내가 추우니 어쩔 수 없다' 하며 보일러를 켰다. 몸이 좋지 않아서 그런가 싶다. 막상 잠잘 때 더우면 힘드니까 자기 직전에 난방을 끄거나 해야겠다. 

 

 

잠을 적게 잔 건 아닌데 끊임없이 너무 현실적으로 일에 시달리는 꿈을 꿨기 때문에, 그리고 아침엔 거의 2~30분마다 자다깨다 하며 이런 꿈에 시달렸기 때문에 매우 피곤하게 깨어났다. 무의식의 스트레스 지수도 상당히 높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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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전에는 엄마와 통화를 하고 나니 너무 기분이 우울해졌다. 원래 올해 초여름 쯤 엄마와 여행을 가려고 했었다. 엄마는 계속해서 나와 함께 유럽에 가고 싶어하셨고 나는 올해 같이 가자고 해뒀었는데 그러고 나서는 사실 연초부터 회사의 엄청난 변화와 최고임원의 압박, 온갖 방식으로 몰아치는 과도한 업무와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스트레스 때문에 원래 생각했던 기간에 그 정도의 휴가를 내고 여행을 갈 수 있을지 엄두가 나지 않고 생각할 여력조차 없어져 버렸다. 엄마는 통화로 친구분이 딸들과 4월말에 여행가는 얘기를 꺼내시며 내가 바쁠테니 올해는 안 가도 된다고 했는데 그게 사실은 안 가도 된다는 게 아니라 친구 얘기에 슬며시 기분이 안 좋아지고 질투가 나서 우리는 언제 가는 거냐고 떠보고 싶어서 말씀하신 거였음. 

 

 

 

나는 연초부터 이 여행에 대해 계속 생각은 하고 있었으나 지금으로서는 정말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라 이런 얘기를 들으니 사실 굉장히 스트레스가 되고 기분이 확 가라앉았다. 엄마에게는 지금 회사가 정말 폭풍 속에 휘말려 있고 매일같이 일에 짓눌려서 이런 체제에서는 과연 그렇게 여러 날 동안 휴가를 낼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서 일단 이번달은 지나봐야 한다고 말씀드렸고 엄마는 안 가도 된다고 하셨지만 내심 실망하신 눈치였다. 나도 근속휴직이라도 쓰고 6월 즈음 좀 쉬면서 엄마와 여행을 가고 싶지만 이런 상황에서 그런게 가능할지 솔직히 모르겠고, 눈앞의 어려움이 너무 크다 보니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버겁고 지친다. 하루하루를 감당하는 것도 벅차서 간신히 버텨내고 있는데 엄마와 통화를 하고 나니 좀 비합리적이리만큼 기분이 우울하고 가라앉았다. 아마 상황에 대한 제어가 전혀 안되고 앞날도 너무 모호한데다 일에 너무 지쳐서 모든 것을 그만두고 싶은 와중에 엄마가 여행 얘기를 꺼내시니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속상해져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쓰면서도 기분이 좋지 않고 계속 우울해진다. 이게 이렇게까지 기분이 가라앉을 일인가 싶은데 이상하게 많이 우울하다. 이게 혹시 내가 이렇게 지치고 힘든 것에 대해 부모님에게 공감을 받지 못해 섭섭한 건지도 모르겠다. 눈앞의 현실이 너무 버거우니 여행 모시고 갈 기력 자체가 생기지 않는 것이다. 

 

 

 

마음 같아서는 5~7월에 좀 쉬고 싶은데 근속휴직 석 달을 제도적으로는 쓸 수 있지만 실질적으로 업무 자체의 마비와 책임감을 차치하고라도 이런 시기에는 정말 엄청난 후환을 몰고 올 것을 각오하지 않으면 엄두를 낼 수가 없다. 한 달을 써보는 것도 어려울 것이다. 

 

 

 

 

 

 

 

오늘의 메모를 마친 후 글을 시작해보려 했는데 엄마와의 이런 통화로 갑자기 기분이 가라앉아서 이 메모도 생각보다 늦게 쓰고 있다. 글을 시작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저녁까진 조금 더 머릿속에서 이야기를 발전시켜보고 있긴 했는데. 그래도 오늘은 적어도 파일을 생성해두고 제목이라도 얹어놓는 노력은 좀 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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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전에 추가. 

 

 

 

우울했던 마음이 좀 나아졌다. 글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파일을 열고 제목과 시간/공간적 배경만 얹어두려 했는데 앞의 한 문장을 쓰자 생각보다 훨씬 쉽게 첫 문단이 풀려나갔다. 아마도 주인공이 단순하고 좀 귀여운 인물이기 때문인 것 같다. 좀 더 쓸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몸이 피곤해서 일단 이렇게 보험용 첫 페이지를 걸어두고 오늘은 마무리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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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의 과로와 조기출근, 야근이 겹쳐 컨디션이 너무 좋지 않았다. 어제는 귀가하는데 극심한 피로 때문인지 눈꺼풀이 덜덜 떨리며 계속해서 저절로 감기고 머리가 텅 비는 느낌에 움직일 때마다 피가 다 빠져나가는 기분도 들었다. 요즘 과로의 나날이라 그런지 매일같이 이따금씩 현기증에도 시달린다. 일이 밀려 있었지만 이 몸 상태로는 안되겠다 싶어 오늘은 작년에 남아 있던 휴가를 하루 쓰고 쉬었다. 통째로 쉴 수 있었던 건 아니고 오후엔 일을 해야 했다만 어쨌든. 

 

 

너무 힘이 들었는지 자고 또 잤다. 열한시 쯤 잠든 것 같은데 열시가 다 될 때까지 깼다가 도로 자고, 또 자고를 반복했다. 마음만 먹으면 오후 늦게까지 계속 자버릴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업무 연락도 왔고 너무 많이 자는 것도 몸에 좋지 않을 것 같아서 정오 전후 침실에서 나왔다. 온몸에 기운이 하나도 없었다. 

 

 

아점을 먹고 차를 우려 마신 후에야 정신이 좀 들었다. 약간 쉬고 쥬인과 오랜만에 통화를 한 후 괴로워하면서 pc를 켜고 어제 차석임원이 떠맡긴 <만고에 쓸모없는> 숙제를 좀 했는데 정말 너무 하기가 싫었다.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대충 골자만 짜놓고 파일을 닫아버렸다. 월요일 아침 일찍 나머지를 해야겠다. 그외에도 최고임원이 지시한 신규과제 때문에 다른 부서와 연락을 주고받고, 출장을 가신 윗분과도 업무 카톡을 하며 오후와 저녁을 보냈다. 휴가인지 아닌지. 

 

 

그래도 잠을 좀 몰아서 자고 집에 있었더니 몸은 좀 나아졌다. 심신의 과로가 너무 심해서 그런 것 같다. 오늘 휴가낸 대가를 다음주에 제대로 치르겠지 ㅠㅠ 그래도 어쨌든 오늘 출근 안 한 건 잘한 결정 같다. 기력이 너무 없다. 머리를 쓰는 것도 이제 지쳤다. 옛날처럼 팩팩 돌아가지도 않는 머리인데 ㅠㅠ 그래서 더 힘든가보다 흑흑. 

 

 

 

 

 

 

알스트로메리아가 활짝 피어서 거베라랑 잘 어울린다. 그러나 알스트로메리아는 곧 다 시들 것이다. 이미 꽃잎이 여러 장씩 떨어지고 있다. 

 

 

꽃과 티타임 사진 몇 장 접어두고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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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정말 너무너무너무 바빴던 하루였다. 야근하고 이제 귀가했다. 말로 형용할 수 없이 바빴다. 그리고 어제의 그 부서와 업무와 개편에 대한 문제 때문에 자기 뜻대로 되지 않아 좀 삐친 차석임원에게 불려가 숙제를 잔뜩 받았고 이분과 점심을 먹으며 기분을 맞춰드리느라 진짜 체하는 줄 알았다 -_- 너무너무너무 바쁘고 또 바빴다. 머리가 너무 어지럽고 눈이 절로 감겼다. 그 임원에게서 받은 숙제는 결국 다 하지 못하고 중간에 끊고 퇴근해야 했다. 

 

 

사진은 동네 별다방에서 케익 상자에 적어준 메모. 들고 올 땐 몰랐다가 냉장고에 넣으려고 박스를 뜯으려다 보니 손글씨가 있어 감동. 우리 동네 이 별다방이 가끔 이런 아기자기하고 감동적인 메모를 남겨준다 :) 이것만이 오늘의 좀 훈훈한 순간. 그 외는 모두 폭풍과 해일과 암흑 ㅜㅜ 너무 늦어서 동네 파파이스(새로 생김!)에서 치킨이랑 버거 따위로 대타락하고 돌아옴. 먹을 땐 맛있었지만 목마르고 소화도 잘 안됨 흑흑 자업자득. 이것만 소화되면 잠자리에 들어야겠다. 아아 일하는 거 정말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힘들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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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인스타 알고리즘으로 나타난 어느 시트러스 정원 풍경. 새벽 출근길 지하철에서 두 눈의 위안이 되어 받아두었다. 녹색이 가득하다. 저 벤치에 앉아 와인을 마시고 취해서 낮잠이라도 자고 싶다. 

 

 

오늘도 바빴다. 위안이라면 어제보단 조금 덜 바빴다는 것이다. 오늘도 꿈을 정신없이 꾸었다. 이것도 위안이라면 어제보단 덜 힘든 꿈이었다는 것이다. 꿈에서 나는 드라마를 보듯 첩보 소설을 읽고 있었고 거기에는 르 카레가 만들어낸 등장인물들 중 내가 좋아했던 길럼이 나왔다. 주인공은 이상한 학교를 찾아가고 그곳에서는 이상한 오리엔탈리즘으로 왜곡된 여자와 교장선생, 학생들이 그를 맞이했다. 여자는 어떤 음모를 꾸미고 있었지만 주인공은 그것을 알아채지 못했거나, 일부러 무시하며 무심하게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그 이후에는 그 모든 것들이 문자화되어 나는 책장을 넘기고 있었고 그 책장을 넘기면서야 그 주인공 남자가 길럼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급속히 흥미를 느꼈으나 그 이후 잠에서 깼다. 그때가 새벽 네시 반 즈음이었고 '아, 아직 한시간은 더 잘 수 있다' 라고 생각하며 억지로 잠을 청했다. 

 

 

지난주 금요일에 우리 부서 업무들과 관련해 나를 너무 힘들게 했던 충격적인 문제는 오늘 좀 다른 국면을 맞이했다. 애초에 이건 차석임원의 말도 안되는 고집과 비합리적, 감정적 반응에서 비롯되어 꼬였던 건데 오늘 최고임원이 그런 얘기를 단칼에 자르고 그나마 합리적인 방향으로 지시를 했다고 한다. 애초에 이게 이렇게 힘들 문제가 아니었는데 다 전자의 이상한 옹고집과 성질머리 때문에 꼬인 것이었다. 가뜩이나 최고임원이 기관총처럼 발사해대는 엄청나게 많고 어려운 신규 과제 지시에 정신도 없고 몸이 모자라는데 -_- 하여튼 오늘 좀 나은 방향으로 바뀐 것 같긴 하지만 여태 하도 많이 뒤통수를 맞고 어려운 일들을 겪어온고로, 정확하게 결정되어 내 손 안에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믿을 수가 없다. 불신의 계곡에서 살고 있음. 불타는 호떡집들이 가득한 네덜란드 구멍뚫린 둑에서 불신의 계곡까지 노동과 피로의 구렁텅이... 

 

 

너무 졸려온다. 조금만 더 버티다 자러 가야겠다. 피곤하고 또 피곤하다. 내일 일정도 아주 빡세다. 헉헉. 

 

 

여성의 날이라고 료샤와 에릭에게서 각각 축하 메시지가 왔다. 무척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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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역시 정말 바쁘고 힘들게 일한 하루였다. 중간엔 최고임원께 업무 보고를 하러 가야 했다. 갈때마다 어려운 숙제가 하나씩 더 생기므로 정말 괴롭다. 정말 죽어라 일하지만 미션들이 과중하니 매일 해결되는 일은 아주 적고 그 위에 계속해서 새로운 과제가 쌓인다. 원래부터 테트리스 같은 종류의 게임을 싫어하고 또 못했는데 노동 현장에서 내가 이런 테트리스에 짓눌리고 있으니 더욱 괴롭기 짝이 없다.




새벽 꿈을 너무 피곤하게 꿨다. 부모님과 동생과 함께 아주 멀고 외딴 거리에서 택시를 잡아야 했다. 간신히 잡은 티코처럼 작은 택시는 길을 찾아야 한다면서 나와 동생만 태우고 골목을 빠져나갔고 나는 부모님을 태워야 한다고 언쟁을 벌이다 중간에 그 택시에서 내려 다시 동생과 함께 부모님이 기다리는 거리로 왔다. 그러고는 아무리 해도 택시가 잡히지 않았다. 카카오도 먹통이었다. 가야 하는 길이 나오지 않았고 타고 갈 차도 니타나지 않아 괴로워하다 깼다. 길을 찾지 못하고 차도 오지 않고 오더라도 잘못 타거나 중간에 내려야 하는 꿈. 이것도 너무나도 현실의 나와 마음의 상태를 읽기 쉬운 꿈이다ㅠㅠ




일에 대한 꿈도 생생하게 꿨는데, 나를 너무 피곤하게 만드는 문제의 히스테리 직원이 전화로 말도 안되는 요구를 늘어놓는 꿈이었다. 이것도 매우 피곤했다. 이렇게 꿈에 시달리다 5시 반쯤 깨어나고 이른 아침 출근을 해 정신없이 일에 짓눌리는 일상의 반복.




친한 선배 본부장이 너무 힘들다며 점심을 같이 먹자고 했다. 나도 당연히 너무 힘들었으니 서로의 힘든 상황을 토로하고 푸념했다. 이렇게까지 과도하게 몰아치고 힘들게 만드는 이 상황이 과연 정상일까, 우리가 어디까지 버틸 수 있을까 함께 의문했다 ㅜㅜ



오늘은 제발 피곤한 꿈을 꾸지 않고 푹 잘 수 있기를. 내일은 덜 바쁘기를 빌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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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3. 6. 21:11

3.6 월요일 밤 : 월요일부터 넉아웃 fragments2023. 3. 6. 21:11

 

 



너무 힘든 하루였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빽빽하게 꽉 짜인 일정으로 죽어라 일했다. 또다른 과제들이 떨어졌다. 그리고 지난 금요일에 나는 내가 너무 과로로 지쳐 이성적인 판단력이 좀 흐려져 흥분했던 거라 생각했지만 오늘 제반 상황을 보니 당시 나의 대응은 너무나 이성적이고 또 화낼만한 것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런다고 뭐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만. 그냥 산 너머 산일 뿐. 



야근하고 귀가했다. 지금도 업무 메일을 하나 더 보내야 해서 pc를 켜고 추가로 일을 좀 더 했다. 정말 너무 힘이 든다. 일과 자신을 분리할 수 있는 현명함을 갖추고 싶은데 그러려면 어떤 최소한의 공간과 여유가 필요한 것 같다. 올해는 연초부터 정말 힘들고 또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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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피곤하게 잤다. 아침 꿈에는 회사와 사람들, 최고임원, 기묘하고 비합리적인 지시들, 이상한 맛이 나는 음식, 그리고 아주 오래전 고등학교 동창이 나왔다. 우리는 군대 막사나 학창 시절 집단으로 수련회 같은 것을 갔을 때 몇십명이 모여 자야 했던 그런 방에 누워 잠을 청해야 했다. 그리고 일렬로 배열된 테이블들 앞에 쭉 선 채 최고임원이 직접 조제한 음식을 모두가 먹어야 했는데 그건 발사믹 식초인지 다른 신맛 나는 조미료인지 뭔가가 아주 많이 들어간 뭔가였다. 포크를 잘못 놀려서 그것이 수란처럼 터지며 시큼한 액체가 흘러나왔다. 꿈에서 깨어났을 때도 그 맛이 입안에 그대로 남아 있는 느낌이었다. 이런 꿈들의 의미는 뭐 조목조목 분석해볼만큼 깊은 것도 아니다. 과도한 업무지시와 온갖 문제들로 스트레스를 엄청나게 받고 있는 것이다. 
 
 



새벽에 잠들어서 8시간 좀 안되게 자고 일어났다. 오늘도 쉬면서 하루를 보냈다. 날씨는 따스한 것 같았지만 공기는 나빴다. 오늘은 문득 바다를 보러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은 아직 시작하지 못했다. 얼추 흐름은 잡았지만 과연 이 글을 쓰게 될지 잘 모르겠다. 심신에 어느 정도 힘이 있어야 글을 쓸 수 있는데 조금 회복될라치면 다시 지쳐버리니 참 쉽지 않다. 
 



 
이번 주말은 어딘지 쉬면서도 찝찝한 마음이 들었고 편하지 않았다. 이유도 알고 있다. 금요일에 일 때문에 너무 스트레스를 받았고 예기치 않은 소식과 시련에 좀 감정적으로 행동했기 때문이다. 최선의 행동은 아니었다. 과로와 충격으로 이성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었다. 아마 이것이 어떻게든 해결되지 않으면 계속 찝찝할 것 같다. 그리고 이 문제의 해결은 내 손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니고 윗분이 어느 정도 몫을 해주셔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더 그런 것 같다. 모르겠다, 내일이면 뭐든 어떻게 되겠지. 내일 해야 할 일이 아주 많다. 오전에는 너무 힘든 과제를 놓고 다른 부서들과 회의를 해야 하고, 오후엔 면접심사에도 들어가야 하고 또 업무 관련 회의도 해야 한다. 복잡한 자료도 하나 정리해야 한다. 정신없이 하루가 지나갈 것이다. 뭐 요즘은 거의 매일 그런 식으로 정신없이 나날을 보내고 있으니 놀라운 일도 아니다. 
 
 



 
당연히 월요병에 시달리고 있다. 부디 이번주에는 심신이 덜 힘들기를 바라며, 늦지 않게 잠자리에 들어야겠다. 
 
 



 

 

 
 
 


 
꽃 사진 몇 장 접어두고 마무리. 미니 거베라와 하얀 알스트로메리아, 베로니카 몇 송이. 그리고 접어둔 사진들 속에는 지난주 푸른난초님께서 보내주신 프리지아도 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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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기 전에 추가 ..





나는 뭔가 지금 위로를 받고 싶고 어디 기대어 자고 싶은 기분이다. 눈앞에 쌓여 있는 일들과 모호한 안개 같은 나날들을 빨래처럼 개켜 어디론가 처박아두고, 아니, 다 태워버리고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아주 평탄하고 하얀 모래가 깔린 바닷가를 걷다가 편안한 의자에 앉아 좋은 사람과 실없고 따뜻한 잡담을 나누다 꿈도 없이 깊게 낮잠을 자고 싶다. 정말 많이 지친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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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종일 쉬면서 보낸 토요일. 

 

 

어제 심신이 너무 지친 상태였는데 야근하고 돌아와 저녁을 늦게 먹었고 또 일 때문에 윗분과도 한참 통화를 하느라 결국 자정이 넘어서야 잠자리에 들었다. 아주 피곤하게 잤다. 꿈도 많이 꿨다. 이른 아침에 깼다가 도로 자기를 반복했다. 피로 때문인지 자도 자도 끝이 없을 것 같았다. 열시 전후 간신히 깨어났다. 더 자고 싶었지만 이미 많이 잔데다 머리도 등과 허리도 너무 아파서 억지로 잠에서 깨어났다. 그리고는 뒤척거리며 침대에 좀더 붙어 있었다. 

 

 

꿈에서 리투아니아에 가 있었다. 하지만 내가 여름에 갔던 그 빌니우스의 모습은 아니었다. 나는 맥도날드와 버거킹, 롯데리아를 합쳐놓은 듯한 붉은 주황색 계열의 어느 패스트푸드 식당 홀에 있었다. 거기서 나는 외국 아이들에게 뭔가를 가르쳐야 했다. 한글을 가르치는 일 같았는데 꿈에서는 영어로 이야기했다. 원래 그 일을 하던 영원한 휴가님께서 내게 잠깐 대타를 부탁하셨다. (꿈속 등장!) 꿈속에서 나는 아주 천천히, 또박또박, 크게 영어로 말을 해야 했는데 아이들은 얌전하게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고 있는데 갑자기 어떤 아빠와 아이가 다가왔고 음식 주문을 했다. 그건 내가 맡은 일이 아니었지만 젊은 아빠는 너무나 당연한 듯 내게 주문을 했다. 나는 그 주문을 들고 카운터로 갔고 거기서 일을 하고 계신 영원한 휴가님께 내용을 전달하고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다 퍼뜩 깼고 도로 꾸벅꾸벅 졸았다. 아마 자기 전에 블로그 포스팅을 봤기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뭔가 뒤섞인 것 같다. 하여튼 꿈에서 다시 뵈어서 반가웠습니다 :)

 

 

한시가 다 되어서야 침실에서 기어나와 청소와 목욕을 하고 밥을 먹은 후 차를 마시며 책을 읽고 쉬었다. 너무 지쳐서 좀처럼 기력이 돌아오지 않았다. 아마 어제 너무 스트레스를 받았던 모양이다. 그래도 좀 쉬고 나니 머리가 다시 맑아졌다. 어제 과로가 극에 달해 평소보다 감정적으로, 좀 성급하게 결론을 내리고 행동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사람이 심신이 너무 지친 상태가 되면 이성적인 판단력이 흐려지기 마련이다. 

 

 

얼마 전 새로 구상한 글에 대해 오늘 좀더 생각을 했다. 머릿속으로 스냅 사진이나 영화 컷들처럼 짧은 장면장면들을 떠올려보았다. 운이 좋다면 오늘부터 써볼까 했는데 시작하지는 못했다. 두 주인공이 만나는 첫 장면을 어디에서 시작할지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어디든 큰 상관은 없을 것 같다만. 하여튼 이 글을 마치고 파일을 열어볼까 생각 중이다. 내일 하루를 더 쉬면 다시 다음주 일주일을 버틸 힘을 조금이라도 더 얻을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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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어제보다 더 바빴다. 그리고 우리 부서 업무와 인사, 조직 개편 관련해 너무 비합리적인 모종의 조치에 대한 정보를 뒤늦게 알게 되어 이를 더 알아보고 대처하는 과정에서 너무 빡쳐서 감정적으로 순간 너무 힘들어 잠깐 눈물까지 났다. 그야말로 분노의 눈물 ㅠ 하여튼 곧 이성을 회복. 이래저래 야근하고 늦게 돌아왔고 귀가 후에도 이 일과 관련해 윗분과 한참 통화. 아 모르겠다. 뭐가 어떻게 되든, 나만 움직이지 않게 해주면 다행이다 하며 체념 모드. (그것도 미지수)





너무 피곤하다. 많이 자고 쉬면 내일은 좀 나아질듯. 갑자기 눈이 막 감기는데 저녁을 늦게 먹어서 아직 누울 수가 없다. 조금만 더 버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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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진짜 바빴던 하루. 완전히 녹초가 되었다. 왜 이렇게 할 일이 많을까ㅠㅠ 그래서 오늘 메모는 엄청 짧게 쓰고 끝낸다. 더 써봤자 아침부터 저녁까지 무슨무슨 일을 했고 무지무지 바빴다는 얘기 뿐일 거라서. 내일은 오늘보다 덜 바쁘기를. 근데 내일도 할 일이 엄청 많다. 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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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달력 넘김. 1월과 2월이 너무 고되고 힘들었기에 어서 2월이 지나가기만을 바랐는데, 막상 3월이 오니 두렵다. 일이 계속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데다 또다른 변화들도 예상되기 때문이다. 어쨌든 오늘은 쉬어서 좋았다. 어제 너무 심신 양측으로 과로를 한 탓에 밤늦게까지 오히려 잠이 오지 않았다. 머리도 너무 아프고 그날이 다 끝나가는데도 통증이 심했다. 결국 자정 넘어서 진통제를 먹었고 그 이후 한시가 다 되어서야 간신히 잠들 수 있었다. 몇 주 동안 계속 반쯤 몸살 상태인 것을 억지로 몸 상태를 유지해가며 일하고 있는 것 같다. 

 

 

오랜만에 하늘을 나는 꿈을 꿨다. 꿈 속에서 나는 푸른 숲과 산, 강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그리 높지 않게 날고 있었다. 헤엄치듯 두 팔을 휘저으며 날아올라가 활강했고, 그 비행은 점차 낮아지면서 도로 위, 걸어가는 사람들로부터 2미터 가량 위를 천천히 가로질러 지속되었다. 그러다 눈 앞에 큰 건물이 나타났다. 출입문 형태의 건물이었는데 꼭대기까지 올라가 그 위로 날아가기가 어려웠고 문과 지붕 사이의 틈을 찾아 나가려고 했지만 그런 틈새가 없었다. 사람들이 문 근처에서 행상을 하고 군것질을 하고 있었다. 나는 돌아서 나가야겠다고 생각했고 낮게 비행하며 건물 옆으로 돌아서 나갔다. 

 

 

그러자 내 눈 앞에는, 아주 거대하고 까마득한 도시 전경이 펼쳐졌는데, 그것은 화려한 마천루와 강과 교각들이 아니라, 거대한 산에 꽉꽉 들어찬 무수한 집들, 사각형의 창문들과 비슷비슷한 집들과 건물들이 꽉꽉 들어찬 풍경이었다. 마치 캔버스 전체를 그런 사각형 집들로 가득 채워놓은 것 같았다. 현기증이 일었다. 이 꿈 속에서 날아오른 후 처음으로 '떨어질 것 같다' 고 느꼈다. 저 집과 건물들의 집합체, 정면을 가득 메운 머나먼 집들의 행렬을 향해 날아갈 용기가 나지 않았다. 꿈속에서 나는 그 전경을 '도시'라고 생각했고, 아마도 무의식의 기억 때문인지 '남산에 올라와 있나보다, 그래서 서울을 내려다보고 있나보다' 라고 생각했다. 두려움으로 나는 몸을 돌렸고 다시 그 문을 향해 날기로 했다. 문의 모습은 바뀌어 있었는데 지금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이 꿈이 또 다른 꿈으로 이어졌고 그건 논리적 연결이 되는 꿈이었는데 지금은 그 두번째 꿈에 대한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날기 시작했을 때부터 나는 내가 꿈을 꾸고 있다는 것을 알았고, 오랜만에 꿈 속에서 날고 있다는 사실에 기뻤던 기억이 난다. 꿈을 기억한다는 건 수면의 질이 부실하다는 증거라 별로 좋진 않지만, 어쨌든 이 꿈은 적어둔다. 꿈은, 마음과 무의식의 영역이고 동시에 현실의 그림자니까. 이 꿈에서 가장 강렬했던 건 정면 멀리 펼쳐져 있지만 마치 쇄도하듯 달려드는 그 거대하고 빽빽한 '도시'였다. 숲을 바라보며 강 위를 날 때는 두려움이 없었는데. 

 

 

늦게까지 많이 자고 싶었지만 9시 좀 안되어 깨어났다. 침대에 누워 좀더 쉬다가 일어났다. 어제 너무 힘들어서 미뤄버렸던 걸 후회하며 괴롭게 머리도 감고 말리고... 밥을 차려먹은 후 차를 마시고 책을 읽으며 쉬었다. 그래도 오늘이 휴일이라 참으로 다행이다. 내일도 아주 할 일이 많다. 쌓여 있는 일과 온갖 문제들을 생각하면 좀 암담하다. 그냥 한번에 하나씩만 생각하면, 이번주는 그래도 중간에 하루 쉬었으니까 이틀만 더 나가서 빡세게 노동을 하면 주말이 온다. 나머지는 그냥 그날그날 생각하며 해결해 나가야지. 

 

 

에릭은 결국 2월에 서울에 오지 못했다. 일본 가는 것도 미뤄졌다고 한다. 봄에라도 와서 볼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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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스럽고 묵직하고 예쁜 석류 두 알. 오늘도 이른 아침에 출근해 정신없이 일하고 있는데 우리 건물을 담당하고 계신 미화 선생님이 오셔서 이 석류를 쥐어주셨다. 괜찮다고 아무리 사양을 해도 꼭꼭 쥐어주시며 잘 챙겨줘서 고맙다고 하고 가셨다. 내일부터 담당 건물이 바뀐다고 하셨다. 두어달 전 업무를 시작하셨을 때 일을 잘 하시고도 모종의 오해가 생겨 내가 중재를 좀 해드린 적이 있는데 너무나 당연한 일인데도 고맙다고 하시며 전에는 레드향을 한 알 쥐어주시고 오늘은 석류를 주셨다. 미안한 마음도 들었지만 그래도 무거운 과일을 들고 오셔서 쥐어주신 마음이 감사하여 결국 받았다. 

 

 

혼자서는 석류 두 알 먹기가 어렵고 또 어차피 사무실에서는 과즙이 튀는지라 집에 가져가 먹어야 하는터라 한 알은 요즘 과로로 고생하는 다른 직원에게 주고 남은 한 알은 집에 가져왔다. 엄청 바쁘게 일하느라 석류 넣은 것을 완전히 까먹고는 귀가하는 내내 '아 오늘따라 왜 이렇게 가방이 무겁지, 어깨가 빠질 것 같다' 하고 괴로워하다 지하철에서 자리가 나 앉았을 때에야 석류 생각이 났다. 냉장고에 넣어두었다. 내일 쪼개서 먹어야겠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집에 돌아오니 너무 싱싱하고 이쁜 프리지아가 도착해 있었다. 이웃님인 푸른난초님께서 봄을 담아 보내주신 거였다. 오늘 정말 너무너무너무너무 바쁘고 힘들었는데 꽃을 보니 피로가 풀리는 것 같았다. 노랑 프리지아에 보라색, 자주색 프리지아가 가미되어 있었다. 내일 아침이면 꽃송이들이 피어나 거실 전체가 향기로 가득할 것 같다. 사진은 내일 밝을 때 찍어서 올려봐야지. 푸른난초님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오늘 이렇게 선물을 두 개나 받아 참 감사하고 기뻤다. 

 

 

오늘 정말 신경쓰이고 손이 가는 행사를 치렀다. 행사를 준비하는 것도 모자라 직접 나가서 발표도 해야 했다. 미리 스크립트를 준비해 연습을 한 결과 그럭저럭 실수 없이 해냈다. 행사 진행 사항도 챙기고 초청인사들도 챙겨야 하고 직접 발표까지 해야 하고, 여기서 나온 내용을 정리도 해야 하니 정말 전천후 온갖 일들의 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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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라이브 스트리밍까지 되는 행사라 더욱 부담이 되었다. 게다가 내 바로 앞에 하셨던 분은 카메라를 바라보지 않아서 구도가 완전히 엉망이 되었고 촬영자가 나에게 '앞의 분 완전 잘못하셨음. 그렇게 하시면 안됨. 카메라를 보면서 하셔야 해요' 라고 해서 매우 괴로워하며 어색하게 몸을 차려자세로 하고 카메라 쪽을 봤다가 원고를 봤다가 하며 어찌어찌 했다 흑흑... 나는 키도 작아서 더더욱 몸을 편안하게 두고 발표하기가 어려웠다. 아아 정말 이런 일까지 해야 하나. 내 셀카 한 장 안 찍고 사는데... 그나마도 라이브로만 나가고 영상 저장은 해두지 않는다니 불행 중 다행... 이 발표는 원래 윗분이 하시기로 한 거였는데(나는 그 외의 수많은 일들을 하고 있었음) 앞에서 발표하는 게 싫었던 이분이 어제 변심하여 '토끼님은 발표를 너무 잘하잖아' 라는 완전히 짜증나는 대사와 함께 나에게 떠넘기고 뒤집어씌운 바람에 내 일이 두 배로 가중된 것이다. 생각하면 지금도 좀 빡치지만 어쨌든 받아들이고 준비해서 했고 이제 마쳤으니 그냥 뒤끝없이 잊자 ㅠㅠ 

 

 

 

 

원래는 오늘의 이 행사가 이번주의 피크였던 건데, 어제 최고임원이 어제 마구 떨어뜨린 새로운 폭탄들을 비롯해 해야 할 일들이 너무너무너무 많아서 계속계속 매일매일이 새로운 피크다. 오늘은 이 행사를 같이 진행해야 했던 선배 본부장과 점심을 먹고 잠깐 차를 마시면서 서로 약속이나 한듯 '너무너무 힘들군요' 하고 정말 진심으로 우러나오는 탄식을 내뱉게 되었다. 알고보니 이 선배님도 요즘 너무 힘들어서 명예퇴직도 생각하고 정말 견디기 힘들어서 괴로워하고 있었다. 나만 그런 게 아니었다. 모두가 지금 과중한 지시와 현실에 맞지 않는 압박 때문에 정말 힘들어하는 중이다. 아 모르겠다. 당장 한달 후 내가 서울에 남아 있을지 아니면 뜬금없이 다시 본사로 발령받게 될지도 모르니(그러면 너무너무 더 힘들 것 같지만 말이 씨가 되니까 그런 걱정은 하지 말아야지 ㅠㅠ 합리적으로 생각한다면 최소 올해까진 내가 여기 남아 있어야 하는데 회사 업무나 인사가 합리적으로 돌아간 적은 별로 없으므로) 

 

 

 

 

 

 

 

 

완전히 녹초가 되어 귀가했다. 온몸이 너무 쑤시고 아프다. 너무 신경을 쓰고 과로를 한 탓에 몸살이 좀 난 것 같다. 그래도 내일 쉴 수 있어 다행이다. 그것만 생각하며 어제와 오늘을 버텼다. 내일은 늦게까지 쭉 잤으면 좋겠다. 그 다음 일은 쉰 다음에 다시 생각해야지. 너무 피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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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 표현할 수 없이 정말 바쁜 하루였다. 그리고 예기치 않은 과제가 계속 떨어졌다. 매우 과중하고 또 막막한 과제들이 겹친다. 그 와중에 내일 중요 행사에선 당초 발표를 하기로 하셨던 윗분이 너무 하기 싫은 나머지 말도 안되는 핑계로 나에게 떠넘기심. 나는 정말 너무 바쁜데, 그리고 나라고 발표 잘하고 좋아하는 거 아닌데ㅠㅠ




너무 열받아서 대놓고 화를 냈다가 결국은 또 내가 하기로 했다. 안 하려 했는데 상황이 좀 이상하게 꼬였다. 지금도 생각하면 열받지만, 결국 이렇게 된 거 차라리 내가 하는 게 낫다고 마인드컨트롤 중. 일이 너무 바쁘지만 않았어도 이렇게 빡치진 않았을텐데. 하지만 윗분도 나름대로 자료도 만들고 외부인사 섭외도 해주셨으니 내가 발표하는 것 정도는 괜찮다고 생각해보련다. 이것 말고 다른 무서운 과제들이 너무 많이 생겨서... ㅠㅠ 일단 낼 이른 아침에 나가서 또 발표노트를 시간 맞춰 몇차례 읽는 연습을 ㅠㅠ




조금 전에도 다른 부서를 맡고 있고 전에 나랑 같이 일하기도 했던 후배 부서장에게 업무 때문에 연락이 왔다. 밤에 퇴근해서도 업무 얘기ㅠㅠ 그러다 힘든 상황들을 서로 얘기하느라 방언 터질 지경. 정말 너무 힘들다 진짜 너무하다로 마무리ㅠㅠ 그래도 다같이 힘들다는 걸 위안으로. 흑흑 뭔가 슬픔. 하여튼 한번에 하나씩만... 내일을 잘 버티는 것이 목표. 너무 졸려서 늦지 않게 자야겠다. 오늘은 계속 진통제로 버틴 하루였다. 내일의 미션들을 잘 헤쳐나갈 수 있기를 기도하며 자야겠다. 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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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속 별다방 크리스마스 광고지는 작년 프라하 여행 때 융만노바 광장에 있던 별다방 리저브 매장에서 가져온 것이다. 책갈피로 쓰기 좋아서 가름줄이 없는 책 읽을 때 끼워놓고 있다. 그 별다방은 프라하 여행에서 제일 마지막에 들렀던 카페였다. 책갈피로 계속 쓰면서 손으로 집었다 놨다 하다 보니 오른쪽 하단 귀퉁이가 이미 조금 닳았다. 한 장 더 챙겨올 걸 그랬나 하는 마음도 든다. 

 

 

 

 

 

 

 

어제 재앙의 거리를 다 읽은 후 오늘은 The murderer is a fox를 읽고, 여전히 순서대로, 이제는 열흘간의 불가사의로 넘어갔다. 재앙의 거리는 확실히 나이먹은 후 읽는 느낌이 더 깊고 가슴을 울리는 소설이다. 아마도 그래서 20대 때는 그저 찜찜하고 오싹하게 느껴지기만 했을지도 모른다. 언젠가부터 이 소설은 다시 읽고 나면 항상 마음 어딘가가 울컥하고 코가 찡해지는 순간이 온다. 사실 엘러리 퀸 소설들 중 그런 느낌을 자아내는 작품은 거의 없기 때문에 이 형제의 모든 소설들 중 가장 '잘 쓴' 소설이란 생각이 든다. 폭스 가의 이야기를 다룬 라이츠빌 두번째 권은 그 간결함 때문에 좋아했었는데 어쩌면 그건 내가 필립 말로 시리즈 중 가장 간결한 빅 슬립을 좋아했던 것과 비슷한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열흘 간의 불가사의를 다시 읽고 있는데 사실 이 소설은 딱히 내 취향은 아니고 읽을 때마다 이거야말로 좀 찜찜한 것이 변함없지만 그래도 이 소설이 꼬리 아홉개 고양이와 그대로 이어지므로 순서를 따라 쭉 읽을 생각이다. 사진 속 책을 보면 상당히 바래고 낡았다. 원체 오래 전에 샀던 책이니까. 책과 함께 나 자신도 나이를 먹어간다. 

 

 

붉은 군대 때문에 몸이 너무 아프고 힘들어서 오늘은 너무 늦게까지 침대에 붙어 있을 수가 없었다. 약을 먹고 싶었는데 빈속에 먹으면 속이 부대끼고 고생을 하니까. 억지로 일어나 국을 끓여서 꾸역꾸역 아점을 먹고, 약을 먹은 후 오늘은 정오를 전후해 이른 티타임과 함께 책을 읽고 쉬었다. 

 

 

이제 월요병을 맞이하는 시간이다. 이번주도 매우매우 바쁘다. 내일은 아침 일찍부터 최고임원이 주재하는 회의에 들어가야 하고, 모레는 피곤하고 중요하고 어려운 행사를 진행해야 한다. 목요일은 종일 부서 워크숍을 진행해야 한다. 빡센 일주일이 기다리고 있다. 유일한 낙은 수요일에 쉰다는 것이다. 그것 하나만을 바라보며 기운을 모아서 너무 늦지 않게 잠자리에 들어야겠다. 붉은 군대 때문에 컨디션이 안 좋아서 이번 주말에도 글을 시작하지 못했다. 수요일에는 뭔가 좀 달라지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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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꽃값이 비싸다. 같은 가격대의 비슷한 구성으로 주문해도 작년보다 양이 적고 좀 부실한 편이다. 물가가 끝간데 없이 오르는데다 졸업식과 입학식 시즌에 겨울이므로 그럴만도 하지만 하여튼 상자를 열어보면 좀 실망하곤 한다. 그래도 주말의 꽃은 피로에 지쳐 한없이 무겁게 늘어지는 몸과 마음을 위로해주니까 좋다. 비몽사몽 혼미한 채 가지와 잎을 다듬고 있으면 역시 마음 수양하는 느낌도 들고. 오늘의 꽃은 장미와 흰색 알스트로메리아, 마트리카리아와 루스커스이다. 이렇게 장식용으로 딸려온 루스커스들은 수명이 길어서 다른 꽃들이 다 시들어도 이것들만 남고, 그래서 이런 루스커스만 한아름 모이게 된다. 그 루스커스들은 서재 방의 끄라스느이 우골에 올려두곤 한다. 

 

 

 

 

 

 

아침에 막 다듬어 꽂아두었을 때. 생각보다 꽃의 양이 적어서 프레임을 써야 했다. 아침의 빛이 푸르스름하다. 빛의 색깔이 오후와는 확연히 다르다. 

 

 

무척 피곤하게 잤다. 온몸이 정말 너무 쑤시고 아팠다. 새벽에 잠깐 깨어나 새벽배송 온 식료품 상자를 들여놓고, 녹아버리면 안되는 것들 몇개를 냉장고에 넣어놓느라 너무 귀찮았다. 도로 잠들었지만 7시 좀 넘은 후부터는 거의 30분에 한번씩 깨고, 그 와중에 또 꿈을 꾸고 또 꾸기를 반복. 오늘 아침 마지막으로 꾼 꿈에선 쥬인과 함께 일본 여행을 가 있었다. 프라하 꿈과 비슷한 패턴으로, 여행이 며칠 후 끝날 때가 되어 있었고 어디를 갈까 하다 내가 퍼뜩 생각난듯 '쥬인은 고베에 안가봤지? 고베에 갈까?' 하고 이야기를 나눴다. 

 

 

10시 즈음 억지로 일어나 꽃을 다듬었고, 도로 침대로 들어가 게으름을 피우다 정오 무렵 침실에서 나왔다. 청소, 목욕. 아점. 그리고 차를 마시며 엘러리 퀸 소설을 계속 읽었다. 나는 아주 어릴 때부터, 그러니까 어린이 도서관을 드나들무렵 해문출판사에서 나오던 삽화가 들어간 어린이 추리문고 시절부터 엘러리 퀸을 좋아했다. 셜록 홈즈와 브라운 신부와는 또 다른 느낌으로. 국내 출간된 엘러리 퀸 소설들과 에세이집은 거의 다 가지고 있다. 90년대에 나왔던 시공사 선집 중 몇권은 엄마가 이사하실 때 버리셔서 두세권은 수중에 없다만, 퀸의 소설들은 좀 편차가 있어서 잃어버린 책들이 딱히 아깝진 않다. 괜찮은 책들은 몇년 전 재출간도 되었고. 

 

 

하여튼 쭉 읽다가 이제 라이츠빌 시리즈로 접어들었다. 라이츠빌 시리즈는 확실히 작가의 필력도 더 좋아지고 인간 심리에 대한 접근도 나아져서 좋긴 하지만, 기존 엘러리의 재기넘치는 매력은 좀 퇴색되는 편이고(건방진 천재가 이제 어른이 되어버렸다고 해야 하나), 아무래도 인간 관계와 심리들을 예전 작품들보다 상대적으로 더 중심에 놓다보니 다 읽고 나면 좀 찜찜하기도 하다. 어쨌든 오랜만에 재앙의 거리를 다시 읽는 중이다. 라이츠빌 시리즈의 첫권이고 이 시리즈 중 가장 나은 소설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하는데, 그만큼 찝찝함이 엄청 커서 읽고 나면 기분이 안 좋고 좀 으스스한 편이라 옛날부터 지금까지 '자주 읽는 엘러리 퀸 소설' 군에는 들어가지 않았다. 라이츠빌 시리즈에선 가장 간결하고 뒤끝도 별로 없는 The murderer is a fox' 를 제일 좋아한다. 그건 재앙의 거리 다음 순서이므로 아마 내일 읽기 시작할 듯. 

 

 

그건 그렇고 실은 글을 쓰고 싶은데 구상이 좀 꼬인 후 게으름과 피로가 겹쳐 결국 이렇게 엘러리 퀸만 줄창 다시 읽고 있음. 흑흑... 

 

 

몸이 너무 쑤시고 아팠는데 저녁 늦게 붉은 군대가 도래하였다. 차라리 주말에 오셔서 다행이다. 내일까지 왕창 아프고 부디 월요일부턴 좀 나아지기만 바란다. 월, 화에 엄청 바쁘고 신경쓰이는 일들이 잔뜩 있기 때문이다. 

 

 

재앙의 거리를 마저 읽다 자야겠다. 그건 그렇고 이 책 원래 좀 찜찜한데, 잠자리에 들기 전에 읽기에 딱히 좋은 선택은 아닌 것 같긴 하다만, 그래도 오랜만에 읽으니 재밌긴 하다. 

 

 

꽃 사진 여러 장 접어두고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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