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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agments'에 해당되는 글 833

  1. 2022.03.24 3.24 목요일 밤 : 재택근무 최적화 타입, 에벨의 기억, 노화의 증거, 그래도 주말을 기다림 2
  2. 2022.03.23 3.23 수요일 밤 : 별로 한 건 없지만 금방 지나가버린 하루, 피곤함
  3. 2022.03.22 3.22 화요일 밤 : 뜬금없지만 좋은 꿈, 자가발전과 급발진, 상대적인 얘기다만 2
  4. 2022.03.21 3.21 월요일 밤 : 바빴지만 그래도 재택근무 덕에, 헤어 드라이어의 최후, 다 읽은 책 이제 읽을 책 2
  5. 2022.03.20 3.20 일요일 밤 : 언제나처럼 월요병의 시간, 주말이 다 지나감 2
  6. 2022.03.19 3.19 토요일 밤 : 확진의 행렬, 쉬어도 쉬는 게 아님 2
  7. 2022.03.18 3.18 금요일 밤 : 악몽 때문에 잠 설치고 출근, 영양가 없이 무지 바빴던 하루, 부모님 걱정
  8. 2022.03.17 3.17 목요일 밤 : 작은 그림과 사진 조각들, 아주 바쁘게 일했음, 언제나처럼 사회적 가면
  9. 2022.03.16 3.16 수요일 밤 : 그냥 새벽에 먹을걸, 재택근무, 책 두 권
  10. 2022.03.15 3.15 화요일 밤 : 이것저것 분주했던 하루, 조삼모사
  11. 2022.03.14 3.14 월요일 밤 : 컨디션 바닥이라 피곤했던 월요일
  12. 2022.03.13 3.13 일요일 밤 : 쉬어도 피곤함, 두통, 기분 업되는 종류의 글은 아니지만, 다시 일하자 5
  13. 2022.03.12 3.12 토요일 밤 : 꽃, 처음 보는 네바 강변 꿈, 피곤해서 자고 쉬었음 2
  14. 2022.03.11 3.11 금요일 밤 : 이제 주말, 말보다는 글, 울렁증, 포용
  15. 2022.03.10 3.10 목요일 밤 : 결국은 잠 설치고 출근, 바쁘고 피곤, 헥헥, 현실은 받아들여야 하는 것
  16. 2022.03.09 3.9 수요일 밤 : 되풀이되는 패턴의 꿈, 이런 꿈에선 결국 성공을 못함, 트라우마, 그냥 자야 되는데
  17. 2022.03.07 3.7 월요일 밤 : 떠나는 무용수들, NO WAR, 바쁘게 지나간 월요일
  18. 2022.03.06 3.6 일요일 밤 : 주말이 다 지나갔다, 빨간 날이 내키지 않는 드문 경우 2
  19. 2022.03.05 3.5 토요일 밤 : 두뇌 노화 때문인가 이제는 피곤한 고골, 몇몇 작가들에 대해, 지나간 토요일 2
  20. 2022.03.04 3.4 금요일 밤 : 시간 쪼개서 투표하고 옴, 역시 바빴던 하루, 엘리트와 트로피, 표피적 이해와 위선 사이
  21. 2022.03.03 3.3 목요일 밤 : 재택근무의 장점 세 가지, 그외엔 역시 무지무지 바빴던 하루, 꿈 속에서 추억 재생, 내일 비가 안 오면 좋겠는데 2
  22. 2022.03.02 3.2 수요일 밤 : 하늘이 이렇게 파랗고 예쁘건만, 매우 바빴음, 두 개의 좌우명 혹은 주문 2
  23. 2022.03.01 3.1 화요일 밤 : 달력 넘김, 요즘 읽는 책, 반전 메시지 내고 있는 슈클랴로프와 다른 예술가들, 그 외의 경우, 친구의 상황, 휴일 끝남
  24. 2022.02.28 2.28 월요일 밤 : 예상대로 매우 바쁘고 피곤한 월요일, 우크라이나 등
  25. 2022.02.27 2.27 일요일 밤 : 쉬었더니 주말이 다 갔다, 쉽지 않은 내일 2

 

 

 

오늘은 기온은 별로 낮지 않았지만 날씨 탓인지 종일 좀 춥게 느껴졌다. 그래서 오전과 오후 차를 한잔씩 우려 마시고도 모자라 늦은 오후에 도라지차를 우려 마셨다. 저녁에 따뜻한 물로 목욕을 하고 밥을 먹고 났더니 이제 한기가 좀 가셨다. 

 

 

 

 

 

 

카페 에벨에 마지막으로 들렀을 무렵 샀던 컵. 그립다. 

 

 

이번주는 내내 재택근무를 하고 있어 약간 날짜 개념이 흐려졌다. 어제 오후에 진료 때문에 멀리 다녀온 것 외엔 계속 집에서 일하고 쉬는 중이다. 나는 원래부터 집에 잘 머물러 있는 타입이라 전혀 힘들거나 한 것이 없고 오히려 계속 이렇게 재택근무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다 ㅠㅠ 다음주는 다시 사흘 출근, 이틀 재택을 하고 코로나가 좀 누그러지면 재택근무는 없어지게 된다. 

 

 

오늘은 그렇게 바쁘지 않았다. 그래도 해야 할 일들은 꾸준히 있었기 때문에 pc 앞에 앉아 종일 보내고 났더니 슬며시 피곤하다. 아침에는 배란통이 너무 심해서 괴로워하다 결국 약을 먹었다. 참아보려 했는데 골반과 다리가 너무 아파서 어쩔 수가 없었다. 이번 달에는 상대적으로 과로가 덜한 편인데 왜 그런지 모르겠다 흑흑 역시 노화의 증거인가보다. 

 

 

내일 하루만 잘 버티면 주말이다. 재택근무일지라도 역시 일하는 것이기 때문에 주말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부디 내일 별 일 없이 잘 지나가기를. 너무 늦지 않게 자야겠다. 글을 좀 쓰고 싶긴 한데 하루종일 pc 앞에 앉아 있었던터라 지쳐서 그냥 주말로 미루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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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오전엔 재택근무하고 오후엔 멀리 진료 받고 오느라 하루가 금세 다 지나갔다. 종일 졸리고 피곤했다. 새벽에 곤히 자다가 잠깐 깨고, 아침에 알람 울리기 전에 두어번 깼다 도로 잤는데 수면총량이 부족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내내 피곤하고 머리가 무거웠다. 날씨 탓인 것 같다.


오전에 좀 까다로운 줌회의를 한시간 반 가까이 하느라 진이 좀 빠졌고 점심 먹은 후 잠깐 쉬다가 오후 반차를 쓰고 진료를 받으러 도시 횡단을 하고 옴. 지하철 타고 진짜 오래 왕복해야 하기 때문에... 가는 길엔 내내 졸았다.


돌아와서 저녁 먹었더니 하루가 그냥 가버렸다. 계속 피곤하고 몸이 무거워서 늦지 않게 자야 할 것 같다. 역시 멀리 왔다갔다 하면 피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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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재택근무 2일차. 이렇게 그냥 매일 재택근무를 할 수 있으면 참 좋겠다.


엄마는 통화를 해보니 확실히 목소리도 거의 돌아오고 컨디션도 좋아지셨다고 한다. 많이 앓지 않고 나아지셔서 다행이다. 아버지도 아직까지는 괜찮다고 한다.


아침 꿈에 멋있는 남자들이 둘이나 나와서 뭔가 이것은 로또를 사야 하는 것이 아닌가 했음. 이 꿈에서는 슈클랴로프 부부가 나와서(ㅎㅎ) 얼굴도 보고 얘기도 나누고, 마샤가 나에게 심지어 무슨 회식 자리 같은 곳에서 정일우(!)를 소개시켜 줌. 대체 이 연결고리는 무엇인가 싶은데 생각해보니 어제 자기 전에 포털에서 이 사람이 SNL인가 뭔가에 출연한다는 기사를 잠깐 봤다. 나는 옛날에 하이킥 때부터 그를 좋아했기에 '오 그렇구나. SNL 안보는데 이 사람 나오는 건 좀 궁금하네' 하고는 이 기사에 대해선 금방 까먹어버렸는데 그게 무의식으로 연결되어 꿈에 나왔나봄. 그래서 꿈에서 멋있는 남자 두 명과 이야기를 연달아 나누는 등 매우 좋은 꿈이었음 :) 그외에도 각종 복잡한 꿈이 이어졌던 것 같다. 그래서 어제보단 많이 잤음에도 불구하고 아침 알람에 깼을 때 무지 피곤했다. 생각해보니 꿈에서 발로쟈나 마샤와 노어로 얘길 해서 피곤한가보다. 꿈에서 외국말 하면 무지 피곤함. 원래도 잘 못하는데 꿈에서는 더 잘 안되므로 ㅋㅋ


이렇게 좋은 꿈을 꾸었지만 업무는 이와 상관없이 바쁘게 굴러갔다. 그래서 열심히 일을 하고, 줌 회의도 하고. 오후엔 윗분과 실무자 하나와 메신저 회의를 했는데 윗분이 또 자가발전을 하며 흥분하셔서 나는 심히 피곤했다. 왜 이렇게 쉽게 흥분하는가 싶다 ㅠㅠ 일은 그냥 일로 좀 건조하게 접근해주면 좋겠음. 이렇게 적고 있자니 마치 내가 매우 합리적이고 이성적이고 냉정한 프로페셔널 같지만... 실은 나도 안 그럴 때가 많고 부족하다. 그저 윗분도 그렇고 직원들 중 전문분야에 종사하는 친구들도 그렇고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훨씬 덜 이성적이고 급발진, 자가발전을 하는 편이라 그런 것 같다. 모든 것은 정말 상대적임 ㅠㅠ


내일은 오후에 반차를 내고 진료도 받으러 가야 하고 이래저래 바쁘다. 집에서 회사 갔다가 거기서 출발하는 트라이앵글 횡단을 안 해도 되니 그건 좋은데 집에서 왕복하는 것도 장난 아니게 멀어서 벌써부터 좀 지치는 기분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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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재택근무라서 상대적으로 덜 힘들긴 했지만 매우 바쁜 하루였다. 아침에 더 잘 수 있다고 좋아했는데 생각보다 빨리 잠에서 깬 후 도로 잠들지 못해서 수면 총량은 딱히 개선 효과가 없었다. 오전에 해결해야 하는 문제들이 있어 바쁘게 일했고 심지어 점심도 늦게 먹었다.


몇가지 업무들이 외부 요인 때문에 당초 계획대로 잘 풀리지 않아 오늘 계속 실무자와 전화, 메신저로 이야기를 나누고 해결 방안을 뽑아내느라 정신없었다. 윗분과도 두 번이나 장시간 통화를 했다. 재택인 것 외에는 역시 무지 바빴음. 그래도 지하철 출퇴근, 옷 챙겨입기 안하는 게 어디인가 싶다.


아침에 씻고 나와서 머리를 말리려는데 헤어 드라이어가 고장남. 흑흑... 여분이 없어서 결국 앞머리는 대충 클립으로 말아서 이마에 달라붙지 않도록 처리했다. 재택이라 다행이다. 출근이었으면 정말정말 난감했을 것 같다. 급하게 당일배송되는 곳을 찾아서 헤어 드라이어 주문. 그런데 아직 도착을 안 함. 자기 전까지는 도착했으면 좋겠는데...


간밤에 불가코프 중단편집을 다 읽었다. 전쟁 경험을 바탕으로 쓴 앞의 두세 편이 상대적으로 더 좋고 뒤에 수록된 풍자 소품들은 말 그대로 소품이다. 그리고 소맷동에 쓴 수기를 통째로 넣어줘서 좋았다. 이제 오늘부터는 고대하던 스트루가츠키 형제의 '월요일은 토요일에 시작된다'를 읽으려 한다. 아아 기대됨... 이걸로 스트루가츠키 형제 작품 번역은 마무리되는 걸까? 이왕 내주는 거 더 번역해주면 좋으련만... (하름스나 도블라토프 같은 작가야 원서로 읽기 편하지만 스트루가츠키 형제 소설은 원서로 읽기엔 좀 버겁다 ㅠㅠ 특히 갈수록 노어 능력이 퇴화하고 있어서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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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주말이 모두 지나가고 월요병의 시간이 되었다.


어제 너무 많이 잤기 때문인지 새벽 늦게야 잠이 들었다. 그러다 일곱시 반 즈음 퍼뜩 깼는데 잠이 안 와서 '아 왜 일요일에 수면부족에 시달려야 하는 것인가' 하며 오랫동안 끙끙대다가 도로 새잠이 들었는데 정신없이 꿈을 꾸다가 열한시 반이 넘어서야 다시 깨어났다. 온몸이 너무 쑤셨다.


엄마에게 전화를 해보았다. 다행히 어제보다는 덜 아프시다고 한다. 목 아프고 몸살기 있는 건 여전하지만 그래도 밤에 기침하거나 열이 오르지는 않았다고 하신다. 아버지도 어제 신속항원검사를 받아보셨는데 다행히 음성이라고 하심. 그러나 부모님은 항상 내가 걱정할까봐 아픈 것도 안 아프다고 하시는 편이라 여전히 좀 걱정이 된다. 빨리 나으시기를 바랄 수밖에...


오늘은 어제와는 달리 하늘이 파랬고 빛도 들어와서 한결 나았다. 그러나 역시 늦게 일어나고 게으름 피운 결과 아주 늦은 아점을 먹고 느지막하게 차를 마셔서 하루가 금방 가버렸다. 불가코프 중단편집을 마저 읽었다. 이제 마지막에 수록된 '소맷동에 쓴 수기' 후반부를 읽고 있다. 아마 오늘 다 읽을 것 같다. 그리고 글도 조금 썼다.


이번주는 내내 재택근무하는 것으로 일정이 잡혔다. 그만큼 확산세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부서원들의 확진이 더 이상 없어야 할텐데... 금요일에 퇴근하면서 집 근처 약국에서 마지막 남은 코로나 상비약 세트를 집어왔다. 코감기 목감기 두통 관련 약 세트임. 자가진단키트도 어제 써버려서 이제 하나밖에 안 남았다. 그래서 원래는 월욜에 출근해서 사무실에 비축해놓은 키트를 두어개 가져오려 했는데(직원 진단용으로 예전에 많이 구매해서 갖추어두었음) 막상 재택근무로 돌렸기 때문에... 나는 밀접접촉자가 아니고 일단 예방을 위해 재택근무로 전환한 거라, 내일쯤 다시 동네 약국에 가서 자가진단키트가 있으면 몇개 더 구해와야겠다.




내일도 해야 할 일들이 많고 바쁠 예정이다. 그래도 재택이니까 한시간 반 가량 더 잘 수 있으니 이것은 좋은 점이라 생각하며...







스위트 피는 엄청 달달한 방향제 향이 난다. 하늘하늘 이쁘긴 한데 꽃잎이 너무 금방 떨어져서 아쉽다. 아름답고 향도 좋고 오래 가는 꽃이란 정녕 없단 말인가... 꽃이랑 티타임 사진 여러 장 아래 접어두고 오늘 메모는 여기서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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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다샤님이 보내주셨던 실바니안 토끼 패밀리 중 한 마리랑, 페테르부르크인지 블라디보스톡인지 둘 중 한 군데 로모노소프 샵에서 데려왔던 도자기 토끼 한 마리. 요렇게 해놓으니 깊은 산속 옹달샘 찾아온 토끼 같아서 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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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너무 피곤해서 정신없이 잤다. 새벽에 잠깐 깨서 꽃 도착한 것을 현관 안으로 넣어두고는 도로 잠들어서 9시 반쯤 깨어났다. 더 자고 싶었지만 좁은 박스 안에서 여린 꽃들이 눌려 시들까봐 할수 없이 주섬주섬 일어나 비몽사몽 박스를 개봉하고 꽃을 다듬었다. 다 다듬고 화병에 꽂아둔 후에도 잠이 쉽게 깨지 않았다. 사진은 스위트 피 꽃송이 몇개가 떨어진 채 왔는데 버리기 너무 아까워서 찻잔에 띄워둔 것. 꽃 사진들은 언제나처럼 맨 아래 따로 접어둔다. 

 

 

 

 

 

 

꽃 다듬고 나서 엄마랑 통화를 했다. 밤에 목 아프고 열이 나서 고생하셨는데 오늘 아침 일찍 다시 병원 가서 검사를 했더니 결국 양성이 나왔다고 하신다 ㅜㅜ 처방받은 약을 드시니 약간 나은 것 같다고는 하시는데 목소리도 가 있고 심히 걱정이 되었다. 아버지랑 공간 분리를 제대로 하시고 식사도 같이 하시면 안되고 욕실도 따로 쓰셔야 한다, 엄마가 아버지 밥 챙겨드려도 안된다 하고 말씀을 드렸지만 사실 그게 잘 지켜질지 잘 모르겠다 ㅠㅠ 아버지는 아직 아무 증상 없다고는 하시는데 아무래도 감염되기 너무 쉬운 상황이라... 원래 동생네가 다음주에 부모님 보러 기차 타고 내려갈 예정이었는데 이런 상황이라 그것도 취소했다고 한다. 부모님 걱정이 많이 된다. 

 

 

엄마와 통화 후 걱정스런 마음을 안고 다시 침실로 들어가 두어 시간 좀 쉬다가 억지로 일어났다. 간신히 청소를 하고 목욕 후 아주 늦은 아점을 먹는데 우리 부서 직원들 중 두 명으로부터 각각 확진되었다는 연락이 왔다. 둘이 서로 다른 사무실이었다. 그래서 누구누구 접촉했는지 하나하나 파악하고 위에 보고를 하고 부서원들에게 연락을 하고 각각 자가키트 검사, 밀접접촉 직원은 신속항원검사를 하도록 지시하고 그 결과들을 공유하는 등 정신없이 대응을 했다. 그래서 밥도 대충 먹는둥마는둥. 차도 네시가 다 되어서야 마실 수 있었다. 나도 어제 사무실 근무를 했기 때문에 자가키트를 다시 해보았다. 나는 음성이었고 별다른 증상이 없었다. 확진된 직원과도 근무 층이 달라서 직접 접촉은 없었지만 그 직원과 같이 있었던 직원은 나랑 같은 사무실이라 건너건너 다 연결이 된다. 게다가 나는 업무 때문에 아무리 마스크를 쓰더라도 근거리에서 여러 직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게 되니...

 

 

이러저러해서 일단 밀접접촉 직원들은 다음주 재택격리를 시켰다. 나 같은 경우는 좀 애매해서 키트 음성이라 출근해도 되는 상황이기는 하지만 윗분과 통화하면서 아무래도 내가 장거리 대중교통 출퇴근을 하다보니 지금 좀 위험한 상황이라 판단, 다음주 일주일은 그냥 재택근무로 전환하고 윗분이 사무실 출근을 하시기로 했다. 그래서 갑자기 다음주는 내내 재택근무를 하게 되었다. 흑흑 아무리 나쁜 일이라도 일말의 작은 좋은 일... 이라 생각하며 스스로를 다독일 수밖에... 종일 직원들 체크하고 이거 대응하느라 토요일인지 아닌지 쉬는 건지 아닌지 전혀 모를 상태로 오늘 하루가 지나갔다. 엄마 걱정, 아빠 걱정... 직원들 걱정, 업무가 마비되지 않도록 신경써야 하는 일 등등 정말 정신없었다. 그나마도 확산세가 심해졌을 때 모두를 교대조를 짜서 근무하도록 해서 아직까지는 빵꾸가 안 나고 버티고 있다만... 사무실 근무 직원들이야 재택으로 들어가도 큰 문제가 없는데 현장 업무를 하는 직원들이 있어서 이들이 제일 걱정이다. 

 

 

 

어느새 밤 열 시가 다 되었네... 글이라도 조금 쓰다 자야겠다. 꽃 사진 아래 접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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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 방 창문에 걸어 말려둔 장미. 이 방은 복도 방향에 있어 책이랑 옷 꺼내러 갈 때 외에는 오래 머물러 있지 않는데 낮에 빛이 들어올 때면 예쁘다. 오늘 찍은 사진은 아니지만 폰에서 예전 사진이라고 띄워줘서 올려본다. 

 

 

잠이 너무 모자라서 힘든 하루였다. 자정 즈음 잠들었는데 새벽 세시 반에 너무 찝찝한 악몽을 꾸고 깨어나서 한시간 가량 못 자고 괴로워하다 간신히 아주 약하게 잠들었다. 진짜 기분나쁘고 생각할수록 싫고 무서운 꿈이었다.

 

 

(주의 : 매우 기분나쁜 꿈이라 기록용으로만 적어두었음 - 노약자 및 심신미약자 읽지 마시오 - 내용 접어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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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서 집에 가느다란 뱀이 들어와서 그것을 뭔가 막대기 같은 것으로 때려서 죽여야 했는데(ㅜㅜ 현실이라면 그저 소리지르며 도망도망갔을 듯), 집이 어두워서 그게 잘 안 보였다. 하여튼 어떻게 막대기로 그것을 몇차례 내리쳤는데 잘 맞지 않았고 언제 공격당할지 몰라 너무 무서웠다. 그러다 그것이 현관 쪽으로 움직여가는 것 같아 정신없이 때렸는데 어느새 그게 뱀이 아니라 풍선처럼 둥글고 빵빵해진 검은색 고양이가 되어 있었다. 그런데 꿈속에서는 그 고양이가 아주 나쁘고 무서운 존재라 본능적으로 파괴하고 박살내야 하는 것이었다. 고양이를 막대기로 내리칠 때마다 어딘가 빗맞는 느낌이었고 수차례 때리면서도 머리를 박살내야 한다는 생각에 너무 두렵고 무서웠다. 그리고 타격이 가해질 때마다 고양이의 부피가 조금씩 줄어들었는데(바람빠진 풍선처럼) 피가 흐르는 것 같긴 한데 그게 붉은색이 아니고 마치 수묵화처럼 먹물 같은 묽은 검은색 액체가 번져나왔다. 고양이랑 체액만 흑백으로 보였다. 소리도 안 냈다. 아마 완전히 파괴하기 전에 몸서리를 치며 깨어났던 것 같다. 

 

 

아니, 내가 고양이를 얼마나 좋아하는데 ㅠㅠ 이게 웬 날벼락같은 꿈이란 말인가. 게다가 완전 동물학대 꿈이 아닌가... 동물학대 너무 끔찍한데 ㅠㅠ 왜왜왜왜왜.... 아마 꿈속에서 그것은 진짜 고양이가 아니라 내 무의식 속에서 뭉쳐진 분노나 나쁜 감정, 불만, 답답함, 원초적 두려움 뭐 그런게 아닐까 생각은 든다만 어째서 왜 ㅠㅠ 그런데 이렇게 적고 나니 뱀을 때리는 것은 괜찮았다는 말인가? 하는 또 근본적 의문이 들고... 

 

 

하여튼 이 꿈 때문에 너무 식겁해서 새벽에 깨어나 헉헉거리고 도로 잠들기가 무섭고 찝찝해서 화장실도 다녀오고 한동안 앉아 있다가 도로 누웠는데 좀처럼 잠이 안 왔다. 겨우 세시간 남짓 자고 꼬박 날 새고 출근할 것만 같은 공포가 스멀거렸는데 간신히 나중에 도로 얕게 잠이 들었다. 자는둥 마는둥 하다 알람에 괴로워하며 깨어나 출근했다. 그 여파로 종일 너무 피곤하고 몸도 안 좋았다. 제발 다시는 이런 꿈 안 꿨으면 좋겠다. 

 

 

 

 

 

 

 

수면 매우 부족 상태로 출근했는데 아침부터 아주 바빴다. 바쁜 일을 처리하고 또 처리하다 오전에 면접을 하러 갔다. 그런데 슬프게도 면접 대상자로 들어온 사람들이 기대 이하였다. 특히 서류상 기대할만하고 업계 관계자의 평도 나쁘지 않았던 사람이 있었는데 막상 면접을 해보니 생각보다 너무너무 별로였다. 얼어서 그런가 싶어 여러가지 질문을 해보고 기회를 주었지만 말을 하면 할수록 정말 아니라는 사실만 뚜렷하게 드러났다. 그래서 오늘의 면접은 거의 대참사 수준이었고 마치고 나서는 다시 사람을 뽑아야 한다는 사실에 망연자실했다 ㅠㅠ 흑흑... 

 

 

이렇게 힘들기만 하고 영양가 없었던 면접을 하는 동안 갑님과 최고임원님이 행차하셔서 나 없는 동안 다른 직원들이 안내를 해줘야 했다. 그나마 내가 다 덮어쓰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최면을 걸어야 하나 싶음. 점심 먹고 나서도 계속 바빴다. 온갖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수면 부족의 여파인지 종일 배도 아프고 고생했다. 

 

 

일을 마치고 퇴근, 집에 돌아와 밥을 챙겨먹고 한동안 멍하게 늘어져 있었다. 그러다가 엄마에게 전화를 했는데 목소리가 너무 안 좋아서 어디 아프시냐고 물어보니 증상이 딱 코로나였다 ㅜㅜ 간밤부터 으슬으슬 오한이 나고 머리도 좀 아프고 목도 아프고 목소리가 가고 마른 기침이 나온다는 것이었다. 몸살기도 있다고 하신다. 너무 걱정이 되었다. 동네 병원에 가서 신속항원검사를 했더니 음성이라 그냥 감기약만 처방받아왔다고 하신다. 그런데 요즘 주변 오미크론 확진자들을 보면 자가키트나 신속항원검사가 증상 발현 첫날이나 둘째날엔 음성으로 나왔다가 그 이후 확진이 뜨는 경우가 너무 많아서 제반 증상들을 미루어보면 아무래도 엄마가 확진된 것 같다 ㅠㅠ 내일 다시 한번 병원 가서 검사를 해보시겠다고 한다. 엄마 목소리가 너무 잠겨 있어서 얘기를 많이 하면 안 좋을 것 같아 전화를 끊고 가급적 카톡으로 얘기하자고 말씀드렸다. 

 

 

아버지랑 같이 계시는데 일단은 한 집 안에서 분리를 하고 식사도 따로 하고 욕실도 따로 쓰시라고 말씀드렸다. 엄마도 많이 걱정되고, 특히 아버지가 면역력이 약해서 감기도 심하게 앓는 편이라 너무 걱정이 된다. 한집안에 계시면 아무리 격리를 하려고 노력해도 쉽게 감염되는 상황이라... 차라리 내가 걸린 거라면 이렇게 걱정이 안될텐데 부모님은 아무래도 연세 때문에 많이 걱정이다. 부디 엄마가 푹 주무시고 나아지기를, 그리고 아버지도 괜찮으시기만을 기도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제발 별로 안 아프고 지나가게 해주세요 ㅠㅠ 걱정이 되니 주말이 온다고 즐거워할 마음도 안 남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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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엌과 거실이 연결되는 지점에 냉장고가 놓여 있는데 그 옆면에 엽서들과 사진 몇 장을 붙여 두었다. 위의 엽서들은 페테르부르크 지도와 그 동네 인텔리겐치야, 그리고 트로이츠키 성당 스케치가 그려진 것들로 부끄보예드와 뽀드삐스니예 이즈다니야 서점에서 샀던 것들이다. 아래는 역시 페테르부르크의 말라야 모르스카야 거리와 겨울운하 사진, 그리고 어느 예쁜 러시아 레스토랑 사진(이 사진은 내가 찍은 게 아니고 sns에서 갈무리한 것임)이다. 지속적으로 향수병에 시달리고 있는데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고 나서는 이 향수조차 어딘지 죄책감이 들고, 또 '과연 앞으로 몇년 이내에 다시 갈 수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코로나가 끝나기만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건만... 어서 빨리 전쟁이 끝나고 평화가 오기만을 바란다. 죽어가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너무 마음이 아프다.


재택근무를 한 것 외에는 전혀 여유가 없는 하루였다. 아주 바쁘게 일을 했다. 오전엔 줌 회의를 했고 오후 내내 모니터를 보며 모종의 시스템에 각종 점수와 평가내용들을 작성해 입력하느라 나중에는 눈이 뽑힐 것처럼 아프고 팔과 어깨와 손목이 뻐근했다. 중간에 한숨 돌릴 겨를이 전혀 없었다. 그나마도 집에서 일을 하니 방해를 받지 않고 집중할 수 있어 망정이지 아마 사무실이었다면 직원들이 계속 옆에 찾아오기 때문에 오늘 해낸 일의 절반 정도밖에 못 했을 것이다.


내일은 사무실에 출근해서 일하는 날이다. 오전에는 상당히 신경쓰이는 면접에 들어가야 한다. 아, 그러고보니 생각났다. 내일 입을 옷을 꺼내놓아야 한다. 흑흑, 최소한의 단정한 옷을 입어야 한다 ㅜㅜ 이제 거의 봄이 왔으니 그간 미뤄둔 다이어트와 운동을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될 것만 같은데 엉엉 갑자기 슬퍼짐.


8시간 쯤 채워서 잤으니 수면이 모자라지는 않는데 왜 피곤한지 모르겠다. 아침에 한참 꿈꾸는 와중에 알람 울려 깨서 그런가보다. 꿈을 어지럽게 꿨는데 지금은 기억나지 않는다. 기억나면 불량수면이니까 기억 안 나는 편이 낫겠지. 내일 운 나쁘면 최고임원께서 들르실 것 같은데 딱히 어려운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좋은 것도 아니니 맘 편하게 안 들르시면 참 좋겠다. 오시면 뭐 또 그럭저럭 잘해드리며 지금 진행 중인 사업에 대해서도 상냥하게(-_-) 설명해드리겠지. 사회적 가면을 쓰고 사는 것은 참으로 피곤한 일이다. 이제 책을 조금 읽다가 늦지 않게 잠자리에 들어야겠다. 내일 하루만 버티면 주말이니 그것을 낙으로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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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근무를 하는 날이라 평소보다는 좀 여유가 있었다. 그리고 일도 상대적으로 좀 적었다. 그러나 덜 바쁘다는 이유로 느슨해진 결과 원래 다 해치우려던 일을 절반도 못하고 내일로 미뤘다 ㅠㅠ



어제 너무 피곤하게 잠들었는데 새벽 5시 즈음 깼다. 원래 오늘쯤이면 주기 상 몸이 나아져야 하는데 꼭 첫날 둘째날처럼 아파서 괴로웠다. 진통제를 먹을까말까 고민하다가 약 먹고 어쩌고 하면 잠이 달아날까봐 꾹 참았다. 그래서 아픔으로 괴로워하며 끙끙대다 간신히 도로 잠들었고 꿈에 시달림.



아침에 일어났는데 역시 너무 아파서 결국 빈속에 진통제를 먹었다. 이후 통증은 가라앉았으나 역시 빈속에 먹은 약 때문에 속이 부대껴서 고생함. 정신이 좀 몽롱한 채 오전 내내 일을 했다.



점심 먹은 후엔 소파에 기대어 20여분 가량 피곤하게 졸았다. 잠이 모자란 건 아니었으니 몸 상태 때문이었다. 하여튼 다시 업무시간이 되어 또 자리에 앉아 일을 했다. 이렇게 하루가 갔다.



오늘의 낙은 스트루가츠키 형제의 소설이 한권 더 번역된것을 간밤에 발견하고 주문해 오후 늦게 받아본 것이다. 너무 좋다. 마지막 번역본이 작년 초가을 즈음 나왔으니 일년은 기다려야겠지 했는데... 행복하게 책을 쓰다듬으며 표지와 앞뒤만 훑어보고 보물단지처럼 모셔둠. 주말에 읽어야겠다. 그럼 행복해지겠지.



지금은 불가코프 중단편집 계속 읽는 중. 전에 원서로 읽은 것도 있고 첨 읽는 것도 있는데 역시 최고의 작가임. 읽으면서 가슴을 확 베는 듯한 느낌이 드는 표현과 이야기들이 계속 나온다.



내일도 재택근무라 마음이 좀 가볍다. 모레는 출근이지만 그래도 이게 어딘가 싶다. 회사에서는 확진자들이 계속 나온다. 그냥 순서 기다리는 기분임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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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하루였다. 오전에 몇가지 일을 급하게 처리한 후 기획 업무 관련해서 윗분과 실무자와 줌 회의를 했다. 윗분이 좀 자가발전을 많이 하시는 스타일이라 어제 얘기한 게 다르고 오늘 얘기하는 게 다른 편이다. 어제 a라고 해서 그것에 따라 열심히 준비를 해놓으면 그 사이에 또 자가발전을 하셔서 오늘은 b를 말씀하시니 항상 좀 피곤하다. 하여튼 그것 때문에 오전 회의가 좀 골치아팠다. 

 

 

오후 스케줄 때문에 점심을 제대로 챙겨먹을 시간이 모자라서 대충 kfc에 가서 때웠다. 그런데 오늘따라 정말 맛이 없었음. 간단하게 먹은 후 다른 회사에서 요청한 자문회의에 갔다. 생각보다 얘기할 내용이 많아서 자문비 받는 게 미안하지 않을만큼의 역할은 한 것 같다. 

 

 

회의를 마치고 귀가했다. 지하철에서 다행히 빨리 자리가 났다. 앉았는데 너무 졸려서 암흑처럼 졸았다. 오늘까지 몸이 좋지 않아서 괴로웠다. 집에 도착하니 평소보단 약간 이른 시간이었다. 멍하게 소파에 늘어져서 쉬다가 밥을 챙겨먹고 vpn을 연결해 결재를 몇 건 했다. 내일과 모레는 재택근무라서 다행이다. 오미크론 대확산으로 유일하게 좋은 건 그간 재택근무 대상이 아니었던 나조차도 일단 윗분과 교대로 재택을 하게 된 것이다. 그만큼 위기 상황이 심각하다는 얘기지만(우리 회사는 비교적 방역을 아주 잘해서 그간 정말 확진자가 없었는데 2월 이후 매일같이 한두명씩 계속 나오고 있음) 그래도 재택근무를 하면 몸이 한결 덜 피곤하니 조삼모사로 좀 좋다. 

 

 

늦지 않게 자야겠다. 많이 피곤하다. 내일과 모레는 처리해야 할 일들이 여럿 있다. 오늘 아침 꿈에 다시 페테르부르크에 갔던 것 같은데 지금은 기억이 하나도 안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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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피곤한 하루였으므로 봄 느낌 나는 연노랑 리락쿠마 패밀리 그림으로 기분 전환. 출처는 그림 속 캡션에. 

 

 

오늘은 바쁘지는 않았으나 컨디션이 바닥이라 아주 힘든 하루였다. 아무래도 붉은 군대 주기 중에서도 제일 아픈 둘째날이고 날씨마저 비가 주룩주룩 오는 상황이라 최악. 가뭄과 산불을 생각하면 비 오는 게 정말 고마운 일이라 '그래그래 비야 계속 와라' 한다만 출퇴근, 점심 시간에 나다닐 때 비가 오면 정말 괴롭다. 역시 월요일이라 잠도 좀 모자란 상태로 출근을 했기에 종일 너무 피곤하고 졸렸다. 오전엔 몸이 너무 아팠고 오후엔 약기운이 돌면서 아픈 건 좀 가셨는데 대신 걷잡을 수 없는 졸음이 쏟아졌다. 일하다가 나도 모르게 꾸벅꾸벅 졸았다. 이 시기의 졸음은 자력으로는 어떻게 퇴치할 수가 없는 종류의 것이다. 몸이 받쳐주지 않는 것이다. 그나마 덜 바쁜 것이 다행이었다. 

 

 

지난주에 나에게 생각지 않은 결심을 얘기했던 직원은 다행히 주말 동안 곰곰 생각해보고 마음을 바꾸었다고 했다. 이것은 참 다행인데(일의 측면에서도 그렇고 이 직원 개인에 대해서도 그렇고), 또다른 직원 하나가 오늘 생각지 않은 문제를 가져와서 심히 마음이 아팠다. 둘 다 나와는 직접적 연관이 있는 문제가 아니다. 특히 후자는 전혀 관계없는 개인의 문제이지만 그래도 함께 데리고 일하는 직원이다 보니 무지하게 마음이 쓰였다. 최대한 이 친구에게 좋은 방향으로 풀어질 수 있도록 잘 이야기해주었다. 나 하나도 제대로 건사하지 못하는데 마음 써야 할 곳들이 참 많다. 

 

 

내일은 오전에는 줌 회의, 점심 먹고 나서는 외부 자문회의에 가야 한다. 그러니 오늘보단 좀 바쁠 것 같다. 오늘은 컨디션이 안 좋으니 늦지 않게 잠자리에 들어야겠다. 한 달 정도 어디론가 여행을 가서 예전처럼 골목들을 돌아다니고 모르는 카페들을 발굴하고 햇살 쬐며 벤치에 앉아 책을 읽고, 맘에 드는 카페에서는 친절한 점원과 가벼운 이야기를 나누고, 손때묻은 소박한 물건들을 파는 앤티크 가게에 가서 구경을 하고 조그만 걸 하나 사고 싶다. 아니면 그저,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친한 친구들과 만나 아무 생각 없이 실컷 수다떨고 웃으며 놀고 싶다. 그런 날이 다시 오긴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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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축 처지고 피곤한 주말을 보냈다. 집에서 계속 쉬었는데도 별로 피로가 회복된 느낌이 들지 않는다. 아마 시계처럼 정확하게 도래한 그날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오늘은 아침부터 계속 머리가 너무 멍멍하고 괴롭게 울려대서 이게 혹시 오미크론 감염된 건가 싶기까지 했다. 왜냐하면 백신 2, 3차 맞고 나서 느낀 두통과 비슷한 종류라서. 결국 걱정이 되어 저녁 먹기 전에 자가진단키트 검사를 해보았다. 키트는 음성이었다. 비록 이번 달에는 재택근무를 병행하고 있긴 하지만 아무래도 대중교통을 타고 먼 길 출퇴근을 하는데다 사무실에 가면 직원들과 같이 일을 하게 되니 언제 어디서든 걸릴 수 있기 때문에 항상 신경이 쓰인다. 아직도 머리가 좀 멍멍하다. 그날이라 그런 거겠지 한다. 

 

 

책을 읽고 쉬면서 보낸 하루였다. 전반적으로 우울감과 무력감이 몰려와서 딱히 즐겁지 않은 날이었음. 생각해보니 늦잠 자고 침대에서 뒹굴고 있다가 엄마가 전화를 하셔서 속상한 일을 한참 감정적으로 쏟아놓는 걸 들어드렸는데 그것 때문에 심적으로 지친 것도 여파가 있었던 것 같다. 요즘은 즐겁고 기쁜 적이 별로 없다. 친구들 만나는 것도, 여행도 다 안되고, 거기에 대내외로 심란한 일들 뿐이라 더 그런 것 같다. 

 

 

유일하게 괜찮았던 것은 어제와 오늘 글을 좀 썼다는 것이다. 자기 전에 조금 더 써봐야겠다. 그런데 주인공이 내향적인 타입인데다 이 소설 자체가 좀 의식의 흐름, 자기 비판과 혼란스러움 등등으로 구성된 터라 쓰면서 기분이 좋아지는 종류의 글은 좀 아니다. 이럴땐 원래 서무 시리즈 같은 즐거운 장난 같은 글을 써야 기분이 나아지는데 싶지만, 힘들게 시작한 글이고 또 나름대로 집중하고 있으니 그냥 쭉 가려고 한다. 이제 옛날 같지 않아서 집중할 수 있는 시간도 짧고 한번 흐름을 저버리면 다시 잡고 쓰기가 쉽지 않게 되었다. 이것도 어찌보면 슬픈 일이다. 하여튼 그래도 남녀 주인공이 서로 툭툭 쏘는 대화를 주고받기 시작했기 때문에 이 대화의 리듬이 제대로 본 궤도에 들어가면 훨씬 즐거워질 것 같다(아직은 이야기 흐름 상 남자 주인공이 수동적으로 한두 마디로만 대꾸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주는 아주 바쁘진 않지만 해야 할 일들이 여럿 있다. 외부 자문회의에도 가야 하고 내부 회의들도 이미 몇 개 잡혀 있다. 숙제들도 많다. 직원에 대한 걱정도 좀 있다. 그리고 지난주와 지지난주엔 주중에 빨간 날이 하루씩 있었는데 이제는 없다 흐흑. 하여튼 잘 버텨봐야지. 

 

 

장미 사진 몇 장 접어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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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은 오늘 찍은 것이 아니고 며칠 전 꽃이 도착했을 때 다듬어서 막 꽂아놓은 직후 찍었던 것이다. 잎이 더 초록색이고 봉오리가 팽팽하다. 꽃 도착했던 날이 수요일이었는데 그날 찍어놓았던 사진 몇 장을 올리는 것을 잊어서 그냥 흘리기 아까워 맨 아래에 접어둔다. 

 

 

 



 

2주째 버티고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버터플라이 라넌큘러스 세 송이. 아마 오늘 지나면 다 시들 것 같다. 그래도 이 종류 치고는 오래오래 버텼다. 

 

 

이번주는 계속 바빴고 수면 부족에 시달렸다. 그리고 그날이 바짝 다가왔고 오늘은 날씨도 우중충했다. 그래선지 계속 자고 또 잤다. 계속 자고만 싶었다. 원래 잠들면 새벽에 두어번 깨는데 오늘은 거의 8시간 가까이 내리 잤다. 깨어난 후에도 다시 두번이나 잠들었다. 더 자고팠지만 이미 열 시간도 넘게 잤기 때문에 억지로 일어났다. 꿈도 어지럽게 꾸었다. 꿈에서 엄마랑 다시 페테르부르크에 갔다. 처음엔 몰랐는데 나중에 길을 건너면서 '아, 여기 바실리섬이네' 라고 깨달았다. 그리고 여전한 꿈의 패턴대로 그곳은 어딘가 휑하고 어둡고 내 기억에 없는 거리들이었다. 그러니 네프스키로 가야 할 것 같았다. 버스를 기다렸지만 오지 않아서 엄마와 다시 횡단보도를 건넜다. 건너편에 네바 강이 있어서 엄마에게 '저게 네바 강변이에요'라고 알려드렸다. 그러나 보통 거닐곤 하던 그 네바 강변(궁전 교각이 있고 쿤스트카메라와 페트로파블로프스크 요새, 반대 방향으로는 에르미타주와 해군성이 보이는)이 아니라 훨씬 외곽이었고 강 건너로는 낯선 하얀색 건물과 공사 중인 건축물들과 자재들이 보였다. 우리가 도시의 변두리 쪽으로 왔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씀드렸다. 

 

 

요즘 부쩍 페테르부르크 꿈을 자주 꾼다. 해외 입국 격리 면제 얘기에 나도 모르게 '그럼 올해 갈 수 있을까?' 하고 생각했다가 러시아 비행 노선들이 모두 막혔다는 사실을 상기했다. 이런 와중에 다시 가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에 죄책감이 들기도 했다. 내가 사랑하는, 내게 아주 큰 의미를 지닌 곳인데... 코로나 때문에 막혀 있으니 풀릴 때까지 기다리면 된다고만 생각했던 것이 이제는 다른 문제들 때문에 어려워졌고 심적으로도 좀 고통스럽다. 전쟁에 대해, 희생과 죽음에 대해, 권력과 독재자에 대해, 그리고 끔찍한 전쟁 범죄 앞에서 역시 또다른 나쁜놈 노릇을 톡톡이 해왔다는 건 슬며시 잊혀지고 정의의 사도인양 나대며 은근히 재미보고 있는 쪽에 대해, 하여튼 모든 것들에 대해 조금씩 조금씩 생각하면 언제나 거기서 죽어가고 희생되고 서로 싸우게 되는 건 약자들이라는 사실로 쳇바퀴처럼 되돌아오게 된다. 

 

 

기온을 보면 날씨는 매우 따스했는데 나는 오후 늦게까지 으슬으슬 가벼운 오한이 들었다. 아마 햇살이 들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다. 며칠 동안은 난방을 안 했는데 결국 오후에 보일러를 가장 약하게 틀었다. 그리고 따뜻한 물로 목욕도 했다. 그날 직전이라 온몸이 쑤시고 아프다. 이제 글을 조금 쓰다가 자야겠다. 

 

 

며칠 전 찍어두었던 장미와 그때까진 시들지 않았던 프리지아, 라넌큘러스 사진 몇 장 아래 접어두고 두서없이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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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지난했던 일주일을 마치고 이제야 주말을 맞이한다. 중간에 하루 빨간 날이라 쉬었지만 그날 제대로 쉴 수 있었던 사람이 어떤 진영이든 관계없이 몇이나 될까 싶다.


오늘 아주아주 바쁜 하루였다. 체크해야 할 일들이 산더미 같았다. 그리고 오후에는 작년 사업 실적에 대해 프리젠테이션을 하고 질문을 받는 아주 피곤한 일정이 있었다. 나는 진행 같은 건 잘하는 편이지만 사실 이렇게 점수를 받기 위해 나서서 발표하는 것에는 상당히 울렁증이 있고 힘이 들고 겉보기에 비해 훨씬 긴장을 한다. 윗분이나 울부서 직원들은 그런 사실을 잘 모른다. 어떻게든 잘 숨기고 있다...라기보다는 많은 연습과 준비를 하고 엄청난 가면 모드에 돌입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준비 과정에서 엄청 심장이 답답하고 벌렁벌렁하고 머리가 멍멍하고 아프고 쾅쾅 울려대고 등등 온갖 불안의 증후들이 신체적, 정신적으로 발현된다ㅠㅠ 작년 이맘때 이 프리젠테이션을 하는데 그날 워낙 위급한 업무들이 뻥뻥 터진 상태라 정신적으로 좀 피폐해진 상황이긴 했지만 하여튼 줌으로 얘기하다가 좀 유체이탈되면서 스스로도 '아 내가 지금 버벅거리고 있구나' 라는 자각에 엄청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 사회경험이 쌓이고 쌓여서 이제는 실제로 이렇게 망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만 하여튼 작년에는 망쳤고 그나마 나중에 문서에 대한 질의응답을 받아 거기 답변하는 2차 과정에서 만회해서 큰 실점은 하지 않았다.


그래서 오늘은 일찍 나와서 아예 발표 원고 노트를 따로 썼고 빈 회의실에 들어가 수차례 읽어보며 주어진 시간을 맞추고 좀더 이해가 잘되는 표현들로 고쳤다. 우스운 것은 '10분 동안 얘기하세요' 라고 했을 때 그냥 말로 하면 시간을 딱 맞추기가 좀 어렵지만 원고를 쓰면 글의 흐름에 따라 얼추 '이 정도면 10분 안으로 들어오겠군' 이라는 감이 있다. (글의 분량을 물리적으로 파악하는 게 아니라 글 자체의 흐름으로 잰다) 그래서 오늘 아침에 써본 첫 원고를 소리내어 읽어보니 9분이 나왔다. 말의 속도와 리듬, 추임새, 중간중간의 휴지부를 감안해 다시 읽으니 10분이었다. 역시 말보다는 글이 편하고 감각도 더 예민하게 발달되어 있는 거지. 근데 사실 나는 시간에 대한 감각은 전반적으로 좋고 때로는 너무 예민해서 탈인 편이긴 하다.


하여튼 이렇게 사회초년생처럼(ㅜㅜ) 프리젠테이션 원고를 수차례 소리내어 읽고 고치며 준비를 하느라 바빴고 그 사이사이 많은 일들을 처리했다. 발표는 그냥저냥 무난하게 마쳤는데 중간에 줌 마이크에 문제가 있어 좀 힘이 들었다. 줌은 여러 모로 대면과는 좀 다른 측면으로 피곤하다. 이후에도 남은 일들을 처리하고 직원들의 담당 사업들의 진행상황을 체크해주고 재택근무를 교대로 진행하고 있는 윗분께도 전화해서 몇가지 일들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정보들을 전달해 드렸다. 그러다가 결국 평소보다 좀 늦게 퇴근했다.


오늘의 유일한 낙은 아침에 평소보다 일찍 출근해 지하철에 자리가 있었고 저녁엔 늦게 퇴근해서 사람이 많았는데도 자리가 금방 나서 앉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앞뒤 수식어들이 일찍 출근 늦게 퇴근이라 이 작은 행복에 먹구름을 드리운다.


지난 설 연휴 때 부모님이 집에 와 계셨고 정치 얘기를 하다가 내가 무심코 '옛날엔 막상 어렸는지 그런 생각을 안 했는데 이제와서 생각하니 DJ가 참 대단하고 훌륭한 사람이었네요. 그런 사람이 나오기 참 힘든 것이었어요' 라고 하자 엄마가 '그 사람은 용서를 했지. 그것이 정말 대단하지' 라고 말씀하셨다. 이번 대선 과정에서, 그리고 어제와 오늘 그 말이 문득문득 다시 떠오른다. 용서를 한다는 것이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것이 진심이든 전략이든. 양쪽 다 쉽지 않다. 이미 판은 바뀌었고 일어난 일들은 받아들여야 하니 이렇게 된 이상 아무리 내 맘에 안 들고 미워도 새 정부가 정말 삽질 안했으면 좋겠고, '진짜 다 말아먹을 거라 생각했는데 예상보다 괜찮다. 남의 말도 들을 줄 안다'가 되면 좋겠다. 그리고 피비린내 나는 보복과 분쟁 대신 좀 포용적이고 건설적인 방향으로 가면 좋겠다. 사람들 죽어나가고 소모적인 보복이 이어지는 것에 이제 진저리가 난다. 0.7%가 의미하는 건 거의 절반만큼의 사람들이 반대를 했다는 거고 그걸 적으로 남는 게 아니라 어떻게든 같이 가야 하는 사람들, 결국은 포용하고 최소한 그 의견에 귀를 기울여는 봐야 하는 사람들로 대우해주면 좋겠다. 그런데 사실 촛불정부에서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그닥 잘한 게 없고 갈수록 온갖 타락과 위선의 행태를 보여주었으니 이런 소망을 품는 것이 너무 나이브한 것 같다. 그래도 소망은 할 수 있잖아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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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밤엔 어찌어찌 열두시 반쯤 잠들어서 성공했다 싶었으나 새벽 4시 반 즈음 깨어나 한동안 참으며 자보려고 노력하다 결국 호기심을 견디지 못해 폰으로 대선 결과를 확인하고는 더 잠들지 못하고 한참 뒤척이다 일찍 출근했다. 그런데 이미 잠이 달아난 상태에서 봤기 때문에 아마 결과가 달랐더라도 잠은 어차피 못 잤을 것 같다. 오늘은 많은 사람들이 잠 설치고 출근했을 듯.


사실 예상했던 결과였기 때문에 오히려 그렇게까지 충격은 받지 않았고 기분 안 좋았던 것도 어제가 더 심했다. 막상 큰일이 일어나고 나면 한동안은 현실을 마주하느라 바쁘기 때문인 것 같음. 이렇게 된 거 투표 결과와 여성들의 대답을 보고 조금이라도 좀 여태까지의 문제를 돌아보고, 속마음은 안 그렇더라도 적어도 코스프레로라도 좀 자제하고 통합을 얘기해준다면 좋으련만 떡하니 '갈라치기도 없었고 이미 법과 제도가 완비되어 있으니 개인의 문제'라고 얘기하시니 뭐 아무리 마음을 잘 달래며 받아들여주려 해도 좀 어렵구나. 하여튼 어떤 면에서는 후보보다도 더 꼴보기 싫었던 모 인사는 좀 어떻게 처리가 되면 좋겠고(그거라도 되면 정말 마음이 나아질 것 같음), 일단 된 사람은 '지금까지의 우려가 알고보니 기우였다, 사실은 은근 능력 있었다/혹은 그래도 바보는 아니었다!'를 보여주면 참 좋겠다. 진심이다 ㅠㅠ 안 그러면 앞으로 놓여 있는 현실들이 너무 우울하잖아. 그리고 얼마 안 남은 지선에서는 정말 소신투표를 하겠다.


출근해서는 무지 바쁜 하루를 보냈다. 아무래도 며칠 동안 재택근무를 했기 때문에 사무실에서만 할 수 있는 일들이 좀 쌓여 있었고 오전에는 기존까지 같이 일했던 어느 외부 파트너와 별로 오래 걸리진 않지만 상당히 외교적인 처세가 필요한 미팅을 잠깐 했다. 그리고 직원 한 명과 생각지 않은 면담을 좀 해서 마음이 심란해졌다. 내가 뭘 잘못했거나 그런 건 아니고 이 직원이 뭔가를 준비하고 있는데 상당히 우려가 되어서. 개인적으로도 그렇고 그냥 이것저것.


오후에도 바쁘게 일했다. 그리고 잠이 너무 모자라서 점점 힘들어졌다. 오늘따라 바지도 좀 조이는 걸 입고 와서(원래 조이던 바지가 아니었음. 그간 둥실둥실해져서임) 지하철로 귀가할때 점점 너무 숨쉬기가 어렵고 가슴도 배도 다 답답해서 죽는 줄 알았음. 마스크 때문에 더욱 산소 부족 상태에 수면 부족, 불편한 옷 다 겹쳐진 듯하다. 집에 돌아와 조이는 옷을 다 벗고 목욕을 하고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밥을 먹으니 좀 나아졌다.


내일은 오후 늦게 좀 긴장되는 프리젠테이션을 줌으로 해야 한다. 아 정말 이런 거 너무 싫어 ㅠㅠ 직원들과 윗분은 내가 그런 거 잘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가 않다고... 나도 너무 긴장되고 또 괴롭고 버벅댄다고 ㅠㅠ 피곤하다 정말. 좀 연습을 했어야 했는데 오늘 피곤한데다 이 사람 저 사람 업무 협의한다고 달라붙어서 결국 자료만 좀 보다가 말았음. 내일 아침 일찍 출근해서 혼자 연습해야겠다. 엉엉...



너무 잠이 모자라니 이제 자러 가야겠다. 나온 결과를 어떻게 되돌릴 수도 없고 그냥 받아들이고 앞으로 가는 수밖에. (그런데 혹시 이것이 지나친 충격으로 한동안 좀 맹해진 상황에 빠져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이 갑자기 들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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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늦게 잠들었고 역시 늦게 일어났다. 오늘도 정신없이 꿈을 꿨다. 꿈에서 부모님과 동생과 함께 어딘가에 가서 가로로 기다란 창문이 달린 집에 묵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거기는 페테르부르크였고 각도를 잘 맞추면 창문 너머로 스파스 나 크로비 사원이 보였다. 그래서 어서 거리로 나가서 가족들에게 스파스 나 크로비 사원과 네바 강 구경을 시켜줘야겠다고 서둘렀는데 막상 나가니 익숙한 랜드마크들은 전혀 없고 그냥 도시의 뒷골목들만 나왔다. 이런 꿈 패턴이 좀 반복되는 편인데 주로 페테르부르크와 프라하가 나온다. 꿈에서 페테르부르크에 가면 보통 이렇게 네바 강변에 가려다 잘 안되고(혹은 아스토리야나 유럽 호텔에 묵었는데 그곳이 아니거나 이상하거나 하고) 프라하에 가면 로레타 사원과 카페 에벨을 찾아가려다가 잘 안된다. 그런데 이제는 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에 꿈에서 페테르부르크가 나와도 어딘가 죄책감이 들고 마음이 안 좋다. 

 

 

나는 지난주 금요일, 첫날에 사전투표를 마쳤다. 오늘 가족들과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전화를 하다가 알게 된 사실. 부모님도 금요일에 사전투표하고 동생네도 마찬가지. 심지어 나는 일하느라 점심 때 갔지만 부모님과 동생네는 새벽 6시인가 7시에 가서 투표를 했다고 한다. 서로에게 독려한 적도 없고 언제 투표할 거냐고 물어본 적도 없는데 이 놀라운 일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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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은 대체로 정치성향이 비슷하다. 가족끼리 정치 얘기하면서 싸우는 일이 없으니 나름대로 이쪽으로는 화평하다. 나는 가끔 좀더 왼쪽으로 갈 때가 있고 엄마는 그중 좀 무난하신 편이라 예전엔 가끔 그래도 박근혜가 괜찮다고 하신 적도 있지만 그 정권 들어 내가 정말 심하게 트라우마를 겪게 되었기 때문에(이게 상징적인 고통이 아니라 정말 내 삶과 연계되어 실질적으로 많은 괴로움을 겪었다) 뒤늦게 그 사실을 알게 되시고는 충격을 받으셨다. 그래선지 내가 좀처럼 그 기억이나 그런 얘기를 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엄마는 정치적 의견이 다른 친구들과 얘기하다가 내 생각이 나서 울컥울컥하신다고 한다. (역시 그 힘들었던 시기를 잘 숨겼어야 했는데 ㅠㅠ 불효를 한 듯...) 

 

 

그간의 과정들과 여론조사 등을 보면서 그냥 포기를 했다. 딱히 정말 지지하는 세력도 없고 바라는 것도 별로 없다. 아니, 사실 가장 정치적으로 가까운 쪽은 있는데 총선이나 지선에는 그 소신대로 가는 편이지만 대선에서는 이게 참 어려워져서 결국은 전략적으로 가면서 마음속으로 큰 가책에 시달리게 되는 경우들이 생긴다 ㅜㅜ 

 

 

나는 제반 일상생활이야 모두와 비슷하다 치고, 업무 영역으로 한정했을 때 상당히 국가의 정책과 정부의 방향에 영향을 많이 받는 업계에 있다. (그래도 공무원이 아니니 다행) 그렇기 때문에 어떤 정부가 들어서든 각각의 색깔에 따라 요구하는 것이 있고 그것은 보수든 진보든 상관없이 상당부분 이익에 따라 좌우되며 단발적이고 근시안적으로(이것은 사실 반쯤은 알면서도 그러는 것이기도 하겠지만) 일회성 정책과 예산을 남발하고 네 편 내 편 가르는 것도 잘 안다. 여기에 대해서는 일말의 기대도 없다. MB와 박근혜 정부 때 정말 많은 고통을 받았지만 예전 참여 정부, 그리고 촛불 이후 정부에서도 많은 환멸을 느꼈고 한때 진보라는 기치를 내걸었던 자들의 타락과 자기 주머니 챙기기, 기득권화되는 과정과 그 뻔뻔함을 그대로 지켜보고 또 겪었기 때문에 상당히 냉소적이 되었다. 정도의 차이일 뿐이라고 생각하며 스스로를 달래고 그냥 포기하고 마음을 내려놓기로 했다. (아마 이렇게 사람이란 것이 나이를 먹고 노화하고 보수화되고 좋게 말하면 중립적/객관적이고 나쁘게 말하면 회색 종자가 되는 건가보다 하며 스스로를 돌아보곤 했다)

 

 

그러나 막바지로 들어설수록 갈라치기와 혐오를 기반으로 온갖 더러운 잡소리를 해대는 꼬라지를 보니 '아 정말 이것은 좀 심하다. 이것만은 정말 너무 끔찍하다. 이렇게도 부끄러움 없이 혐오와 차별을 대놓고 전시하고 전략으로 삼는 세력이 당당하게 정권을 잡게 된다면 너무나도 슬픈 일이다' 라는 생각을 떨쳐낼 수가 없었다. 다른 거 다 떠나서 그것 하나만으로 너무 고통스러웠다. 구조적 성차별이 없다고 공언하고 그것을 자랑스럽게 전시하는 자들을 용서할 수가 없다. 그것이 단순히 선거전략에 지나지 않으니 차후 그래도 통합과 보완하려는 적어도 제스처라도 보여주겠지... 하고 생각하다가도 그런 프로파간다에 열광하는 사람들이 다수를 차지한다면 사실 그 자체만으로도 너무 슬픈 일이 아닌가 싶어 속이 상했고 답답했다. 

 

 

아마도 그래선지 그냥 다 포기했다고 생각했는데 오후 늦게부터 갑자기 너무 가슴이 답답하고 얹힌 것 같고 심장이 두근거리고 머리가 멍멍했다. 왜 그런지는 대충 알겠다. 지난 정권 때 겪었던 트라우마가 무의식적으로 재발한 것이다. 아마 이건 이성적으로는 제어가 안되는 영역이라 그런 것 같다. 그당시 실질적으로 삶을 영위함에 있어 심적으로 너무 타격을 받고 한동안은 정신적으로 버티기가 너무 힘들어서 거의 넝마가 되어 있었던 터라 무의식적으로 그때의 기억이 돌아오는 것 같다. 스스로를 많이 치유하며 잘 버텨온 편이라 생각하지만 하여튼 아직 온전하게 아물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다. 

 

 

여기에는 너무 사적인 이야기를 쓰지 않고 정치에 대해서도 가급적 쓰지 않는다. 그날그날 일상의 메모를 적지만 거기에는 자신이 긋는 선이 있고 정말 사적인 이야기는 적지 않는다. 생각에 대해서도 다 풀어놓지는 않는다. 그래서 오늘도 그냥 간단하게 '일어났다. 잠이 모자란다 혹은 잠을 많이 잤다. 이러이러한 꿈을 꿨다. 차마시고 글쓰고 쉬었다' 라고 적고 일찌감치 자러 가려고 했는데 가슴이 너무 답답해서 좀 적어본다. 

 

 

 

 

 

하여튼 늦게 일어났고 아점 챙겨먹고 차 마시고 글을 좀 썼다. 옛날 무한도전을 보며 멍때려 보려 했는데 잘 안돼서 그냥 오늘의 메모를 적고 있다. 글을 조금 더 쓰고 자려고 하는데... 

 

 

그런데 원래 출구조사 결과만 잠깐 보고 아예 신경 끄고 폰도 안 보고 글쓰고 책 보다 자려고 했는데 생각지 않게 박빙이라 좀 놀랐다. 이게 뭐야, 나 정말 그냥 자려고 했는데. 아무 생각 안 하고 푹 자고 내일 일어나 그냥 출근하려 했는데. 잠 안 오면 자꾸 폰을 보게 되니까 그것을 방지하기 위해 수면을 도와주는 약도 조금 더 먹을까 하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그래야겠지? 하여튼 당초 예상했던 결과가 나올지라도 이런 현황을 분석해보면 그 인간들이 설마 그렇게 대놓고 혐오전략을 계속하지는 못하겠지... 라는 희망을 가져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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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 때문에 문화예술계에서도 파장이 계속되고 있다. 마린스키는 게르기예프와 안나 네트렙코가 해외 무대에서 거절당한 것이 내내 빅 뉴스로 나오고 있었지만 그건 여러 모로 생각할 여지를 주는 일이지 슬프기까지 한 건 아니고... 발레 쪽에서는 정말 슬픈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앞으로의 발전이 너무 기대됐던 브라질 출신 무용수 Victor Caixeta가 며칠 전 페테르부르크를 떠났다. 마린스키 세컨드 솔리스트였고 요즘 마린스키의 젊은 남자 무용수들 중에서도 드물게 내가 좋아했던 무용수였다. 너무 안타깝다. 

 

 

 

 

빅토르 사진 한 장 더. 

 

 

 

 

 

 

그리고 오늘 잰더 패리쉬도 떠났다. 이 사람은 영국 출신이다. 무용수로서는 딱히 내 취향이 아니었고(무대도 여러 번 봤는데 정말 무미건조했다) 이전에도 '왜 이 사람이 수석 승급을 했지?' 하고 의구심을 갖기도 했지만 그것과는 다른 차원에서 슬펐다. 이 사람이 올린 인스타 포스팅을 보니 찡했다. 

 

 

폭격과 살상으로 수많은 생명들이 희생되고 있는 상황에서 예술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너무나 얄팍할지도 모른다. 이 전쟁이 빨리 끝나기를. 독재자에게 빨리 말로가 오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더 이상의 희생이 없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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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하루였다. 오전에 자료를 몇개 봤고 다른 부서와 줌 회의도 했다. 오후엔 상대적으로 덜 바빴지만 업무와 관계없이 회사 전체와 관련된 공지가 나서 다들 좀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하여튼 월요일 하루가 지나갔다. 

 

 

간밤 새벽까지 잠이 오지 않았다. 나는 워낙 불면증에 시달려서 약을 처방받아 먹고 있는데, 이렇게 잠이 오지 않을 때는 부득이하게 약간 더 먹는다. 그러고 나서도 한 시간 정도 흐른 후에야 간신히 잠들었다. 꿈도 복잡하게 꿨다.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냥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다. 어차피 도토리 키재기라고 생각하며 마음을 무감하게 갖고자 하지만 역시 좀 어렵다. 멍청하고 조폭같고 다 좋다. 그냥 견뎌낼 수 있다. 그런데 혐오를 발판으로 잘났다고 나대는 넘만은 정말 못 견디겠다. 그 넘이라도 어떻게 좀 사라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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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이 다 지나갔다. 지난주 목요일과 금요일에 재택근무를 해서 몸은 덜 힘든데 그만큼 내일 출근길이 상대적으로 고되게 느껴질 것 같다. 

 

 

간밤에 글을 좀 쓰고, 늦게 잠자리에 들었고 늦게 일어났다. 그래서 늦게 밥 먹고 늦게 차 마셨다. 그냥 쉬면서 보냈고 오후에는 글을 약간 더 썼다. 자기 전에 좀 더 써보려 한다. 

 

 

이번주도 바쁠 예정이다. 수요일은 대선 투표일이니 쉬는 날인데, 노동을 시작한 이래 빨간 날이 오는 게 내키지 않는 건 정말 드문 경우이다. 아마 2012년 대선 시즌 2가 되지 않을까 싶은데 그때보다도 더 심란한 기분임. 아마 겪었던 일들이 있기에 그런 것 같다. 

 

 

하여튼 월요병을 물리쳐보려 애쓰며, 글을 좀 쓰다가 자야겠다. 

 

 

 

 

 

 

보라색 프리지아가 이제 꽃망울을 터뜨렸다. 꽃이랑 티타임 사진 아래에 몇 장 접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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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늦게 잠들었고 정신없이 꿈을 꾸다 몇시간만에 깨어났다 도로 잠들기도 했다. 자다 깨다 해서 늦게 일어나긴 했지만 몸의 피로가 풀리지는 않았고 다리가 굉장히 아팠다. 목, 금 재택근무를 해서 다리 아플 이유가 별로 없는데 ㅠㅠ



미세먼지 농도가 매우 높아서 아점과 저녁 챙겨먹을 때 외엔 창문을 거의 열지 못했다. 추위가 가시면 공기가 나빠지고 ㅠㅠ









보라색 프리지아를 약간 주문해보았다. 프리지아는 노란색이 가장 프리지아답고 또 향기도 좋지만 이것도 색깔이 예뻐서 기분 전환이 된다.


늦게 일어나는 바람에 밥도 늦게 먹고 차도 늦게 마셨다. 얼마전 번역되어 나온 고골의 디칸카 근교의 야회를 좀 읽었다. 그런데 이제 나이를 먹어서 머리가 잘 안 돌아가고 금세 피로를 느끼게 되어 그런지 고골을 옛날만큼 재밌게 읽기가 어렵다. 이 작가가 원래 엄청 화려한 언변과 꼬일대로 꼬인 문체의 소유자인데(그래서 원서로 읽기 진짜 피곤한 작가임) 그래도 번역된 건 훨씬 낫긴 하다만 오늘은 읽다가 '아, 수다스럽다... 아 피곤하다' 하는 느낌이라 단편 두어 개 읽고 잠시 덮어두었다.


옛날 유명 러시아 작가들 작품에 대한 내 사적인 인상은 아주 쉬운 몇 마디씩으로 딱 정리되는데 1. 푸쉬킨(좋음! 군더더기 없음! 버릴 것 하나도 없음! 천재!) 2. 레르몬토프(매력만점!) 3. 투르게네프(무무 빼고는 취향 아님. 우아한 귀족양반) 4. 고골(훌륭한데 좋지는 않음. 찝찝함) 5. 도스토예프스키(전무후무한 진짜 작가. 대화와 드라마로는 따라갈 사람 없음) 6. 톨스토이(선생님. 설교. 육체. 찝찝함)... 등등이다. 즉, 고골은 항상 '진짜 대단한 작가!' 라고 생각하면서도 '아아 찝찝하다. 아아 어딘가 기분나쁘다. 아아 그래서 딱 좋아한다고 말하긴 어렵다' 축에 속하는 분임. 그래도 옛날엔 고골 열독하곤 했고 번역된 책들이야 당연히 다 가지고는 있는데 이제 두뇌의 노화 때문인가 읽으려니 좀 지친다.


차를 마신 후 글을 반 페이지 가량 썼다. 주인공인 게냐가 프리발티스카야 호텔 2층 카페에서 예전 여자친구인 리다와 오랜만에 재회해 뻘쭘해하고 있는 상황인데 쓰면서 감정이입이 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나도 같이 뻘쭘 ㅋㅋ 이제 좀더 쓰다가 잠자리에 들어야겠다.


꽃 사진 몇 장 접어두고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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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시간에 사전투표를 하고 왔다. 예전의 사전투표들을 생각하며 갔는데 그때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사람이 많았다. 주민센터 훨씬 바깥의 상가 앞까지 줄이 늘어서 있었다. 코로나 확산이 너무 무서운 추세로 증가하고 있어 대선 당일은 위험할 것 같아 오늘 바쁜 와중에 시간을 쪼개서 간 거였는데 정말 사람이 많았고 연로한 분들도 많이 계셨다. 투표하고 나오면서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오늘도 재택근무일이었다. 역시 매우 바빴다. 아침부터 빡세게 일했다. 10시 반부터 또 줌회의를 했는데 원래 안건을 마친 후에 2차, 3차 회의를 이어서 했다. 그러느라 오늘도 점심시간이 한시간이나 밀렸다. 엄청 배가 고파졌다 ㅠㅠ 마지막엔 윗분이 나에게 따로 논의할 게 있다고 하여 둘만 남아 회의를 했는데 이게 좀 답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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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 남아서 한 회의에 대해. 애초 이 회의는 윗분이 겉으로는 '토끼님의 의견을 좀 들읍시다' 하고 시작했지만 실은 어제 이분과 우리 실무기획자와의 의견이 맞지 않아 빡쳐서 나에게 역성을 들어달라고 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럼으로써 자기 주장의 정당성을 획득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나 사실 나는 이 문제에 있어서는 실무자의 의견에 동의하는 상황이었다. 

 

 

윗분과 나 사이에는 다양성과 서브컬처에 대한 이견이 있었다. 이 주제는 올해 우리 부서 사업과 관계된 내용이다. 윗분이 본인이 생각하는 것처럼 오픈 마인드가 아니고 고루한 측면이 있어 실무자가 기획해 온 프로그램에 대해 정말 중요한 부분들을 다 놓쳐버리고는 우리는 발 빼야 한다고 반대하고 계셨다. 안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분이 그 프로그램을 하지 말자고 하면서 대는 이유들이 '우리가 기획주체로 100% 들어가지 않기 때문', '우리 사업과 맥락이 안맞음' 등이었는데 사실 그건 이전에 했던 다른 사업들과 비교했을 때 일관성이 없었다. 예전 사업들에서는(주제는 다르지만 카테고리는 같은 사업들이다) 지금 이 프로그램보다 더 맥락이 약하더라도 범위 안으로 끌어들여 진행을 했고 결과도 좋았기 때문이다. 실제로는 윗분이 그쪽 문화와 커뮤니티, 기획의도 등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하기 때문인데 그 사실은 결코 인정하지 않고 실무자의 기획력에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몰아갔다. 실상은 이분의 보수적 마인드 때문이다. 

 

 

보수적인 것까지는 좋다. 당연히 그럴 수 있다. 그리고 최종책임자의 입장에서는 여러가지 배경들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나 역시 사적인 가치관이나 취향 등과 업무 영역은 엄격히 분리하고 작금의 상황에서 이러이러한 일을 추진할 경우 현실적 리스크가 발생하지 않는지 여부를 따져서 판단 기준으로 삼으니까. 차라리 그런 쪽으로 논의를 가져간다면 나도 별로 기분 상하지 않고 받아들일 수 있다. 일은 일이니까. 그러나 이분이 자기가 그렇지 않다고, 자기는 아주 진보적인 사람이라고 우기는 것이(심지어 그렇게 철석같이 믿는 것이) 너무 짜증이 났다. 그 부분을 조금이라도 지적하면 자기는 아주 오픈되어 있고 소위 정치적으로 공정하다면서 과민반응을 보였다. 

 

 

 

이분이 항상 다양성과 서브컬처, 젠더와 논바이너리에 대해 표피적 엘리트주의로 접근하고 때로 그 문제들을 대상화하고 일종의 상징적 트로피와 가십처럼 다루려는 경향이 있어 나는 항상 그런 태도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여러 차례 그런 태도의 위험성에 대해 얘기한 적도 있지만 이분은 전혀 이해를 못하셨다. 막상 중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나는 당연히 열린 마음이고 그런 것들을 지지하는 사람이야. 내가 반대하는 건 다른 이유야' 라고 하시는데 '솔직히 그거 열린 마음 아니거든요, 피상적으로 그러시는 거거든요, 소위 강남좌파 비슷한 태도에요' 라고 말하고 싶은 것을 꾹 참았다. 말해도 안 통해서. 

 

 

'사실 당신은 그쪽에 대해 이해가 잘 안되는 거고 조금이라도 위험해질까봐, 혹은 체면이 상할까봐 그러는 거죠. 본인이 생각하시는 것만큼 열린 마음도 아니고 그런 다양성과 서브컬처에 대한 이해도도 없거든요' 라고 대놓고 말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그래봤자 해결이 안되고(심지어 윗분이므로 이렇게 대놓고 비판하기도 어렵다. 돌려가며 얘기하긴 했지만 이분은 자기 역성 들어달라고 나를 남겨서 회의를 계속한 상황이라 내가 반대의견을 피력하자 이미 빈정 상하기 시작하시는 게 너무 눈에 보였다), 어차피 이분의 결정을 따라야 하는 상황이라 공연히 말싸움을 계속하면 이분의 히스테리만 불러일으키게 되니 '무슨 뜻으로 그러시는지는 알겠는데 제 생각은 다릅니다. 저는 실무자 의견에 동의합니다. 다만 그렇게 판단하신다면 그간의 과정에서 어려움이 생기지 않도록 잘 처리하겠습니다' 정도로만 얘기하고 그만두었다. 본인의 이해도가 부족하고 정치/문화적으로 사실은 자기가 생각하는 것만큼 진보적인 것이 아니라 딱 보기 좋을만큼의 엘리트적 보여주기식 관용을 내세우고 있을 뿐 실은 보수적이고 이해도 역시 떨어진다는 것을 절대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여튼 이 얘기 하느라 회의가 길어져서 점심 시간 한시간이 미뤄진 것이다. 나중에 실무자와는 따로 이야기를 나누고 어느 정도의 절충안을 만들어주었다. (절충안이라고는 하지만 사실 윗분의 의견을 거의 반영한 것이다. 전체 사업에서 그렇게 큰 비중을 차지하는 프로그램은 아니니 이것으로 공연히 계속 감정싸움을 하면 나머지 사업들 추진에 계속 애로사항을 겪고 이분의 히스테리를 받아내야 하니 전략적으로 행동하기로 한 것이다 ㅠㅠ)

 

 

 

 

 

 

 

가끔은 '차라리 아예 모르는 사람이 덜 위선적이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오늘 이 문제와는 다른 얘기지만 비슷한 결로 가끔은 '차라리 페미니스트라고 주장하는 주제에 온갖 맨스플레인을 늘어놓는 자칭 진보 위선자(실생활에서 많이 겪었음)보다는 아예 마초가 낫다' 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나는 뭔가를 모르는 사람보다는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아는 척하거나 위선을 떠는 사람을 견디는 게 더 어렵다. 모르는 건 용서가 돼도 위선은 용서가 안된다. 이러고 나면 기분이 좋지 않고 찝찝한 마음도 오래 간다. 

 

 

이렇게 오전에 심신의 기운이 다 빠진 후, 뒤늦게 대충 빨리 점심을 먹은 후 남은 시간을 쪼개어 사전투표를 하고 왔고 다시 일을 했다. 바쁘게 일하다 하루가 저물었다. 지쳐서 욕조에 몸을 담그고 거품목욕을 했다. 

 

 

이제 주말이라 다행이다. 내일 늦게까지 푹 잘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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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재택근무를 했다. 그래서 아침잠을 조금 더 잔 것과 만원 지하철에 시달리지 않은 것, 편한 옷을 입고 일한 것 이 세 가지 외엔 평소와 똑같았다. 아니, 심지어 일이 더 많았다. 무지무지 바쁜 하루였다. 일도 워낙 많았고 오전에 주요사업 하나를 놓고 윗분과 실무자랑 줌회의를 했는데 이 회의가 너무 길어져서 밥도 한시간이나 늦게 먹었다. 

 

 

오후에도 계속계속 바빴다. 뭐라 형언할 수 없이 바빴다. 내일도 오전에 줌 회의를 해야 한다. 그나마 내일도 재택근무니까 위의 세 가지 좋은 점이 있다. 그거라도 없으면 정말이지 지치는 일뿐. 

 

 

심지어 밤에도 예기치 않은 일이 발생해 그거 대처하느라 뒤늦게 업무 통화하고 정신없었다. 흑흑 맨날맨날 도떼기 시장도 아니고 이게 뭐란 말인가. 

 

 

새벽에 아주 오랜만에 내가 제일 좋아했던 영화인 벨벳 골드마인의 편집본 클립을 보는 꿈을 꿨다. 꿈속에서 영화는 실제 영화와는 어딘가 조금씩 달랐고 나오는 노래들도 좀 이상하게 달랐다. 하여튼 꿈속에서 좀 설렜고 옛날의 그 열중했던 기분이 잠시라도 되살아난 것 같았다. 깨어나니 좀 아쉬웠다. 

 

 

내일 점심 때 사전투표를 하러 갈까 했는데 비가 온다고 한다. 아무래도 토요일에는 늦잠 자느라 팍 늘어져버려서 안 나가게 될 것 같고, 대선 당일엔 사람이 많을테니 오미크론이 두려워 내일 가고 싶은데 과연 가능할지 잘 모르겠음. 오늘 같이 바쁜 업무일정이라면 점심시간에도 잠깐 나갔다 오기 힘들 것 같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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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시내의 다른 사무실에서 퇴사 직원 송별 겸 새로 오는 직원 환영, 인수인계, 업무 점검 등 각종 업무가 있어 그쪽으로 출근해 종일 일했다. 송별회나 환영회라 해봐야 이쪽 사무실에는 직원 수가 매우 적고 또 코로나 때문에 재택근무도 겹쳐 있어 4명 정도였다. 밥 잠깐 먹고 그냥 사무실에서 같이 일하고 이야기 나누고, 다른 미래를 위해 떠나는 직원을 배웅해주고, 나중에 따로 작은 선물을 보내주었다.  

 

 

 

 

 

 

점심 먹고 잠시 아름다운 고궁 풍경을 내려다볼 수 있는 곳에서 직원들과 차를 마셨다. 오늘은 날씨가 좋았고 하늘이 무척 파래서 한순간은 코로나도, 대선도, 전쟁도 모두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에도 같은 하늘 아래에서 폭격이 벌어지고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고 국내외 막론하고 혐오와 선동이 도처에 퍼져 있다고 생각하니 다시금 마음이 착잡해진다. 

 

 

그외에는 굉장히 바빴다. 숨돌릴 틈이 없을 정도로 바빴고 오전과 오후 줌 회의를 두개나 들어갔다. 이쪽 동네 출장을 가면 좀 많이 걸어야 하고 오늘따라 출퇴근 지하철에서 자리도 안 나서 다리가 매우 아팠다. 

 

 

그나마 이번주는 목, 금은 재택근무를 하기로 했다. 오미크론 확산세가 너무 심각해 그간 상당히 방역을 잘 해왔던 우리 회사도 결국 여기저기서 확진자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나 같은 경우는 맡고 있는 부서의 규모와 특성 상 특히 컨트롤타워가 부재하면 안되기 때문에 임원 보고와 인사부서 협의를 마친 후 이번 한 달만이라도 윗분과 교대로 출근하기로 했다. 한명이 유사시 확진이 되거나 함께 근무한 사무실 직원이 확진되어 재택근무를 하게 되면 다른 한명이 남아 지휘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2년 전부터 내가 그토록 부르짖었건만 조직 내에서는 '부서장 이상 간부들은 재택근무 제외' 원칙을 고수해서 채택이 안됐는데 지금 상황은 너무 심각하다 보니 우리 부서만이라도 살 길을 강구하기 위해 따로 보고를 드리고 허가를 받았다. 즉 '기장과 부기장' 이지.

 

 

하여튼 심각한 상황이라 어쩔수 없이 택한 방법이긴 하지만 재택근무를 하면 지하철 출퇴근을 피할 수 있고 아침 잠을 좀 더 잘 수 있고 편한 옷 입고 근무를 할 수 있으니 '모든 나쁜 일엔 일말의 작은 좋은 점이 있다' 라는 나의 좌우명과도 일치한다. 원래 나는 항상 최악의 경우를 상정하고 매사를 사서 걱정하는 타입이긴 하지만 이 말을 항상 되뇌며 스스로를 다독이곤 한다. 이것과 더불어 간부 승진을 하고 일이년 지난 후부터는 '저질러진 건 어쩔 수 없으니 남은 걸 해결하자. 더 잘 될지도 모른다' 라는 말을 같이 쓴다. 사적 인생에선 이 좌우명들이(...이라기보단 주문이라 해야 할듯) 그리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지만 일할 땐 확실히 도움이 됨.

 

 

잠이 많이 모자란다. 일찍 자야겠다. 내일 한시간 더 잘 수 있어 참으로 다행이다. 내일도 할 일이 무지무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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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달력을 넘겼다. 어느새 올해가 두 달이나 지나갔다니 놀랍고, 대선까지 일주일밖에 안 남았다는 생각을 하니 좀 멍해진다. 

 

 

너무 피곤해서 늦게까지 잤다. 꿈을 정신없이 꿨다. 어제 종일 지나치게 일하고 집중하고 또 신경을 써서 그런 것 같다. 오늘 날씨마저 우중충하고 비도 와서 이른 오후까지 집이 어둑어둑했다. 일어나자마자 배가 아파서 고생을 했다. 

 

 

쉬면서 며칠 전부터 읽고 있는 후베르트 자이펠의 '푸틴 : 권력의 논리'를 이어 읽었다.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이 일어나기 전에는 읽으면서도 그렇게까지 마음이 불편하지 않았는데 이제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생각하니 읽는 내내 심란하다. 그와는 별개로 이 책은 상당히 추천할 만하다. 90년대 소련 붕괴 이후 옐친을 거쳐 푸틴이 권력을 쥐는 과정과 서구(특히 미국과 독일)와의 관계, 올리가르히들과 언론과의 관계, 우크라이나와 조지아 등 20여년 전의 배경부터 시작해 상당히 예리하게 묘사되어 있다. 그리고 미국과 서구 편향적인 시선이 아니기 때문에 적어도 '왜 푸틴이 저렇게 행동해왔는가?' 에 대한 논리를 찾아내는데도 도움이 된다. (그렇다고 정당화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은 이미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다. 푸틴은 끔찍한 독재자이고 전범이다. 거기 더해 미국도 결코 깨끗하지 않으며 전범이라는 타이틀에서 그렇게까지 자유롭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1차 협상이 별 소득 없이 끝나고 또다시 공격이 자행되고 미사일 폭격과 무시무시한 살상무기 사용이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민간인들이 희생되고 러시아 군인들도 아무것도 모른채 끌려와 전쟁에 내던져지고 있다고 한다. 제발 이 모든 것이 어서 그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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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밤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무용수인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와 그의 아내 마리야 쉬린키나가 침묵을 깨고 전쟁에 반대한다는 메시지를 올렸다. 마린스키 예술가들은 거의 모두 침묵 중이다. 국립극장이기도 하고 정부의 탄압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기 때문에 그저 '전쟁 반대' 혹은 '평화'를 말하는 것조차도 큰 용기가 필요하다. 알렉세이 라트만스키는 볼쇼이에서 신작 초연을 앞두고 이를 중단하고 미국으로 돌아갔지만 그는 생활 기반을 미국으로 옮긴지 오래되었으므로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예술가들과는 사정이 다르다. 슈클랴로프 인스타에는 응원과 지지, 고맙다는 댓글이 많이 달리긴 했지만 크나큰 분노를 터뜨리며 언팔하거나 비판하는 댓글도 연이어 달렸다. 주로 '그럼 2014년 돈바스 때는 넌 왜 침묵했느냐', '국립극장에서 춤추며 심지어 나라에서 내려준 공훈예술가 타이틀까지 받았으면서 어떻게 정부를 비판하느냐', '그냥 춤이나 추지 감히 어떻게 그런 말을 하느냐' 등등의 논리들이다. 나는 그를 지지하면서도 내심 좀 걱정이 된다. 원체 지금 러시아 국내 사정이 안 좋고 푸틴이 예전에 비해 좀더 막가파로 바뀌고 있는 것 같아서. 말르이 드라마 극장의 유명한 레프 도진 감독은 정부를 향해 전쟁 반대 편지를 썼다. 설마 레프 도진 같은 유명인사까지 탄압하려나 싶다가도 원체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는 나라라서 걱정이 된다. 

 

 

이와는 결이 다르지만 발레리 게르기예프(푸틴의 친구)는 지난 빈필 공연 취소에 이어 뮌헨 오케스트라 감독에서 해임되었는데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반대 의견을 밝혀달라는 요구에 거절했기 때문이다. 찬성한다는 말도 반대한다는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이것까지는 잘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게르기예프의 정치적 포지션에 찬성하지도 않고 음악가로서는 존경하지만 마린스키의 수장으로서 발레쪽에 미치는 영향은 그리 긍정적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그의 공연을 비토할 수도 있고 보러 가지 않을 수도 있다. 나 같아도 전쟁에 찬성하는 사람이 지휘하는 연주회에 가지 않을 것이다. 지휘자로서의 게르기예프를 좋아하지만 그가 만일 내한을 해서 지금 오케스트라 연주를 한다면 갈지 말지 굉장히 고민을 하고 결국 가지 않았을 것 같다. 하지만 며칠 간의 기한을 준 후 대답을 하지 않자 해임해버리는 건 좀 사정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아마 그가 갖는 권위와 상징성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료샤와 다시 잠깐 얘기를 나눴다. 현금 확보를 했느냐, 회사는 괜찮냐고 물어보았다. 그의 아버지가 원체 선견지명이 있는(그 판에서 닳고 닳은) 사람이라 외화와 현금 확보는 미리 좀 해두었지만 아마 앞으로 아주 힘들 것 같다고 한다. 기사들에도 계속 나오지만 은행들은 난리이고 atm기에 정말 현금이 없다고 한다. 사람들이 계속 체포되고 있는데 어제는 차를 타고 지나가다가 차 창밖으로 경찰 두명에게 젊은 여자가 통째로 들려져 끌려가는 걸 봤다고 울분을 토했다('거의 너만큼 작은 호빗같은 여자였다고!' 하며 버럭 소리를 질렀다) 이러다 도산하는 거 아니냐, 회사 접게 되는 거 아니냐고 조심스럽게 물었더니 '몰라 울 아빠가 알아서 할 거야. 그냥 예전에 영국 국적 딸 걸 그랬나' 하고 반쯤 농담섞어 투덜댔다. (영국에서 공부한데다 아버지 인맥으로 예전에 그럴 기회가 있었음. 내 기억에 료샤네 아버지는 그때 이중국적 취득까지 했는데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다)

 

 

 

 

 

 

 

하여튼 이제 휴일이 다 지나갔다. 내일 다시 출근을 해야 한다. 오늘은 글을 하나도 못 썼다. 머릿속이 뒤엉키고 어지럽다. 우리 나라고 남의 나라고 다 엉망이라 그런가. 

 

 

티타임 사진 몇 장 접어두고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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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일하지 않을 때면 계속 뉴스를 찾아본다. 코앞에 닥친 대선도 그렇지만(이것도 참 절망적이다ㅠㅠ) 계속해서 우크라이나 관련 기사를 읽고 또 읽게 된다. 국내 뿐만 아니라 러시아 현지 기사들도 읽는다. sns로 현지인들의 반응도 쭉 읽는다. 트위터는 러시아 정부에서 일부 제한을 한 탓인지 타임라인에 올라오는 글이 많이 줄었다. 그리고 검열 때문에 몇몇 단어는 잘리거나 아예 필자가 다른 단어로 대체해서 쓴다. 매시간마다 더 이상의 희생자가 없기를, 그리고 제발 상태가 더 악화되지 않기를, 가능한 최선의 평화가 찾아오고 파국과 고통이 없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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뻬쩨르에서도 반전시위가 계속 있었고 체포된 시민들도 많았다. 모스크바의 유명 극장 디렉터는 전쟁에 반대하며 사임했다. 유명 방송 베체르느이 우르간트의 진행자인 이반 우르간트는 반전 메시지를 냈다가 '방송 계약 연장이 되지 않았다'라는 이유로 해당 방송이 중단되었다. 내가 아는 사람들이나 팔로우하는 러시아 사람들은 역시 성향상 반전 메시지를 계속 내고 있고 시위에 나간 사람도 많다. 가장 많이 나오는 해쉬태그나 단어들은 '전쟁 반대', 그리고 '부끄럽다'이다.

 

 

 

오늘 퇴근 후 료샤와 잠깐 통화를 했었다. 이 친구가 자기도 반전시위에 나갔다고 해서 깜짝 놀랐다. 료샤는 내가 매우 아끼는 친구이지만 웬만하면 정치 얘기는 나누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는 노브이 루스키의 아들, 부르주아, 자본가 2세이고 푸틴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딱히 대안도 없다고 생각하며 14년 크림반도 합병에는 찬성 입장을 보였고 전반적으로는 정치에 무관심한 편이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반전시위에 참여했다고 한다. 피켓까지는 들지 못하고 행렬에 따라갔다고 한다. 통화하면서 나도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었다. '우리 엄마 우크라이나 출신이야. 어릴 때 키예프에 있는 외가에 갔었어' 라고 한다.

 

 

료샤는 어린시절에 대해 향수가 없고 부모님과도 관계가 딱히 행복하지 않아서(십대 초반에 부모님이 이혼했고 엄마와는 소원했다) 나와는 드문 경우가 아니면 어릴 때 얘기를 많이 나눈 적이 없었다. 예전에 막 친해지기 시작해 이 녀석이 나에게 좀 많이 의존하던 무렵 술먹고 푸념 반 울음 반으로 어릴 때 유괴당할 뻔했는데 엄마가 자기를 다독거리기는커녕 모르는 사람 따라갔다고 불같이 혼냈던 거 얘기하며 '엄마는 그러면 안되는 거잖아. 안아줘야 되는 거잖아' 라고 마음속 상처와 트라우마를 표출한 것 정도. 그리고 엄마가 억지로 악기 배우게 시켰는데(플룻인가 클라리넷이었다) 자기는 그게 너무 싫어서 땅을 파고 묻어버렸다는 우스개 겸 역시나 맘 아픈 푸념 정도였다. 지금도 엄마와는 거의 연락을 안 하고 지낸다. 나도 그의 아버지는 몇번 본적 있지만 엄마에 대해선 본 적도 없고 전혀 모른다.

 

 

'엄마 때문에 시위 나갔어?' 하고 물어보자 그는 '아니, 울 엄마 국적은 러시아야. 재혼하고 이십년도 넘게 모스크바에 사는데 뭐. 근데 그거랑 무슨 상관이야. 이거 정말 미친 짓이야. 정말 너무해' 라고 한다. 그러면서도 돈바스에 대해서는 러시아인들이 많은 곳이기 때문에 분리독립했어야 한다고 선을 긋는다. 8년 동안 돈바스에는 계속 폭격을 했는데 서구에선 그건 다 나몰라라 모른척했다고도 한다. 하지만 이 침공은 도저히 용납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돌아와서, 전쟁과 경제 제재 때문에 앞으로 사업이 어려워질거고 어느정도 예상은 했지만 SWIFT 퇴출은 좀 많이 어렵다고 한다. 그러니 자기가 '망할넘의 독재자'(여기서 그와 나의 표현이 일치함. 하긴 료샤는 옛날부터 푸틴에 대해서는 좋지도 싫지도 않지만 대안이 없으니 그냥저냥이라고 하면서도 단호하게 '독재자'라고 부르곤 했으니 ㅋㅋ)에 빡쳐서 시위 나갈 만하지 않느냐고 한다. 그리고는 그 역시 '부끄러워'라고 한다. 

 

 

물론 안 그러는 사람들도 있다. 내 지인들은 아니지만 한 다리 건너 아는 사람이나 sns의 다른 글들을 보면 푸틴을 옹호하고 돈바스가 8년간 당한 폭격에 대해 얘기하고 반전 운운 잘난척하는 인텔리들 꺼져라, 이건 다 미국과 망할넘의 우크라이나 친나치 세력 때문이라고 진지하게 말하는 경우도 많다. 소련, 나토, 미국, 민스크 협정, 서방이 어긴 나토 미확장 약속 등등의 얘기들도 나온다. 마지막 문장은 사실 러시아 입장에서는 어느 정도 일리가 있었던 주장이다. 그리고 푸틴이 이렇게까지 선을 넘고 끔찍한 짓을 자행하기 전까지는 나름대로의 논리가 있었다. 푸틴의 논리와 행위가 끔찍하듯 미국의 논리와 행위도 비열하다. 이것은 양비론을 내세워 독재자의 전쟁범죄를 옹호하려는 것이 아니다. 미국과 나토 역시 자원과 정치, 자본과 이윤을 놓고 장사질을 하고 주판알을 튀겼다. 

 

 

좀전에 첫 협상이 시작되었다는데 부디 더이상의 살상이 없기를 바란다 ㅠㅠ 정말 너무 슬프고 남의 일 같지 않아 기사들 읽을 때마다 울컥울컥한다 ㅠㅠ 

 

 

 

 

 

 

오늘은 정말 많이 바빴다. 새벽 늦게야 잠들어서 수면이 매우 부족했다. 오전엔 심층면접을 진행했고 진이 빠졌다. 어쨌든 대상자 중 그래도 좀 괜찮은 사람을 뽑았다. 점심 먹은 후 히스테리 장착 직원에게서 사업계획 보고를 들었고 말도 안되는 논리로 자기 마음대로 하려는 것을 원천봉쇄하여 그것은 안된다고 딱 잘랐다. 그리고 후배직원에게 일을 좀 떠넘기려는 낌새가 보여서 그 직원은 다른 일이 많고 분장상 업무 주도는 네가 해야 한다고 딱 잘랐다. 그래서 이 히스테리 장착 직원은 막판에 안색이 확 변하며 저기압이 되어 회의가 마무리되었다. 나도 언제까지 오냐오냐해줄 수 없는 노릇이다. 이 회의를 마친 후에는 한없이 해맑지만 시간관리와 문서, 예산 능력이 거의 제로에 수렴하는 직원이 사업계획 초안을 들고 와서 이것을 같이 놓고 두어시간 가까이 검토를 하고 지적을 하고 뭐가 문제인지, 뭐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다시 짜보라고 유도를 했다. 그랬더니 하루가 다 갔고 말을 너무 많이 해서 어지럽고 울렁거렸다. 

 

 

너무 지친 상태로 퇴근했다. 내일 삼일절이라 쉰다. 쉬니까 다행이다. 오늘 메모는 '이러저러해서 바빴다. 자야겠다' 라고 짧게 적으려 했는데 어쩌다보니 우크라이나 얘기로 길어졌다. 료샤랑 통화를 해서 그런가보다. 보고 싶다는 얘기, 레냐에게 안부 전해달라는 말, 그리고 이러다 코로나 누그러들어도 이젠 너네 나라 오가는 비행기 다 막혀서 아예 못보게 되는 거 아니냐는 나의 푸념으로 끝났다. 이제 자야겠다. 정말 피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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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면서 보낸 일요일이었다. 늦게 일어나고 게으름 피우며 그냥 쉬었더니 하루가 금방 가버렸다. 이번 주말은 왜 이렇게 짧게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아마 지난주 피로가 너무 누적되었기 때문인 것 같다. 

 

 

늦게 밥 챙겨먹고 차 마시고 책을 보며 하루를 보냈다. 요즘 일에 치어 너무 스트레스를 받고 지치다보니 아무 생각없이 멍때리고 싶어서 옛날 무한도전을 다시 보고 있음. 오늘도 초창기 에피소드 몇개 돌려보며 쉬었다. 

 

 

간밤에 글을 반 페이지 가량 썼고 오늘 오후에도 몇줄 좀 고쳤다. 밤에 더 쓰고 자려 했는데 게으름 피우다 보니 어느새 잠잘 시간이 다가와서 오늘은 그냥 미뤄두기로 했다. 

 

 

그나마도 이번주는 화요일 삼일절이 있어 월요병이 조금은 덜하다. 그러나 내일 두개의 상당히 신경쓰이는 스케줄이 있다. 오전엔 면접 심사에 들어가야 하고(윗분의 기대가 많이 투영된 업무를 맡을 사람을 뽑는 건데 문제는 면접 대상자들이 그 기대를 충족시켜줄만한 것 같지가 않음 ㅜㅜ), 오후엔 히스테리 장착 직원의 사업계획 보고를 들어야 한다. 후자는 자기 멋대로 만들어온 계획을 내가 일부 수정 지시를 해놓았는데 과연 어떻게 가져올지 모르겠다. 생각하니 피곤하다. 면접 들어가서 능력을 검증하고 이 사람이 과연 우리와 잘 해나갈 수 있는 사람인지 헤아리는 것도 사실 상당히 에너지를 소진하는 작업이고, 자격지심으로 똘똘 뭉쳐 무조건 자기방어만 하려드는 직원을 데리고 잘 일하는 것도 쉽지 않다. 하여튼 내일 이 두 가지를 무리없이 클리어하는 것으로 목표를 좁히고 곧 자러 가야겠다. 

 

 

 

 

 

 

 

핑크 라넌큘러스들이 만개하고 있다.  

 

 

 

 

 

 

꽃이랑 티타임 사진 여러 장 접어두고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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