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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위에 얹혀진 스스로 선물.



나를 위한 크리스마스 선물로 주문했던 미니 하이라이터가 조금 늦게, 오늘 도착했다. 코로나 이전 + 지방 본사에서 서울을 오가며 일하던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스트레스 등등의 이유로 색조화장품을 많이 샀고 이것은 립스틱에서 아이섀도로, 하이라이터와 블러셔로 정해진 수순을 밟아 점점 확대되었다. 그러다 서울에 다시 와 일하게 되면서 + 마스크를 쓰게 되고 또 출퇴근 거리도 멀고 이래저래 게으름이 발동되어 심지어 지금은 최소한의 톤업크림과 컨실러까지만 대충 바른 후 사무실에 도착해 쿠션과 베이스 아이섀도, 아이라이너와 눈썹과 립을 슥슥 해치우고 끝내고 있다. 즉 인간둔갑을 절반만 하고 나온다.




그래서 립스틱도 계속 바르는 것만 바르고, 새로 사지 않은지 꽤 됐고, 블러셔나 하이라이터는 더더욱 그렇게 되었다. 어쩌다 여행갈때는 그래도 좀 챙겨가는데, 이번에 프라하에 갔을때 '그래 간만에 블러셔랑 하이라이터도 하나씩 챙겨가자' 하고 보니 내가 몇년 동안 안 썼던 고로 멀쩡히 많이 남아있던 하이라이터는 케이스가 끈적하게 변해있었고(나스의 카프리를 즐겨 썼는데 나스는 케이스 재질이 이렇게 끈적해져서 너무 안 좋음), 그래도 그게 얼굴에 잘 받는터라 별도 지퍼백에 넣어 가지고 가서 여하튼 매일 잘 썼다. (내 피부톤엔 치크팝 시리즈 중 아주 연한 핑크인 발레리나팝이나 RMK 연핑크 블러셔에 이 카프리를 얹으면 크게 티나지 않고 밝고 괜찮음)




그러나 여행 내내 그 하이라이터를 쓰면서도 뭔가 찜찜했다. 끈적해져서 닦아도 소용없는 케이스도 찜찜하고 몇년이나 묵은 거라 또 찜찜했다. 뭐 다른 것도 있고 약간 골드펄 도는 것도 두어개 있는데 사실 나는 그런 금빛 계열이나 웜톤 하이라이터는 딱히 잘 받지 않아서, 맨날 광고 볼때마다 좀 혹했던 이것을 크리스마스 스스로 선물로 사보았다. 오프라의 필로우 토크.








사진은 좀 빛이 날아가서 창백하고 실제보다 따스하게 나왔는데 생각보단 핑크색이 강해보이긴 했다. 한번 슥 묻혀보니 연하고 밝은 핑크 정도라 하이라이터로 나쁘지 않을 것 같다. 그래서 어제 영원한 휴가님께서 보내주신 이쁜 유칼립투스 리넨 타월 위에 스스로 선물 얹어서 같이 :) 그런데 과연 이것까지 장착하고 나가는 게 언제가 될까, 사무실에 갖다놓긴 싫은데... (근데 결국 이거랑 카프리랑 거의 비슷한 톤임. 역시 나는 ㅠㅠ)




이렇게 스스로 선물이 도착한 것 외엔 오늘 아주 바쁘고 힘들고 고된 하루였다. 여러가지로 많이 어렵고 힘들었다. 보고서 지옥은 앞으로 최소 2주는 갈 거고... 내 일이 제일 많을 거고... 거기 더해 회사에 앞으로 다가올 혹독한 미래와 변화와 시련이 걱정된다. 회사 자체를 걱정한다기보다 그 모든 혹독한 시련은 결국 나 자신에게도 크나큰 영향을 끼치게 되므로. 오늘 새로운 정보를 접하고 더 심란해짐.




그 정보를 알려준 절친한 선배와 서로 푸념과 걱정을 나누다가... 내가 고백했다. 사실 거의 얼마 전부터 밤마다 기도할 때 시련이 오지 않게 해달라고 하고 있다고. (선배는 신앙이 독실하고 나는 아님. 날라리임) 그러면서 돌아온 탕자인가보다 하며 둘이 웃었다. 이 시련이라는 것은 나 개인에 대한 것이 아니라 회사로 오는 것이지만 그게 그거임. 돌아온 탕자가 되겠습니다, 부디 우리가 두려워하는 시련이 오지 않기를, 만일 올 수밖에 없다면 감당할 수 있는 정도만 오기를... 그리고는 '어쨌든 나쁜 상황이 올 거 같긴 하지만 그 계기로 신앙을 되찾았으니 다행인 걸까요' 하는 농담과 '우리 로또를 삽시다'의 마지막 결론으로 오늘 하루를 마무리했다. 이 바닥에서 일하는 건 이렇게 오랜 세월이 지나고 이토록 많은 일을 겪었어도 여전히 참 어렵구나... 그렇다고 사뿐사뿐 걸어나와 팔랑팔랑 날아갈 수도 없으니.




내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상황들을 고쳐볼 수 없으니 너무 걱정하지 말고 파도가 오면 휩쓸리며 나무통이라도 찾는 수밖에. 기운을 내자 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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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