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빡세게 일했고 오후엔 차석임원 주재 회의, 퇴근시간 무렵 최고임원께 문제의 신규사업 보고. 이 보고는 재앙이었다. 혼나고 깨져서 재앙이 아니고... 최고임원이 점입가경으로 자가발전하시어 정말 막막하고 여러모로 골치아픈 방향을 더욱 많이 던져놓았다 ㅠㅠ
보고를 마치고 너무 빡쳐서 윗분과 분식집에서 김밥으로 저녁을 때우며 대책을 논의하다 늦게 귀가. 아 막막해... 안 그래도 일이 너무 많은데... 하는데까지 해보고 도저히 어려우면 ‘내 역량이 모자라니 제 자리를 다른 사람에게 주시고 저는 그냥 다시 평직원으로 내려주세요’ 라고 말하고 싶다 ㅠㅠ 아니면 ‘이 사업을 할 팀을 하나 따로 만들어주세요’ 라든지. 근데 후자는 설령 그렇게 해준다 해도 분명히 날 겸직시킬 거잖아 무슨 소용이야ㅠㅠ 엉엉...
스트레스로 좀전에 블프인지 뭔지 하며 할인쿠폰이 온 애용하는 브랜드몰에서 연한 무지개색 비니 지름 ㅠㅠ 흐흑 몰라 엉엉... 그래도 무지개 롱스커트도 있었는데 그거 1/5 가격인 모자 산 거니까 절약한거야... 라고 말도 안되는 논리로 자가위안 중 흐흑... 엘스카 그리워. 그래서 무지개 비니 샀나봐 엉엉엉... 흐엉...
여행의 추억을 되살려보고자 라떼. (디카페인) 점심 먹고 윗분과 근처 카페에서 업무회의할 때. 첨 가본 곳이었다. 여기는 설탕이 있었다 :) 하지만 커피 흘린 건 내가 아님. 설탕 투하 후 엄청 조심스럽게 저었음. 갖다주시면서 흘리신 듯. 연해서 마실만 했다.
간밤에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너무 잠이 안와서 자정을 넘겨 그것도 약을 조금 더 먹고서야 간신히 잤다. 몇시간 못 자고 출근. 오전에도 빡센 회의가 있어 종일 엄청 바빴다.
내일은 최고임원께도 보고를 해야 하고 차석임원 주재 회의에도 들어가야 한다. 다 이 망할놈의 새로 떠맡은 이상한 과업 때문임 ㅠㅠ 아아 기운을 내자. 오늘은 빨리 잠들 수 있길. 근데 방금까지도 업무 때문에 통화 ㅠㅠ 꽵. 일단 이번주의 고비는 내일이다. 아압! 힘아 생겨라!
굉장히 바쁜 하루였다. 아침엔 우리집에서 아주 먼 곳까지 업무 출장을 가야 했다. 이게 모두 최고임원의 마음속 로망에서 시작된 과제 때문이다. 원래 담당은 다른 부서였으나 내가 없는 동안 우리 부서로 내깔겨졌고 그 결과 지난주부터 여기저기 현장 시찰과 미팅으로 정신이 없다. 우리 부서와는 맞지 않는 사업인데 윗분과 나를 보고 떠넘긴 게 분명하다. 사업이 업무의 성격과 시스템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사람을 보고 넘어오는 이 꼬라지가 너무 짜증난다. 작년부터 계속 이런 일이 반복되고 있어 지치고 화가 난다.
하여튼 그래서 멀리멀리 다녀왔고 돌아와서는 빡센 회의도 두 개 진행했다. 헥헥... 어제 쉰 탓에 오늘 일이 당연히 두배로 늘어나 있었다. 나 없는 동안 일을 대신해줄 우렁이는 없으니... 내일도 오전에 피곤한 회의에 들어가야 한다. 부서가 맡고 있는 업무의 범위가 넓다 보니 각 업무에 따라 직원 역량과 자세의 편차가 상당히 크다. 특히 올해 떠넘겨진 사업(위의 이번 신규과제와는 또 다른 사업이다)을 맡고 있는 직원이 연차에 비해 역량이 모자라고 너무 찡찡대서 피곤하다. 내가 보기엔 이 사람이 이 사업을 다 해낼 능력이 안되는데 추가로 투입할 자원도 없고... 그런데 이 사업은 회사에서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업이고...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마음같아선 담당자를 갈아치우고 싶은데 대체인력도 없다. 흑흑, 뭐 이건 10월 이전에도 마찬가지였으니 푸념해봤자... 최소한 지금 나를 갈아넣고 있는 이 망할놈의 신규과제라도 없다면 인력을 조금 재배치라도 해보겠는데 지금은 도통 답이 나오지 않는다.
일 생각 자꾸 해봤자 답이 없으니 이건 내일 출근해서 고민하는 것으로 하고... 늦지 않게 자야겠다. 내일 회의에도 들어가려면 기운을 모아야 함. 해야 할 일들도 엄청 많고.
** 사무실 근처에 커피가 맛있는(...그렇다고들 한다. 모두의 평이 좋은 곳임) 카페가 있어서 거기서 한번 라떼나 카푸치노에 도전해보려고 봉지설탕을 1개 지퍼백에 넣어서 가방에 휴대하고 있는데 막상 점심 먹으러 나갈 때면 조그만 에코백이나 핸드백을 들고 나가는 터라 맨날 까먹는다. (설탕 없이 마실 용기는 없음 ㅎㅎㅎ)
새벽에 몸이 많이 아팠다. 여독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이번 붉은 군대 여파가 심했다. 허리가 끊어질 듯 아프고 온몸이 너무 쑤시고 저며지는 듯했다. 다섯시 반 알람이 울렸을 때 '도저히 안되겠어, 오전 반반차를 써야겠다' 라고 생각하며 두시간 더 자는 걸로 알람을 맞추고 다시 잤는데 꿈과 통증으로 시달렸다. 다시 알람이 울려서 일어났다가 여전히 많이 아파서 '아 오늘은 이번주 중 유일하게 다른 일정이 없는 날이야' 라고 생각하며 vpn을 열어 휴가를 올리고 윗분께 보고를 드린 후 토요일에 올라와 있던 결재들을 다 해놓고 다시 나가떨어졌다.
좀더 자고 나니 약간 몸이 나아졌다. 밥을 먹고 진통제를 먹고 나니 오후부터는 컨디션이 좀더 나아졌다. 그래서 업무 메일들을 열어 몇가지 일도 체크하고 vpn으로 결재도 다 했다. 이번에는 이 붉은 군대가 주말에 와서 다행이라 생각했지만 꼭 오늘이 첫날과 둘째날처럼 너무 아팠다. 그래도 오늘 쉬었으니 이제 나아지겠지. 내일은 아침부터 그 골치아픈 신규과제 때문에 멀리멀리 출장을 가야 한다. 그것도 모자라 돌아와서는 회의를 두 개나 진행해야 함. 쉬었으니 기운을 내야겠다. 그런데 좀전에 먹은 진통제 약기운이 아직 안 도는지 다시 조금 아프네.
이른 오후에는 차를 마시고 펠레빈의 '공포의 헬멧'을 다 읽었다. 이 책은 이 사람 소설들 중 꽤 가볍게 읽히는 축인데 대신 읽고 나서도 가장 가볍고 장난처럼 느껴진다. 생각해보니 이 책이 번역되어 나와서 처음 읽었던 것도 십몇년 전이네.
저녁 먹고 나서는 기운을 내어 스트루가츠키 형제의 '미운 백조들'을 다시 집어들었다. 심기일전해 다시 읽어보려고... 그래, 빽빽한 노어를 100페이지나 읽었는데, 3분의 1이나 읽었는데 포기하기엔 아깝잖아... 헐어서 뜯어내버린 빌니우스 지도 표지 대신 앙글레테르 호텔 편지지로 다시 표지도 만들었다. 우리 집에 책표지로 쌀만한 종이가 진짜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예전 달력으로 싸볼까 했지만 종이가 너무 두꺼웠다. 그러다 여행 기념물 박스에서 호텔 편지지를 꺼내보니 사이즈가 딱 맞아서 제일 먼저 손에 잡힌 앙글레테르로 낙착. 근데 책표지라 접어서 싸놓고 보니 로고나 글자는 제일 가장자리에 인쇄되는지라 거의가 안쪽으로 접혀 들어가서 표지는 그냥 상아색에 아무것도 없음... 리락쿠마 스티커라도 붙여놓을까 하다가 뭔가 우스워서 그냥 놔뒀다. 라벨지에 제목이라도 인쇄해서 붙일까 생각 중이다. 이렇게 표지를 꼬박꼬박 싸고 있는 이유는 이 책표지에 너무 오싹한 그림이 그려져 있어서 흐흑... 페이퍼백이라 책이 상하기도 쉽다만 나는 책을 그렇게 험하게 읽는 편이 아니어서... 무서운 표지에 송신해지지 않으려고 ㅎㅎㅎ
티타임 사진 몇 장과 함께 예기치 않게 쉬어버린 월요일 메모는 이렇게 마무리. ** 아, 자기 전 생각나 추가. 오후에 코트 세 벌을 들고 나가 아파트 단지 내 세탁소에 드라이를 맡김. 코트는 크고 무거운데다 난 새벽 출근을 하니 평일엔 퇴근해 집에 들어와서 옷을 들고 다시 나가야 하는데 이게 너무 귀찮아서 미루다가 오늘 얘기치 않은 휴가라 맘먹고 나갔다옴. 겨우 5분 거리인데 뭐가 어렵냐고 한다면.. 게으른 자에겐 큰 도전임 ㅎㅎㅎ **
사진의 도자기 인형들과 빌니우스 밤톨들이 평소와 좀 달라보인다면 그건 바닥에 깔아두었던 리넨 매트를 잠시 걷었기 때문이다. 어제 꽃송이 띄워뒀던 찻잔의 물을 엎지르는 바람에 매트를 빨아야 해서... 지금은 다 말라서 다시 깔아두었다. 여기 깔아둔 푸른색 줄무늬 리넨 매트는 십몇년 전 탈린의 리넨 가게에서 샀던 것이다. 그런데 손빨래하고 물기를 짜낸 후 그냥 말렸더니 쭈글쭈글해졌다 ㅠㅠ 좀 두꺼운 재질이라 그런가보다. 하여튼 다음에 얘들 사진이 올라오게 되면 그땐 다시 푸른 줄무늬 리넨 위에서 옹기종기 모여있을 것이다. 근데 이 사진은 너무 클로즈업해서 찍었나, 도자기 인형들이랑 코기들이 엄청 커보이네.
주말이 너무 빨리 지나갔다. 여독이 다 풀리고 시차에도 적응이 다 됐어야 하는 시기인데, 시차는 얼추 적응된 것 같다만 몸은 여전히 피곤하다. 다시 일을 하고 있어서, 그것도 빡세게 하고 있어서 그런가보다. 시차 적응은 대충 했지만 금토 늦게 자느라 신체리듬이 깨져서 오늘 일찍 잘 수 있을지 모르겠네. 어제도 한시 넘어서 자고... 새벽에 깼다가 다시 자고. 오늘도 뭔가 꿈에 시달렸다. 지금은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계속 누워 있고만 싶었지만 붉은 군대 때문에 아팠고 약을 먹으려면 밥부터 먹어야 해서 괴로워하며 꾸역꾸역 일어났다. 아점을 챙겨먹고 진통제를 먹었는데 오늘이 제일 힘든 날이라 그런지 약기운이 제대로 돌지 않는 느낌이었다. 하여튼 카페인 없는 민들레차를 타서 마시며 펠레빈의 '오몬 라' 재독을 완료했다. 그리고는 읽는 김에 '공포의 헬멧'을 다시 꺼내 읽는 중. 펠레빈은 여기까지만 다시 읽으려고 한다. 소파 한켠에 놓인 채 '나 이어서 읽어야지, 그래도 100쪽 넘게 읽었잖아' 하고 스트루가츠키 형제의 '미운 백조들'이 끊임없이 신호를 보내고는 있는데... 흐흑, 원어로 3분의 1이나 읽은 게 아까워서 이어 읽긴 해야 할 것 같은데 별로 당기지가 않네. 차라리 이 형제의 다른 두 권 중 하나로 돌아설까... (리가에서 세 권 사왔음)
이번주도 엄청 바쁘고 골치아플 전망이다. 이것저것 생각하지 말고 그냥 가서 부딪쳐야지...
새 글을 쓰고 싶은데 아직 뭔가 잡히는 게 없다. 빌니우스에 갔을 때 아이디어를 하나 떠올리긴 했지만 그렇게까지 매력적이지 않아서 폐기했다. 11월 중에는 뭐라도 시작하고 싶은데... 올해를 이렇게 황폐하게 아무 것도 못 쓰고 끝내고 싶지는 않은데... 뭐 마냐가 등장하는 로켓 이야기를 1월에 다 쓰긴 했지만 그건 엄밀히 말해 작년에 시작해서 올초에 마무리한 거니까... 여행은 여행 자체로 충만했으니 좋았지만 그래도 글을 쓰고 싶다.
일단 출근을 위해 잠시 후 잠자리에 들어야겠다. 압, 기운을 내자! 노동자는 일터로.... 압!
일요일 오후 티타임. 내일 출근도 해야 하고 또 붉은군대 때문에 몸도 아파서 오늘은 카페인 섭취 대신 민들레차를 좀 묽게 타서 마셨다. 물을 많이 탔더니 색깔도 묽어졌네. 민들레차는 까만색이라 커피랑 비슷하니까 이 잔이랑 잘 어울릴 거라 생각했는데 그냥 좀 진한 홍차 색깔이 되었다.
테이스트 맵을 떠올리기 위해 애크미에서 주문한 검정색 카푸치노 잔. 역시 이건 라떼아트가 들어간 커피가 잘 어울리는 잔이긴 하다. 그래도 또 나름대로 이쁘다. '무적잔'이라고 부르고 있음. '무적 테이스트 맵'이라고 내가 별명을 붙여줬기에. 근데 이 애크미 잔을 빨리 받아보려고 평소 금기시하던 쿠팡에서 주문했더니만 색깔이 제대로 발리지 않은 부분들이 보여서 '아니 이거 또 짝퉁 아니야?' 하는 의심에 휩싸임. 박스에도 애크미가 적혀있고 접시와 컵 아랫면에도 로고는 제대로 박혀 있다만 의심이 뭉게뭉게(몇년 전 쿠팡에서 웨지우드 잔 하나를 생각보다 저렴하게 샀다가 짝퉁이 와서 분노한 후 여기서 찻잔을 절대 주문하지 않았었음) '근데 애크미는 비싼 잔도 아닌데 설마 이것도 그러겠어? 유약은 좀 불균질하게 발릴 수도 있는데... 뭐 얼마나 편차가 있겠어? 손잡이는 똑같이 생겼네...' 하며 스스로를 세뇌 중. 짝퉁 아니리라 믿으며 그냥 써야겠다.
오늘도 오후 햇살이 좋았다. 아주 잠깐 베란다에서. 바닥에 깔린 리넨은 예전에 영원한 휴가님이 선물해주신 유칼립투스 타월. 이 타월 사다주신 가게에서 이번에 리넨 선물과 내 테이블 러너를 샀다.
하지만 햇살이 강해서 곧 거실로... 오몬 라는 오늘 재독 완료. 이 소설 읽을 때마다 슬프고 마음이 꽉 조여드는 느낌이다. 젊은 작가만이 쓸 수 있는 소설이라고 해야 하나. 이 작가 소설들 중 가장 좋아해서 여러번 읽었다. 기억을 더듬어보니 13년에 프라하에 가서 머무를 때도 이 책을 들고 갔었다. 이 책과 도블라토프의 '보존지구', 마야코프스키의 시집. 그때 나는 다시 글을 쓰고 있었고 이 세 권의 책이 심적으로 어떤 연결감을 주고 있었다.
이 소설은 펠레빈의 이후 작품들에 비해 훨씬 간결하고 진솔하고 뭐랄까, 좀 평평하다. 그리고 스트루가츠키 형제들의 소설들을 여럿 읽고 나서 펠레빈을 재독하니 역시 소련 SF의 대부인 이 형제의 영향을 받은 부분도 좀 있지 않나 싶기도 함. 특히 현실과 가상/환상의 영역의 연결이라든지, 동양적 사상이라든지 등등.
햇살 사진 한 장 더.
확실히 실내에서 찍으면 컬러나 느낌이 달라짐.
메리골드는 퐁퐁 국화랑은 좀 다르지만 역시 조금 수영모 같다.
이것봐, 이것봐... 테두리 검정색 제대로 발리지 않은 부분... 이런 부분이 두세군데 있단 말이야 ㅜㅜ 근데 사실 러브라믹스도 그렇고 판매할 때 '수작업으로 발라서 유약이 불균질하게 발릴 수 있는데 이건 불량 아니에요'라고 적혀 있긴 하다. 그렇지만 컬러가 이렇게 비는 건 좀 다른 거 아니야? 흐흑... 신경 안쓰고 마시면 되긴 하는데... 한번 눈에 띈 이상 자꾸 저 부분이 보이게 된단 말이야.
여행 다녀온 후 이불장에서 탈출해 거실에 자리잡게 된 쿠야. 장 안에 있는 더 커다란 형님누나 쿠마 일당들이 '우리는? 우리는? 우리가 더 먼저 너랑 같이 살았는데!' 하고 호소 중.
근데 쿠야는 작아서 괜찮은데 다른 애들이 좀 크다... 젤 첨부터 함께 해온 쿠마가 젤 섭섭해할 듯. 조만간 쿠마를 꺼내야 하나. 근데 쿠마 비롯 다른 애들은 투명박스에 든 채 그 위에는 이불이 겹겹이 쌓여 있어서 꺼내기가 쉽지 않음 ㅜㅜ
한달 가까이 머무른 곳이라 그냥 우리 집, 내 방처럼 친숙한 네링가 5층의 방. 사진은 10월 9일, 아직 빌니우스에 도착한지 일주일이 지나기 전. 이날 나는 필리모 거리를 횡단해 할레스 투르구스 시장과 새벽의 문까지 다녀왔었다. 방에 들어오다가 저녁 챙겨먹는 게 귀찮아 숙소에서 몇 분 거리인 맥도날드에서 빅맥을 테이크아웃해 와서 방에서 먹었다.
가깝고 편하다 보니 귀찮을 때 이용하느라 이 맥도날드에서 서너번이나 먹은 것 같은데... 통틀어 이 빅맥이 제일 맛있었다. 빅맥은 잘 안먹는데 드물게 먹고 싶을 때가 있다. 아마 오랜 옛날 러시아 시절에 대한 추억 때문인가보다. 그러면 또 추억보정 때문인지 이 드문 빅맥은 항상 맛있게 먹는다.
내 경우 여행의 저녁식사가 근사하고 화려할 때는 별로 없는 것 같다. 가장 큰 이유는 게으름 때문이다. 그런데 또 이렇게 방에서 먹었던 것들이 기억에 남는다.
애용했던 게디미나스 대로의 리미 수퍼에서 사왔던 체리복숭아(였던 것 같다. 그림을 보니) 탄산수와 함께. 캔은 참 이쁜데 사실 탄산수를 그리 즐기진 않아서 절반도 안 마셨던 듯. (이때는 아직 리미에서 사과복숭아 팀바크를 재발견하지 못했다)
어제 너무너무 컨디션이 안 좋았다. 내리누르는 듯한 두통, 숨이 꽉 막히고 답답한 느낌 등등... 수면부족과 머리, 눈, 코, 입 전체를 꽉 채우는 압력으로 진짜 힘들었고 새벽 5시에 깨버려서 한참 뒤척이다 간신히 다시 잠들고 꿈도 이것저것 꿨다. 그러더니 아침에 꽃 다듬어놓고 다시 누우려는데 역시나 붉은군대의 도래. 그래, 몸은 정확해... 이러려고 어제 그렇게 힘들었던 거였어 ㅠㅠ 그래도 주말에 와줘서 다행이다. 월요일에 왔으면 더 힘들었을테니... 어쩐지 어제 너무 괴롭더라...
중간에 깼다가 새잠 들어서 전체적 수면 시간은 벌충했지만 그리 개운하진 않았다. 하여튼 아침에 도착한 꽃과 식료품을 정리해놓고 도로 침대로 들어가 정오 무렵까지 누워 있었다(아, 그러다 또 2~30분 정도 깜박 잤던 것 같기도 하다) 억지로 일어나 샤워를 하고 청소를 하고 밥을 먹고 나니 어느덧 2시가 다 되어서야 오후의 차를 마시게 되었다. 차도 엄청 느릿느릿 마셨고 펠레빈의 P세대를 재독한 김에 가장 좋아하는 그의 소설인 '오몬 라'를 다시 읽기 시작했다. 중간에 분리수거를 하러 다녀왔고... 하여튼 모든 게 느릿느릿 지나간 하루였다.
그러다 8시쯤 부모님과 통화를 했는데 다음주에 친구들과 내장산 쪽에 단풍놀이를 가신다고 해서 그러려니 하다가... 숙박은 어떻게 하시냐고 물어보니 가서 돌아다니다 아무데나 잡아 주무신다고 한다. 으악, 단풍시즌이라 그렇게 가시면 방도 없고 있어도 바가지 요금... 부모님이 검색을 제대로 하실 줄 아는 것도 아니고 ㅠㅠ 그래서 또 막 앱으로 그나마 괜찮은 숙소를 찾아서 예약해드리느라 조금 전까지 정신없었음. 친구분들 방까지 잡아줘야 해서 생각지 않게 좀 출혈 ㅠㅠ 그렇지만 나이드신 부모님이 돌아다니다 바가지 쓰거나 방 못구하는 모습이 눈에 아른거려 어쩔수 없었다. 그리고 최근 엄마가 나 없는 동안 집에 오셔서 오래된 밥솥을 새 밥솥으로 바꿔주셨는데 그게 30만원이 넘는 거라서 그냥 밥솥값 드린다 생각하고 방 잡아드림. 부디 단풍 구경가시는 날 날씨가 좋기를. 그래도 기차타고 가신다 해서 다행이다. 첨에 아빠가 차로 가시겠다고 해서 너무 걱정했음. 이제 연세가 있어 장거리 운전은 정말 안하셨으면 좋겠고 또 항암치료 마친지 얼마 안되는터라... 가실땐 즐거우셔도 올라오실땐 힘들거고 귀가하면 몸살날게 뻔할뻔자라 엄마도 차 가져가면 안가겠다고 엄포를 놔서 그나마 ktx로 가신다고 함.
오늘도 늦지 않게 자야 신체리듬 조절을 하는데(어제는 힘들어서 일찍 누웠지만 결국 꼼지락거리다 열한시 넘어서 잤음) 차를 많이 마신데다 늦게 일어나서 빨리 잘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일단 11시 전에 잠자리에 드는 걸로...
꽃 사진 몇 장. 오렌지색 메리골드와 지난주에 와서 남은 알스트로메리아, 카네이션 몇 송이. 근데 메리골드 다듬는 거 너무 귀찮아서 앞으로는 주문 안할거야... 전에는 믹스에 한두송이 섞여 있는 거라 괜찮았는데 이것만 한단이 오니 잔잎 다듬는 게 너무 귀찮았다. 난 게으른데...
토요일 오후. 오늘은 정말 낮의 날씨가 화창하고 따스했다. 찬란한 날씨가 아까워서 첨엔 베란다에서 카페 자이칙을 개장했는데 햇살이 너무 강해서 눈 생각에 잠시 후 거실로 되돌아왔다. 잠깐 개장했던 베란다 카페 자이칙 사진 몇 장. 통창문이면 예쁘겠지만 아쉽게도 생활공간이라 창살과 모기장이... ㅎㅎㅎ
쥬인이 생일선물로 보내준 새 잔에 스코니스 이르 크바파스에서 사온 24년 햇 다즐링.
오늘의 꽃은 메리골드. 사실 그렇게 좋아하는 꽃은 아닌데 시즌 지나면 또 못 보는 꽃이니 주문해봤다. 근데 아침에 이거 다듬으면서 후회함. 잔잎이 너무 많고 다듬을 때 향이 너무 세서 내 취향이 아님 ㅜㅜ 그래도 또 햇살 아래 꽂아두니 이쁘다.
쥬인이 선물을 고르라 해서 이딸랄라에서 에스프레소를 담아주던 킨토의 조그만 잔을 골랐다. 삼색의 그라데이션 잔이다. 이딸랄라에서는 커피를 담아줬기 때문에 블랙과 브라운, 회색 배합 잔이 이뻤는데 나는 막상 홍차를 담아 마셔야 하니 블루 계열을 골랐다. 근데 쥬인이 클릭을 잘못해서 화이트핑크 삼색잔이 왔다. 홍차 수색이랑은 오히려 이 색깔이 잘 어울리니 잘된 것 같다. 이 잔은 받침접시가 없어서 빌니우스 기념품 가게에서 산 자작나무 티코스터에 올려보았다.
이렇게 햇살이 눈부셔서 이쁘긴 했지만 결국 거실로 돌아왔다.
자작나무 티코스터 이쁜데 이 잔에 비해 약간 작나 싶고, 또 찻물을 엎지르면 얼룩질 것 같아 찬장을 뒤져 이 잔 색깔과 크기에 맞는 다른 받침접시를 찾아냄.
이건 옛날에 샀던 데꼴의 케익 그려진 찻잔의 받침접시. 분홍색 갈색 두개를 샀는데(나는 갈색을 별로 안 좋아하는데 그땐 왜 샀는지 잘 모르겠다만) 이 갈색 받침접시가 또 나름대로 잘 어울린다. 이딸랄라에서는 러브라믹스 받침접시랑 같이 나왔었다.
거실의 빛은 좀더 부드럽다.
쿠야를 데려다 앉혀주었다. 쿠야는 '이딸랄라인 척 하지만 카페 자이칙이잖아' 하고 나의 속임수를 간파했다.
빌니우스의 Local 기념품 가게에서 산 자작나무 티코스터. 쥬인에게 하나 주고 하나는 내가... 나머지 하나는 차석 선임직원에게 주었다.
이건 리가에서 온 것. 켐핀스키 리가 기념품.
이건 빌니우스의 리넨 가게에서 나를 위해 샀던 테이블 러너. 기념품 사러 갔다가 또 내것을... 예쁜 거 두개 골랐는데 초록색과 파란색 잎사귀가 그려진 선명한 컬러의 러너는 쥬인에게 주고 나는 아련한 타입의 이것을 가졌다. 몇겹으로 접어둔 상태라 펼치면 꽤 커진다.
간밤에 잠이 잘 안와서(실은 대국민담화와 기자회견 관련 기사들 보다 빡쳐서) 자정 즈음에야 잠들어 몇시간 못 자고 매우 수면부족 상태로 새벽 출근.
오전에 바짝 집중해 감사 질의서에 대한 답변자료를 작성하느라 머리를 너무 많이 써서 오후엔 기력이 딸렸다. (이 감사도 작년과 올해 떠넘겨진 사업 때문에 받는 것이다) 솔직하게 할 말을 모두 적었는데 이걸 읽으면 감사 쪽은 모르겠다만 헤드쿼터 본부와 임원은 화낼 것 같아서 속으로 좀 걱정하고는 있음.
그 헤드쿼터 본부장이자 절친한 동료 언니와 또 다른 친한 선배와 좀 늦게 점심을 먹고 업무와 작금의 회사 상황, 문제들을 얘기하다 돌아와 다시 빡세게 일하고 퇴근.
아침까진 추워서 카디건에 코트 입고 왔는데 퇴근할때 지하철이 덥고 숨막혔다. 어제 목이 부었던터라 마스크도 썼고... 수면부족으로 머리아프고 내리누르는듯 답답하고 덥고... 너무 숨막히고 힘들었다. 내려서 마스크도 벗고 스카프도 꺼내지 않고 코트 단추도 풀고 찬바람을 쐰 후 집에 와 밥을 먹으니 좀 나았다. 수면부족에 그날이 다가와서 그런 것 같다. 빨리 자야겠다.
아아 그래도 금요일 밤이라 정말 다행이야. 복직 첫 일주일이라 더 피곤하다. 근데 여행에서 복귀한게 지난주인데 벌써 너무 옛날 일 같다 흑...
오전에 경기도 멀리 출장을 다녀왔다. 윗븐의 차를 타고 다녀왔는데 좋은 날씨와 파란 하늘, 예쁜 풍광이 있어 그나마 마음이 덜 힘들었지 그거라도 아니었으면 너무너무 스트레스받는 출장이었다. 최고임원이 무리한 신규과제를 던져서 그거 가능성 타진해보려고 갔던 거라서ㅠㅠ 진짜 피곤...
서둘러 돌아오자마자 차석임원이 주재하는 본부장들 회의에 나도 참석. 저 망할 과제 때문이다. 차석임원은 논리적인 분이 아니고 본인의 역할을 똑바로 해주지 못하시는데, 조목조목 옳은 말을 했을 때 본인이 반박을 못하면 무조건 성질을 내고 소리를 치거나 뒤집어씌운다. 오늘도 말문이 막히시니 갑자기 ‘그럼 애초부터 네가 최고임원께 못한다 했어야지!’ 이러신다. 자기가 그대로 전달해서 우리한테 씌워놓고는(그것도 나 없는 동안) 항의하는 우리 윗분께 ’나는 몰라, 최고임원께서 지시한거 전달만 하는거야‘ 라고 했던 장본인이... (이런 과제에 대해 판단하고 조율해야 할 당사자이심) 그러더니 문제점이 있으면 우리더러 최고임원께 보고하라고 하심. 안그래도 그렇게 할거지만 참 저 유체이탈 책임회피 화법을 보니 속터짐. 하이에나들과 책임회피자와 독재자 사이에서 노동노예 ㅠㅠ
출장 다녀오느라 대국민담화와 기자회견 내용은 퇴근길에 기사로 확인함. 기대는 하나도 안했다만 생각보다도 더 어이없는 얘기들에 참 내 눈과 귀를 의심하게 되네... 진짜 나라 망하는 거 아니야ㅠㅠ
아직 여행 배터리가 남아 있어 괜찮다 생각했는데 오늘 귀가하면서 기억을 떠올려보려 하니 이미 가물가물 멀게 느껴짐! 아아아압...
아침에 춥긴 했다. 추워서 몇번 깼지만 잠옷을 갈아입거나 이불 바꾸면 그사이 잠에서 깨버리고 못잘거 같아서 그때마다 도로 잤다. 그때문인지 역시 다시 노동하며 무리해선지 아침에 목이 부어서 은교산을 먹었다. 근데 저녁 되니 다시 목이 붓는다. 전에 이비인후과에서 처방받아서 남아 있는 인후염 약을 먹고 빨리 잠자리에 들어야겠다.
오늘 종일 출장에 피곤한 회의로 감사 자료도 못 만들었다. 내일 새벽 출근해서 해야지ㅠㅠ 흐엉 나 여행 진짜 다녀온거 맞지? 왜 벌써 꿈처럼 느껴지지ㅠㅠ
오늘도 많이 바빴다. 너무 바빠서 감사 요구자료를 작성해야 하는데 손도 못대고 퇴근. 금요일까지 내면 되긴 하지만 내일도 출장에 오후는 또 복귀해 차석임원 주재 골치아픈 회의에 들어가야 하는터라 결국 금요일에 정신없이 해야 할듯 ㅠㅠ 아니 나 지난주 월욜까진 몬,엘스카, 후라칸 다니며 좋았는데 이거 뭐야? 이럴줄 알긴 했지만 그래도 너무해 엉엉...
어제 잠이 모자라서 너무 힘들었다. 늦지 않게 잠자리에 들었는데 두세시간마다 자다깨다 하며 다시 자고 반복... 꿈도 어지럽게 꿨다. 오늘도 늦지 않게 자야겠다. 다시 머리를 쓰며 일하려니 힘들기도 하거니와 너무 골치아픈 일들이 몰려서 더 그런듯. 회사에 다들 하이에나 같은 인간들밖에 없어ㅠㅠ 자기들 살려고 구조적으로 취약한 우리 부서에 다 떠넘겨... (우리 부서는 독립본부이고 이를 총괄하는 윗분은 외부에서 오신 분이라 이해력도 장악력도 떨어짐 ㅠㅠ 맨날 내가 다 뒷수습...)
내일 차석임원과 다른 본부장들이 또 울부서에 일 다 떠넘기고 내가 조목조목 반박하거나 필요한 부분을 얘기해도 또 막 소리치며 힘으로 밀어붙이겠지 흐흑 다 미워 하이에나들... 앙, 몰라... 내일 일은 내일 생각하고 자러 가 엉엉... 엘스카 가서 멍때리고 이딸랄라에서 책읽고파 흑...
스코니스 이르 크바파스에 딱 두개밖에 없어 아쉬워하며 사왔던 다즐링. 한번 더 우리고 싶었지만 너무 바빠서 재탕할 시간이 없었다 ㅠㅠ
간밤에 9시 전 너무 졸려서 소파에 기댄 채 정신없이 10여분 졸다가 깼는데 그때 그냥 자러 갔어야 했다. 10시쯤 잠자리에 들었는데 잠이 좀처럼 오지 않아서 너무 힘들었다. 시차 적응이 아직도 다 안됐거나, 오랜만에 출근해 빡세게 일하며 머리를 갑자기 많이 써서 둘중 하나다. 둘다거나. 하여튼 몇시간 못 자고 출근. 새벽 4시 반에도 깼다가 다시 잠.
오늘도 많이 바빴다. 게다가 최고임원을 수행해 외근 + 점심식사... 그래도 식사를 하시고 기분좋아지신 틈에 골치아픈 건 1개를 잘 보고드려서 해결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여전히 거대폭탄으로 남아 있음. 그리고 역량이 모자란데 불만이 많은 나이값, 연차값 못하는 직원을 달래고 조련해 업무를 유도하느라 너무 힘들었다ㅠㅠ
다시 새벽 기상, 아침 7시 사무실 도착 노동 일상의 시작. 한달만에 출근했더니 체크해야 할 일들도 많고 pc도 업데이트해야 할 것들 투성이. 그런데 오전 간부회의와 선임직원들과의 점심 이후엔 오후 내내 윗분과 그간의 업무 체크와 회의, 그리고 다른 부서들에서 떠넘기고 최고임원의 압박이 더해진 신규과제들 때문에 머리를 쓰고, 또 다른 부서에서 자기들 멋대로 저지르고는 우리를 부려먹으려는 건을 뒤집느라 기력을 많이 소모함. 역시 회사는 보이지 않는 전쟁터야 ㅠㅠ
어제 그래도 열시 반 정도엔 무사히 잠들었던 것 같은데 새벽 4시 반에 깨버리고 도로 잠을 못 자서 망했다. 어차피 더 자봐야 5시 반 기상이지만 그래도 새벽 한시간은 참 큰데... 종일 피곤하고 머리가 무거웠다. 지금은 너무너무 졸린다. 9시 반 정도엔 잠자리에 들어야겠다. 한동안 안 쓰던 두뇌를 너무 가동시켰나보다. 심지어 내일 생각지 않게 최고임원을 모시고 오전에 잠깐 외근도 다녀와야 하고 목요일에도 출장을 가야 한다. 꽤꾸약. 하루 출근했는데 이미 언제 쉬었냐는 듯.
이건 출근길 우리 사무실 근처의 낙엽들. 새벽에 비가 와서 잎이 졌구나 하고 좀 아쉬워했는데 퇴근할 때 바람이 불고 추워져서 정말이지 여기저기서 낙엽이 우수수 지고... 마대자루들이 여기저기 등장함. 뭐야, 단풍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금방 잎이 다 져버리면 슬플 것 같아 흐흑...
사진은 목욕과 일광욕 후 깨끗하고 보송보송해져서 돌아온 쿠야. 빗질도 조금 해줬다만 가슴털 외엔 별로 효과가 없네.
시차는 매일 조금씩 적응해가고는 있다만 간밤에도 잠이 잘 안왔다. 아마 별다방 플랫 화이트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빌니우스에 있을 땐 커피를 마셔도 매일 해를 쬐고 많이 걸었기 때문에 자정 전엔 잠자리에 들고 수면에 큰 어려움이 없었다만 확실히 간밤엔 심장이 좀 두근거렸다. 새벽에 깼다가 도로 잠들어서 10시 좀 안되어 깨어났다. 오늘도 꿈 때문에 너무 정신이 없고 산란했다. 업무와 회사사람들도 많이 나왔다. 복귀에 대한 무의식적 부담감이 작용한 것이 아닐까 싶다. 오늘은 내일의 출근을 위해 디카페인 티를 마셨다. 그래선지 또 지금은 머리가 아프다. 이건 카페인 부족에서 오는 두통인가 흐흑...
쉬면서 보낸 하루였다. 늦게 일어나 목욕을 하고 아점을 먹고 디카페인이라 맛은 부족하지만 하여튼 차를 마시고 펠레빈의 P세대를 내내 재독하며 보냈다.
이제 목욕하는 동안에도 복귀 후 업무 일정과 내가 없는 동안 떠넘겨진 과제들, 여러가지 골치아픈 사안들에 대해 거의 자동적으로 이것저것 생각한 것으로 봐서 노동지옥에 돌아간다는 의식이 확실히 켜진 것 같다. 알람도 주중 새벽 5시 반으로 맞춰두었다. 이것저것 자꾸 생각해봐야 별 도움 안될 것 같고 일단 내일 출근해서 하나하나 부딪쳐가야 할 수 밖에 없다. 윗분은 한달동안 있었던 일과 그간의 어려움에 대해 아마 두어시간은 봇물터지듯 이야기를 하실 것 같고... 내일까지 처리해달라고 요청한 감사자료도 있어서(내용만 읽고 손대지는 않았다) 내일은 이것저것 많이 바쁠 것 같다. 업무메일들은 틈틈이 체크했지만 상세히 검토가 필요한 30여 건은 보류해놓았으니 그것도 봐야 하고 사후보고함에서도 선임직원이 대결해준 문서들 중 신경써야 하는 건들은 일일이 살펴봐야 하니 실질적으로는 2~3일 정도는 지난 한달간의 주요내용들을 팔로우업해야 하는데 시간이 날지 모르겠다. 그리고 내일은 월초라 임원이 주재하는 전체 간부회의에도 들어가 부서 계획도 보고드려야 하니 일단 내일 출근하면 그것부터 챙겨야겠다.
근속휴직은 원래 석 달을 쓸 수 있는데 워낙 바쁘기도 하고 맡은 직위가 있어 눈치 보여서 한 달을 간신히 썼다. 그나마도 막판에 여러 이슈로 못 가게 될까봐 무척 스트레스를 받았었는데 그래도 9월의 큰 행사들을 두 개나 마치고 무사히 리가와 빌니우스에 다녀왔고 몸과 마음의 휴식과 충전도 좀 했다. 이 한 달을 내면서도 차후 이것으로 인해 불이익이나 골치아픈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계속 들었고 그 우려는 여전히 진행형이지만 뭐 내 힘으로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니 너무 걱정하지 않는 게 낫다고 생각하려 한다. 하여튼 이번주는 정말 아주 바쁠 게 분명하다. 내일은 비도 오고 기온도 떨어진다고 한다. 11월이라 그런가보다.
아침에 동생과 올케가 카톡으로 작은 선물을 각각 보내왔다. 오늘은 내 양력 생일이다. 우리집은 동생만 빼고 다 음력생일을 기념하는데 유독 동생은 내 생일을 양력으로 챙겨준다. 사실 나도 내 생일이 양력이었으면 좋겠다. 지금 바꾸기에는 여러 모로 불편하고 주민등록에도 음력생일 숫자가 들어가 있어 그냥저냥 매년 바뀌는 날이 생일인가보다 한다만. 하여튼 고마웠다. 그런데 내 동생은 상대가 받고 싶어하는 선물을 주는 게 아니라 철저히 자기 관점에서 고르는지라 선물을 받고 나면 난감할 때가 많다 ㅠㅠ 이번엔 카피바라 인형을 보냈다. 아... 내가 인형을 싫어하는 건 아닌데 난 내 눈에 귀여운 인형만 좋아하는데... 카피바라는 실제 동물도 별로 안 좋아하는데(못생겼다고 생각해서 ㅠㅠ) 흐흑 그런데 이 인형이 꽤 큰 것 같다. 쿠션이나 베개만한 듯. 도착하면 난감할 것 같다. 카피바라처럼 맘편히 릴랙스하며 행복하면 좋겠다고 보냈다고 하니 마음은 참 고마운데... 흐헝... 하여튼 카피바라 인형이 주중에 도착할 예정. 흐헝, 내가 좋아하는 인형은 리락쿠마와 친구들 정도인데... 그래도 생일 챙겨주는 동생이 있으니 고맙게 생각하자.
그러니까, 이런 쿠야 같은 귀여운 애만 좋아하는데... 나 미모지상주의인데...
오늘은 늦지 않게 잠자리에 들어보려고 한다. 노동복귀를 위해. 기운을 내자, 얍!
기운을 내라고 말해주는 쿠야 :) 카페인 종이컵이 옆에 보인다. 저 종이컵 안에 후라칸이랑 엘스카 종이컵도 들어 있는데 아직 어떻게 장식할지 생각을 못해서 지금은 카페 에벨의 명함, 티셰 라벨 등 여행의 자질구레한 파생물들을 담아두었다.
돌아온지 며칠이나 되었고 모레부터는 복귀, 노동이라 어느새 엘스카의 환한 내부와 한적한 여유가 꿈결처럼 가물거리게 되었다. 이 사진은 아마도 10.17에 가서 처음으로 홍차를 시켜봤던 날이었던 것 같다. 빛이 아름다웠고 저쪽 창가 테이블에 예쁜 남녀 커플이 들어와 앉았다. 여자가 주문을 하러 갔는지 자리를 비운 사이에 남자는 등받이 없는 의자 두개에 앞으로 걸터앉아 폰을 확인하고 있었는데 스며들어오는 빛도, 엘스카도, 저 사람의 실루엣도 잘 어울리고 아름다워서 한 컷 담아두었다. 정면 사진은 아니니까 올려봄. 내가 엘스카에서 찍은 무수한 사진들에서 가장 마음에 남는 사진 중 하나이다.
사진은 쥬인이 일본의 소도시 마쓰야마에 여행가서 그곳의 리락쿠마 샵에서 나를 위해 사다준 선물들과 로이스 초콜릿. 큰 애가 리락쿠마, 하얀 애가 코리락쿠마, 갈색 작은 애가 카이로코쿠마(아마 이런 이름이었던 듯), 울집에 있는 애들에겐 순서대로 쿠마, 쿠냐, 쿠야라고 부르는데 얘들의 뒷모습이 나란히 자수되어 있는 연하늘색 파우치. 쿠마와 친구들과 피자 스티커(이거 전에 그림들 보고 내가 피자 먹고 싶다고 했던 그 귀여운 시리즈이다), 그리고 온천 쿠마 배지. 이 도시가 온천도시라 리락쿠마샵 컨셉이 온천이라 한다. 그리고 로이스 초콜릿은 원래 알던 생초코가 아니라 안에 사과조림이 들어 있는 판초콜릿이었다. 초콜릿 포장지 색깔을 보니 딱 내 생각이 나서 골랐다고 한다. 쥬인 이번에 자기 기념품도 거의 못사고 바쁘게 다녔는데 내거 이렇게 챙겨다줘서 고마워 엉엉... 너무 귀엽다~
나도 쥬인에게 빌니우스 기념품을 주었다. 이번엔 치즈와 흑빵을 안 사서 좀 적어보이는 느낌이었는데 ㅎㅎ 매우 실용적 선물들이었다. 리넨 샵에서 내거랑 같이 산 리넨 테이블 타월(쥬인 것은 녹색과 연두색 잎사귀들이 커다랗게 그려진 버전. 내 것은 붉은색과 주황색 염료가 번진듯한 스타일), 자작나무 티코스터, 드로가스에서 내가 쓰고 좋아서 하나 더 사면서 쥬인 것까지 추가로 산 아르간오일 핸드크림, 어쩐지 파제르를 닮았지만 파제르 아닌 판초콜릿(특이하게 블루베리와 라이스크리스피가 들어있는 화이트 초콜릿이라 국내에선 구하기 힘든 맛일 것 같아서), 그리고 폴란드항공 라운지에서 가져온 초콜릿 웨하스는 덤으로. 서로 선물 주고받고 그것들과 여행과 관련된 이야기들 나누며 즐거웠다.
귀엽다 :) 돌아와보니 씨유에서 갑자기 리락쿠마 호빵, 리락쿠마 도시락, 리락쿠마 가방 등을 팔고 있어서 오늘 쥬인네 동네 씨유에 구경갔는데 호빵이랑 도시락은 이미 없었고 가방은 실용적이지 못해 안 삼. 호빵엔 스티커도 들어 있다는데... '난 호빵 별로 안좋아하고 또 많이 들어있으니 못 살거 같아'라고 하자 쥬인이 '호빵 세 개밖에 안들어있어'라고 해서 아니 그럼 사봐야겠네 하고 마음이 바뀜. 근데 울동네 씨유는 초중고딩 집합소라 분명 없을거고... 월욜 새벽출근해서 사무실 뒤에 있는 씨유에 가봐야 하나 ㅎㅎㅎ
..
간밤엔 자정 무렵 잠들었는데 한시 즈음 깨버렸다. 역시 시차의 저주... 그래도 다시 잠들어서 6시쯤 깨어났다. 안돼, 좀만 더 자야해. 이제 월요일부턴 다섯시 반에 일어나야 해... 하며 괴로워하다 두어시간 후 어찌어찌 다시 잠들었다. 근데 새잠을 자면 본시 꿈에 시달리는고로... 또 집을 못찾고, 엘리베이터가 이상하고 등등 피곤한 꿈을 꾸다 깨서 머리가 아팠다. 10시 좀 넘어서 일어났는데 쥬인과 정오에 보기로 했으므로 서둘러 샤워를 하고 빈속에 멀미할 것 같아 쌍화차와 빵 한조각으로 간단히 요기를 하고, 쥬인 줄 기념품을 꾸려서 카카오로 택시를 불러서 쥬인네 동네로 갔다.
근데 카카오T 앱 이상해졌다. 왜 소요시간이 안나오지? 원래 '여기서 거기까지 30분 걸림', '지금 너는 어디 있으며 도착까지 15분 남음' 뭐 이런게 나왔었는데 갑자기 시간이 안나온다. 뭐지, 내가 업뎃을 안해서인가? 아니면 이것 때문에 무슨 트러블이라도 있었나? 경로는 나오지만 몇분 남았는지 안나오니 성질급한 한국사람 짜증나 미침.
하여튼 쥬인과 오랜만에 다시 만나니 너무 반가웠다. 우리의 클래식한 코스는 원래 단골 남도식 밥집 - 중간에 있는 커다란 gs편의점(이 편의점이 엄청 크고 별의별게 다 있어서 구경하면 재밌다. 우리 동네 작은 편의점에 없는 게 많음), 그리고 아지트 별다방이다. 그런데 오늘은 쥬인이 커피를 못마셔서 카페인 금단증상에 시달려서 편의점을 마지막으로 바꿈. 밥집에 가서 고대하고 그리워했던 맛있는 김치찌개와 닭볶음탕, 밥을 먹음. 여기 김치찌개가 굉장히 맛있다! 빌니우스에서도 '돌아가서 쥬인 만나면 그 집 가야지' 했었음. 오늘 엄청 맛있게 먹었다. 그리고 별다방 가서 선물도 주고받고 여행 이야기 쥬인의 직장 이야기도 하고... 편의점도 구경하고...
이후 나는 다시 카카오로 택시를 불러 귀가. 돌아오는 길은 좀 밀렸다. 날씨가 워낙 좋아서 너도나도 나들이 나왔었는지... 행주대교랑 고양 쪽 들어오는 길이 밀려서 멀미가 좀 났지만 그 길을 지나자 한결 나아졌다. 볼트를 타고 웬만한 거리는 20분 이내로 주파하던 때가 그립다. 볼트도 도착시간이 나왔는데 카카오 왜 이렇게 된 거야, 또다시 피어오르는 분노!
집앞 세탁소에 들러 드라이를 마친 코트와 스웨터, 치마를 찾아 귀가. 때깔이 다시 고와짐. 집에 있는 다른 코트들도 드라이 맡겨야겠다. 집에 와서 씻고 밥을 먹고 이제 분명 다음주 토요일까지는 또 청소 못한다는 생각에 낑낑대며 청소를 했다. 분명히 수요일에 짐 풀고 나서 청소를 했는데 왜 오늘 또 이렇게 먼지랑 머리카락이 나오고 걸레가 까매지지 엉엉... (당연한 건가?)
이제 내일 하루만 지나면 업무복귀, 출근, 노동지옥이 기다리고 있다. 오늘 밤 푹 잘 자고 내일 남은 하루 잘 쉬어야겠다. 초콜릿과 쿠마 배지로 마무리.
'빨간 포장지를 보니 너 생각이 나는거야' 라고 말해준 쥬인. 버건디 다크레드의 로이스 사과조림 초콜릿 :)
궁금해서 별다방에서 맨 끝토막 잘라서 먹음. 맛있었다. 이게 그 산타 베어리스타 케익보다 낫네 흐흑...
오랜만에 쥬인과 우리의 아지트 별다방에서. 한달 동안 리가와 빌니우스에서 여러 카페들을 다녔는데 귀국하니 역시나 아지트는 별다방 :) 쥬인은 아메리카노. 나는 고민 끝에 플랫 화이트에 도전해보았다. 차를 마실까 했는데 별다방은 차가 맛이 없고 과연 자본주의의 플랫 화이트 맛은 어떨지 궁금했다. 라떼 쿠폰이 있어서 '라떼는 연하니까' 하고 약한 마음에 그걸 시키려는데 쥬인이 '스벅 라떼 되게 싱거워'라고 해서 이것을 주문했다(쥬인도 안 마셔봄) 숏사이즈 237밀리로 시킴.
으악 근데 너무너무너무 쓴 거였다. 허헉... 테이스트 맵 플랫 화이트 사약이라 했는데 그보다 더 쓴 느낌. 쓴맛밖에 안남.... 결국 나는 시럽을 마구 펌핑하는 만행을 저지르고... 나는 여태 여기서 커피 주문해본적도 시럽 먹어본 적도 없어서 아무런 감이 없어 너무 많이 펌핑함. 설탕은 한 봉지 딱 뜯어서 넣으면 되니 편한데. 내가 시럽을 너무 많이 넣어서 쥬인이 '토끼야 단맛밖에 안나겠다' 라고 혀를 차고... 나의 별다방 플랫 화이트는 달디단 맥심 맛이 되어버림 ㅜㅜ 흐흑 나 여기서 절대 플랫 화이트 안 마셔, 커피도 안 시킬거야. 그리하여 나의 귀국 커피 도전은 쓰디쓴 실패로 돌아가고... 회사 근처 맛있는 카페에서 다시 도전해볼까 싶지만 한동안은 커피 휴식을.... 역시 내 마음의 고향은 다즐링이었어 ㅎㅎㅎ 커피를 모르는 자의 비극 흑흑...
그리고 저 산타 베어리스타 케이크는 신상이라 먹어보았으나 정말 맛없고 너무 달아서 한두 입 먹고 포기했다 흐흑... 특히 아래의 케익 시트가 진짜 달았다.
영원한 휴가님이 보키에치우 후라칸에서 선물해주셨던 후라칸 머그 한국에서 첫 개시. 개시는 모닝 쌍화차로 ㅎㅎㅎ
빈속에 택시타면 멀미할 것 같아서 쌀빵 한조각과 쌍화차 반 포로 간단히 아침 먹고 나갔었다. 저 쌍화차는 리가와 빌니우스에 가져갔던 것 중 마지막 남은 거였는데 네링가에서 반 포 타마신 후 남은 걸 아까워서 챙겨옴. 은근히 가격대도 있고 또 맛있어서.
그리하여 후라칸 머그는 쌍화차를 담게 되었다. 생긴 건 딱 코코아 + 마시맬로 맞춤형인데 :)
창살 중 하나만 빨간색이라 찍어뒀던 사진. 필리모 거리. 떠나기 이틀 전 토요일. 엘스카에 갔다가 나와 필리모를 따라 트라쿠 거리로 걸어가던 길이었다. 필리모 거리는 길고 넓고 썰렁하고 트롤리버스와 차들이 많이 다닌다. 22년에 할레스 투르구스에 갔다가 맨첨 이 길을 따라 게디미나스 대로까지 걸어내려올때 ‘아 너무 길다. 여기는 응달이고 지루하구나’ 라고 생각했었는데 이번에 머무를 땐 보키에치우와 더불어 제일 많이 지나다닌 거리가 되었다. 필리모는 나에게 딱 이 사진 같은 거리이다. 잿빛이고 길고 지루해보이지만 빨간색으로 반짝이는듯한 뭔가가 기억으로 남는 곳. 혹은, 엘스카로 시작하는 곳.
11월. 달력을 넘겼다. 10월 달력은 9월말에 리가로 떠나기 전에 미리 넘겨둬서 그저께 돌아왔을 때부터 이틀 동안 봤다. 그리고 이제 11월. 11월 사진은 십년 전쯤 페테르부르크의 그리보예도프 운하를 따라 산책할 때 찍었던 것이다.
너무너무 피곤하게 잤다. 그리고 역시나 시차 때문에 간밤에 고생했다. 피곤해서 열한시 좀 넘어서 누웠지만 좀처럼 잠이 들지 않았다. 계속 졸리긴 한데 이건 시차와 여독에서 오는 내리누르는 듯한 지속적 졸음이고.... 열두시 반쯤 약간 잠들려다 퍼뜩 깬 후 계속 잠못들고 뒤척이다 두시쯤 잠들었던것 같다. 그리고는 여덟시반에 깼다가 또 자서 열한시 넘어서 일어났음. 계속 자고 싶었으나 억지로 일어났다. 월요일부터는 이제 새벽 다섯시 반 기상과 출근 재개인데 우짤끄.
침대에서 정오 다 되어 기어나왔다. 꽃도 손질하고 씻고 밥을 먹고... 이래저래 두시 즈음 오후의 차를 우려 마시고 책을 읽었다. '미운 백조들'은 100페이지 가량 읽었으나 신인류로 진화해 갈 십대 초반 소년소녀들이 주인공 작가와 토론과 논쟁을 벌이는 파트에서 확 긴장감이 떨어지고 재미가 없어졌다. 그 철학적, 윤리적 고뇌, 그 당시엔 독특하고 혁명적이었을지도 모르는 아이디어가 지금에 와서는 후대작가들에게서 너무 재탕되어 그렇게 느껴지는 것일 수도 있고 좀 도식적인 느낌이라 그럴지도 모르겠다. 3분의1쯤 읽은 건데 결말이 어떻게 전개될지 대충 상상이 되는 터라 조금 김이 빠졌다. 아아 이 형제가 나를 실망시킬 거란 생각은 안 했었는데. 이 부분 지나가면 다시 재밌어질지도 모르는데... 그래도 쭉 읽어나가면 되는데(단어 몇개씩 찾는 것 외엔 원어로 읽어도 어렵지 않은 소설임. 일단 스트루가츠키 형제들 소설치곤 상당히 현실을 기반으로 하고 있고 과학적 배경이 크지 않아서 조어가 별로 없음!), 빌니우스랑 비행기에선 이거 말곤 읽을 책이 없어서 더욱 꾸준히 읽었다만 집에 오니 한글로 된 책들이 너무 많음! 그래서 잠깐 이 책을 덮어두고 펠레빈의 p세대를 다시 읽기 시작함. 이 책도 다시 읽으니 느낌이 좀 새롭다.
차를 천천히 마셨다. 여독이 좀처럼 풀리지 않았고 많이 피곤했다. 업무 관련 메일도 조금 읽어봄. 월요일부턴 정말 빡셀 것 같다. 하여튼 오늘은 집에서 쉬었다. 오후 늦게는 누워서 조금 더 쉬었다. 머리를 감고 목욕을 하면서도 '물이 또 새면 골치아프겠는데'란 생각을 함. 임시조치가 효과가 있어서 그런건지 모르겠다만 어제와 오늘은 누수 얘기가 다시 나오진 않았다. 하여튼 신경이 많이 쓰인다.
내일은 쥬인과 만나기로 했다. 우리의 클래식한 코스대로 쥬인 동네의 남도식 밥집에서 아점(주로 김치찌개, 닭볶음탕과 밥), 그리고 근처에 있는 우리의 아지트 별다방에 가기로 함. 엘스카 이딸랄라 후라칸은 없지만 그래도 자본주의의 첨병 별다방도 때로는 괜찮은 곳이다 :) 부디 오늘은 시차로 너무 고생하지 않고 늦지 않게 잠들 수 있기를. 근데 오늘 너무 늦게 일어나긴 했어...
오늘은 하루종일 흐렸다 ㅠㅠ 쿠야가 아직도 안 말랐음. 내일 해가 좀 나야 할텐데.
오늘의 꽃 사진 몇 장으로 마무리.
옐로우 어텀 믹스인가 하는 이름의 조합을 주문해보았다. 노란색 알스트로메리아, 일레오스 장미, 카네이션, 그리고 에리카 조합이었다. 아 그런데 나 이 에리카 안 좋아하는데... 이런 필러 식물은 다 그게 그거 같아서 맨날 헷갈림. 이건 잔잎이 아래까지 너무 많아서 별로인데 뭐 어쩔수 없지. 그리고 지금 계절엔 이렇게 노랗게 물들어서 온다고 한다. 늦잠 자고 일어나 아침배송 온 꽃들을 비몽사몽 정리함. 욕조에 물 받으면서 꽃 다듬느라 게으름도 못 피움. 물 넘치기 전에 다 다듬어야 한다는 생각에. 에리카는 짧은 가지 3분의 1쯤은 솎아내버림.
이 꽃은 그저께 공항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택시 안에서 처음으로 주문한 것이다. 주말 전에 꽃을 받아보고 싶어서. 빌니우스에서 샀던 꽃이 대부분 분홍색 계열이었기에 노란 계열로 주문했는데, 주문을 마치고 생각해보니 맨처음 꽃파는 할머니에게서 샀던 게 노랑하양 들국화였음.
돌아왔더니 계절이 역행하여 다시 완연한 가을날씨에 심지어 낮은 더웠다. 낙엽이 거의 다 떨어지는 걸 보고 왔는데 우리 동네는 이제 단풍이 들고 있는데다 푸릇푸릇한 잎사귀도 많아서 반가웠다. 그런데 다음주에는 추워진다고 하네. 사진은 우리 동네 근린공원. 진료 갔다가 귀가하는 길에. 정오 무렵이었던 것 같다.
간밤에 너무너무 피곤하고 두들겨맞은 듯 몸이 쑤시고 아픈 상태로 10시 좀 넘어서 잠들었다. 역시나 시차 때문에 새벽 2시에 깼지만 좀 뒤척이다 다시 잠들었다. 그리고는 5시 즈음 한번 깨고, 나중에 한번 더 깨고, 그러다 7시 50분쯤 깨어났다. 8시 알람을 맞춰놨으니 이 정도면 그래도 양호하게 계속 잤다 싶긴 한데, 원체 수면 부족 상태라 원래 돌아온 날 밤은 피곤해서 자게 되는고로 오늘부터 앞으로 며칠 정도가 좀 힘들 것 같긴 하다.
몸이 너무 쑤시고 피곤했다. 비행은 그래도 좌석을 좋은 걸 끊어서 평소보다 덜 피곤했지만 역시 장거리 이동은 많이 힘들다. 그러니 오늘은 집에서 아예 푹 쉬면 좋았겠지만 이번달 진료도 받아야 하고 세스코 점검도 받아야 해서 아침부터 바삐 움직였다. 일어나서 대충 챙겨입고 선크림을 바르고 머나먼 횡단 시작. 한달만에 다시 화정역으로 걸어가서 지하철을 타니 빡셌다. 병원은 강남 저멀리 있기 때문에 울동네에서 지하철을 타면 한시간 스트레이트로 가야 한다. 그런데 오전 시간대라 자리가 없어서 절반 이상 서서 갔다. 다리가 너무너무 아팠다. 여태까지 매일 많이 걸었던 것과 장거리 비행 때문인가, 걷는 것보다 서 있는 게 더 힘들었음.
진료를 받은 후 너무 배고프고 어지러워서(아무것도 안먹고 멀리 나왔더니만) 지하철역 근처 던킨에 가서 제일 가벼운 도넛과 녹차 반 잔으로 급히 탄수화물과 당분을 공급했다. 예전엔 역 바로 앞에 별다방이 있었는데 없어졌다. 별다방은 웬만해선 안 없어지는데... 자리를 옮겼나... 하여튼 도넛을 먹어 응급조치를 하고 다시 한시간 동안 지하철을 탔다. 다행히 이번엔 자리가 있었다.
엉엉 엘스카 이딸랄라 후라칸 다 없어... 다시 프랜차이즈 자본의 세계로 돌아왔어... 근데 담주에 업무 복귀하면 이나마 이렇게 잠깐 뭐 먹으려고 앉을 시간도 더 없어...
정오 즈음 화정역에 도착. 은행에 잠깐 들렀다가 집으로 바삐 돌아갔다. 한시에 세스코 점검, 한시 반에 부모님이 들러 파주 쪽에 조금 늦은 점심을 먹으러 가기로 해서 바빴다. 화정역 광장은 이렇게 쨍쨍했다. 보키에치우 거리나 필리모 거리랑은 사뭇 다른 풍경 ㅎㅎㅎ 그래도 뭐 오늘은 퇴근길이 아니어서인지 이 풍경도 반가웠다. (출근길엔 컴컴해서 안보이고 퇴근길엔 지쳐서 안보임... 근데 이제 퇴근길에도 컴컴하겠지)
공원과 우리 아파트 후문 쪽에도 이렇게 나뭇잎이 노랗게 물들어가고 있었다. 푸릇푸릇한 잎도 상당히 남았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가을 날씨였다.
귀가해서 건조대에 걸려 있던 속옷과 이불 빨래는 걷어서 개켜 넣고, 조금 정리를 하고 났더니 어느새 1시가 다 되었다. 이때 너무 배고프고 어질어질하고 피곤하고 시차 때문에 졸려서 괴로워하다가 바르샤바 공항 라운지에서 집어온 초콜릿을 한알 먹었다. 역시 제대로 밥을 안먹고 아침부터 너무 멀리 다녀온거야. 그런데 세스코 기사보다 부모님이 먼저 오셨다. 내가 그렇게도 1시 반에 오시라 했건만... 기사가 와서 점검을 하는 동안 엄마가 계속 이것저것 잔소리하며 '소파를 좀 바꿔야 할 거 아니니. 밥은 왜 이렇게 떡이 되게 해놨니. 김치는 이것을 먼저 먹어라' 등등 말씀을 하시고 '아파트에 무슨 벌레가 있다고 세스코를 받냐' 등등 말씀을 하셔서 좀 정신이 없었다.
그런데! 베란다 세탁기 배수관 쪽 트랩에서 바퀴벌레 1마리와 풍뎅이 2마리가 발견됨! 기사가 나에게 '혹시 어디 다녀오셨냐, 집 비우셨느냐. 세탁기 최근 안쓰셨냐?' 고 물어봤다. 한달쯤 비웠다고 말했더니 그러면 배수구가 말라서 관을 타고 남의 집에서 바퀴가 유입된다고 함. 새로운 정보! 세탁기를 자주 돌리면 세제와 물이 배수관을 통해 계속 내려가기 때문에 벌레가 못올라오는데(독해서) 이렇게 한동안 집을 비우면 벌레가 기어올라온다고 한다! 그래서 여행을 갈때는 배수구쪽을 덮어놔야 한다는 것이다. 아아 나는 그런 걸 전혀 몰랐다! 하여튼 기어올라온 바퀴 1은 설치된 트랩에 걸려서 처리되었고 그외에는 발견된 게 없어 다행이었다. 풍뎅이에도 나는 가슴이 벌렁벌렁 ㅠㅠ 엄마는 바퀴가 발견된 것을 보고는 밥먹으러 가면서 '그래 차라리 몇만원 내고 방역을 받는게 낫겠다 너는 벌레도 무서워하는데' 라고 마음이 바뀌셨음 ㅋㅋ
부모님과 함께 파주 쪽에 있는 고깃집에 늦은 점심을 먹으러 갔다. 여기는 정육식당인데 나쁘지 않은 소고기를 직접 골라서 싸게 먹을 수 있어서 아버지가 좋아하신다. 우리 집에서는 차로 20분 정도 걸리는데 가는 길에 아빠가 길을 잘못 들어서 좀 빙 돌아서 갔다. 너무 배고픈 상태라 그랬는지 평소 붉은 고기를 많이 먹지는 않는 편이지만 등심을 구워서 밥이랑 상추랑 우거지탕이랑 잘 먹었다. 아마 간만에 우리나라 식당에서 밥을 먹어서 그랬을지도. 밥을 먹은 후 부모님은 나를 내려주고 귀가하셨다.
집에 돌아오니 세시가 좀 넘어 있었다. 대충 씻고 남은 빨래를 돌리고... 4시가 다 되어서야 차를 마시고 책을 좀 읽었다. 너무너무 졸리고 피곤했다. 온몸이 아직도 두들겨맞은 것만 같다. 그리고 중간중간 업무메일 확인... 나 없는 동안 다른 부서들에서 떠넘긴 아주 골치아픈 과제들이 생겼는데 머리가 너무 아프다. 일단 이것은 월요일부터 생각하기로 했다. 일은 일할 때 생각하자... 오늘의 과제는 늦지 않게 잠자리에 들고 시차 때문에 중간에 깨더라도 다시 자는 것이다.
어제 저녁에 대야에서 목욕을 당한 후 접이식 소형 건조대에 뉘어 베란다에서 말려지고 있는 쿠야. 이넘이 생각보다 도톰하고 또 털도 북실해서 마르는데 2~3일 걸릴 것 같다. 세탁기에서 탈수를 한번 돌리면 더 빨리 마를 것 같긴 한데 작은 인형이라 망가질 것 같아 대충 손으로 빨아 물을 짰더니만... 그래서 아직도 축축한 상태로 원망의 눈빛을 보내는 쿠야...
가끔 뒤집어주기도 하고... 그러면 베란다의 타일 바닥을 하염없이 응시..
뭐 똑바로 뉘어놔도 베란다 천장이 보이겠지만 ㅠㅠ 쿠야야 그래도 내일까지는 해가 난대. 조금만 참아.
빌니우스의 티샵인 스코니스 이르 크바파스에서 올해의 햇차를 100그램 사왔다. 다즐링 Risheehat. SFTGFOP1 답게 가격은 비싼 편이다. 퍼스트플러쉬라 다즐링의 향긋함과 녹차의 풋풋함이 뒤섞여 있다. 나는 세컨드플러쉬를 선호하지만 품질좋은 퍼스트플러쉬 햇차는 역시 좋다. 전에도 온라인 직구로 이 다원 차를 샀었는데 그건 햇차가 아니었던듯 이것만큼 맛있진 않았다.
오늘은 아침부터 너무 바쁘게 움직여서 오후 늦게, 4시 다 되어서야 차를 마셨다. 시차 적응도 해야하고 카페인 생각도 들어서 디카페인 티를 마실까 했지만 '아악, 햇차도 있고 선물받은 다즐링도 있는데 카페 자이칙 재개는 제대로 해야 할 거 아닌가' 란 생각에 좀 연한 이 차를 우려 마심. 좀더 진하게 우리고 싶었지만 약하게 우렸다.
수색은 거의 녹차에 가깝다. 진료받고 나오면서 사온 몽슈슈 프루츠롤이랑.
그리고... 빌니우스 지도 표지가 너무 헐고 또 비행기 두 대나 거쳐온 책이라 위생적인 판단으로 그 표지를 뜯어냈더니 그대로 드러난 무서운 표지... 스트루가츠키 형제의 '미운 백조들' 이제 96페이지 가량 읽었다. 아아 그런데 이제 신인류로 진화해가는 너무 똑똑한 아이들과 주인공 작가가 토론을 하고 있어 좀 피곤하다 흐흑... 나는 이 형제의 소설들 등장인물들의 경우라면 사색하고 토론하는 것보다는 행동하는 쪽이 조금 더 좋은가보다.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루스커스. 역시 튼튼한 식물이야... 한달 동안 집을 비웠기에 말라죽지 않았을까 걱정했는데 어제 귀가해보니 거실과 서재 방에 놔둔 루스커스가 모두 좀 시들해졌지만 살아 있었다. 물은 거의 바닥까지 깔려 있었지만 하여튼 살아남아서 참 고맙다.
사진은 착륙 얼마 안 남았을 때. ‘미운 백조들’ 몇 페이지 더 읽음. (94쪽까지 읽었다! 그런데 지금 파트가 좀 피곤하고 재미가 없는 지점이다... 그 앞까진 막 술주정하고 자기들끼리 치고받고 싸우고 재밌었는데...)
한달간의 여행을 마치고 집에 돌아왔다. 드물게 평온한 비행이었다. 연착이 되지 않았고 터뷸런스 사인이 한번도 뜨지 않았다. 몇번 10-20초 정도 좀 흔들렸지만 대단치 않았다. 화이트 와인 한잔으로 잠시 졸긴 했지만 제대로 잠을 잔 건 아니어서 내내 음악을 들으며 오다가 책을 약간 읽었다.
인천공항엔 7시 20분 즈음 도착했다. 오늘따라 여권 자동판독이 잘 안돼서 수차례 시도함. 짐은 비교적 빨리 나왔다. 택시를 타고 귀가. 아침이었고 해가 쨍했다.
집에 도착하니 8:40 즈음이었다. 엄마가 어제 들러 덜컥거리던 내 전기밥솥을 가져가고 새것을 사다 두시곤 냉장고에 삼치조림, 맑은 소고기 콩나물 뭇국, 계란말이, 진미채 볶음, 열무김치와 두부조림을 채워두고 가셨다ㅠㅠ 가방을 다 풀 엄두가 안나서 언더웨어, 베갯잇 등 1차 빨래만 세탁기에 돌려놓고 그 사이 목욕, 머리감기, 말리기... 이후 빨래를 널고는 ‘아 이제 좀 있다가로 미뤄...’ 하고 침대로 들어갔다.
10시-오후 2시까지 알람 맞추고 잤는데 당연히 잠이 부족해서 3-40분가량 더 졸았다. 중간에 추워서 깨어나 가을 이불을 꺼내 덮음. 그전 이불은 여름 홑이불이었다. 9월말까지 더웠었으니까. 머리 감고 말리긴 했지만 자면서 체온이 떨어진 것 같았다. 엄청 피곤하게 잤다. 3시 좀 안되어 억지로 일어났고 너무 배고파서 밥을 먹었다. 엄마가 바꿔준 밥솥에 새 밥을 해먹었는데 그 쌀도 엄마가 시골에서 사온 햅쌀인걸 망각, 물을 많이 잡아서 밥이 떡처럼 됨 흐흑 한달만에 밥을 했더니만... 엄마가 주고 가신 국과 반찬으로 잘 먹었다.
이후 더 이상 미룰 수 없고 외면할 수 없는 가방 풀기 ㅠㅠ 가방 푸는 건 꾸리는 것만큼 힘들진 않지만 이것도 참 귀찮고 피곤하다. 2차 빨랫감들을 꺼내 세탁기에 돌리고, 이것저것 빼서 정리하고... 아직 화장품과 세면파우치는 그대로 침실 화장대 아래 처박아두었다. 저것도 빨리 정리를 해야 하는데... 회사에서 쓰는 것까지 가져왔으니... 모른다 저건 자기 전, 아니면 내일. 기념품을 별로 사지 않았기 때문에 많이 정리할 건 없었다. 폴란드항공 짐 부칠 때 재보니 트렁크 22.8킬로, 기내 캐리어 7.6킬로였다. 한달치 옷가지들이 들어있었으니 그렇게 따져보면 이번에 정말 별로 산 게 없음. '모든 건 현장에서 즐기자' 마음으로. (하지만 그래놓고 카페인, 후라칸, 엘스카 종이컵은 또 기내캐리어에 싸왔지)
가방 정리를 하니 덥고 땀이 났다. 하지만 혼신의 힘을 다해 코트와 현지에서 산 스웨터, 치마를 아파트 단지내 세탁소에 가지고 가서 맡겼다. 오늘 안하면 언제 가져갈지 모른다... 나 사실 작년 겨울에 입은 코트도 드라이 안했는데... 일단 이거 찾고 나서 맡겨야겠다. 카디건은 그냥 손빨래해야지 하고 남겼는데 돌아와서 카디건, 니트 스카프, 쿠야를 손빨래하기 시작하자 '아악 돈 좀 더 주고 카디건도 맡길걸' 하고 매우 후회함 흐흑... 쿠야도 비행기 타고 왔으니 목욕을 안 시킬 수가 없었다(경축! 쿠야 후쿠오카에서 쥬인이 데려다준 후 처음으로 목욕!) 아직도 빨래가 조금 남았는데 베란다의 빨래 건조대 공간이 모자라서 내일로 미루기로 했다.
사이사이 업무메일도 확인했다. 나 없는 동안 온갖 골치아픈 일들이 엄청 많이 터져 있었고 다른 부서에서 또 엄청 떠넘겨놓은 것들도 많았다 ㅠㅠ 월요일부터는 정말 거대노동과 대폭발일듯... 하지만 꾹 참고 이번주말까진 일 안할거야, 업무메일에 답신 안할거야...
내일은 오전에 진료 예약을 해두었고 오후 1시에는 세스코 점검 예약을 해둬서 바쁘다. 그런데 아빠가 파주 쪽 고깃집에 가서 점심을 함께 먹자고 하신다. 1시까지의 예약을 변경할수가 없는터라 1시반부터는 된다고 말씀드렸는데 어찌될지 모르겠네. 하여튼 내일부터 이미 일정이 막 여럿 생겨서 강제 시차적응이 되려나... 지금도 너무 졸리다. 꾹 참고 10시까지 버텨보려고 하는데... 안되면 9시 반에 누워야겠다. 새벽에 깨는 게 문제지 뭐...
비닐로 두겹으로 싼 나뚜라 시베리카 샤워젤 두 병이 폭발해 5분의 1가량은 샜다. 펌핑용기에 별도 마개가 없었고 내가 쓰다가 가져온거라... 테이핑으론 역부족이었나보다. 그래도 비닐로 이중으로 포장한 덕에 밖으로 새진 않아 다행이다.
엥, 그런데 이 메모를 쓰고 있는 중 방금 관리사무소에서 찾아왔다. 아랫집 화장실 천장에서 누수가 있는데 그게 울집 세면대 때문이라고 잠시 물을 쓰지 않으면 임시조치를 한다고 함. 아니, 임시조치해주는 건 좋은데 나 그럼 세면대랑 화장실 수리해야 하나 엉엉 ㅜㅜ 급 머리아파짐... 집주인한테 요청하고 싶은데 내가 집주인이야 엉엉... 오래된 아파트는 이런게 안 좋다 흐흑... 한달만에 집에 돌아와서 아직 시차적응도 안됐는데 갑자기 집수리와 보험에 대한 근심으로 마무리. 역시 현실로 돌아온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