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어서 좋다고 생각했던 명절 연휴가 쏜살같이 다 지나가고 이제 내일 다시 새벽출근이다. 대부분의 부서원들은 휴가나 재택근무를 신청했다만 나는 맡은 일들이 있으니 출근한다. 그나마 내일 하루 일하면 다시 주말이니 월요병은 별로 없다. 아마 일요일 밤에 최악으로 싫을 것 같음 ㅠㅠ
콧물이 멈추지 않는데 다시 병원에 가야 하나 고민 중이다ㅠㅠ 토요일엔 미뤄뒀던 미용실도 가야 하고... 내일 출근하면 일주일 가까이 잊으려고 애썼던 골칫거리 신규사업과 엄청나게 쌓여 있는 업무들과 씨름해야 한다. 내일 가서 생각하자...
맨날 늦게 잤던 터라 좀 걱정이 되지만 오늘은 홍차 대신 대추차를 마셨으니 그것을 믿고 늦지 않게 잠자리에 들어 봐야겠다. 오늘 아침에도 회사 꿈으로 산란하고 피곤하게 깼었다.
연휴가 순식간에 지나가서 이제 내일 하루밖에 남지 않았다. 아무 것도 한 일이 없네... 그래도 쉬고 있으니 다행이라 해야 하나. 콧물이 아직도 나온다 ㅜㅜ 정말 이 감기의 후유증은 엄청난 것 같다.
아침에 아주 뒤숭숭한 꿈에 시달리며 얕은 잠을 잤다. 꿈속에서 나는 전날 퇴사를 한 상태로 다시 사무실에 나와 있었는데 사람들과도 서로 어색한 상태였고 심지어 업무정리도 하지 못해서 그것들을 해놓고 가야만 했다. 깨어나고 나서도 머리가 아프고 피곤했다. 아마 눈앞에 놓여 있는 수많은 어려운 일들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나보다. 회사 때문에 항상 신경을 쓰고 있어서 그런게 분명하다.
차를 마시고 책을 읽고 쉬었는데 오후에는 너무 졸려서 소파에 기댄 채 30분쯤 정신없이 졸기까지 했다. 이제 모레부터 다시 출근해야 하니 신체리듬을 다시 조절해야 할텐데. 간밤에도 새벽 한시가 넘어서야 잠들고... 오늘은 조금 더 일찍 자봐야겠다. 그리고 내일은 홍차 대신 카페인 없는 차를 마셔야겠다.
기온이 내려가서인지 거실에 종일 있었더니 몸이 좀 떨리고 한기가 들었다. 우리 집은 따뜻한데도. 아마 얇은 파자마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두꺼운 수면바지보다는 이 파자마가 편해서 갈아입지 않았더니 더 그런지도. 종일 스카프를 매고 따뜻한 물을 마셨다. 책을 조금 더 읽다가 잠자리에 들어야겠다.
부모님 댁에서 하룻밤 자고 아침에 음식 장만을 도와드리고, 동생네가 와서 다같이 점심을 먹었다. 그리고는 눈 때문에 길이 얼어붙기 전에 서둘러 돌아가야 한다면서 부모님이 나를 오후에 일찍 집까지 데려다주셨다. 나는 버스를 갈아타고 올 생각이었고 눈길에 차를 가지고 나오는 게 걱정되었으나 다행히 눈이 쌓이지 않아서 무사히 빨리 귀가했고 부모님도 잘 귀가하셨다.
간밤 열한시 전에 잠들긴 했으나(부모님 댁에선 할 일이 없어서) 잠자리가 바뀌어서 한시간마다 자다깨다 반복하고 꿈도 정신없이 꿨고 온몸이 너무 쑤셔서 피곤하게 잤다. 그리고 요리를 하면서 창문을 열어놔서인지, 아니면 아빠 차에 얼어붙은 눈을 제거하는 동안 잠깐 밖에서 기다려서인지 몸에 한기가 들어서 집에 돌아와 차를 마신 후 전기담요를 올려두고 침대에 잠시 들어가 있었다. 지금은 좀 나아졌는데 확실히 기온이 내려가고 있는 것 같다. 우리 집은 남향이라 상당히 따뜻한 편이고 난방을 올려놔서 방바닥도 따끈한데도 몸에 훈기가 돌지 않는다. 엄마가 직접 만드신 흑삼을 한숟갈 먹고 자야겠다.
엄마가 각종 전, 김치, 꽃게탕, 삼치조림, LA갈비(이건 내가 좀전에 다 구워두었다), 육개장을 싸주셨다. 거기에 애호박 반개, 콩나물 한봉지, 큰 사과 한 알, 표고버섯 한봉지, 엄마가 직접 만들어두신 표고버섯 가루 한 팩, 딸기 한 팩도 내가 챙겨옴. 혼자 살림하는지라 조금씩 장보기가 쉽지 않은데 이 기회에 엄마토끼 냉장고 강탈 ㅎㅎ 눈 때문에 길 밀릴까봐 급하게 나오느라 진미채무침과 양태무침, 오뎅볶음을 놓고 나왔다고 엄마가 좀전에 통화하며 안타까워하심. 흐흑 그것들도 엄청 맛있는데 못가져와서 슬프지만... 그래도 엄마가 싸주신 걸로 열흘 가까이 버틸 것 같다.
집에 와서는 뜨거운 물에 잠깐 몸을 담갔고 차를 마시고 책을 읽고 쉬었다. 아직 휴일이 조금 남아서 다행이다. 오늘은 눈 때문에 날씨도 흐렸고 차도 좀 늦게 마셨기 때문에 티타임 사진은 몇 장 없음. 라넌큘러스는 이제 좀 시들시들해지고 있다만 그래도 아직 예쁘다. 티타임과 꽃 사진 몇 장.
그러나 내일은 부지런한 하루가 될 것이다. 쥬인이랑 만났다가 저녁 되기 전에 부모님 댁에 간다. 근데 눈이 많이 온다고 해서 좀 걱정 중... 그래서 쥬인 동네와 부모님 동네를 모두 버스로 연결할 수 있는 중간지점에서 만나기로 했다. 눈오면 택시가 안 잡힐 것 같아서. 눈이 안 오면 좋겠는데...
기침은 멎고 콧물이 계속 나온다. 지독하네 정말 ㅠㅠ 콧물약은 없으니 연휴 끝날 때까지 버텨야 하는데...
발로쟈 슈클랴로프 화보 몇 장. 2월 9일 헌정 무대에는 갈 수 없지만 마음은 함께 하겠지. 그가 떠난 이래 매일 단 하루도 잊어본 적이 없다. 밤마다 그의 영혼의 평안과 안식을 위해 기도하며 잠자리에 든다.
Mark Olich. 곱사등이 망아지 화보 한 장 더. 울리야나 로파트키나와 함께.
이건 아마 코스모폴리탄 잡지 화보였던 것 같다. 2013년 즈음이었나 가물가물하다... 이 기사 제목이 아마도 '페테르부르크의 로미오'였던 것 같다.
이제 이 둘이 함께 있는 사진들을 보면 너무 마음이 아프다. 헌정 공연에 쉬린키나도 올라온다고 한다.
다닐 심킨이 찍어준 흑백 사진 두 장. 슈클랴로프와 올가 스미르노바.
알리.
솔로르 몇 장.
저 의상 입은 그를 너무 좋아해서 2막 인사할 때 열심히 셔터를 눌렀던 기억이 난다. 그가 춘 라 바야데르를 여러번 마린스키 본관 무대에서 봤었다. 그는 온전하고 완벽한 솔로르였다. 그런 솔로르는 다시는 볼 수 없을 것이다.
2020년. 테료쉬키나와 함께 찍은 화보, 마린스키 본관. 이때는 그가 공훈예술가 서훈을 받았던 즈음, 그리고 그의 이름을 건 특별공연을 했던 즈음이었다. 코로나로 모든 것이 닫히기 직전. 이때만 해도 나는 5년이 넘도록 페테르부르크와 마린스키에 가지 못할 거라고는, 이 사람의 무대를 보러 가지 못할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코로나와 전쟁이 끝나도 이 사람의 무대를 다시는 보지 못하리라는 것을, 이 사람의 다정한 목소리를 다시 들을 수도 없고 '너 다시 와줬구나, 나 보러 와줘서 고마워', '당연하잖아, 난 너의 넘버원 한국 팬인걸' 하는 대화를 주고받을 수도 없으리라는 걸.
어제 너무 피곤하고 지친 채 뻗었다. 계속 자고 싶었지만 오늘까지 만들어서 제출해야 하는 골치아픈 자료가 있었기에 어쩔 수 없이 늦지 않게 일어났다. 아침을 챙겨먹은 후 오전에는 책상 앞에 붙어앉아 까다로운 계산을 하면서 자료를 작성했다.
일을 마치고 나니 어질어질했다. 붉은 군대 때문에 몸도 너무 아팠다. 차를 마시며 책을 읽고 쉬다가 너무 졸리고 피곤해서 침대로 기어들어가 낮잠을 좀 잤다. 연휴니까 낮잠 자고 밤에 좀 늦게 자도 뭐 어때 하면서... 감기가 거의 나은 줄 알았는데, 그래서 어제 진료 후 지어온 약에는 콧물약이 빠졌는데 귀신같이 오늘 콧물이 다시 나온다. 어쩌지 ㅠㅠ
오후에도 저녁에도 업무메일 확인과 단톡으로 업무체크를 해야 해서 오늘은 사실 제대로 쉰 날이 아니었다. 진짜 연휴는 내일부터라고 생각해야겠다. 그래도 아까 오후에 분리수거도 하고 청소도 했으니 칭찬할만한 하루였다. 내일은 정말정말 늦잠 자고 뻗어 쉬어야겠다.
라넌큘러스들. 이번 아리아드네와 하노이는 거의 95% 흰색이라 조금 아쉬웠다. 원래는 연한 분홍빛이 도는 게 이쁜 건데. 이제 조금씩 시들면서 꽃잎이 팔랑팔랑 떨어지고 있음. 하지만 내일도 랜덤 라넌큘러스 조합을 주문해두었으니 이번엔 컬러 섞인 게 오겠지.
곱사등이 망아지에서 바보 이반, 애칭 이바누슈카를 추는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화보 두 장. 전에 못 봤던 화보이다.
그는 정말 너무나도 사랑스럽고 생동감 넘치는 이바누슈카였다. 마린스키와 블라디보스톡에서 소모바, 샤키로바와 함께 춘 그의 이바누슈카를 봤었다. 드라마틱하고 비극적인 알브레히트와 솔로르, 청순하고 소년다운 로미오, 완벽한 왕자인 지그프리드와 데지레에서부터 마냥 행복하고 사랑스럽고 코믹한 이바누슈카까지 그는 모든 스펙트럼을 온전하게 오가는 무용수였다. 그립고 또 그립다.
정말 너무 바쁜 하루였고 심지어 일을 싸와서 지금까지도 집에서 일했다. 다 못 끝내서 내일 마저 해야 한다. 새벽 출근. 7시부터 빡센 노동. 점심이후 최고임원의 신규사업 때문에 외근과 피곤한 미팅(결과는 참혹해서 앞날이 걱정됨), 이후 또 먼 길 이동해 진료 1, 동네까지 또 아주 먼 길 이동해서 기침과 목아픔 후유증으로 진료 2. 진료 1만 해도 트라이앵글 이동거리가 엄청난데 중간에 반대방향으로 외근까지 갔으니 택시, 버스, 지하철을 너무 많이 타서 완전 녹초.
게다가 그날도 시작되어 너무 아프고... 집 와서도 일하고... 내일 휴가를 냈지만 소용없이 계속 일할 것 같다. 너무 지치고 아파서 일단 여기서 끊고 약을 먹고 잠자리에 들어야겠다. 정키도 아니고 약을 너무 많이 먹어ㅠㅠ
그의 생일인 2.9에 마린스키에서 볼쇼이와 마린스키 동료 무용수들이 참여하는 헌정 공연이 열린다. 며칠전 공연 티켓 링크가 떴다가 사이트가 다운되어 한동안 막혔다 다시 열리며 프로그램도 올라왔다. 첨 잠깐 열렸을 때 웬만한 좋은 자리는 거의 다 나갔다고... 아직 티켓 재오픈은 안했고 프로그램과 참여 무용수 이름 일부만 올라왔다. 영문 버전 캡처 아래 올려둠.
내가 지금 러시아에, 페테르부르크에 갈수 있다면 저 공연 표를 끊고 마린스키에 가게 될까? 현실적으로도 지금 갈 수가 없기도 하지만, 실제로 갈 수 있다 하더라도 잘 모르겠다. 마린스키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가슴이 무너지고 눈물이 쏟아질것 같다. 저 사진과 제목과 프로그램들을 보기만 해도 심장이 에는 것 같다. 나의 소중한 극장. 소중한 무용수.
아침 7시부터 사무실에 앉아 꼬박 일하고 두 임원께 보고를 드리고, 또 일하고 계속 일했는데 막상 오늘까지 끝내려던 머리아픈 자료작성은 손도 못 댔다. 내일 아침 일찍 해치워야 하는데... 내일은 오전부터 미팅에 낮 외근에 진료까지 엄청 빡빡한 일정이라 걱정과 함께 퇴근했다.
아팠던 탓인지 그날이 조금 늦어지고 있어 언몸이 쑤시고 괴롭기만 하다. 아직도 목이 아프고 기침이 좀 나오고 목소리는 80% 회복되었다. 간밤엔 잠들기 전에 기침을 많이 했다. 나쁜 공기 + 업무 때문에 말을 많이 한 것 콤보인 듯하다ㅠㅠ 피곤하고 또 피곤하다. 9시엔 자러 가야겠다. 노동노예의 삶이 강제로 나를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인간으로 만들고 있다.
빌니우스에서 가끔 들렀던 체인 카페 ‘카페인’의 종이컵. 소중하게 들고 왔는데 게으르다보니 결국 예쁘게 장식하진 못하고 이 안에 후라칸, 엘스카 종이컵까지 겹쳐둔 채 더블클립, 책갈피, 스카치테이프 수납 컵이 되어버렸다ㅠㅠ 그래도 컬러 톤 비슷한 코야 쿠야 코료 옆에 있으니까...
어제 너무 머리를 쓰며 일해선지 잠을 깊게 못 잤고 온몸이 쑤셔서 뒤척이다 늦지 않게 일어났다. 늦잠자고 푹 쉬고팠는데... 하여튼 끼니를 꼬박꼬박 챙겨먹고 약을 먹고 차도 마시고 종일 가벼운 책을 읽으며 쉬었다. 몸은 지난주에 비하면 많이 나아졌다. 그런데 내일 찬바람을 쐬면 또 어찌될지...
이번주도 아주 바쁘다. 내일은 최고임원의 주재 회의. 모레는 종일 회의 진행. 목요일은 피곤한 미팅... 부디 몸과 머리와 마음이 버텨주기를...
내내 너무 아프고 힘들고 고생했기 때문에 기분 전환을 위해 이번주에는 큰맘먹고 라넌큘러스를 두 종류 주문. 아주 연한 분홍빛이 도는 흰색의 하노이, 그리고 하늘하늘 팔랑거리는 버터플라이 라넌큘러스 중 역시 연핑크색의 아리아드네. 둘다 좋아하는 꽃인데 작년부터인가 라넌큘러스 가격이 점점 비싸지는 것 같다. 특히 하노이는 다른 라넌큘러스들보다 더 비싸서 작년엔 건너뛰고 짙은 색 위주로 사곤 했었다. 라넌큘러스는 종류도 많고 하나같이 참 예쁘고 우아하고 화사하다.
어제 너무너무 힘들었다. 메모를 마친 후에도 보고서를 좀 쓰다가 잠자리에 들었다. 다행히 기침은 별로 하지 않았고 너무 수면이 부족했던터라 근 일곱시간 쯤은 잔 것 같다. 꿈에 시달리고 뭔가 이상한 킥보드와 바이크 중간쯤의 기구를 타고 꼬불꼬불한 골목길을 돌아 도망치기도 하고 이상한 동물들과 여자가 그려진 이단 교회 주변에 숨기도 했다. 7시가 좀 넘었을 때 깨어났고 너무나도 더 자고 싶었지만 오늘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은데다 약도 다 떨어졌기 때문에 조금만 누워 있다가 8시 20분쯤 오픈 시간에 맞춰 병원에 갔다.
콧물은 좀 나아졌지만 기침이 계속된다고 했다. 의사는 나의 콧물과 가래, 목 아픈 증상 등에 대해 꼼꼼하게 물어보고 청진을 한 후 아직 염증이 남아 있기 때문에 약을 더 먹어야 한다고 했다. 나는 콧물가래 약은 이제 그만 먹어도 될줄 알았지만 증상이 좀 약해진 거지 가만히 보니 콧물도 여전히 나오고 가래도 여전히 있는게 맞음 흐흑... 그래서 다시 약을 5일치 지어서 돌아왔다. 항생제를 이렇게 오래 먹어도 되는 걸까 엉엉... 가뜩이나 나는 약도 자주 지어먹는데...
돌아와서는 일주일만에 욕조에 들어가 따뜻한 물로 잠깐 목욕을 함. 연초부터 몸이 아픈 이래 그 좋아하던 욕조 들어가기를 거의 안 했다. 그만큼 기력도 딸리고 내키지 않았다. 물 받는 동안 청소를 하고(청소 우렁이 안 왔음), 원래는 평소처럼 삶은 달걀과 빵, 대추차로 대충 아침을 먹고 일하려 했으나 어제 마지막 삶은 달걀을 다 먹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시 삶는데는 10여분 밖에 걸리지 않지만 귀찮기도 했고, 또 약을 먹고 일을 빡세게 해야 하니 차라리 아침밥을 잘 챙겨먹자는 다짐을 하고 심지어 불고기를 열심히 구워서 꾸역꾸역 밥을 먹고 약을 먹었다.
그리곤 10시부터 줄창 일했다. 보고서를 쓰고 또 쓰고... 내가 맡은 파트는 오후 두시쯤 끝마쳤고 그제야 차를 마신 후 점심 약을 다시 먹었고... 다시 책상 앞에 앉아 나머지 보고서 작업을 계속했다. 너무 피곤하고 머리가 아팠다. 부서원들이 일도 열심히 하고 소기의 성과들도 있다만 페이퍼가 너무너무 약하고 다들 구조나 체계, 논리를 잡는데 쥐약이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끝까지 내가 다 쓸 수도 없고... 이미 엉망이 된 보고서를 아무리 손을 봐도 한계가 있고... 몇년 째 이러고 있으니 너무 피곤하고 답답하다만 뾰족한 수가 없다. 제일 좋은 건 충분한 시간을 갖고 처음부터 끝까지 내가 다 쓰는 건데, 1) 나는 할 일이 너무 많아서 그럴 시간 자체가 없고 2) 이렇게 떠먹여주다 보면 가뜩이나 엉망인 애들의 실력이 더 엉망이 됨. 사실 2)보다 1)이 더 큰 이유임...
종일 일해서 대충 끝마친 후 '아, 나는 이제 더이상은 못한다' 하고 자료를 메일로 보내두었다. 그리고는 늦은 저녁. 방금 다시 밤의 약을 먹고... 잠시 후 잠자리에 들어야겠다. 청소 우렁이도 안 왔고, 밥 차려주는 우렁이도 안 와서 스스로 고기 구워 먹었고, 보고서 우렁이는 더더욱 안왔음. 내가 나 스스로 우렁이... 흐흑 슬퍼. 내일은 정말 아무것도 안하고 푹 쉬고 싶다. 다시 기침이 조금씩 나오네, 서럽구나.
사진만 보면 여느때와 다름없이 평온한 토요일 오후 티타임. 하지만 아침 일찍 일어나자마자 병원에 다녀왔고 그 이후 저녁까지 내내 일했다. 보고서의 내 파트를 다 써내고 다른 부서원들이 쓴 부분들을 모두 스크린해서 고치고 또 고쳤다. 중간에 잠깐 두시간도 안되게 쉬며 차를 마셨다. 이게 오늘 내 휴식의 전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