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

4

« 2024/4 »

  • 28
  • 29
  • 30

 

 

 

페테르부르크에는 내가 좋아하는 카페가 여럿 있는데 그 중에서도 빛이 잘 들어오고 살짝 복작복작한 느낌이 좋아서 자주 갔던 곳이 본치 카페이다. 통창문으로 햇살이 잘 들어오는 홀과 안쪽의 아늑하고 어두침침한 방 두 개로 나뉘어져 있다. 나는 항상 빛이 들어오는 쪽에 앉곤 했다. 글을 쓰기도 좋고 스케치하기에도 좋다. 디저트도 맛있고 파스타도 나쁘지 않다. 아스토리야 호텔에서 걸어서 5~7분 거리라 종종 들르곤 했다. 

 

 

 

 

 

 

여기는 뭐랄까, 굉장히 페테르부르크 느낌이 드는 카페이다. 아마도 바로 맞은편에 대학교가 있어서 그럴지도 모르겠다만. 미묘하게 이 도시 특유의 느낌이 배어 있다. 여기서 길을 건너서 옆 거리로 거슬러올라가면 빵집이자 카페인 부셰, 그리고 식사와 디저트가 맛있는 카페 고스찌가 나온다. 모두 내가 좋아했던 곳들이다. 언제 다시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 모든 것이 무척 그립다. 

 

:
Posted by liontamer

 
 
 
레트니 사드(여름 정원)는 페테르부르크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공원이다. 녹음이 울창하고 연못에는 백조와 오리, 갈매기가 노닌다. 대리석 조각상들이 즐비하고 한가운데에는 유명한 러시아 우화 작가 크르일로프의 커다란 동상이 있다. 무더운 여름에도 이곳에 들어서면 선선하기 그지없다. 분수와 아폴로를 보면서 크르일로프 동상 근처 벤치에 앉아 책을 읽고 있으면 행복해진다. 
 
 
사진은 2018년 9월에 찍은 것. 
 
 
레트니 사드에는 옛날에 쥬인이랑 처음 갔었다. 이후에도 자주 갔지만 그래도 항상 이곳 사진들을 보면 쥬인 생각이 제일 먼저 난다. 
 
 
 

 
 
 
이것이 크르일로프 동상. 
 
 
 

 
 
 
 

 
 
 
오른편이 내가 좋아하는 아폴로. 이 공원에서 가장 인기 많은 조각상이다. 료샤는 내가 저 아폴로를 좋아하는 걸 보고 민망하다면서 '하긴 넌 타이츠 입은 발레 무용수를 좋아하니까. 어휴 민망해' 라고 디스하곤 했다. 야, 그거랑 이건 다르잖아! 라고 하려다 또 생각해보면 비슷한가 싶어서 '그런가보다' 라고 인정해버렸다. 
 
 
 

 
 
 
 

 
 
 
이 날은 빛이 좋아서 연못이 새파랗게 나왔다. 갈매기, 청둥오리들이 많이 찾는다. 백조도 한 쌍 있다. 사진엔 안 나왔지만 참새랑 비둘기, 까마귀도 많다. 
 
 
 

 
 
 
마지막으로 백조 사진도 한 장. 
 
 
사진 보니 정말 다시 가고 싶다. 
 

:
Posted by liontamer

 
 
 
2018년 페테르부르크. 네프스키 대로를 중심으로 주변의 모이카 운하와 그리보예도프 운하를 따라 걷고 이따금 그 근처에 있는 카페에 들어가 쉬었다. 순서대로 모이카 운하의 끄라스느이 모스트(붉은 교각) 근처의 카페, 그리고 그리보예도프의 카잔 성당 맞은편의 카페 부셰, 발샤야 모르스카야 거리와 네프스키 거리 풍경. 사진은 아이폰6s.



첫번째 사진은 잘 보면 카페 창 너머로 끄라스느이 모스트의 붉은 난간이 보인다. 그래서 붉은 교각이다.
 
 

 

 
 
 

 
 
 

 
 
 

 
 
 

 
 
 

 
 
 
저 아치를 통과하면 궁전광장과 에르미타주가 나온다. 

:
Posted by liontamer
2024. 2. 27. 09:37

여름의 바실리 섬과 네바 2017-19 petersburg2024. 2. 27. 09:37

 

 

 

햇살이 환하고 밝은 여름날 바실리예프스키 섬과 네바 강변을 따라 산책하는 기분은 너무나도 좋다. 이것은 도심의 그리보예도프 운하나 판탄카를 따라 산책하는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인데, 바실리 섬 자체에 배어 있는 특유의 뭔가가 있다. 이 섬에는 한편 끝에는 바닷가가 있고 다른 한편에는 페테르부르크 국립대학과 네바 강변이 있다. 그리고 그 사이에는 바글바글한 주택가가 모여 있는 동네들. 나는 맨처음 러시아에 갔을 때 이 섬 바닷가에 있는 기숙사에 살았었다. 

 

 

사진은 2019년 여름. 아마 7월이었을 것이다. 볼쇼이 대로에서 가까운 동네에서부터 국립대학이 있는 강변까지 쭉 걸어가며 찍은 사진들. 아이폰 xs. 빛이 무척 예뻤다. 마음에 평화와 위안을 주는 사진들. 저때의 따뜻하고 조금은 뜨겁기까지 했던 쨍한 햇살이 아직도 생각난다. 

 

 

 

 

 

 

 

 

 

 

 

 

 

 

 

 

 

:
Posted by liontamer
2024. 2. 10. 22:32

리체이느이 대로 풍경 두 장 2017-19 petersburg2024. 2. 10. 22:32

 

 

 

 

2017년 10월. 리체이느이 대로 풍경 두 장. 사진은 아이폰 6S. 이 거리는 보통 뽀드삐스니예 이즈다니야 서점에 갈 때 걷곤 했다. 사진은 이미 근 6~7년 전 모습이라 지금은 저 가게나 호텔, 바 등이 그대로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막상 여기 사진엔 안 나왔지만 이즈다니야 서점에 다시 가고 싶다. 

 

 

 

:
Posted by liontamer
2024. 2. 3. 21:59

여름의 판탄카 2017-19 petersburg2024. 2. 3. 21:59

 

 

 

 

단편의 퇴고를 마치고 나니 좀 허전해서 페테르부르크 사진첩을 뒤적여보았다. 

 

 

 

페테르부르크에 마지막으로 다녀온 것은 2019년 11월이었다. 그해 연말에 블라디보스톡에 가서 2020년 새해를 맞았다. 그 이후 코로나와 전쟁으로 러시아에는 가지 못하게 되었다. 여행이 재개된 후 빌니우스와 프라하, 바르샤바에 다녀왔다. 아마도 나는 계속해서 어디든 저 동네와 가깝거나 저곳을 연상시키는 동네에 가고 싶은 것 같다. 가능하다면 5월에 베오그라드에 다녀오려는 중이다. 하지만 마음 속 깊은 곳으로는 너무나도 다시 페테르부르크에 가서 저 운하와 강을 따라 걷고 싶다. 

 

 

사진은 2019년 7월. 여름, 백야 시즌의 판탄카. 이때는 성수기라 아스토리야나 에브로파는 너무 비싸서 판탄카 쪽에 있는 로시 호텔에 묵었다. 바가노바 학교와 면해 있는 호텔이었다. 그래서 이때는 저녁마다 판탄카를 따라 산책할 수 있었다. 에브로파에 묵을 때는 그리보예도프 운하, 아스토리야일 때는 모이카를 따라 산책하게 된다. 판탄카는 그리보예도프나 모이카와는 느낌이 많이 다르다. 그리고 아주 길게 이어진다. 나의 70년대 레닌그라드 이야기들에서 이 판탄카는 알리사와 트로이의 운하였다. 그리고 90년대 이야기로 접어들면 미샤가 이 판탄카 운하 어딘가에, 트로이츠키 사원이 잘 보이는 쪽에 있는 집에 살고 있다. 

 

 

사진을 찍었던 건 아마 밤이었던 것 같다. 늦은 밤은 아니고 아마 9시 무렵 쯤 됐을 것 같다. 역광이라 컴컴하게 나왔지만 실제로는 이것보다 밝았다. 

 

 

 

 

 

 

 

 

 

 

'2017-19 petersburg'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름의 바실리 섬과 네바  (4) 2024.02.27
리체이느이 대로 풍경 두 장  (0) 2024.02.10
아스토리야 moments, 향초와 안대  (2) 2024.01.23
페테르고프, 기억과 글들  (2) 2023.05.21
빛, bonch 카페  (2) 2023.01.30
:
Posted by liontamer
2024. 1. 23. 09:27

아스토리야 moments, 향초와 안대 2017-19 petersburg2024. 1. 23. 09:27

 

 

 

2018년에는 9월에 페테르부르크에 갔다. 그 당시는 적어도 매년 한번 이상은 갔었다. 코로나와 전쟁 이후 못 가게 되어 항상 마음 속에 크고 깊은 그리움이 있다. 

 

 

이때의 휴가 후반부에는 이곳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숙소인 아스토리야에 묵었다. 폰으로 찍었던 사진첩에서 당시 아스토리야의 방과 카페, 외관 등 사진 몇 장들을 꺼내본다. 이때는 dslr도 가지고다니며 쏠쏠하게 사진을 많이 찍었는데 이건 전부 아이폰6s로 찍은 사진들. 

 

 

 

 

 

 

저 빨간 차양이 항상 그립다. 친구들을 만나는 장소로도 항상 '아스토리야 빨간 차양 아래에서 만나' 하곤 했는데. 못 가게 된 최근 몇년 사이에 외벽 색깔을 이것보다 더 짙은 색으로 전면 바꾸었는데 내 기억과는 달라졌을테니 좀 아쉽긴 하지만 새로 칠한 색이 원래 옛날 색깔이었다고들 한다. 

 

 

 

 

 

 

로비 라운지 카페 로툰다. 여기는 차도 디저트도 햇살 들어오는 창가도 모든 것이 좋아서 이 동네치고는 좀 비싸지만 그래도 자주 드나들곤 했다. 그래서 이 호텔에 묵으면 더욱 좋다. 

 

 

 

 

 

 

 

 

 

이건 방에서. 

 

 

 

 

 

로비에는 이렇게 기념품 샵이 있음. 

 

 

 

 

 

 

방. 이때 업그레이드를 해줘서 방이 좋았다 :)

 

 

 

 

 

 

저녁 늦게 내려와 김릿을 마시면 더욱 좋다. 여기 김릿이 맛있다. 메인을 보드카와 진 중 무엇으로 할지도 물어보는데 당연히 진을 고른다. 언젠가부터 메뉴판에서는 사라졌지만 요청하면 만들어준다. 

 

 

 

 

 

 

메도빅도 맛있다 :) 그리고 이곳의 시그니처인 저 조그만 플로랑틴 쿠키도 맛있다. 디저트를 시키지 않아도 차를 주문하면 항상 저것을 내준다. 나는 이곳을 너무 좋아한 나머지 로모노소프 샵에서 저 찻잔과 종지, 큰 접시를 사서 모았다. 

 

 

 

 

 

 

이따금 마린스키 등 저녁공연에 다녀오면 이렇게 저녁 청소와 침구 정리를 해두고는 귀여운 알룐카 미니 초콜릿을 올려둔다. 알룐카는 시리즈별로 맛에 편차가 심한데 이 조그만 것은 킷캣이랑 맛이 비슷하다. 이게 제일 맛있다! 

 

 

 

 

 

 

로비의 기념품 샵에서 향초와 안대를 샀다. 그런데... 저 안대는 너무 이쁜데 밴드가 심히 짱짱해서 도저히 불편해서 써먹을 수가 없다 ㅠㅠ 나는 잠잘 때 안대를 착용하므로 아주 실용적일 거라 생각했는데 써보니 머리가 터질 듯 조인다!!! 아무래도 러시아인들의 엄청 조그만 두상에 맞게 만들었나보다. 우리 나라에선 어린이들이나 맞을 사이즈! 안대 자체는 코 중간까지 내려와서 넉넉한데 밴드가 너무 짱짱하다. 밴드를 늘려보려고 노력했지만 아무리 잡아당기고 기다란데 뒤집어씌워놔도 안 늘어난다. 흑흑, 근데 러시아에도 머리 큰 사람들도 많은데 엉엉... 그 사람들은 어떻게 쓰라는 말인가. 팔등신에 얼굴 주먹만한 러시아 미녀들만 착용하는 안대인가보다 + 우리 슈클랴로프님같은 꽃돌이 무용수 ㅜㅜ

 

 

그래서 이 예쁜 안대는 옷장 서랍에 고이 모셔놓았고 저 빨간 안대 케이스는 지금 서재 방의 이콘과 천사들의 공간인 우골에 펼쳐서 깔아두었음... 향초는 아까워서 못 쓰고 이것도 어딘가 모셔놨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저런 향초도 유통기한이 있지 않으려나, 지금 써도 되나 잘 모르겠음. 벌써 5년도 넘었네 흑흑...

'2017-19 petersburg' 카테고리의 다른 글

리체이느이 대로 풍경 두 장  (0) 2024.02.10
여름의 판탄카  (0) 2024.02.03
페테르고프, 기억과 글들  (2) 2023.05.21
빛, bonch 카페  (2) 2023.01.30
녹색의 공원  (0) 2023.01.29
:
Posted by liontamer
2023. 5. 21. 16:07

페테르고프, 기억과 글들 2017-19 petersburg2023. 5. 21. 16:07

 

 

 

페테르고프. 2019년 7월. 이날은 혼자서 '메테오르'라는 배를 타고 네바 강과 바다를 지나 페테르고프에 갔었다. 배를 타려고 줄을 서 있는데 한국인 관광객 아주머니들과 마주쳐 그분들을 도와드렸던 기억이 난다. 그분들은 나에게 박카스 젤리를 주셨다. 이날 날씨는 흐렸지만 다행히 비는 오지 않았다. 기억을 돌이켜보니 페테르고프에 갔을 때마다 날씨가 흐렸고 비가 오기도 했다. 해가 쨍쨍 났던 날은 없었던 것 같다. 

 

 

페테르고프는 제정 러시아 황제들의 여름 별장이었고 이렇게 호화스런 궁전과 분수, 녹음과 정원이 많다. 소련 시절에도 노멘클라투라 권력자들의 별장들이 있었다. 예전에 쓴 당시 배경 소설들에서 나의 주인공 미샤는 친구의 딸인 어린 라라와 함께 이곳에 와서 분수를 구경시켜주고 아이스크림을 사주기도 하고, 또 당 권력자인 드미트리 마로조프의 별장에 불려간 후 연못에 뛰어들기도 했다. 

 

 

오래전, 맨처음 내가 러시아에 갔을 때 담당 교수 중 한분이 페테르고프에서 출퇴근을 하셨다. 메테오르는 값비싼 이동 수단이었기 때문에 이분은 두시간씩 걸리는 일렉트리치키(교외 전차)를 타고 다니셨다. 그분 이름은 타냐였다. 지금도 그분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기억난다. 정말 오래 전의 일이다. 

 

 

 

 

 

 

 

 

 

 

 

 

 

 

 

'2017-19 petersburg'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름의 판탄카  (0) 2024.02.03
아스토리야 moments, 향초와 안대  (2) 2024.01.23
빛, bonch 카페  (2) 2023.01.30
녹색의 공원  (0) 2023.01.29
휴식과 위안을 위한 사진  (0) 2023.01.14
:
Posted by liontamer
2023. 1. 30. 21:10

빛, bonch 카페 2017-19 petersburg2023. 1. 30. 21:10







오늘 자기 전 마음의 위안을 위해 역시 빛이 스며들어 있는 사진 한 장. 본치 카페. 2019년 7월. 어제 올린 사진 찍었던 날이다. 여기서 차 마신 후 어제 사진의 알렉산드로프스키 사드에 산책하러 갔었다.

'2017-19 petersburg'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스토리야 moments, 향초와 안대  (2) 2024.01.23
페테르고프, 기억과 글들  (2) 2023.05.21
녹색의 공원  (0) 2023.01.29
휴식과 위안을 위한 사진  (0) 2023.01.14
백야의 판탄카  (2) 2022.12.22
:
Posted by liontamer
2023. 1. 29. 21:38

녹색의 공원 2017-19 petersburg2023. 1. 29. 21:38




알렉산드로프스키 사드, 보통 나는 해군성 공원이라 부르는 곳이다. 아주 오랜 옛날 페테르부르크에 처음 갔을 때, 첫 주말, 제일 처음 나갔던 시내 나들이, 첫 공원과 분수. 그 기억이 여전히 생생하다. 그때 바나나와 한국에서 교회 분들이 싸주셨던 크런키 초콜릿을 먹었다.





사진은 2019년 7월. 백야 시즌. 빛이 눈부셨다. 마음의 위안을 위해. 실은 너무 마음이 지쳐서 뭔가 하나라도 붙잡고 싶다.


'2017-19 petersburg' 카테고리의 다른 글

페테르고프, 기억과 글들  (2) 2023.05.21
빛, bonch 카페  (2) 2023.01.30
휴식과 위안을 위한 사진  (0) 2023.01.14
백야의 판탄카  (2) 2022.12.22
추우면 먹고 싶은 것  (4) 2022.11.10
:
Posted by liontamer
2023. 1. 14. 18:27

휴식과 위안을 위한 사진 2017-19 petersburg2023. 1. 14. 18:27

 

 

 

너무 힘들고 지치는 일주일을 보냈다. 조금이나마 마음의 휴식과 위안을 위해 빛과 녹색이 많은 사진. 레트니 사드. 2018년 9월에 찍음. 이 연못에서 오리와 백조, 갈매기 보는 걸 좋아했다. 

'2017-19 petersburg'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빛, bonch 카페  (2) 2023.01.30
녹색의 공원  (0) 2023.01.29
백야의 판탄카  (2) 2022.12.22
추우면 먹고 싶은 것  (4) 2022.11.10
본치 카페 세 장  (0) 2022.10.20
:
Posted by liontamer
2022. 12. 22. 21:16

백야의 판탄카 2017-19 petersburg2022. 12. 22. 21:16

 

 

 

너무 추워서, 따뜻하고 좋았던 때 사진을 꺼내보며 위안 중. 2019년 7월, 페테르부르크. 판탄카. 산책하기 좋은 곳. 백야 시즌의 페테르부르크는 너무나 아름답고 또 우아하다. 무척 그립다. 

'2017-19 petersburg' 카테고리의 다른 글

녹색의 공원  (0) 2023.01.29
휴식과 위안을 위한 사진  (0) 2023.01.14
추우면 먹고 싶은 것  (4) 2022.11.10
본치 카페 세 장  (0) 2022.10.20
로툰다 카페, 5년 전 오늘  (0) 2022.10.02
:
Posted by liontamer
2022. 11. 10. 09:57

추우면 먹고 싶은 것 2017-19 petersburg2022. 11. 10. 09:57

 

 

날씨가 스산하고 흐려서 사무실이 춥다. 일찍 출근해서 사과도 한 알 먹고 쌀빵도 한 조각 먹어서 배는 안 고픈데, 추워서 그런지 우하(생선수프)가 먹고 싶어서 올려봄. 이건 18년 가을, 아스토리야 호텔 카페 로툰다에서 먹었던 우하. 아마 이 때 우하 먹고 나서 김릿을 마셨던 거 같기도 한데 긴가민가. 

 

 

이것은 크림이 들어간 핀란드 우하가 아니라 맑은 우하이다. 나는 맑은 우하를 더 좋아한다. 우리 식으로는 생선지리랑 비슷한데 맛은 좀 다르다. 우하에는 보통 흰살 생선, 연어, 이따금 조개, 감자나 야채, 그리고 보드카가 들어간다. 레몬즙을 짜서 먹으면 좋다. 먹으면 몸이 따뜻해진다. 전에는 집에서도 이따금 이것을 끓여먹었는데 이제는 너무 귀찮아서 ㅠㅠ 

 

 

아스토리야나 고골에서 우하를 시키면 마늘버터가 들어간 브리오슈 빵(뽐뿌슈까)이 같이 나온다. 저 동그란 것. 

 

 

 

 

 

 

아스토리야는 좀 특이하게 토마토를 가득 썰어서 넣어주었다. 동동 떠 있는 토마토 때문에 막상 생선살은 안보인다. 스푼으로 뒤적이기 전이라서 토마토 맑은 국처럼 보인다. 

 

 

러시아에 여행을 가면 우하를 꼭 한번은 먹게 되는데, 가장 최근이 이미 거의 3년 전인 20년 1월의 블라디보스톡이었다. 거기서 먹었던 우하도 매우 맛있어서 두번이나 갔다. 아이고 추워, 우렁이가 짠 하고 나타나 나한테 우하 한 그릇 끓여다주면 참 좋겠다.

 

 

 

 

 

아스토리야나 고골은 가격대가 있는 레스토랑이라 맨 위 뽐뿌슈까에 이어 곁들임 빵도 여러종류를 가져다주는데, 보통의 식당에서 시키면 흑빵 두 쪽을 같이 준다. 흑빵이랑 같이 먹어도 물론 맛있다. 버터에는 파슬리가 들어가면 더 잘 어울린다. 우렁이가 파슬리버터랑 맛있는 빵, 뽐뿌슈까, 그리고 맑은 우하까지 한 쟁반 가져다주면 참 좋겠다. 거기 김릿 한 잔까지 추가하면 매우매우 좋겠음. 

 

 

이제 또 열심히 빡세게 일해야 하니 우하는 꿈속의 갈망으로....

:
Posted by liontamer
2022. 10. 20. 21:33

본치 카페 세 장 2017-19 petersburg2022. 10. 20. 21:33

 

 

 

오늘은 너무 힘들고 피곤한 하루였으므로 마음의 위안을 위해, 좋았던 곳에서의 좋았던 순간을 담은 사진 세 장. 19년 7월, 페테르부르크의 본치 카페. 빛이 많이 들어와서 좋았었다. 아이폰 xs.

 

 

 

 

 

 

:
Posted by liontamer
2022. 10. 2. 17:34

로툰다 카페, 5년 전 오늘 2017-19 petersburg2022. 10. 2. 17:34

 

 

 

 

어제는 6년 전 이맘때 프라하 사진, 오늘은 5년 전 이 날, 페테르부르크. 아스토리야 호텔 로툰다 카페 사진. 10월은 페테르부르크를 여행하기에 11월보다도 더 최악의 날씨다. 17년에는 일 때문에 너무너무 바빠서 여름휴가를 갈 수 없었고(18년도 마찬가지긴 했지만), 어쩌다보니 10월 초에 일주일 좀 넘게 다녀왔다. 아마 추석이 끼어 있었던 건지도 모르겠는데 이때 여행을 앞두고 정말 빡치는 인사발령을 받아서(엄청 힘든 업무를 떠맡게 되었음) 무지무지 기분 나쁜 채 여행을 왔었다. 그리고 머무는 내내 매일매일 하루도 빼놓지 않고 비가 주룩주룩 왔다 ㅠㅠ 결국 햇살을 한번도 못봤음. 그래서 호텔에서 많이 놀았다. 여기는 내가 좋아하는 아스토리야의 로비 카페 로툰다. 이곳은 모든 것이 훌륭하다(가격 빼고. 하지만 우리 나라 물가를 생각하면 여기는 아주 훌륭했다. 지금은 환율이 올라서 이 동네 물가도 예전보다 비싸진 것 같다)

 

 

망할넘의 푸틴... 빨리 전쟁이 끝나고 더 이상의 희생자가 생기지 않기만 바라는데 갈수록 상황이 더 안 좋아지고 절망적으로 변하니 마음이 무척 아프고 속상하다. 

 

 

사진은 노트북 들고 늦은 애프터눈 티 마시러 내려갔을 때. 보통은 잘 차려입은 남녀, 비즈니스 논의를 하러 온 수트맨들, 그리고 나 같은 투숙객들이 들르는데, 나를 포함한 후자는 옷을 대충대충 입고 내려오게 되어 우아한 분위기에 딱 맞진 않지만... 그래도 뭐 투숙객이잖아 싶다... 이 날은 메도빅과 다즐링을 주문. 여기는 차를 시키면 로모노소프 도자기 세트에 제대로 된 레몬과 이 호텔 카페의 시그니처인 플로랑틴 쿠키(이름이 이거 맞았던 거 같은데 긴가민가. 하여튼 매우 맛있음), 잼과 꿀을 아름답게 세팅해준다. (우유는 줬는지 안 줬는지 헷갈리는데 사진엔 안 보인다 나는 원래 우유를 넣어 마시지 않아서... 아마 달라고 하면 줄 것이다) 이 카페를 너무나 좋아한 나머지 나는 저 로모노소프 시리즈의 찻잔과 종지, 디저트 접시를 하나하나 사 모았다 :) 아스토리야를 떠올리려고. 

 

 

 

 

 

 

 

 

 

이렇게 노트북을 가지고 내려가서 종종 글을 쓰기도 하고, 때로는 아이패드를 들고 내려가 스케치를 하기도 했다. 이 당시는 스트레스 때문에 1일 1스케치를 하던 시절이었다. 그런데 이 사진에서 제일 잘 나온 건 노트북의 월페이퍼네... 저 월페이퍼 사진은 프라하에서 찍었던 건데 ㅎㅎ 

 

 

 

 

 

 

창 너머로는 니콜라이 1세 기마상이 보이고 몸을 좀 틀면 이삭 성당도 보이는데 사진엔 안 나왔다. 이삭 성당은 사실 아스토리야보다는 그 옆의 앙글레테르 호텔에서 더 잘 보인다. 

 

 

 

 

 

 

아스토리야의 시그니처 빨간 차양. 이 차양은 눈에 잘 띄기 때문에 브레이브버드님과 엽님을 만날 때도 이 아래에서 만났다. 료샤와도 종종 여기서 만나곤 했다. 이제 이 차양 아래에서 그렇게 친구들과 다시 만나게 되는 때가 언제가 될지 잘 모르겠다. 

 

 

사진은 역시 당시 가지고 다니던 아이폰 6S. 

:
Posted by liontamer

 

 

 

 

4년 전 이맘때, 9월에 페테르부르크 가서 찍은 사진들을 들춰보다가. 이때 첫 며칠은 그랜드 호텔 유럽, 그 다음은 아스토리야에 머물렀다. 한동안 그랜드 호텔 유럽, 내 입에는 에브로파가 더 익숙한 이곳에 머무르곤 하다가 나중에 동선을 비롯해 이런저런 이유로 아스토리야를 더 선호하게 되었는데(게다가 갈수록 에브로파가 더 비싸지고 할인률도 낮아져서), 이때는 오랜만에 다시 이곳에 묵은 거였다. 아스토리야가 인테리어 등 전반적으로 좀 더 내 취향이긴 하지만 에브로파는 이곳만이 갖는 매력과 아름다움이 있다. 아마도 가난한 연수생 시절 소녀의 로망을 담았던 첫번째 장소였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 사진들을 발췌해 올려보는 이유는, '아아 에브로파 그립다'도 있지만 이 면세 결과물 사진을 보고 새삼 '아 몇년 전만 해도 이랬군' 싶어서이다. 이때만 해도 색조 화장품을 엄청 이것저것 사곤 했다. 지방 본사에서 서울을 오가며 너무 빡세게 일했고 주중엔 지방에 있는 2집에서 지낸데다 일이 너무 힘들어서 스트레스가 엄청났고 그것을 툭하면 온갖 립스틱과 아이섀도를 비롯 나중엔 하이라이터, 블러셔까지 종횡무진 이것저것 막 사는 것으로 풀었다. 그래서 이 당시 면세쇼핑을 하면 이렇게... 아마 화장품만 뜯어서 테이블에 펼쳐놨던 사진인가보다. 딱 보면 명확한 컬러 취향이 보인다 :) 나중에 서울 발령을 받아 올라오면서, 그리고 몇달 후 이사를 하면서 화장품을 몽창 정리했는데 미묘하게 톤과 색이 조금씩만 다른(그 립스틱들을 보고 경악한 엄마는 네 눈에만 다르지 엄마 눈엔 다 똑같다고 하심 ㅜㅜ) 온갖 핑크와 빨강 립스틱과 틴트들이 마구마구 쏟아져나왔다. 백화점 브랜드고 로드샵이고 외제고 국산이고 가릴 것 없이 하여튼 막 쏟아져나왔다. 흑흑... 

 

 

그러고보니 저 스틸라 리퀴드 아이섀도도 두 개나... 심지어 하늘색도... 저땐 반짝이 눈화장도 참 많이 했다! 코로나와 마스크 탓도 있지만 지금은 아침에 일어나면 샤워 포함 20분 내에 모든 것을 마치고 집을 나서는터라 저런 화장은커녕, 정말 최소한의 기초와 선크림, 쿠션팩트, 파우더로 끝내고 출근해서 사무실 도착했을 때 대충 콤팩트 거울 보면서 아이라인과 눈썹, 간단한 립스틱으로 슥슥 끝내는데... (블러셔도 이것저것 모았는데 막상 내 얼굴과 피부 톤은 블러셔가 딱히 어울리는 편이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했음. 그저 눈과 입술임) 미니어처 향수는 아마 공항 면세점에서 향수 사고 받았던 게 아닌가 싶다. 향수도 요즘은 거의 안 사고 쓰던 것만 씀. 립스틱도 맨날 쓰는 것만, 눈화장도. 이게 역시 노화로 인한 귀찮음 지수 상승 때문인가 하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에브로파 호텔은 다 좋은데 사실 이 꽃무늬 인테리어는 내 취향과 너무 안 맞아서... 아마 그래서 좀더 모던한 아스토리야로 옮겨타게 된 거 같다 ㅜㅜ 그러나 에브로파는 서비스나 건물의 아름다움 측면에서 아스토리야보다는 좀더 고전적으로 품격 있는 느낌이 있다. 그리고 저 램프는 지금도 생각나고, 하나 갖고 싶다. 

 

 

 

 

 

 

개봉 전의 화장품들. 아, 내가 이곳을 좋아하는 또 다른 이유는 테이블 때문이다. 방도 그렇고 메조닌 카페도 그렇고 근사한 대리석 테이블이 놓여 있다. 나도 이런 테이블 갖고 싶은데 ㅠㅠ (그런데 대리석 테이블 좋아하면 노티나는 감각이라고들 한다 흑흑 그런가보다 내 감각이 ㅜㅜ)

 

 

 

 

 

 

 

 

 

예쁜 하얀 장미. 이건 네프스키 대로를 함께 산책하던 중 레냐가 호텔 근처 지하도 앞에서 꽃을 팔던 할머니에게서 사서 내게 준 것이다. 소중한 하얀 장미였다 :)

 

 

 

 

 

 

하얀 장미는 이 호텔과도 잘 어울렸다. 

 

 

 

 

 

 

그런데 여기는 책상이 너무 작다는 단점이 있었음 ㅎㅎㅎ 

 

 

'2017-19 petersburg'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본치 카페 세 장  (0) 2022.10.20
로툰다 카페, 5년 전 오늘  (0) 2022.10.02
그리운 풍경, 모이카 운하  (0) 2022.08.14
아스토리야 창 너머의 천사들  (2) 2021.03.08
에브로빠의 방  (4) 2021.03.05
:
Posted by liontamer
2022. 8. 14. 21:37

그리운 풍경, 모이카 운하 2017-19 petersburg2022. 8. 14. 21:37






최근 오랜만에 다녀온 여행이 빌니우스라 틈날 때마다 빌니우스 사진을 한둘씩 올리고 있는데, 빌니우스도 그립지만 실은 요 며칠 문득 너무나도 페테르부르크가 그리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페테르부르크는 코로나 직전인 19년까지 다녀온 후 못 갔다. 올해 다시 해외에 나갈 수 있게 되었지만 전쟁 때문에 러시아에 가는 것이 어려워졌고, 설령 갈 수 있다 해도 마음이 내키지가 않는다. 어서 전쟁이 끝나고 더 이상의 희생과 끔찍한 일들이 없기만을 바란다. 내년쯤 일종의 안식휴가 같은 개념으로 한두 달 가량 무급 휴가를 쓸 수가 있는데(제도적으로만 그렇고 실제로 가능할지는 잘 모르겠음), 이런 일이 없었다면 아마 나는 당연히 페테르부르크에 가서 머무를텐데... 지금은 그런 것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죄책감이 든다. (근데 아마 갈 수 있게 되어도 결국 일하느라 그 휴가를 쓰는 건 어렵겠지 싶다만 ㅠㅠ)



사진은 2019년 7월, 모이카 운하. 아마도 밤 10시~11시 사이였던 것 같다. 아직 백야 시즌에 걸쳐진 시기. 나는 마린스키 구관에서 내가 좋아하는 발레 돈키호테를 보고 나와 천천히 모이카 운하를 따라 걸어오던 길이었다. 이 길은 내가 좋아하는 산책로이다. 오른편 운하 너머, 이삭 성당의 황금빛 돔 위로 백야의 석양빛이 일렁이고 있었다. 무척 그리운 풍경, 그리운 순간이다. 이때만 해도 다시 이곳을 거닐게 되는 것이 어려워지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저, 언제나처럼 매년 한두번은 다시 와서 걷겠지 하고 있었다.

:
Posted by liontamer
2021. 3. 8. 22:15

아스토리야 창 너머의 천사들 2017-19 petersburg2021. 3. 8. 22:15

 

 

 

 

 

유럽 호텔 방 사진을 올렸으니 이어서 아스토리야 호텔 방 창 너머로 보이는 이삭 성당의 천사 조각상들과 석양이 깔리기 시작한 하늘 사진 두 장. 역시 18년 9월. 유럽 호텔에서 아스토리야로 옮겨왔던 날이었던 것 같다. 이 방은 안뜰과 모서리 쪽에 면해 있었기 때문에 창 너머로 호텔 옥상의 난간과 시설물들, 그리고 멀찍이 이삭 성당의 돔과 천사가 보였다. 좀더 좋은 방이었다면 정면으로 보였겠지만 이 풍경으로도 만족했다. 이삭 성당은 사실 앙글레테르 쪽에서 더 가깝게 보이긴 한다. 두 호텔은 서로 붙어 있는데 말라야 모르스카야 쪽에 있는 것이 앙글레테르, 발샤야 모르스카야 쪽이 아스토리야이다. 

 

 

 

 

 

 

 

 

이 사진엔 이삭 성당 쿠폴 귀퉁이도 좀 나왔다 :)

 

'2017-19 petersburg'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억 속의 방, 에브로파 호텔 + 그땐 색조를 이렇게  (2) 2022.09.25
그리운 풍경, 모이카 운하  (0) 2022.08.14
에브로빠의 방  (4) 2021.03.05
구름 아래 판탄카  (0) 2021.02.23
마린스키들  (0) 2021.01.17
:
Posted by liontamer
2021. 3. 5. 21:53

에브로빠의 방 2017-19 petersburg2021. 3. 5. 21:53

 

 

 

 

 

페테르부르크. 그랜드 호텔 유럽. 보통은 줄여서 유럽 호텔이라 부른다. 지난 2018년 9월에 휴가 내고 갔을 때. 이때 첫 며칠은 유럽 호텔, 이후 며칠은 아스토리야에 머물렀다. 두 호텔은 오랜 예전 처음 러시아 갔을 때부터 소녀의 로망이 된 곳이었는데 돈을 벌게 되어 뻬쩨르에 여행객으로 다시 돌아가곤 하게 되면서, 그리고 나이를 먹으면서 다른 건 아껴도 잠자리는 투자를 하는 게 좋다는 결심 아래 언젠가부터는 뻬쩨르에 갈 때 냉큼 머무르게 되었다. 첨엔 유럽 호텔에 주로 묵었는데 해가 갈수록 유럽 호텔보다는 아스토리야를 선호하게 되었다. 내가 돌아다니는 경로를 따져보면 지리적으로도 아스토리야가 더 편하고, 또 방 인테리어도 후자가 좀더 모던해서 내 취향에 맞다. 그리고 둘다 비슷한 수준의 호텔이지만 어째선지 예약할 때마다 전자는 저렴한 가격이 잘 안 나오기도 했다. 그래서 몇년만에야 여기 다시 갔었는데 그 사이 이것저것 바뀌어 있어 좀 아쉽기도 하고 동시에 '그래도 에브로빠(노어로는 유럽 호텔을 이렇게 부른다)만의 품격은 좀 다르긴 해' 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래서 다음번에 다시 올때 여기 방이 좀 괜찮은 가격에 나오면 다시 묵어야지 했는데... 그러고 나서 19년에는 두번 갔을 때 백야 땐 너무 성수기라 양쪽 모두 비싸서 다른 곳에 묵었고 11월엔 다시 아스토리야에 묵었다. 이후 코로나 때문에 뻬쩨르에 다시 못 가고 있다. 흑, 대체 언제 다시 가게 되는 걸까. 그 사이에 유럽 호텔은 내가 자주 가던 로비 라운지 카페 메조닌을 재정비해서 소파도 테이블도 식기도 다 바꾸었다. 사진과 영상을 보니 훨씬 현대적이고 예쁘게 바뀌어서 꼭 다시 가보고 싶긴 한데 한편으로는 그 예전 메조닌 카페에 대한 어떤 특별한 기억과 느낌이 사라졌겠구나 싶어 아쉽기도 했다. 

 

 

과로와 스트레스로 너무 지친 일주일을 마무리하면서, 다시 저 방에 가서 뒹굴고 싶고, 남이 해주는 밥 먹고, 나가 놀다 들어오면 방도 깨끗하게 청소되어 있는 행복을 누리고 싶은 마음에 사진 올려봄. 흑흑, 저 꽃무늬 커튼은 여전히 내 취향이 아니지만 그래도 그립다, 에브로빠의 저 방...

 

'2017-19 petersburg'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리운 풍경, 모이카 운하  (0) 2022.08.14
아스토리야 창 너머의 천사들  (2) 2021.03.08
구름 아래 판탄카  (0) 2021.02.23
마린스키들  (0) 2021.01.17
네바 강  (0) 2021.01.09
:
Posted by liontamer
2021. 2. 23. 23:04

구름 아래 판탄카 2017-19 petersburg2021. 2. 23. 23:04




자기 전에, 폰에 있는 사진 뒤적이다 하나 올려봄. 19년 7월, 페테르부르크. 판탄카 운하. 늦은 저녁 산책. 구름이 잔뜩 끼어 있었지만 그 사이로 햇살이 쏟아져 수면이 반짝였다. 여름이었으니까. 백야 시즌. 다시 가고 싶다. 쓰기 시작한 글의 공간적 배경이 이 판탄카 운하 어딘가에 있는 집이라 이쪽 동네들을 떠올려보는 중. (결국 주말에 겨우 한 문단 시작한 후 너무 바빠서 멈춰 있긴 하지만 ㅠㅠ)


'2017-19 petersburg'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스토리야 창 너머의 천사들  (2) 2021.03.08
에브로빠의 방  (4) 2021.03.05
마린스키들  (0) 2021.01.17
네바 강  (0) 2021.01.09
햇살 부서지는 모이카 운하, 반대 방향의 산책로는  (0) 2020.12.10
:
Posted by liontamer
2021. 1. 17. 21:36

마린스키들 2017-19 petersburg2021. 1. 17. 21:36

 

 

 

몇년 전 사진들 뒤적이다 2017년 페테르부르크 폴더에서 발견한 폰 사진 두 장. 이때는 아직 아이폰6s를 쓰던 때였다. 10월이었는데 이 시기는 원체 날씨 안 좋을 때라 휴가로 머무르는 동안 단 하루도 볕이 나지 않았었다. 그래서 이 사진도 온통 흐리고 색깔이 어둡지만. 뭐 사진으로는 이쁘다. 실제로는 밝고 맑아야 더 좋은데 ㅠㅠ 

 

 

이날은 마린스키 신관에 공연을 보러 갔었다. 블라지미르 바르나바가 안무하고 유리 스메칼로프가 이고리 대공을 췄던 '야로슬라브나'였다. 공연은 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료샤도 같이 봤는데 걔는 공연 내내 졸았었다. (탓할 수 없음 ㅠㅠ) 

 

 

구관이고 신관이고 공연 한시간 전부터 입장이 가능해서 좀 더 일찍 도착하면 이렇게 기다리게 된다. 구관은 로비에 들어가 있을 수라도 있는데 신관은 그것도 안돼서 입구 밖에 있어야 함. 사진의 오른편이 신관 처마와 입구. 왼편의 아름다운 민트블루 건물이 역사적인 마린스키 구관. 나는 당연히 구관을 더 좋아하지만, 공연 자체를 즐기기엔 사실 신관이 더 좋긴 하다. 아무래도 지어진지 십년도 안됐으니까. 

 

 

 

 

 

 

신관 내부. 일찍 도착해 2층 홀에 차 마시러 가면서 찍음. 이 나선 계단을 돌아 위층으로 올라갈 수 있다. 물론 엘리베이터도 있다. (구관은 무조건 걸어서 올라가야 함) 푸른색 구관, 호박색 신관. 

 

 

코로나 전에는 일년에 한번은 꼭 갔는데, 지금은 언제 그랬는지 이미 아득하다. 다시 이런 시간이 돌아왔으면 좋겠다. 

'2017-19 petersburg'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에브로빠의 방  (4) 2021.03.05
구름 아래 판탄카  (0) 2021.02.23
네바 강  (0) 2021.01.09
햇살 부서지는 모이카 운하, 반대 방향의 산책로는  (0) 2020.12.10
1년 전 오늘, 아스토리야  (0) 2020.11.09
:
Posted by liontamer
2021. 1. 9. 00:01

네바 강 2017-19 petersburg2021. 1. 9. 00:01




피곤한 하루를 마무리하며 기분 전환을 위해 폰에 있는 예전 뻬쩨르 사진들 뒤적여봄. 여름으로. 오늘 너무 추웠으니까.


19년 7월. 백야 시즌. 낮. 네바 강.

'2017-19 petersburg'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구름 아래 판탄카  (0) 2021.02.23
마린스키들  (0) 2021.01.17
햇살 부서지는 모이카 운하, 반대 방향의 산책로는  (0) 2020.12.10
1년 전 오늘, 아스토리야  (0) 2020.11.09
친구 덕분에 만족함  (4) 2020.09.04
:
Posted by liontamer

 

 

 

이건 2018년 9월에 찍은 사진이다. 페테르부르크. 모이카 운하 따라 산책하다 찍었는데 좀 역광이지만 수면 위로 쏟아져 부서지는 자잘한 햇살이 좋아서 올려본다.

 

 

모이카 운하는 판탄카나 그리보예도프와 마찬가지로 네프스키 대로를 가로지르고 있는데, 내가 보통 산책하는 방향은 이 반대 방향이다. 이쪽을 따라 사진의 위쪽으로 쭉 걸어가서 길을 좀 건너면 궁전광장 쪽이 나오는데 좀 번잡스러운 편이고, 아래쪽으로 걸어내려가 네프스키 대로를 횡단하면 고로호바야 거리와 발샤야 모르스카야 거리의 교차점이 나온다. 발샤야 모르스카야 방향으로 가서 운하를 따라 계속 걸어가다 보면 마린스키 극장까지 갈 수 있다. 그러니 그쪽 방향으로 왕복하는 산책을 상대적으로 훨씬 많이 했다. 그 루트는 미샤가 트로이의 집에서 자고 다닐 때의 산책로/출퇴근 루트이기도 하다. 트로이가 고로호바야 거리의 아파트에 살기 때문에. 그래서 극장 갈 때 운하 따라 걸으면서 종종 글이나 단어들, 문장들, 혹은 그저 이미지들을 떠올리곤 했다.

'2017-19 petersburg'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린스키들  (0) 2021.01.17
네바 강  (0) 2021.01.09
1년 전 오늘, 아스토리야  (0) 2020.11.09
친구 덕분에 만족함  (4) 2020.09.04
거울, 호텔 방  (4) 2020.08.29
:
Posted by liontamer
2020. 11. 9. 22:51

1년 전 오늘, 아스토리야 2017-19 petersburg2020. 11. 9. 22:51




구글 포토에서 상기된 1년 전 오늘 사진. 아스토리야의 스튜디오 룸. 공연 보러 나가기 직전이었던 것 같다. 전날은 발로쟈 슈클랴로프의 젊은이와 죽음을 봤고 이 날은 잠자는 미녀를 보러 갔었다. 세르게이 비하레프가 되살린 버전. 올레샤 노비코바와 잰더 패리쉬가 주역을 췄고 마리야 쉬린키나가 플로린 공주를 췄다. 쉬린키나에게 꽃을 주었는데 공연 끝난 후 마샤에게서 메시지가 와서 한동안 이야기를 나눴던 기억이 난다. 공연 자체보다 그 기억이 더 좋게 남았다.






11월의 페테르부르크는 10월만큼이나 스산해서 여행 가기엔 최악의 시즌이었지만 좋아하는 무용수의 공연을 보고 그냥 돌아다니며 머리 식히고 쉬기엔 좋았다. 어쨌든 사랑하는 도시이고 또 좋아하는 호텔이었으니까. 저 방이 좀 그립다. 료샤는 나에게 '아스토리야가 좋긴 하지만 포시즌스가 더 새거고 이삭 성당에도 더 가깝고 더 럭셔리한데 호텔을 바꿔보지 그러냐' 하고 놀려댔었다. 나도 알아, 거기가 더 비싸! 하지만 아스토리야는 아스토리야라고! (게다가 너만큼 부르주아도 아니라서 더 비싼 데는 힘들어!)



사진 보니 다시 가고 싶은 마음만 가득하다.

'2017-19 petersburg' 카테고리의 다른 글

네바 강  (0) 2021.01.09
햇살 부서지는 모이카 운하, 반대 방향의 산책로는  (0) 2020.12.10
친구 덕분에 만족함  (4) 2020.09.04
거울, 호텔 방  (4) 2020.08.29
로툰다 카페, 좋아하던 자리  (4) 2020.08.24
:
Posted by liontamer
2020. 9. 4. 22:18

친구 덕분에 만족함 2017-19 petersburg2020. 9. 4. 22:18

 

 

코로나 때문에 올해는 페테르부르크에 가지 못했다. 내년엔 과연 갈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러시아는 확진자 규모가 엄청난데도 언론 통제 때문인지, 아니면 조기에 셧다운을 꽤 오랜 기간 진행했기 때문인지 우리만큼 걱정에 사로잡혀 있지는 않은 분위기인 것 같다. 얼마 전에는 닫았던 레스토랑과 바, 카페들도 영업을 다시 시작했다.

 

 

2주 전엔가 료샤와 간만에 통화를 하다가...

 

 

나 : 친구야, 본치 가봤어?

 

료샤 : 아니. 요즘은 사무실 근처만 가. 본치는 우리쪽 동네 아니잖아.

 

나 : 본치도 망했으면 어떡하지... 너네도 코로나 때문에 문 닫은 데들 많잖아. 부셰도 지점 수 줄인다는 기사 봤어.

 

료샤 : 망하면 할수 없지 카페가 그거 하나냐?

 

나 : 하지만 소중한 카페인데 ㅠㅠ

 

 

그리고는 며칠 전에 료샤가 짧은 메시지를 보내왔다. '본치 안 닫았어. 손님들 받고 있는 거 봤어. 만족하냐?'

 

 

만족하고 말고! 친구야 확인해줘서 고마워~

 

 

사진은 2017년에 갔을 때 폰으로 찍은 것들.

 

 

 

 

 

 

내가 좋아하는 새빨간 테이블. 이 색깔 테이블은 홀 한가운데 이거 하나뿐임. 창가 테이블에 앉는게 좋긴 하지만 이 빨간 테이블이 비어 있을 땐 그 마력에 저항하지 못하고 여기로 간다.

 

 

 

 

 

 

 

이 사진은 2018년. 이건 카메라로 찍었다. 그래서 사이즈와 화질이 좀 다르다. 그리운 본치.

 

:
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