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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1월, 페테르부르크. 
 
 
이날 종일 비가 오다가 저녁 무렵 좀 잦아들었다. 나는 이날 지하철을 타고 페트로그라드스키 지역의 어느 기념품샵을 찾아가 도스토예프스키와 고골, 하름스가 그려진 머그와 도블라토프의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샀고 본치 카페에서 차를 마셨다. 그리고 해질 무렵 궁전광장으로 나와 글라브느이 슈땀프 건물에 있는 에르미타주 기념품샵에서 선물을 샀다. 11월이라 해가 일찍 졌다. 하긴 비가 왔으니 해가 제대로 뜨지도 않았지만. 푸르스름한 황혼녘의 궁전광장은 역시 아름답고 근사했다. 그리고 선물을 사서 나왔을 때 저 광장에서는 어떤 청년이 빅토르 최의 노래를 부르고 있었는데 내가 좋아하는 노래라 한동안 그걸 듣다가 호텔로 돌아왔다. 이 푸른 저녁빛에 휩싸인 채 겨울비에 젖어 있는 페테르부르크는, 날씨는 끔찍할지 모르지만 역시 아름답다. 그립다. 
 
 
맨 위 사진은 에르미타주도 함께 나왔다. 
 

 
 

 
 
 
이건 에르미타주에서 등을 돌리고 네프스키 대로 가는 방향을 바라보며 찍은 사진. 왼편과 오른편에 이삭 성당과 해군성이 보인다. 
 
 

 
 
 
빅토르 최 노래를 다 듣고 나자 좀더 어둑어둑해져서 광장이 더욱 짙은 남색 푸른빛으로 물들었다. 
 
 
 

 
 
 
그리고 조그만 짐느이 까날(겨울운하) 역시 그리운 풍경이다. 
 
 
 
사진은 아이폰 xs



... 추가




이날의 메모를 찾아보니 위에서 쓴 궁전광장 타임라인 다 거꾸로였다 ㅎㅎ 빅토르 최 노래가 먼저였고 그담에 에르미타주 샵, 이후에 본치카페에 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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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7. 28. 17:08

11월의 축축한 페테르부르크 2017-19 petersburg2024. 7. 28. 17:08

 

 

 

2019년 11월. 페테르부르크 사진 몇 장. 이때는 슈클랴로프님 공연 + 업무 스트레스 때문에 갔었는데 사실 11월의 페테르부르크보다 더 별로인 건 10월 중하순의 페테르부르크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 시즌 날씨는 좋지 않다. 머무르는 내내 단 한번도 햇살을 보지 못했다. 하지만 즐거운 여행이었다. 음습하고 축축한 날씨의 페테르부르크 사진 몇 장. 백야나 한겨울 설경의 페테르부르크 사진들을 많이 올렸지만 사실 이 동네 날씨는 대부분 이렇다. 오랜 옛날 처음으로 이곳에 와서 겨울을 날 때는 정말이지 이 시기가 참 힘들었다. 그래선지 지금도 이 도시를 무척 사랑하긴 하지만 '평생 거기서 살래?' 라고 하면 흠칫할 것만 같다 ㅠㅠ (가을, 겨울에는 다른 곳에 있다 오면 좀 괜찮을 것 같은데) 

 

 

사진은 모두 아이폰 XS 

 

 

모이카 운하. 

 

 

 

 

 

 

궁전광장으로 향하는 길. 저 아치를 따라 들어가면 광장이 나온다. 

 

 

 

 

 

 

이건 바실리예프스키 섬 외곽의 셉카벨 항구 가는 길. 여기는 사실 이 시즌에는 절대로 가면 안된다. 해풍이 엄청나고 정말 춥다 ㅠㅠ 황량하기 그지없었던 항구에 공공미술과 가게들이 들어서서 힙한 동네가 되었다기에 구경을 갔지만 날씨를 견디지 못하고 괴로워하다 버스를 잡아타고 급하게 시내로 나와 나의 안식처인 뽀드삐스니예 이즈다니야 서점으로 대피했다. 옛날에도 이 동네 바닷가는 추웠는데... 추운 게 당연한데 나는 왜 그랬을까 ㅜㅜ

 

 

 

 

 

 

버스 기다리면서... 7번과 128번은 예전에도 많이 탔던 버스이다. 

 

 

 

 

 

 

다시 모이카 운하 사진으로 마무리. 자주 걷곤 했던 산책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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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7. 21. 16:24

11월의 스몰니 사원 2017-19 petersburg2024. 7. 21. 16:24

 

 

 

마지막으로 페테르부르크에 다녀온 것도 어느덧 5년이 다 되어간다. 코로나, 전쟁이 이어지면서 계속 못 가서 너무 아쉽다. 사진은 2019년 11월. 페테르부르크의 스몰니 사원. 관광객들은 굳이 여기까지 올 일이 별로 없다. 볼셰비키, 레닌 등 역사의 요람이긴 하지만 딱히 관광지는 아니고 또 중심지에서도 좀 떨어져 있다. 하지만 페테르부르크 국립대학에서 운영하는 연수센터 학생들이나 예비학부 학생들이 여기서 수업을 받았기 때문에 나에게는 추억이 어린 곳이다(그런데 지금도 여기서 수업을 하려나?) 내 기억 속 스몰니는 항상 딱 이런 풍경이다. 우중충하고 어두운 날씨, 비, 눈, 습기와 추위. 아마 날씨 좋은 여름 무렵에 수업을 받았다면 좀 달랐겠지만. 추억을 되새기고 싶어서 저때 다시 가봤는데 역시나 우중충하고 추웠다. 이런 곳에 모여 있으면 놀고 싶은 마음보다는 혁명을 획책하고 싶은 마음이 더 들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했었다 :) 네바 강변에 면해 있고 바람 불고 추운 동네이다. 

 

 

 

 

 

 

 

 

 

 

 

 

 

 

 

정면은 이렇다. 정면은 스몰니 사원. 뒤로 들어가면 위의 사진들에 나오는 건물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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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24. 7. 14. 16:32

분수와 녹음의 페테르고프 2017-19 petersburg2024. 7. 14. 16:32

 

 

 

페테르고프에는 여러번 갔는데 내 운이 별로 좋지 않았는지 날씨가 정말로 쨍했을 때가 없었다. 거의 항상 비가 오거나 흐렸다. 그래도 아름다운 곳이다. 가장 유명한 풍경은 바로 이 분수와 궁전이지만 여러번 가게 되면 양옆과 뒷쪽으로 펼쳐진 녹음 속을 산책하는 쪽이 더 좋다. 조그만 분수들과 조각상이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다람쥐도 쪼르르 달려오곤 한다. 

 

 

사진은 2019년 7월. 이때는 혼자서 메테오르라고 불리는 배를 타고 갔다. 아이스크림을 사먹고 분수를 구경하고 울창한 나무들 사이로 걸었다. 

 

 

 

 

 

 

페테르고프에서 가장 유명한 분수 중 하나. 트리톤의 입을 벌리고 있는 삼손 분수. 

 

 

도대체 언제 이 동네에 다시 갈 수 있게 되는 걸까 ㅠㅠ 빨리 전쟁이 끝나야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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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7. 8. 10:46

에브로파와 메조닌 카페 2017-19 petersburg2024. 7. 8. 10:46

 

 

 

페테르부르크의 그랜드 호텔 유럽, 그 동네식으로는 그저 '에브로파'라고 부른다. 사진은 호텔 2층의 라운지 카페 메조닌. 이게 2018년 11월에 찍은 사진인데, 코로나 시기에 이 카페가 리모델링되어 전반적으로 올리브그린 계열의 색채로 바뀌었고 식기와 소파도 바뀌었다. 바뀐 인테리어도 예뻐보여서 궁금한데 전쟁 때문에 가보지 못하고 있음. 나는 여기보다는 아스토리야의 로툰다 카페가 더 취향에 맞기는 했지만 그래도 <에브로파>라는 이름이 주는 무게와 오랜 옛날부터 품어온 소녀의 로망 때문인지 이곳에 대해서 각별한 애정이 남아 있다. 그러나 디저트는 '확실하게' 로툰다 쪽이 더 맛있다. 

 

 

 

 

 

 

 

 

호텔 복도. 

 

 

 

 

 

이때 미니 아이스와인을 사와서 방에서 마셨나보다. 기억은 잘 안 난다만. 

 

 

사진은 모두 아이폰 6s. 

 

 

** 이 에브로파 카페에 대한 이야기를 예전에 쓴 중편에 삽입한 적이 있다. 발췌 링크는 아래

moonage daydream :: 쓰는 중 : 에브로파와 아스토리야, 차 한 잔과 엽서 부치기 (tistory.com)

 

쓰는 중 : 에브로파와 아스토리야, 차 한 잔과 엽서 부치기

작년에 게냐의 풀코보 공항 왕복 여정과 네프스키, 그와 미샤, 지나에 대한 글을 쓰면서 동시에 구상했던 단편이 있었는데 지금 그것을 쓰고 있다. 전자의 이야기보다 이틀 전에 일어나는 에피

tvey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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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5. 18. 21:26

로시 호텔의 창가에서 2017-19 petersburg2024. 5. 18. 21:26

 

 

 

페테르부르크가 부쩍 그리워서 예전 사진들을 뒤적여보았다. 마지막으로 페테르부르크에 갔던 건 2019년이었다. 7월과 11월에 갔었다. 7월 여름에 찍은 폰 사진들을 보니 아기자기한 것들이 여럿 있었다. 이때 묵었던 호텔은 바가노바 발레학교와 면해 있는 건물의 로시 호텔이었다. 백야 시즌 성수기라 방값들이 다 비싸서 아스토리야나 에브로파에는 묵을 수 없었고 이 호텔도 방이 무척 작아서 답답했지만 그래도 판탄카 운하변에 있다는 건 좋았다. 발레학교와 알렉산드린스키 극장을 지나치면서 무용수나 학생들로 추정되는 사람들을 보는 것도 좋았고. 

 

 

이건 낮에 햇살 받으며 쏘다니다 방에 돌아와 창가에 앉아 찍은 사진이다. 이때 내가 무척 좋아하는 서점인 뽀드삐스니예 이즈다니야 서점에 들렀고 거기서 귀여운 엽서와 스티커, 냉장고 자석을 사왔다. 거의가 페테르부르크와 관련된 그림들이다. 이후 선물로 준 것도 있고, 지금도 우리집 냉장고에 붙어 있는 엽서도 있다. 스티커 몇개는 캐리어에 붙였다. 사진을 보니 이때의 여행, 페테르부르크, 이즈다니야 서점이 무척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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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테르부르크에는 내가 좋아하는 카페가 여럿 있는데 그 중에서도 빛이 잘 들어오고 살짝 복작복작한 느낌이 좋아서 자주 갔던 곳이 본치 카페이다. 통창문으로 햇살이 잘 들어오는 홀과 안쪽의 아늑하고 어두침침한 방 두 개로 나뉘어져 있다. 나는 항상 빛이 들어오는 쪽에 앉곤 했다. 글을 쓰기도 좋고 스케치하기에도 좋다. 디저트도 맛있고 파스타도 나쁘지 않다. 아스토리야 호텔에서 걸어서 5~7분 거리라 종종 들르곤 했다. 

 

 

 

 

 

 

여기는 뭐랄까, 굉장히 페테르부르크 느낌이 드는 카페이다. 아마도 바로 맞은편에 대학교가 있어서 그럴지도 모르겠다만. 미묘하게 이 도시 특유의 느낌이 배어 있다. 여기서 길을 건너서 옆 거리로 거슬러올라가면 빵집이자 카페인 부셰, 그리고 식사와 디저트가 맛있는 카페 고스찌가 나온다. 모두 내가 좋아했던 곳들이다. 언제 다시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 모든 것이 무척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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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트니 사드(여름 정원)는 페테르부르크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공원이다. 녹음이 울창하고 연못에는 백조와 오리, 갈매기가 노닌다. 대리석 조각상들이 즐비하고 한가운데에는 유명한 러시아 우화 작가 크르일로프의 커다란 동상이 있다. 무더운 여름에도 이곳에 들어서면 선선하기 그지없다. 분수와 아폴로를 보면서 크르일로프 동상 근처 벤치에 앉아 책을 읽고 있으면 행복해진다. 
 
 
사진은 2018년 9월에 찍은 것. 
 
 
레트니 사드에는 옛날에 쥬인이랑 처음 갔었다. 이후에도 자주 갔지만 그래도 항상 이곳 사진들을 보면 쥬인 생각이 제일 먼저 난다. 
 
 
 

 
 
 
이것이 크르일로프 동상. 
 
 
 

 
 
 
 

 
 
 
오른편이 내가 좋아하는 아폴로. 이 공원에서 가장 인기 많은 조각상이다. 료샤는 내가 저 아폴로를 좋아하는 걸 보고 민망하다면서 '하긴 넌 타이츠 입은 발레 무용수를 좋아하니까. 어휴 민망해' 라고 디스하곤 했다. 야, 그거랑 이건 다르잖아! 라고 하려다 또 생각해보면 비슷한가 싶어서 '그런가보다' 라고 인정해버렸다. 
 
 
 

 
 
 
 

 
 
 
이 날은 빛이 좋아서 연못이 새파랗게 나왔다. 갈매기, 청둥오리들이 많이 찾는다. 백조도 한 쌍 있다. 사진엔 안 나왔지만 참새랑 비둘기, 까마귀도 많다. 
 
 
 

 
 
 
마지막으로 백조 사진도 한 장. 
 
 
사진 보니 정말 다시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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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페테르부르크. 네프스키 대로를 중심으로 주변의 모이카 운하와 그리보예도프 운하를 따라 걷고 이따금 그 근처에 있는 카페에 들어가 쉬었다. 순서대로 모이카 운하의 끄라스느이 모스트(붉은 교각) 근처의 카페, 그리고 그리보예도프의 카잔 성당 맞은편의 카페 부셰, 발샤야 모르스카야 거리와 네프스키 거리 풍경. 사진은 아이폰6s.



첫번째 사진은 잘 보면 카페 창 너머로 끄라스느이 모스트의 붉은 난간이 보인다. 그래서 붉은 교각이다.
 
 

 

 
 
 

 
 
 

 
 
 

 
 
 

 
 
 

 
 
 
저 아치를 통과하면 궁전광장과 에르미타주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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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2. 27. 09:37

여름의 바실리 섬과 네바 2017-19 petersburg2024. 2. 27. 09:37

 

 

 

햇살이 환하고 밝은 여름날 바실리예프스키 섬과 네바 강변을 따라 산책하는 기분은 너무나도 좋다. 이것은 도심의 그리보예도프 운하나 판탄카를 따라 산책하는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인데, 바실리 섬 자체에 배어 있는 특유의 뭔가가 있다. 이 섬에는 한편 끝에는 바닷가가 있고 다른 한편에는 페테르부르크 국립대학과 네바 강변이 있다. 그리고 그 사이에는 바글바글한 주택가가 모여 있는 동네들. 나는 맨처음 러시아에 갔을 때 이 섬 바닷가에 있는 기숙사에 살았었다. 

 

 

사진은 2019년 여름. 아마 7월이었을 것이다. 볼쇼이 대로에서 가까운 동네에서부터 국립대학이 있는 강변까지 쭉 걸어가며 찍은 사진들. 아이폰 xs. 빛이 무척 예뻤다. 마음에 평화와 위안을 주는 사진들. 저때의 따뜻하고 조금은 뜨겁기까지 했던 쨍한 햇살이 아직도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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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2. 10. 22:32

리체이느이 대로 풍경 두 장 2017-19 petersburg2024. 2. 10. 22:32

 

 

 

 

2017년 10월. 리체이느이 대로 풍경 두 장. 사진은 아이폰 6S. 이 거리는 보통 뽀드삐스니예 이즈다니야 서점에 갈 때 걷곤 했다. 사진은 이미 근 6~7년 전 모습이라 지금은 저 가게나 호텔, 바 등이 그대로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막상 여기 사진엔 안 나왔지만 이즈다니야 서점에 다시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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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2. 3. 21:59

여름의 판탄카 2017-19 petersburg2024. 2. 3. 21:59

 

 

 

 

단편의 퇴고를 마치고 나니 좀 허전해서 페테르부르크 사진첩을 뒤적여보았다. 

 

 

 

페테르부르크에 마지막으로 다녀온 것은 2019년 11월이었다. 그해 연말에 블라디보스톡에 가서 2020년 새해를 맞았다. 그 이후 코로나와 전쟁으로 러시아에는 가지 못하게 되었다. 여행이 재개된 후 빌니우스와 프라하, 바르샤바에 다녀왔다. 아마도 나는 계속해서 어디든 저 동네와 가깝거나 저곳을 연상시키는 동네에 가고 싶은 것 같다. 가능하다면 5월에 베오그라드에 다녀오려는 중이다. 하지만 마음 속 깊은 곳으로는 너무나도 다시 페테르부르크에 가서 저 운하와 강을 따라 걷고 싶다. 

 

 

사진은 2019년 7월. 여름, 백야 시즌의 판탄카. 이때는 성수기라 아스토리야나 에브로파는 너무 비싸서 판탄카 쪽에 있는 로시 호텔에 묵었다. 바가노바 학교와 면해 있는 호텔이었다. 그래서 이때는 저녁마다 판탄카를 따라 산책할 수 있었다. 에브로파에 묵을 때는 그리보예도프 운하, 아스토리야일 때는 모이카를 따라 산책하게 된다. 판탄카는 그리보예도프나 모이카와는 느낌이 많이 다르다. 그리고 아주 길게 이어진다. 나의 70년대 레닌그라드 이야기들에서 이 판탄카는 알리사와 트로이의 운하였다. 그리고 90년대 이야기로 접어들면 미샤가 이 판탄카 운하 어딘가에, 트로이츠키 사원이 잘 보이는 쪽에 있는 집에 살고 있다. 

 

 

사진을 찍었던 건 아마 밤이었던 것 같다. 늦은 밤은 아니고 아마 9시 무렵 쯤 됐을 것 같다. 역광이라 컴컴하게 나왔지만 실제로는 이것보다 밝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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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1. 23. 09:27

아스토리야 moments, 향초와 안대 2017-19 petersburg2024. 1. 23. 09:27

 

 

 

2018년에는 9월에 페테르부르크에 갔다. 그 당시는 적어도 매년 한번 이상은 갔었다. 코로나와 전쟁 이후 못 가게 되어 항상 마음 속에 크고 깊은 그리움이 있다. 

 

 

이때의 휴가 후반부에는 이곳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숙소인 아스토리야에 묵었다. 폰으로 찍었던 사진첩에서 당시 아스토리야의 방과 카페, 외관 등 사진 몇 장들을 꺼내본다. 이때는 dslr도 가지고다니며 쏠쏠하게 사진을 많이 찍었는데 이건 전부 아이폰6s로 찍은 사진들. 

 

 

 

 

 

 

저 빨간 차양이 항상 그립다. 친구들을 만나는 장소로도 항상 '아스토리야 빨간 차양 아래에서 만나' 하곤 했는데. 못 가게 된 최근 몇년 사이에 외벽 색깔을 이것보다 더 짙은 색으로 전면 바꾸었는데 내 기억과는 달라졌을테니 좀 아쉽긴 하지만 새로 칠한 색이 원래 옛날 색깔이었다고들 한다. 

 

 

 

 

 

 

로비 라운지 카페 로툰다. 여기는 차도 디저트도 햇살 들어오는 창가도 모든 것이 좋아서 이 동네치고는 좀 비싸지만 그래도 자주 드나들곤 했다. 그래서 이 호텔에 묵으면 더욱 좋다. 

 

 

 

 

 

 

 

 

 

이건 방에서. 

 

 

 

 

 

로비에는 이렇게 기념품 샵이 있음. 

 

 

 

 

 

 

방. 이때 업그레이드를 해줘서 방이 좋았다 :)

 

 

 

 

 

 

저녁 늦게 내려와 김릿을 마시면 더욱 좋다. 여기 김릿이 맛있다. 메인을 보드카와 진 중 무엇으로 할지도 물어보는데 당연히 진을 고른다. 언젠가부터 메뉴판에서는 사라졌지만 요청하면 만들어준다. 

 

 

 

 

 

 

메도빅도 맛있다 :) 그리고 이곳의 시그니처인 저 조그만 플로랑틴 쿠키도 맛있다. 디저트를 시키지 않아도 차를 주문하면 항상 저것을 내준다. 나는 이곳을 너무 좋아한 나머지 로모노소프 샵에서 저 찻잔과 종지, 큰 접시를 사서 모았다. 

 

 

 

 

 

 

이따금 마린스키 등 저녁공연에 다녀오면 이렇게 저녁 청소와 침구 정리를 해두고는 귀여운 알룐카 미니 초콜릿을 올려둔다. 알룐카는 시리즈별로 맛에 편차가 심한데 이 조그만 것은 킷캣이랑 맛이 비슷하다. 이게 제일 맛있다! 

 

 

 

 

 

 

로비의 기념품 샵에서 향초와 안대를 샀다. 그런데... 저 안대는 너무 이쁜데 밴드가 심히 짱짱해서 도저히 불편해서 써먹을 수가 없다 ㅠㅠ 나는 잠잘 때 안대를 착용하므로 아주 실용적일 거라 생각했는데 써보니 머리가 터질 듯 조인다!!! 아무래도 러시아인들의 엄청 조그만 두상에 맞게 만들었나보다. 우리 나라에선 어린이들이나 맞을 사이즈! 안대 자체는 코 중간까지 내려와서 넉넉한데 밴드가 너무 짱짱하다. 밴드를 늘려보려고 노력했지만 아무리 잡아당기고 기다란데 뒤집어씌워놔도 안 늘어난다. 흑흑, 근데 러시아에도 머리 큰 사람들도 많은데 엉엉... 그 사람들은 어떻게 쓰라는 말인가. 팔등신에 얼굴 주먹만한 러시아 미녀들만 착용하는 안대인가보다 + 우리 슈클랴로프님같은 꽃돌이 무용수 ㅜㅜ

 

 

그래서 이 예쁜 안대는 옷장 서랍에 고이 모셔놓았고 저 빨간 안대 케이스는 지금 서재 방의 이콘과 천사들의 공간인 우골에 펼쳐서 깔아두었음... 향초는 아까워서 못 쓰고 이것도 어딘가 모셔놨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저런 향초도 유통기한이 있지 않으려나, 지금 써도 되나 잘 모르겠음. 벌써 5년도 넘었네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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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5. 21. 16:07

페테르고프, 기억과 글들 2017-19 petersburg2023. 5. 21. 16:07

 

 

 

페테르고프. 2019년 7월. 이날은 혼자서 '메테오르'라는 배를 타고 네바 강과 바다를 지나 페테르고프에 갔었다. 배를 타려고 줄을 서 있는데 한국인 관광객 아주머니들과 마주쳐 그분들을 도와드렸던 기억이 난다. 그분들은 나에게 박카스 젤리를 주셨다. 이날 날씨는 흐렸지만 다행히 비는 오지 않았다. 기억을 돌이켜보니 페테르고프에 갔을 때마다 날씨가 흐렸고 비가 오기도 했다. 해가 쨍쨍 났던 날은 없었던 것 같다. 

 

 

페테르고프는 제정 러시아 황제들의 여름 별장이었고 이렇게 호화스런 궁전과 분수, 녹음과 정원이 많다. 소련 시절에도 노멘클라투라 권력자들의 별장들이 있었다. 예전에 쓴 당시 배경 소설들에서 나의 주인공 미샤는 친구의 딸인 어린 라라와 함께 이곳에 와서 분수를 구경시켜주고 아이스크림을 사주기도 하고, 또 당 권력자인 드미트리 마로조프의 별장에 불려간 후 연못에 뛰어들기도 했다. 

 

 

오래전, 맨처음 내가 러시아에 갔을 때 담당 교수 중 한분이 페테르고프에서 출퇴근을 하셨다. 메테오르는 값비싼 이동 수단이었기 때문에 이분은 두시간씩 걸리는 일렉트리치키(교외 전차)를 타고 다니셨다. 그분 이름은 타냐였다. 지금도 그분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기억난다. 정말 오래 전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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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1. 30. 21:10

빛, bonch 카페 2017-19 petersburg2023. 1. 30. 21:10







오늘 자기 전 마음의 위안을 위해 역시 빛이 스며들어 있는 사진 한 장. 본치 카페. 2019년 7월. 어제 올린 사진 찍었던 날이다. 여기서 차 마신 후 어제 사진의 알렉산드로프스키 사드에 산책하러 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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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1. 29. 21:38

녹색의 공원 2017-19 petersburg2023. 1. 29. 21:38




알렉산드로프스키 사드, 보통 나는 해군성 공원이라 부르는 곳이다. 아주 오랜 옛날 페테르부르크에 처음 갔을 때, 첫 주말, 제일 처음 나갔던 시내 나들이, 첫 공원과 분수. 그 기억이 여전히 생생하다. 그때 바나나와 한국에서 교회 분들이 싸주셨던 크런키 초콜릿을 먹었다.





사진은 2019년 7월. 백야 시즌. 빛이 눈부셨다. 마음의 위안을 위해. 실은 너무 마음이 지쳐서 뭔가 하나라도 붙잡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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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1. 14. 18:27

휴식과 위안을 위한 사진 2017-19 petersburg2023. 1. 14. 18:27

 

 

 

너무 힘들고 지치는 일주일을 보냈다. 조금이나마 마음의 휴식과 위안을 위해 빛과 녹색이 많은 사진. 레트니 사드. 2018년 9월에 찍음. 이 연못에서 오리와 백조, 갈매기 보는 걸 좋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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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12. 22. 21:16

백야의 판탄카 2017-19 petersburg2022. 12. 22. 21:16

 

 

 

너무 추워서, 따뜻하고 좋았던 때 사진을 꺼내보며 위안 중. 2019년 7월, 페테르부르크. 판탄카. 산책하기 좋은 곳. 백야 시즌의 페테르부르크는 너무나 아름답고 또 우아하다. 무척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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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11. 10. 09:57

추우면 먹고 싶은 것 2017-19 petersburg2022. 11. 10. 09:57

 

 

날씨가 스산하고 흐려서 사무실이 춥다. 일찍 출근해서 사과도 한 알 먹고 쌀빵도 한 조각 먹어서 배는 안 고픈데, 추워서 그런지 우하(생선수프)가 먹고 싶어서 올려봄. 이건 18년 가을, 아스토리야 호텔 카페 로툰다에서 먹었던 우하. 아마 이 때 우하 먹고 나서 김릿을 마셨던 거 같기도 한데 긴가민가. 

 

 

이것은 크림이 들어간 핀란드 우하가 아니라 맑은 우하이다. 나는 맑은 우하를 더 좋아한다. 우리 식으로는 생선지리랑 비슷한데 맛은 좀 다르다. 우하에는 보통 흰살 생선, 연어, 이따금 조개, 감자나 야채, 그리고 보드카가 들어간다. 레몬즙을 짜서 먹으면 좋다. 먹으면 몸이 따뜻해진다. 전에는 집에서도 이따금 이것을 끓여먹었는데 이제는 너무 귀찮아서 ㅠㅠ 

 

 

아스토리야나 고골에서 우하를 시키면 마늘버터가 들어간 브리오슈 빵(뽐뿌슈까)이 같이 나온다. 저 동그란 것. 

 

 

 

 

 

 

아스토리야는 좀 특이하게 토마토를 가득 썰어서 넣어주었다. 동동 떠 있는 토마토 때문에 막상 생선살은 안보인다. 스푼으로 뒤적이기 전이라서 토마토 맑은 국처럼 보인다. 

 

 

러시아에 여행을 가면 우하를 꼭 한번은 먹게 되는데, 가장 최근이 이미 거의 3년 전인 20년 1월의 블라디보스톡이었다. 거기서 먹었던 우하도 매우 맛있어서 두번이나 갔다. 아이고 추워, 우렁이가 짠 하고 나타나 나한테 우하 한 그릇 끓여다주면 참 좋겠다.

 

 

 

 

 

아스토리야나 고골은 가격대가 있는 레스토랑이라 맨 위 뽐뿌슈까에 이어 곁들임 빵도 여러종류를 가져다주는데, 보통의 식당에서 시키면 흑빵 두 쪽을 같이 준다. 흑빵이랑 같이 먹어도 물론 맛있다. 버터에는 파슬리가 들어가면 더 잘 어울린다. 우렁이가 파슬리버터랑 맛있는 빵, 뽐뿌슈까, 그리고 맑은 우하까지 한 쟁반 가져다주면 참 좋겠다. 거기 김릿 한 잔까지 추가하면 매우매우 좋겠음. 

 

 

이제 또 열심히 빡세게 일해야 하니 우하는 꿈속의 갈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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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10. 20. 21:33

본치 카페 세 장 2017-19 petersburg2022. 10. 20. 21:33

 

 

 

오늘은 너무 힘들고 피곤한 하루였으므로 마음의 위안을 위해, 좋았던 곳에서의 좋았던 순간을 담은 사진 세 장. 19년 7월, 페테르부르크의 본치 카페. 빛이 많이 들어와서 좋았었다. 아이폰 x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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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10. 2. 17:34

로툰다 카페, 5년 전 오늘 2017-19 petersburg2022. 10. 2. 17:34

 

 

 

 

어제는 6년 전 이맘때 프라하 사진, 오늘은 5년 전 이 날, 페테르부르크. 아스토리야 호텔 로툰다 카페 사진. 10월은 페테르부르크를 여행하기에 11월보다도 더 최악의 날씨다. 17년에는 일 때문에 너무너무 바빠서 여름휴가를 갈 수 없었고(18년도 마찬가지긴 했지만), 어쩌다보니 10월 초에 일주일 좀 넘게 다녀왔다. 아마 추석이 끼어 있었던 건지도 모르겠는데 이때 여행을 앞두고 정말 빡치는 인사발령을 받아서(엄청 힘든 업무를 떠맡게 되었음) 무지무지 기분 나쁜 채 여행을 왔었다. 그리고 머무는 내내 매일매일 하루도 빼놓지 않고 비가 주룩주룩 왔다 ㅠㅠ 결국 햇살을 한번도 못봤음. 그래서 호텔에서 많이 놀았다. 여기는 내가 좋아하는 아스토리야의 로비 카페 로툰다. 이곳은 모든 것이 훌륭하다(가격 빼고. 하지만 우리 나라 물가를 생각하면 여기는 아주 훌륭했다. 지금은 환율이 올라서 이 동네 물가도 예전보다 비싸진 것 같다)

 

 

망할넘의 푸틴... 빨리 전쟁이 끝나고 더 이상의 희생자가 생기지 않기만 바라는데 갈수록 상황이 더 안 좋아지고 절망적으로 변하니 마음이 무척 아프고 속상하다. 

 

 

사진은 노트북 들고 늦은 애프터눈 티 마시러 내려갔을 때. 보통은 잘 차려입은 남녀, 비즈니스 논의를 하러 온 수트맨들, 그리고 나 같은 투숙객들이 들르는데, 나를 포함한 후자는 옷을 대충대충 입고 내려오게 되어 우아한 분위기에 딱 맞진 않지만... 그래도 뭐 투숙객이잖아 싶다... 이 날은 메도빅과 다즐링을 주문. 여기는 차를 시키면 로모노소프 도자기 세트에 제대로 된 레몬과 이 호텔 카페의 시그니처인 플로랑틴 쿠키(이름이 이거 맞았던 거 같은데 긴가민가. 하여튼 매우 맛있음), 잼과 꿀을 아름답게 세팅해준다. (우유는 줬는지 안 줬는지 헷갈리는데 사진엔 안 보인다 나는 원래 우유를 넣어 마시지 않아서... 아마 달라고 하면 줄 것이다) 이 카페를 너무나 좋아한 나머지 나는 저 로모노소프 시리즈의 찻잔과 종지, 디저트 접시를 하나하나 사 모았다 :) 아스토리야를 떠올리려고. 

 

 

 

 

 

 

 

 

 

이렇게 노트북을 가지고 내려가서 종종 글을 쓰기도 하고, 때로는 아이패드를 들고 내려가 스케치를 하기도 했다. 이 당시는 스트레스 때문에 1일 1스케치를 하던 시절이었다. 그런데 이 사진에서 제일 잘 나온 건 노트북의 월페이퍼네... 저 월페이퍼 사진은 프라하에서 찍었던 건데 ㅎㅎ 

 

 

 

 

 

 

창 너머로는 니콜라이 1세 기마상이 보이고 몸을 좀 틀면 이삭 성당도 보이는데 사진엔 안 나왔다. 이삭 성당은 사실 아스토리야보다는 그 옆의 앙글레테르 호텔에서 더 잘 보인다. 

 

 

 

 

 

 

아스토리야의 시그니처 빨간 차양. 이 차양은 눈에 잘 띄기 때문에 브레이브버드님과 엽님을 만날 때도 이 아래에서 만났다. 료샤와도 종종 여기서 만나곤 했다. 이제 이 차양 아래에서 그렇게 친구들과 다시 만나게 되는 때가 언제가 될지 잘 모르겠다. 

 

 

사진은 역시 당시 가지고 다니던 아이폰 6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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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이맘때, 9월에 페테르부르크 가서 찍은 사진들을 들춰보다가. 이때 첫 며칠은 그랜드 호텔 유럽, 그 다음은 아스토리야에 머물렀다. 한동안 그랜드 호텔 유럽, 내 입에는 에브로파가 더 익숙한 이곳에 머무르곤 하다가 나중에 동선을 비롯해 이런저런 이유로 아스토리야를 더 선호하게 되었는데(게다가 갈수록 에브로파가 더 비싸지고 할인률도 낮아져서), 이때는 오랜만에 다시 이곳에 묵은 거였다. 아스토리야가 인테리어 등 전반적으로 좀 더 내 취향이긴 하지만 에브로파는 이곳만이 갖는 매력과 아름다움이 있다. 아마도 가난한 연수생 시절 소녀의 로망을 담았던 첫번째 장소였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 사진들을 발췌해 올려보는 이유는, '아아 에브로파 그립다'도 있지만 이 면세 결과물 사진을 보고 새삼 '아 몇년 전만 해도 이랬군' 싶어서이다. 이때만 해도 색조 화장품을 엄청 이것저것 사곤 했다. 지방 본사에서 서울을 오가며 너무 빡세게 일했고 주중엔 지방에 있는 2집에서 지낸데다 일이 너무 힘들어서 스트레스가 엄청났고 그것을 툭하면 온갖 립스틱과 아이섀도를 비롯 나중엔 하이라이터, 블러셔까지 종횡무진 이것저것 막 사는 것으로 풀었다. 그래서 이 당시 면세쇼핑을 하면 이렇게... 아마 화장품만 뜯어서 테이블에 펼쳐놨던 사진인가보다. 딱 보면 명확한 컬러 취향이 보인다 :) 나중에 서울 발령을 받아 올라오면서, 그리고 몇달 후 이사를 하면서 화장품을 몽창 정리했는데 미묘하게 톤과 색이 조금씩만 다른(그 립스틱들을 보고 경악한 엄마는 네 눈에만 다르지 엄마 눈엔 다 똑같다고 하심 ㅜㅜ) 온갖 핑크와 빨강 립스틱과 틴트들이 마구마구 쏟아져나왔다. 백화점 브랜드고 로드샵이고 외제고 국산이고 가릴 것 없이 하여튼 막 쏟아져나왔다. 흑흑... 

 

 

그러고보니 저 스틸라 리퀴드 아이섀도도 두 개나... 심지어 하늘색도... 저땐 반짝이 눈화장도 참 많이 했다! 코로나와 마스크 탓도 있지만 지금은 아침에 일어나면 샤워 포함 20분 내에 모든 것을 마치고 집을 나서는터라 저런 화장은커녕, 정말 최소한의 기초와 선크림, 쿠션팩트, 파우더로 끝내고 출근해서 사무실 도착했을 때 대충 콤팩트 거울 보면서 아이라인과 눈썹, 간단한 립스틱으로 슥슥 끝내는데... (블러셔도 이것저것 모았는데 막상 내 얼굴과 피부 톤은 블러셔가 딱히 어울리는 편이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했음. 그저 눈과 입술임) 미니어처 향수는 아마 공항 면세점에서 향수 사고 받았던 게 아닌가 싶다. 향수도 요즘은 거의 안 사고 쓰던 것만 씀. 립스틱도 맨날 쓰는 것만, 눈화장도. 이게 역시 노화로 인한 귀찮음 지수 상승 때문인가 하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에브로파 호텔은 다 좋은데 사실 이 꽃무늬 인테리어는 내 취향과 너무 안 맞아서... 아마 그래서 좀더 모던한 아스토리야로 옮겨타게 된 거 같다 ㅜㅜ 그러나 에브로파는 서비스나 건물의 아름다움 측면에서 아스토리야보다는 좀더 고전적으로 품격 있는 느낌이 있다. 그리고 저 램프는 지금도 생각나고, 하나 갖고 싶다. 

 

 

 

 

 

 

개봉 전의 화장품들. 아, 내가 이곳을 좋아하는 또 다른 이유는 테이블 때문이다. 방도 그렇고 메조닌 카페도 그렇고 근사한 대리석 테이블이 놓여 있다. 나도 이런 테이블 갖고 싶은데 ㅠㅠ (그런데 대리석 테이블 좋아하면 노티나는 감각이라고들 한다 흑흑 그런가보다 내 감각이 ㅜㅜ)

 

 

 

 

 

 

 

 

 

예쁜 하얀 장미. 이건 네프스키 대로를 함께 산책하던 중 레냐가 호텔 근처 지하도 앞에서 꽃을 팔던 할머니에게서 사서 내게 준 것이다. 소중한 하얀 장미였다 :)

 

 

 

 

 

 

하얀 장미는 이 호텔과도 잘 어울렸다. 

 

 

 

 

 

 

그런데 여기는 책상이 너무 작다는 단점이 있었음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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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풍경, 모이카 운하 2017-19 petersburg2022. 8. 14. 21:37






최근 오랜만에 다녀온 여행이 빌니우스라 틈날 때마다 빌니우스 사진을 한둘씩 올리고 있는데, 빌니우스도 그립지만 실은 요 며칠 문득 너무나도 페테르부르크가 그리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페테르부르크는 코로나 직전인 19년까지 다녀온 후 못 갔다. 올해 다시 해외에 나갈 수 있게 되었지만 전쟁 때문에 러시아에 가는 것이 어려워졌고, 설령 갈 수 있다 해도 마음이 내키지가 않는다. 어서 전쟁이 끝나고 더 이상의 희생과 끔찍한 일들이 없기만을 바란다. 내년쯤 일종의 안식휴가 같은 개념으로 한두 달 가량 무급 휴가를 쓸 수가 있는데(제도적으로만 그렇고 실제로 가능할지는 잘 모르겠음), 이런 일이 없었다면 아마 나는 당연히 페테르부르크에 가서 머무를텐데... 지금은 그런 것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죄책감이 든다. (근데 아마 갈 수 있게 되어도 결국 일하느라 그 휴가를 쓰는 건 어렵겠지 싶다만 ㅠㅠ)



사진은 2019년 7월, 모이카 운하. 아마도 밤 10시~11시 사이였던 것 같다. 아직 백야 시즌에 걸쳐진 시기. 나는 마린스키 구관에서 내가 좋아하는 발레 돈키호테를 보고 나와 천천히 모이카 운하를 따라 걸어오던 길이었다. 이 길은 내가 좋아하는 산책로이다. 오른편 운하 너머, 이삭 성당의 황금빛 돔 위로 백야의 석양빛이 일렁이고 있었다. 무척 그리운 풍경, 그리운 순간이다. 이때만 해도 다시 이곳을 거닐게 되는 것이 어려워지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저, 언제나처럼 매년 한두번은 다시 와서 걷겠지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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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3. 8. 22:15

아스토리야 창 너머의 천사들 2017-19 petersburg2021. 3. 8. 22:15

 

 

 

 

 

유럽 호텔 방 사진을 올렸으니 이어서 아스토리야 호텔 방 창 너머로 보이는 이삭 성당의 천사 조각상들과 석양이 깔리기 시작한 하늘 사진 두 장. 역시 18년 9월. 유럽 호텔에서 아스토리야로 옮겨왔던 날이었던 것 같다. 이 방은 안뜰과 모서리 쪽에 면해 있었기 때문에 창 너머로 호텔 옥상의 난간과 시설물들, 그리고 멀찍이 이삭 성당의 돔과 천사가 보였다. 좀더 좋은 방이었다면 정면으로 보였겠지만 이 풍경으로도 만족했다. 이삭 성당은 사실 앙글레테르 쪽에서 더 가깝게 보이긴 한다. 두 호텔은 서로 붙어 있는데 말라야 모르스카야 쪽에 있는 것이 앙글레테르, 발샤야 모르스카야 쪽이 아스토리야이다. 

 

 

 

 

 

 

 

 

이 사진엔 이삭 성당 쿠폴 귀퉁이도 좀 나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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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3. 5. 21:53

에브로빠의 방 2017-19 petersburg2021. 3. 5. 21:53

 

 

 

 

 

페테르부르크. 그랜드 호텔 유럽. 보통은 줄여서 유럽 호텔이라 부른다. 지난 2018년 9월에 휴가 내고 갔을 때. 이때 첫 며칠은 유럽 호텔, 이후 며칠은 아스토리야에 머물렀다. 두 호텔은 오랜 예전 처음 러시아 갔을 때부터 소녀의 로망이 된 곳이었는데 돈을 벌게 되어 뻬쩨르에 여행객으로 다시 돌아가곤 하게 되면서, 그리고 나이를 먹으면서 다른 건 아껴도 잠자리는 투자를 하는 게 좋다는 결심 아래 언젠가부터는 뻬쩨르에 갈 때 냉큼 머무르게 되었다. 첨엔 유럽 호텔에 주로 묵었는데 해가 갈수록 유럽 호텔보다는 아스토리야를 선호하게 되었다. 내가 돌아다니는 경로를 따져보면 지리적으로도 아스토리야가 더 편하고, 또 방 인테리어도 후자가 좀더 모던해서 내 취향에 맞다. 그리고 둘다 비슷한 수준의 호텔이지만 어째선지 예약할 때마다 전자는 저렴한 가격이 잘 안 나오기도 했다. 그래서 몇년만에야 여기 다시 갔었는데 그 사이 이것저것 바뀌어 있어 좀 아쉽기도 하고 동시에 '그래도 에브로빠(노어로는 유럽 호텔을 이렇게 부른다)만의 품격은 좀 다르긴 해' 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래서 다음번에 다시 올때 여기 방이 좀 괜찮은 가격에 나오면 다시 묵어야지 했는데... 그러고 나서 19년에는 두번 갔을 때 백야 땐 너무 성수기라 양쪽 모두 비싸서 다른 곳에 묵었고 11월엔 다시 아스토리야에 묵었다. 이후 코로나 때문에 뻬쩨르에 다시 못 가고 있다. 흑, 대체 언제 다시 가게 되는 걸까. 그 사이에 유럽 호텔은 내가 자주 가던 로비 라운지 카페 메조닌을 재정비해서 소파도 테이블도 식기도 다 바꾸었다. 사진과 영상을 보니 훨씬 현대적이고 예쁘게 바뀌어서 꼭 다시 가보고 싶긴 한데 한편으로는 그 예전 메조닌 카페에 대한 어떤 특별한 기억과 느낌이 사라졌겠구나 싶어 아쉽기도 했다. 

 

 

과로와 스트레스로 너무 지친 일주일을 마무리하면서, 다시 저 방에 가서 뒹굴고 싶고, 남이 해주는 밥 먹고, 나가 놀다 들어오면 방도 깨끗하게 청소되어 있는 행복을 누리고 싶은 마음에 사진 올려봄. 흑흑, 저 꽃무늬 커튼은 여전히 내 취향이 아니지만 그래도 그립다, 에브로빠의 저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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