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5 금요일 밤 : 절반쯤만 코펜하겐식, 쥬인 보고 옴, 회복 안됨, 무조건 쉬어야 함, 곧이곧대로 말해서 꾸중들음 fragments2026. 9. 25. 22:48

추석인데 비가 주룩주룩 와서 보름달을 못 봤다.
사진은 half 코펜하겐식 아침식사. 왜 half냐면 내가 대충대충 대체한 게 여럿이라서... Hart에서 사온 사워도우 1조각을 해동하고 콩테나 하르바티치즈 대신 덴마크의 유명한 gammel knas 치즈(...하드치즈 대신 크림치즈로 대체), 삶은 달걀, 무화과, 휩드버터 대체로 클로티드 크림 +레몬즙 + 말돈소금 약간. 제대로 된 휩드버터를 만들기 위해선 핸드믹서 등 도구도 필요하고 발효버터도 필요한지라 나는 유지방과 수분 상태가 흡사한 클로티드 크림에 산미와 소금을 가미했다. 실제 휩드버터보다 좀더 부드럽고 산미가 덜하긴한데 은근히 비슷한 맛이 났다. 나는 하드치즈를 많이 즐기는 편이 아니어서 가멜 크나스는 이 크림치즈도 맛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약을 먹고 있어 카페인을 섭취할 수 없었으므로 꿀물을 타서 마셨다(그런데 알고보니 지금 내 몸 상태로는 꿀물보다는 그냥 맹물을 마셔야 하는 거였음)
하트의 사워도우는 시큼한 맛보다는 구수한 맛이 더 강했다. 맛있긴 한데 나는 사실 조금 더 시큼하고 가벼운 사워도우를 더 좋아하긴 해서 이건 내 취향보단 좀 묵직한 타입이었다. 그래도 맛있었다.

이게 가멜 크나스. 마가신 뒤 노르 식품매장에서 하드치즈도 발견하긴 했는데 내 식성상 분명 커다란 하드 치즈는 다 먹지 못할 것 같아서 크림치즈를 사왔다. 쥬인 것도 같이 사옴. (치즈라서 입국할 때 검역신고도 했음)
어제 부모님 댁에 다녀온 후 몸 상태가 너무 안 좋아졌었다. 너무 피곤하게 잠이 들었다. 전과 요리 때문에 기름 연기를 많이 먹어서 기침을 할까봐 무척 걱정했지만 시럽을 먹고 가습기를 세게 틀고 자서 그런지 다행히 자는 동안엔 기침 발작이 일어나지 않았다. 온갖 꿈을 꿨고, 아침에 깼다가 다시 자서 정말 오랜만에 8시간 넘게 잤다. 그러나 등과 어깨가 너무 배기고 아파서 결국 일어나야 했다.
오늘은 쥬인을 만나러 갔다. 아침을 저렇게 챙겨먹고 약도 먹은 후... 명절이라 정말 택시가 잡히지 않아 고생하다 간신히 블루파트너스인지 뭔지 수수료를 더 내고 택시를 탔다. 쥬인과 만나 카페인 없는 티와 케이크를 먹으며 그간의 이야기를 즐겁게 나누었고 코펜하겐에서 사온 주노 쿠키와 초코 견과, 가멜 크나스 크림치즈와 스칸디나비스크 핸드크림, 그리고 엄마가 싸주신 전을 건네주었다,
쥬인과의 수다 타임은 즐거웠으나 내 몸 상태가 아직 정상이 아니어서인지 두세시간 후 급속도로 머리가 어지럽고 숨이 답답하고 힘이 들어서 빨리 밖으로 나가서 바람을 쐬고 뭔가를(단백질을) 먹어야 할 것 같았다. 그런데 비가 많이 왔고 아침에 택시가 안 잡혀서 정신이 없었는지 나는 우산도 놓고 오고... 쥬인 우산을 같이 쓰고 쭉 걸어갔는데 명절이라 밥집 문 연데가 거의 없었다. 그래도 진한 미역국 정식이 나오는 한정식 집을 발견해서 거기서 늦은 점심을 잘 먹었다. 먹고 나서 약을 먹었더니 어지럼증이 조금 가셨다. 근처 큰 편의점에 구경을 갔다가 돌아가는 택시를 잡으려 했는데 아무리 해도 잡히지 않았다. 수수료 추가한 버전으로도 안 잡혔다. 추석이라 그런 것 같았다. 결국 포기하고는 버스를 타고 김포공항역으로 가서 거기서 서해선과 3호선을 환승해 귀가했다. 비도 많이 오고(쥬인이 편의점에서 우산 사줌), 버스도 만원이고, 환승하러 가는데 비 때문에 지쳐서 그런지 갑자기 너무 힘들어서 괴로웠다. 특히 화정역에 내려서 집까지 걸어오는 길이 너무 힘들었다. 외투도, 우산도, 가방도 무겁게만 느껴졌고 걷는 것 자체가 버거웠다. 다시 좀 어지럽고 울렁거리고 멀미가 나서 괴로웠는데 집에 와서 씻고 늦은 저녁으로 밥과 엄마가 싸주신 갈비찜을 먹고 나자 나아졌다.
아직 이석증 회복기인데다 인후염도 악화되어서(어제 전 부친 것과 오늘 성대를 써서 악화됨) 전정기관을 안정화시키기 위해서는 평소보다 훨씬 급속도로 에너지가 고갈되고 포도당이 다 떨어지는 상황이다, 택시를 타거나 복잡한 대중교통 환승, 사람이 많은 카페에 들어가 있는 것 등은 모두 몸을 악화시키는 행위였다고 제미나이가 말해주는데 뭔가 맞는 것 같음. 아까 카페에서 갑자기 '지금 빨리 단백질-고기-과 탄수화물을 먹어야 한다'라는 생각이 들었고 먹고 나니 나아졌었음. 즐거운 하루였지만 지금 몸 상태에는 과도한 활동이었던 것 같긴 하다. 어제와 오늘 활동량은 사실 별게 아니었지만 지금 아픈 상태라 금방 지쳐버리고 에너지가 고갈되고 다시 악화되는 게 반복. 내일과 모레는 아무것도 안하고 집에서 쉬고 잘 먹기만 해야 할 것 같다. 특히 단백질 섭취... 가래도 다시 심해지고 목이 바짝 말라서 다시 아파지고 총체적 난국임. 방금 약을 먹었으니 곧 잠자리에 들어야겠다. 올해는 정말 여러 모로 몸이 힘들다. 노화의 증거야... 그래도 쥬인 본 건 즐거웠다.
늦은 저녁을 먹고 온수팩 찜질을 하며 소파에 기대어 뻗어있는데 디렉터님으로부터 여독은 다 풀렸느냐, 명절은 가족들과 잘 보냈느냐고 연락이 왔다. 이러저러했고 가족과 어제 시간을 보내고 오늘은 베프인 쥬인과 만나 놀고 왔는데 몸이 다시 안 좋다고 곧이곧대로 말하는 바람에 또 한 소리 들음 ㅜㅜ 왜 곧이곧대로 말했지... 근데 영어나 노어로는 둘러대기 쉽지 않음. 남의 나라 말로 얘기하는 것도 힘드니 정말 곧이곧대로 서툴게 말하게 되는 것 같다. 이분은 '약을 먹고 당장 침대로 들어가고 계속 누워 있을 것! 주말엔 더 이상 아무 곳도 가지 말고 아무 일도 하지 말것! 집이 지저분해도 청소도 하지 말라!'고 딱 잘라 말하신다만 이 와중에 나는 또 곧이곧대로 '청소는 어제 했어'라고 털어놔버려서 또 한 소리 들음. 근육이 다 뭉쳐서 주사를 수십방 맞았다는 인간이 무슨 청소냐고 너 정말 제 정신이냐고 함.
그치만 청소를 안하면 나는 그간 쌓이고 쌓인 먼지를 계속 먹게 되고... 지금 기관지도 안좋기 때문에 청소는 해야 했단 말이다. 디렉터님이 한숨을 쉬더니 '너 그런 건 우리 엄마같다. 그래서 우리 엄마가 널 귀여워하나보다'라고 대꾸함. 아니, 엄마들은 원래 그런 거야! 힘들어도 청소하고 집안일한다고!!! 나, 나는 엄마는 아니지만 하여튼 독립적으로 스스로를 부양하는 여성이라 그렇다 허허헝... 아무도 안해준단 말이야. 하여튼 일린의 어머니는 아들이 암스테르담으로 돌아간 후에도 이 사람과 통화를 하면서 '그 귀여운 토끼는 참 기특하고 훌륭하더라~ 외국앤데도 내 새끼들보다 러시아어도 훨씬 잘하고 러시아 문학도 많이 알고'라고 칭찬했다고 함. 저, 어머니... 전공이라서요 흐흑... (차마 전공이라고 이제 말하기도 어려워, 너무 많이 까먹어서) '귀염둥이 겨울에 또 놀러오면 좋겠다, 스웨터랑 모자 떠줘야지'라고 하셨다고... 감동감동...인데 겨울의 코펜하겐은 생각만 해도 무섭다 ㅎㅎㅎ(날씨도, 물가도, 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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