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의 흐라드차니 2025-26 praha2026. 10. 20. 22:33

지난 6월. 이른 여름 휴가를 내고 다시 프라하에 갔을 때. 이때는 일린이 와줘서 함께 돌아다녔다. 프라하에는 아주 여러 번 갔으므로 더이상 새로운 경험은 없을 것 같았지만, 혼자 있을 때와 동행이 있을 때는 역시 다르고, 또 동행이 누구냐에 따라서도 새로워진다. 나는 프라하에 동생과 온 적도 있고 엄마를 모시고 온 적도 있었다. 베프인 쥬인과 함께 온 적도 있었고, 료샤와 레냐가 나를 보러 온 적도 있었다. 에릭이 들렀던 적도 있고 출장으로 윗분을 모시고 온 적도 있었다.
일린과 다니는 것은 즐거웠다. 하필 이때가 유럽 전역에 폭염이 닥쳤을 때라 내가 고생하긴 했지만... 그러고보니 이번에 코펜하겐에 갔을 때도 내가 아팠기 때문에... 이 사람에겐 '토끼=저질체력=툭하면 아픔'으로 각인됐을 것 같음 ㅜㅜ
사진은 일찍 일어나는 새 모드로 이른 아침에 카를 교를 지나 흐라드차니를 산책했을 때. 나는 일린을 로레타 사원으로 데려갔는데, 함께 종소리를 듣고팠지만 알고보니 10시부터 종을 친다고 해서 너무 일찍 가서 실패했다(ㅜㅜ) 일린은 한적한 언덕 위로 올라와 사원을 보는 것도 좋다고 했다. 우리는 로레타에서 스트라호프로, 그리고 흐라드차니를 따라 걷다가 프라하 성 뒷길로부터 말로스트란스카 역까지 걸어내려갔다. 다 좋았는데... 이때 내가 공복 상태로 이른 아침에 많이 걸어서(+더워서) 내리막길에서 탈진하는 바람에 막판에 조삼모사님의 부축을 받아 간신히 호텔로 돌아옴 ㅜㅜ 이른 아침 산책이었기 때문에 아직 조식 마감 전이라서 일린이 나를 방에도 못 가게 하고 곧장 식당으로 데려가서 탄수화물과 단백질과 당분을 주입하여 기사회생시켰다. 돌봐줘서 고맙긴 했는데 나의 저질체력이 너무 창피했음 흐흑... 막상 그는 아무 것도 안 먹고 나와서 이른 아침에 많이 걷게 놔둔 자기 탓이라고 했는데 사실 '아침 일찍 나가야 사람 없는 카를 교를 볼 수 있다'고 일찍 일어난 새 모드를 제안한 건 나였으므로 미안함이 추가됨... 하여튼 이때 조삼모사씨는 나의 저질체력과 매우 비효율적인 연비에 대해 파악하게 되었음. 그 결과 '이 허약한 토끼는 조금만 걷고 나면 중간중간 자주자주 어딘가에 앉히고 뭔가를 먹게 해야 한다'고 단단히 입력된 것 같다. 코펜하겐에서도 그렇고. 잘 챙겨줘서 고맙긴 한데 역시 저질체력이 좀 창피해 흐헝...

여기는 로레타 사원 옆에 딸린 작은 호텔. 오랜 옛날부터 이 풍경을 볼 때마다 여기 묵어보고 싶다 생각했고 한두번은 가예약을 먼저 걸어본 적도 있는데(가격도 비싸지 않음), 사실 여기가 로레타의 명종곡을 들을 수 있고 한적하고 아름답다는 장점은 있지만 원체 언덕 위인데다 다른 동네들과는 꽤 떨어져 있는지라 동선을 생각하면 그리 좋은 선택은 아니어서 항상 포기했음. 하루 정도 자고 다음날 숙소를 옮기면 나쁘지 않을 것 같기도 한데, 숙소 옮기는 것도 은근히 귀찮기 때문에 결국 그것도 포기했었다.

스트라호프 수도원과 프라하 성 쪽으로 내려가는 길. 옛날부터 이 길을 따라 산책하는 걸 좋아했다. 고적한 흐라드차니 풍경이 좋아서. 이때는 심지어 이른 아침이라 사람이 아예 없었다. 일린은 이 산책이 가장 좋았다고 한다. ('네가 탈진한 걸 몰랐던 것만 빼면 완벽했다'고 함ㅜㅜ 아니야, 이때까진 탈진하기 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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