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3 금요일 밤 : 매년 바뀌는 생일, 테비르케스, 벨리니, 러시안타운 다녀옴 fragments2026. 10. 23. 22:53

저녁 먹은 후, 에릭에게서 생일 축하한다고 연락이 왔다. '생일이지만 언제나처럼 출근해서 일했고 혼자 저녁 먹었다'고 하자 '내가 샴페인이라도 들고 건배해주마'라고 해서 영상으로 잠깐 이렇게... 마침 벨리니가 좀 남아 있어서 나는 그걸로. 근데 이제 이거 마셔버려서 벨리니는 딱 한 잔 분량만 남았다 ㅜㅜ 축하해준 에릭 고마워... 오늘은 수업이 없어서 집에 있다고 했다.

오늘도 당연히 새벽 출근했다. 잠이 많이 모자란 상태로 출근해서 피곤했다. '생일이니까 오늘은 아침부터 삐뚤어지겠다'라고 다짐하고 냉동실에 고이 모셔두었던 하트의 테비르케스를 가져와서 홍차랑 먹었다. 맛있었는데 아무래도 냉동을 두번이나 해서 현지에서 막 사먹었을 때의 그 감동적인 맛은 아니었다. 흐흑... 이제 하트 빵은 사워도우 슬라이스 딱 한개, 그리고 이 테비르케스 딱 한개 남아 있음. 다 먹으면 엄청 아까울 것 같다.
오전 내내 매우 바쁘게 일했다. 오후 반차를 냈는데 집에 가는 대신 동대문 러시안 타운에나 들러야겠다고 생각했던 터라 점심도 아예 거기 가서 러시아 식당에 갈까 했다만, 점심엔 그래도 직원들이랑 같이 먹기로 했다. 하지만 딱히 많이 즐기진 않는 쌀국수집에 갔던 터라 맛있게 먹진 않았다. 그래도 국밥집 가고 싶어하던 선임 남자직원의 제안에 할수없이 따라가다가 '어 저기 새로 생겼나봐'하며 국밥보다는 나은 선택지인 베트남 식당에 갔으므로 다행... (설렁탕, 도가니탕 등 안 좋아함...) 그럴줄 알았으면 그냥 따로 나와서 러시아 식당에서 보르쉬 먹을걸 그랬나 싶지만... 그래도 어차피 혼자 저녁 먹을거 점심엔 친한 사람들과 같이 먹는 게 더 나았다.
점심 먹은 후 지하철을 타고 몇정거장 이동해서 간만에 러시안 타운에 갔다. 그런데 이미 밥을 먹고 왔기 때문에... 그냥 식품점 두개 들르고 러시아케익 카페에 들러 케익을 샀다. 이 동네는 매우 작기도 하고 실질적으로는 '러시아'라기보단 중앙아시아 쪽에 더 가까워서 나에게는 항상 조금 아쉬운 곳이긴 하지만 그래도 간만에 러시아어도 듣고 종류는 제한되어 있지만 그래도 러시아 식품이나 뭐 그런거 보면 반갑다. 오늘은 펠메니와 스메타나도 사볼까 했으나 아침에 춥다고 껴입고 나온 두꺼운 카디건과 울스카프를 더워진 낮에는 벗어야 해서 부피와 무게가 만만치 않았던 터라 포기... 에스키모 초콜릿 아이스크림 1개 사먹고, 자잘한 초콜릿, 간식, 뜨보록을 사고 러시아케익 가게에 갔다. 여기는 올때마다 줄이 엄청 길다. 땡볕에 밖에서 꽤 기다렸다. 메도빅 2개와 머랭롤을 샀다. 쥬인이 전에 여기서 사간 나폴레옹도 맛있었다고 해서 그것도 사볼까 했으나 하나 더 사면 너무 무거울 것 같았고, 또 나는 애초 나폴레옹은 딱히 좋아하지 않아서 대신 머랭롤을 사봤음. 러시아 점원과 잠깐 이야기를 나눴는데 노어를 하자 너무 놀라며 '어머 노어 하시는군요!'하고 반가워해주셨다. 대화는 아주 간단했음... 올때마다 사람이 정말 많네요, 정말 인기가 많네요. 그럴만해요, 맛있으니까. 뭐 이런 대화 ㅎㅎㅎ 이 동네에 가면 좀 관광객이 된 느낌도 들고 추억여행하는 느낌도 든다. 그래서 오늘 기분전환 겸 간만에 다시 가봤다.
귀가해서는 너무 피곤해서 잠시 뻗어서 쉬었다. 오늘같은 날이야말로 우렁이가 나타나 청소를 해줘야 되는 건데... 귀찮고 피곤하고 생일날까지 집안일을 하고 싶진 않아서 내일로 미룸. 그런데 사실 나는 음력 생일이라 매년 진짜 생일같지가 않다. 왜 우리 부모님은 내 생일을 음력으로 주민등록을 하신걸까... 그 결과 윤달이 끼어서 실제 태어난 시기와는 거의 2달 차이가 나고... 매년 생일은 바뀌고, 나도 내 생일을 추석 즈음에야 알게 되고... 그나마도 내 생일때문이 아니라 나보다 일주일 먼저인 부모님 생일 챙기느라 그제서야 알게 됨... 그러다보니 매년 '생일의 모호함, 인간이 부여한 숫자와 시간의 무의미함, 인생, 실존' 등등 온갖 생각들이 비슷하게 흘러가고... 여기에 요즘은 노화라는 중요한 화두가 추가됨... 결론은 생일이 별로 반갑지 않음 흐흑...
새벽 출근했을 때 일린이 막 잠자리에 들면서 '거기는 아침이겠구나, 생일 됐겠네'하고 잠깐 전화를 해주었다. 오늘 젤 먼저 축하해준 사람은 오늘이 아니라 어제의 시간대에 있다는 것이 재미있기도 하고 고맙기도 했다. '음력은 어렵다'라고도 함. 나도 어렵다... 정말 어렵다. 난 그냥 11월로 하고 싶은데 이래저래 손해야. 실제 나이보다 두달이나 더 늙고. 밤에는 쥬인도 축하 연락을 해줬다. 하여튼 이제 오늘도 거의 다 지나갔다. 잠이 계속 모자랐으니 푹 자고 내일 늦게 일어나고 싶다. 청소는 내일의 내가 해주는 걸로...

러시아 식품점에서 사먹은 초코 에스키모 아이스크림. 그런데 이거 러시아에선 안 비싼데 우리 나라에선 이게 3천원이나 한다... 가격만으로는 하겐다즈급임... 맛있긴 하다.


오늘 득템한 것들. 무겁긴 했다. 모르스를 발견해서 그거까지 사오는 바람에. 모르스 사느라 무게 때문에 스메타나와 펠메니 포기. 다들 먼 옛날 러시아 시절 추억의 먹거리들이다. 우리 나라에도 저 피크닉을 구하기 쉬우면 좋을텐데. 모르스. 카르토슈카. 하얀 건 러시아식 코티지 치즈인 뜨보록. 알펜골드도 러시아에서 이따금 사먹었던 거라서 쥬인이 좋아하는 건포도 든 초코를 고름. 저것도 알펜골드 주제에 비쌈... 그리고 케익.

근데 지금 보니까 카르토슈카는 한국어 표기에서 까트로시까로 음절이 뒤섞였네... 저 뜨보록을 보니 시르니키가 먹고프지만... 난 게으르니까 아마 절대 시르니키는 안 만들어먹을거야... 그냥 잼이랑 빵이랑 먹거나 로메인과 함께 샐러드 만들어 먹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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