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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일 너무 지치고 피곤하고 바쁘게 보낸 하루였다. 오후가 되자 목소리가 완전히 가서 나오지 않을 지경이 되었다. 연초는 항상 온갖 보고서 때문에 힘들기 마련인데 거기에 더해 회사의 커다란 변화와 불명확한 변수들이 따라붙으니 말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힘이 들고 피곤하다. 보고서를 쓰려고 했지만 자꾸만 터지는 일들과 새로운 소식들과 변수와 생각지 않았던 요구사항들에 너무 시달려 완전히, 정말 완전히 진이 빠졌다. 

 

 

일일이 적기도 어렵고, 적는다고 뭐가 달라질 건 아니어서 일 얘기는 그냥 이 정도로 접어둔다. 앞으로의 모호함과 불명확함, 고된 일들에서 오는 타격들을 최대한 현명하게 대처하며 중화하고 타협하는 수밖에 없는데, 나는 거기에 더해 바람막이가 되어줄 상위 간부가 있는 게 아니고 물정 모르고 뜬구름잡고 이런 문제에는 거의 도움이 안되는 윗분에게 상황 설명을 해주고 오히려 내가 바람막이를 해주며 상황들을 다 타개해 가야 하는 특수한 상황이라 더욱 어렵다. 오늘 예기치 않은 요구사항과 변수를 똑같이 직면한 가장 절친한 동료이자 다른 부서장인 친구에게 이 문제를 놓고 통화를 하다가... 친구가 먼저 '아 정말 이제 진짜 너무 지쳤어, 그만두고 싶어' 라고 진심이 가득한 어조로 말했다. 아니 나도 똑같은 생각이었는데 ㅠㅠ 역시 이런건 이심전심, 똑같은 일들을 오랫동안 겪어온 처지다 보니 생각하는 것도 기분도 마음도 똑같은 것 같다. 휴... 

 

 

그래도 아빠가 수술을 무사히 잘 받으셨고 그것으로 위안을 삼아본다. 간밤에 나도 걱정이 많이 되어 기도를 많이 드렸고, 오늘 아침에도 아빠와 통화하고 엄마와도 두세차례 통화를 했다. 수술은 잘 진행되었다고 한다. 이제 잘 회복되시기를 바라고 기도하며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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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일이 뻥뻥 터져서 오늘 보고서를 하나도 못 썼다. 내일은 죽어라고 이걸 써야 하는데... 부디 다른 일이 생기지 않기만을 바란다. 다음주는 너무너무너무 폭풍같은 일들이 몰아칠 예정이라 이런 페이퍼 작업을 할 시간이 전혀 없다. 아 너무 피곤하구나. 우렁이가 나타나면 좋겠다. 일에 너무 지쳤다. 아니, 일 자체보다는 이 구조와 이 바닥 때문에 지친 것 같다. 내가 오랫동안 몸담아 온 이 바닥과 맡아온 이 일들에는 너무 외부 변수가 많다. 정치적이고 사회적이다. 매우 그렇다. 매일매일 뉴스와 정세에 귀를 곤두세워야 하고 그것들의 변화에 너무 큰 영향을 받는다. 아마 오랜 세월 동안 거기서 받은 트라우마들도 아직 온전히 치유가 되지 않아 이것들이 쌓이고 쌓이니 문득 정말 힘이 들면 머릿속에서 뭔가가 툭 끊기는 것 같고, 그러면 아까 친구의 말처럼 '아 이제 정말 지쳤어, 나는, 이제 그만 하고 싶어'라는 아주 절실한 마음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이건 힘들고 피곤해서 툴툴대는 것과는 좀 다른 차원의 얘기다. 그런데 우렁이를 어디서 데려오지 ㅜㅜ 나는 스스로를 책임지고 부양하며 꿋꿋하게 살아가는 독립적인 토끼인데.

 

 

때로는 그 자주독립이 너무나 힘이 든다. 하지만 어떻게 생각해보면 내가 이 일 때문에 이토록 힘들고 괴롭고 모든 것을 그만두고 싶은 '진짜' 이유 중 하나는 그 자주독립에 대한 아주 내적이고 본질적인 침해 때문일테니 어찌됐든 해결책이 뚜렷하지 않다. 실존적 자주독립과 현실적 자주독립이 일치하지 않는 데에서 오는 괴로움, 해결 불가의 막막함. 뭐 그런 것들. 아 모르겠다. 피곤하고 지치고 마음이 힘드니까 횡설수설이다. 이제 마무리하고 자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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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