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인스타 알고리즘으로 우연히 장국영이 부른 월량대표아적심 클립이 나왔는데 이 사람이 부른 버전은 처음 들었다. 좋아하는 노래인데 문득 옛 생각도 많이 나고, 또 오랜만에 들으니 노래가 역시나 좋아서 등려군과 장국영 두 버전을 올려본다.
이 노래를 처음 들은 건 아주 오랜 옛날, 러시아의 기숙사 방에서였다.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아마도 쥬인의 방에서 놀 때였을 것이다. 아니, 그전에 다른 데서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이미 첨밀밀이 개봉한지 한참 후였으니까. 하지만 기억은 그 조그만 기숙사 방이다. 등려군의 이 달콤하고도 서글픈 노래를 들었을 때 갑자기 막 눈물이 났다. 아마 엄마가 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처음으로 외국에 나와 살 때였고 아직도 세상 물정 모르던 시절이었으니까. 그 기숙사 방에서 듣고 갑자기 이렇게 눈물을 흘렸던 노래가 두 곡 있는데 하나는 이 노래고 다른 하나는 프랑스 드라마 주제곡이었다. 둘다 여자 가수가 부르는 달콤하고 부드러운 노래였다.
간밤에 등려군의 이 노래를 다시 들으니 세월이 너무나 빠르다는 생각도 들고, 그 오랜 옛날 아직 어리고 순진무구했던 순간들이 너무나 생생하게 떠올랐다. 그리고 마음이 뭉클했고 다시 눈물이 핑 도는 느낌이었다.
장국영이 부른 버전도 들을수록 좋아서 몇번 되풀이해 들어보았다. 어린 시절 홍콩영화가 한참 인기였고 친구들 중에는 장국영을 좋아하는 애들이 많았다. 장국영파 유덕화파로 나뉘었다(주윤발은 좀 다른 결이었다) 나는 이것저것 영화는 다 재밌게 봤지만 당시 톰 크루즈니 조지 마이클이니 이런 사람들을 좋아해서 장국영 오빠 유덕화 오빠 하며 책받침을 사지는 않았지만, 누가 더 멋있냐고 아우성치는 친구들에게는 '그래도 당연히 장국영이 더 잘생겼잖아' 라고 대꾸하곤 했다. 친구들은 열심히 장국영 테이프를 샀고 나에게도 녹음을 해주었지만 나는 창법이나 보컬, 언어가 별로 귀에 익지 않아서 잘 안 들었다(팝송과 락을 좋아하던 타입이었다) 그래서 내게 장국영은 가수가 아니라 배우로 남았기 때문에 노래를 제대로 들어본 적이 없었다. 영웅본색 주제가만 당시 영화음악 컴필레이션 테이프에 들어 있었는데 맨날 빨리감기로 넘겨버렸다. 그런데 어제 이 노래를 들어보니 참 좋았다. 장국영의 목소리와 차분한 노래가 참 잘 어울렸다. 등려군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가슴이 뭉클했다. 흑흑, 왜 그렇게 떠나셨나요.
그건 그렇고 예전에 쥬인이 나한테 '토끼는 이 노래 외우면 잘 부르겠다, 목소리 톤이 비슷해서' 라고 했었다(물론 등려군. 장국영 말고 ㅎㅎ)
등려군 버전과 장국영 버전 순서대로 유튜브 링크로 올려본다. 노래를 가만히 듣고 있으면 참 아름답고 슬프다.
작년부터 90년대 후반의 페테르부르크를 배경으로 글 몇 편을 써오고 있어서 그 당시 노래도 종종 다시 듣고, 뮤비와 영화도 다시 보곤 한다. 지금 쓰는 '쌍둥이' 혹은 'lida' 라는 가제의 단편을 쓰면서는 특히 이 곡을 자주 듣고 있어 뮤비를 올려본다. 가수는 블라드 스타셰프스키(Влад Сташевский), 노래는 Позови меня в ночи (밤에 날 불러줘 / 발음은 '빠자비 미냐 브 노치)
90년대 후반 페테르부르크에서 연수를 받으며 기숙사에서 지내던 쥬인과 나는 각각 좋아하는 가수가 있었는데, 이 스타셰프스키는 쥬인이 좋아했다. 그래서 옆에서 항상 같이 뮤비도 보고 노래도 같이 들었다. 내가 좋아하는 가수는 긴 머리의 좀더 왕자님 스타일의 가수였음(ㅎㅎ) 그런데 이 블라드 스타셰프스키도 그렇고 내가 좋아하던 가수도 그렇고 러시아 교수님이나 지인들은 '어휴 얼굴만 빤질빤질하지 노래 못해, 제대로 된 가수가 아니야' 라는 혹평을 쏟아놓곤 해서 슬펐다 ㅎㅎ 당시 러시아는 소련붕괴 후 혼돈의 90년대였고 각종 자본주의를 비롯 온갖 광고와 뮤비 등도 물밀듯 밀려들어왔는데, 기존의 인텔리겐치야 청자들을 비롯해 소련 시절의 '가창력 위주' 가수들에게 익숙해진 사람들은 외모를 앞세워 이지 리스닝 계열의 노래와 90년대 후반 식의 빤질빤질하고 스타일리쉬한 뮤비를 찍어대는 가창력 별로 없는 미남 가수들에 대해 전혀 관대하지 않았다. 그러나 소녀팬들은 열광하고... 이미 엠티비와 각종 우리나라 뮤비에도 익숙해진 나와 쥬인에겐 뭐 비판할 여지따윈 없이 '오 잘생겼다, 오 멋있다, 오 노래 멜로딕하다~ 오 뮤비 재밌다' 하며 즐겁게 이들을 좋아했다.
이 노래를 부른 블라드 스타셰프스키는 당시 20대 초반이었는데 일종의 마이다스의 손 피디에 의해 스타가 된 케이스다. 가창력은 혹평을 받았는데, 이 노래에서는 그래도 적절한 음역대를 오가기 때문에 나쁘지 않다. 다른 노래들을 들어보면 곡에 따라 차이가 많이 난다... 나는 이 가수가 딱히 내 취향이 아니었지만 이 노래는 상당히 좋아했다. 멜로딕하고 가사도 잘 들리고. 이 노래 말고 다른 뮤비들에선 이 사람이 심히 헐벗고 나와 이두근과 등근육을 자랑하곤 했는데 쥬인은 '너무 멋있지 않니~' 라고 좋아하고 나는 '좀 심하게 몸이 좋은걸' 하고 투덜댔다(당시만 해도 내가 근육질을 별로 안 좋아했다! 그런데 지금 보니 이 청년은 그렇게 심한 근육질도 아니었던 것이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이제 내가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뮤비의 이 청년이 그저 해맑고 이쁘게만 보인다. 옛날엔 어휴 넘 떡 벌어졌어 좀 부담스러워~ 했는데 ㅋㅋ)
어느날 쥬인이 좌판에서 파는 신문인가 잡지를 보고 '블라드가 결혼한대!' 하고 슬퍼하였고 우리는 그 신문을 사와서 열심히 읽었다. 신부는 무슨 게네랄의 딸(당시엔 장군의 딸이라 생각함)로 잘나가는 여자라고 하였는데 우리 눈에는 너무 못되게 생긴 금발 여인이라 '어머 블라드가 아깝다' 라고 했다. 최근에 90년대 러시아 문화에 대한 sns에서 이 사람이 몇년 후 그 여자와 이혼하고, 또 자기를 스타로 만들어줬던 피디와도 결별한 후 홀로서기를 했다가 실패했다는 기사를 읽고는 '아유 좀 안타깝네' 라고 생각했었다. 알고보니 그 게네랄은 장군이란 뜻의 게네랄이 아니고 그 뒤에 단어가 몇개 더 있었다. 즉, 노브이 루스키 백만장자의 딸과 결혼한 거였는데 그녀에게 이혼당한 후 아들과도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다는 슬픈 스토리가 있었다. 그래도 몇년 전부터 다시 토크쇼에도 나오고 또 공연도 하는 것 같다. 그 사이에는 재혼도 하고 뭔가 사업도 하고 그랬다 함.
하여튼, 글을 쓰면서 이 노래 자주 듣는 이유는
1. 원래 좋아하는 노래여서
2. 이 가수가 내가 지금 쓰고 있는 글의 주인공과 얼추 나이도 비슷하고(둘다 74년생이라 글의 배경에선 20대 초반) 훤칠해서(외모는 그리 비슷하지 않다만 스타일은 조금 비슷했을것 같기도 하다- 다리가 긴 게 좀 비슷할 듯 ㅋ)
3. 이 뮤비가 상당히 딱 그 당시 90년대 풍경을 잘 담고 있어서.
4. 지금 쓰는 단편은 주인공 게냐랑 그의 전 여자친구 리다의 옛 연애담과 헤어진 이후 오랜만에 만나 주고받는 이야기와 에피소드를 다루고 있는데 이 뮤비를 보면 가수 블라드와 상대역으로 나오는 아름다운 여인의 알콩달콩 데이트 풍경이 나와서.
5. 원래 이 글에서 리다랑 게냐가 이 노래를 같이 듣는 장면을 삽입하려 했는데 아직 안 썼음. 근데 아마 안 쓸것 같긴 함
6. 뮤비의 로케이션을 정확히 모르겠다만, 보통은 모스크바에서 찍었을 것 같긴 한데 맨앞에 나오는 공원 뒤의 실루엣이나 중간의 바닷가 비슷한 풍경, 얼어붙은 강가와 작은 배 등 은근히 페테르부르크 같기도 하다. 모스크바에도 강이 있어서 정확하진 않다만, 하여튼 페테르부르크랑 좀 비슷한 느낌이 있음.
뮤비는 아래 유튜브 링크. 내용은 엄청 간단해서, 이쁜 여친이 있는 이 블라드란 녀석이 다른 여자랑 양다리 걸치다가 여친이 그 광경을 목격, 헤어지게 됨. 그러나 주인공은 계속해서 이 여친을 잊지 못하고 밤이 되면 날 불러줘, 갈게~ 운운 하는 이야기임. 가사도 딱 그런 얘기다. 이 노래는 96년에 공전의 히트를 했다는데 나랑 쥬인이 갔을때는 그 이후 이 사람이 낸 다른 노래 뮤비들이 히트해서 이 뮤비는 본 적이 없었다. 이 뮤비는 오히려 러시아에서 돌아온 후에, 그것도 최근 몇년 전에야 유튜브에서 봤다. '어머 블라드 이 뮤비는 참 잘 찍었네' 하고 깜짝 놀랐다(다른 뮤비들은 좀 이상한 게 많음 ㅋㅋ 그래서 내가 맨날 쥬인을 놀렸음) 뮤비에 나오는 긴 머리의 코트 차림 여친 역할 맡은 여인이 참 이쁘다 :) 그리고 역시 당시 매력 섹시 미남으로 인기를 떨치던 가수라 중간에 뜬금없이 이 블라드가 욕조에 들어가는가 하면 상의를 벗고 사진을 찍는다(전자는 그렇다치고 후자는 내러티브 상 참 뜬금없음 ㅎㅎㅎ) 그래도 뮤비 자체는 당시를 생각하면 준수하게 잘 찍었다. 노래도 여전히 좋다~
노래 가사는 내가 옛 추억을 되살리려고 아래 붙여봄. 이 가사에 대해서도 추억이 있는데, 당시 쥬인과 나, 거북이는 페테르부르크 국립대에서 연수를 받고 있었다. 그 중 음성학 시간이 있었는데 나는 이 수업을 엄청 싫어했다. 나는 어학보다는 문학을 좋아해서 정말 음성학이 재미없었다. 그리고 그 교수님도 너무 지루했다. 쥬인은 반대로 음성학을 더 좋아했음, 그런데 하도 학생들이 음성학 시간에 땡땡이를 치고 졸자, 교수님이 새해부터는 수업시간마다 우리가 좋아하는 곡 한곡을 듣고 가사를 받아적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이것이 의외로 참 재미있었다 ㅎㅎ 그래서 각자 좋아하는 노래를 한곡씩 가져갔다. 당시에는 원체 해적판 테이프나 씨디가 판을 쳤고 인터넷도 별로 활성화되어 있지 않아 노래 가사를 구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느날 쥬인이 이 노래를 가지고 갔고 우리는 다같이 수업시간에 이 노래를 들으며 가사를 받아적었다. 못 알아듣는 단어는 교수님이 알려주셨는데, 지금 생각하니 교수님은 당시 중년 여인이어서 우리가 온갖 꽃미남들의 노래를 가져오면 속으로 쫌 웃으셨던 것 같다. 왜냐하면 제대로 된 러시아 가수 노래들은 가사도 시적이고 심오하고 가창력 또한 훌륭하기 때문이다(브이소츠키 뭐 이런 분) 그런데 우리는 막 이런 가수 노래를 가져오고, 가사도 다 너무 쉽고 또 통속적이기 짝이 없어서 ㅎㅎ 이 노래는 뮤비와 비슷한데, 방탕한 남자가 사랑하는 여인과 헤어진 후 자기를 돌아보며 사랑을 토로하는 가사였다. 내용은 대충 '난 막 살았지, 방탕했지, 바람도 피웠지 근데 널 잃고 나니 만사가 끝난 것 같고 세상 모든 여자가 싫고 네가 돌아오기만 바란다, 밤이 되면 날 불러줘, 내가 갈게, 나 쫓아내면 나 미쳐버릴거야' 운운... 그런데 이 가수의 발음이 은근히 명확해서 듣기가 참 좋았다 ㅎㅎㅎ
가사를 받아적다가 중간에 '브세흐 줸쉰 야 도 스메르찌 바즈네나비젤, 까그다 야 찌뱌 빠쩨랼 Всех женщин я до смерти возненавидел, Когда я тебя потерял' 이란 가사가 나오자 교수님을 비롯해 우리 모두 웃어버렸다. 그뜻은 '널 잃고 난 후 난 모든 여자들을 죽도록 증오하게 됐지' 란 뜻이다. 아니 지가 바람피고 방탕하게 살아놓고 차였다고 왜 애꿎은 다른 여자들을 그냥 기피하는 것도 아니고 죽도록 증오해? 근데 또 이 부분이 그냥 들을 때는 멜로딕하고 괜찮아서 자꾸 흥얼거리게 됨. 2절에 가서는 '악마의 무도회는 끝났다'라는 허세넘치는 가사도 있음 :) 하여튼 그래서 추억을 되살리며 아래 가사도 붙여놓고 마무리.
Позови меня в ночи
Влад Сташевский
Я жил по старинной привычке И свой ритуал не менял Но стал для меня целый мир безразличным Когда я тебя потерял Я жил не святой не провидец Кутил и тебе изменял Всех женщин я до смерти возненавидел Когда я тебя потерял Позови меня в ночи приду А прогонишь прочь с ума сойду Всех из памяти сотру друзей Лишь бы ты всегда была моей Позови меня в ночи приду А прогонишь прочь с ума сойду Всех из памяти сотру друзей Лишь бы ты всегда была моей Шло время в игре бесполезной И кончился дьявольский бал И понял тогда что стою я над бездной Когда я тебя потерял Позови меня в ночи приду А прогонишь прочь с ума сойду Всех из памяти сотру друзей Лишь бы ты всегда была моей Позови меня в ночи приду А прогонишь прочь с ума сойду Всех из памяти сотру друзей Лишь бы ты всегда была моей Позови меня позови меня позови меня позови Позови меня в ночи приду А прогонишь прочь с ума сойду Всех из памяти сотру друзей Лишь бы ты всегда была моей Позови меня в ночи приду А прогонишь прочь с ума сойду Всех из памяти сотру друзей Лишь бы ты всегда была моей
휴가도 다 끝났고 이제 출근이 다가오고 있으므로... 쫌 기분 전환을 위해 좋아하는 러시아 뮤비 클립 올려본다. 4POST라는 팝락 밴드의 노래. 포스팅 제목엔 영어로 적어두었는데 노어로는 헷갈릴테니 내가 그냥 붙인 거고, 동일한 뜻의 Арестован (아레스또반 - 체포된, 붙잡힌 이란 뜻임)이란 제목의 노래이다.
4POST는 내가 좋아하는 배우이자 가수(지금은 배우와 가수는 바빠서 못하고 다양한 연출과 극단 운영 중) 드미트리 비크바예프가 몇년 동안 프론트맨이자 싱어송라이터로 활동했던 팝락밴드인데 2010년대 중반까지 활동을 했다. 전에 이 폴더에 이 사람과 이 그룹의 뮤비를 몇번 올린 적이 있다.
재작년 초에 나는 원치 않은 승진과 더욱 힘든 자리/업무를 맡게 되어 심적으로 무척 힘들고 괴로웠는데 그때 마침 이 사람을 좀 좋아하게 되면서 노래도 이것저것 찾아보고 연극 클립도 보며 맘을 많이 달랬었다. 그래서 이 사람은 당연히 알 리가 없지만 내 마음속으로 항상 쫌 고맙게 생각한다 :) 이 뮤비는 즐거워서 특히 맘의 위안이 되었다.
이 뮤비는 엄청 밝고, 여름 느낌 나고 신난다. 심플하고 유머러스해서 좋다. 엄청 소박한게 또 매력임. 중간중간 노어 대사들이 나오는데 해석을 아래 달아둔다. 대사를 이해해야 쫌더 재밌음. (그런데 소박하게 찍은 뮤비이지만 저기 나오는 여인들은 다들 당시 이쁘기로 유명한 모델/셀럽 등이라고 함 ㅋ 이 사람 옛날 뮤비들을 보면 출연하는 여자들이 하나같이 다 늘씬하고 이쁨)
오랜 옛날의 일이다. 내가 샀던 첫번째 cd는 스웨덴 팝락 듀오 Roxette의 Look sharp이었다.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아버지가 큰맘 먹고 cd 플레이어를 사주셨다. 당시엔 cd가 대세로 등장할 무렵이었고 또래 친구들 사이에서 cd 플레이어를 가졌다고 하면 부러움의 대상이 되곤 했다.
고대하던, 값비싼 파나소닉 씨디 플레이어 더블데크(당시 아버지랑 용산에 가서 여기저기 뒤져서 공들여 골랐던 플레이어이다)를 장만한 후 신이 나서 동네 음반 가게에 갔다. 그리고 처음으로 골라서 샀던 cd가 바로 록시트의 해외 데뷔 앨범이었다. 저 앨범은 물론 80년대 후반에 나와서 히트했기 때문에 이미 한참 지난 터라 신상은 아니었지만, 하여튼 나는 당시 가장 좋아했던 가수인 조지 마이클조차도 뒤로 하고(뭐 그의 모든 앨범은 이미 테이프로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ㅎㅎ) 록시트의 Look sharp을 선택했다. 아래가 그 음반 표지.
** 아래는 록시트에 대한 나의 추억 몇 토막. 스크롤이 좀 있어 글은 접어두었음. 노래만 들으시려면 그냥 접은 글 아래로 가시면 됩니다.
물론 그게 내가 처음으로 산 록시트 앨범은 아니었다. 아마도 91년으로 기억하는데, 지구촌영상음악인가 아니면 다른 팝음악 소개 프로에서(어쩌면 출발 비디오여행이었을수도 있음. 그 프로에서도 초창기에 팝음악을 하나씩 소개해줬던 것 같기도 함. 근데 너무 옛날이라 긴가민가) 신곡이라면서 록시트의 Joyride를 소개해주었다. '다소 선정적이긴 하지만' 이라는 멘트가 달려 있었고 소개 자막에는 아바 이후 스웨덴 최고의 팝 밴드라는 글귀가 적혀 있었다. 뮤비는 좀 정신이 없었고 키치했는데(아래 뮤비 링크로 들어가보면 느껴지겠지만 딱 90년대 초반 느낌이다) 노래가 너무 좋아서 '오 얘네 좋아' 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얼마 후 일요일에 교회 예배를 빼먹고 동네를 쏘다니다가 음반 가게에 가서 꿍쳐놓은 용돈을 내밀고 록시트의 조이라이드가 수록된 신상 테이프(!)를 샀다. 이 음반이 아주 명반임.
(바로 이 앨범)
나는 중고등학교 때 가요를 거의 듣지 않았다. 팝음악을 좋아해서 항상 팝송과 락음악을 들었다. 가장 좋아했던 가수는 전에도 적었듯 조지 마이클이었고 밴드/듀오/그룹은 바로 이 록시트였다. 테이프가 닳도록 들었는데 이들의 해외 데뷔 음반인 Look sharp은 이상하게도 테이프를 팔지 않아서 슬퍼하다가 씨디 플레이어를 장만한 후 음반 가게에서 씨디를 발견하고 기뻐하며 샀던 것이다. 그런데 우습게도 이 앨범만 씨디로 갖고 있고 나머지 록시트 앨범은 모두 테이프로 샀다. 90년대 중후반까지 열심히 이들의 앨범을 샀는데 이들이 투어 이후 활동을 잠정 중단하면서, 그리고 내 관심사가 데이빗 보위 쪽으로 옮겨가면서 이후에는 옛날 곡들만 듣고 새로 나오는 음악엔 별로 신경을 안썼다. 그래도 러시아에 갔을때 좌판에서 파는 복사 테이프들 가운데 이들의 첫 데뷔 앨범 pearls of passion을 발견(그건 스웨덴에서만 발매됐었다)하고 좋아하며 샀었다. 나중엔 냅스터(!)에서 mp3들을 내려받아 들었다.
이후 메인 보컬인 마리가 뇌종양 투병으로 활동을 중단했다는 소식에 무척 슬퍼했었고, 2010년대 중반 다시 투어를 함께 한다는 얘기에 '오 다행이야' 하고 좋아했었다. 그러다 2019년 12월에 마리가 세상을 떠났다. 무척 슬펐었다.
나는 지금도 내 마음 속에서 마리 프레데릭슨을 능가하는 여성 보컬은 없다고 생각한다. 독특하고 힘있고 강렬하고 또 아름다운 보컬이다.
지금 쓰는 글이 90년대 후반을 다루고 있어서 당시 들었던 노래 몇곡을 유튜브 뮤비로 찾아서 다시 보다가 추억에 이끌려 록시트 뮤비들을 따라갔는데 생각보다 더 가슴이 찡했다. 그리고 다시금 느낀다, 아 정말 나 이사람들 좋아했는데. 아, 정말 마리의 보컬은 훌륭해... 아, 나 정말 페르 게슬레를 좋아했어 하면서.
록시트의 메인 보컬리스트는 마리 프레데릭슨. 작사 작곡, 기타리스트 겸 남성 보컬(그러니까 메인 보컬 빼고 전부)은 페르 게슬레이다. 페르는 지금도 활동 중이다. 마리가 원체 불세출의 보컬이라 페르가 좀 비교되긴 하지만, 나는 이 사람 보컬도 좋아했고 이지 리스닝이면서도 굉장히 멜로딕하고 매력적인 노래를 쓰는 이 사람을 싱어송라이터이자 뮤지션으로서도 매우 좋아했다. (그래서 이 사람 솔로 앨범도 샀다)
옛날에 록시트 노래 같이 듣고 있으면 내 남동생이 나를 자주 놀렸다. '누나가 좋아하는 저 남자는 참 대단한 보컬이야. 아무리 높여 불러도 한 옥타브를 넘어가지를 않아 ㅋㅋㅋ' 하면서.... (참고로 내 동생은 노래를 매우 잘하는 녀석임) '뭐, 그렇긴 하지만, 그래도 좋단 말이야! 가창력이 전부는 아니잖앗' 하고 나는 반항하곤 했다. 근데 페르가 톤이 단조로워서 그렇지, 그리고 마리랑 비교돼서 그렇지 이 남자가 그렇게 노래 못하진 않는단 말이야 ㅠㅠ
국내에서 록시트는 프리티 우먼의 주제곡 중 하나인 It must have been love로 가장 유명했을 것이다. 그리고 저 조이라이드 정도일까. 아래 내가 특히 좋아했던(그리고 뮤비나 실황 영상이 있는) 록시트 노래 몇 곡 유튜브 링크로 공유해본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이고 록시트 팬들 중에서도 이 곡을 최고로 꼽는 사람들이 무척 많다. 마리의 보컬이 아주 훌륭하기도 하고, 노래 자체가 갖는 파워와 정서적 감동이 있다. Look sharp에 수록된 곡이고 1988년 빌보드 1위 곡이다. 이 노래는 신기하게도 러시아 라디오에서 더 자주 들었다(러시아에서 록시트가 아주 인기가 많았음. 뻬쩨르와 스웨덴이 가까워서였을지도) 그래서 러시아에 갔을 때 라디오에서 생각지 않게 이 노래가 흘러나온 경우가 많았는데 그럴때마다 어쩐지 눈물이 찡해진다. 이 곡 듣고 있으면 좀 벅차다.
이 노래는 원래 페르 게슬레가 크리스마스 곡으로 써서 녹음한 거였는데 갑자기 프리티 우먼 영화측에서 노래를 달라고 해서 '어떡하지 노래가 없는데' 하다가 이 노래를 생각해내고는 가사를 조금 바꿔서 재녹음했다고 한다. 가사에서 크리스마스라는 단어를 winter로 바꾸었다고 함. 이 노래도 정말 좋다. 이 노래는 아마 클릭해보시면 '아 이 노래 들어봤어' 하실 것 같음. 이것은 1990년 1위 곡이다. 록시트는 위의 릿슨 투 유어 하트, 이 노래, 조이라이드, 그리고 the look으로 4번 1위를 했고 그외 2위 곡들도 있었다. 이렇게 적고 나니 세월이 무상하네...
이것이 내가 이들을 첨 알게 되었던 그 노래. 조이라이드. 얼마전 조이라이드 30주년 기념으로(으악 30주년이래 ㅠㅠ) 페르 게슬레가 인터뷰도 하고 위 뮤비도 리마스터링한 버전이라고 한다. 이 뮤비는 보고 있으면 진짜 옛날 느낌이다. 오히려 라이브 무대 영상들은 화질만 나쁘지 옛날 느낌까진 많이 안나는데 이 뮤비는 딱 그 당시 스타일과 느낌이 총출동되어 보는 맛이 또 있다. 몽타주부터 시작해서 의상이나 유머, 촬영 방식 등등 :)
look sharp 앨범에 수록되었던 노래인데, 나는 데인저러스라고 하면 마이클 잭슨보다 이 노래를 먼저 생각하곤 해서 당시 친구들에게 쿠사리를 듣곤 했다. 이 노래도 되게 좋다. 위의 페이딩 라이크 어 플라워와 함께 이 노래는 빌보드 2위를 했었다. (당시엔 빌보드 순위를 막 외곤 했는데 지금은 하나도 모름. 옛날에 이렇게 빌보드 곡들 좋아하고 엠티비 곡들과 함께 자랐던 세대라 BTS가 빌보드 1위하고 있는 거 보면 깜짝 놀라며 감탄함)
이것은... 슈퍼 마리오가 영화화됐을 때 사운드트랙에 참여했던 록시트가 부른 노래이다. 그래서 뮤비에 슈퍼 마리오 영화가 나온다(영화는 총체적 난국이었음. 그래서 팬들이 폭망 영화에 이 좋은 노래가 웬말이냐 하고 어이없어함) 페르 게슬레도 이 노래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한다. 영화 때문에 힘들었다고 ㅜㅜ 하지만 노래는 좋은데... 이 버전은 공식 버전이라 마리가 부르는데, 사실 나는 이 노래의 데모 버전을 더 좋아한다. 그건 페르가 불렀는데 좀더 수수하면서도 매력이 있다. 하지만 그건 뮤비가 없으므로 이 버전으로 올려봄. 슈퍼 마리오 영화에는 시나몬 스트리트라는 이들의 곡이 하나 더 있는데 그 곡을 듣고 있으면 '페르가 진짜 쫌 이 영화 사운드트랙 하기 싫었나보다'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함(그 노래는 쫌 대충 쓴 느낌이 든다 ㅋㅋ)
전에 뮤비 몇개 올린 적 있는 드미트리 비크바예프의 Мёртвые города(묘르뜨븨예 고로다 / 죽은 도시들)
2016년 영상이다. 자리에 앉아 기타 치며 언플러그드로 그냥 편하게 부름. 16년 이후에는 가수 활동을 하지 않고 있으니 거의 가장 최근 곡이었던 것 같다. 이 사람은 노래에 따라 다양한 창법을 구사하는데 본래는 베이스 바리톤이지만 보이듀오와 락밴드를 하면서 고음 노래도 많이 불렀다. 내 취향은 아무래도 고음보다는 저음이긴 하지만 이 수수한 영상은 좋아해서 이따금 돌려본다. 꽁지머리를 하고 있어서 그런가 ㅎㅎ
사족으로, 이 사람 노래는 러시아어 발음도 명확해서 쏙쏙 참 잘 들린다. 그래서 좋음 :)
기분전환을 위한 오늘의 영상 클립은 90년대 후반의 러시아 뮤비 하나. 옛날에 무척 좋아했던 노래이다.
페테르부르크를 기반으로 활동했던 유명한 밴드 '브라보'(Браво)의 'Ветер знает'(베쩨르 즈나옛) 이란 노래이다. 제목을 번역하면 '바람은 알아'
유서깊은 밴드인데 나랑 쥬인은 딱 이 시기부터 이 밴드 노래를 들었다. 쥬인이 특히 여기 메인 보컬을 좋아했다(쥬인이 좋아하는 스타일이었음) 나중에 알고 보니 예전 메인 보컬은 다른 사람이었는데 이 사람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나는 브라보의 노래들 중 이 노래를 가장 좋아했다. 이 노래와 좀 비슷한 느낌을 자아내는 дорога в облаках 란 노래도 좋아했음.
이건 옛날 뮤비라서 화질도 나쁘고 내용도 좀 황당한 B급 영화같긴 한데 노래 자체는 참 좋다. 그리고 뮤비도 가만히 보고 있으면 은근 웃기다. 당시 기숙사에서 지낼때는 거의 항상 뮤직비디오 채널을 틀어놓고 있었는데 이 뮤비도 아무 생각 없이 보다가 초장에 베드씬이 나오는 것을 보고 '으잉?' 했던 기억이 있음(그런데 결국 그 베드씬은 정말 별것 아니었습니다 ㅋㅋ)
근데 이 노래는 지금도 아이팟에 넣어두고 자주 듣지만 뮤비는 엄청 오랜만에 보는 거라... 지금 보니 저 메인보컬이 베네딕트 컴버배치를 약간 닮았네... 이 보컬이 좀더 마르고 샤프하긴 하지만. 아니, 저 사람이 더 옛날사람이고 당연히 나이도 더 많을테니 컴버배치가 저 사람 닮았다고 해야 하나 :)
여기 올리는 세 곡은 이 사람이 보컬로 활동했던 팝락 밴드 4POST와 이 밴드 해체 후 다시 만든 밴드 APOSTOL 시절 노래와 뮤비이다.
이 사람은우수리스크 출신으로 어릴 때 모스크바로 상경, 연극을 보고는 배우가 되겠다는 꿈을 꾸며 죽어라 노력해 어린 나이에 연극대학교에 들어갔고 학창 시절부터 모스크바의 루나 드라마 극장에서 배우로 무대에 섰다. 심지어 직접 희곡도 쓰고 무대도 연출하고 자기가 연출한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으로 공전의 히트까지 쳤다.
그 와중에 당시 인기 아이돌 양성 프로그램에 나가서 순위권 안에 들더니 보이 듀오로 데뷔. 많은 인기를 누리다 듀오 해체 후에는 팝락 밴드 4POST를 결성해 활동을 했고 계약이 만료되는 시점에서 소속사와 갈등 후 독립해서 APOSTOL이란 밴드를 만들어 잠시 노래를 더 하나 싶었지만 본업인 연극 무대로 돌아갔다. 그렇게 배우와 연출가를 병행하다 모스크바의 연극문화센터 예술감독을 맡았다. 올해 봄에 배우 활동도 접고 연일 연출과 각종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바쁘게 살고 있다.
이 사람은 모든 곡들을 직접 작사작곡을 했다. 정통 보컬 트레이닝을 받은데다(보컬 대회에서 상도 여러번 받음), 무대에서 연기를 하던 사람이라 발성과 보컬은 고전적인 편이고 2010년대이니 비교적 최근에 활동했지만 힙하고 세련된 스타일이나 기교는 부리지 않는다. 근데 그게 내 스타일임.
4POST 시절의 가벼운 팝락들은 90년대의 밝고 신나는 노래들을 떠올리게 하는 구석이 있어서 맘에 들고, 후기와 APOSTOL 때는 린킨파크 등 예전에 내가 좋아했던 멜로딕하고 파워풀한 락이라 또 맘에 든다. 그러니까 전반적으로 90년대에서 2000년대 초반 즈음의 복고적 느낌이랄까. 내가 열심히 노래를 듣던 시절도 그때쯤이라 더 취향 저격인지도 모르겠음(옛날사람 ㅋㅋ) 이 사람도 그 당시 락음악들을 듣고 자라서 자기 본류는 그쪽이라고 말한 적도 있다. 요즘은 너무 바쁜데다 자기의 본업은 노래가 아니라 연극과 연출 쪽이어서 더 이상 노래는 하지 않을 것 같다고 하는데 쫌 아쉽기도 함.
배우로 유명했던 사람이라 뮤비와 노래 스타일도 다양함. 맨위의 Атомный бам (atomic bomb)은 지난번 올린 빅토르 최의 변화와는 완전히 다른 스타일로 가볍고 귀엽고 재미있다. 여기서 입고 나오는 옷이 매우 내 스타일임! 이 노래는 Atomic Ivan이라는 러시아 영화의 주제곡으로 쓰였는데 그래서 중간중간 원자력 심벌이 나오고 마지막엔 영화 장면이 나온다. 이 곡은 뮤비도 재밌고 노래도 멜로딕해서 듣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지기 때문에 힘들 때 자주 듣곤 한다.
이 노래 제목은 Вместе с тобой(너와 함께)
여기서는 머리를 기르고 야상에 레이어드 룩, 비니까지 눌러쓰고 나옴. 머리 길렀을 때도 좋긴 한데 이 패션은 내가 심히 안 좋아해서... 이 뮤비는 2층 버스 타고 모스크바를 돌아다니다 밤에 거리에서 버스킹을 하고 불꽃 빤짝빤짝하는 게 분위기도 신나고 곡도 좋은데 이 사람 패션이 옥의 티(근데 또 이거 좋다는 사람들도 있었기에 ㅠㅠ) 그리고 상대 배역의 여인이 이쁘긴 한데 표정이 너무 흐리멍텅해서 그게 아쉬움. 그래도 노래는 좋다. 이 뮤비 보고 모스크바나 뻬쩨르에 다시 가면 여태 단 한번도 타볼 생각이 없었던 2층 시티투어버스를 타볼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었다 ㅋㅋ
이 곡 제목은 Добей. 흑백으로 찍은 영어 버전도 있는데 그거 제목은 Deal the final blow이다. 근데 나는 러시아어 버전이 더 맘에 들어서 이것으로.
위의 가벼운 두 곡과 달리 좀 다크하고 무거운 분위기임 . 2016년에 나온 가장 최근 곡인데 이 사람은 이거 이후 가수 활동을 안 하고 있다.
이건 듣고 있으면 보컬도 그렇고 린킨파크가 좀 생각남. 이 노래가 사실 더 내 취향임. 근데 이 사람 말로는 이런 스타일 곡들이 자기한테 더 잘 맞고 또 더 부르고 싶었지만 이런 노래는 러시아 시장과 방송계에서 너무 무겁다고 기피하는 경향이라 자기도 안 그래도 바쁘니 굳이 더 기를 쓰고 싶지 않아 그만 두었다고 함. 아쉽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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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만 올리면 버벅댈 때가 있어 노래 부르던 시절 사진 몇 장 같이.
그러니까 똑같이 머리 기르고 웨이브를 넣어도 이런 스타일이면 난 좋은데... 두번째 뮤비의 비니와 레이어드는 쫌 맘에 안 들었음. 근데 이 사람은 사실 짧은 머리가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작년까진 짧은 머리로 다니더니 요즘은 바빠서 그런지 다시 머리 기르고 있음... 요즘 모습은 이제 쫌 아저씨처럼 되어서 사진은 안 올림(미모지상주의 ㅋ)
지하철역으로 내려가고 있는 빅토르 최 사진 한 장. 팔로우하는 옛 소련/러시아 관련 인스타(okno_v_proshloe)에 오늘 올라온 소련 시절 락 가수들 사진들 모음에서. 사진사는 이고르 무힌(Игорь Мухин). 빅토르 최 사진들은 전에도 많이 봤지만 이 사진은 특히 내 마음에 들어 가져와봄.
요즘 관심있게 보고 있는 러시아 연출가이자 배우, 예전에는 보이밴드를 거쳐 락 밴드 보컬을 했던 드미트리 비크바예프라는 사람이 있다. 재기 넘치는 예술가인데 이것저것 보다가 어제 이 사람이 몇년 전 방송에 나와서 부른 빅토르 최의 유명한 'Перемен'(뻬레멘 : 변화) 무대를 보았음. 당연히 빅토르 최의 아우라와 스타일을 따라갈 수는 없지만 은근히 이 사람 무대가 내 마음에 들었다. 다른 사람들이 부른 버전도 많긴 한데 아마 내가 이 사람의 러시아어 발성을 좋아해서 그런 것 같다. 이 사람은 무대에 서는 배우이기 때문에 발음이 정확하다. 그리고 빅토르 최 카피가 아니라 자기 색깔대로 불러서 그것도 마음에 든다. 빅토르 최와 키노는 레전드이기 때문에 이 방송에서도 다들 노래를 따라부르며 열광한다. 사람들 반응도 재밌고 러시아 방송 분위기도 보면 꽤 재미있다.
그러나 역시 오리지널이 최고라서, 또 간만에 빅토르 최의 원곡 버전을...
(나 어제 이러다 늦게 잤음)
사족으로 드미트리 비크바예프가 몇년전까지 보컬로 노래했던 밴드 4POST의 뮤비 하나. 헤어스타일도 그렇고 전체적으로 이 사람은 젊은 세대임에도 불구하고 락밴드 시절엔 꽤나 옛날풍 스타일인데 그게 나름 잘 어울린다. 외모는 딱히 내 스타일은 아니지만 무대에서도 그렇고 평소에서도 그렇고 꽤나 패셔너블하고 본인만의 매력도 있다. (근데 이 뮤비에서는 난닝구 ㅋ 걸치고 나와서 패션은 그냥저냥...)
이 뮤비는 노래도 그렇고 전체적으로 예전에 한창 러시아 기숙사에서 그쪽 동네 MTV 보던 시절이 떠오르기도 하고 기분도 좀 좋아지는 편이라 올려본다. 제목은 Пока ты со мной(빠까 뜨이 싸 므노이 : 나랑 같이 있는 동안) 이게 되게 레트로풍이면서도 어딘가 딱 러시아 뮤비 느낌이 있다. 그리고 역시나 이 사람의 발성이 마음에 든다 :)
... 그건 그렇고 나는 이 사람을 요즘의 딱 이런 모습일 때부터 알았기 때문에 예전의 저 장발 락커 모습을 보고 좀 신기했음. 그런데 더욱 거슬러 올라가 데뷔 시절을 보면 완전 보이밴드 스타일이라 더 놀람. 러시아 남자들은 나이가 좀 일찍 드는 편이라 이 사람도 몇년 사이에 금세 아저씨처럼 되긴 했는데 살을 좀 빼면 다시 샤프해질 것 같긴 하다.
그냥 넘어가기는 아쉬우니 데이빗 보위님의 Strangers when we meet 오리지널 레코딩 링크 올려봄. 전에 보위님이 화성으로 돌아가셨을 때 추모 시리즈로 좋아하는 보위님 노래들과 뮤비들 올린 적 있는데 이 노래 뮤비는 지금 가서 보니 유튜브 링크가 차단되어 있어서 그냥 노래만 올려본다. (뮤비는 사실 좀 오싹하고 정신시끄럽다 ㅋㅋ)
내가 가장 좋아하는 보위님 레코드는 이 노래가 수록된 아웃사이드 앨범과 지기 스타더스트 앨범이다.
맨 위 사진은 아웃사이드 앨범 당시가 아니고 그 전의 씬 화이트 듀크 시절 사진이긴 하지만.. 멋있으니 뭐 어때~(내 개인적 취향으론 보위님은 이 스테이지 페르소나 때가 젤 아름다우셨던 것 같음)
앞선 조지 마이클 추모글과 왬, 솔로 1집 시절 명곡들에 이어, 그후에 내가 좋아했던 곡들 몇개, 개인 취향으로 골라 올려본다.
시작은... 결코 잊을 수 없는 무대였던 프레디 머큐리 추모 공연, Queen 과 함께 했던 Somebody to love. (난 개인적으로 프레디 머큐리 보컬보다 조지 마이클 보컬을 훨씬 좋아했지...)
아아 이 사람 무대를 볼 수 없다니... 흑흑...
George Michael & Queen "Somebody to love"
Praying for time
많은 팬들이 faith와 같은 솔로 2집을 바랬기에 그의 이 listen without prejudice 앨범에 실망한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나는 좀 늦게 왬과 조지 마이클에게 입문하여 1집과 2집을 거의 동시에 들었기 때문인지 그렇지 않았고 이 앨범도 꽤 좋아했다. 특히 이 곡 좋아했다.
Freedom! '90
왬! 시절 냈던 freedom과 구분해 이건 freedom 90인데 노래는 완전히 다르다. 웅장한 노래인데 당시 afkn(!!)으로 그래미인가 뭔가를 열심히 보던 기억이 난다. 그때 이 곡과 마이클 잭슨 노래(뭐였지, 블랙 오어 화이트 시절이었던 듯)가 최우수곡 후보로 붙었었다. 당연히 마이클 잭슨이 가져갔는데 나혼자 동동 구르며 조지 마이클 응원했었지..
 
Waiting For That Day
 
역시 위 앨범에 수록된 곡. 이 곡도 들을수록 좋다. 이 앨범 들으면 또 참 좋은데 흐흑...
 
heal the pain
이 앨범에서 내가 또 개인적으로 좋아했던 노래.
이 당시 조지 마이클은 뮤비를 안 찍겠다고 선언했던 시절이라 슬프지만 이 앨범 노래들은 거의 뮤비가 없다.
Waiting
이 앨범 맨 마지막 곡. 이 곡에 대해선 추억이 있다. 이 곡은 2분을 약간 넘는 짧은 곡이었다. 중학교 시절 60분짜리 90분짜리 120분짜리 공테이프를 사다가 좋아하는 팝송들을 엄청 녹음해 듣곤 했는데 시간이 남으면 짜투리 시간에 집어넣기 딱 좋은 길이라 내가 만든 웬만한 선곡 테이프들은 마지막 곡이 거의 항상 이 곡이었다 :)
Too funky
한참 이 사람이 소니랑 분쟁하고 이것저것 문제가 많아 앨범도 뮤비도 안나와서 슬퍼하던 무렵 오랜만에 이 노래랑 뮤비 나온대서 이거 구하려고 정말 엄청 고생했던 추억의 곡이다.
Elton John & George Michael, Don't Let The Sun Go Down On Me
마지막 곡은 정말 너무나 근사한 돈 렛 더 선 고 다운 온 미. 솔직히 엘튼 존이 조지 마이클에게 밀린다. 진짜다. 보컬이고 카리스마고... 이 라이브 첨 봤을때 기절하는 줄 알았음. 그의 외모 변화에 솔직히 좀 슬퍼하고(으악 저 머리 스타일 뭐여ㅠㅠ), 그의 놀라운 보컬에 외모는 온데간데 없이 눈에 안 들어오고... 아아... 엘튼 존 저리 가라, 조지 마이클 혼자 다 부르게 해라!! 막 이렇게 소리지르기까지 했었다.
사랑해요 조지 마이클...
이렇게 추모곡들 올리며 한곡 한곡 다시 듣자니 역시 명곡 중 명곡들이요 최고의 가수 중 가수였다...
이것은 앞에 올린 조지 마이클에 대한 나의 내밀한 연서(http://tveye.tistory.com/5721)에서 이어지는 포스팅이다. WHAM! 시절 명곡들 몇곡. 전적으로 개인적 취향에 따라. 왬 노래들이야 다 좋지만 그중 내가 특히 좋아했던 곡들 몇개를 유튜브에서 따와 올린다.
'근데 왜 명곡 중 명곡인 케어리스 위스퍼'가 없어? 라고 물으신다면... 고백하겠습니다. 수많은 그의 팬들과는 달리 저는 '케어리스 위스퍼'와 '웨어 디드 유어 하트 고', 이 두 노래만큼은 끝내 취향이 아니었습니다... 싫어한 것까진 아니지만 하여튼 다른 곡들이 더 좋았어요.
WHAM!
Last Christmas
나는 이 곡을 너무나 좋아해서... 이 곡이 크리스마스 캐롤로 치부될때마다 극도로 분노하곤 했었지... ㅠㅠ
WHAM!
I'M YOUR MAN
WHAM!
Wake me up before you go go
이 노래 무지 좋아하긴 했는데 이 뮤비 첨 봤을땐 너무나 오그라들어서 '아아 아무리 두번째 남편 조지 마이클이라지만 이 뮤비는 정말 용서할수 없어ㅠㅠ' 라고 부끄러워했던 기억이 난다... 지금 보면 마냥 뽀송뽀송한 애기들로만 보인다..
WHAM!
Freedom
이 노래도 무척 좋아했다. 이 노래와 heartbeat이 도입부가 좀 비슷한데 두 노래 모두 좋아했다. 내 취향엔 후자가 조금 더 좋았지만.
WHAM!
Clup Tropicana
왬 1집에서 제일 좋아했던 노래. 80년대 분위기가 폴폴... 조지 마이클과 앤드류 리즐리는 너무나 앳되고 조지 마이클의 보컬도 정말 앳된 소년 같다.
WHAM!
The edge of heaven
이 노래도 진짜 좋아했었지...
WHAM!
Heartbeat
왬 시절 노래 중 제일 좋아하는 두곡만 뽑으라면 나는 라스트 크리스마스와 이 핫빗을 꼽는다... 다른 곡에 비해 많이 알려지진 않았지만 난 무척 좋아하는 곡이었다.
월요일에 조지 마이클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접했을때 느낀 상실감은 오래전 장국영이 죽었다는 소식을, 그보다 더 오래전 리버 피닉스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와 비슷했다. 다만 더 크고 더 깊고 더 오래된 슬픔이었다.
나에게 조지 마이클은 사춘기 시절과 떼어놓을 수 없는 가수였다. 데이빗 보위를 그토록 좋아했지만, 내가 보위를 좋아하게 된 것은 성인이 된 이후였고 그래서 보위는 내겐 '좋아한다'기보다는 '존경하고' '경애하는' 예술가였다. 하지만 조지 마이클은 정말 '좋아한' 가수였다. 중고등학교 때 조지 마이클 노래가 없었다면 어땠을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왬은 나보다 세대가 빠르다. 그래서 나는 중학교때에야 왬을 알았고 조지 마이클을 알았다. 왬 시절 조지 마이클의 아름다운 미성과 경쾌함, 그리고 솔로 시절 그의 근사한 보컬과 존재감을 대체할 수 있는 가수는 어디에도, 그 어디에도 없었다. 그리고 내겐 다시는 없을 것이다.
그 당시 중고등학교 사춘기 소녀였던 나는 학교 근처와 동네 음반 가게를 들락거리며 파란색 껍데기의 '왬' 테이프를 샀고 이후 CD플레이어가 생긴 후에는 레코드 가게 아저씨에게 부탁해 당시로서는 구하기도 힘들었던 왬 1집 FANTASTIC을 간신히 구하기도 했다. 조지 마이클이 소니사와 분쟁을 겪으며 음반을 내지 못할땐 발을 동동 굴렀고 그가 엘튼 존과 함께 부른 돈 렛 더 선 고 다운 온 미가 레코드 싱글로만 발매되자 레코드 플레이어가 없다는 사실에 슬퍼했고 라디오에서 그 곡을 간신히 녹음해 닳도록 들었었다.
이후 조지 마이클은 재즈 앨범도 내고 보사노바 풍의 노래도 불렀다. 그것은 정말로 내 취향이 아니었다. 실상 조지 마이클이 정말로 내가 좋아했던 노래들을 불렀던 것은 90년대까지였던 것 같다.. 나는 많은 사람들이 실망했었던 그 솔로 2집인 릿슨 위드아웃 프레쥬디스 앨범도 아주 좋아했었다... 조금 더 가자면 투 펑키까지도 좋아했다. 이후 지저스 투 어 차일드를 기점으로 그의 노래들은 좀 변했다. 나는 그 전 노래들을 더 좋아했다. 하지만 조지 마이클은 여전히, 정말 여전히 내겐 상징이었다. 사춘기 시절의 상징. 나의 꿈과 고뇌와 부드러운 어린 시절의 일부.
중학교때부터 열심히 소설을 썼었다. 그중 어떤 소설에서 나는 라스트 크리스마스를 너무나 좋아해서 죽을때까지 그 노래를 들었고 총에 맞아 죽는 순간에도 그 노래를 듣고 싶어하던 유약한 소년을 등장시킨 적이 있었다. 그뿐인가. 어떤 소설에서는 심리적 분열로 괴로워하는 아웃사이더 청년이 오이디푸스 컴플렉스로 얽혀 있는 사랑하는 어머니를 생각하며 조지 마이클의 A DIFFERENT CORNER를 부르게 했다. 실제로 라스트 크리스마스를 너무나 좋아해서 죽을떄까지 이 노래를 듣고 죽는 순간에도 이 노래를 듣고 싶다고 생각했었던 것은 당시의 나 자신이기도 했다.
학교 앞 레코드 가게 아저씨는 내 얼굴을 알았다. 나를 보면 '조지 마이클 팬~' 하고 불러주셨고 어느날은 브로마이드를 선물해주시기도 하셨다.
꿈많던 사춘기 시절, 소녀에게는 많은 우상들이 있었다. 나는 할리우드 배우들을 좋아했다. 당시 여자아이들은 좋아하는 남자 배우나 가수들을 남편이라 불렀고 순위대로 첫번째 남편 두번쨰 남편이라 부르기도 했다. 나에게는 열번째 남편까지 있었던 것 같다.
1위 남편은 항상 변했지만(리버 피닉스, 톰 크루즈 등등 다양했다) 우습게도 2위 남편은 항상 공고했다. 조지 마이클이었다. 그렇게 나는 조지 마이클을 좋아했다. 남자라기보다는 가수로 너무나 좋아했고 노래를 너무나 좋아해서 첫번째 남편이 되기엔 어딘가 좀 이상하지만 그래도 언제나 두번째 남편의 자리에 있었던 사람...
명복을 빕니다, 조지. 나는 당신의 본명을 외고 다녔죠. 조르지오스 카리아코스 파나요투라는 한 남자. 나에게는 영원히 내 사춘기의 일부. 나에게는 최고의 가수. 내 마음을 당신만큼 울려주고 감동시켰던 가수는 이제껏 없었고, 중고등학교 힘든 사춘기 시절 날 버티게 해주었던 그토록 힘있었던 가수도 없었습니다. 나는 당신의 노래들을 모두 테이프가 닳도록 들었고 수십개의 테이프들에 선곡해 복사해 들고 다녔고 친구들에게 선물했고 가사를 외웠고 해석을 했고 소설을 썼습니다. 나의 평생 소망 중 하나는 당신의 공연에 가는 것, 맨 앞자리에서 당신의 노래를 듣는 것이었습니다.
몇년 전 료샤가 나에게 당신 콘서트에 가자고 했었죠. 나는 거절했습니다. 그때 나와 료샤 사이에는 좀 불편한 일이 있었고, 나는 이 나라, 이 조직, 나 자신에 얽매여 있었습니다. 나는 내 부르주아 친구처럼 자유롭게 런던과 파리로 날아갈 수 있는 처지도 아니었고 좋아하던 가수의 노래를 듣겠다고 훌쩍 휴가를 낼 수도 없었습니다. 돌이켜보면 그건 내 인생 큰 후회 중 하나로 남을 겁니다. 나는 날아갔어야 했습니다. 당신 노래를 들었어야 했어요. 내 옆에 누가 앉아 있든, 내가 어디에 있든, 그건 내겐 잊을 수 없는 선물이었을텐데... 이제 그런 기회는 영영 오지 않겠죠.
다시 한번 명복을 빕니다, 조지. 내가 처음으로 정말로 정말로 좋아했었던 가수. 당신의 노래와 함께 아침을 시작하고 당신의 노래와 함께 잠자리에 들었던 것을 어제처럼 기억합니다. 나는 당신을 정말로 사랑했습니다.
정말, 정말로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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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의 의미로 arts 폴더에 왬 시절과 조지 마이클 솔로 시절 곡들을 몇곡 올려보려고 한다.
해리 포터 시리즈는 책으로도 다 읽었고 영화도 다 봤는데 영화보단 책에 애정을 가지고 있긴 하고,, 신비한 동물사전과 퀴디치의 역사도 사놓긴 했는데 신비한 동물사전은 읽을때마다 보르헤스가 펴냈던 책이 생각나긴 했지만 재미있었다.
그래도 이 영화 개봉한다 했을때 그렇게까지 '우와 보고 싶다~'란 맘이 들 정도는 아니었으나...
1. 포스터에서 에디 레드메인이 떡하니 푸른 코트를 입고 있는 모습을 보자 궁극의 코트 페티쉬가 발동하여 '아아, 푸른 코트 휘날리는 에디 레드메인이라면 봐줘야 하지 않겠니!' +
2. '원작 해리 포터에서 항상 궁금했던 그린델발트-영어식으론 그린델왈드라고 나오더군)의 젊은 시절이 나온다면, 그와 덤블도어의 이야기가 나온다면 꼭 봐주리라!'
이 두가지가 합쳐져서 이 영화는 보러 가야겠다고 맘먹었다.
오늘 개봉일이었는데 늦게 일어나긴 했지만 오후에 표 끊어서 동네 극장에 갔다. 후지긴 해도 동네에 영화관이 있으니 대충 비비크림만 바르고 암거나 입고 가서 맨뒷자리 앉아 영화 보고 올 수 있는 건 좋다.
영화는 생각보다 좋았다. 데이빗 예이츠가 감독을 맡아서 역시 해리 포터의 5~7편의 그 암울하고 어두운 분위기가 좀 감돈다. 솔직히 애들 보기엔 조금 음침하다. 사실 난 해리 포터도 6편부터는 아이들 보기엔 좀 무섭다고 생각했었음. 예전에 책 읽을 때도 2편이나 4편의 볼드모트 부활 장면은 애들한테 많이 무섭겠다 싶었고. (나도 무서웠어, 4편에서 볼드모트 부활하는 장면은... 그나마 영화는 별로 안 무서웠지만 ㅠㅠ)
레드메인은 귀엽고 순박하고 좌충우돌하는 너드 스타일이 참 잘 어울렸고, 물론 그 파란 코트가 예뻤다. 아아, 나는 코트를 휘날리는 남자 주인공이 나오면 일단 정신을 좀 못 차리는 경향이... 그 코트 좀 갖고 싶다...
내 취향으론 오히려 신비한 동물사전이 닥터 스트레인지보다 더 재미있었고 기호에 맞았다. 좀더 음습하고 스타일리쉬해서. 동물들도 나름대로 재밌었고 특히 돈이랑 보석 집어삼켜대는 니플러가 귀여웠다 :)
아무래도 첫편이다 보니 풀어내다 만 게 많았지만 나머지 4개가 나오면 아마 다 챙겨볼 것 같긴 하다.
제목때문에 신나는 아이들용 활극 기대하고 애들 데리고 가면 살짝 실망할지도 모르겠다. 재밌긴 한데 그런 식으로 재밌는 건 아니었다. 예이츠 특유의 어둡고 검고 푸른 색채와 음습한 느낌이 좀 강했다. (그래도 레드메인은 귀여웠음)
... 그리고... 흠, 그린델왈드 모습은 맘에 안 들었다... 그거 아니야 흐흑... 그 배우 좋아하긴 하지만 이 역할로 원하진 않았어... 그리고 비주얼도 너무 맘에 안 들게 나와 흑... 분명 해리 포터 6, 7권의 그린델왈드 모습은 아무리 젊은 시절이라 하지만 장난기 넘치는 눈동자의 생기 넘치는 악당 미청년이었다고... 난 그런 악당 그린델왈드를 원했습니다...
하여튼 결론은...
1. 에디 레드메인-뉴트 스캐맨더의 파란 코트 갖고 싶다.
2. 갓 구워낸 빵이 먹고 싶어졌다.
3. 니플러 한마리 키우고 싶다. 귀엽기도 하고, 이 녀석 한마리 있으면 잘 먹고 잘 살 수 있을 거 같다! 화수분!!
..
이미지 몇장. (주로 레드메인의 파란 코트가 주인공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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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은 한마리 키우고픈 니플러 :0 반짝이는 것(돈, 보석 등등)은 일단 다 먹어치웁니다 ㅋㅋ
나는 본 시리즈가 처음 시작되었을때부터의 팬이었고 러들럼의 원작도 원서로 구해서 다 읽었었다. 물론 러들럼 원작과 영화는 많이 다르고 특히 뒤로 갈수록 완전히 다르다. 개인적으로는 영화가 더 낫다는 생각이다(이런 경우가 드물다)
그리고 본 레거시도 극장에 가서 봤지만 매우매우 실망하여 그냥 기억에서 지우고 싶은 영화가 되었고 건진 거라곤 수트 입은 에드워드 노튼 뿐이었다. 제일 화가 났던 것은 본 수프리머시와 본 얼티메이텀에서 내가 제일 좋아했던 멋진 여성 캐릭터인 조운 앨런이 본 레거시 초장에서 허망하게 그냥 체포되는 거였음. 뭐냐, 제일 멋진 여자였는데 그 노력과 개고생은 왜 했으며 저렇게 아무짝에 쓸모없이 초장에 없어지면 뭐가 되는 거야. 본 시리즈 통틀어 여성 캐릭터 중 제일 맘에 드는 사람이었는데 -_-
하여튼 내 마음속에서 맷 데이먼 없는 본 레거시는 제이슨 본 시리즈 제외..
영화는 재미있었다. 본 얼티메이텀이 자체로 매우 훌륭한 엔딩 구조였기 떄문에 굳이 4편이 나와야했을까 싶긴 했고 사실 플롯도 좀 엉성하고 앞 시리즈의 이야기들과 구조가 반복되는 편이라 앞을 예측하기가 쉽고 긴장감이 떨어지긴 했다. 하지만 일단 시리즈 자체에 대한 애정이 있고 무엇보다 맷 데이먼의 제이슨 본에 대한 애정이 있는 관객들이라면 그 애정만으로도 충분히 볼만했다. (좀 스타워즈 시리즈처럼 그런 기분이랄까...)
그리고 열심히 몸을 만들고 열심히 액션을 보여주는 맷 데이먼의 본은 여전히 근사하고 멋졌지만 얼굴에 잡힌 주름과 푹 패인 눈과 세월의 흔적을 보니 '우리 본 늙었구나 고생하는구나'하는 생각에 절로 가슴이 짠했다. 하긴 이것도 러들럼 원작의 본 얼티메이텀에서도 본이 50세의 나이로 엄청 고생하며 체력이 달린다고 한탄하는 장면이 있긴 했다(그때도 슬퍼했었음)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던 상황이었기 때문인지 그래도 잠시라도 영화를 재미있게 봐서 좋았다. 액션과 카체이싱은 딱 본 시리즈 다웠고 제이슨 본(=맷 데이먼)이 늙어서인지 예전만큼 몸으로 부대끼는 액션은 좀 줄었지만 그래도 전체적으로 액션과 촬영의 짜임새는 좋았다. 시종일관 재미있었다.
아쉬운 점들도 있긴 했다. 뱅상 카셀의 행위에 대한 설득력이 좀 떨어진다든지, 전반적으로 플롯이나 인물들에 대한 묘사와 설정은 앞의 3개 작품들보다 떨어졌다. 토니 길로이가 떨어져나가서 그런가... 스노든 사건을 끌고 들어온것까지야 그렇다치지만 전체적인 소재도 신선함은 많이 부족했다. 하지만 맷 데이먼의 제이슨 본과 토미 리 존스의 듀이 국장이 영화의 양축을 잘 끌고 가는 편이었고 알리시아 비칸데르의 헤더 리도 나름대로 준수했다.
..
(아래 문단만 스포일러 조금)
짜증나는 것은 역시나 이 시리즈 징크스대로... 초장에 여자 죽이는 거 ㅠㅠ 나 사실 수프리머시나 얼티메이텀에서 그 캐릭터 별로 안 좋아했고 영화 시작할때부터 '곧 죽겠구먼 ㅠㅠ' 하고 생각은 했지만 그렇다고 진짜 죽이다니 ㅠㅠ 불쌍하다...
...
아마 제이슨 본이라는 캐릭터의 매력과 맷 데이먼의 존재감이 아니었다면 그냥 스토리는 좀 진부한 액션 스릴러가 되었겠지만 전자의 두 가지가 워낙 큰 영화라... 그걸로만도 볼만하다.
그리고...
맷 데이먼은 옛날부터 좋아했지만(굿 윌 헌팅, 리플리 등등등..) 역시 제이슨 본이 최고인 것 같다... 뭇 남성의 로망이자 뭇 여성의 이상형이랄까... 아니, 이건 그냥 나만 그런 건가... 멋있습니다 당신...
제일 열심히 음악 들었던 건 아무래도 90년대에서 2000년대 초반까지였던 것 같다. 엠피쓰리를 열심히 다운받기도 하고... 지금 분들은 도저히 모를 '냅스터'라는 사이트에도 열심히 들어갔었다(소리바다 나오기 전의 외국 사이트입니다.. 소리바다도 잘 모르시겠죠 ㅠㅠ)
그래선지 내가 가지고 있는 mp3들은 크게 보위와 이기팝 류의 카테고리, 80~2000년대 팝과 락 카테고리(이게 좀 다양함), 90~2000년대 러시아 노래 카테고리, 그리고 클래식 카테고리로 분류되는데... 이제 아이팟으로만 전락한 아이폰4에 저장해둔 두번째 카테고리 리스트를 랜덤 플레이해서 듣고 있다가... 문득 그리워져서 몇곡 선곡해 올려본다. 성격이 좀 나뉘어서 1번, 2번으로 구분해 올린다.
여기 올리는 노래들 다 아시면 연식 인증(좋아해야 하나요 슬퍼해야 하나요 ㅎㅎㅎ)
1번 리스트는 이렇습니다. 거의 브릿 팝 계열인데... 나름대로 그 당시를 풍미했던 사람들... 어떤 곡은 대표곡, 어떤 곡은 그냥 내가 좋아하는 곡... 순서대로...
Pulp - Disco 2000
oasis - round are way
robbie williams - win some lose some
Blur - Sing (TRAINSPOTTING 사운드트랙 -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장면 중 하나에 나온다)
Suede - Beautiful Ones
Soul Asylum - Runaway Train
(* 마지막 곡은 뮤비가 좀 우울해서... 좀 가벼운 경고를... ㅠㅠ 이건 2번 리스트에 넣었어야 했나 싶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