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1 화요일 밤 : 아픈 상태로 출근과 외근, 2024년을 떠나보내며, 송구영신 fragments2024. 12. 31. 20:53
가능하면 한 해의 마지막 날에는 휴가를 내고 조용히 일년을 돌아보고 수양하는 마음으로 신년을 맞이하곤 하는데, 오늘은 저녁까지 매우 바빴고 외근까지 다녀오느라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서 아쉬웠다. 아무런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상태로 2024년을 마무리하게 된다. 그런데 너무 힘든 한 해였기 때문에 어쩌면 이렇게 빨리 마무리되는 게 나으려나 싶기도 하다.
몸 상태가 어제보다 더 나빠졌다. 여행과 어제 병원 가느라 낸 휴가로 사무실을 사흘이나 비운데다 오늘 최고임원이 신규사업 때문에 갑자기 또 골치아픈 답사를 가자고 하셨기 때문에 몸이 아파도 억지로 출근해야 했다. 새벽 4시에 깬 후 다시 잠들지 못했는데 몸에 계속 오한이 드는 것이 아마 새벽과 아침에 열이 났던 것 같다. 빈속에 약을 먹을 수가 없었기 때문에 꾸역꾸역 씻고 옷을 껴입고 새벽 출근을 했다. 사무실에 7시도 안돼서 도착... 빡세게 일하면서 편의점에서 사온 쌍화탕과 삶은 달걀, 내가 싸온 빵 1조각을 먹은 후 약을 먹었다. 오전엔 피곤한 업무 통화를 했고 그 동안 갑자기 몸에 열이 확 올라서 고생을 했다. 머리도 너무 멍멍하고 아팠다.
거기에 오후에는 쌀쌀한 바람을 맞으며 외근을 가야 했다. 바람을 계속 맞은 탓에 기침이 계속 나왔다. 거기다 이 외근은 정말 골치아파질 게 명확한 이상한 신규사업과 관련되어 있는 거였다. 너무 지치고 걱정스러웠다. 간신히 업무를 마친 후 지하철역에 내려왔는데 오늘 또 다시 지갑을 사무실에 두고 왔다. 생각해보니 그때도 외근나왔을 때였는데... 몸이 너무 안 좋아서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았고 5분 전 헤어진 윗분께 전화를 드려서 현금을 좀 꿔달라고 부탁드렸다. 나때문에 광화문까지 가셨던 차를 돌려서 다시 와주신 윗분 흐흐흑... 만원만 꿔주세요 했는데 3만원을 꿔주셔서 그것으로 지하철을 탔고 집 앞에서 먹을 것을 좀 사서 들어왔다. 지하철은 꽉 차 있었고 기침을 억누르느라 정말 고생했다. 마스크야 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집에 돌아와 씻고 밥을 억지로 먹은 후 30분쯤 전에 약을 먹었는데 기침이 멈추지 않는다. 대추차를 데워서 마시는 중이다. 이렇게 피폐한 상태로 24년의 마지막 날을... ㅠㅠ 오늘은 샴페인도 올리비에 샐러드도 없다, 아마도 자정이 되기 전에 빨리 잠자리에 들 것 같다.
...
올 한 해를 돌아보려고 하니 무엇보다도 먼저 마음이 꽉 짓눌리는 듯 아프고 슬퍼진다. 올해는 많이 힘들었다. 그래서 올해의 마무리 메모는 짧게 적는다.
직장에서는 일 때문에 정말 힘들었다. 근본적인 원인은 최고임원께 있는데 이걸 내가 변화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니... 내년에도 힘들 것이다. 내년에는 인사이동 대상이 될수도 있고...
아빠가 작년 말부터 계속 아프셨고 연초에도 아프시다가 대장암 진단을 받으셔서 수술과 항암치료를 받으셨다. 처음에는 너무 마음이 무너지는 것 같고 힘들었다. 그래도 항암치료를 다 마치시고 아직까지는 괜찮으셔서 다행이다.
소중한 사람들이 떠났다. 마음의 벗이었던 다샤님이 오랜 투병 끝에 이른 봄에 세상을 떠나셨고, 언제나 내 마음의 뮤즈였던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가 11월에 떠났다. 아직도 매일 밤 다샤님과 발로쟈의 영혼을 위해 기도드린다. 이 슬픔과 상실감은 지금도 일일이 적기가 어렵다.
올해는 글을 쓰지 못했다. 일도 너무 힘들었고 여러가지로 마음이 고되고 지쳤기 때문인지 작년에 써서 1월에 끝냈던 <4월의 로켓> 이후에는 다른 글을 시작하지 못했다. 이제 올해도 몇시간 안 남았으니 올해는 아무 것도 쓰지 못한 채 끝나는 것 같아 너무나 아쉽고 속상하다. 부디 신년에는 무엇이든 새로 쓸 수 있었으면 좋겠다.
10월에 정말 큰맘 먹고 근속휴직 1달을 내고 리가와 빌니우스에 다녀왔다. 너무나 좋은 시간, 충만한 시간이었다. 지금은 마치 꿈만 같다. 너무나 오래 전의 일인 것 같다. 그 순간들은 무척 행복했고 힘들었던 올해 그 10월이 있어 다행이었다.
나라에는 정말 충격적인 일들이 일어났다, 비상계엄과 거기 이어진 일들에 매일같이 충격을 받고 소름끼쳐하며 분노하고 있다. 사실 이 정부가 들어섰을 때부터 많이 힘들었다. 거기에 여객기 참사까지... 너무 끔찍한 일들이 많아서 간접 트라우마에 사로잡힌 것 같다.
그러니 보다 많은 기도와 보다 많은 사랑과 함께 올해를 보내고 내년을 맞이해야겠다. 부디 신년은 올해보다 어느 모로 보나 나아지기를, 더 행복하고 평온하고 좋아지기를 기도하면서 2024년을 떠나보낸다.
송구영신. 안녕, 202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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