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일요일 밤 : 새해 첫날, 퇴고는 아직, 파도가 닥쳐올 때는 fragments2023. 1. 1. 21:43
새해. 2023년 첫날. 간밤에 자정 직전 달력을 넘겨두었다. 졸려서 제야 타종 방송을 못 보고 잘 거라고 생각하며. 딱히 보고 싶은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침대에 들어갔을 때 폰으로 포털 시계를 보며 0시로 바뀌는 것을 확인했고 가족과 친구들에게 새해 인사를 보냈다. 그리고는 후딱 잠든 게 아니라 뒤척거리다 결국 새벽에 잠이 들었다.
어제 잠자리에 들기 전에 서재의 끄라스느이 우골에 가서 송년과 신년을 맞이하기 위해 한동안 마음을 다해 기도했다. 2023년이 시련 대신 행복과 건강과 용기와 새로움으로 충만하기를 바란다.
아침 일찍 깼을 때 화장실에 가는데 너무 어지러워서 힘이 들었다. 두어시간 더 자고 다시 깼을 때도 일어나니 어지러웠다. 이석증인가, 빈혈인가 등등 좀 걱정이 되었지만 씻고 화병의 꽃을 다듬고 물을 갈아주고 났더니 현기증이 가셨다.
침실에서 늦게 나왔고 아점을 챙겨 먹은 후 차를 마셨더니 어느새 해가 저물었다. 퇴고는 아직 시작하지 못했고 자전거를 타면서, 저녁 먹고 나서 글의 후반부, 특히 마지막에 쓴 문단들을 다시 읽어보기만 했다. 이미 몇몇 문장과 단어들이 눈에 걸린다. 아마 이 메모를 마치고 나면 그 눈에 걸렸던 문장과 단어, 논리에 맞지 않았던, 혹은 사실 관계와 충돌하는 단어 몇 개를 고칠 것 같다. 딱 그럴 정도의 시간밖에 없다. 내일 출근을 위해 자러 가야 하니까.
1월 1일이 토요일이나 일요일인 것, 대체휴일이 없는 것은 너무하다. 물론 음력 설과 연휴가 있으니 1월 1일은 아무 것도 아니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실질적으로 사회의 모든 체계가 신정을 바탕으로 돌아가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함. 성탄절에 대체휴일을 주지 않더라도 1월 1일은 줬으면 좋겠는데, 반대로 진행한다고 한다. 일주일 차이니까 항상 같은 요일이니 뭐 하나만이라도 건지는 게 어디냐 싶긴 하다만. 그리고 설 연휴도 너무 짧음. 대체로 우리 나라는 휴일에 너무 짜고 노동자들을 너무 부려먹는다. 하긴 이런 것도 내가 상대적으로 보기엔 안정적인 직장에 다니고 있기 때문에 나오는 배부른 소리일지도 모르겠다.
이제 일주일이 시작된다. 새해라기보다는 그냥 일요일 밤 같고, 폭풍같은 월요병에 휩싸이는 것도 비슷하다. 이번주에 아주 많은 일이 있을 것이다. 새롭지만 흥분되는 게 아니라 걱정과 부담이 가득한 일들. 변화는 때로 가슴 두근거리는 일이지만 올해, 그리고 눈앞의 이번주로 다가온 변화는 그런 종류가 아니기에 생각하면 마음이 무거워지고 뜻없는 불안감도 들지만, 그저 어려움이 닥쳐온다면 파도에 맞서지 말고 휩쓸리며 조금씩 앞으로 나아갈 생각을 하는 게 낫다고 스스로를 다잡아본다. 그리고 당장의 가장 큰 숙제는 보고서들임. 기운을 내보자.
생각한 적이 없는 어떤 좋은 일들이 일어날지도 모른다고 희망을 가져본다. 어쨌든 새해니까.
종무식 때 받아온 꽃들은 이미 많이 시들었지만 그래도 생각지 않은 꽃들이었으므로 만족한다. 하늘하늘 떨어진 스토크와 델피늄 꽃잎은 찻잔에 띄워두었다. 나머지 꽃 사진 여러 장을 아래 접어둔다. 이쁜 꽃들이라 사진도 이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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