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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남아 있던 이 하얀 천일홍이 오늘 다 시들고 말라버렸다. 그래도 2주일 가까이 구경했으니 괜찮은 편이었다. 사진은 초기에 찍어둔 것이다.





어제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심초사했으나 100% 해결, 아니 절반쯤 해결하는 것도 불가능했다. 그래서 2~30%라도 해결해보려고 오늘 아침에 예산과 행정을 담당하는 선임직원과 함께 의논하며 머리를 짜내고, 오후엔 실무 직원 몇명을 불러 추가 논의를 했다. 그래서 정말 2~30%는 어떻게 메꿀 수 있게 되었다. 나머지는 어쩔 수 없다. 포기해야 한다. 이건 네덜란드 둑 터지고 호떡집에 불난 데 이어 기름을 퍼붓는 격의 문제 발생이었다. 그러나 여기서 건져낸 일말의 좋은 점은, 이 문제를 들고 윗분에게 가서 이러이러한 상황이라는 것을 알려드리고, 이 문제의 근본적 원인은 윗분의 허황된 욕심(현실과 역량 파악이 안되고 그저 꿈만 꾸는)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아주아주 돌려서 조금은 자각시키고, 그래서 내년을 위해 또 마구 헛꿈을 뭉게뭉게 피우고 있던 것에 찬물을 끼얹어드렸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이런 충격요법이 좀 필요하기도 하다. 문제는 나쁜 결과를 책임지고 또 타개하는 건 이분이라기보단 나라는 거지 -_-




윗분이 마음대로 잡아놓은 외부인사 방문 일정이 있었는데 10명 가까이 우르르 몰려왔고 나는 인사만 하고 나가고 싶었으나 처음부터 윗분이 너무 사실관계를 착각하며 횡설수설하시기에 아무래도 안되겠다 싶어 곁에 남아서 중간중간 잘못된 정보를 발설하시거나 어버버하실 때마다 정정을 하고 부연설명을 해주었다. 그런데 회의 장소가 너무 추워서 온몸에 한기가 들었다. 요즘 위염이 심해 점심에 죽을 먹고 있는 관계로 그나마 다행히 식사는 같이 하러 가지 않아도 되었다. 오후 내내 아주 빡세게 일하다 퇴근했다.




퇴근 지하철이 엄청 만원이었는데 운좋게 금방 자리가 나 앉았다. 한참 졸고 있는데 지하철이 오늘따라 급정거가 심하고 또 승하차 문과 위치도 잘 못 맞춰서 다시 움직이고를 반복하더니만 급기야 어딘가에서는 아예 중간에 멈춰섰고 차량점검 때문에 잠시 멈춘다는 안내가 나왔다. 자다 깨서 어디인지도 모르겠다만 대충 시계를 보니 내려야 할 역에서 몇정거장 안 남은 곳이었다. 나중에 보니 삼송과 원흥역 사이였다. 어찌어찌 움직이더니 원당역에서 또 한참 정차했다. 뭔가가 고장나서 점검한다는 거였다. 이러다 한 정거장 남기고 못가는 거 아닌가 불안해했는데 다행히 우리 역까지 와서 급히 내렸다. 내리고 있는데 지하철에서 '이 지하철은 다음 역까지만 운행합니다' 라고 방송하는 게 어렴풋이 들렸다. 우리 역은 워낙 승하차 이용객이 많으니 그냥 어찌어찌 온 건가, 아니면 다음역이 좀 넓으니 거기까지 가서 지하철을 한쪽에 쑤셔넣어야 그 뒤 지하철이 갈 수 있어 그런건가 의문하며 어쨌든 불행 중 다행으로 빠져나왔다. 총 15분 가량 연착한 것 같다. 집에 돌아가는 길도 무척 추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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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분은 오늘도 강아지를 데려왔고, 그것까지는 그러려니 하려고 했는데 심지어 외부인사들이 방문한 공식적인 자리에도 강아지를 안고 나왔다. 내가 너무 놀라서 그 강아지 안고서 얘기하실 거냐고 했더니 방글방글 웃으며 '괜찮아~' 라고 하시는 것이었다. 아니, 안 괜찮다고요 ㅜㅜ 무슨 패리스 힐튼이십니까ㅠㅠ(이것도 워낙 옛날이야기ㅜㅜ) 결국 이분은 아무런 문제의식도 없이 강아지를 연신 쓰다듬어가며 업무와 공식적인 이야기들을 늘어놓으셨다. 참석한 분들은 거의 윗분과 안면이 있어 그나마 다행이긴 했지만 이분은 개인적 만남을 진행하는 게 아니라 회사의 공적 업무로 만나는 자리인데 정말 아무 생각이 없는 거였다. 천지분간을 못하시는 것이다.

 

 

 

결국 이건 내버려둘 수 없을 것 같아 오후에 '강아지 나도 너무 좋아하고 이뻐하는데, 사무실에 어제 하루 정도 데려오시는 거야 그렇다하는데 공식적인 자리에서 그렇게 안고 계시는 건 우리 회사에서 용인되는 범위는 아닌 것 같다, 그리고 임원들도 요즘 서울 출장이 많아 자주 오가시는데 불쑥 방문하셨을 때 윗분 사무실 바닥에 깔린 매트와 장난감과 간식, 무릎에 앉힌 강아지를 보면 너무 난감할 것 같다' 하고 말씀드렸다. 첨에는 '호호호 괜찮아~' 하고 방글방글 아무 생각없이 대꾸하시다가(이분의 '괜찮아'는 자기가 괜찮으면 모두 괜찮다는 뜻이다) 내가 진지하게 임원들 얘기를 하자 좀 멈칫하시더니 무슨 뜻인지 알았다고 대꾸하셨다.

 

 

 

좀 삐쳤을 것 같긴 한데 어쩔 수 없다. 반려 강아지 고양이 데리고 오고 싶어하는 직원들이 한둘이겠는가, 나도 키우고 싶지만 집에 혼자 둘 수 없어 못 키운다. 나도 강아지 키우고 싶고 데려오고 싶다. 근데 아직 반려동물과 함께 출근해 일하는 건 회사 규정이나 문화 상 용인 범위가 아니다. 우리 회사는 보수적인 곳이다. 그런데 윗분만 해맑게 호호 웃으며 강아지를 무릎에 앉히고 일하고(일도 별로 많이 안 한다), 심지어 외부손님 오신 자리에도 데리고 가서 호호 웃고 있으면 그걸 보는 부하직원들은 겉으로는 웃고 강아지 귀엽다고 해도 얼마나 속으로 기가 막혀하고 업신여기고 아니 윗사람은 해도 된다는 건가 하며 박탈감을 느끼겠는가. 이건 강아지를 데려오고 안 데려오고의 문제가 아니라 사리분별의 문제다. 정말 생각이 없어도 저렇게 해맑게 없을 수가 있나 어이가 없다. 강아지 무릎에 앉히고 지인들과 수다를 떨고 싶으면 집으로 초대를 하시든가 휴일에 반려동물과 함께 들어갈 수 있는 곳에서 사적으로 만나시든가 아니면 집에서 일을 하시든가 하셔야지요 ㅠㅠ 공과 사는 구분하셔야 하는 거 아닙니까 ㅠㅠ 너무 답답하다. 이러니까 내가 업무 외의 다른 스트레스들이 가중되어 위장에 빵꾸가 늘어나고 심해진 거라는 결론임. 흑, 슬픈 결론.

 

 

 

하여튼 오늘 좀 진지하게 말해두었으니 내일은 안 데려오시겠지 싶지만 또 그것도 모른다. 심지어 그 강아지는 본인이 키우시는 것도 아니고 부모님 댁에서 키우는 것을 자기가 요즘 좀 우울하고 싱숭하다고 '빌려온' 것이라고 한다. 아 그러시군요. 알겠습니다. 그런데 회사에까지 '빌려오시는 건' 너무합니다. 푸념할수록 온갖 이야기가 계속 나오니 여기서 끝.

 

 

 

 







늦지 않게 자야겠다. 내일은 오늘보단 덜 춥기를. 그런데 내일도 눈이 많이 온다고 한다, 흑흑... 검진 결과가 내일쯤 나와주면 좋을텐데. 일정상 내일쯤이면 나올 법도 한데 연말이라 더 늦어질 것 같긴 하다. 하긴 결과가 나와도 우울하겠지만, 불확실성을 안고 하루하루 보내자니 많이 지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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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