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6 금요일 : 건강하지만 맛없는, 융만노바 기억을 위해, 몸은 피곤하지만 새옹지마라고 생각해보며, 이제 주말 fragments2022. 12. 16. 21:13
오늘은 외부 출장이 있어서 평소처럼 새벽에 나가는 대신 아침에 조금 시간이 더 있었다. 그래서 아침을 만들어서 먹고 나갔다. 이른바 건강하지만 맛없는 조식 ㅠㅠ 아보카도 1/2, 삶은 달걀 1, 쌀빵 약간, 트러플향 감자수프, 민들레뿌리차.
민들레뿌리차는 위염으로 고생하는 나를 안쓰럽게 여기신 블로그 이웃님께서 추천해주신 것이다. 가격대가 조금 있기도 하고 맛을 보장할 수 없어 일단 몇개만 들어 있는 소포장으로 주문해보았는데 며칠 사무실에서 타 마셔보니 엄청 씁쓸한 것이 그냥 약이다 하며 마시기로 했다. 속은 정말 편한 것 같아서 30개들이를 어제 추가로 주문했다. 너무나도 감사합니다. 이것까지는 씁쓸하지만 뭐 아침마다 마시니까 맛없는 것까진 아니고. 삶은 계란도 매일 1개씩 식사 대용으로 먹었으니 나쁘지 않다. 쌀빵도 그렇고.
그러니 건강하지만 '맛없는'의 원흉은 아보카도! 실은 아보카도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아보카도란 본시 레몬즙이나 토마토나 올리브나 크림치즈나 하여튼 뭔가 가미하지 않으면 밍밍하고 미끄덩거려서 맛이 없다. 그런데 위염도 심하고 또 근 2주 가까이 검진 결과가 나쁠까봐 불안해 더욱 뭘 먹기가 불편했기 때문에 이것을 사서 후숙을 시켰다. 아침에 보니 두알 중 한알이 갈색이 되어 '어서 쪼개주오' 상태였다. 그래서 반으로 쪼개서 슬라이스해 그대로 조식 접시에.... 이렇게 놓고 먹었더니 물론 당연히 맛이 없다. 애초에 드레싱이고 뭐고 아무것도 없으니 당연하다. 수프에 조금씩 적셔서 먹으면서 '괴식 아닌가?' 하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건강할 줄 알았지만 별로 건강한 맛은 아니었던 저 감자수프는 컬리에서 사서 냉동실에 처박아뒀던 건데 아침에 데워서 같이 먹었다. 그나마 아보카도의 밍밍함을 잡아주긴 했지만 이것이 생각보다 좀 간이 세서 결국 드레싱과 소금간 안 한 아보카도와 계란은 이것으로 상쇄되고 '건강한'에 손상을 가함. 이거 때문에 먹고 나서 조금 배가 아팠으므로 결국 건강하지만 맛없는 아점이라기보단 '건강하려다가 말았던, 맛도 별로 없는' 아점으로 끝남. 이럴줄 알았으면 그냥 평소처럼 민들레차랑 계란이나 먹고 나갈 것을, 날씨도 춥고 바깥에 출장도 다녀와야 하고 새벽에 나가는 것도 아니니 오랜만에 차려서 접시에 놓고 먹고 나가려다 별로 이득을 못봄. 사진만 보면 별로 맛없어 보이진 않는데.
으깨서 빵에 발라서 그위에 뭔가 토핑이라도 얹어야 맛이 날텐데, 아니면 과카몰리... 이렇게 쪼갠 후 곧이곧대로 잘라서 먹으니 당연히 맛이 없을 수밖에. 알면서도 산 내가 잘못이지. 그나마도 한 알만은 안 팔아서 두 알짜리 샀는데 냉장고에 남은 반토막이 있고 거의 갈색으로 변해가는 나머지 한 알도 있다. 레몬즙 뿌리고 싶다 흑흑.
나 건강하오 하고 소리치는 아침밥 접시 ㅋㅋ 저 아보카도가 차라리 오이였으면 더 맛있었을 것 같다!
교훈 : 직접 끓이는 수프 외엔 믿지 말자.
(하지만 게을러서 수프를 다시 끓일 날이 올지 모르겠음)
민들레차.
이 컵은 프라하 여행에서 마지막으로 들렀던 카페인 융만노바 광장의 별다방에 대한 기억 때문에 산 것이다. 우리 동네나 사무실 동네에는 리저브 매장이 없어 인터넷으로 주문해 받았다. 컵이 상당히 묵직해서 사실 내 손에는 과하다. 별다방 머그들이 대부분 무겁다. 세이렌 로고는 별로 안 좋아하지만 리저브 매장 컵들은 세이렌이나 스타벅스 글자가 적혀 있지 않고 디자인이 단순해서 마음에 든다. 하여튼 그래서 융만노바 별다방 생각하며. 민들레차 타먹었음. 커피가 아닙니다.
흑흑 융만노바 별다방이라면 좋겠지만 여기는 화정 카페 자이칙입니다.
추운 날씨에 바깥 출장을 나갔는데 업무미팅 상대방이 코로나 확진으로 못나와서 흐지부지 취소가 되었다. 사무실에서는 반대 방향이고 다시 들어가기도 애매해서 뭔가 새옹지마로 일찍 귀가했다. (최선을 다해 열심히 했다면 사무실로 복귀해 1~2시간 더 일할 수도 있었지만 붉은 군대 때문에 정말 힘들었고 너무 춥고 길이 미끄러웠다) 그래서 차를 우려 마시며 남은 오후를 이렇게 좀 쉬었다. 이 차도 도라지차. 눈 딱 감고 홍차 마실까 하다가 진통제도 먹고 있으니 꾹 참았다. 이미 조식과 컵 사진으로 길어졌으니 티타임 사진 몇 장은 접어둔다.
원래는 이 글은 tasty and happy 폴더에 따로 올리려고 했는데 적다보니 오늘 하루 얘기가 다 담겨 있어서 그냥 오늘의 메모로 덮어쓰기로 했다. 눈이 많이 왔고 날씨가 매우 추웠다. 밖에 멀리 나갔다 오느라 피곤했지만 그래도 잠시 사무실에서 벗어나니 그건 괜찮았다. 생각지 않게 미팅이 취소되어 뭔가 허탕친 하루였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덕분에 아침에 조금 더 자고, 또 오후에 차도 마셨음.
이른 저녁에는 너무 졸려서 30분 가량 침대에 들어가 잤고 조금 더 누워 있다가 저녁을 챙겨 먹었다. 오늘 들어오면서 잠깐 물리치료를 받고 왔는데 거기서 혈압을 재보니 검진 결과보다 낮았다. 이런 건 사실 수면 상태나 긴장 여부에 따라 들쭉날쭉하긴 하다. 하지만 오늘처럼 좀 이완된 경우만 있는 게 아니라 잠 모자라고 피곤하고 긴장되는 나날이 훨씬 많으니 낮게 나온 날이 정답이라고 하기도 어렵다. 예전 검진 결과들도 뒤적여보니 전반적으로 높진 않았지만 연도별로 크게는 20까지 차이가 났다! 그러니 병원 갈 때마다 다시 재봐야겠다.
이제 주말이라 다행이다. 붉은 군대와 맹추위가 겹쳐서 몸이 힘들다. 인후염이 좀 수그러들자 위염이 오고, 검진 결과에 대한 불안감이 해소되자 붉은 군대가 오시고, 또 손목은 계속 치료 중이니 뭔가 지속되는 통증들 ㅠㅠ 하여튼 이번 주말엔 글을 다 쓰는 것을 목표로...
눈이 많이 왔는데 그냥 지나가려니 그래도 좀 아쉬워서 집 앞 나무에 눈 쌓인 사진 한 장으로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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