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0 토요일 밤 : 아이리스, 피곤하게 뻗었는데 꿈까지, 피도 보고, 제대로 쉬지 못한 하루, 아아 다 쓰고 싶었는데 또 미뤄진다 fragments2022. 12. 10. 22:20
매년 아이리스가 나오면 주문할까 말까 고민한다. 사실 매우 좋아하는 꽃인데 이 녀석은 일단 꽃이 피면 수명이 너무 짧아서 정말 실용적이지 못하다. 단 하루이틀의 아름다움을 위해 주문을 해야 하는가 항상 망설이는데 이번에 조금 할인을 하기에 딱 5대만 주문했다, 거기에 스프레이 델피늄 조합으로 사면 배송비가 무료라고 해서 또 낚임. 델피늄은 새파란 색을 더 좋아한다만 결국 연하늘색이 왔고 꽃이 많이 핀 상태라 둘다 오래가지는 않을 것 같다. 하여튼 아이리스는 봉오리 때랑 막 피어나서 꽃잎이 조금만 벌어졌을 때가 제일 예쁘긴 하다. 다 피면 좀 부담스럽게 사방으로 벌어져서 모양이 많이 달라진다.
막 피어나기 시작했을 때.
아이리스는 아주 오래 전, 대학 졸업식날을 떠올리게 한다. 쥬인이 내게 아이리스 꽃다발을 주었다. 내가 좋아한다고. 비싼 꽃을 어떻게 샀느냐고 내가 놀라고 감동했던 기억이 여전히 생생한데 그게 이젠 정말 오래 전이라니 참 세월이 빨리 흘러간다.
..
무척 피곤하게 잠들었다. 9시간 가까이 잤으니 많이 잤는데 피로가 풀린 건지는 모르겠다. 새벽 4시 쯤 악몽을 꾸고 한번 깼었다. 요즘 무의식적, 의식적 불안감이 좀 있다 보니 그것이 반영된 것 같다. 꿈속에서 터무니없는 인사이동이 있었고 나는 몇년 전에 맡았던 예산 실무를 다시 맡게 되었다. 이것이 정말 육체적으로 심적으로 고된 업무라 임원께 전화해서 몹시 항의를 하였고 이때 내가 검진 후 안 좋은 결과가 나와서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하기까지 했다. 역시 내 마음 속으로 걱정이 많이 되고 있었던 모양이다 ㅠㅠ 하여튼 이게 꿈이라서 다행이라 생각하며 깼고 그 김에 새벽에 도착한 꽃 상자를 현관 안에 넣어두고는 도로 잤다.
9시 좀 넘어서 억지로 일어나 꽃을 다듬기 시작했다. 아이리스는 본래 별로 다듬을 게 없는 꽃이라 편한데 델피늄은 잔잎들이 꽤 있고 줄기가 가느다랗기 때문에 손이 좀 간다. 그런데 그 다듬을 것이 거의 없는 아이리스의 잎사귀를 잘라내다가 그만 가위로 왼손 중지 손가락 안쪽을 베고 말았다 ㅠㅠ 잠이 덜 깼었는지... 조금이지만 피를 봤음. 그래서 약을 바르고 밴드를 붙이고 등등... 이런 일과 함께 지난주에 받아서 아직 시들지 않은 꽃과 식물을 다른 화병에 옮기고 손을 보느라 결국 꽃 다듬어 꽂는데 한시간 가량 걸렸다.
꽃을 모두 다듬어놓은 후 도로 침대로 기어들어가 뻗었다. 다시 잠들지는 않았으나 그냥 침대에 눌러붙어 있었다. 그러다 늦게 일어나 청소, 목욕, 늦은 아점, 쓰레기 버리기 등 잔일들을 했다. 그 이후 휴식... 했으면 좋았겠지만 휴직 중이던 부서 직원의 가족 부고 소식을 좀 늦게 전해들었고 이와 관련해 회사에 알리고 각종 조치를 취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소식이 늦었던데다 지방이라 조문을 가지 못해 이 친구에게 조의문자를 먼저 보낸 후 한동안 통화를 하며 위로를 해주었다. 그리고 주말인데 중요한 손님들이 갑자기 우리 업무와 관계된 행사장에 들르실 예정이라는 얘기를 다른 부서 담당자에게서 듣고는(그쪽 업무와 관련해 오셨다가 우리쪽에 들르시기로 즉흥적 결정을 한 것이다) 이것을 챙기느라 또 한참 걸렸다. 이 일 때문에 하루가 그냥 가버린 것이나 다름없었다.
일을 챙기면서 차를 마시는둥 마는둥 했고 실내자전거를 오늘은 25분 가량 탔다. 그러고는 어물어물 밤이 되었다. 몸이 아직 피곤하고 내시경 여파로 아직도 목이 아프다. 저녁에 글을 반 페이지 가량 썼는데 이 메모를 마치고 글을 좀 더 이어쓰고 싶은데 졸리고 머리가 좀 멍해서 쓸 수 있을지 모르겠다. 약기운 때문인가 했는데 가만히 보니 평일엔 잠자리에 들어가는 시간이라 그런 것 같기도 함. 아아 이번 주말에 이 글을 다 마치려고 했는데 오늘을 이렇게 날려버렸으니 또 다음 주말까지 갈 것 같다. 속상하다.
꽃 사진 좀 접어둔다.
아침에 도착했을 때. 아이리스는 딱 한 송이가 좀 빨리 피기 시작했다.
지난주에 온 꽃 남은 애들이랑 같이. 화병만 바꿨다. 바꿔 꽂다가 측백나무 잎사귀 사이의 가시에 찔림. 가시인지 가느다란 잎인지 모르겠다만 하여튼 손가락에서 엄청 가느다랗고 조그만 가시 같은 것을 뽑아냄 ㅠㅠ 아마 아주 작은 잎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만...
... 그런데 이 글을 쓰기 직전에 보니 제일 빠른 아이리스가 이렇게 피어나더니만...
(여기까진 괜찮음)
... 그러더니 순식간에 이렇게 활짝 피어버렸다. 흑흑, 너무 빨라...
(이렇게...)
그리고 지금 다시 뒤를 돌아보니 다른 아이리스도 한 송이 피어나고 있다. 집에 난방을 하고 있으니 아무래도 자고 나면 이 녀석들이 모두 활짝 피어 있는 게 아닌가 싶다 흑흑... 거실 난방을 잠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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