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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agments'에 해당되는 글 1036

  1. 2023.01.15 1.15 일요일 밤 : 눈, 가라앉아 보낸 주말 6
  2. 2023.01.14 1.14 토요일 밤 : 완전히 뻗음, 용해, 고갈, 장미
  3. 2023.01.13 1.13 금요일 밤 : 07 to 23, 몸과 마음이 다 닳아 없어짐 2
  4. 2023.01.12 1.12 목요일 밤 : 매우 바쁘고 지치는 날 계속
  5. 2023.01.11 1.11 수요일 밤 : 정말 지쳤음 2
  6. 2023.01.10 1.10 화요일 밤 : 폭풍과 변화, 일희일비하지 않는 마음과 지혜, 매우 피곤, 아빠, 에릭 2
  7. 2023.01.09 1.9 월요일 밤 : 재난문자, 도망가기는 글렀음, 자기최면
  8. 2023.01.08 1.8 일요일 밤 : 되풀이되는 패턴의 꿈들, 수면 부족, 우울하고 산란함, 본격적 퇴고는 아직, 변화와 시련 6
  9. 2023.01.07 1.7 토요일 밤 : 너무 피곤함,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일도 찔끔찔끔, 꽃들, 정교 성탄절, 양생, 퇴고는 미룸 2
  10. 2023.01.06 1.6 금요일 : 고된 일에 시달리다 어느덧 금요일 밤, 일을 싸와서 슬픔, 조금 다행, 무의식에서 구현된 질서
  11. 2023.01.05 1.5 목요일 밤 : 초코에 의지해 오늘도 간신히, 산란한 마음, 기도 6
  12. 2023.01.04 1.4 수요일 밤 : 종일 일하고 또 일하고, 네덜란드 호떡집은 또 진화했다 2
  13. 2023.01.03 1.3 화요일 밤 : 완전히 지치고 또 지침, 같은 마음, 그래도 다행인 일 2
  14. 2023.01.02 1.2 월요일 밤 : 신년 같지 않은 그냥 월요일, 바쁘고 피곤, 기도와 마음 2
  15. 2023.01.01 1.1 일요일 밤 : 새해 첫날, 퇴고는 아직, 파도가 닥쳐올 때는 2
  16. 2022.12.31 12.31 토요일 밤 : 송구영신, 쥬인과 함께 보낸 하루, 글쓰기와 들림, 한 해를 보내는 마음 6
  17. 2022.12.30 12.30 금요일 저녁 : 기념 꽃, 어느새 여기, 급속히 사라진 반차, 끝내려고 했는데, 하루 전의 꿈
  18. 2022.12.29 12.29 목요일 밤 : 작별 쿠키, 선배와 잠시, 역시 약기운으로 버텼던건가, 이제 이틀
  19. 2022.12.28 12.28 수요일 밤 : 스스로 선물, 다가올 시련에 대해, 얍! 4
  20. 2022.12.27 12.27 화요일 밤 : 크리스마스 새해 선물 4
  21. 2022.12.26 12.26 월요일 밤 : 수면 매우 부족, 홍차 대신, 계속 쓰는 중 2
  22. 2022.12.25 12.25 일요일 밤 : 성탄절, 쓰면서 보낸 주말
  23. 2022.12.24 12.24 토요일 밤 : 게으르게 쉬었는데 왜 피곤할까, 크리스마스 전날, 분위기 조금이라도 내보려고, 주된 이유는 게으름! 2
  24. 2022.12.23 12.23 금요일 밤 : 까르또슈까, 완전 러시아 날씨, 쥬인과 즐겁게, 선물 2
  25. 2022.12.22 12.22 목요일 밤 : 엄청 바빴음, 토끼본색, 아압 일해먹기 힘들어, 매일매일 되풀이해서 얍!

 

 

 

종일 눈이 내렸다. 하지만 기온이 애매해서인지 쌓이지는 않았고 내리는 족족 녹았다. 그나마 다행이라 해야 하나. 하지만 오후로 접어들자 점점 추워지는 게 느껴졌고 보일러를 올려두었다. 가스요금이 올랐으니 난방비가 많이 나오겠지ㅠㅠ 

 

 

몸의 피로는 아직 다 가시지 않았다. 지난주에 많이 무리하기도 했고 과로와 스트레스 때문에 그날이 많이 늦어지고 있는 여파도 있어 계속 머리가 아프고 온몸이 쑤시고 저렸다. 왼쪽 손목에선 뚝뚝 소리도 난다. 이명도 도졌다. 전체적으로 몸 상태가 나쁘다. pms와 여러가지 우울감이 겹쳐서 이번 주말은 좀 힘들었다. 종일 무기력하고 마음이 가라앉고 산란했다. 일도 사람도 구조도 모두 힘들어서 그런 것 같다. 삶이 아무런 의미도 없이 모래알처럼 빠져 달아나는 느낌이다. 번 아웃이 온지는 이미 오래됐는데 거기에 이런 식의 무거운 우울감이 겹치면 상당히 힘이 든다. 일상의 작은 것들을 통로로 나날을 살아오고 버티고 있지만 때로는 그것만으로는 모자란다. 일과 스트레스와 나를 현명하게 분리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만큼 오래 일을 하고 이렇게도 나이를 먹었지만 여전히 어렵다. 사회적 가면이 무척 버겁다. 

 

 

내일은 본사에 당일치기 출장을 다녀와야 한다. 기차를 오래 타야 하니 너무 불편하지 않은 옷을 챙겨놔야겠다. 이번주를 잘 버틸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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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너무 힘들어서 아무것도 못하고 늘어져버린 토요일.





어제 정말 너무 무리해서 일했다. 이번주 내내 온갖 일들이 너무 많이 터졌고 기한이 코앞인 보고서도 써야 했다. 평소같았으면 저녁까지 하다가 힘드니까 포기하고 일을 싸들고 와서 주말에 마저 했을텐데 1. 너무너무 주말에 또 집에서 일하고 싶지 않았고, 2.우리 집 프로그램이 하위버전이라 그런지 자꾸 폰트가 깨지는터라 편집이 꼬일 것 같았다. 그리고 늦게까지 일하다보니 조금만 더 하면 될것 같아 거기서 끊고 집에 가려니 너무 아까웠다. 그러다 결국 저녁도 못 먹고 시멘트처럼 굳어진 채 계속해서 자료를 만들었다. 중간중간 사람들과 관련한 문제들, 새롭게 떨어진 과제 등 다른 피곤한 일들도 중첩되었다. 새벽에 출근해 일곱시에 사무실에 도착해 줄곧 일했던터라 열시가 넘어가자 좀 한계가 와서 너무 어지럽고 토할 것 같아서 마지막 부분은 거의 눈에 보이는 것만 좀 고치고 마무리해버렸다. 하여튼 '집에 안 가져오기, 주말에 안 하기'는 달성했으므로 그걸로 위안하며 퇴근했다. 비가 부슬부슬 내렸다. 먹은 게 너무 없어서 택시 타는 게 겁났지만 그 시간대에는 우리 집 가는 지하철은 끊겼으므로 결국 비상용으로 놔두었던 도라지절편을 먹고서 '부디 버틸 수 있게 해주세요' 하고 기도하며 택시를 잡아탔다. 그 시간대에도 은근히 차가 많아서 집까지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멀미가 났지만 그래도 어찌어찌 견디며 집에 왔다.




한시 쯤 잠자리에 들었다. 너무 피곤하게 잤고 온갖 꿈에 시달렸다. 과도하게 문서작업을 해서 보호대를 차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왼쪽 손목이 너무 아팠다. 토요일 오전에도 물리치료받으러 갈 수는 있었지만 너무 피곤해서 포기했다. 많이 자고 싶었지만 9시 즈음 깨버렸다. 다시 자려고 해도 잘 되지 않았다. 날씨도 한몫 해서 온몸이 가라앉고 또 가라앉았다. 잠은 더 못 잤지만 침대에 몇시간 더 누워 있었다. 일어날 때쯤 아주 심하게 오른쪽 종아리에 쥐가 나서 고생함. 어제 워낙 오래 앉아 문서작업을 했으니 몸이 굳을만도 하다.




오전 목욕, 저녁 목욕을 했다. 저녁에 따뜻한 물을 받아놓고 욕조에 들어가 있는데 너무 피곤하고 지쳐서 그랬는지 온몸이 거품과 물 속으로 용해되는 것 같았다. 보통 욕조에 들어가도 오래 앉아 있지 않고 빨리 나오는데, 오늘 저녁엔 그냥 계속 그렇게 앉아있고만 싶었다.





늦게 일어났고 청소와 아점, 차 한 잔, 목욕, 저녁, 밀린 빨래 외엔 한 일이 없다. 아, 맞다. 결국 업무시스템에 접속해서 간밤에 마치고 보내놓은 문서가 제대로 들어갔는지 열어봐서 쭉 훑어봤다. 역시 마지막에 힘들어서 대충 본 부분들에서 뭔가 편집이 꼬인 게 한두개 보였지만 손대고 싶지 않아서 내버려두었다.





연말에 마친 글은 일주일 동안 열어보지도 못했다. 퇴고를 해야 하는데, 이것도 시기를 놓치면 어려워지는데 도저히 그럴 기력이 없다. 뭐라도 쓰고 싶지만 역시 그럴 기력도 없다. 심신의 모든 에너지를 고갈되고 구멍이 나버릴 정도로 다 긁어 쓴 느낌이다. 아마 일 자체만 힘든 거라면 그냥저냥 좀 쉬면 회복될텐데 이게 좀 본질적 차원의, 해결할 수 없는 스트레스 때문이라 쉽지 않다. 이 바닥과 구조, 현 사회(말이 거창한데 하여튼 다 연관이 있음)가 바뀔 수도 없는 거니까.





사진은 오늘 오후에 도착한 장미. 핫 머렝게 장미라는 이름이다. 굉장히 예쁘다. 천도복숭아 색깔이라는 묘사가 되어 있었는데 정말 그런 느낌이다. 오늘 나의 유일한 위안. 가시와 잎 다듬으면서 찍어둔 사진.



종일 머리도 아프고 또 배아파서 고생했다. 당연히 과로 때문이다. 오늘 푹 자면 내일은 조금 더 나아지겠지.















꽃 사진과 티타임 사진 몇 장 접어두고 마무리. 세시 다되어 마신데다, 비 때문에 종일 어둑어둑해 자연광이 부족해서 티타임 사진은 거의 안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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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7시에 사무실 도착해서 죽어라 일하고 밤 11시에 나옴. 이제야 택시 탔다. 너무너무 피곤하다.



 

 






...

 

 

 

 

 


... 밤 12:45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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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인데도 역시 금요일 밤이라 조금 밀려서 45분쯤 걸렸다. 우리집이 멀어서 밀릴땐 1시간 20분, 심야에 잘 뚫릴 땐 30여분만에 주파할 때도 있는데 오늘은 심야라도 오래 걸림. 심야 할증이 붙은 건지 3만원 넘게 나옴. 흑 ㅠㅠ




정말 너무 피곤하다. 온몸과 머리의 에너지를 마이너스 100까지 끌어다썼다. 정말정말 주말에 집에서 일하고 싶지 않아 초인적 괴력으로 다 쓰고 옴. 마지막 30분 쯤은 너무 어지러워서 고치는둥 마는둥 해서 이 보고서의 마지막 사업 파트는 매우 부실할듯하다. 그 부분은 실무자들이 쓴 걸 형식만 최소한밖에 못고쳤고 내용은 눈에 들어오지 않고 너무 어지럽고 멀미가 났다. 일곱시부터 밤 열한시까지 계속 사무실에서 점심엔 조그만 즉석죽, 저녁은 굶고 초콜릿 몇알, 나오면서 도라지절편 한알 먹고 버팀. 파제르 초코가 아니었으면 못 버텼을 것 같음 ㅠㅠ




당연히 멀미하며 왔고 씻고 최소한의 정리를 하니 벌써 한시가 다 됐다. 아 그래도 일 안 싸왔어... 주말엔 쉬고 또 쉴거야... 이제 자야겠다. 이렇게 사는 게 과연 유의미할까? 일이 많은 거야 그렇다치고, 그냥 모든, 정말 모든게 지쳤다. 몸과 마음이 다 닳았다. 보고서 지옥에 빠져있는 와중에도 계속 아주 피곤한 새 과제가 떨어졌고, 부서 직원들이 줄줄이 휴직이니 병가니 사유로 면담요청을 해왔다. 다들 상담을 해주고 좋은 방향을 찾아주었다. 그런데 정작 휴직이 필요한 건 나인 것 같다. 너무 지쳐서 아무 생각 안하고 앞뒤 가리지 않고 그냥 쉬어버리고 싶다. 근속 기념 휴직을 무급으로 석달까지 쓸수 있는데 부서운영 빵꾸와 책임감, 그리고 이런 임원진 변동시기라면 향후 커다란 불이익이 있을 것 같아 차마 못 쓰고 있다. 이건 기한이 있어서 그냥 놔두면 사라지는데.... 그런데 앞뒤 생각하다 완전히 알이 나간 전구가 될 것 같다. 일단 자야겠다. 푹 자고 쉬면 좀 나아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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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새벽에 평소보다도 더 일찍 일어나 출근, 사무실에 도착했더니 7시가 살짝 넘어 있었다. 그리고 빡세게 일하고 야근하다 이제 퇴근... 그런데 보고서는 목표치만큼 못썼고 과연 내일 다 마치고 귀가해 주말에 일 안하는 꿈을 이룰 수 있을지 모르겠다 ㅠㅠ




오늘도 너무너무너무 바쁘고 피곤하고 힘든 하루였다. 오전엔 새로 오신 최고임원께 업무보고를 하러 들어갔다. 아주, 매우 요구사항이 많고 지시가 즉각 이행되기를 바라는 타입이신듯, 앞으로 정말 피곤할 것 같다. 여러가지 업무가 가중될듯. 빠릿하지 못한 직원들을 데리고 일하는 입장에서는 참 걱정이 된다. 얘들이 제깍제깍 알아듣고 일을 해낼 역량이 없는데ㅠㅠ




정말 피곤하다. 낙이 없다. 일 좀 그만하고 싶다. 매일 일 얘기밖에 안 함. 왜냐면 일만 하니까ㅠㅠ 늦게 나와서 지하철도 만원이다. 여태 한번도 안 나타났던 토끼 수호 우렁이가 그간의 무관심을 사과하며 화수분을 하나 선사해주면 좋겠음. 하루종일 긴장하며 보고하고 빡센 미래에 대한 암울한 전망을 지고 또 죽어라 보고서 쓰고(게다가 상당량을 남기고) 늦게 귀가 중이라 집 가면 씻고 밥먹고 그냥 뻗으려고 퇴근 지하철에서 메모 적음. 내일 야근을 하더라도 보고서 다 마치고 토욜에 일 안하고 싶은데 오전에 또 중요한 손님이 오니 참 너무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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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23. 1. 11. 21:17

1.11 수요일 밤 : 정말 지쳤음 fragments2023. 1. 11. 21:17

 

 

 

너무 바쁘고 피곤하고 완전히 녹초가 되도록 지친 날이라 저곳에 가 앉아 알콜도수가 높은 칵테일이라도 한잔 마시고 뻗어버리고 싶다. 그랜드 호텔 유럽의 로비 바. 사진은 호텔 sns에서. 내가 좋아하는 바이다. 여기 칵테일보다는 아스토리야 쪽이 더 취향에 맞긴 했지만 이 바의 아름다움이란 도저히 잊을 수가 없다. 아스토리야는 로비의 로툰다 카페가 멋지고 이 호텔은 이 바가 멋지다. 사실 건축양식이나 내부의 화려함은 그랜드 호텔 유럽이 훨씬 윗길이긴 하다. 묵기에는 아스토리야가 좀더 내 마음에 들지만. 하여튼 두곳 모두 그립다. 

 

 

너무너무너무 바빴다. 어제 많은 변화가 휘몰아쳤던 날이라 그런지 잠도 잘 안와서 약을 조금 더 먹고 잤다. 매우 수면 부족 상태로 출근. 새벽에 비몽사몽 출근해서 죽어라 일했고 막 새로 오신 최고임원께서 예고도 없이 방문을 하셔서 내가 맡은 부서와 운영하는 시설 전체를 안내해드리느라 오전에 정신이 쑥 빠졌다. 그것까진 그렇다 치는데 부임원께서 너무 빡치게 일을 떠넘기고 힘들게 구셔서 정말 화가 났고 힘이 들었다. 억울하고 피곤하게 일이 자꾸만 떠밀려 왔다. 이 와중에 또 내일 아침에 제일 먼저 최고임원께 사업계획 보고를 하라고 해서 그 자료를 오후부터 퇴근 시간까지 정신없이 만들어야 했다. 아아 원래 쓰려고 했던 보고서는 어떻게 하란 말이야 ㅜㅜ 이렇게 일이 빵빵 터지니 막상 써야 할 보고서는 오늘 하나도 못썼음. 내일도 아침부터 업무보고하러 가야 하는데... 정말 이번주엔 주말에 일하기 싫어서 오늘내일까지 빡세게 써서 다 끝내보려 했는데. 정말 너무 힘이 든다. 모든 보고서를 믿고 맡길 직원이 정말 1도 없고... 결국 주말까지 또 일해야 할 것 같다. 

 

 

부당하게 우리 쪽으로 떠넘겨지는 업무가 자꾸 많아지니 오늘은 울컥하고 기분이 너무 안 좋았다. 내가 너무 화가 나자 오히려 윗분이 나를 위로했다. 사실 반대가 돼도 모자랄 판인데 ㅜㅜ (윗분은 임원들이 얼척없는 행동이나 지시를 하면 화를 낸다기보다는 너무 어이가 없어 허허허 하고 웃다가 뒤늦게 급발진하여 화르르 떠는 타입이심. 그래서 적절한 때 적당하게 화내고 항의하는 타이밍을 항상 놓치신 후 뒤늦게 분노하여 사람들을 힘들게 만드시는 편이다) 아마 오늘은 내가 너무 빡쳐하니까 본인의 화는 좀 누그러진 것일지도 모름. 하여튼 우리 둘다 너무 빡치고 억울하게 일을 떠맡고 있음. 다른 부서들은 상급 본부장이 바람막이를 해주시는데 우리는 윗분이 그런 역할을 해주시지 못하니(이건 이분 잘못이라기보단 구조적인 문제임) 정말 너무 손해가 막심하다. 너무 힘이 든다. 부서를 두세개는 운영하고 있는 기분이고 거기에 선임실무까지 다 하는 기분임 흑흑. 그래도 아직은 서울에서 근무하고 있으니까 그걸로 위안을. 

 

 

제발 부디 내일은 다른 일들이 더 밀려오지 않게 해주세요. 오전의 업무보고를 잘 마친 후엔 보고서를 쓸 수 있게 해주세요 흑흑. 우렁이 없어 엉엉, 다 내 손으로 다 해결해야 해 엉엉... 똑똑하고 일머리 있는 직원 하나만 내려주세요 엉엉, 그래봤자 안 줄거야 엉엉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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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바쁘고 정신없었던 하루가 지나갔다. 새벽에 수차례 깼다가 도로 자곤 해서 피곤했다. 여러가지 변화가 있었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일단 시작되었으니 이제 매사에 현명하게, 어려운 일이 발생하지 않게 잘 대처해나갈 수 있는 지혜와 용기, 경륜과 순발력, 넓은 마음, 무엇보다도 일희일비하지 않는 태도를 지녀야겠다. 쓰는 건 쉽지만 사실 하나하나 어려운 일들이다. 기운을 내야지. 

 

 

그래도 오늘은 선배 본부장들과 점심을 먹고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나누어서 기분이 좀 나았다. 본사에서 떨어져 있고 서울에서 근무해서 좋은 점이 물론 훨씬 많지만, 정보의 부재가 너무 큰 단점이고 특히 우리 윗분은 조직에 대한 이해도가 여전히 너무 없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채널이 아주 아쉽다. 그래서 이런 얼마 안되는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고 애쓴다. 

 

 

오늘은 너무 폭풍같은 하루였기 때문에 보고서는 오전에만 조금 손댈 수 있었다. 내일 집중해서 빡세게 써서 내가 맡은 부분은 다 마치는 게 목표인데 과연 가능할지 모르겠다, 다른 직원들 파트도 손대야 하는데 ㅜㅜ (사실 그게 더 어려움) 주말에 일하지 않는 게 최종목표인데 부디 제발 ㅜㅜ 

 

 

몸이 많이 피곤하고 지친다. 어제 도래한 줄 알았던 붉은 군대는 보류되었다. 스트레스와 과로가 심할 때 가끔 이렇게 짠 하려다 이틀 이상 미뤄질 때가 있는데 몸은 힘들고 머리도 많이 아프다. 오늘은 푹 잘 수 있으면 좋겠다. 

 

 

아빠가 그래도 회복 경과가 좋은 편이라 참 다행이다. 이제는 빨리 퇴원하고 일도 빨리 복귀하려고 하셔서 제발 조바심내지 마시라고 말씀드렸다. 답답하신 건 알지만 수술 후 이제 몸이 나아졌다고 조급하게 무리하셨다가 부작용이라도 올까봐 걱정이 되어서 그렇다. 편안하게 잘 회복되시기 바란다. 회사 일은 힘들지만 그래도 아빠가 나아지셔서 마음 한구석의 무게가 좀 덜어지는 기분이다. 

 

 

에릭이 2월 쯤 서울에 들를 수도 있다고 연락이 왔다. 꼭 와서 얼굴 볼 수 있으면 좋겠는데... 도쿄 갈 일이 생겼는데 짬이 나면 나 보러 서울에 하루 정도 들러보겠다고 한다. 예전엔 자유로운 영혼의 예술가였으므로 이렇게 말하면 진짜로 올 가능성이 아주 높았는데 지금은 이 녀석도 제도권으로 들어가버렸으므로(내가 이렇게 놀리고 있음. 예술가가 영혼을 팔고 제도권 교육으로 수렴되다니!) 정말 올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서울에서 에릭을 봤던 게 어언 십여년 전이라 꿈만 같다. 그 이후엔 프라하와 페테르부르크에서만 봤다. 새삼 '너 코펜하겐 한번도 안왔잖아!' 하던 그의 일침이 다시 생각남. 지난번 프라하 갔을 때 너 어떻게 날 보러 안 오느냐고 섭섭해 했더니 갑자기 기다렸다는 듯 빵 터뜨린 그 한 마디. 그러고 보니 십년 동안 그 말 한마디 안하고 나 보러 와줬던 에릭이 참 고맙다. 아무리 북유럽권 주민이라 해도. 입장 바꿔서 나도 거리상으로는 비슷한 일본 가는 게 쉽지 않은데 새삼 너무 쉽게 페테르부르크나 프라하로 나 보러 오라고 했던 것 같음. 게다가 그 말에 이 녀석은 정말 와주기도 했었고. 엄청 고마운 친구임. 서울에서 다시 보면 참 좋겠다. 못 오더라도 말이라도 참 고맙다. '너 보러 서울 하루쯤 들를 수 있나 일정 빼보려고' 라고 해주는 친구가 있어서. 나는 친구가 그리 많지 않고 진짜 친구는 정말 몇명 안되지만 그래도 그들은 참 좋은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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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새벽에 곤하게 자다가 귀를 찢는 듯한 재난문자에 너무 놀라 퍼뜩 깼다. 비몽사몽 폰을 보니 인천, 바다, 지진 강도 4 등의 문자가 보였다. 그런데 '아 우리 동네 아니네' 하며 도로 자버렸다. 결국 이때 깊은 잠에서 확 깬 여파로 거의 한두시간마다 계속 깨다 6시 되기 전에 일어나긴 했지만. 출근하면서 지진 뉴스를 이것저것 보다가 드는 생각들... 아, 우리 동네에서 별로 멀지 않구나. 수도권 쪽이잖아. 나는 지진 나면 도망도 못가고 이렇게 어리버리하다 깔리겠구나... 전쟁나도 그렇겠네, 우리 동네는 파주랑 면해 있고 전시작전구역인가 뭔가라 새벽에 이렇게 갑자기 폭격이나 뭐가 들이닥치면 도망 못 가겠구나 등등. 뭔가 운명론적이고 진취적이지 못한, 자기패배적인 마인드로 출근함 흑흑. 

 

 

아주 바쁘게 보낸 하루였다. 보고서를 열심히 썼지만 물론 아직 꽤 남았다. 실무자들이 보내온 자료들을 대조하며 고치기도 하고 내 파트를 업데이트하기도 하고 등등, 이번주 중에 제대로 다 마무리를 빨리 할수 있기만을 바라는 중이다. 이번 주말에도 일을 싸들고 오는 건 정말 너무 싫은데... 

 

 

내일 회사의 임원진이 바뀌면서 여러가지 변화가 오게 된다. 그리고 이것과 관련해서 거의 애피타이저처럼 우리 부서로 굉장히 피곤한 숙제가 하나 떨어지는 중임. 아 모르겠다, 이런 몸빵으로나마 때울 수 있으면 다행이다. 

 

 

너무 피곤하고 특히 어제와 그저께 너무 우울하고 심란했는데 붉은 군대가 슬며시 도래하였다. 몸도 아프고 힘들긴 했다. pms 때문에 더 우울했던 거라고 믿어보며,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뜨고 어려운 일은 직접 마주하면 덜 어려울 거라고 스스로를 위안해보며 늦지 않게 잠자리에 들어보려 한다. 진통제를 좀전에 먹긴 했음. 주말부터 손목 통증이 재발했다. 손목을 움직일 때 뚜둑 소리도 가끔 난다. 재발은 거의 예견된 수순이었다. 보고서를 열심히 써서 그렇다. 무거운 건 어찌어찌 들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일을 안 할 수는 없으니 참 괴롭다. 

 

 

어디론가 가서 그저 쉬고만 싶다. 일하며 살아가는 것이 고단하다. 아니, 일하는 것 자체라기보다는, 모종의 조건과 사회 속에서라고 하는 편이 더 정확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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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잠이 모자랐다. 그날이 다가오고 있기도 하고, 새벽 늦게 잠들어도 평소 일어나던 습관이 있으니 아주 늦게까지 쭉 잘 수도 없다. 밤에도 많이 늦게 잠들어 월요일 출근이 힘들까봐 오늘은 홍차도 디카페인 티로 우려 마셨다.





꿈도 어지럽게 꿨다. 종종 나타나는 패턴 중 하나로, 아파트나 빌라 같은 건물에서 우리 집에 가야 하는데 엘리베이터를 잘못 타거나, 혹은 우리 집인 줄 알았는데 남의 집 문앞에 와 있다거나 하는 꿈이었다. 이것과 비슷한 건 집이든 어디든 목적지에 가야 하는데 버스가 안 오거나 잘못된 버스를 타는 것이다. 혹은 호텔에 갔는데 이상한 방을 내준다든지, 내 방이 아닌 곳에 투숙하게 된다든지. 모두 종류만 다르지 실은 비슷비슷한 꿈이다.






이런 꿈은 보통 불안감, 자기 불신, 혹은 혼돈과 스트레스가 심해질 때 자주 꾸게 된다. 지금은 물론 이런 꿈 꿀만한 시기이다. 이번주에 상당한 변화와 혼돈이 기다리고 있다. 일단 실제로 일이 벌어지고 나면 좀 나을 것이다, 현실에 대응하고 타개하기 위해 상식과 행동이 앞서나가게 될테니까. 상상력이 풍부하면 좋은 점도 많지만 사실 살아가기가 피곤하고 어렵다. 걱정거리가 꼬리에 꼬리를 물기 때문임. 과거에 있었던 나쁜 일들도 쉽사리 사라지지 않고 오버랩되기도 한다. 이건 아마도 일과 관련된 트라우마가 아직 치유가 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6시간 가량 자고 일어났다. 별로 늦지 않게 깼지만 침대에서 게으름 피우다가 역시 늦게 기어나왔다. 아점을 먹은 후 차 마시면서 작년 마지막 날 새벽(사실 일주일 전이지만 어쨌든 작년)에 마쳤던 글을 출력본으로 마저 다 읽었다. 마지막 몇 페이지에서는 고쳐야 할 문장들이 여럿 나왔다. 앉아서 좀 고쳐보려고 했는데 쉽지 않았다. 특히 제일 막바지 문단에서 튀어버린 문장은, 그 문장을 그대로 살리면서 순서만 바꿔보려 했지만 결국은 표현을 좀 손대야 해서 아쉬웠다.





진득하게 앉아 퇴고를 하고 싶었지만 심적으로 그다지 안정적이지 못한 날이라 몇 문장만 고친 후 포기했다. 차라리 보고서나 추가로 더 쓸까 했지만 일요일마저 일하며 보내는 건 너무 싫어서 그것도 포기했다. 그래서 뭔가 제대로 하지도 못했고 쉬면서도 마음 한켠은 내내 우울하고 산란했다.



아주 즐겁고 실없는 소품(대화가 많은 것으로)이나 매우 간결하고 건조하고 아주 짧은 단편을 쓰면 기분전환이 될 것 같은데 사실 그런 기력도 나지 않는다. 일년 동안 쓴 글이 1인칭이었기 때문에 더 기운이 빠진 것일 수도 있다. 물론 작가와 화자를 동일시하는 실수는 하지 않지만, 소설을 쓸 때 나는 1인칭보다는 3인칭을 선호하는 편이다. 쓰기에는 1인칭이 더 순조로울 수도 있지만, 1인칭은 언제나 함정이 더 많고 거기 말려들지 않도록 더 조심해야 한다. 하긴 이것도 인물에 따라 다르긴 하다. 이 글의 주인공이자 화자는 너무나 내적이고 자기모순이 많고 스스로도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왜 이런 식으로 행동하는지 모르는 인물이었으니까. 에너지를 많이 잡아먹는 글이었다. 자신을 많이 내줘야 하는 종류의 글.



이번주에는 그 망할 보고서를 어떻게든 죽어라 쓰고 보완해서 끝내야 한다. 그건 뭐 빡세게 하면 될 것이다. 주중에는 아마 지방 본사에 당일치기 출장도 가야 할 것이다. 회사에는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고 그건 그리 희망차거나 즐거운 방향은 아닐 것이다. 나는 계속해서 이것이 시련일 거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런 것이 아니기를. 어쨌든 일과 관련한 모든 새로운 것들은 처음에는 혼란스럽기 마련이고 마음을 산란하게 하니까. 그냥 그런 정도로 그칠지도 모른다. 내 힘으로 어떻게 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해 너무 걱정하거나 연연하지 말아야 한다. 그런데 참 이것이 쉽지 않다. 성격 탓이다. 둔감하고 건조하고 쿨하게 살고 싶다.





그래도 아빠가 조금씩 나아지고 계시는 것 같아 참 다행이다. 통화를 할 때마다 목소리가 조금씩 더 괜찮게 들린다. 엄마가 곁에서 고생을 많이 하고 계셔서 마음이 쓰인다. 내일은 더 나아지시기를...













주말의 낙인 찐한 다즐링마저 못 마셨으니 부디 오늘 밤은 늦지 않게, 그리고 푹 잘 수 있기를, 그래서 힘든 일주일을 잘 맞이할 수 있기를 바라며 꽃들 사진 몇 장 접어두고 마무리. 꽃들이 매우 아름답다. 그것이나마 위안임.














<꽃들 아래 접어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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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피곤해서 완전히 뻗어서 잤다. 아침에 두어번 깼다가 다시 잠들었고 꿈에 좀 시달렸다. 예전에 키웠던 토리를 닮은 예쁜 하얀 강아지들도 나왔는데 깨고 생각하니 개꿈이네. 계속 자고 싶었지만 싸들고 온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편하지 않아 괴로워하면서, 그렇다고 또 일어나기는 너무 피곤해서 이도저도 아니게 침대에서 게으름 피우다 정오가 좀 안되어 일어났다. 원래 계획은 늦지 않게 일어나 아점을 일찍 먹고, 혹은 먹기 전에 간단하게 요거트와 민들레 차 등속으로 아침을 먹고 일을 한 후 좀 편하고 느긋해진 마음으로 밥을 먹고 오후의 티타임과 휴식을 갖는 거였는데 물론 나는 게으르므로 이것은 그저 헛된 꿈에 지나지 않았다 ㅠㅠ 

 

 

 

그래도 한시 즈음 목욕, 청소, 아점까지 끝마쳤으므로 그럭저럭 늦지 않은 티타임을 갖고 일을 하려고 두번째 계획을 가동했지만, 저녁에 도착할 줄 알았던 꽃이 그때 딱 배송이 옴. 꽃을 상자 안에 방치할 수는 없으니 그것들을 꺼내 다듬고, 남아 있던 꽃들 중 시든 것들을 골라내고 오늘 온 꽃들과 섞어 꽂는데 한 시간 가량이 소요되었다. 보통은 이 과정이 마음 수양에 도움이 되는데 오늘은 그저 피곤했다. 그래도 꽃들이 예뻐서 나중엔 마음의 위안이 되었다. 요즘 내 마음의 위안은 이렇게 꽃을 보는 것 뿐인듯. 

 

 

 

 

 

 

 

 

꽃 다듬으면서 지난주의 꽃들을 덜어내 초록빛 루스커스와 함께 끄라스느이 우골에 옮겨두었다. 대를 많이 잘라내 짧아진 꽃들이라 사이즈가 여기 잘 맞는다. 이 꽃들이 다 시들면 거실의 꽃들 중 일부를 옮겨 꽂으려고 한다. 오늘이 정교 성탄절이다. 우리를 위해, 나를 위해 와주신 예수님 감사해요. 간밤에 아빠를 위해 많이 기도하고 잤었다. 그리고 오랫동안 몸이 아파 이야기를 나누지 못한 소중한 친구를 위해서도 매일의 기도를 계속해 보내드렸다. 그리고 부디, 평화가 오기를. 

 

 

 

오늘도 아침과 저녁에 엄마와 통화를 했다. 아빠는 물리치료를 받으러 가셨기 때문에 아침에는 통화를 못하고 저녁에는 수술 받으신 후 처음으로 통화를 했다. 너무 다행히 이제 조금씩 회복되고 계신다. 아직 다리는 저리지만 그래도 보조기를 이용해 조금씩 걷기도 하시고 식사도 하시고 말씀도 잘 하시고 긴장과 공포도 많이 누그러지셨다. 정말 너무 다행이다. 부디 부작용이나 후유증 없이 잘 회복되시기를 바라고 기도드린다. 응원과 기도를 보내주신 이웃님들께도 너무 감사하다. 

 

 

 

 

 

 

 

 

이건 원래 초를 꽂는 용도로 블라디보스톡의 빠끄로프 사원(여기 아니면 페테르부르크의 네프스키 수도원인데 전자가 맞을 것 같다)에서 사왔던 건데, 초를 켜는 일이 별로 없어서 대신 이렇게 조그만 꽃잎 잔가지를 꽂아두었다. 이 꽃은 이름을 까먹었다. 필러 식물로 같이 들어있었던 건데. 이런 꽃들은 비슷비슷해서 기억하기가 쉽지 않음. 이미 이녀석을 한다발 말려서 서재 방에도 꽂아두었는데 새로 왔을 때도 이름이 적혀 있지 않아 여전히 모름. 찾아보기엔 또 귀찮음. 어쨌든 예뻐서 좋다. 라벤더랑 약간 친척같이 생기긴 했다. 하지만 향이 전혀 없고 꽃 모양도 좀 다르다. 

 

 

 

 

 

 

 

 

 

 

 

 

어쨌든, 이른 오후에 도착한 꽃들. 버터플라이 라넌큘러스와 하노이 라넌큘러스, 새로운 품종의 잎이 커다란 유칼립투스 조합이었다. 나는 보통은 노랑 분홍 조합을 고르지 않는데 이건 랜덤 믹스라 이렇게 왔다. 그런데 은근히 이 연노랑 버터플라이와 연분홍 하노이 라넌큘러스가 함께 있으니 봄 느낌도 나고 화사하고 이쁘다. 유칼립투스는 끈적끈적하고 잎이랑 줄기 다듬기 싫어서 안 좋아하는데 이 품종은 잎도 커다랗고 줄기도 가늘고 진액도 안 나와서 나쁘지 않다. 이 유칼립투스는 영원한 휴가님께서 새해 선물로 보내주셨던 리넨 타월에 그려진 그 유칼립투스랑 비슷하게 생겼다. 지난주에 왔다가 아직 잘 살아남아 있는 카네이션 세송이와 리시안셔스 한송이, 그리고 그 이름을 모르는 보라색 필러 꽃들도 섞어서 꽂아두었다. 그래, 꽃들이라도 봐야 마음이 나아지지... 아름다움이 세상을 구원한다고 도선생님이 말씀하셨으니까. 

 

 

차를 마시고 급속도로 피곤해서 조금 쉬다가 결국 5시가 다 되어서야 컴퓨터를 켜고 일을 시작했다. 집중이 잘 되지 않았다. 어쨌든 대충 보고서를 좀 썼다. 그리고는 또 너무 피곤해서 침대에 한시간 가량 누워 있다가 자전거를 타고 씻고 밥을 먹고 쉬다가 9시 쯤 다시 컴 앞에 앉아 보고서를 마저 조금 더 썼다. 오늘은 도저히 머리가 맑아지지 않고 집중이 잘 안돼서 정돈된 용어도 도통 떠오르지 않는다. 그래서 그냥 초안들, 알맹이들만 생각나는대로 줄줄이 얹어두었다.

 

 

 

그나마도 목욕하고 머리 말리면서 구조화된 용어들과 내용들이 좀 떠올라서 밤에는 그것들을 좀 썼다. 욕조에 들어가 있을 때나 머리 말릴 때 글이든 이런 것이든 아이디어가 잘 떠오른다. 전에 어떤 기사에서 완전히 긴장이 이완된 상태에서 새로운 것들이 잘 떠오르기 마련이라는 내용을 읽었는데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하지만, 아이디어를 정리해 글로 표현하는 건 또 다른 문제임. 하여튼 이런 보고서보다는 글쓰기에 대한 아이디어들, 무의식에서 솟아나오는 창의적인 생각들이 당연히 더 좋고 소중하다. 아마 그래서 내가 욕조에 들어가는 걸 좋아하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머리 말리는 건 너무 싫다 ㅜㅜ)

 

 

보고서는 아직 꽤 남았다. 다음주가 혼돈과 바쁜 일정으로 점철될테니 대부분을 끝내놓는 것이 좋긴 한데, 실무자들이 보내온 파트들도 일목요연하게 수정하고 정리해야 하고... 내일 내키면 나머지를 조금 더 써보고 안되면 그냥 배째라 모른다 하며 월요일부터 사무실에서 써야겠다. 그런데 이래놓고 쉬어도 마음이 편하지 않은 것이 이 소심한 노동노예의 특성 ㅠㅠ 

 

 

 

일 때문에 결국 퇴고는 하나도 못했다. 그래도 자전거 타면서, 그리고 잠깐 소파에 늘어져 쉬면서 출력해온 버전으로 쭉 읽어서 이제 마지막 파트만 남아 있다. 이 파트까지 읽고 나서 실제로 파일에 손을 대려고 한다. 내일 시작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모든 글이 정도만 다를 뿐 본질적으로는 같은 과정을 거치지만, 이 글은 원체 일년 동안 천천히 조금씩 썼고 마지막에 온 힘을 다 끌어모아 달려서 끝마쳤기 때문에 기력이 많이 소진되어서 그런지 선뜻 수정하고 다시 머리를 쓸 엄두가 잘 나지 않는다. 이런 글은 양생의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하다. 그리고 내 경험으로 이렇게 오래 쓴 글 같은 경우는 중간중간 계속 고치면서 쓰기 때문에 대체로 앞부분에서 중반부까지는 별로 고칠 게 나오지 않고, 휘달려서 쓴 후반부를 좀더 신중하게 봐야 한다. 뭐 이것도 사람 나름이겠지. 내일은 근데 아무래도 소심한 노동노예인 내가 보고서를 좀더 쓸것만 같고, 그래서 이 글은 거의 설 연휴가 다 되어야 퇴고를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사실 퇴고를 딱히 즐기는 편이 아니고, 어서 다른 글을 쓰고 싶음. 아직 다음 글을 뭘 쓸지는 정하지 않았다. 전에 구상해 놓은 것이 몇개 있긴 한데 이러다 또 새로운 뭔가가 떠오를지도 모른다. 하여튼 지금은 집중력도 에너지도 고갈된 상태라 휴식이 필요한 것으로 결론. 

 

 

 

오후에 도착한 예쁜 꽃들 사진 여럿 접어두고 오늘따라 어쩐지 길고 산만했던 메모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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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 험난했던 일주일이 지나가고 이제 금요일 밤이다. 그런데 일을 싸왔다 ㅜㅜ 오늘 밤에 좀 해놓고 주말을 편하게 쉬려는 마음이었지만 귀가해서 자전거 조금 타고 씻고 밥먹고 나니 너무 피곤하고 온몸의 기가 다 빠져나가서 이제야 이 메모 남기려고 pc를 켰기 때문에 일은 내일 해야 할 것 같다. 오늘도 보고서를 생각보다 많이 쓰지 못했다. 분명 열심히 쓰고 있는데 진도가 잘 안 나간다. 사실 그도 그럴 것이 내가 쓰는 파트가 작년 모든 성과와 실적을 총망라해 구조화하고 요약하는 작업이라 페이지수는 별로 많지 않아도 무척 힘이 든다. 모든 것을 머리에 꿰고 있어야 쓸 수 있는 파트인데, 뭐 다 꿰고 있긴 하지만 그것을 하나하나 구조화하는 게 피곤하다. 두뇌퇴화+기력감소+심적산란 3단콤보 작용 때문인 것 같다.


오늘은 죽어라 일하다가 오후 늦게 진료를 받으러 또다시 지하철을 타고 멀리 시내에 나갔다. 진료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은 더더욱 멀었다. 집에 돌아오니 정말 완전히 녹초가 되었다. 주말에 쉴 수 있다고 좋아하고픈데 싸들고 온 보고서 미션이 발목을 잡아서 그런지 하나도 맘이 안 편함 흑흑.




아침과 오후에 엄마와 통화를 했다. 아버지는 다행히 약간씩 나아지고 있다고 한다. 어제는 정말 너무 심란했다. 이틀 사이에 재수술을 했다고 하고 또 계속 아프다 하시니 마음이 산란하고 불안하고 걱정이 되어 많이 힘들었다. 의사와 간호사의 지시대로 잘 따르셔야 하는데 아버지는 나이가 드시면서 점점 어린애처럼 자기 마음대로 고집이 더 늘어나서 조금만 힘들면 마음대로 다리나 몸을 움직이신다고 엄마가 푸념을 하셨다. 곁에서 돌봐드리는 엄마도 걱정이다. 그래도 어제보단 나은 것 같아 좀 마음을 놓았다. 오늘 푹 주무시고 내일은 더 나아지시기를 기도하고 자야겠다.




이번 주가 너무 힘들고 고된 시기라 퇴고는 하나도 못했고 글 전체를 출력해 퇴근하고 나서 실내자전거 타는 동안 맨앞부터 조금씩 읽고 있다. 이게 확실히 아직도 아날로그 감성이 남아 있어서 그런지, 모니터를 보며 타이핑해서 쓴 글이고 쓰는 내내 폰이나 아이패드로 읽어가며 체크를 했지만, 종이에 문자로 인쇄된 버전으로 읽을 때의 느낌은 다르다. 어쩌면 다 쓰고 난 후라 그럴지도 모른다. 좀더 객관적이 되기도 하고, 또 어쨌든 일년 동안 쓴 글이므로(페이지수는 110쪽 정도밖에 안된다. 작년에는 정말 천천히, 느릿느릿, 그래도 개미처럼 꾸준히 썼다. 바빠서 정말 주말에만 조금씩 썼으니까) 앞부분은 쓴지 시간이 지났기 때문에 처음부터 다시 읽자 새로운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리고 쓰는 동안에는 의식하지 않았지만 마무리된 글 전체를 처음부터 읽어나가자 여기저기서 앞뒤나 인물들에 호응하는 상징이나 물건들, 여러가지 정서적/건축적 관계들, 전체적 구조가 무의식적으로 짜맞춰져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런 것은 의도적으로 배치하기도 하지만 나 같은 경우는 형식적으로 온전하게 모든 것을 짜맞추며 계산적으로 쓴다기보다는 좀더 직관적인 타입이라 쓰는 동안 무의식적으로 발현되며 배치되었던 질서들이 나타난다. 아마 내가 글을 쓰는 것은 바로 그런 순간들 때문일지도 모른다. 무의식과 직관과 감정들에 반쯤은 의도적으로, 반쯤은 과정 속에서 자신도 모르게 어떤 질서를 부여하고 새로운 세계를 재구성하는 것. 쓰는 사람마다 그 방식이 다를수밖에 없지만 적어도 내게 글쓰기란 그런 과정이며 바로 그런 행위이다.



왼쪽 손목이 다시 쑤시기 시작한다. 그런데 병원에는 가지 못했다. 그냥 보호대를 하고 내일 보고서를 좀 써야겠다. 그런데 너무너무 하기가 싫다. 그냥 쉬고만 싶다. 다음주의 빡빡하고 혼란스러운 일정을 생각하면 최소한이라도 좀 해놔야 될텐데... 아 일단 자러 가야겠다. 자고 나면 머리가 좀 맑아지겠지. 자고 일어나면 우렁이가 와서 청소라도 해놨으면 좋으련만. 이제 출근해달라고도, 보고서 대신 써달라고도 안해, 청소만이라도 해줘 엉엉 이런 소박한 소원마저 안 들어주다니 토끼의 수호 우렁이는 왜 이렇게 냉혹한 것일까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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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에 사무실 도착해서, 일 시작하기 전에 잠깐 창가에 옹기종기 늘어놓은 빌니우스 초콜릿들. 저 파인애플 그려진 녀석은 웨하스+쁘띠치예 말라꼬+파인애플향이 섞여 있는 맛이었다. 체리 그려진 애는 안에 체리향 나는 알콜이 좀 들어 있다. 그리고 토끼 쁘띠치예 말라꼬. 일하면서 피곤할 때 파인애플이랑 체리술 초코 한알씩 먹었다. 영원한 휴가님, 이걸 언제 다 먹나 했지만 이미 매일 이렇게 한두알씩 까먹고 있어 조금만 지나면 다 먹을 것 같아요~ 

 

 

오늘도 너무 바쁘고 피곤하고 지치는 하루였다. 계속해서 상황이 변하며 사람을 피곤하게 만들었다. 보고서는 죽어라고 썼지만 아무래도 가장 머리를 많이 써야 하는 파트이다 보니 많이 못 썼다. 그래도 제일 어려운 부분을 지났으니(...그렇다고 생각하고프다ㅠㅠ) 그 뒤는 좀더 빨리 쓸 수 있지 않을까 헛된 희망을 가져본다. 다음주에 힘들지 않으려면 사실 이번주 토요일쯤엔 이걸 붙잡고 일을 좀 해야 하는데 아 정말 너무너무너무 하기 싫으니 큰일이다. 이것 외에도 오전 회의도 진행해야 했고 종일 바쁘고 힘들게 일했다. 여전히 네덜란드 호떡집 콩쥐 모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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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에 일하다 엄마에게 전화를 해보았는데 아빠가 수술을 하고 나서도 계속 아프셔서 다시 이것저것 찍어본 후 오늘 추가로 마취를 하고 남아있는 피 등을 긁어내는 수술을 했다고 하셨다. 어제 전화했을 때는 아무 말 안하셔서 다 괜찮은 줄 알았는데. 너무 속상하고 걱정이 되었다. 조금 전에도 다시 전화를 해보니 마취는 풀렸고 수술은 이제 잘 됐다고는 하는데 믿을 수가 없고 많이 걱정된다. 이래저래 정말 심란하고 속상하다. 괜찮으셔야 하는데. 부디 이제 괜찮으시기를, 아픈 것도 나아지고 후유증이 없기를 간절히 바라고 기도하며 잠자리에 들려고 한다. 연초에 여러 모로 너무 산란하고 힘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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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빛 속의 리시안셔스와 카네이션. 

 

 

오늘은 보고서를 써보려고 재택근무를 하루 신청했던 날이었다. 8시 되기 전부터 책상 앞에 앉아 일을 시작했다. 그래서 푸르스름한 아침 빛 속의 꽃 사진을 올려본다. 오늘 하루가 이 꽃처럼 예쁘고 싱싱하고 상쾌했으면 좋았겠지만 물론 그렇지는 않았다. 아주, 아주, 아주 바빴다. 재택이었지만 더더욱 바빠서 자리에서 일어날 틈이 없었다. 그리고 보고서는 조금밖에 못 썼다. 그 이유는 어제 터졌던 예기치 않은 일이 오늘 오전에도, 오후에도 계속계속 상황이 바뀌어가며 집요하게 달려들었기 때문이다. a로 하려다 b가 되고, 어쩔수 없이 b대로 모든 걸 또 준비하고 있었으나 다시 a가 되고, 그러면서 c를 같이 준비해야 하고 등등등.... 

 

 

완전히 녹초가 되었다. 그나마도 재택이라 윗분과 다른 직원들이 뺏아가는 시간이 덜해 보고서를 딱 한 페이지 쓸 수 있었다. 흑흑 겨우 한 페이지. 이 맨 앞장이 제일 어려운 파트이긴 하다만 그래도 너무하다. 자꾸 사건이 터져서 집중을 할 수 있는 여력이 안 생기니 도대체 뭘 쓸 수가 없다. 내가 맡은 파트를 빨리 써야 부족하기 짝이 없는 실무자들의 엉망진창 파트들을 붙들고 고칠 수 있는데 ㅠㅠ 내일은 오전에 부서 회의가 있고 모레도 오후엔 진료받으러 가야 하고, 다음주엔 정말 혼돈과 시련의 새로운 폭풍이 불어닥치니 이 모든 것을 어떻게 잘 버티면서 문제들을 모두 해결하고 과제도 다 해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것은 네덜란드 호떡집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구멍 숭숭 뚫린 네덜란드 둑 위에서 그것들을 막으면서, 불길 치솟는 호떡집들 불을 끄면서, 밑빠진 독에 물을 붓고 엄청 넓은 밭을 갈고 하여튼 엄청 많은 일을 해내야 하는 콩쥐가 된 기분이다. 한 마디로 <네덜란드 호떡집 콩쥐> 흑흑... 분명히 네덜란드 소년에서 시작했는데 이제 콩쥐까지 합류했어 엉엉엉... 일은 그냥 뭐 막 하고 또 하면 어떻게든 틀어막는다지만 시련은 내 힘으로 어떻게 할 수도 없다. 물리적인 일만 많은 거라면 하나하나 클리어하며 몸만 힘들다지만, 마음이 너무 지치고 괴로운 건 사실 방법이 없다. 피곤하고 피곤하다. 아무 생각도 안 하고 이 일과 이 바닥에서 벗어나 쉬고만 싶다. 

 

 

부모님과는 아침저녁으로 한번씩 통화 중이다. 수술 경과는 아직까지는 나쁘지 않은 것 같다. 빨리 잘 회복하시기 바란다. 너무 피곤하고 머리가 아프다. 늦지 않게 자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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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일 너무 지치고 피곤하고 바쁘게 보낸 하루였다. 오후가 되자 목소리가 완전히 가서 나오지 않을 지경이 되었다. 연초는 항상 온갖 보고서 때문에 힘들기 마련인데 거기에 더해 회사의 커다란 변화와 불명확한 변수들이 따라붙으니 말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힘이 들고 피곤하다. 보고서를 쓰려고 했지만 자꾸만 터지는 일들과 새로운 소식들과 변수와 생각지 않았던 요구사항들에 너무 시달려 완전히, 정말 완전히 진이 빠졌다. 

 

 

일일이 적기도 어렵고, 적는다고 뭐가 달라질 건 아니어서 일 얘기는 그냥 이 정도로 접어둔다. 앞으로의 모호함과 불명확함, 고된 일들에서 오는 타격들을 최대한 현명하게 대처하며 중화하고 타협하는 수밖에 없는데, 나는 거기에 더해 바람막이가 되어줄 상위 간부가 있는 게 아니고 물정 모르고 뜬구름잡고 이런 문제에는 거의 도움이 안되는 윗분에게 상황 설명을 해주고 오히려 내가 바람막이를 해주며 상황들을 다 타개해 가야 하는 특수한 상황이라 더욱 어렵다. 오늘 예기치 않은 요구사항과 변수를 똑같이 직면한 가장 절친한 동료이자 다른 부서장인 친구에게 이 문제를 놓고 통화를 하다가... 친구가 먼저 '아 정말 이제 진짜 너무 지쳤어, 그만두고 싶어' 라고 진심이 가득한 어조로 말했다. 아니 나도 똑같은 생각이었는데 ㅠㅠ 역시 이런건 이심전심, 똑같은 일들을 오랫동안 겪어온 처지다 보니 생각하는 것도 기분도 마음도 똑같은 것 같다. 휴... 

 

 

그래도 아빠가 수술을 무사히 잘 받으셨고 그것으로 위안을 삼아본다. 간밤에 나도 걱정이 많이 되어 기도를 많이 드렸고, 오늘 아침에도 아빠와 통화하고 엄마와도 두세차례 통화를 했다. 수술은 잘 진행되었다고 한다. 이제 잘 회복되시기를 바라고 기도하며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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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일이 뻥뻥 터져서 오늘 보고서를 하나도 못 썼다. 내일은 죽어라고 이걸 써야 하는데... 부디 다른 일이 생기지 않기만을 바란다. 다음주는 너무너무너무 폭풍같은 일들이 몰아칠 예정이라 이런 페이퍼 작업을 할 시간이 전혀 없다. 아 너무 피곤하구나. 우렁이가 나타나면 좋겠다. 일에 너무 지쳤다. 아니, 일 자체보다는 이 구조와 이 바닥 때문에 지친 것 같다. 내가 오랫동안 몸담아 온 이 바닥과 맡아온 이 일들에는 너무 외부 변수가 많다. 정치적이고 사회적이다. 매우 그렇다. 매일매일 뉴스와 정세에 귀를 곤두세워야 하고 그것들의 변화에 너무 큰 영향을 받는다. 아마 오랜 세월 동안 거기서 받은 트라우마들도 아직 온전히 치유가 되지 않아 이것들이 쌓이고 쌓이니 문득 정말 힘이 들면 머릿속에서 뭔가가 툭 끊기는 것 같고, 그러면 아까 친구의 말처럼 '아 이제 정말 지쳤어, 나는, 이제 그만 하고 싶어'라는 아주 절실한 마음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이건 힘들고 피곤해서 툴툴대는 것과는 좀 다른 차원의 얘기다. 그런데 우렁이를 어디서 데려오지 ㅜㅜ 나는 스스로를 책임지고 부양하며 꿋꿋하게 살아가는 독립적인 토끼인데.

 

 

때로는 그 자주독립이 너무나 힘이 든다. 하지만 어떻게 생각해보면 내가 이 일 때문에 이토록 힘들고 괴롭고 모든 것을 그만두고 싶은 '진짜' 이유 중 하나는 그 자주독립에 대한 아주 내적이고 본질적인 침해 때문일테니 어찌됐든 해결책이 뚜렷하지 않다. 실존적 자주독립과 현실적 자주독립이 일치하지 않는 데에서 오는 괴로움, 해결 불가의 막막함. 뭐 그런 것들. 아 모르겠다. 피곤하고 지치고 마음이 힘드니까 횡설수설이다. 이제 마무리하고 자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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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 출근. 주말만 보내고 그대로 출근한 거라서 신년을 맞이하며 몸과 마음을 가다듬을 틈이 없었다. 새해 전야에 красный угол에 잠시 기도하러 갔을때, 인간이 부여한 시간이란 얼마나 추상적인가 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그것은 육체적이고 물리적인, 실질적인 시간과는 또 다른 개념이다.





신체리듬이 깨지기도 했고 회사에 다가올 일들 때문에 은근히 마음이 산란해 잠이 매우 모자란 상태로 출근했다. 게다가 알람 울리기 전에 깨버려서 아마 4시간 반도 못 잔 것 같다. 너무 피곤하고 지금은 머리도 아프다. 날씨도 추웠다. 7시 반쯤 사무실에 도착했다. 오늘 보고서를 어느 정도 써놓으려 했지만 진도를 거의 못 뺐다. 앞부분의 구조를 잡는 게 좀 어려웠다. 그리고 오전은 시무식과 간부회의, 오후에는 윗분과 회의를 하느라 집중할 시간이 별로 없었고 중간중간 각종 정보나 상황들을 파악하느라 더 그랬다. 막상 오늘 해결되거나 새롭게 나타난 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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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아침에 아버지가 디스크 수술을 받으시는데 예전에도 두번이나 수술을 받으셨고, 또 다른 수술 받으신 적도 있어 긴장이 많이 되시는 것 같다. 전신마취를 해야 하니 아무래도 이제 연세가 많으셔서 더욱 그렇다. 실은 나도 걱정이 많이 되고 긴장이 되어 내내 기도를 하고 있다. 최근 몇년 동안 부쩍 나이가 드셨고 작년엔 여러모로 몸이 안 좋으셨어서 더 그런 기분이 드는 것 같다. 걷기 힘들 정도로 통증이 심하시고 몸을 구부리고 다니셔야 하는 상황이라 수술은 받으셔야 하는 게 맞는데 나는 항상 잔걱정이 원체 많은지라 마음이 편하지가 않다. 마음 같아선 휴가를 내고 내일 가보고 싶은데 상황이 여의치가 않다.

오늘 입원하실 때는 동생이 차로 모셔다드렸고 내일은 엄마가 보호자로 들어가신다. 통화는 오늘도 아침저녁 두번 했는데, 아버지의 목소리에 긴장감이 느껴지고 내가 수술 잘 될테니까 편하게 받으시라고 말씀드려도 그다지 마음을 놓지 못하시는 것 같아 나도 마음이 무겁다. 평이 좋은 곳이고 지인분들도 수술을 잘 받은 곳이라 괜찮으려니 싶지만 이성과 마음은 좀 다른 법이라서. 오늘 밤에 기도와 마음을 많이 보내드리고 자려고 한다. 아버지도 걱정과 긴장을 잊고 오늘 푹 주무셨으면 좋겠다.







너무 졸리고 피곤하고 머리가 무겁다. 곧 자러 가야겠다. 퇴고는 주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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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2023년 첫날. 간밤에 자정 직전 달력을 넘겨두었다. 졸려서 제야 타종 방송을 못 보고 잘 거라고 생각하며. 딱히 보고 싶은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침대에 들어갔을 때 폰으로 포털 시계를 보며 0시로 바뀌는 것을 확인했고 가족과 친구들에게 새해 인사를 보냈다. 그리고는 후딱 잠든 게 아니라 뒤척거리다 결국 새벽에 잠이 들었다. 

 

 

 

 

 

 

어제 잠자리에 들기 전에 서재의 끄라스느이 우골에 가서 송년과 신년을 맞이하기 위해 한동안 마음을 다해 기도했다. 2023년이 시련 대신 행복과 건강과 용기와 새로움으로 충만하기를 바란다. 

 

 

 

 

 

 

아침 일찍 깼을 때 화장실에 가는데 너무 어지러워서 힘이 들었다. 두어시간 더 자고 다시 깼을 때도 일어나니 어지러웠다. 이석증인가, 빈혈인가 등등 좀 걱정이 되었지만 씻고 화병의 꽃을 다듬고 물을 갈아주고 났더니 현기증이 가셨다. 

 

 

침실에서 늦게 나왔고 아점을 챙겨 먹은 후 차를 마셨더니 어느새 해가 저물었다. 퇴고는 아직 시작하지 못했고 자전거를 타면서, 저녁 먹고 나서 글의 후반부, 특히 마지막에 쓴 문단들을 다시 읽어보기만 했다. 이미 몇몇 문장과 단어들이 눈에 걸린다. 아마 이 메모를 마치고 나면 그 눈에 걸렸던 문장과 단어, 논리에 맞지 않았던, 혹은 사실 관계와 충돌하는 단어 몇 개를 고칠 것 같다. 딱 그럴 정도의 시간밖에 없다. 내일 출근을 위해 자러 가야 하니까. 

 

 

1월 1일이 토요일이나 일요일인 것, 대체휴일이 없는 것은 너무하다. 물론 음력 설과 연휴가 있으니 1월 1일은 아무 것도 아니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실질적으로 사회의 모든 체계가 신정을 바탕으로 돌아가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함. 성탄절에 대체휴일을 주지 않더라도 1월 1일은 줬으면 좋겠는데, 반대로 진행한다고 한다. 일주일 차이니까 항상 같은 요일이니 뭐 하나만이라도 건지는 게 어디냐 싶긴 하다만. 그리고 설 연휴도 너무 짧음. 대체로 우리 나라는 휴일에 너무 짜고 노동자들을 너무 부려먹는다. 하긴 이런 것도 내가 상대적으로 보기엔 안정적인 직장에 다니고 있기 때문에 나오는 배부른 소리일지도 모르겠다. 

 

 

이제 일주일이 시작된다. 새해라기보다는 그냥 일요일 밤 같고, 폭풍같은 월요병에 휩싸이는 것도 비슷하다. 이번주에 아주 많은 일이 있을 것이다. 새롭지만 흥분되는 게 아니라 걱정과 부담이 가득한 일들. 변화는 때로 가슴 두근거리는 일이지만 올해, 그리고 눈앞의 이번주로 다가온 변화는 그런 종류가 아니기에 생각하면 마음이 무거워지고 뜻없는 불안감도 들지만, 그저 어려움이 닥쳐온다면 파도에 맞서지 말고 휩쓸리며 조금씩 앞으로 나아갈 생각을 하는 게 낫다고 스스로를 다잡아본다. 그리고 당장의 가장 큰 숙제는 보고서들임. 기운을 내보자. 

 

 

생각한 적이 없는 어떤 좋은 일들이 일어날지도 모른다고 희망을 가져본다. 어쨌든 새해니까. 

 

 

 

 

 

 

 

종무식 때 받아온 꽃들은 이미 많이 시들었지만 그래도 생각지 않은 꽃들이었으므로 만족한다. 하늘하늘 떨어진 스토크와 델피늄 꽃잎은 찻잔에 띄워두었다. 나머지 꽃 사진 여러 장을 아래 접어둔다. 이쁜 꽃들이라 사진도 이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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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의 마지막 날. 

 

 

 

거의 십년 전쯤부터 혼자 살게 된 후부터 매년 12월 31일이면 집이든 여행을 가서든 조용히 혼자서 한 해를 반추하며 새해를 맞이하는 습관이 생겼다. 아마 일년 중 가장 몸과 마음을 정결하게 하고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는 날이 아닌가 싶다. 

 

 

 

오늘은 쥬인이 놀러와서 이런 고적한 송구영신에 조금 변화가 생겼다. 옛날에 같이 살 때는 샴페인도 터뜨리고 즐겁게 지냈는데 쥬인이 결혼해서 이사를 나가고 나도 그 이후 두세 차례 이사를 하고, 또 지방 발령도 받아 몇년쯤 기차를 타고 오가는 생활을 해서, 그리고 두어번은 여행을 가서 블라디보스톡에서 송년과 신년을 맞이하기도 해서 이렇게 12월 31일에 같이 시간을 보낸 것은 아주 오랜만이었다. 

 

 

 

어제 늦게까지 글을 쓰고 마무리하고 잠자리에 1시쯤 들어갔지만 역시 머리와 마음의 흥분을 가라앉히는데 시간이 걸려서 두시 넘어서야 잠들었다. 중간에 몇차례 깨기도 했고 몸이 무척 피곤했다. 10시 좀 안되어 일어났고 새벽배송 온 꽃을 다듬고, 청소를 대충 하고 목욕을 하고 집을 조금 정리하고 나니 정오 무렵 쥬인이 도착했다. 

 

 

 

쥬인에게 감바스와 불고기 백반 중 고르라고 했더니 쥬인은 후자를 골랐다. 둘다 밀키트임 ㅋ 옛날엔 정말 하나하나 요리를 다 해서 크리스마스와 새해 테이블을 차렸는데 이제 그럴 기력은 없어서. 그래도 불고기는 맛술과 참기름, 세가지 종류 버섯을 가미해 조금 맛을 더 내긴 했다. 불고기와 구운 야채 샐러드, 미역국과 밥으로 함께 아점을 먹었음. 아침부터 고기반찬. 

 

 

 

그리고 어제 종무식에서 받아온 구움과자 디저트 몇알과 과일 조금, 내가 사놓은 딸기와 케익, 에클레어를 이쁜 접시에 차려서 함께 차를 마셨다. 쥬인은 원두를 갈아오려다 까먹어서 집 근처 카페에서 에스프레소를 테이크아웃해와 내가 전기포트에 끓인 물을 붓고 아메리카노를 조제해 마셨고 나는 도브라 차요브나에서 사왔던 네팔 일람을 개봉해 우려 마셨다. 차 마시며 너무너무 즐겁고 재미있게 한참 수다를 떨고 또 허리끊어지게 웃으며 너무나도 좋은 시간을 보냈다. 시간이 너무 빨리 가서 아쉬웠다. 우리 집 오려면 택시 타고 30분 넘게 와야 하고 경기도로 넘어와야 해서 요금도 많이 나오는데, 내일 낮부터 새 직장에 출근도 해야 하는데 여기까지 와주고 새해 전날을 고적하지 않게 함께 보내준 쥬인에게 무척 고마웠다. 쥬인아 새해 복 많이 받아!

 

 

 

쥬인이 해질 무렵 택시를 타고 돌아가고, 나는 자전거를 20분 가량 탄 후 설거지를 하고, 집을 좀 정돈한 후 목욕을 하고 머리를 감고 저녁을 챙겨 먹었다. 그러고 나니 어느새 오늘이 거의 다 지나갔다. 2022년의 마지막 날. 

 

 

 

 

 

 

 

 

<글쓰기에 대한 짧은 메모 : 접어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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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밤에 글을 마무리했다. 올해를 정말 넘기고 싶지 않았고 적어도 이 글 한편만은 완성하고 싶었는데 정말 끝낼 수 있어서 기뻤다. 약 서너시간 정도 정말 많이 집중해서 썼고 이런 순간은 일종의 '들림'과 같다. 나는 종종 손이 머리를 앞선다고 얘기하고 또 머리가 아니라 손이 쓴다고 말한다. 엄밀히 말하자면 그건 손과 머리가 합일된 순간이다. 모든 것이 합일되어 내달리는 순간들. 나 스스로의 존재를 느끼지 못하고 모든 것이 단어들로, 문장들로, 손 끝에서 내달리는 순간들이다. 그건 어쩌면 종교적이고 또 신비주의적이고, 혹은 중독자들이 말하는 열락의 순간과 아주 닮아 있을지도 모른다. 드물게 나는 그것을 일종의 오르가즘과 너무나도 유사하다고 느낄 때도 있다. 그만큼 정신적으로도, 또 육체적으로도 고양되고 긴장되고 어디론가 사라지는 느낌이다. 너무나 집중하는 순간 사라지게 되는 느낌. 

 

 

 

 

글을 마친 것은 오늘 새벽 12시 20분 전후였다. 올해를 넘기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기도도 했는데 현실로 이루어져서 무척 기뻤고 충만한 기분으로 잠자리에 들었다. 아침에 폰으로 간단하게 죽 훑어봤는데, 어제 쓰고 나서 너무 내달리며 써서 역시 명료함이나 논리가 좀 부족하니 많이 손봐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의외로 그렇게까지 막 나간 부분은 없었고 전체적으로 잘 들어맞아서 좀 놀랐다. 어쨌든 오늘은 다시 손볼 시간이 없을 것 같고, 아직 제목도 못 정했으니 내일과 1월 중에는 양생을 시키고 퇴고를 해야겠다. 그리고 그 다음 글을 쓰기 시작해야겠다. 아직 어떤 글을 쓸지 정하지는 않았다. 예전에 구상해 놓은 단편이 있긴 한데 아직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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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두어시간 후면 올해가 지나가고 새해가 온다. 

 

 

 

올해는 바쁘게 일하며 보냈다. 사실 작년 12월 31일이 바로 어제 같고, 또 그전 12월 31일도 마찬가지라, 나이를 먹을수록 시간이 너무 빨리 흘러간다는 말이 정말 맞다. 일에 치어 바쁘게 살았다. 하지만 지난 2년과 비교하면 올해는 여름과 겨울에 여행을 갔다. 빌니우스와 프라하에 다녀왔고 둘다 서로 다른 의미로 충만한 여행이었다. 다녀오니 몸이 너무 힘들어서 이제 장거리/경유 여행을 하는 게 좀 버겁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건 좀 슬펐지만. 

 

 

 

맡은 일은 지치고 피곤했지만 엄밀한 의미에서 '아주 어려운 과업들'은 예전보다 상대적으로는 좀 적었다. 아마 이 부서를 맡아 운영한 것이 어느덧 3년차였기 때문인 것 같다. 그만큼 경험과 연륜이 쌓였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일 자체보다는 사람들에서 오는 스트레스, 그리고 생각지 않았던 온갖 문제들이 겹쳐서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고 매일매일 구멍 뚫리고 무너진 네덜란드 둑 위에서 불난 호떡집들이 계속 증식하는 형상이라 엄청 피곤했다. 그래도 이정도면 어쨌든 일은 그럭저럭 선방하며 버텨냈다. 

 

 

 

몸은 여러 모로 좀 안 좋아졌다. 내년에는 내 몸을 잘 돌보고 정비해야 한다. 이것을 내년의 주요한 목표 중 하나로 삼으려고 한다. 

 

 

 

내년, 당장 다음주부터는 회사에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고 아마도 혹독한 시련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다음주와 다다음주는 보고서 지옥에 파묻혀야 하니 내가 육체적으로 너무 피곤할 것 같고, 거기에 큰 변화가 더해지니 어떻게 버틸지 좀 막막하지만 걱정하면 심란해지기만 하니 용기를 내고 그냥 하나하나 부딪쳐가며 타협과 중용의 방식들을 찾아갈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올해는 부모님과 조금 더 많이 대화를 했고 거의 매일 통화를 하며 지냈다. 가족들과 나의 건강과 행복을 깊이 바라고 기도하며 올해를 떠나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려고 한다. 그리고 나의 소중한 벗들을 위해서도. 

 

 

 

송구영신. 

 

 

 

2022년 안녕. 

 

 

여기 들러주시는 모든 이웃분들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크리스마스와 새해 트리를 따로 사거나 꾸미지는 않았지만 매주 주문하는 꽃들에서 푸른 잎사귀 달린 장식용 나뭇가지들과 식물들만 추려내 이렇게 모아두니 나름대로 트리 느낌도 난다. 동물 인형들아, 너희도 같이 새해 복 많이 받으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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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이른 아침에 출근. 정신없이 꿈꾸다 깼다. 간밤에 왜 그랬는지 늦게 잠들어서 잠이 매우 모자랐다.

 

 

꽃은 오늘 종무식 때 근속 기념으로 받은 것이다. 휴가 내고 싶었는데 이거 때문에 하는 수 없이 오후 반차 내고 오전엔 출근했었음. 입사기념일은 여름에 지나갔는데 한명만 그때 챙겨줄 수가 없으니(나는 동기가 없고 공채로 혼자만 들어왔음. 이른바 좀 꼬였음. 이때부터 나의 고생길이...) 종무식 때 몇명 모아서... 내가 이렇게 오래 여기 붙어 있을 거라곤 생각 안했는데 ㅠㅠ 그래도 마침 내가 오늘 입고 간 코트와 저 꽃색깔이 잘 어울려서 그것이 좋았다. 꽃은 이미 많이 피어서 오래 가지는 않을 것 같지만 그래도 풍성하고 이쁘다. 리시안셔스 사고 싶었는데 비싸서 미뤄뒀는데 여기 두 송이 들어있어 반가웠음. 돌아와서 저 이쁜 포장을 다 해체해 화병에 꽂아두었다.  

 

 

 

 

 

 

이렇게 꽃 많이 받을 줄 모르고 내일 아침배송으로 핑크계열 꽃을 주문했는데 색채는 얼추 잘 어울릴 것 같고, 이 꽃들은 거의가 활짝 핀데다 특히 스토크를 비롯해 오래 가는 꽃은 아니어서 주말에만 구경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렇게 한 해가 가는구나. 거기에 근속 기념 무슨 상패를 받고 꽃을 받으니 기분이 이상했다. 기쁜 것도 슬픈 것도 아니고, 세월의 무상함도 아니고, 그냥 이상했다. 아마 그동안 너무 많은 일들을 겪었기 때문인 것 같다. 퇴임하는 선배들의 고별사를 들으니 가슴이 찡하기도 했고, 나도 빨리 여기서 벗어나야 하는데 + 나는 저런 거 안하고 휙 사라져야지 하는 마음이 교차함. 

 

 

오후 반차였으므로 종무식 마치고 퇴근했다. 그냥 집에서 쉬고 글을 쓰고 송년 준비를 하고 싶었지만 약이 떨어지고 과로로 손목이 다시 쑤셔서 결국 병원에 가야 했다. 오늘 환자가 너무 많아서 한참 기다리느라 물리치료까지 마쳤더니 귀가하자 이미 4시였다. 뭐지, 내 반차는 어디로 ㅠㅠ 자전거 타고 목욕했더니 그냥 5시가 되었고 날이 저물었다. 아아아 나는 오늘과 내일 열심히 글을 써서 올해가 가기 전에 이 글 마치려 했는데 ㅠㅠ 그래서 오늘은 좀 이르게, 저녁에 오늘 메모를 적고 있다. 저녁 먹은 후엔 소화를 좀 시킨 후 열심히 글을 쓰려고. 

 

 

내일 쥬인이 놀러오기로 했다. 생각지 않았던 즐거움~~ 그러니 오늘 밤에 열심히 이 글을 써서 마치면 더 좋을텐데! 

 

 

그저께 꿈 얘기 빼먹은 거 접어두고 오늘 메모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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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밤 꿈 말고 그저께 꿈이 굉장히 인상깊어서 적어놓는다는 걸 까먹어서 뒤늦게 여기 약간. 두가지 꿈이었는데 하나는 계곡 같은 곳의 암벽 비스무레한 바위들을 뛰어 건너서 어디론가 가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원래 잘 알던 길이었으나 가다 보니 길을 잘못 들었고, 돌아가려고 보니 너무 경사가 가파르고 험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알수가 없어 무섭고 당황하는 거였다. 두번째 꿈은 뭔가 내시경 같은 검사를 받는 것과 꿈 속에서는 대마 비슷한 환각성 식물이라고 나오지만 깨고 나서 떠올려보니 그냥 기다란 나뭇잎 여러개 달린 식물 같은 것이 혼재되었다. 검사를 받으며 그것을 몸속으로 통과시켜 담배처럼 피우면 열감이 느껴지고 환각과 즐거운 기분을 맛볼수 있는 거라고 하는데 나는 아무리 해도 그런 느낌이 하나도 안 들었고 옆에 있는 친구(누군지 모름)는 아니야, 이렇게 이렇게 하면 좋아지는 거야 하고 알려주었다. 열감이 느껴지나? 하다가 깼음.

 

 

첫번째 꿈은 다가오는 혹독한 시련들에 대한 불안감 때문인 것 같고, 두번째 꿈은, 음, 뭔가 이것도 욕구불만의 표출인가, 갖다붙이는대로 엄청 성적으로 해석될 수도 있고 다른 욕구불만과 답답함, 탈출, 새로운 경험에 대한 열망과 좌절 뭐 이런 걸로 마구 확장시킬 수도 있을 것 같음. 하여튼 그냥 지나가기 아까워서 적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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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귀여운 막내 직원이 인턴으로서의 업무 기간을 모두 마치고 오늘 작별 인사하면서 건네준 쿠키. 봉지 앞에는 예쁜 손글씨로 쓴 편지가 붙어 있었다. 퇴근 시간이 되었을 때 머뭇거리며 다가와 이것을 건네주었고 내가 그간 너무 고마웠고 너와 같은 직원과 함께 일해 나는 너무 행운이었고 앞으로 꼭 여기서 다시 만나고 싶다고 얘기하자 막 눈물을 뚝뚝 흘리는 것이 너무 귀엽고 애틋하고 이뻤다. 나 역시 악덕상사로 기억되지는 않은 것 같아서(흐흑) 또 뿌듯하고 고마웠다. 

 

 

몇달 전 명예퇴직을 하고 떠나신 전 임원이자 내가 가장 믿고 의지하고 좋아하고 존경했던 선배가 들르셔서 함께 점심을 먹었고(또다른, 역시 내가 좋아하고 함께 일하기도 했던 다른 선배 간부와 함께), 회사 이야기, 시련에 대한 이야기, 그외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어제부터 나를 짓누르던 우울한 마음을 좀 해소했다. 그렇다고 문제 해결이 된건 아니지만, 이 문제들은 사실 윗분과는 얘기해도 이해를 잘 못하시는 부분이라(내가 알려주고 또 알려줘야 함 ㅠㅠ 주객전도) 말이 통하고 상황 이해와 판단이 빠른 선배들과 좀 얘기를 하고 나니 약간이나마 기분이 나았다. 그리고 선배를 오랜만에 봐서 반갑고 좋았다. 

 

 

그외에는 매우매우 오늘도 바쁜 하루였음. 이번주에 물리치료 받으러 안갔고 하루이틀 약도 안먹고 보고서 작업을 했더니 다시 손목 통증이 슬며시 되살아나고 있어서 내일 다시 병원에 가야 하나 싶다 흐흑... 

 

 

올해가 이제 이틀밖에 안 남았다. 내년은 혹독할 것이다. 부디 걱정만큼 혹독하지 않기를. 

 

 

이제 자러 가야겠다. 내일은 오전 종무식, 오후에는 반차를 냈다. 본래 이 날은 휴가를 내고 집에서 조용히 송년과 신년을 맞이하는데, 내일 종무식에는 참석하지 않을 수가 없는 상황이라 괴로워하며 출근하게 됨. 흑흑, 게다가 올해는 정말 크리스마스랑 1월 1일이 다 일요일이니 이건 정말 너무하다 ㅜㅜ 그래도 기운을 내자 얍! 요즘은 이것이 하루의 마무리 주문처럼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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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위에 얹혀진 스스로 선물.



나를 위한 크리스마스 선물로 주문했던 미니 하이라이터가 조금 늦게, 오늘 도착했다. 코로나 이전 + 지방 본사에서 서울을 오가며 일하던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스트레스 등등의 이유로 색조화장품을 많이 샀고 이것은 립스틱에서 아이섀도로, 하이라이터와 블러셔로 정해진 수순을 밟아 점점 확대되었다. 그러다 서울에 다시 와 일하게 되면서 + 마스크를 쓰게 되고 또 출퇴근 거리도 멀고 이래저래 게으름이 발동되어 심지어 지금은 최소한의 톤업크림과 컨실러까지만 대충 바른 후 사무실에 도착해 쿠션과 베이스 아이섀도, 아이라이너와 눈썹과 립을 슥슥 해치우고 끝내고 있다. 즉 인간둔갑을 절반만 하고 나온다.




그래서 립스틱도 계속 바르는 것만 바르고, 새로 사지 않은지 꽤 됐고, 블러셔나 하이라이터는 더더욱 그렇게 되었다. 어쩌다 여행갈때는 그래도 좀 챙겨가는데, 이번에 프라하에 갔을때 '그래 간만에 블러셔랑 하이라이터도 하나씩 챙겨가자' 하고 보니 내가 몇년 동안 안 썼던 고로 멀쩡히 많이 남아있던 하이라이터는 케이스가 끈적하게 변해있었고(나스의 카프리를 즐겨 썼는데 나스는 케이스 재질이 이렇게 끈적해져서 너무 안 좋음), 그래도 그게 얼굴에 잘 받는터라 별도 지퍼백에 넣어 가지고 가서 여하튼 매일 잘 썼다. (내 피부톤엔 치크팝 시리즈 중 아주 연한 핑크인 발레리나팝이나 RMK 연핑크 블러셔에 이 카프리를 얹으면 크게 티나지 않고 밝고 괜찮음)




그러나 여행 내내 그 하이라이터를 쓰면서도 뭔가 찜찜했다. 끈적해져서 닦아도 소용없는 케이스도 찜찜하고 몇년이나 묵은 거라 또 찜찜했다. 뭐 다른 것도 있고 약간 골드펄 도는 것도 두어개 있는데 사실 나는 그런 금빛 계열이나 웜톤 하이라이터는 딱히 잘 받지 않아서, 맨날 광고 볼때마다 좀 혹했던 이것을 크리스마스 스스로 선물로 사보았다. 오프라의 필로우 토크.








사진은 좀 빛이 날아가서 창백하고 실제보다 따스하게 나왔는데 생각보단 핑크색이 강해보이긴 했다. 한번 슥 묻혀보니 연하고 밝은 핑크 정도라 하이라이터로 나쁘지 않을 것 같다. 그래서 어제 영원한 휴가님께서 보내주신 이쁜 유칼립투스 리넨 타월 위에 스스로 선물 얹어서 같이 :) 그런데 과연 이것까지 장착하고 나가는 게 언제가 될까, 사무실에 갖다놓긴 싫은데... (근데 결국 이거랑 카프리랑 거의 비슷한 톤임. 역시 나는 ㅠㅠ)




이렇게 스스로 선물이 도착한 것 외엔 오늘 아주 바쁘고 힘들고 고된 하루였다. 여러가지로 많이 어렵고 힘들었다. 보고서 지옥은 앞으로 최소 2주는 갈 거고... 내 일이 제일 많을 거고... 거기 더해 회사에 앞으로 다가올 혹독한 미래와 변화와 시련이 걱정된다. 회사 자체를 걱정한다기보다 그 모든 혹독한 시련은 결국 나 자신에게도 크나큰 영향을 끼치게 되므로. 오늘 새로운 정보를 접하고 더 심란해짐.




그 정보를 알려준 절친한 선배와 서로 푸념과 걱정을 나누다가... 내가 고백했다. 사실 거의 얼마 전부터 밤마다 기도할 때 시련이 오지 않게 해달라고 하고 있다고. (선배는 신앙이 독실하고 나는 아님. 날라리임) 그러면서 돌아온 탕자인가보다 하며 둘이 웃었다. 이 시련이라는 것은 나 개인에 대한 것이 아니라 회사로 오는 것이지만 그게 그거임. 돌아온 탕자가 되겠습니다, 부디 우리가 두려워하는 시련이 오지 않기를, 만일 올 수밖에 없다면 감당할 수 있는 정도만 오기를... 그리고는 '어쨌든 나쁜 상황이 올 거 같긴 하지만 그 계기로 신앙을 되찾았으니 다행인 걸까요' 하는 농담과 '우리 로또를 삽시다'의 마지막 결론으로 오늘 하루를 마무리했다. 이 바닥에서 일하는 건 이렇게 오랜 세월이 지나고 이토록 많은 일을 겪었어도 여전히 참 어렵구나... 그렇다고 사뿐사뿐 걸어나와 팔랑팔랑 날아갈 수도 없으니.




내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상황들을 고쳐볼 수 없으니 너무 걱정하지 말고 파도가 오면 휩쓸리며 나무통이라도 찾는 수밖에. 기운을 내자 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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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12. 27. 21:37

12.27 화요일 밤 : 크리스마스 새해 선물 fragments2022. 12. 27. 21:37






어제 일을 많이 안 하고 반차 냈던 결과 오늘 정말 엄청나게 바쁘고 또 바쁘게 일에 파묻혔다. 정말 눈코뜰새 없이 바쁘게 일했고 보고서와 자료를 만들고 또 만들고... 다시 연말연초 보고서 지옥이 시작되었다. 너무너무 지친 채 귀가했는데 현관 앞에 상자가 놓여 있었다. 응 뭐지 내가 주문했는데 못 받았던 택배가 있나 기억을 더듬어봐도 생각이 안 났다.




뭐지뭐지 하며 상자를 보니 어머 이것은 빌니우스에서 날아온 크리스마스 선물이었다. 흑흑 리투아니아에서 발트 해와 온갖 나라들을 지나 여기까지 온 귀하고 귀한 선물 ㅠㅠ 정말 생각지도 못했기에 너무 감동이었다. 정말 감사해요 영원한 휴가님. 깨알같이 토끼 쪼꼬 토끼 그림 그려진 베리 민트 티에 보물상자처럼 뭐가 계속 나온다 흑흑 유칼립투스 리넨 수건도 너무 이쁘다 ㅠㅠ 아아아아 산타할아버지 역시 제가 올해 그렇게 못되게 살지는 않았나봐요, 영원한 휴가님이 나의 산타인 것으로 :)















스티커는 내가 사진 편집하면서 갖다 붙였음 ㅎㅎㅎ



심지어 이 보위님은 바르샤바에서 모셔오셨다고 한다... 넘 이쁘다!









마침 빨간 거베라도 있어 곁에 같이!!! 어디에 모셔도 잘 어울리고 멋있는 보위님.











내가 제레미 아이언스와 다니엘 데이 루이스를 너무 헷갈려해서 영원한 휴가님이 이 엽서를 고르셨다고 한다 ㅎㅎㅎ 너무 재미있다. 그리고 여름에 빌니우스 갔을 때 거기 드로가스에서 산 핸드크림이 너무 좋았는데 다 써서 아쉽다던 얘길 기억하시고 새로운 드로가스 출신 핸드크림을 보내주심. 그 즉시 개봉해 바름. 어머 이거 향 너무 좋음. 여행의 향기임. 그러니까, 호텔 숙소에서 목욕할 때나 리셉션에서 나는 냄새랑 비슷함.




오늘 일 때문에 너무 지쳤는데 리투아니아 산타의 이 서프라이즈 선물 덕분에 뭔가 힘들었던 것들을 적으려다 다 까먹음. 정말 감사해요. 크리스마스, 새해, 정교 크리스마스 한꺼번에 선물 다 받았음. 토끼 쪼꼬랑 토끼 티는 이미 한주먹 바리바리 싸서 가방에 챙겨놓음. 내일 출근해서 보고서 쓰며 삶이 나를 속일때 슬퍼하거나 노어하지, 아니 노여워하지 말고 이것들을 한알한알 먹어야지! 여러분 제가 이렇게 올해를 착하게 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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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도스토예프스키 머그에는 설탕 듬뿍 넣은 홍차가 어울리지만(컵 뒷면에 '지하생활자의 수기'의 유명한 홍차에 대한 인용구가 적혀 있다. 얼추 세상이 망하든 말든 내 홍차 한 잔 마시는 게 더 중요하다는 문장이다. 그 뒤에는 설탕 넣어 마시는 얘기가 나온다), 나는 민들레뿌리차를 타서 마셨다. 

 

 

잠이 매우 모자랐다. 지난 2주 동안, 주말에 열심히 글을 써서 머리가 너무 뜨겁게 달아오른데다 또 평일엔 차를 안 마시고 민들레차로 대체하다가 주말엔 비록 첫물을 따라버리긴 했어도 어쨌든 홍차를 마신 탓도 있는 것 같다. 신체 리듬도 당연히 깨졌고. 새벽 늦게까지 못자고 괴로워하다 결국 수면 부족 상태로 출근했다. 일하다가, 휴가 계산을 잘못하여 아직 반차가 하나 남아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미 연차 수당 등등 모두 계산이 된 상태라 수정할 수도 없었고 이것은 이번주 내에 소진하지 않으면 사라지므로 잘됐다 싶어 오후에 그것을 내고 귀가했다. 피곤하기도 했지만 사실 간밤에 죽어라 썼지만 다 마치지 못한 글을 마저 쓰고 싶었다. 

 

 

귀가해서 사진의 민들레차를 마시며 오후부터 저녁까지 몇시간 가량 집중해서 글을 썼다. 어제 썼던 페이지들 중 마음에는 들지만 그 '명료함'이 부족한 문단을 들어냈다. 좀 아쉽긴 한데 마무리 부분에 일부 삽입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오늘도 머리가 아니라 손이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며 휘달렸다. 이 메모를 마치고 마저 써야겠다. 오늘 마칠 수 있을까? 그러고 싶은데 잘 모르겠다. 오늘 마치지 못한다면 금요일이나 토요일이 되어야 가능할 것이다. 어쨌든 올해를 넘기고 싶지는 않다. 

 

 

꽃 사진과 민들레차 담은 표도르 미하일로비치님 머그 사진 몇 장 접어두고 월요일 메모 마무리. 이제 내일은 다시 바쁘고 빡세게 일해야 한다. 오늘 일 많이 안 한 대가를 치러야 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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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절. 

 

밤이 늦어서 오늘 메모는 짧게 적는다. 잠이 모자랐고 아침엔 가족들에 대한 별로 좋지 않은 꿈을 꿨다. 그래서 깬 후에 가족들과 통화도 하고 성탄절 인사도 하며 마음을 안정시켰다. 

 

 

간밤에 자정이 넘어서까지 글을 썼다. 오늘도 오후와 조금전까지 집중해서 썼다. 머리가 아니라 손으로 쓰는 순간들, 고양감과 중독, 자신의 존재를 망각하는 순간들이라 매우 소중하면서도 어렵고 진이 빠지는 단계이다. 시간이 조금만 더 있었다면 어떻게든 오늘 끝낼 수 있을 것 같았지만 내일 출근도 해야 하고, 또 집중과 자기 망각이 공존하는 순간이면 직관이 우선하기 때문에 명료함이 희박해지기 시작하는데 이 글의 마무리에는 후자도 필요하기 때문에 일단은 조금 남겨두고 끊었다. 몸이 너무 지쳐서 아무래도 여기서 끊어야 할 것 같다. 하루만 더 쉬면 좋겠는데. 한시간만 더 집중할 수 있다면. 아쉽지만 내일의 노동을 생각해야 한다. 결국 올해의 마지막날까지 가야 할 것 같다. 정말 말 그대로 올해는 새해부터 연말까지 이 글 하나만 계속 쓰는 셈이다. 내일 퇴근하고 와서도 쓸 수 있다면 좋을텐데, 아무래도 흐름이라는 게 있어서. 그런데 평일엔 아무래도 안되겠지. 

 

 

너무 열심히 집중한 나머지 몸이 뻣뻣해지고 온몸이 쑤신다. 여기서 메모를 접고 자러 가야겠다. 메리 크리스마스. 우리를 위해, 나를 위해 여기 와주신 예수님 감사해요. 

 

 

 

 

 

 

 

 

 

 

 

 

 

 

 

꽃 사진 몇 장 아래 더 접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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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쉬면서 보낸 하루인데 전혀 쉰 것 같지 않은 토요일. 아마 잠을 충분히 잘 이루지 못했기 때문인 것 같다. 새벽에 몇번 깼고 도로 자긴 했는데 어쨌든 그리 늦지 않게 깨어났다. 너무 추운 날이라 새벽에 온 꽃을 그냥 놔둘 수가 없어서 그거 다듬느라 한시간 가량 걸렸다. 꽃 자체는 튤립과 거베라, 더글라스 같은 것들이라 별로 다듬을 게 없었는데 1~2주 전 와서 아직 남아 있는 식물과 꽃들을 정리하고 화병을 바꾸느라 시간이 꽤 걸렸다. 그리고는 도로 침대로 들어가서 가능한 한 늦게까지 게으름을 피우다 한 시 넘어서야 침대에서 나왔고 청소, 목욕, 아점 등등 다 마치고 나니 세시가 훌쩍 넘어 있었다.




올해도 크리스마스 트리나 장식을 별도로 하지 않았는데 어쩐지 좀 아쉬워서 아스토리야 빨간 커버를 꺼냄. 이건 몇년 전 아스토리야 호텔 샵에서 안대를 샀을 때 그것을 넣어준 커버인데 2집에서 지낼 때도 그렇고 크리스마스나 연말이 되면 천사들을 위한 깔개로 쓰곤 했다. 그래서 측백나무와 더글라스 잔가지를 미니 유리병에 꽂아놓고 우골의 목각 천사들을 데리고 와서 빨간 커버 놓은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다. 동방박사 3인 대용이라고 해야 하나. 액자의 사진도 잠시 바꿔두었다.




하여튼 이렇게 자잘한 장식을 해놓고 느지막하게 차를 마셨다. 차를 마시고 나서는 재활용 쓰레기를 버리러 내려갔다 왔는데 어제보단 덜 추웠다. 어제는 정말 추웠었다. 그리고는 큰맘먹고 분홍색 롱패딩을 빨았다. 프라하에 입고 가기 전부터 이미 때가 타 있었는데 어차피 여행가면 또 지저분해지겠지 싶어 그냥 막 입고 갔었다. 그러다 밝은 곳에서 보니 정말 꼬질꼬질해져 있었다. 손목통증 때문에 세탁을 계속 미루다가 오늘은 그냥 최소한으로 대충 때탄 곳을 세제로 좀 문질문질해 놓고는 세탁기로 울코스로 돌려버렸다. 때가 좀 가셨을지 매우 의문이 든다만, 지금은 건조대에 펼쳐서 말리고 있으니 젖은 상태의 패딩을 보면 때가 빠졌는지 안 빠졌는지 구분이 안 감. 다 마르고 나면 알겠지. 내가 이래서 밝은색 옷을 잘 안 삼. 사실 파스텔톤이나 흰색 계열도 얼굴에 받긴 하는데 게으름의 총체라서 때타는 옷 사기 싫음(ㅜㅜ)




이렇게 게으름피우다가 자전거 20분 밖에 못 타고 목욕하고 밥먹고... 그러다 보니 밤이 되었다. 아아 오늘 글 열심히 쓰려고 했는데. 이제 쓰다가 자려고 한다. 분명히 오늘이면 다 끝낼 생각이었는데... 일단 써보자.





 

 

 







크리스마스 느낌 내보려고 주문했던 빨간 거베라와 겹튤립은 대가 많이 꼬부라져 있어 일단 서재 방으로 옮겨두었다. 그런데 거베라가 꽃송이가 너무 커서 좀처럼 꼿꼿해지지 않는다 ㅜㅜ 믹스를 주문하면 이런 게 안 좋다. 내가 코디할 필요가 없어 편하긴 한데 맘에 드는 조합이 안 올 때가 부지기수라서... 나는 작은 거베라가 더 좋은데 ㅜㅜ 그래서 정작 크리스마스 이브의 티테이블에는 메인으로 하려고 했던 저 빨간 거베라랑 튤립 대신 지난주의 노랑하양 마트리카리아와 측백나무 잔가지들이 올라가게 되었음.





 







남아 있던 마트리카리아와 측백나무, 더글라스 잔가지를 짧게 잘라서 몇년 전 카페 에벨에서 사왔던 머그에 꽂아두었다. 이 머그는 참 이쁜데 사실 나는 커피를 안 마시니 이 머그 크기가 참 애매하다. 물컵으로 쓰기에는 작고, 찻잔의 형태는 아니고. 그래서 드물게 썼는데 이렇게 해보니 오 이게 또 은근 화병으로 잘 어울림 :)






꽃 사진들 몇 장 접어두고 마무리. 이제 글을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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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프라하의 러시아 식품점에서 사서 꼭꼭 싸와 냉동해두었던 까르또슈까 한 알. 오늘 쥬인 만나서 건네주었더니 '토끼야 그냥 여기서 같이 먹자' 라고 하여 차 마시며 같이 해치움. 비행기 타고 올때 트렁크 안에서 좀 흔들려서 위의 크림이 조금 뭉개짐. 

 

시간이 많이 늦어서 그냥 짧게 몇 줄 적는다. 너무너무너무 추웠다. 러시아 날씨였다. 아침에 3호선 노선 터널 화재로 지하철이 지연되었다. 오늘 내가 오전 외근으로 좀 늦게 나갔으니 망정이지 원래 같으면 그 시간대에 딱 출근하다가 막혔을 타이밍이었다. 어쨌든 다행히 재개된 지하철 타고 외근을 갔고 추운 길을 걸어가야 했다. 일을 잘 마쳤고 나오는 길엔 다른 직원의 차를 얻어타고 지하철역까지 가서 추위를 약간 피했다. 

 

오랜만에 쥬인을 만나 실컷 수다떨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늦게 귀가했다. 프라하에서 사온 러시아 흑빵, 저 까르또슈까, 알룐까 초콜릿, 카페 에벨 초콜릿을 비롯해 커피와 밀까 초콜릿 등 이것저것 쥐어주었다. 쥬인은 나에게 수제 귀도리(이것이 나에게 잘 어울렸음 ㅎㅎ), 내 손목 통증을 경감시킬 수 있는 아대, 제주도 여행 가서 사온 초코 입힌 귤(내일 크리스마스 이브 기분 내며 먹어야지~)을 주었다. 서로 크리스마스 선물~ 그리고 온갖 이야기보따리. 정말 즐거운 하루였다. 돌아오는 길에 서울택시라 지리를 모르는지 네비에서 나오는 너무 멀미나는 구식 코스(김포공항, 송정, 개화산 통과해서 가는 코스)로 가서 엄청 멀미한 거 빼고는 다 좋았다. 이 길은 김포공항 버스 노선이라 너무 멀미가 나서 언젠가부터 내가 버스 대신 택시만 타곤 했는데 흑흑. 

 

너무 춥다. 내일은 더 춥다고 한다. 러시아에 있는 기분이다. 좋은 뜻이 아니라 나쁜 뜻으로. 부디 내일이 지나면 날이 좀 풀리기를... 주말이라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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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가 모두 시들어서 루스커스와 알스트로메리아와 마트리카리아가 남았다.




아주 바쁜 하루였다. 이번주의 고비, 피크, 하여튼 그런 날이었다. 오전에는 최고임원 포함 임원 대상 업무보고, 점심도 이분들과 함께, 그 직후 예산 협의 때문에 또 회의. 이런 일들을 하고 나자 하루가 휙 가버렸다. 손목치료 때문에 두시간짜리 토막휴가를 내고 돌아와 병원에 들렀다. 물리치료를 받으면 한시간이 또 휙 간다.




물리치료 받는 동안 꾸벅꾸벅 졸았다. 이 병원에 물리치료 받으러 올때마다 혈압을 재보는데 여기서는 꾸준히 정상치가 나온다. 그러면 새벽 건강검진 스트레스 때문이었던 것인가 싶지만 하여튼 몇번 더 재보고 의사와 상담을 해보려고 한다.




임원 업무 보고는 딱 한번의 고비 외에는 무난하게 지나갔다. 그 고비에서 내가 너무 빡쳐서 조목조목 따지고 좀 흥분했다는 것이 문제지만, 하여튼 지금 우리가 직면한 너무 힘든 인력 현안에 대해 어쩔수 없다는 식으로 퉁치고 아예 원천봉쇄하고 넘어가시려는 부임원의 태도에 정말 화가 나서 그것이 무슨 문제인지, 그리고 충분히 검토를 해준 후 해결책이 없다고 한다면 얼마든지 받아들이겠지만 아예 검토조차 배제하지는 말아달라고 따졌다. 이분은 좀 당황하셨고 결국 내 의견에 일리가 있으니 검토를 해보시겠다고는 하심. 그런데 뭐 그게 실제로 일어날 때까지는 아무 것도 믿을 수 없으니 큰 기대는 하지 않는다. 기대와 희망으로 부풀기에는 이 회사를 너무 오래 다녔고 또 조직의 생래를 너무 잘 알아서 ㅜㅜ




그건 그렇고 회의 내내 마스크라도 써서 다행이다. 안 그러면 내가 완전히 정색해 입술을 떨며 눈을 불태우는 것이 더 적나라하게 드러났을 것이 아닌가 ㅠㅠ 최고임원과는 달리 이 임원분은 오랜 세월 우리 회사에 계셨던 분이고 물론 나에게도 한참 선배님이고 함께 일한 적도 있어서 내 성깔을 좀 알고는 계심. (평상시 고분고분 상냥하지만 뭔가 억울하고 비논리적이고 정말 아니다 싶으면 윗사람 앞에서도 정색하고 대드는 나쁜 성깔의 토끼 ㅠㅠ) 나중에 윗분이 자기는 쫄아서 그냥 암말도 못했는데 내가 그렇게 할말 다 해줘서 속이 다 시원했다고 하심. 아니, 그런데요 ㅠㅠ 그 역할을 좀 해주시면 더 좋았을텐데요 흑흑흑... 하지만 바랄 수도 없다. 우리 윗분은 임원들을 불편해하시고 또 보고에 대한 트라우마도 있어서 ㅠㅠ 결국 모든 것이 내 몫.




하여튼 그래서 점심 먹을 때는 내 분노와 따짐의 대상이 되었던 선배 임원 곁에 앉아 함께 밥을 먹고 이야기도 잘 들어드리고 재밌게 풀어드렸음. 아악 정말 사회생활 너무 힘들어. 스스로를 부양하며 자주적이고 독립적인 토끼로 사는 거 힘들어, 인간 둔갑해서 회사 오래 다니며 일하는 거 진짜 피곤해!




날씨가 또 엄청 추워졌다. 바람 때문에 더 추웠다. 내일은 더욱 춥다는데, 흑흑, 나는 내일 다른 동네 사무실에 외근 출장인데 거기는 지하철역에서 족히 15분은 쭉 걸어가야 하는데... 으앙 택시 탈까, 하지만 그 지하철역에서 목적지까지는 너무 가까우니까 아예 택시는 안 잡힐 거고, 그렇다고 우리 동네에서부터 타고 가면... 아침엔 엄청 밀리겠지. 멀어서 돈도 엄청 많이 나오겠지. 아악 힘을 내자, 나는 걸어갈 수 있다! 옷을 껴입고 후드를 덮어쓰고 힘차게 걸어가면 된다, 기운을 내자 얍!!!! 매일매일 밤마다 이렇게 기운을 내기 위해 얍!!!을 하고 있다. 아 이것도 슬퍼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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