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4 토요일 밤 : 게으르게 쉬었는데 왜 피곤할까, 크리스마스 전날, 분위기 조금이라도 내보려고, 주된 이유는 게으름! fragments2022. 12. 24. 21:45
분명 쉬면서 보낸 하루인데 전혀 쉰 것 같지 않은 토요일. 아마 잠을 충분히 잘 이루지 못했기 때문인 것 같다. 새벽에 몇번 깼고 도로 자긴 했는데 어쨌든 그리 늦지 않게 깨어났다. 너무 추운 날이라 새벽에 온 꽃을 그냥 놔둘 수가 없어서 그거 다듬느라 한시간 가량 걸렸다. 꽃 자체는 튤립과 거베라, 더글라스 같은 것들이라 별로 다듬을 게 없었는데 1~2주 전 와서 아직 남아 있는 식물과 꽃들을 정리하고 화병을 바꾸느라 시간이 꽤 걸렸다. 그리고는 도로 침대로 들어가서 가능한 한 늦게까지 게으름을 피우다 한 시 넘어서야 침대에서 나왔고 청소, 목욕, 아점 등등 다 마치고 나니 세시가 훌쩍 넘어 있었다.
올해도 크리스마스 트리나 장식을 별도로 하지 않았는데 어쩐지 좀 아쉬워서 아스토리야 빨간 커버를 꺼냄. 이건 몇년 전 아스토리야 호텔 샵에서 안대를 샀을 때 그것을 넣어준 커버인데 2집에서 지낼 때도 그렇고 크리스마스나 연말이 되면 천사들을 위한 깔개로 쓰곤 했다. 그래서 측백나무와 더글라스 잔가지를 미니 유리병에 꽂아놓고 우골의 목각 천사들을 데리고 와서 빨간 커버 놓은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다. 동방박사 3인 대용이라고 해야 하나. 액자의 사진도 잠시 바꿔두었다.
하여튼 이렇게 자잘한 장식을 해놓고 느지막하게 차를 마셨다. 차를 마시고 나서는 재활용 쓰레기를 버리러 내려갔다 왔는데 어제보단 덜 추웠다. 어제는 정말 추웠었다. 그리고는 큰맘먹고 분홍색 롱패딩을 빨았다. 프라하에 입고 가기 전부터 이미 때가 타 있었는데 어차피 여행가면 또 지저분해지겠지 싶어 그냥 막 입고 갔었다. 그러다 밝은 곳에서 보니 정말 꼬질꼬질해져 있었다. 손목통증 때문에 세탁을 계속 미루다가 오늘은 그냥 최소한으로 대충 때탄 곳을 세제로 좀 문질문질해 놓고는 세탁기로 울코스로 돌려버렸다. 때가 좀 가셨을지 매우 의문이 든다만, 지금은 건조대에 펼쳐서 말리고 있으니 젖은 상태의 패딩을 보면 때가 빠졌는지 안 빠졌는지 구분이 안 감. 다 마르고 나면 알겠지. 내가 이래서 밝은색 옷을 잘 안 삼. 사실 파스텔톤이나 흰색 계열도 얼굴에 받긴 하는데 게으름의 총체라서 때타는 옷 사기 싫음(ㅜㅜ)
이렇게 게으름피우다가 자전거 20분 밖에 못 타고 목욕하고 밥먹고... 그러다 보니 밤이 되었다. 아아 오늘 글 열심히 쓰려고 했는데. 이제 쓰다가 자려고 한다. 분명히 오늘이면 다 끝낼 생각이었는데... 일단 써보자.
크리스마스 느낌 내보려고 주문했던 빨간 거베라와 겹튤립은 대가 많이 꼬부라져 있어 일단 서재 방으로 옮겨두었다. 그런데 거베라가 꽃송이가 너무 커서 좀처럼 꼿꼿해지지 않는다 ㅜㅜ 믹스를 주문하면 이런 게 안 좋다. 내가 코디할 필요가 없어 편하긴 한데 맘에 드는 조합이 안 올 때가 부지기수라서... 나는 작은 거베라가 더 좋은데 ㅜㅜ 그래서 정작 크리스마스 이브의 티테이블에는 메인으로 하려고 했던 저 빨간 거베라랑 튤립 대신 지난주의 노랑하양 마트리카리아와 측백나무 잔가지들이 올라가게 되었음.
남아 있던 마트리카리아와 측백나무, 더글라스 잔가지를 짧게 잘라서 몇년 전 카페 에벨에서 사왔던 머그에 꽂아두었다. 이 머그는 참 이쁜데 사실 나는 커피를 안 마시니 이 머그 크기가 참 애매하다. 물컵으로 쓰기에는 작고, 찻잔의 형태는 아니고. 그래서 드물게 썼는데 이렇게 해보니 오 이게 또 은근 화병으로 잘 어울림 :)
꽃 사진들 몇 장 접어두고 마무리. 이제 글을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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