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하의 아파트 창가에서 + 오이무침 closed gates/praha fragments 20132020. 11. 27. 21:38
옛날 사진들 뒤적이다가 오랜만에 프라하에 머물던 시절 폴더를 열어보았다. 2013년 2월 어느 날. 이때는 프라하에서 아파트를 얻어 두어달 머물렀다. 이 아파트는 내가 살아본 곳들 중 가장 널찍하고 또 삐까한 곳이었다. 물론 월세가 매우 비쌌다. 그도 그럴 것이 구시가지의 카를로바 골목과 카를 교 근처에 있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이 집은 부엌과 이어진 거실이 넓었다. 대신 추웠다. 부엌과 거실 창가를 왔다갔다하며 바깥을 바라보던 기억이 난다.
이 당시는 매일 날짜별로 사진 폴더를 정리했었다. 당시엔 거의 매일같이 바깥 산책을 했고 프라하 골목골목의 사진들이나 카페 에벨 같은 곳 사진들이 매일 조금씩 나왔다. 이 날은 집에만 있었다. 동생과 같이 와서 같이 돌아다니다 일주일 후 동생은 한국으로 돌아갔다. 그 다음날은 아무데도 가지 않고 집에서 쉬었다. 이 날이 그 날이다. 집에서 쉬면서 동생이 가고 나니 좀 쓸쓸해져서 '에잇 반찬이나 만들자' 하는 마음에 슈퍼에서 사온 오이를 썰어서 소금에 절이고 수분을 뺀 후 식초와 참기름, 간장, 고춧가루 등을 넣어 무쳤다. 뻬쩨르에 있을 때도 그랬지만 프라하에서도 김치 만들기가 어려우므로 오이무침을 많이 만들어 먹었었다.
위는 오이 썰어서 소금 절여 놓고 수분 빠지기 기다리면서 찍은 사진.
오이 무침 완성한 사진 ㅋㅋ
저 창가도 그립고, 거실의 거대한 식탁 앞에 앉아 새벽 늦게까지 글을 쓰던 시간도 그립다. 근데 그때 참 추웠음. 난방을 끝까지 올려도 추웠다. 프라하도 그렇고 뻬쩨르도 그렇고 기온보다 더 춥게 느껴지는 그 뭔가가 있다. 오늘 날씨가 으슬으슬해선지 저때 기억이 참 생생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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