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수요일 밤 : 종일 일하고 또 일하고, 네덜란드 호떡집은 또 진화했다 fragments2023. 1. 4. 21:26
이른 아침 빛 속의 리시안셔스와 카네이션.
오늘은 보고서를 써보려고 재택근무를 하루 신청했던 날이었다. 8시 되기 전부터 책상 앞에 앉아 일을 시작했다. 그래서 푸르스름한 아침 빛 속의 꽃 사진을 올려본다. 오늘 하루가 이 꽃처럼 예쁘고 싱싱하고 상쾌했으면 좋았겠지만 물론 그렇지는 않았다. 아주, 아주, 아주 바빴다. 재택이었지만 더더욱 바빠서 자리에서 일어날 틈이 없었다. 그리고 보고서는 조금밖에 못 썼다. 그 이유는 어제 터졌던 예기치 않은 일이 오늘 오전에도, 오후에도 계속계속 상황이 바뀌어가며 집요하게 달려들었기 때문이다. a로 하려다 b가 되고, 어쩔수 없이 b대로 모든 걸 또 준비하고 있었으나 다시 a가 되고, 그러면서 c를 같이 준비해야 하고 등등등....
완전히 녹초가 되었다. 그나마도 재택이라 윗분과 다른 직원들이 뺏아가는 시간이 덜해 보고서를 딱 한 페이지 쓸 수 있었다. 흑흑 겨우 한 페이지. 이 맨 앞장이 제일 어려운 파트이긴 하다만 그래도 너무하다. 자꾸 사건이 터져서 집중을 할 수 있는 여력이 안 생기니 도대체 뭘 쓸 수가 없다. 내가 맡은 파트를 빨리 써야 부족하기 짝이 없는 실무자들의 엉망진창 파트들을 붙들고 고칠 수 있는데 ㅠㅠ 내일은 오전에 부서 회의가 있고 모레도 오후엔 진료받으러 가야 하고, 다음주엔 정말 혼돈과 시련의 새로운 폭풍이 불어닥치니 이 모든 것을 어떻게 잘 버티면서 문제들을 모두 해결하고 과제도 다 해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것은 네덜란드 호떡집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구멍 숭숭 뚫린 네덜란드 둑 위에서 그것들을 막으면서, 불길 치솟는 호떡집들 불을 끄면서, 밑빠진 독에 물을 붓고 엄청 넓은 밭을 갈고 하여튼 엄청 많은 일을 해내야 하는 콩쥐가 된 기분이다. 한 마디로 <네덜란드 호떡집 콩쥐> 흑흑... 분명히 네덜란드 소년에서 시작했는데 이제 콩쥐까지 합류했어 엉엉엉... 일은 그냥 뭐 막 하고 또 하면 어떻게든 틀어막는다지만 시련은 내 힘으로 어떻게 할 수도 없다. 물리적인 일만 많은 거라면 하나하나 클리어하며 몸만 힘들다지만, 마음이 너무 지치고 괴로운 건 사실 방법이 없다. 피곤하고 피곤하다. 아무 생각도 안 하고 이 일과 이 바닥에서 벗어나 쉬고만 싶다.
부모님과는 아침저녁으로 한번씩 통화 중이다. 수술 경과는 아직까지는 나쁘지 않은 것 같다. 빨리 잘 회복하시기 바란다. 너무 피곤하고 머리가 아프다. 늦지 않게 자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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