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6 일요일 밤 : 여행이 남겨준 책갈피, 순서대로 읽는다, 그냥 쉬었음, 다시 월요일이 온다 fragments2023. 2. 26. 20:17
사진 속 별다방 크리스마스 광고지는 작년 프라하 여행 때 융만노바 광장에 있던 별다방 리저브 매장에서 가져온 것이다. 책갈피로 쓰기 좋아서 가름줄이 없는 책 읽을 때 끼워놓고 있다. 그 별다방은 프라하 여행에서 제일 마지막에 들렀던 카페였다. 책갈피로 계속 쓰면서 손으로 집었다 놨다 하다 보니 오른쪽 하단 귀퉁이가 이미 조금 닳았다. 한 장 더 챙겨올 걸 그랬나 하는 마음도 든다.
어제 재앙의 거리를 다 읽은 후 오늘은 The murderer is a fox를 읽고, 여전히 순서대로, 이제는 열흘간의 불가사의로 넘어갔다. 재앙의 거리는 확실히 나이먹은 후 읽는 느낌이 더 깊고 가슴을 울리는 소설이다. 아마도 그래서 20대 때는 그저 찜찜하고 오싹하게 느껴지기만 했을지도 모른다. 언젠가부터 이 소설은 다시 읽고 나면 항상 마음 어딘가가 울컥하고 코가 찡해지는 순간이 온다. 사실 엘러리 퀸 소설들 중 그런 느낌을 자아내는 작품은 거의 없기 때문에 이 형제의 모든 소설들 중 가장 '잘 쓴' 소설이란 생각이 든다. 폭스 가의 이야기를 다룬 라이츠빌 두번째 권은 그 간결함 때문에 좋아했었는데 어쩌면 그건 내가 필립 말로 시리즈 중 가장 간결한 빅 슬립을 좋아했던 것과 비슷한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열흘 간의 불가사의를 다시 읽고 있는데 사실 이 소설은 딱히 내 취향은 아니고 읽을 때마다 이거야말로 좀 찜찜한 것이 변함없지만 그래도 이 소설이 꼬리 아홉개 고양이와 그대로 이어지므로 순서를 따라 쭉 읽을 생각이다. 사진 속 책을 보면 상당히 바래고 낡았다. 원체 오래 전에 샀던 책이니까. 책과 함께 나 자신도 나이를 먹어간다.
붉은 군대 때문에 몸이 너무 아프고 힘들어서 오늘은 너무 늦게까지 침대에 붙어 있을 수가 없었다. 약을 먹고 싶었는데 빈속에 먹으면 속이 부대끼고 고생을 하니까. 억지로 일어나 국을 끓여서 꾸역꾸역 아점을 먹고, 약을 먹은 후 오늘은 정오를 전후해 이른 티타임과 함께 책을 읽고 쉬었다.
이제 월요병을 맞이하는 시간이다. 이번주도 매우매우 바쁘다. 내일은 아침 일찍부터 최고임원이 주재하는 회의에 들어가야 하고, 모레는 피곤하고 중요하고 어려운 행사를 진행해야 한다. 목요일은 종일 부서 워크숍을 진행해야 한다. 빡센 일주일이 기다리고 있다. 유일한 낙은 수요일에 쉰다는 것이다. 그것 하나만을 바라보며 기운을 모아서 너무 늦지 않게 잠자리에 들어야겠다. 붉은 군대 때문에 컨디션이 안 좋아서 이번 주말에도 글을 시작하지 못했다. 수요일에는 뭔가 좀 달라지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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