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수요일 밤 : 과로, 쉬어서 다행, 꿈, 한번에 하나만 fragments2023. 3. 1. 19:58
3월 달력 넘김. 1월과 2월이 너무 고되고 힘들었기에 어서 2월이 지나가기만을 바랐는데, 막상 3월이 오니 두렵다. 일이 계속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데다 또다른 변화들도 예상되기 때문이다. 어쨌든 오늘은 쉬어서 좋았다. 어제 너무 심신 양측으로 과로를 한 탓에 밤늦게까지 오히려 잠이 오지 않았다. 머리도 너무 아프고 그날이 다 끝나가는데도 통증이 심했다. 결국 자정 넘어서 진통제를 먹었고 그 이후 한시가 다 되어서야 간신히 잠들 수 있었다. 몇 주 동안 계속 반쯤 몸살 상태인 것을 억지로 몸 상태를 유지해가며 일하고 있는 것 같다.
오랜만에 하늘을 나는 꿈을 꿨다. 꿈 속에서 나는 푸른 숲과 산, 강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그리 높지 않게 날고 있었다. 헤엄치듯 두 팔을 휘저으며 날아올라가 활강했고, 그 비행은 점차 낮아지면서 도로 위, 걸어가는 사람들로부터 2미터 가량 위를 천천히 가로질러 지속되었다. 그러다 눈 앞에 큰 건물이 나타났다. 출입문 형태의 건물이었는데 꼭대기까지 올라가 그 위로 날아가기가 어려웠고 문과 지붕 사이의 틈을 찾아 나가려고 했지만 그런 틈새가 없었다. 사람들이 문 근처에서 행상을 하고 군것질을 하고 있었다. 나는 돌아서 나가야겠다고 생각했고 낮게 비행하며 건물 옆으로 돌아서 나갔다.
그러자 내 눈 앞에는, 아주 거대하고 까마득한 도시 전경이 펼쳐졌는데, 그것은 화려한 마천루와 강과 교각들이 아니라, 거대한 산에 꽉꽉 들어찬 무수한 집들, 사각형의 창문들과 비슷비슷한 집들과 건물들이 꽉꽉 들어찬 풍경이었다. 마치 캔버스 전체를 그런 사각형 집들로 가득 채워놓은 것 같았다. 현기증이 일었다. 이 꿈 속에서 날아오른 후 처음으로 '떨어질 것 같다' 고 느꼈다. 저 집과 건물들의 집합체, 정면을 가득 메운 머나먼 집들의 행렬을 향해 날아갈 용기가 나지 않았다. 꿈속에서 나는 그 전경을 '도시'라고 생각했고, 아마도 무의식의 기억 때문인지 '남산에 올라와 있나보다, 그래서 서울을 내려다보고 있나보다' 라고 생각했다. 두려움으로 나는 몸을 돌렸고 다시 그 문을 향해 날기로 했다. 문의 모습은 바뀌어 있었는데 지금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이 꿈이 또 다른 꿈으로 이어졌고 그건 논리적 연결이 되는 꿈이었는데 지금은 그 두번째 꿈에 대한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날기 시작했을 때부터 나는 내가 꿈을 꾸고 있다는 것을 알았고, 오랜만에 꿈 속에서 날고 있다는 사실에 기뻤던 기억이 난다. 꿈을 기억한다는 건 수면의 질이 부실하다는 증거라 별로 좋진 않지만, 어쨌든 이 꿈은 적어둔다. 꿈은, 마음과 무의식의 영역이고 동시에 현실의 그림자니까. 이 꿈에서 가장 강렬했던 건 정면 멀리 펼쳐져 있지만 마치 쇄도하듯 달려드는 그 거대하고 빽빽한 '도시'였다. 숲을 바라보며 강 위를 날 때는 두려움이 없었는데.
늦게까지 많이 자고 싶었지만 9시 좀 안되어 깨어났다. 침대에 누워 좀더 쉬다가 일어났다. 어제 너무 힘들어서 미뤄버렸던 걸 후회하며 괴롭게 머리도 감고 말리고... 밥을 차려먹은 후 차를 마시고 책을 읽으며 쉬었다. 그래도 오늘이 휴일이라 참으로 다행이다. 내일도 아주 할 일이 많다. 쌓여 있는 일과 온갖 문제들을 생각하면 좀 암담하다. 그냥 한번에 하나씩만 생각하면, 이번주는 그래도 중간에 하루 쉬었으니까 이틀만 더 나가서 빡세게 노동을 하면 주말이 온다. 나머지는 그냥 그날그날 생각하며 해결해 나가야지.
에릭은 결국 2월에 서울에 오지 못했다. 일본 가는 것도 미뤄졌다고 한다. 봄에라도 와서 볼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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