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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스럽고 묵직하고 예쁜 석류 두 알. 오늘도 이른 아침에 출근해 정신없이 일하고 있는데 우리 건물을 담당하고 계신 미화 선생님이 오셔서 이 석류를 쥐어주셨다. 괜찮다고 아무리 사양을 해도 꼭꼭 쥐어주시며 잘 챙겨줘서 고맙다고 하고 가셨다. 내일부터 담당 건물이 바뀐다고 하셨다. 두어달 전 업무를 시작하셨을 때 일을 잘 하시고도 모종의 오해가 생겨 내가 중재를 좀 해드린 적이 있는데 너무나 당연한 일인데도 고맙다고 하시며 전에는 레드향을 한 알 쥐어주시고 오늘은 석류를 주셨다. 미안한 마음도 들었지만 그래도 무거운 과일을 들고 오셔서 쥐어주신 마음이 감사하여 결국 받았다. 

 

 

혼자서는 석류 두 알 먹기가 어렵고 또 어차피 사무실에서는 과즙이 튀는지라 집에 가져가 먹어야 하는터라 한 알은 요즘 과로로 고생하는 다른 직원에게 주고 남은 한 알은 집에 가져왔다. 엄청 바쁘게 일하느라 석류 넣은 것을 완전히 까먹고는 귀가하는 내내 '아 오늘따라 왜 이렇게 가방이 무겁지, 어깨가 빠질 것 같다' 하고 괴로워하다 지하철에서 자리가 나 앉았을 때에야 석류 생각이 났다. 냉장고에 넣어두었다. 내일 쪼개서 먹어야겠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집에 돌아오니 너무 싱싱하고 이쁜 프리지아가 도착해 있었다. 이웃님인 푸른난초님께서 봄을 담아 보내주신 거였다. 오늘 정말 너무너무너무너무 바쁘고 힘들었는데 꽃을 보니 피로가 풀리는 것 같았다. 노랑 프리지아에 보라색, 자주색 프리지아가 가미되어 있었다. 내일 아침이면 꽃송이들이 피어나 거실 전체가 향기로 가득할 것 같다. 사진은 내일 밝을 때 찍어서 올려봐야지. 푸른난초님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오늘 이렇게 선물을 두 개나 받아 참 감사하고 기뻤다. 

 

 

오늘 정말 신경쓰이고 손이 가는 행사를 치렀다. 행사를 준비하는 것도 모자라 직접 나가서 발표도 해야 했다. 미리 스크립트를 준비해 연습을 한 결과 그럭저럭 실수 없이 해냈다. 행사 진행 사항도 챙기고 초청인사들도 챙겨야 하고 직접 발표까지 해야 하고, 여기서 나온 내용을 정리도 해야 하니 정말 전천후 온갖 일들의 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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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라이브 스트리밍까지 되는 행사라 더욱 부담이 되었다. 게다가 내 바로 앞에 하셨던 분은 카메라를 바라보지 않아서 구도가 완전히 엉망이 되었고 촬영자가 나에게 '앞의 분 완전 잘못하셨음. 그렇게 하시면 안됨. 카메라를 보면서 하셔야 해요' 라고 해서 매우 괴로워하며 어색하게 몸을 차려자세로 하고 카메라 쪽을 봤다가 원고를 봤다가 하며 어찌어찌 했다 흑흑... 나는 키도 작아서 더더욱 몸을 편안하게 두고 발표하기가 어려웠다. 아아 정말 이런 일까지 해야 하나. 내 셀카 한 장 안 찍고 사는데... 그나마도 라이브로만 나가고 영상 저장은 해두지 않는다니 불행 중 다행... 이 발표는 원래 윗분이 하시기로 한 거였는데(나는 그 외의 수많은 일들을 하고 있었음) 앞에서 발표하는 게 싫었던 이분이 어제 변심하여 '토끼님은 발표를 너무 잘하잖아' 라는 완전히 짜증나는 대사와 함께 나에게 떠넘기고 뒤집어씌운 바람에 내 일이 두 배로 가중된 것이다. 생각하면 지금도 좀 빡치지만 어쨌든 받아들이고 준비해서 했고 이제 마쳤으니 그냥 뒤끝없이 잊자 ㅠㅠ 

 

 

 

 

원래는 오늘의 이 행사가 이번주의 피크였던 건데, 어제 최고임원이 어제 마구 떨어뜨린 새로운 폭탄들을 비롯해 해야 할 일들이 너무너무너무 많아서 계속계속 매일매일이 새로운 피크다. 오늘은 이 행사를 같이 진행해야 했던 선배 본부장과 점심을 먹고 잠깐 차를 마시면서 서로 약속이나 한듯 '너무너무 힘들군요' 하고 정말 진심으로 우러나오는 탄식을 내뱉게 되었다. 알고보니 이 선배님도 요즘 너무 힘들어서 명예퇴직도 생각하고 정말 견디기 힘들어서 괴로워하고 있었다. 나만 그런 게 아니었다. 모두가 지금 과중한 지시와 현실에 맞지 않는 압박 때문에 정말 힘들어하는 중이다. 아 모르겠다. 당장 한달 후 내가 서울에 남아 있을지 아니면 뜬금없이 다시 본사로 발령받게 될지도 모르니(그러면 너무너무 더 힘들 것 같지만 말이 씨가 되니까 그런 걱정은 하지 말아야지 ㅠㅠ 합리적으로 생각한다면 최소 올해까진 내가 여기 남아 있어야 하는데 회사 업무나 인사가 합리적으로 돌아간 적은 별로 없으므로) 

 

 

 

 

 

 

 

 

완전히 녹초가 되어 귀가했다. 온몸이 너무 쑤시고 아프다. 너무 신경을 쓰고 과로를 한 탓에 몸살이 좀 난 것 같다. 그래도 내일 쉴 수 있어 다행이다. 그것만 생각하며 어제와 오늘을 버텼다. 내일은 늦게까지 쭉 잤으면 좋겠다. 그 다음 일은 쉰 다음에 다시 생각해야지. 너무 피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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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