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8 토요일 밤 : 고마운 엄마토끼, 둠즈데이 북, 몸이 안 도와줌, 짜투리 꽃들 fragments2023. 3. 18. 21:30
완전히 집에 착 달라붙어 보낸 토요일.
간밤에 엄마가 주무시고 가실 줄 알았는데, 교회 친구분들의 집요한 연락에 오늘 점심을 같이 먹어야 한다면서 결국 밤늦게 부천으로 귀가하셨다. 무거운 반찬과 국, 과일 바리바리 싸오시고 심지어 집 청소까지 다 해주셨는데, 잠이라도 자고 가야지 왜 밤중에 집에 가시냐고 울부짖어보았지만 아침에 분주한 것보단 밤에 집으로 돌아가 주무시는 게 낫다고 부득부득 ㅠㅠ 붙들고 늘어지다가 결국은 포기하고 대신 택시를 불러드렸다. 엄마에게 너무 고마우면서도 미안했다. 다행히 우리집에서 부천으로 가는 길은 금요일 밤엔 잘 뚫려서 30분도 안되어 잘 도착하셨다.
완전히 피곤하고 지쳐서 뻗어 잠들었다. 요즘은 새벽엔 4시 이후부터 깨는 편이었는데 간밤엔 화장실에 가고 싶었던 건지 뭣때문인지 새벽 2시 반에 잠깐 깼다. 도로 잠든 후 다시 새벽부터 몇번 깨기를 반복하며 계속 다시 잤다. 아침엔 또 정신없고 복잡한 꿈에 시달리다 깼다. 깨어나니 온몸에 멍울이 지고 아프기 시작했다. 몸 상태를 보니 그날이 일주일 이내로 다가올 것만 같다. 하여튼 너무 피곤해서 뻗어버린 토요일이었다.
엄마가 어제 가져다주신 맛있는 반찬과 국이 잔뜩 있어 밥을 잘 챙겨먹었다. 그리고 어제 저녁에 엄마와 청소를 했기 때문에 오늘은 청소를 하지 않고 더더욱 게으름을 피웠다.
쉬면서 차를 마시고 책을 읽었다. 아주 오랜만에 코니 윌리스의 둠즈데이 북을 다시 읽었다. 좋아하는 소설이긴 한데 후반부가 너무 슬프기 때문에 다시 읽으려면 항상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 이미 몇년 전부터 다시 읽고 싶었으나 코로나 시국이 되면서 더욱 마음이 무거워지고 기분이 이상해질 것 같아 미뤄두고 있었는데, 옥스퍼드 시간여행 시리즈 중 가장 가볍고 코믹한 '개는 말할 것도 없고'를 다시 읽다가 이제는 코로나도 잦아들었으니 다시 읽어볼까 싶어서 간밤부터 펼쳐들었다. 역시 재미있다. 거의 십년만에 다시 읽는 건가 싶기도 하다. 아니, 메르스 때도 한번 읽었으니까 십년까진 안된 것 같다. 시간여행과 과거의 페스트, 현재의 인플루엔자라는 전염병을 다루는 이야기인데 코로나를 겪은 후 다시 읽으니 역시 생각했던대로 느낌이 새롭다.
오후에 글도 약간 썼다. 이 메모를 마친 후 조금 더 쓰다 잠자리에 들 생각인데 얼마나 쓸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시작하고 나니 그리 어렵게 풀릴 것 같지는 않은데 이번주에 너무 과로해서 그런지(머리도 많이 썼고 문서작업도 원체 많이 했다) pc 앞에 앉아 타이핑하는 게 너무 지친다. 이 메모를 쓰고 있는 중 급속도로 등 근육이 당기고 쑤시기 시작하는데다 왼쪽 손목도 뻐근하고 아파서 그냥 내일로 미루고 책을 더 읽다가 자러 갈지도 모르겠다.
짜투리 꽃과 루스커스 잔가지를 모아서 아주 조그만 푸딩 유리병에 꽂아두었다. 저녁이 되자 라넌큘러스 한송이, 시넨시스 몇대 짜투리가 추가되어 이 유리병 두 개를 더 꺼냈다. 사진 속의 거베라와 라넌큘러스 봉오리, 루스커스는 서재 방의 책꽂이에 올려두었다가 끄라스느이 우골로 옮겨두었다. 그 사진 몇 장 접어두고 오늘 메모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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