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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꽃값이 비싸다. 같은 가격대의 비슷한 구성으로 주문해도 작년보다 양이 적고 좀 부실한 편이다. 물가가 끝간데 없이 오르는데다 졸업식과 입학식 시즌에 겨울이므로 그럴만도 하지만 하여튼 상자를 열어보면 좀 실망하곤 한다. 그래도 주말의 꽃은 피로에 지쳐 한없이 무겁게 늘어지는 몸과 마음을 위로해주니까 좋다. 비몽사몽 혼미한 채 가지와 잎을 다듬고 있으면 역시 마음 수양하는 느낌도 들고. 오늘의 꽃은 장미와 흰색 알스트로메리아, 마트리카리아와 루스커스이다. 이렇게 장식용으로 딸려온 루스커스들은 수명이 길어서 다른 꽃들이 다 시들어도 이것들만 남고, 그래서 이런 루스커스만 한아름 모이게 된다. 그 루스커스들은 서재 방의 끄라스느이 우골에 올려두곤 한다. 

 

 

 

 

 

 

아침에 막 다듬어 꽂아두었을 때. 생각보다 꽃의 양이 적어서 프레임을 써야 했다. 아침의 빛이 푸르스름하다. 빛의 색깔이 오후와는 확연히 다르다. 

 

 

무척 피곤하게 잤다. 온몸이 정말 너무 쑤시고 아팠다. 새벽에 잠깐 깨어나 새벽배송 온 식료품 상자를 들여놓고, 녹아버리면 안되는 것들 몇개를 냉장고에 넣어놓느라 너무 귀찮았다. 도로 잠들었지만 7시 좀 넘은 후부터는 거의 30분에 한번씩 깨고, 그 와중에 또 꿈을 꾸고 또 꾸기를 반복. 오늘 아침 마지막으로 꾼 꿈에선 쥬인과 함께 일본 여행을 가 있었다. 프라하 꿈과 비슷한 패턴으로, 여행이 며칠 후 끝날 때가 되어 있었고 어디를 갈까 하다 내가 퍼뜩 생각난듯 '쥬인은 고베에 안가봤지? 고베에 갈까?' 하고 이야기를 나눴다. 

 

 

10시 즈음 억지로 일어나 꽃을 다듬었고, 도로 침대로 들어가 게으름을 피우다 정오 무렵 침실에서 나왔다. 청소, 목욕. 아점. 그리고 차를 마시며 엘러리 퀸 소설을 계속 읽었다. 나는 아주 어릴 때부터, 그러니까 어린이 도서관을 드나들무렵 해문출판사에서 나오던 삽화가 들어간 어린이 추리문고 시절부터 엘러리 퀸을 좋아했다. 셜록 홈즈와 브라운 신부와는 또 다른 느낌으로. 국내 출간된 엘러리 퀸 소설들과 에세이집은 거의 다 가지고 있다. 90년대에 나왔던 시공사 선집 중 몇권은 엄마가 이사하실 때 버리셔서 두세권은 수중에 없다만, 퀸의 소설들은 좀 편차가 있어서 잃어버린 책들이 딱히 아깝진 않다. 괜찮은 책들은 몇년 전 재출간도 되었고. 

 

 

하여튼 쭉 읽다가 이제 라이츠빌 시리즈로 접어들었다. 라이츠빌 시리즈는 확실히 작가의 필력도 더 좋아지고 인간 심리에 대한 접근도 나아져서 좋긴 하지만, 기존 엘러리의 재기넘치는 매력은 좀 퇴색되는 편이고(건방진 천재가 이제 어른이 되어버렸다고 해야 하나), 아무래도 인간 관계와 심리들을 예전 작품들보다 상대적으로 더 중심에 놓다보니 다 읽고 나면 좀 찜찜하기도 하다. 어쨌든 오랜만에 재앙의 거리를 다시 읽는 중이다. 라이츠빌 시리즈의 첫권이고 이 시리즈 중 가장 나은 소설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하는데, 그만큼 찝찝함이 엄청 커서 읽고 나면 기분이 안 좋고 좀 으스스한 편이라 옛날부터 지금까지 '자주 읽는 엘러리 퀸 소설' 군에는 들어가지 않았다. 라이츠빌 시리즈에선 가장 간결하고 뒤끝도 별로 없는 The murderer is a fox' 를 제일 좋아한다. 그건 재앙의 거리 다음 순서이므로 아마 내일 읽기 시작할 듯. 

 

 

그건 그렇고 실은 글을 쓰고 싶은데 구상이 좀 꼬인 후 게으름과 피로가 겹쳐 결국 이렇게 엘러리 퀸만 줄창 다시 읽고 있음. 흑흑... 

 

 

몸이 너무 쑤시고 아팠는데 저녁 늦게 붉은 군대가 도래하였다. 차라리 주말에 오셔서 다행이다. 내일까지 왕창 아프고 부디 월요일부턴 좀 나아지기만 바란다. 월, 화에 엄청 바쁘고 신경쓰이는 일들이 잔뜩 있기 때문이다. 

 

 

재앙의 거리를 마저 읽다 자야겠다. 그건 그렇고 이 책 원래 좀 찜찜한데, 잠자리에 들기 전에 읽기에 딱히 좋은 선택은 아닌 것 같긴 하다만, 그래도 오랜만에 읽으니 재밌긴 하다. 

 

 

꽃 사진 여러 장 접어두고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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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