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 일요일 밤 : 읽기 쉬운 꿈, 심신의 회복이 요원함, 좀 나은 한 주가 되길 fragments2023. 3. 5. 21:00
너무 피곤하게 잤다. 아침 꿈에는 회사와 사람들, 최고임원, 기묘하고 비합리적인 지시들, 이상한 맛이 나는 음식, 그리고 아주 오래전 고등학교 동창이 나왔다. 우리는 군대 막사나 학창 시절 집단으로 수련회 같은 것을 갔을 때 몇십명이 모여 자야 했던 그런 방에 누워 잠을 청해야 했다. 그리고 일렬로 배열된 테이블들 앞에 쭉 선 채 최고임원이 직접 조제한 음식을 모두가 먹어야 했는데 그건 발사믹 식초인지 다른 신맛 나는 조미료인지 뭔가가 아주 많이 들어간 뭔가였다. 포크를 잘못 놀려서 그것이 수란처럼 터지며 시큼한 액체가 흘러나왔다. 꿈에서 깨어났을 때도 그 맛이 입안에 그대로 남아 있는 느낌이었다. 이런 꿈들의 의미는 뭐 조목조목 분석해볼만큼 깊은 것도 아니다. 과도한 업무지시와 온갖 문제들로 스트레스를 엄청나게 받고 있는 것이다.
새벽에 잠들어서 8시간 좀 안되게 자고 일어났다. 오늘도 쉬면서 하루를 보냈다. 날씨는 따스한 것 같았지만 공기는 나빴다. 오늘은 문득 바다를 보러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은 아직 시작하지 못했다. 얼추 흐름은 잡았지만 과연 이 글을 쓰게 될지 잘 모르겠다. 심신에 어느 정도 힘이 있어야 글을 쓸 수 있는데 조금 회복될라치면 다시 지쳐버리니 참 쉽지 않다.
이번 주말은 어딘지 쉬면서도 찝찝한 마음이 들었고 편하지 않았다. 이유도 알고 있다. 금요일에 일 때문에 너무 스트레스를 받았고 예기치 않은 소식과 시련에 좀 감정적으로 행동했기 때문이다. 최선의 행동은 아니었다. 과로와 충격으로 이성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었다. 아마 이것이 어떻게든 해결되지 않으면 계속 찝찝할 것 같다. 그리고 이 문제의 해결은 내 손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니고 윗분이 어느 정도 몫을 해주셔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더 그런 것 같다. 모르겠다, 내일이면 뭐든 어떻게 되겠지. 내일 해야 할 일이 아주 많다. 오전에는 너무 힘든 과제를 놓고 다른 부서들과 회의를 해야 하고, 오후엔 면접심사에도 들어가야 하고 또 업무 관련 회의도 해야 한다. 복잡한 자료도 하나 정리해야 한다. 정신없이 하루가 지나갈 것이다. 뭐 요즘은 거의 매일 그런 식으로 정신없이 나날을 보내고 있으니 놀라운 일도 아니다.
당연히 월요병에 시달리고 있다. 부디 이번주에는 심신이 덜 힘들기를 바라며, 늦지 않게 잠자리에 들어야겠다.
꽃 사진 몇 장 접어두고 마무리. 미니 거베라와 하얀 알스트로메리아, 베로니카 몇 송이. 그리고 접어둔 사진들 속에는 지난주 푸른난초님께서 보내주신 프리지아도 가득.
.. 자기 전에 추가 ..
나는 뭔가 지금 위로를 받고 싶고 어디 기대어 자고 싶은 기분이다. 눈앞에 쌓여 있는 일들과 모호한 안개 같은 나날들을 빨래처럼 개켜 어디론가 처박아두고, 아니, 다 태워버리고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아주 평탄하고 하얀 모래가 깔린 바닷가를 걷다가 편안한 의자에 앉아 좋은 사람과 실없고 따뜻한 잡담을 나누다 꿈도 없이 깊게 낮잠을 자고 싶다. 정말 많이 지친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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