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와 오늘 계단을 좀 잘못 올라간 건지, 아니면 횡단보도에 도착할 때마다 신호등이 간당간당해서 뛰어서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계속 다리가 아프고 종아리 근육이 뭉치는 느낌이다. 그리고 계속 너무 졸리고 피곤하기 그지없다.
오늘은 그나마 어제보단 덜 바빴다. 하지만 오전에 빡센 워크숍이 하나 있었고 어제에 이어 오늘도 윗분이 너무 자기 감정 혹은 관심사에 흥분해 마구 달리며 샛길로 빠지는 것을 어떻게든 수습하고 현실적인 방향으로 돌려놓느라 진이 다 빠졌다. 이분이 이러시는 건 아무리 나이를 먹고 사회경험을 해도 변하지 않는 일종의 기질 같은 것이겠거니 하고 포기를 해야 한다. 근데 수습을 안 할 수는 없으니 그럴 때마다 참 피곤하다. 철없는 사람과 일하는 것은 여러 모로 지치는 일이다.
허덕거리며 일하다 퇴근했다. 지하철에서 정신없이 졸았다. 아직도 다리가 많이 아프다. 내일도 아침부터 회의가 세 개나 있다. 특히 오전의 줌 회의는 정말 들어가기 싫다. 그 비현실적인 사람들이 모여서 비현실적인 얘기를 늘어놓다 결국 원점으로 돌아오는 회의이기 때문이다. 이게 벌써 4회차인데... 내 마음같아선 다 접어버리고 싶은데 이것도 윗분이 저질러놓은 거라 마음대로 접을 수도 없음.
오늘은 정말 너무 피곤하고 지치는 하루였다. 길게 쓸 기력 없음. 잠이 매우 모자랐다. 7시까지 출근해야 하는 날이어서 뜬새벽에 집을 나섰다. 그리고 일도 엄청 많았다. 주말 동안 모른척하던 붉은 군대도 역시 짠 하고 나타났다. 윗분이 실무자를 쥐잡듯 하며 거의 히스테리에 가깝게 폭발을 하셔서 이를 진정시키고 마무리하느라 이미 오전에 녹초가 되었고 점심 먹으면서도 이분의 감정 폭발과 동어반복을 듣느라 심히 피곤했다. 오후에도 계속 바빴다.
내일도 일이 많고 이번주 내내 하루에 평균 세개씩 회의가 있다. 월요일이 참 가혹하다. 졸리고 피곤하고 아프다. 곧 자러 가야겠다.
지난주부터 주말 내내 '월요일은 토요일에 시작된다'를 다시 읽고 있음. 위의 페이지는 2부 중반부인데 내가 좋아하는 파트라 사진으로 발췌해보았다. 상당히 풍자적인 문단이지만 두번째로 이 부분을 읽게 되자 이 파트를 쓸 때 작가들의 마음속 깊은 곳에는 어쩌면 형용하기 어려운 진심이 어려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풍자와 진심, 모순과 충돌.
오전의 푸르스름한 빛 속에서 찍은 꽃들. 카네이션은 아마 조금 있으면 시들 것 같고, 남아 있던 공작초는 오늘이 마지막. 하이 앤 캔디 장미는 점점 피어나고 있다.
매우 복잡하고 심지어 중간에 깼다가 도로 잤을 때는 맥락이 이어지기까지 하는 꿈들을 꾸었다. 그중에서도 인상적이었던 꿈은 부모님과 페테르부르크에 가는 패턴의 꿈이었다. 이번 꿈에서는 그래도 몇시간 후 돌아가는 비행기를 타거나 짐을 꾸려야 하는 상황이 아니고 하루이틀 이상 돌아다닐 날들이 남아 있는 상태였다. 나는 부모님과 함께 네바 강과 이삭 성당 쪽으로 갔다. 꿈속에서는 이삭 성당 바로 앞에 네바 강이 있었다. 사실은 이삭 성당 앞에는 광장이 있고 길을 건너 한참 걸어가야 네바 강이 나온다. 건너편의 바실리예프스키 섬에서 네바 강 너머를 바라보면 이삭 성당의 돔이 보인다. 꿈에서는 성당과 네바 강이 딱 붙어 있었다. 그리고 예전에 꿨던 꿈이 그대로 변주되었다. 즉, 이삭 성당이 있는 네바 강 바로 위 하늘에 거대한 구름들이 떠 있고 그 구름들은 표트르1세의 거대한 얼굴, 청동기사상, 다른 랜드마크들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예전 꿈에서 가끔 그랬던 것처럼 우리는 그랜드 호텔 유럽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신기한 것이 꿈에서 부모님과 페테르부르크에 가면 아스토리야가 아니라 유럽호텔을 찾아가게 된다. 무의식의 어떤 작용이 아닌가 싶다.
잠깐 깨어났다가 다시 잠들었을 때 꿈이 이어졌다. 이웃님의 집(물론 꿈속에서 나타난 집이다)에 가서 묵게 되었는데 거기서 엄마가 맛있는 음식을 만드셨다. 내 방과 연결된 베란다로 나가자 그대로 네바 강과 이삭 성당, 페테르부르크로 통하는 길이 나왔고 강물이 베란다까지 물결치며 들어와 발을 적셨다. 베란다를 통해 나가자 페테르부르크의 어느 작은 쇼핑몰 같은 곳으로 이어졌고 그곳에서는 오래된 앤티크 상품들을 팔았고 호박을 비롯한 보석들도 팔았다. 집으로 다시 들어가려면 그 건물의 다른 문으로 들어가 계단을 올라가야 했다. 그 가게 역시 예전의 다른 꿈들에서 보았던 가게들과 비슷했다.
이런 꿈들을 계속해서 꾸며 계속해서 다시 잠들었다. 11시 다되어 침실에서 기어나왔다. 몸이 너무 쑤시고 저리고 아픈데 아직도 붉은 군대가 안왔다. 원래 어제쯤 왔어야 하는데 이 망할넘은 역시 꾸물거리다가 딱 월요일에 오려고 준비 중인 것이 분명하다. 하여튼 그래서 몸이 내내 너무 아프고 쑤셨다.
간밤에 열심히 글을 썼다. 한참 재미있는 구간이라 집중해서 썼는데 그러다 그만 pc 책상 위에 올려둔 물컵을 엎었다ㅠㅠ 다행히 글은 날리지 않았다. 급하게 전원차단을 하고 물을 닦느라 정신이 없었다. 폰, 미니 블루투스 스피커를 비롯, 책상 아래의 멀티탭과 케이블 등이 다 위험지대에 빠져서... 간신히 물기를 다 닦아내고 모든 것이 무사하다는 것을 확인...한 줄 알았는데 오늘 오후에 글을 쓰려고 pc를 켜니 문자 입력이 이상했다. 왜 이러나 바이러스 먹었나 했는데 알고보니 키보드 안에도 물이 들어간 거였다. 키보드를 들어서 흔드니 안에서 물이 뚝뚝 떨어졌다. 깜짝 놀라 얼른 키보드를 빼냈다. 무선 키보드가 버벅거려서 유선으로 바꿔놓은지 몇달 됐는데... 하여튼 그래서 그 키보드는 버리고 새로 주문을 했고 지금은 예전의 무선 키보드를 임시로 쓰고 있는데 이게 정말 버벅거림. 키보드와 마우스 둘다 유선이 더 나은 것 같다(역시 아날로그인가 ㅠㅠ 하지만 우리집이 문제인지 모르겠다만 무선 키보드와 마우스는 가끔 먹통이 되기도 하고 키보드가 매끄럽지가 않다) 하여튼 버벅거리긴 하지만 글을 마저 좀 더 쓰다 잠자리에 들어야겠다.
내일은 평소보다도 더욱 아주 일찍 출근해야 하는 날이라 월요병이 정말 최고조... 완전 새벽 지하철을 타야 한다. 게다가 아주 바쁜 일주일이 될 전망이다. 회의들이 여러 개 잡혀 있다. 아 피곤하구나. 분명 주말 내내 쉬었는데 왜 이렇게 피곤한 것일까.
엄청 피곤했다. 그리고 아침에 너무너무 기분나쁜 꿈을 꿨다! 어제 다른 부서 직원과 언쟁한 것 + 요즘 계속 나오는 정치 뉴스가 짬뽕된 탓인지, 너무나도 싫어하는 여당 대표가 나와서 뭔가 전화로 다투고 이 인간이 엄청 싸가지없게 막 반말로 말하는 꿈이었다. 우웩 가뜩이나 싫은 인간인데! 이른 아침에 팍 깨서는 기분이 아주아주 나빠서 '어휴 꿈이라 다행!' 하고는 도로 잤다. 진짜 기분 잡치는 꿈이었다. 꿈을 씻을 수 있다면 정말 비누로 박박 씻고 싶다!
자고 또 자다가 억지로 일어나 꽃을 대충 다듬었다. 너무 피곤하고 온몸이 저리고 쑤시고 머리가 아팠는데 그래도 꽃 손질하며 정신이 좀 들었다... 가 도로 침대로 가서 한두시간 더 누워 게으름 피우다 일어남.
차를 마시고 책을 읽으며 쉬었다.
어제 너무 피곤해서 다른 곳에 들르지 못해 집 앞에 있는 얄궂은 디저트 가게에 가서 샀던 망고롤케익. 으윽 역시역시 대실패. 너무너무 느끼해서 냄새 맡는 순간 어질어질, 한 입 먹고 포기함. 흑흑 다시는 거기 안 가야지. 전에도 치즈케익 한조각 샀다가 한입 먹고 포기했는데 다시 시도한 내가 바보임. 얄궂은 디저트 가게인데 가격이 그리 싸지도 않고 정말 품질이 별로이고 느끼하기 그지없음.
오늘의 꽃은 하이 앤 캔디라는 이름의 장미이다. 장미 종류가 참 많다. 사진은 좀 진하게 나왔는데 실제로는 쨍한 꽃분홍과 하양의 그라데이션이다. 꽃송이가 크고 단단하고 장미 특유의 향기가 나서 좋다. 지난주 꽃 중 남아 있는 공작초 약간과 카네이션이랑 같이.
바쁘고 피곤하게 지나간 날이라 오늘의 사진은 없어서 핫케익 먹는 쿠마들 그림으로 주말맞이. 출처는 SAN-X 어쩐지 모리나가 핫케이크일 것 같음 :)
많이 바빴고 두들겨맞은 듯 지친 하루였다. 분명 이번주는 월요일에 쉬었으니 주4일 밖에 근무를 안했는데 왜 이렇게 지치고 피곤한지 모르겠다. 아마 그날이 코앞으로 다가와서 그런 것도 있는 듯하다. 온몸이 저리고 쑤시고 아프다.
굉장히 바빴다. 아침 일찍 출근해 이것저것 일을 했고 실무자 한명이 보내온 약 100페이지 좀 안되는 분량의 온라인 책자 원고들을 쭉 읽고 비문이나 문맥상 안맞는 내용들을 간단히 교정하고 동시에 내용을 파악하느라 한참 바쁜 와중에 최고임원께서 오셨다. 최근 비가 너무 많이 와서 겸사겸사 둘러보고 점검도 하실 겸, 지난주에 우여곡절 끝에 잘 오픈한 중요사업에 대해서도 보시려고(이건 내가 보러 와달라고 요청드렸으니 뭐 ㅠㅠ) 하여튼 그래서 한참 일하다가 다 미뤄두고 최고임원분을 모시고 이것저것 점검하실 수 있도록 안내도 드리고, 사업에 대해서도 이분이 이해하실 수 있는 범위 안에서 간단간단하게 설명을 드리며 한바퀴 돌았다. (실무자가 동참하긴 했는데 아무래도 실무자들은 너무 전문적 용어를 쓰는 경향이 있어서 이런 경우에는 내가 안내하는 편이 낫다, 내가 간부이기도 하고)
간신히 이제 투어를 마치고 끝나나보다 했는데 임원께서 이것저것 더 물어보실 것도 있었고 마침 점심시간인데 함께 식사할 사람이 없는지 밥먹자고 하셔서(으앙 ㅠㅠ) 뭐 이러면 어쩔수 없으니 '네~' 하고 함께 식사를 하러 갔다. 이분은 지난번에 오셨던(그리고 갑자기 이른 아침에 나에게 중요회의 땜빵 대참을 시키셨던) 선배 겸 임원과는 완전히 성격이 달라서 제일 높은 분이기도 하고, 또 화법이나 이것저것이 참 나에게는 피곤한 분이라, 그리고 아무래도 직위 자체가 다르다 보니 같이 밥먹는게 즐겁고 편한 시간은 아니다. 심지어 단둘이 흑흑... 하지만 이를 기회로 이런저런 필요한 얘기도 드리고, 또 이분이 생각하며 들이밀던 한두가지 방향성에 대해 어떤 장애물이 있는지, 미처 파악하지 못하시는 현장의 문제점이 무엇인지도 말씀을 드렸으므로 그냥 객관적으로는 유익한 시간이었다. (하지만 사적으로는 피곤피곤)
임원과의 점심식사까지 마친 후, 오후 출장이 있어서 나가봐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다음주의 어떤 행사와 관련해 스탭부서의 나이많은 담당자(나보다 훨씬 선배이긴 한데 직위나 직급은 내가 위임)가 일을 엉망진창으로 처리해 우리에게 혼란을 야기해서, 이것 때문에 통화를 하고 정확한 근거를 메일이든 문서로 남겨달라고 요구하는 과정에서(이분이 구렁이 담넘어가듯 그냥 대충 뭉개려고 해서) 좀 언성이 높아지는 일이 있었다. 나도 짜증이 나서(본시 내가 제일 못참는 게 일 못하고 대충대충 무마하고 뺀질거리는 아재들임) 자기도 모르게 좀 목소리가 높아진 것 같고, 이 사람도 논리로 막히고 자기 일이 많아진다 싶으니 갑자기 벌컥 화를 내서 통화로 좀 논쟁을 하다가 이렇게 싸워봤자 뭐가 해결되나 싶어서 일단 '서면으로 내놓으시오' 하고 딱 자른 후에 전화를 끊었다.
그런데 이 사이에는 우리 실무자(이 사람도 나에겐 선배인데 하여튼 직급은 아래)도 끼어있어 이분이 전전긍긍 양쪽 눈치를 보는 게 너무 뻔해서 좀 짠해지기도 했고, 같은 회사 내에서 언성 높여봤자 뭐가 좋나 싶어서 얼마 후 다시 전화를 해서 그 아재 선배와 잘 풀었다. 어떤 점 때문에 내가 지적을 했는지 찬찬히 말을 하고, 좋게 얘기해도 될것을 서로 흥분한 것 같은데 기분 상했으면 미안하다 등등 주고받음. 이 선배는 자기도 일에 치어서 예민해져 있었다고 미안하다고 사과하고는 '토끼님은 몰랐는데 정말 쿨하네요. 고마워요' 라고 한다. 쿨한 게 아니고 서로 다른 부서끼리 이러는 게 전혀 유익하지 않은 일이라 그런 건데. 뭐 하여튼 그 앙금을 남기지 않고 빨리 풀고 와서 다행임. (하지만 여전히 '일 못하는 인간' 이라고 생각하고 있음. 그러니 쿨한 건 아님 ㅋ 언성이야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해서 그런 건 괜찮은데 일 대충 하는 건 안 괜찮음!) 하여튼 필요한 내용들은 다 받아내긴 했다.
그건 그렇고 나이먹을 수록 성격이 유해져야 하는데 발칵하는 기질이 점점 생기는 것 같아 스스로를 돌아보게 됨 ㅠㅠ 이게 아무래도 유리천장 조직에서 얼마 안되는 여성으로 오랫동안 일을 해오다 보니 점차 공격성이 장착된 건지, 아니면 점점 다혈질이 되는 건지 모르겠다. (지금이야 여성 직원들도 많고 간부들도 늘어났지만 내가 입사했을 땐 정말 남자들이 대부분이었고 문화 자체도 심각했다. 기득권층도 모두 남성들 뿐이었다.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은 많이 달라지고 나아진 것 같지만 그래도 어려운 점이 정말 많다) 그렇다고 화내고 나서 마음 편하게 '아 잘 화냈다~'하는 성격은 아니니 하여튼 일하며 사는 건 어렸을 때나 나이먹었을 때나, 실무자였을 때나 일정 직위가 되었을 때나 여전히 쉽지 않다. (하지만...대충대충 넘어가는 것을 만만하게 놔두면 나중에 그게 다 부메랑이 되고 일처리에서 문제가 생긴단 말이야 ㅜㅜ)
날씨가 너무 후덥지근했다. 외부 출장이라 피곤했다. 생각보다 일이 빨리 끝났고 집에 돌아오는 지하철 안에서 피곤하게 졸았다. 귀가하는 길에 비가 쏟아졌다. 돌아와서는 너무 지쳐서 침대로 들어가 한시간 정도 잤다. 진짜 이런 일이 거의 없는데 지난주 금요일과 오늘 둘다 이렇게 지쳐 쓰러져 침대로 들어갔다. 일해서 먹고 사는 게 힘든 것 같다.
그러나 좋은 점!
엄마아빠 토끼가 오셔서 에어컨 필터 해결해주셨음 :) 한참 최고임원과 불편한 식사를 하던 도중 아빠토끼에게서 톡이 왔다. '에어컨 필터 끼웠다. 세상 쉽구만 위아래를 바꿔 끼워 놨으니 안되지' 라는 톡이었다! 아니 이상하다 어제 분명히 나는 위아래 다 돌려가며 해봤는데 흐흐흑...
돌아와보니 아빠토끼가 에어컨 필터 끼워놓으셨고 엄마토끼가 꽃게탕, 소고기무국, 돼지고기김치찌개 3종 세트에 진미채, 양태무침, 심지어 (비싸서 차마 못 사먹는) 샤인머스캣 한송이까지 놓고 가심. 엉엉 오늘 나의 우렁이로 임하신 엄마토끼 아빠토끼... 심지어 현관 안쪽에 모아둔 재활용 쓰레기까지 버려주셨음(박스, 플라스틱, 페트병 등 모아놨다가 항상 주말에 한꺼번에 버리는데-게을러서- 엄마토끼는 이런걸 못 보시는 매우 깔끔한 성격) 흑흑 감사합니다 ㅜㅜ 게다가 밥도 해놓고 가셨다. 오늘은 국이고 밥이고 반찬이고 다 떨어진 날이었는데. 그리하여 저녁을 좌꽃게탕 우김치찌개로 매우 잘 먹었음. 내일도 먹을 수 있다 :) 그러니까 내일 아침에 청소만 잘하면 된다~ 주말엔 푹 쉬어야지.
그래도 어제보다는 회의나 보고 같은 것이 덜해서 일은 바빴지만 조금은 나았다. 오랜만에 가장 막내직원들 몇명을 챙겨서 같이 점심을 먹었고 너무 큰 행사들을 치르느라 좀 미뤄두고 있던 조그만 일들을 하나하나 체크하고 실무자들에게 보완 지시를 하는 등 또 나름대로 빼곡하고 바쁘게 보낸 날이었다.
집에 돌아와서는 한동안 고생고생했다. 에어컨 필터 청소를 하라는 신호등이 켜져서 귀가 후 필터를 떼어내 청소한 것까진 좋았는데, 우리집 에어컨이 거실 벽 쪽에 가깝게 설치되어 있고 배관이 짧은 탓에 에어컨을 옆으로 돌리기가 어렵다. 그리고 당최 이넘의 에어컨 필터라는 것이 아귀가 딱 맞아 들어가지가 않아서 아무리아무리 노력을 하고 이리저리 끼워봐도 철컥 하고 짜맞춰지지 않고 한쪽이 계속해서 들린다... 필터 두 장이 모두 그 모양 ㅠㅠ 이게 힘이 아니라 요령으로 딱 끼워맞춰야 하는데, 필터 끼우는 자리는 후면이고 에어컨을 움직일수가 없으니 제대로 보면서 할수도 없고, 요령도 별로 없어서(원래 이런 거 되게 못함. 전등 갈아끼우는 것도 진짜 못해서 예전엔 심지어 욕실 불이 나갔는데 전등갓을 도저히 들어낼 수가 없어 몇달 동안 촛불 켜고 샤워를 했음) 계속해서 실패실패실패... 덥고 피곤하고...
하다하다 도저히 안되고, 너무 덥고 습하고 답답해서 '아 모르겠다 흑흑... 먼지 들어가도 일단 켜야겠다' 하며 제대로 끼워지지 않은 필터망 한쪽을 대충 스카치테이프로 붙여놓고 에어컨을 켰다. 그리고 별수없이 엄마아빠토끼에게 전화를 드려서 도움을 요청했다 ㅠㅠㅠㅠ 아아아아아아 나는 왜 이모양 이꼴이야, 왜 이런 거 하나 제대로 못하는거야 엉엉... 부모님께 좋은 전시 티켓을 드릴 것이 있어서 그걸로 연막을 치고(ㅜㅜ) 본론인 '필터 끼우는 것 좀 도와주소서' 하고 읍소함 ㅠㅠ 내일 와주시기로 하였음.
아아 초라해지는 나 자신 흑흑... 스스로를 책임지며 살아가는 자주적이고 독립적인 인생이 왜 이렇게 힘들단 말인가 엉엉... 이런 거야말로 정말 진실로 우렁이가 필요한 것이 아닌가 ㅠㅠ 아 정말 물리학을 전공해서 다른 차원의 우주에서 우렁이를 소환해오든지, 생물학을 전공해 나에게 필요한 우렁이를 복제합성하든지 했어야...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 정도 능력이 있었으면 이미 애저녁에 노벨상을 받고 부귀영화를 누리고 살고 있어 필터장착 따위로 낑낑거릴 일도 없을듯)
오늘도 매우 바쁜 하루를 보내고 퇴근했다. 꿈에 시달리며 곤하게 자다가 깼다. 꿈속에서는 부모님과 동생이랑 같이 나왔는데 지금보다 훨씬 예전의 우리로 돌아가 있었다. 꿈속에서는 곧 이사를 나가는 외삼촌네 가족의 집에 들어가 우리 물건을 이것저것 찾아보며 얘기를 나누었던 것 같다. 왜 그런 꿈을 꿨는지는 모르겠다만, 꿈속에선 다시 학생으로 돌아가 있었다.
아침부터 회의도 이어지고 바빴다. 점심은 윗분과 먹으며 이것저것 일과 직원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오후에도 회의가 이어졌다.
회사 내에는 부서들이 원체 여럿이고, 소관 사업이나 성격에 따라 직원이 많은 부서도 있고 적은 부서도 있다. 나의 경우는 책임지고 있는 업무의 범위도, 직원도 많다. 정규직원을 비롯해 단기로 몇달 정도 프로젝트에 따라 일하는 직원들까지 망라하면 30여명이 넘고, 일하는 공간들도 여럿이다. 직무도 다양하고 고용의 형태도 복잡하다. (직원이 적은 부서는 7~8명도 안되는 경우도 있음) 오늘은 그 중 서로 다른 업무와 고용 형태의 두 명이 각각 아침 일찍과 퇴근 무렵 각자의 사유로 퇴사 이야기를 하러 왔다. 둘다 더 좋은 방향으로 가는 것이므로 물론 축하해주고 북돋아 주었다만, 당연히 그 업무에 대해서는 한동안 공백이 생기니 나로서는 힘이 들게 된다. 이미 또 다른 일신상의 이유로 잠시 휴직에 들어간 직원이 있어서ㅜㅜ 이런게 띄엄띄엄 생기면 좀 나은데 이번엔 서로 다른 직무들에서 한꺼번에 일어나니 어깨가 무거워진다. 그래도 각자가 잘되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좋은 일만 생기기를 기원해줄 수밖에. 일은 뭐 어떻게든 해결하겠지. 그건 내 몫이지 가는 사람들의 몫이 아니니까.
많이 피곤하다. 내일도 잘 버텨봐야겠다. 이제 곧 자러 가려고 한다. 즐겁고 재밌는 꿈을 꾸며 잤으면 좋겠다. 꿈 안 꾸고 깊게 자면 더 좋겠고. 알게모르게 오늘 많이 피곤했던 듯하다. 좀 뭐랄까, 노동의 무게, 책임의 무게라고 해야 하나 ㅎㅎ 써놓고 보니 거창하네. 다들 그렇게 살겠지 ㅠㅠ
비가 온다더니 해가 쨍쨍 났다. 점심 먹으러 나가던 길에 찍은 사과 나무. 조그만 녹색 사과가 주렁주렁 달린 게 너무 귀엽고 이뻤다(근데 사과 맞겠지 ㅎㅎ)
연휴의 여파로 역시 새벽까지 잠이 안 와서 고생했다. 그래서 매우 수면 부족 상태로 출근했다. 아주 바쁜 하루였다. 오전에는 피곤한 회의가 있었고(간신히 현실적으로 다 정리해두었는데 막판에 윗분과 또다른 비현실적인 분이 뭔가 도돌이처럼 다시 장밋빛 꿈의 구름을 뭉게뭉게 ㅠㅠ), 오후에도 실무자의 업무보고를 비롯 이것저것 매우 바빴다.
바쁘게 일한 후 퇴근했다. 오늘따라 내가 서 있는 자리 빼고 다 자리가 났다 ㅠㅠ 뒤늦게 자리에 앉아 몇 정거장 동안 정말 피곤하게 졸았다. 집까지 걸어오는 길에 해가 쨍쨍 나서 눈이 부시고 더웠다. 그래도 아침 공기는 확실히 조금 선선해진 것 같긴 하다. 비 온 후라서 그런지, 그래도 8월 중순이 지나서 그런지.
오전에 화병의 물을 갈아주고 꽃들의 줄기 끝을 잘라주는 동안 플록스 꽃 한 송이가 떨어졌다. 원체 조그맣고 여리여리한 꽃이라 쉽게 떨어진다. 아마 꽃 자체도 오래 가지는 않을 것 같다. 떨어진 꽃이 귀여워서 도자기 곰돌이와 토끼들과 몇 장 사진을 찍어두었다. 도자기 동물인형들은 거의가 페테르부르크와 블라디보스톡의 로모노소프 가게에서 한 마리씩 데려온 것이다. 이럴 때면 또다시 그립고 향수에 젖게 된다. 나는 이 인형들 중 몇 마리를 지방 본사에 근무할때 그곳에 얻었던 원룸인 집2에 데려가 책상과 선반에 올려놓곤 했었다.
이건 폴란드 도자기 토끼. 이녀석은 안국동의 어느 가게에서 발견했던 것 같다. 그때도 지방 본사에서 일하던 때라 서울 출장 와서 쥬인이랑 간만에 만나 '아 서울 너무 좋아' 하고 거의 흐느끼다시피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건 80년 모스크바 올림픽의 마스코트 곰돌이 미슈카. 이건 몇년 전 페테르부르크의 어느 앤티크 가게에서 샀다. 여러 마리 있었는데 그중 상태가 제일 좋은 것으로 골랐던 녀석이다.
도자기 인형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바닥의 청색 줄무늬 리넨은 십여년 전 탈린에 놀러갔을때 리넨 가게에서 사온 것이다. 이거랑 화려한 빨강 파랑 검정 무늬 티 매트 하나씩 샀는데 막상 나는 티 매트는 잘 쓰지 않아서 이렇게 동물들의 카펫이 되었다 :) 후자는 가끔 크리스마스 때 등장한다.
월요일은 토요일에 시작된다를 마저 읽으며 하루를 보냈다. 겨우 몇달 만에 다시 읽는데도 역시 정말 재미있다.
곤하게 자다가 새벽에 요란한 알람 때문에 너무 깜짝 놀라 깼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오늘은 쉬는 날 아닌가 하다가 깨달았다, 아악 알람을 안 고쳐놨어. 그래서 월~금 알람이 그대로 울린 거였다. 완전히 비몽사몽 간신히 알람을 끄고 깬 김에 화장실도 잠깐 다녀왔는데 너무 졸리고 정신이 없어서 넘어질 뻔했다. 도로 침대로 기어들어가 잠이 들었고 이후 아침에는 두어번 자다깨다 하며 어지러운 꿈에 시달렸다.
연휴 사흘이 정말 금방 가버렸다. 지난주의 피로 때문에 정말 내내 집에 콕 박혀서 쉬기만 했다. 그래도 어제 오후까진 피로가 좀처럼 가시지 않았는데 사흘째 쉬니까 좀 나아졌다. 그러니까 주 4일 근무여야 몸이 안 힘든 게 맞는 듯. 하여튼 꿀같은 휴식의 연휴가 다 지나가서 이제 내일부터 다시 출근해 일해야 한다. 그래도 이번 연휴에는 글을 좀 쓰기도 했고 또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도 해서 좀 뿌듯하다.
하루 유예되었던 월요병이 이제 대폭발하는 시점이다. 내내 놀고 늦잠자느라 신체리듬이 다 깨졌으니 과연 밤에 몇시간이나 제대로 자고 출근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지만, 뭐 휴식의 대가라고 해야겠지... 이번주도 바쁘다. 내일 오전에는 지난번 나를 심히 피곤하게 만들었던 비현실적인 인물들과의 2차 회의가 잡혀 있고 오후에는 성격이 까다롭고 피곤한 직원의 업무보고가 있다. 아,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생각만 해도 피곤해지네. 그래도 쉬었으니까 에너지를 끌어모아 이번주를 잘 버텨봐야겠다. 이제 글을 쓰다 자야겠다.
잎설유와 공작초의 녹색 잎사귀들을 보고 있으니 여름의 더위와 습기가 조금 가시는 느낌이라 사진을 몇 장 찍어두었다.
좀 늦게 잠들었고 평일 알람 울리는 무렵에 깼다가 도로 잠들기를 반복했다. 그냥 스트레이트로 쭉 자면 좋겠는데 그렇게 되지를 않는다. 하여튼 자다 깨다 하며 늦게까지 잤다. 온몸이 너무 쑤셔서 혹시 이번 달에는 그날이 좀 일찍 오려는 건가 싶었다. 욕조에 몸을 좀 담근 후에야 근육통이 가셨는데 밤이 되니 다시 또 쑤셔온다.
차를 마시고 책을 읽고 글을 좀 쓰며 보낸 하루였다. 내일 하루 더 쉴 수 있어서 월요병이 없는 것이 천만다행이다. 이제 글을 좀 더 쓰다가 자려고 한다. 눈이 시원해지도록 잎설유, 공작초, 하루만에 꽃이 핀 플록스 사진들 몇 장을 아래 붙여놓고 끝.
이번주에 정말 너무 힘들긴 했던 모양이다. 진짜 피곤하게 잤다. 새벽에 잠깐 깨어나 일찍 배송 온 꽃이 든 상자를 현관 안으로 들여놓은 후 도로 픽 쓰러져 자고, 깼다가 도로 자고, 또 자고 반복반복. 10시 좀 안되어 괴로워하며 다시 거실로 기어나가 꽃을 대충 다듬어 화병에 꽂아두었다. 박스 안에 오래 놔두면 꽃이 다 시들어버리기 때문에... 그리고는 도로 침대로 돌아가 한시가 다 될때까지 녹은 치즈처럼 들러붙어 있었다.
간신히 일어나서도 청소를 해야 한다는 사실에 절망하고 ㅠㅠ 아 왜 우렁이 없어 흑흑 이렇게 열심히 남에게 피해 안 끼치고 살아온 나에게 우렁이 한마리 정도 내려주셔도 될텐데 엉엉 스스로를 책임지며 살아야 하는 거 너무너무 피곤하다 ㅠㅠ
어쨌든 대충대충 청소를 하고 따뜻한 물에 몸을 담가 정신을 좀 차린 후 아주 늦은 아점을 먹고 차를 마시며 책을 읽었다. 정말 피곤해서 계속 졸음이 쏟아졌다. 날씨 탓인지도 모르겠다. 종일 어두컴컴했고 비가 오락가락했다. 그래도 이른 저녁엔 글도 좀 썼다. 광복절까지 연휴니까 이 글을 좀 집중해서 계속 쓰고 싶은데 아직 한 페이지 가량밖에 못 씀. 피로 때문인 것 같다. 저녁을 먹고 뻗어서 쉬다가 어느새 밤이 다 되었다. 조금 더 쓰다 잠자리에 들어야겠다. 그런데 오늘 하루종일 뻗어서 쉬었지만(엄밀히 말하면 어제도 반차 냈으니 하루 반을 쉬었지만) 아직도 너무 피곤해서 머리가 무겁고 계속 졸리고 온몸이 쑤신다. 그래도 연휴라서 참으로 다행이다.
피로를 풀기 위해 '월요일은 토요일에 시작된다'를 다시 읽기 시작. 이 책은 읽은지 서너달 밖에 안돼서 사실 다시 읽기엔 너무 빠르지만 신이 되기는 어렵다를 다시 읽고 나니 급 우울해져서 조금이라도 행복하고 즐거운 글을 읽고 싶어서. 사실은 르카레의 오너러블 스쿨보이가 번역출간되어 그것을 주문해 받은지 며칠 됐는데, 이것은 아예 죽은 자에게 걸려온 전화를 필두로 스마일리가 등장하는 이 시리즈들을 다시 주루룩 읽으려고 좀 미뤄두었다. 르카레 소설들은 특유의 건조한 냉정함 덕분에 여름에 읽기 좋은데, 오늘은 너무 피곤해서 차가운 스파이 소설들보단 역시 유머 넘치는 소련 SF로.
오늘의 꽃은 카네이션과 공작초, 플록스, 잎설유 조합이다. 플록스는 이번에 처음 보는 꽃임(하얀색 꽃봉오리 달려 있는 애들) 이런 들꽃 종류는 무지 이쁘긴 한데 잔잎이 많고 줄기가 가느다란 편이라 손이 많이 간다. 그래서 살까 말까 고민하다가 좀 오래 볼 수 있는 주말이나 연휴에 주문하곤 한다. 꽃들이랑 티타임 사진 몇 장 접어두고 마무리.
정신없이 꿈을 꾸다 알람에 놀라 깨어나고 비몽사몽 출근했다. 이번주는 폭우, 누수, 땜빵으로 참석한 매우 근엄한 회의, 중요한 행사 등등 너무 많은 일들에 치어 완전히 녹초가 되었다. 오전 면접심사가 아니었다면 분명 휴가를 내고 뻗었을 것이다, 억지로 끙끙거리며 출근을 했다. 원래 오후에 실무자의 업무보고를 받기로 되어 있었는데 너무 힘이 들어서 메일로 먼저 자료를 받은 후 아침에 그냥 구두로 피드백을 해주었다. 대충 이렇게 해결하고는 오후 반차를 냈다. 면접심사를 마친 후에 돌아가 좀 쉬려고.
면접심사는 역시 빡세다. 사람들을 다루는 것은 어떤 일이든 어렵다. 하여튼 이것도 어찌어찌 잘 끝냈다. 그래서 간단히 점심을 먹고 귀가하려 했는데 어쩌다보니 업계의 전문가와 또 마주치게 되어(이분도 윗분과 아는 사이), 윗분이 같이 밥먹으며 업무 얘기도 하자는 바람에 같이 밥먹느라 무지 피곤했다. 이것이 상대방이 어떤 스타일이든 상관없는데, 보통 나는 업무상의 가면은 잘 쓰기 때문에 처음 보는 분과도 사적이 아니라 업무와 관계되는 경우면 곧잘 이야기도 잘 하고 응대도 잘 한다만 밥을 같이 먹고 나면 은근히 이것이 내적으로는 피곤하게 작용하는 것 같다. 상대방이 괜찮은 사람일 때도 거의 그렇다. 나는 밥만은 편안하게 먹어야 한다는 주의라서 그런가보다 ㅠㅠ 하여튼 그래서 유익한 이야기를 많이 나누고 점심도 나쁘지 않은 것을 먹었다만 피로와 스트레스가 겹쳐서 그런지 돌아오는 내내 배아파서 고생함 ㅜㅜ
지하철에서 넋놓고 졸았다. 화정역에 내리니 정말 너무너무 더웠고 햇살이 너무 따가웠다.언제 폭우가 왔느냐 싶었다(그런데 주말부터 다음주에 또 비가 온다고 한다) 집까지 걸어가는 길이 너무 힘들고 피곤했다. 귀가해서는 씻고서 그대로 침대로 들어갔다. 진짜 피곤한 경우가 아니면 웬만해선 이러지 않음. 누워서 잠깐 졸다가 잠들었다가 깨다가 하며 세시간 가량 그대로 철썩 침대에 붙어 있었다. 너무너무너무 피곤했다. 그러다 가까스로 일어나 저녁을 챙겨 먹었다. 눈녹듯 아까운 반차가 사라졌지만 이거라도 안 냈으면 정말 심하게 몸살이 났을 것 같음.
아아아아 그래도 월요일까지 쉴 수 있다. 아아아아 아무 생각 안하고 쉬어야겠다. 진짜 이번주는 정말 너무 엄청나게 힘들었다. 쉬자.
오늘은 내가 소관하는 부서의 이번 분기의 제일 큰 행사가 있는 날이어서 아침부터 아주 바빴다. 현장에서 챙겨야 할 것도 많았다. 이루 말할 수 없이 피곤했다. 그리고 이 행사를 맡은 실무자가 경험이나 역량이 아직 부족한 터라 여러가지 어려움이 많았다. 커버해 줄 수 있는 건 해줬고 안되는 건 과감하게 자르거나 포기했다. 하여튼 종일 정신없이 바빴다. 점심은 간단히 먹으려고 했는데 거기서 우리 사업과 한 다리 건너 연관되는 외국친구와 우연히 마주쳐서(근데 나하고는 친분이 없고 윗분하고만 친분이 있다) 안되는 영어로 이야기 나누느라(...그것보다는 아예 친분이 없는 상태에서 전문적인 이야기를 하며 윗분과 그의 하이 텐션 속에서 밥도 먹어야 하니) 되게 피곤했다. 하여튼 이렇게저렇게 그 시간도 지나가고 농담도 두어마디 하다 사무실로 돌아와 또 일을 하고 등등...
너무 피곤해서 일하는 중에도 졸음이 마구 쏟아졌다. 몸의 절반은 자면서 머리만 깨서 일하는 기분이었다. 내일 하루만 버티면 그래도 광복절 연휴니까 기운을 긁어모아보자... 그런데 내일 오전에도 빡센 면접에 들어가야 하고 심지어 나보고 또 면접위원장을 맡으라고 한다. 흐어어... 아 모르겠다 뒤집어 생각하자 내가 면접을 받는 쪽이 아닌 게 어디야 헥헥... 늦지 않게 잠자리에 들어야겠다. 이번주는 정말 너무너무너무너무 피곤하다. 완전 방전... 내일 오후 반차라도 내고 싶은데 실무자 하나가 오후에 자기 업무계획 보고를 하겠다고 해서 그럴 수도 없다 흑흑... 보고 같은 거 안 받고 다 위임해주마 하고 싶지만 그러기도 어려움. 토끼 한 마리가 왜 이렇게 인간계에서 일을 하며 고생을 하지 ㅜㅜ
아침 출근길, 파란 하늘이 반가워서. 이때만 해도 오늘 얼마나 정신없어질지 상상도 못했지.
폭우 때문에 간밤에도 걱정하다 불편하게 잤다. 그리고 아침 일찍, 7시 반에 사무실에 도착했다. 소관 시설의 누수 현황을 체크하고 당직 직원들을 격려해주고 이번주의 큰 행사를 준비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막 pc를 켜고 파우치를 꺼내 토끼에서 인간으로 둔갑을 시작하려던 순간(아이라인 그리고 립스틱 바르려는 순간) 임원에게서 전화가 왔다. 며칠전 함께 차 마신 그 각별한 선배이자 임원인 분이다. 슈퍼갑님이 주재하는 중요한 회의가 모처에서 있는데 본인이 참석을 하셔야 하는데 폭우 때문에 한강 다리가 통제되어 그 다리 한가운데 꼼짝달싹 못하고 갇혀 계신다는 것이었다. 일찍 가시려고 일부러 차를 가지고 나오셨다가 낭패에 빠졌다고 한다(흑흑 왜 그러셨어요) 심지어 회의는 아침 8시 반에 시작하는 거였다. 그러니 나보고 대참을 하라는 것이었다! 심지어 그냥 참석만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회사의 주요사항을 발표하라는 것이었다!!!(임원과 상급 간부, 헤드쿼터 소관부서장만 논의한 거라 당연히 나에겐 사전 공유 전혀 없던 자료)
'아니 그 자리는 아무리 봐도 제가 갈 자리가 아니지 않습니까, 쟁쟁한 슈퍼갑님과 다른 회사 임원들이 우글바글 모이는 자리인데 어떻게 해요!' 하고 당황했으나, 1. 그나마도 임원을 대신할만한 유일한 인물인 서울 근무 상급 간부(본부장)는 너무 거리가 멀어서 도저히 시간을 맞출 수 없는 상황 2. 현재 거리 상 갈 수 있는 사람은 나 뿐(다행히 내가 사무실에 이미 출근해 있음) 3. 이 회의의 안건에 대해 그나마 이해도가 있어서 설명을 하고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것도 나 뿐 이라는 것이다 아아아아악! 그도 그럴 것이 본사는 서울이 아니므로 서울에 있는 간부가 몇명 없고, 너무 이른 아침이라 출근해 있는 사람도 나 뿐이었고, 이 회의의 안건 자체가 좀 피곤하고 복잡한 것인데 기존에 이런 업무에 대한 이해도가 있는 사람도 나 뿐이었다...
게다가 나는 순진무구하게도 임원께서 전화 받자마자 '지금 어디?' 하고 물어보셨을 때 곧이곧대로 '사무실에 막 도착했습니다~' 라고 말해버렸기 때문에 '앗, 출근 중이라 시간을 맞출 수 없습니다' 라는 임기응변도 할수 없었다! 아악 나는 왜 이렇게 정직하고 성실하단 말이냐! 임원분도 너무 미안하고 걱정이 되었는지 '토끼야 토끼야 아마 내가 금방 이 길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테니 네가 가서 자리만 채워주면 내가 곧 도착할거야. 그러면 발표는 내가 할 수 있을 거야~' 하고 도저히 말도 안되는 희망사항을 늘어놓으심 ㅋㅋ 이 분은 후배에게 일을 떠넘기는 분이 아니므로 진심 그렇게 믿고 또 바라며 얘기하신 거였다. 그러나 온갖 최악의 상황들을 상정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성향의 나는 그것은 그야말로 희망사항일 뿐 내가 끝까지 다 땜빵해야 한다고 애초부터 예상을 했다(뭐 당연히 이 예상이 맞았다 흐흐흑)
어쩔수없이 울며 겨자먹기로 알겠다고 하고 전화로 2~3분 가량 그 발표자료의 주요내용에 대해 휘리릭 설명을 들었다. 회의자료라도 메일로 달라고, 출력해 가겠다고 했더니 시간 없으니 빨리 가라고 하신다, 폰으로 보라고 ㅠㅠ 그래서 나는 정신없이 아이라인과 눈썹 그리기를 30초만에 해치워 최소한의 인간 둔갑을 하고, 후닥닥 사무실에서 뛰쳐나와 지하철을 타러 달려갔다. 택시는 분명 막힐테니... '으앙, 저 오늘 누수 대처랑 행사 준비 때문에 슬리퍼 샌들 신었다고요, 옷도 막 입었다고요' 하고 항의해보았지만 소용없는 현실이었다. 실제로 앞이 다 뚫린 크록스 샌들에 진짜 캐주얼한 린넨 원피스 한장 차림이었다(원피스도 원피스 나름이라 이것은 그야말로 진짜 편한 옷) 그나마도 사무실에 놓고 다니는 검정 카디건이 하나 있어 그것을 걸치고 누가 봐도 '중요한 회의 절대 참석 안 함' 룩으로 달려나가 지하철 안에서 폰으로 받은 메일의 첨부파일을 열어 벼락공부를 하며... 중간중간 모르겠거나 밑자료가 필요한 건 임원께 톡으로 물어봐가며...
하여튼 내려서도 마구 뛰어서 나는 늦지 않고 회의장에 도착을 했다. 갔더니 역시나 역시나 양복 입으신 지긋하신 분들이 주욱 앉아 있고, 슈퍼갑님도 위풍당당 가운데 앉아 있고... 내가 뭐 실제 연차든 업무 경력이든 적지는 않지만 그래도 이 자리에 올 군번은 당연히 아닌지라 정말 황당한 상황이었지만 뭐 어쩔 수 없으니 그냥 들어가 자리를 찾아 앉았다. 다행히 큰 책상이라 슬리퍼 샌들 신은 발을 숨길 수 있었고 '마스크 써서 다행이다' 란 생각을 첨으로 했다. 왜냐면 마스크를 벗으면 누가 봐도 토끼 한마리라서. 그나마 발표 순서가 중간이라 앞 회사들이 발표하는 동안에도 드문드문 더 내용을 체크하고, 내 생각으로는 그냥저냥 무난하게 발표를 넘겼다. 그런데 각 발표를 마친 후 슈퍼갑님과 갑님들이 하필 우리 회사에 대해서만 좀 까다로운 사항들에 대해 묻고 잘못된 의견을 피력하시는 것이었음. 아니 여러분 저한테 왜 이러시나요 저는 땜빵이라고요 흑흑. 그래도 쫄지는 않고 이럭저럭 답변을 드렸다. 어휴...
그리하여 어찌됐든 땜빵으로 참석한 회의를 마치고 갑님과 인사를 나눈 후 회의장을 빠져나와 지하철역에 붙어 있는 카페에 잠깐 들어갔다. 다리가 너무 후들거려서. 긴장해서라기보다는(사실 의외로 긴장은 별로 안 했다. 내용이야 금방 이해를 했던 거고, 아마 슈퍼갑, 갑님들과 연관된 일들을 예전에 실무자로서 많이 해봐서 그런듯) 아침에 빈속에 너무 뛰고 빡센 일정이었어서 진이 다 빠졌기 때문이다. 홍차 한 잔, 조그만 빵 한 조각을 시켜서 두어모금 마시고 빵 한두입 먹은 후 아직도 꼼짝 못하고 차들 사이에 갇혀 계시는 임원께 전화를 드려 회의 내용을 보고드리고, 본사에서 동동 구르고 있던 이 안건의 소관 부서장(이분도 절친한 선배임)에게도 전화를 해주었다. 그러고 나니 정말 너무너무 피곤해서 집에 가고 싶기만 했다. 하지만 일이 많으니 다시 사무실로 복귀했다.
이 모든 일이 전광석화처럼 이루어져서 사무실에 복귀하니 11시 반이었음. 그러나 이것이 원체 중요한 회의였던 탓에 오후 내내 회의 내용을 정리하고(말로 설명하는 것과는 또 다름) 공유해주느라 또 진이 빠졌다. 사실 이건 생각지도 않았던 일이고, 우리 부서의 제일 중요한 행사는 내일이라 그거 준비하고 상황 체크하느라 또 정신없었다. 제발 내일 비가 많이 안 와야 하는데 다시 비구름이 올라온다니 걱정이다...
빡세게 일하고 녹초가 되어 퇴근했다. 다리가 너무 아프다. 원래는 이번주 중 내일이 제일 빡세고 어렵고 힘든 날인데, 오늘 이렇게 예기치 않은 땜빵 역할을 하느라 이미 녹초가 되어버렸음. 그래도 내일을 잘 넘기면... 금요일에도 또 빡센 면접심사가 있지롱! (으아아아아앙) 기운을 내자 기운을 내자... 아아아아아 내 땜빵해줄 우렁이도 하나 있으면 좋겠다!
오늘은 열매 두 알. 저번보다 훨씬 알이 커졌다. 두 알 주웠으니 행운이 두 배로 오기를 바랐는데 오늘 정말 물난리 대응하느라 장난이 아니었다. 이 두 알치의 행운이 빨리 오기를!
어젯밤 너무 피곤해서 일찍 누웠으나 폭우 뉴스 때문에 걱정하다 밤중에 시설담당자와 연락하고, 각종 대처시키고, 아침에 7시 반에 사무실에 제일 먼저 출근했다. 밤에 당직하며 고생한 직원을 격려하여 들여보내고 내가 소관하는 시설과 옆의 다른 부서 시설까지 한바퀴 돌며 상황 체크를 했다. 이번주에 중요한 행사를 앞두고 있어 걱정이 태산같았다. 혹시라도 누수나 침수가 되면 어쩌나 싶기도 하고... 종일 자리에 제대로 앉을 시간이 없을 정도로 바쁘게 이것저것 계속 체크하고 행사 준비도 하고... 그런데 점심때 다시 비가 억수같이 오고... 퇴근길에도 억수같이 오고...
급기야 퇴근 지하철이 멈춰섰다. 나는 3호선이라 폭우 때문에 지하철이 멈춘 적은 없었는데 오늘은 원당역에 도착했을 때 갑자기 선로 침수로 지하철 운행중단이라며 모두 내리라고 하였다 ㅠㅠ 아악 한정거장만 더 가면 되는데 이게 웬 날벼락인가. 지하철 이용자라 원당역에서 버스를 타본 적이 없어서(전에도 항상 버스로 지나치기만 했음) 어느 출구로 나가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우왕좌왕하다 급하게 대충 고양시청 방면으로 나가면 버스들이 있겠지 하고 나갔는데 올바른 선택이었고 다행히 버스가 금방 왔다. 사람들로 터져나갔으나 요행히 자리에 앉았다. 곁에 앉아 있던 승객이 놀라서 왜 갑자기 이렇게 사람들이 많이 타느냐고 물어서 선로침수로 지하철 중단됐다고 알려드렸다. 그 말에 승객들이 동요하며 모두 핸폰을 꺼내 가족들에게 전화하기 시작, '원당에서 지하철이 멈췄대, 버스 타고 와' 로 요약되는 통화들이 이어졌다. 우리 집 근처에서 내리려 했으나 화정역 근처 정류장에서 사람들이 너무 많이 타서(여기서도 지하철 중단 소식에 너도나도 버스를 타게 된 것임) 아예 못 내릴 것 같아 급하게 내려 한정거장 정도 걸어서 귀가했다.
그나마도 버스를 제대로 빨리 탔으니 생각보단 수월하게 온 편이지만 진짜 힘이 들었다. 집에 와서도 계속 직원들과 연락하고, 임원들께도 상황 보고를 하고 온갖 비상상황을 간부들과 공유하며 정신이 없었다. 종일 너무 머리도 아팠다. 수면부족에 폭우 대처 때문에 너무 신경을 써서 그런것 같다. 결국 좀전에 진통제도 두알 먹었다. 약기운이 빨리 돌아야 할텐데. 내일 출근은 어떻게 하지 흑흑.. 부서원들 중 집이 먼 직원들은 재택근무로 전환시켜주었는데 막상 책임자인 나는 집이 멀고 온갖 고난이 있어도 출근을 해야만 한다. 부디 오늘밤이 무사히 지나가길. 비가 정말 왜 이렇게 많이 오는 걸까. 정말 무섭구나. 비야 비야 제발 이제 그만 가렴 ㅠㅠ
아침 일찍 출근했는데 회사 화장실 창문 밖 좁은 처마 아래 비둘기 두 마리가 비를 피하고 있었다. 새들도 이런 날씨엔 참 힘들겠다.
오늘은 오전 오후 각각 이런저런 일들로 매우 바빴다. 주말 신체 리듬이 깨져서 잠을 다섯시간도 못 자고 출근해 종일 너무 피곤했고, 일찍 와서 빡세게 일하다 오전에는 사회공헌 활동 때문에 다른 곳에 가서 노동을 좀 하느라 두어시간 만에 녹초. 간부 승진한지 몇 달 되지 않은 후배가 너무 힘들다고 토로하여 같이 점심 먹고 업무와 이것저것 얘기 나눠주느라 마음을 좀 썼고, 돌아와서는 또 일을 하다가 아끼고 존경하는 선배가 오셔서 같이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눴다. 이분은 금요일에 내가 명퇴 소식을 들었던 바로 그분임. 이 얘기 저 얘기 나누었는데 결론은, '박수치며 보내드려야 하는게 맞는데 내 마음은 너무 슬픕니다'였음 흑흑... 그래도 시간 내서 이야기 나눠주고 인사를 나누러 들러주시니 감사했다. 그래서 신기하게 오늘은 후배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또 반대로 오랜 선배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이 다 있었다. 그 외에는 아주 바쁘게 일했음.
돌아오는데 화정역에 내려 밖으로 나왔을때 정말 엄청나게 비가 쏟아졌다. 태풍이 온 것만 같았다. 눈앞이 하나도 안 보일 정도의 거센 폭우였다. 온몸이 흠씬 젖고 신발 안에서도 물난리가 났다. 어차피 젖은 거 어쩔수 없었고 우산도 소용없었다. 물에 빠진 생쥐가 되어 귀가... 내일도 이렇게 비가 온다는데 출근을 과연 어떻게 해야 하는가 크흑... 좀전에도 뇌우가 번쩍번쩍 쏴.... 더운 것도 싫지만 이런 폭우는 정말 괴롭다. 내일 휴가내고 싶다 흑흑... 하지만 할 일이 많으니 꿋꿋하게 비를 뚫고 노동하러 가야지... 너무 졸리니까 이만 줄이고 침실로 빨리 가야겠다. 아 피곤해... 너무 피곤하다. 그런데 이제 겨우 월요일이고 이번주에 힘든 일들, 중요한 일들이 포진해 있다. 토끼털 한 올 뽑아 분신토끼 일하러 보내고 싶다.
..
자기 전 추가
자려고 누웠는데 폭우 때문에 걱정이 되어 계속 뉴스를 체크하던 중 방금 시설담당자에게 연락이 옴 ㅠ 내 소관 시설의 외부 배수구가 폭우 때문에 역류가 발생해 계속 자동펌프 가동 중이라 한다. 일단 당직자가 계속 지켜보는 중이라 함. 아아 왜 이렇게 비가 많이 올까 밤에 더 많이 올텐데 너무 걱정이다. 잠이 달아난다ㅠㅠ 중요한 행사도 앞두고 있는데 물 넘치거나 유입되면 안되는데 흑흑 비의 요정들아 제발 이제 그만 가렴, 가뭄이 극심한 동네로 어서 몰려가렴 ㅠㅠ
별로 한 것도 없이 순식간에 가버린 주말. 어제보다 늦게 잠들었고(새벽 두시 즈음에야 잔 것 같음) 아침엔 원하는 만큼 늦잠을 못 자서 그런지, 아니면 그저 너무 오래 누워 있었기 때문인지 내내 두통에 시달렸다. 밤이 되자 머리가 더 아파서 혹시나 하여 자가키트를 좀전에 해봤는데 음성이다. 아마 에어컨을 계속 틀어놔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약하게 틀어놓은데다 중간중간 끄고 환기도 하고 선풍기로 대체하고도 있다만 어쨌든 날씨 때문인 것 같음.
오늘도 '신이 되기는 어렵다'를 다시 읽으며 오후를 보냈다. 여러번 다시 읽은 책인데 읽을 때마다 고통스럽다. 그리고 읽을수록 '저주받은 도시'와의 유사성을 발견 중임. 내가 맨처음 읽었던 스트루가츠키 형제의 작품은 오랜 옛날, 고등학교 1학년 때 즈음 어떤 sf 단편선집에 들어 있던 로봇에 대한 단편이었던 것 같은데,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아마 형제의 가장 초기 단편이었을 것이다. 아끼는 선집이었는데 부모님 댁에 놔뒀다가 이사하시는 과정에서 처분하신 것 같음. 어쨌든 그 당시엔 러시아 문학이라면 도스토예프스키 톨스토이 투르게네프 등 19세기 고전이 거의 전부였던지라 sf 선집에 '소련' 시기 작가의 단편이 들어 있는 것이 신기했다. 다른 선집에는 스타니스와프 렘 단편도 두엇 들어 있었는데 렘은 그래도 폴란드 작가인지라(당시엔 '스타니슬라프 렘'이라고 번역되었음) 그렇게까지 신기하지 않았고 스트루가츠키 형제가 신기했다. (근데 또 옛날옛날 아이디어회관을 떠올려보면 베리야예프, 예프레모프 등의 옛날 sf도 있긴 했다, 축약본이었지만)
글을 좀 쓰다 자야겠다. 이 글은 너무 오래 붙잡고 있어서 좀 지친다. 역시 게냐가 주인공이라서 그런가, 미샤를 주인공으로 썼다면 애저녁에 끝냈으려나 하는 상당히 타당한 의문이 든다만 그래도 이 글을 쓰는 동안 게냐를 더 깊이 알고 이해하게 되는 과정이라 유의미하기도 하고, 또 이것저것 생각하게 되는 것들도 많아진다.
내일 비가 많이 온다고 한다. 아 내일 외부에 나가서 일해야 하는 게 있는데... 흐흑 신발은 또 어떻게 신어야 하나... 월요일은 왜 이렇게 빨리 오는가... 이번주는 아주 바쁘고 신경쓰이는 일들이 기다리고 있다. 내가 맡은 부서의 주기적 메인행사도 잡혀 있고, 주 후반부에는 또 면접심사에도 들어가야 한다. 올해는 왜 이렇게 면접심사에 들어갈 일이 많은 걸까 흑흑, 토끼가 인간을 면접하다니...
엄청 피곤하게 잤다. 새벽에 깼다가 도로 자고, 아침에도 깼다가 도로 자기를 계속 반복했다. 노동에 지친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 더위 때문에 이번주는 완전히 녹초가 된 것 같다. 간밤에 도착한 동글동글 하얀 천일홍을 루스커스랑 같이 꽂아두고 눈으로나마 더위를 식혔다.
늦게 일어났고 늦게 청소를 하고 당연히 늦게 밥 먹고 차를 마셨다. 책을 읽고 쉬었다. 오후 늦게는 글을 약간 썼는데 지쳐서 그런지 집중이 잘 되지 않았다. 뻗어 있다 보니 어느새 토요일 밤이 깊었다. 내일 하루가 더 남아 있어 다행이다. 이제 글을 조금 더 쓰다 자야겠다. 오늘의 메모는 이렇게 매우 짧게 줄인다.
오늘도 정말 덥고 습한 하루였다. 출근길, 점심 먹으러 오갈때, 임원 보고하러 오갈때, 그리고 진료 받으러 오갈때 모두 진짜 푹 쪄지는 줄 알았다. 날씨가 너무 더워서 그런지 아니면 내가 탄 지하철들이 다들 냉방이 시원찮았던 건지 에어컨이 돌아가는데도 너무너무 더웠다.
사진은 귀가하는 길, 화정역 광장의 바닥 분수 앞. 막 분수가 꺼지는 타임이었다. 조금 기다리면 혹시 도로 분출하지 않을까 기대하며 좀 기다렸지만 물이 안 나와서 실망하며 터벅터벅 발을 옮겼다. 난간에 매달려 기다리던 아이들도 대실망 ㅠㅠ
어제 너무 피곤해서 좀 일찍 누웠고 잠들었는데 역시 덥고 습해서 새벽 2시에 잠깐 깨고 금세 도로 잠들었다가 5시 반쯤 깬다. 요즘은 안대를 하면 너무 더워서 며칠 안 하고 자는데. 역시 빛이 차단이 안돼서 그런지, 암막커튼을 쳐도 방문을 열어놓아서 빛이 스며들어오는 건 어쩔 수 없는지 5시 반 전후로는 깨게 된다. 그러면 도로 조금 잠들어도 제대로 못 자고, 매우 피곤한 채 6시 전후 깨어나 후다닥 채비를 하고 출근을 한다.
오늘도 매우매우매우 바빴다. 오전에는 내부 회의와 실무자의 보고(예상했던 대로 실망스러웠음), 오후엔 최고임원께 보고를 드리러 갔다.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별 일 아니었다. 그리고는 외부 전문가들과 회의를 했는데 이 회의 역시 실망스러웠고 다들 동상이몽이란 생각이 들었다. 역시 처음부터 내가 같이 들어갔어야 하는데 첫번째 회의에 내가 다른 일정으로 못 들어갔었다. 윗분이 자신의 원대한 장밋빛 꿈을 꾸며 벌려놓은 거긴 한데, 거기 참여하는 다른 쪽 사람들도 나름대로의 장밋빛 꿈을 펼쳐놓고 있었고 내가 보기엔 현실성도 없고 서로 다른 얘기만 하고 있어서 대폭 손질을 하지 않으면 올해 뭔가를 해내기는 글러먹었음. 그나마도 중간에 나는 진료 때문에 나와야 했는데, 내가 나온 후에 또 이게 어떤 식으로 이상하게 굴러갔는지 모르겠다. 월요일에 가서 생각하자.
회사 선배 중 내가 가장 믿고 의지하는 분이 조만간 명예퇴직을 하신다는 소식을 비공식적으로 전해 들었다. 그 소식 때문에 무지 슬프고 좀 충격이다. 항상 마음속으로 의지하고 있었던데다 비빌 언덕, 가장 역량있는 분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상실감이 느껴진다. 아니, 명예퇴직은 내가 꿈꾸던 것인데 엉엉 왜 그러시나요 내가 한다고 했을땐 말리시면서 조기 명예퇴직 제도 없애버릴 거라고, 그래야 네가 못 나가지 않겠느냐고 하셨던 분이 가신다니 그럼 나는 어떻게 해요 엉엉.
신망도 있고 또 능력이든 심적으로든 의지할 수 있는 진짜 극소수의 선배/간부이신데, 이것은 뭐 당연히 막을 수도 없고 나도 이렇게 지쳤으니 훨씬 긴 세월 동안 훨씬 많은 일을 해오신 이 분이 얼마나 지치셨을지는 이해하고도 남지만 이기적인 마음에서 비롯되는 상실감과 슬픔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회사 다니면서 선배가 그만둘 때 이런 기분 느껴본 적 한번도 없었는데 흑흑... 그럼 나는 이제 누구를 의지한단 말인가 엉엉 (그렇다고 지금 이분이 내가 맡은 일과 책임에 대해 뭔가 실제로 하나하나 해주고 계신 건 당연히 없다만 그래도 존재 자체로 믿음이 가는 분이었으므로 갑자기 엄마 잃은 아이 느낌이 좀 드는 것이다. 나 역시 오랜 시간 동안 일해오며 경험을 쌓아오고 부하직원들을 지휘해왔으면서도 이런 마음이 드니 참 묘하다)
아 하여튼 피곤한 하루였다. 기나긴 일정과 기나긴 이동을 마치고 돌아오니 완전히 녹초가 되었다. 주말이라 다행이다. 주말엔 그냥 푹 쉬고 또 쉬어야겠다. 자고 일어나면 우렁이가 왔다 갔으면 참 좋겠다, 청소도 다 해놓고 밥도 차려놓고 흑흑.
리시안셔스는 역시 추울 때 주문해야 하는 꽃인 것 같다. 날이 덥고 습하니 맥을 못 춘다. 겨울엔 수명이 오래 가는데... 다 시들어서 그나마 남은 꽃들은 대를 이렇게 짧게 잘라서 시원한 물에 꽂아두었다.
오늘도 바쁜 하루였다. 오전엔 일을 몰아서 하느라 정신없었고 점심 먹은 후에는 바깥 출장을 나갔다. 날씨가 더워서 좀 힘들었다. 그러나 모든 나쁜 일에는 극소의 좋은 일이 있기 마련이라는 나의 좌우명(...이거나 희망 ㅋ)이 작동하여, 두번째 일정이 상대측의 이유로 취소되었다. 오늘 취소되면 분명 다음에 다시 해야 하는 일이건만 조삼모사로 오후 일정 하나가 취소되어 생각지 않게 조금 일찍 들어갈 수 있다는 작은 행복과 함께 귀가했다.
그리하여 돌아오는 길에 미용실에 들러 요즘 나를 매우 심란하게 만들었던 새치집중구역을 처리할 수 있었다. 지난번 빌니우스 가기 직전에 뿌리염색만 하고 갔던 터라 그 사이 새치집중구역이 다시 출몰하였고 머리도 너무 길어서 가뜩이나 더운데 이넘의 머리 묶고 틀어올리느라 더 정신이 없었다. 새치집중구역을 퇴치하고 나니 한결 낫다. 그런데 머리는 숱을 좀 과감하게 쳐준 탓에 묶거나 틀어올리니 자꾸 잔머리가 빠져나온다 흑흑... 내 머리 해주는 분은 친절하고 잘해주고 다 괜찮은데 딱 하나, 숱 치는 걸 너무 좋아함 ㅋㅋ 나도 예전엔 숱을 치거나 층을 내는 걸 좋아했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점점 머리숱이 조금씩 줄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 머리 감을 때마다 막 한 움큼씩 빠지는 것 같다 ㅠㅠ 전에 이분에게 그 얘기를 했더니 '고객님 머리카락이 굵지 않은 편이라 그렇지 숱은 지금도 많아요!' 라고 한다. 아니, 그렇다고 내 머리숱을 막 쳐도 된다는 뜻은 아니지 않소 ㅋㅋ
내내 졸리고 피곤하다. 그래도 내일 하루만 버티면 주말이다. 그런데 내일 엄청 빡빡한 일정이 기다린다. 오전에는 부서 사업 관련해 실무자의 보고를 받아야 하는데 이 실무자가 너무 쳇바퀴를 돌고 있고 성실한 반면 일머리는 좀 없어서 교정하고 또 교정해줘야만 하니 피곤한 시간이다. 오후에는 어제 갑작스럽게 잡힌 최고임원 보고(도대체 무슨 얘기를 나누려고 그러시는 것인가 여전히 의구심에 사로잡혀 있음), 가을에 우리와 뭔가 협업을 타진하고 있는 외부 인사들과의 미팅이 줄줄이 잡혀 있고 그것이 끝나자마자 진료도 받으러 가야 한다. 즉 멀리멀리 온 시내를 다 횡단해야 한다. 아마 돌아오면 뻗을 것 같다. 금요일에는 회의들이 좀 안 잡히면 좋겠는데 항상 뭐가 많아서 힘이 든다. 그래도 헉헉 힘을 내보자 엉엉.
아침 출근길에 비가 그야말로 억수같이 쏟아졌다. 어찌어찌 우산으로 머리와 어깨는 사수했지만 원피스 밑자락과 다리, 신발은 흠씬 젖었다. 사무실에 도착해 양말을 벗어서 이렇게 말리고(ㅜㅜ), 운동화도 벗어서 신문지를 쑤셔넣고 탁상용 미니선풍기를 바닥에 내려놓고 종일 말렸다. 그나마도 여분의 양말을 한켤레 가져와서 그거 신고 버텼음. 그런데 오후가 되니 비는 그치고 엄청 덥고 끈적한 사우나 찜통 날씨가 되어서 퇴근할 때 힘들었다.
오늘도 엄청 어마어마하게 바빴다. 오전엔 줌회의를 진행했는데 중요한 내용을 설명하느라 거의 3~40분 동안 계속 연이어 말을 해야 해서 목도 아프고 무지 힘들었다. 오후에도 외부 전문가와의 미팅에 들어갔는데 원래는 인사만 하고 나오려고 했으나 윗분이 화제를 잘못 꺼내서 상대방이 네버엔딩 이야기를 늘어놓게 되어 도저히 중간에 끊고 나올 수가 없어 안 그래도 바쁜데 한시간이나 앉아 있어야 했다. 그외 수많은 일+일+일 등등... 거기에 갑자기 또 금요일에 최고임원께서 업무보고를 받겠다는 연락이 와서 추가부담이 생김. (정작 뭐에 대해 보고를 받고 싶어하시는지는 얘기를 안 하심) 뭐 일에 대해서 보고하는 거야 딱히 어려운 일이 아니다만 이 분은 상당히 좀 의뭉스러운 화법을 구사하시는지라 일처리에 있어서는 명료하고 정확한 것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정말 몇년 동안 홧병이 나고 속이 뒤집어진 적이 많아서, 이번엔 또 무슨 얘기를 하시고 싶어서 이렇게 연막을 치시는지 공연히 의심에 빠져있음.
앗, 급속도로 갑자기 너무 졸려온다. 잠이 계속 모자란다. 요즘 늦지 않게 잠자리에 들긴 하는데 날씨와 습기 때문에 좀처럼 쉽게 잠들지 못한다. 그리고 자다가도 자꾸 깬다. 이건 평소 자주 깨는 증상(노화 때문이라고들 한다 ㅠㅠ)과는 좀 다른 이유, 즉 열대야와 습기 때문인 것 같다. 이 메모를 적고 나서는 다른 포스팅도 하나 올리고, 또 이웃님들 블로그에도 오랜만에 가보고 답글도 달아드리고 하고 싶었는데 쏟아지는 극심한 졸음을 이겨내기가 어렵다. 불면으로 고생하는 자이므로 이럴때 옳다구나 빨리 침대로 가서 그냥 누워서 자야 되는데... 아직 소화가 안됐음. 아아아...
8월 달력은 놓치지 않고 어제 넘겼다. 달력의 사진은 몇년 전 찍었던 그랜드 호텔 유럽의 아르누보 바 풍경. 사진을 보고 있노라니 이 호텔 로비부터 시작해 구석구석이 떠오르고 특히 저 바와 스테인드 글라스, 푹신한 소파와 독하기 그지없었던 벨리니 칵테일, 안나 아흐마토바 칵테일이 생각나면서 매우 다시 가고 싶다.
어제부터는 알람 울린 후 20분도 안되어 집에서 나오고 있다. 마스크 쓰기 시작한 후부터 립스틱은 사무실 도착하면 바르는데, 어제부터는 아예 눈화장도 그렇게 하기로 했다. 그래서 최소한의 밑화장만 후다닥 하고 나오니 아이라인과 눈썹에 소요되는 1~2분이 또 마저 절약됨. 어차피 내가 제일 일찍 나오니 뭐 창백한 좀비처럼 사무실에 등장해도 아무도 모른다. 사무실 도착해서 잽싸게 아이라인을 슥슥 그리고 눈썹을 슥슥 칠한다. (나는 눈썹이 짙어서 별도의 아이브로우 펜슬도 안 쓰고 그냥 짙은 갈색 아이섀도를 납작붓으로 대충 채워주면 끝남) 이렇게 하자 아침에 원래 타던 지하철보다 한 타임 빠른 걸 탈 수가 있는데 그 결과 사무실엔 더욱 빨리 도착... 무더위와 습기로 가득차 찜통 같은 사무실에 입성하게 됨 헉헉... 굳이 이럴 필요가 있나 싶은데 하여튼 그렇게 되었음.
오늘도 무지 바쁜 하루였다. 그래서 딱히 다른 얘긴 쓸 게 없다. 특이점이라곤 위에 적은대로 그나마 아침에 약간의 정신집중이 소요되어 잠을 조금 깰 수 있는 기회가 되는 아이라인 그리기마저도 포기하고 출근하게 되어 더더욱 비몽사몽 집에서 나온다는 것뿐이다. 그런데 이런 것이 쳇바퀴 같은 매일에 가해지는 티끌만한 변화라면 뭐 그것도 적어둘만한 일인듯. 하여튼 너무 피곤하니 곧 자러 가야겠다. 계속 잠이 모자라서 무척 지친다. 내일은 오전에는 부서 전체 줌회의, 오후에는 외부 전문가와 미팅이 있다. 아 피곤하다. 꽥.
나는 원래 여름에도 웬만하면 따뜻한 음료를 마시는데, 올 여름은 덥고 끈적해서, 혹은 이제 나이를 먹어 견디기가 힘들어서 그런지 아침에 녹초가 되어 사무실에 도착하면 차에 얼음을 넣어 마시게 되었다. 홍차는 찬물에는 잘 우러나지 않기 때문에 뜨거운 물을 조금 부어 반쯤 우린 후에 얼음을 우르르 쏟아넣고 냉수를 조금 붓는다. 노화의 증거인가 ㅠㅠ 뭐 그래도 찬 음식을 안 좋아해서 여전히 냉면이나 소바, 콩국수 같은 건 먹지 않는다만.
출근길에 주워온 열매. 밤이나 마로니에 열매는 행운의 상징이라 유럽 사람들은 주머니에 넣고 다닌다는 얘기를 최근에야 들었다. 그래서 나도 주워왔다. 오늘은 내가 사회 생활을 시작한 날, 오랜 세월이 지나서 일종의 기념일이다. 먼 옛날을 돌이켜보니 입사 당시 까마득했던 선배-아마 당시의 어느 부서장이었던 듯-가 나에게 이 열매를 건네주었던 것 같았다. 그때는 '촌스럽다' 라고 생각했고 열매도 집에 가다가 버렸던 거 같음. 근데 아마 지금의 인턴이나 신입사원들에게 나는 당시의 그 열매 쥐어주던 엄청 선배/윗사람 뭐 그런 걸로 보일테니 정말 세월무상 ㅠㅠ
하여튼 소회에 잠길 틈은 별로 없었다. 월요일이었고 역시나 아주 바쁜 하루였다. 그리고 주말 동안 늦잠 자고 쉬느라 역시나 리듬이 깨져서 오늘은 몇시간 못 자고 출근했으므로 종일 피곤했다. 그리고 아침엔 비가 왔지만 낮부터는 해가 쨍쨍 나고 습기도 엄청나서 무지 끈적하고 더웠다. 온몸의 머리털과 솜털이 다 달라붙는 느낌이라 진짜 괴로웠다. 아침에 한참 일하고 있는데 엄마에게서 전화가 와서 나보고 어디냐고 물으셨다. 회사지 어디냐고 했더니 너 왜 휴가 아니냐고 하신다 ㅠㅠ 어마니, 이미 휴가를 땡겨서 6월초에 놀러갔다 왔으므로 여름 휴가가 없사옵니다 라고 대답했더니 '아니 그건 그거고 여름 휴가는 따로 쉬어야지 뭐 그러니' 하신다. 그러게 또 그런 것 같은데... 엄마 토끼 말씀이 진리이거늘 ㅠㅠ
여름이라 무척 지친다. 그런데 이제 겨우 월요일이다 흑흑, 이번주를 잘 버텨내는 것이 목표... 그런데 오래 전 처음으로 일을 시작했을 때의 순진무구했던 나의 모습을 떠올리니 뭔가 기분이 묘하고 시간이 왜 이렇게 빨리 가버렸는지, 그동안 내가 어떤 일을 겪어왔고 또 어떤 식으로 변해왔는지 문득 생각에 잠기게 된다. 아 모르겠다, 과거를 돌아보는 것도 좋지만 당일의 수면을 놓치지 말자 흑흑...
오늘은 하루종일 비가 내렸다. 그래서 어제만큼의 덥지는 않았지만 습기 때문에 꿉꿉했다. 내일도 비가 온다고 한다. 출근길에 비가 많이 오면 참 힘들긴 한데, 뭐 그래도 낑낑대며 어찌저찌 출근은 하겠지.
사진은 비 오는 거 구경하러 나간 베란다 창문에 대고 찍음. 오른편의 구슬은 블라인드 줄.
비가 주룩주룩.
늦게 잠들었고 그 결과 늦게 일어났다. 차를 마시고 죽은 등산가의 호텔을 마저 읽고 글을 좀 쓰며 보낸 하루였다. 언제나처럼 주말은 게으름과 함께 순식간에 녹아 없어진다. 이제 7월도 끝이다. 갈수록 세월이 빨리 지나가서 좀 슬프다. 내일부터는 8월이다. 7월까진 그래도 '아직은' 이란 느낌인데 8월이 되면 한 해가 어느새 언덕을 넘어 굴러내려가는 것만 같다. 6월이 끝날 땐 별로 그런 기분이 안 드는데...
이번주에도 이것저것 스케줄이 잡혀 있다. 일은 그렇다치고 폭염을 뚫고 출퇴근하는 게 참 피곤하다. 나도 재택근무를 하고 싶다 ㅜㅜ
티타임 사진 몇 장 아래 접어두고 마무리. 이제 글을 조금 더 쓰다가 자러 가야겠다. 아아 월요일 싫다.
여름은 정말 지치는 계절이다. 물론 페테르부르크를 위시하여 바깥으로 놀러갈 때면 낮이 길고 밝은 6~7월이 제일 좋지만 어디까지나 그것은 그 동네 여름이 우리 나라 여름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오늘은 36도를 훌쩍 넘기는 폭염이었다. 토요일이라 출근을 안해서 정말 다행이었다. 수차례 비가 왔는데도 더웠다. 그나마도 집은 그렇게까진 덥지 않았지만 하여튼 중간중간 에어컨을 약하게 틀어서 습기와 더위를 날려야 했다.
간밤에 너무 피곤하게 잠이 들었다. 늦게까지 푹 자고 싶었지만 역시나 일상의 신체리듬 때문에 7시 반 즈음 깨버렸다. 새벽에 도착한 식료품과 꽃을 들여놓고, 조금 더 자보려다 실패하고는 결국 일어나서 꽃을 다듬었다. 날이 더워서 이미 꽃송이가 몽땅 만개한 상태였다. 꽃을 다듬고 식료품들을 냉장고에 넣어둔 후 도로 침대로 들어와 게으름 피우고 폰을 보다가 도로 새잠이 들어서 결국은 정오가 다 되어서야 깨어났다. 그러고도 게으름 피우다가 더 늦게 침실에서 기어나와 청소와 목욕을 하고는 뒤늦은 아점을 먹었다.
차를 마시면서 죽은 등산가의 호텔을 다시 읽었다. 다시 읽어도 역시 재미있다. 그리고 이 소설의 배경이 눈쌓인 산속이라 자꾸만 빙수를 먹고 싶다. 스트루가츠키 형제 소설들은 찌는 듯한 더위와 악취 등의 배경이 등장하는 경우가 여럿인데 이 소설은 차디찬 눈밭 속에서 이야기가 전개되기 때문에 말 그대로 피서 느낌이다.
이른 저녁에는 글도 조금 썼다. 이후 저녁 챙겨먹고 쉬다가 이 메모를 적고 있다.이제 글을 조금 더 쓰다가 책을 마저 읽고 잠자리에 들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