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 월요일 밤 : 얼음을 넣게 되어버림, 조그만 열매, 세월이 이렇게 fragments2022. 8. 1. 21:21
나는 원래 여름에도 웬만하면 따뜻한 음료를 마시는데, 올 여름은 덥고 끈적해서, 혹은 이제 나이를 먹어 견디기가 힘들어서 그런지 아침에 녹초가 되어 사무실에 도착하면 차에 얼음을 넣어 마시게 되었다. 홍차는 찬물에는 잘 우러나지 않기 때문에 뜨거운 물을 조금 부어 반쯤 우린 후에 얼음을 우르르 쏟아넣고 냉수를 조금 붓는다. 노화의 증거인가 ㅠㅠ 뭐 그래도 찬 음식을 안 좋아해서 여전히 냉면이나 소바, 콩국수 같은 건 먹지 않는다만.
출근길에 주워온 열매. 밤이나 마로니에 열매는 행운의 상징이라 유럽 사람들은 주머니에 넣고 다닌다는 얘기를 최근에야 들었다. 그래서 나도 주워왔다. 오늘은 내가 사회 생활을 시작한 날, 오랜 세월이 지나서 일종의 기념일이다. 먼 옛날을 돌이켜보니 입사 당시 까마득했던 선배-아마 당시의 어느 부서장이었던 듯-가 나에게 이 열매를 건네주었던 것 같았다. 그때는 '촌스럽다' 라고 생각했고 열매도 집에 가다가 버렸던 거 같음. 근데 아마 지금의 인턴이나 신입사원들에게 나는 당시의 그 열매 쥐어주던 엄청 선배/윗사람 뭐 그런 걸로 보일테니 정말 세월무상 ㅠㅠ
하여튼 소회에 잠길 틈은 별로 없었다. 월요일이었고 역시나 아주 바쁜 하루였다. 그리고 주말 동안 늦잠 자고 쉬느라 역시나 리듬이 깨져서 오늘은 몇시간 못 자고 출근했으므로 종일 피곤했다. 그리고 아침엔 비가 왔지만 낮부터는 해가 쨍쨍 나고 습기도 엄청나서 무지 끈적하고 더웠다. 온몸의 머리털과 솜털이 다 달라붙는 느낌이라 진짜 괴로웠다. 아침에 한참 일하고 있는데 엄마에게서 전화가 와서 나보고 어디냐고 물으셨다. 회사지 어디냐고 했더니 너 왜 휴가 아니냐고 하신다 ㅠㅠ 어마니, 이미 휴가를 땡겨서 6월초에 놀러갔다 왔으므로 여름 휴가가 없사옵니다 라고 대답했더니 '아니 그건 그거고 여름 휴가는 따로 쉬어야지 뭐 그러니' 하신다. 그러게 또 그런 것 같은데... 엄마 토끼 말씀이 진리이거늘 ㅠㅠ
여름이라 무척 지친다. 그런데 이제 겨우 월요일이다 흑흑, 이번주를 잘 버텨내는 것이 목표... 그런데 오래 전 처음으로 일을 시작했을 때의 순진무구했던 나의 모습을 떠올리니 뭔가 기분이 묘하고 시간이 왜 이렇게 빨리 가버렸는지, 그동안 내가 어떤 일을 겪어왔고 또 어떤 식으로 변해왔는지 문득 생각에 잠기게 된다. 아 모르겠다, 과거를 돌아보는 것도 좋지만 당일의 수면을 놓치지 말자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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