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 금요일 밤 : 찜통 더위, 현실성 없는 얘기만 늘어놓는 분들, 비빌 언덕을 잃게 되니 슬픔 fragments2022. 8. 5. 22:05
오늘도 정말 덥고 습한 하루였다. 출근길, 점심 먹으러 오갈때, 임원 보고하러 오갈때, 그리고 진료 받으러 오갈때 모두 진짜 푹 쪄지는 줄 알았다. 날씨가 너무 더워서 그런지 아니면 내가 탄 지하철들이 다들 냉방이 시원찮았던 건지 에어컨이 돌아가는데도 너무너무 더웠다.
사진은 귀가하는 길, 화정역 광장의 바닥 분수 앞. 막 분수가 꺼지는 타임이었다. 조금 기다리면 혹시 도로 분출하지 않을까 기대하며 좀 기다렸지만 물이 안 나와서 실망하며 터벅터벅 발을 옮겼다. 난간에 매달려 기다리던 아이들도 대실망 ㅠㅠ
어제 너무 피곤해서 좀 일찍 누웠고 잠들었는데 역시 덥고 습해서 새벽 2시에 잠깐 깨고 금세 도로 잠들었다가 5시 반쯤 깬다. 요즘은 안대를 하면 너무 더워서 며칠 안 하고 자는데. 역시 빛이 차단이 안돼서 그런지, 암막커튼을 쳐도 방문을 열어놓아서 빛이 스며들어오는 건 어쩔 수 없는지 5시 반 전후로는 깨게 된다. 그러면 도로 조금 잠들어도 제대로 못 자고, 매우 피곤한 채 6시 전후 깨어나 후다닥 채비를 하고 출근을 한다.
오늘도 매우매우매우 바빴다. 오전에는 내부 회의와 실무자의 보고(예상했던 대로 실망스러웠음), 오후엔 최고임원께 보고를 드리러 갔다.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별 일 아니었다. 그리고는 외부 전문가들과 회의를 했는데 이 회의 역시 실망스러웠고 다들 동상이몽이란 생각이 들었다. 역시 처음부터 내가 같이 들어갔어야 하는데 첫번째 회의에 내가 다른 일정으로 못 들어갔었다. 윗분이 자신의 원대한 장밋빛 꿈을 꾸며 벌려놓은 거긴 한데, 거기 참여하는 다른 쪽 사람들도 나름대로의 장밋빛 꿈을 펼쳐놓고 있었고 내가 보기엔 현실성도 없고 서로 다른 얘기만 하고 있어서 대폭 손질을 하지 않으면 올해 뭔가를 해내기는 글러먹었음. 그나마도 중간에 나는 진료 때문에 나와야 했는데, 내가 나온 후에 또 이게 어떤 식으로 이상하게 굴러갔는지 모르겠다. 월요일에 가서 생각하자.
회사 선배 중 내가 가장 믿고 의지하는 분이 조만간 명예퇴직을 하신다는 소식을 비공식적으로 전해 들었다. 그 소식 때문에 무지 슬프고 좀 충격이다. 항상 마음속으로 의지하고 있었던데다 비빌 언덕, 가장 역량있는 분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상실감이 느껴진다. 아니, 명예퇴직은 내가 꿈꾸던 것인데 엉엉 왜 그러시나요 내가 한다고 했을땐 말리시면서 조기 명예퇴직 제도 없애버릴 거라고, 그래야 네가 못 나가지 않겠느냐고 하셨던 분이 가신다니 그럼 나는 어떻게 해요 엉엉.
신망도 있고 또 능력이든 심적으로든 의지할 수 있는 진짜 극소수의 선배/간부이신데, 이것은 뭐 당연히 막을 수도 없고 나도 이렇게 지쳤으니 훨씬 긴 세월 동안 훨씬 많은 일을 해오신 이 분이 얼마나 지치셨을지는 이해하고도 남지만 이기적인 마음에서 비롯되는 상실감과 슬픔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회사 다니면서 선배가 그만둘 때 이런 기분 느껴본 적 한번도 없었는데 흑흑... 그럼 나는 이제 누구를 의지한단 말인가 엉엉 (그렇다고 지금 이분이 내가 맡은 일과 책임에 대해 뭔가 실제로 하나하나 해주고 계신 건 당연히 없다만 그래도 존재 자체로 믿음이 가는 분이었으므로 갑자기 엄마 잃은 아이 느낌이 좀 드는 것이다. 나 역시 오랜 시간 동안 일해오며 경험을 쌓아오고 부하직원들을 지휘해왔으면서도 이런 마음이 드니 참 묘하다)
아 하여튼 피곤한 하루였다. 기나긴 일정과 기나긴 이동을 마치고 돌아오니 완전히 녹초가 되었다. 주말이라 다행이다. 주말엔 그냥 푹 쉬고 또 쉬어야겠다. 자고 일어나면 우렁이가 왔다 갔으면 참 좋겠다, 청소도 다 해놓고 밥도 차려놓고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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