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9 금요일 밤 : 녹초! 높은 분께서 오늘따라 길게, 쿨하지는 않습니다만, 출격 엄마토끼 아빠토끼! fragments2022. 8. 19. 22:23
바쁘고 피곤하게 지나간 날이라 오늘의 사진은 없어서 핫케익 먹는 쿠마들 그림으로 주말맞이. 출처는 SAN-X 어쩐지 모리나가 핫케이크일 것 같음 :)
많이 바빴고 두들겨맞은 듯 지친 하루였다. 분명 이번주는 월요일에 쉬었으니 주4일 밖에 근무를 안했는데 왜 이렇게 지치고 피곤한지 모르겠다. 아마 그날이 코앞으로 다가와서 그런 것도 있는 듯하다. 온몸이 저리고 쑤시고 아프다.
굉장히 바빴다. 아침 일찍 출근해 이것저것 일을 했고 실무자 한명이 보내온 약 100페이지 좀 안되는 분량의 온라인 책자 원고들을 쭉 읽고 비문이나 문맥상 안맞는 내용들을 간단히 교정하고 동시에 내용을 파악하느라 한참 바쁜 와중에 최고임원께서 오셨다. 최근 비가 너무 많이 와서 겸사겸사 둘러보고 점검도 하실 겸, 지난주에 우여곡절 끝에 잘 오픈한 중요사업에 대해서도 보시려고(이건 내가 보러 와달라고 요청드렸으니 뭐 ㅠㅠ) 하여튼 그래서 한참 일하다가 다 미뤄두고 최고임원분을 모시고 이것저것 점검하실 수 있도록 안내도 드리고, 사업에 대해서도 이분이 이해하실 수 있는 범위 안에서 간단간단하게 설명을 드리며 한바퀴 돌았다. (실무자가 동참하긴 했는데 아무래도 실무자들은 너무 전문적 용어를 쓰는 경향이 있어서 이런 경우에는 내가 안내하는 편이 낫다, 내가 간부이기도 하고)
간신히 이제 투어를 마치고 끝나나보다 했는데 임원께서 이것저것 더 물어보실 것도 있었고 마침 점심시간인데 함께 식사할 사람이 없는지 밥먹자고 하셔서(으앙 ㅠㅠ) 뭐 이러면 어쩔수 없으니 '네~' 하고 함께 식사를 하러 갔다. 이분은 지난번에 오셨던(그리고 갑자기 이른 아침에 나에게 중요회의 땜빵 대참을 시키셨던) 선배 겸 임원과는 완전히 성격이 달라서 제일 높은 분이기도 하고, 또 화법이나 이것저것이 참 나에게는 피곤한 분이라, 그리고 아무래도 직위 자체가 다르다 보니 같이 밥먹는게 즐겁고 편한 시간은 아니다. 심지어 단둘이 흑흑... 하지만 이를 기회로 이런저런 필요한 얘기도 드리고, 또 이분이 생각하며 들이밀던 한두가지 방향성에 대해 어떤 장애물이 있는지, 미처 파악하지 못하시는 현장의 문제점이 무엇인지도 말씀을 드렸으므로 그냥 객관적으로는 유익한 시간이었다. (하지만 사적으로는 피곤피곤)
임원과의 점심식사까지 마친 후, 오후 출장이 있어서 나가봐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다음주의 어떤 행사와 관련해 스탭부서의 나이많은 담당자(나보다 훨씬 선배이긴 한데 직위나 직급은 내가 위임)가 일을 엉망진창으로 처리해 우리에게 혼란을 야기해서, 이것 때문에 통화를 하고 정확한 근거를 메일이든 문서로 남겨달라고 요구하는 과정에서(이분이 구렁이 담넘어가듯 그냥 대충 뭉개려고 해서) 좀 언성이 높아지는 일이 있었다. 나도 짜증이 나서(본시 내가 제일 못참는 게 일 못하고 대충대충 무마하고 뺀질거리는 아재들임) 자기도 모르게 좀 목소리가 높아진 것 같고, 이 사람도 논리로 막히고 자기 일이 많아진다 싶으니 갑자기 벌컥 화를 내서 통화로 좀 논쟁을 하다가 이렇게 싸워봤자 뭐가 해결되나 싶어서 일단 '서면으로 내놓으시오' 하고 딱 자른 후에 전화를 끊었다.
그런데 이 사이에는 우리 실무자(이 사람도 나에겐 선배인데 하여튼 직급은 아래)도 끼어있어 이분이 전전긍긍 양쪽 눈치를 보는 게 너무 뻔해서 좀 짠해지기도 했고, 같은 회사 내에서 언성 높여봤자 뭐가 좋나 싶어서 얼마 후 다시 전화를 해서 그 아재 선배와 잘 풀었다. 어떤 점 때문에 내가 지적을 했는지 찬찬히 말을 하고, 좋게 얘기해도 될것을 서로 흥분한 것 같은데 기분 상했으면 미안하다 등등 주고받음. 이 선배는 자기도 일에 치어서 예민해져 있었다고 미안하다고 사과하고는 '토끼님은 몰랐는데 정말 쿨하네요. 고마워요' 라고 한다. 쿨한 게 아니고 서로 다른 부서끼리 이러는 게 전혀 유익하지 않은 일이라 그런 건데. 뭐 하여튼 그 앙금을 남기지 않고 빨리 풀고 와서 다행임. (하지만 여전히 '일 못하는 인간' 이라고 생각하고 있음. 그러니 쿨한 건 아님 ㅋ 언성이야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해서 그런 건 괜찮은데 일 대충 하는 건 안 괜찮음!) 하여튼 필요한 내용들은 다 받아내긴 했다.
그건 그렇고 나이먹을 수록 성격이 유해져야 하는데 발칵하는 기질이 점점 생기는 것 같아 스스로를 돌아보게 됨 ㅠㅠ 이게 아무래도 유리천장 조직에서 얼마 안되는 여성으로 오랫동안 일을 해오다 보니 점차 공격성이 장착된 건지, 아니면 점점 다혈질이 되는 건지 모르겠다. (지금이야 여성 직원들도 많고 간부들도 늘어났지만 내가 입사했을 땐 정말 남자들이 대부분이었고 문화 자체도 심각했다. 기득권층도 모두 남성들 뿐이었다.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은 많이 달라지고 나아진 것 같지만 그래도 어려운 점이 정말 많다) 그렇다고 화내고 나서 마음 편하게 '아 잘 화냈다~'하는 성격은 아니니 하여튼 일하며 사는 건 어렸을 때나 나이먹었을 때나, 실무자였을 때나 일정 직위가 되었을 때나 여전히 쉽지 않다. (하지만...대충대충 넘어가는 것을 만만하게 놔두면 나중에 그게 다 부메랑이 되고 일처리에서 문제가 생긴단 말이야 ㅜㅜ)
날씨가 너무 후덥지근했다. 외부 출장이라 피곤했다. 생각보다 일이 빨리 끝났고 집에 돌아오는 지하철 안에서 피곤하게 졸았다. 귀가하는 길에 비가 쏟아졌다. 돌아와서는 너무 지쳐서 침대로 들어가 한시간 정도 잤다. 진짜 이런 일이 거의 없는데 지난주 금요일과 오늘 둘다 이렇게 지쳐 쓰러져 침대로 들어갔다. 일해서 먹고 사는 게 힘든 것 같다.
그러나 좋은 점!
엄마아빠 토끼가 오셔서 에어컨 필터 해결해주셨음 :) 한참 최고임원과 불편한 식사를 하던 도중 아빠토끼에게서 톡이 왔다. '에어컨 필터 끼웠다. 세상 쉽구만 위아래를 바꿔 끼워 놨으니 안되지' 라는 톡이었다! 아니 이상하다 어제 분명히 나는 위아래 다 돌려가며 해봤는데 흐흐흑...
돌아와보니 아빠토끼가 에어컨 필터 끼워놓으셨고 엄마토끼가 꽃게탕, 소고기무국, 돼지고기김치찌개 3종 세트에 진미채, 양태무침, 심지어 (비싸서 차마 못 사먹는) 샤인머스캣 한송이까지 놓고 가심. 엉엉 오늘 나의 우렁이로 임하신 엄마토끼 아빠토끼... 심지어 현관 안쪽에 모아둔 재활용 쓰레기까지 버려주셨음(박스, 플라스틱, 페트병 등 모아놨다가 항상 주말에 한꺼번에 버리는데-게을러서- 엄마토끼는 이런걸 못 보시는 매우 깔끔한 성격) 흑흑 감사합니다 ㅜㅜ 게다가 밥도 해놓고 가셨다. 오늘은 국이고 밥이고 반찬이고 다 떨어진 날이었는데. 그리하여 저녁을 좌꽃게탕 우김치찌개로 매우 잘 먹었음. 내일도 먹을 수 있다 :) 그러니까 내일 아침에 청소만 잘하면 된다~ 주말엔 푹 쉬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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