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테르부르크를 떠나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날이었다. 나는 료샤랑 레냐와 함께 궁전광장과 네바 강변, 그리보예도프 운하변 등을 거닐고 있었다.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사먹었다. 나는 언제나처럼 사진을 찍었다.
이 사진을 찍을 때 레냐가 '쥬쥬, 왜 아무것도 없는 하늘을 찍어?' 하고 물었다.
나 : 저기 갈매기가 날아가고 있어.
료샤 : 야! 저렇게 높이 있는데 줌 당겨도 나오지도 않겠다!!
(흑흑, 그의 말대로... 엄청 조그맣고 흐리게 나왔음)
레냐 : 쥬쥬는 새를 좋아해. 지나가다 새가 있으면 꼭 찍어.
나 : 청둥오리가 좋은데 이번엔 거의 못봤어. 레트니 사드에서만 봤어. 갈매기도 날아갈때 보면 좋아.
료샤 : 야, 너는 짐승은 다 좋아하잖아! 개, 고양이도 찍잖아! 그리고 길거리에서 짐승 간판이랑 조각도 다 찍잖아!
나 : 어, 맞어... 뱀 같은 거 아니면 좋아...
레냐 : 쥬쥬는 착해~ 동물을 좋아하면 착해~
나 : 그치, 나 착하지~~
료샤 : 야! 동물 좋아하면 뱀도 좋아해야지!!!
나 : 뱀은 징그럽잖아 ㅠㅠ
레냐 : 뱀은 안 좋아해도 돼~~ (너그럽게 허락해줌 ㅋㅋ)
료샤 : 뱀도 동물인데 왜!!
레냐 : 아빠! 뱀은 다리 없잖아!
.. 레냐는 내 편 :)
그러다 비둘기가 어정어정 걸어가고 있어 찍었더니...
료샤 : 야! 비둘기떼 날아오면 피하면서 왜 한마리 있을땐 맨날 찍냐!
나 : 비둘기떼 날아오면 박테리아 무서워서 ㅠㅠ
그러다 랜드마크 중 하나인 이 청동사자상 앞으로 오자 레냐가 먼저 내 소매를 잡아당겼다.
레냐 : 쥬쥬! 사자 있어, 얼른 찍어~~
나 : 고마워~~ 찰칵! (그래서 이 사진 찍음)
료샤 : 야! 너 이 사자 올때마다 찍었잖아! 여태 찍은 거 다 합치면 백장은 찍었겠다!
나 : 어제 사자랑 오늘 사자는 다르단 말이야!!!
료샤 : 문학 전공자 피곤해. 궤변만 늘어놔.
나 : 나 문학 전공자 아니거든요! 우리 학교는 노문학 아니고 그냥 노어과였거든요!
료샤 : 근데 왜 노어가 엉망이야!
나 : 엉엉...
레냐 : 아빠! 쥬쥬는 외국인이잖아! 우리 말 엄청 잘하는 거야! 아빠는 한국말 하나도 못하잖아!!
.. 레냐는 역시 내 편 :)
그리고는 레냐가 또 이 식당 간판 보면서 갈매기 있으니까 찍으라고 채근. 그래서 이 간판도 예전에 많이 찍은 건데 또 찍음 :)
..
그리고는 료샤가 며칠 전에 대상포진 걸린 후 전화해가지고는 자기네 다차에 다람쥐도 있고 무슨무슨 새도 있고 뱀도 있다고 놀러오라고 했다. 야, 뱀 때문에 너네 다차 안 가!!!!
(그 대상포진 얘긴 여기 : http://tveye.tistory.com/50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