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8. 22. 22:14
여름날 밤의 페테르부르크 운하를 따라 + 구해준 건 좋은데.. russia2014. 8. 22. 22:14
밤 9시에서 10시 무렵. 백야 시즌의 페테르부르크.
이삭 성당 맞은편 발샤야 모르스카야 거리 근방에서 운하를 따라 쭈욱 걸어가면 마린스키 극장까지 도보로 갈 수 있다. 며칠 동안 때로는 친구와, 때로는 혼자 운하 따라 걸어서 극장을 오갔다. 한두번은 버스를 탔지만.
여름날 밤에 부드러운 빛과 희미한 어스름에 잠긴 운하를 따라 걷는 건 무척 기분 좋은 일이다. 좋은 공연을 본 후라면 더 그렇다.
힘든 한 주를 보내서 그런지 저 당시의 평온함과 충만한 기분이 그립다. 공연도. 친구와 함께 걸으며 얘기 나눴던 순간도.
다 좋은데 저렇게 운하 따라 걸어가다가 내가 사진 찍느라 정신팔린 순간 차가 갑자기 홱 나타나서 하마터면 부딪칠 뻔 했다.
다행히 료샤가 옆에서 어깨를 홱 낚아채 끌어당겨서 사고는 면했지만, 그 결과 두 가지의 괴로운 일이 있었다.
1. 료샤의 '이 멍충아! 바보야 얼간아..' 시리즈 폭격 (흐흑, 친구 맞나)
2. 키 크고 덩치 좋은 성인 남성이 순간적인 근력을 발휘해 힘없는 호빗 토끼(=나)를 낚아챈 결과 어깨에 큰 멍자국과 함께 다음날까지 왼팔을 움직이지 못하게 됨 ㅠㅠ
.. 다음날 료샤에게 그 멍자국과 팔 아픈 상태를 보여주며 1의 멍충이 시리즈 폭격을 취소하라고 야단쳤더니 '생명의 은인 앞에서 어쩌고, 물에 빠진 놈 건져줬더니 보따리 운운' 하는 폭격을 또 맞아서 결국 매를 벌었음 -_-
'russia'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심신의 휴식이 필요한 주말 (2) | 2014.08.29 |
---|---|
알렉산드르 네프스키 수도원 (0) | 2014.08.25 |
비행 (0) | 2014.08.21 |
판탄카 운하변 어딘가에서 (0) | 2014.08.20 |
녹음 너머 종들 (4) | 2014.08.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