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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에서 월요일로 넘어가는 밤이면 항상 잠이 잘 안 온다. 예전엔 이런 시간이라면 글을 썼다. 최근 1~2년간은 제대로 글을 쓰지 못했다. 그래도 글을 쓴다는 건 내게 여전히 가장 좋아하는 일이고 가장 소중한 일이다. 그저 지금 잠시 멈춰 있는 것 뿐이다. 에너지를 되찾고 내부의 불을 다시 켜기 위해.




잠이 잘 안와서. 몇년 전에 쓴 단편 몇문단 발췌. 예전에 about writing 폴더에 이 단편의 전반부인 1/3 정도와 그외 토막토막을 올렸던 적이 있다. 제목은 밤. Night. Ночь. 지방 소도시 시립극장 오케스트라 바이올린 연주자인 로만 코즐로프의 1인칭으로 썼다. 발췌한 부분은 거의 맨 마지막.



.. 위의 사진 두 장은 전에 페테르부르크 산책하며 찍은 것이다. 글의 배경은 페테르부르크가 아니라 시골 소도시지만 뭐 어때.




​* 이 글을 절대로 무단 전재, 복제, 배포, 인용하지 말아주세요 *





...




나는 커튼을 젖히고 창 너머로 그 아이가 아파트 안뜰을 지나 무거운 정문을 밀고 나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해가 져서 이미 어둑어둑했다. 어딘가에서 까마귀가 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스름 속에서 그 아이는 더 이상 취한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여전히 조금씩 휘청거리며 천천히 걸어가고 있었지만 점차 시야에서 멀어지고 작아지자 그는 다시 새처럼 보였다. 유령처럼, 천사처럼. 그리고 안개처럼. 자식은 부드럽게 춤을 추며 걸었다.



미샤는 내게 주소를 묻지도 않았다. 곧장 좁은 도로를 따라 나가는 것을 보니 돌아가는 길을 잘 아는 것 같았다. 사실 그럴 리가 없을 텐데도. 하긴 헤매든 넘어지든 곧 자기 집을 찾아갈 수는 있을 것이다. 이곳은 레닌그라드가 아니라 촌동네고 검은 숲으로 들어가지만 않는다면 어느 길로 가든 30분 만에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으니까.



잠시 후 그 아이는 내 눈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파란 잉크 같은 저녁 어둠만이 남았다. 극장 같은 어둠, 무대 불이 꺼진 후 깔려드는 소리 없고 부드러운 어둠이었다. 지금 생각하니 그건 그 애의 눈에 차오르던 검은 불꽃같기도 했다.



...




이 단편 전반부는 여기 : http://tveye.tistory.com/4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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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