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방울에 가려진 이삭 성당의 황금빛 돔 russia2014. 8. 5. 18:05
페테르부르크의 날씨는 아주 변화무쌍해서, 주민들조차 한 시간 후의 날씨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한다. 웬만하면 비 조금 와도 우산도 안 쓴다.. 내가 꼬박꼬박 초소형 우산을 갖고 다니며 빗방울이 떨어질 때 쫙 우산을 펴면 료샤를 비롯한 그쪽 친구들은 쯧쯧 하고 혀를 차곤 했다.
" 그런 조막만한 우산이 무슨 소용이냐. 어차피 우린 바람 불어서 빗방울 다 들이칠텐데.. "
" 그래, 바람 불면 우산 뒤집어지겠다~ "
그러면 난 과거의 경험을 토대로 우긴다.
" 흥, 옛날에 여기 살때도 이거보다 더 작은 우산으로 잘만 버텼네요~ 망가뜨리지도 않고 한겨울에도 눈보라도 잘만 막아줬다네~ "
그러나 료샤는 마지막 한 마디로 날 무장해제시켜버렸다.
" 음, 그럴수도 있겠지. 바람이 위로 불었나보네.. 아래는 바람이 안 불어서 넌 무사했던 모양이지. "
-_- 친구인지 웬수인지..
..
어쨌든. 이날도 일기예보에는 '뇌우와 세찬 비'라고 되어 있었다. 하루종일 덥고 쨍쨍했기에 잘못된 예보라고 생각했지만.. 산책 마치고 숙소에 돌아왔을 때(밤 11시 다 되어갈 무렵) 갑자기 천둥번개가 요란하게 치더니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일기예보가 정확했다!!
(웬만하면 이 동네 일기예보는 우리보다 정확하다 -_-+ 이것도 참 신기한 노릇이다. 그렇게 날씨가 변화무쌍한데도.. 대체로 비 온다면 오고, 기온 예보도 얼추 맞는다. 어떻게 보면 워낙 비가 잘 내리는 곳이니 비온다고 하면 몇십 퍼센트 정도는 먹고 들어가는 건가?)
오늘 날씨가 너무 덥고 습하고 답답해서 차라리 장대비나 쏴 내렸으면 하는 마음에 사진 올려본다. 창 너머로 이삭 성당의 실루엣이 보인다.
비 안 올때 이 창가에서 본 이삭 성당 모습은 이렇다 : http://tveye.tistory.com/29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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