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달력을 넘겼다. 어느새 올해가 한 달밖에 남지 않았다니 너무 허전하다. 오늘 날씨가 너무 추웠기 때문인지 달력을 넘겼을때 저 차디찬 페테르부르크의 얼어붙은 네바 강 사진을 12월에 집어넣은 걸 좀 후회했다. 좀더 화려하고 연말 분위기 나는 사진을 넣을 걸 그랬나. 하지만 추운 건 추운 거고 저 사진 찍었을 때가 그립다. 언제 저렇게 다시 얼어붙은 네바 강변을 산책할 수 있을까.
오늘은 휴가를 냈다. 너무 지쳤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몸과 마음의 휴식이 정말 간절히 필요했다. 하지만 늦잠을 자고 게으름 피우지는 못했다. 오전에 미용실 예약을 잡아두었기 때문이다. 밀린 잠을 좀 자긴 했지만 피곤한 꿈들을 연이어 꿨다. 친한 사람에게서 상처를 받는 패턴의 꿈이라 더 피곤했다. 현실과는 다르지만 어쨌든 뭔가 무의식에 그런 패턴이 자리잡고 있긴 한가보다.
단감을 한개 깎아 먹고 대충 화장을 한 후 집을 나섰다. 동네 미용실이라 패딩 코트 하나로 괜찮으리라 생각하고 안에 받쳐 입는 옷들은 그리 든든하지 않게 걸쳤더니 돌아올 때 너무너무 추웠다. 장갑을 챙겼어야 했다. 손가락이 떨어져 나가는 줄 알았다. 몸에 한기가 오싹 들었다. 아마 평일 오전 타임이라 널찍한 미용실에 사람이 별로 없었고, 또 염색 후 머리를 감은 후 머리가 젖은 상태로 커트를 해야 해서 그랬던 건지도 모르겠다. 새치집중구역은 너무너무 길어 있었고 담당 미용사도 '와 정말 머리가 빨리 길었네요' 하고 웃었다. 평소보다 한달쯤 더 늦게 오긴 했다. 바쁘고 피곤해서. 어쨌든 뿌리염색을 해서 새치집중구역을 퇴치하고 또 5센티쯤 머리 끝도 잘라내서 한결 가벼워졌다. 머리를 다 하고 나왔는데 아직 정오 전이라 동네에서 좀 놀까 했지만 너무너무 추워서 급하게 집으로 돌아왔다. 집까지 십여분밖에 걸리지 않는데도 그 길이 너무 추워서 정말 힘들었다. 먹은 게 별로 없어서 그랬나.
훈훈한 집에 돌아오니 살것 같았다. 따뜻한 물을 받아 목욕을 하고 아점을 챙겨먹은 후 차를 좀 진하게 우려 마시고(주말이 남아 있으니 오늘은 진하게) 책을 읽고 쉬었다. 늦은 오후엔 침대로 들어가 한시간 가량 누워 쉬었다. 낮잠은 안 잤지만 온몸이 노곤했다. 글을 좀 쓸까 했지만 오늘은 피로 회복이 더 우선이라 그냥 쉬었다. 내일은 이어서 써봐야지. 생각해보니 쉬는 중에도 업무 연락이 오긴 왔다. 흐흑...
2주째 남아 있는 공작초와 하얀 카네이션. 이제 꽃들이 많이 시들어서 얘들만 남았다. 이 녀석들도 거의 시들어가고 있다 내일 새 꽃이 올 것이다.
카네이션은 대를 짧게 잘라내고 모아서 카페 에벨 머그 컵에 꽂아두었다. 이렇게 모아놓으니 약간 수국처럼 보이는 눈속임.
매일 새벽 출근을 하는데 요 며칠은 지하철 자리에 앉고픈데다 일도 많아서 더 일찍 출근, 7시가 약간 넘으면 사무실에 들어간다. 지리적으론 분명 보다 북쪽인 우리 동네가 더 추워야 하는데 이상하게도 시내 중심가에 있는 사무실 동네가 더 춥다. 이제 겨울이라 어둠 속에서 출근 ㅠㅠ
새벽에 곤하게 자다 재난문자 때문에 소스라치게 놀라 깼다. 온몸이 천근만근... 지진은 멀리 경주에서 난 거라 전혀 의식을 못했다만, 근거리에서 지진이 나면 미친듯이 튀어나가야 되는데... 나는 아무래도 못 일어나고 이렇게 누워 있을 것만 같아 ㅠㅠ
오늘은 바쁘긴 했지만 상대적으론 덜 바빴다(요 며칠 너무 바빴던 탓이다) 종일 일하고 퇴근함. 내일은 휴가를 냈고 미루고 미뤘던 미용실 미션을 클리어하러 가기로 했다. 도대체 나이도 먹었는데 머리가 왜 이렇게 빨리 많이 자라는걸까ㅠㅠ 새치집중구역 ㅠㅠ 영양과다섭취로 머리가 빨리 기는 걸까 엉엉...
바르샤바 대학교 앞에 있는 서점. 이 길은 숙소에서 노비 쉬비아트 거리로 이어지기 때문에 매일같이 여러번 지나다녔다. 이 옆에는 빵집과 체인 카페인 그린 카페 네로가 있다. 사진은 여행 마지막날. 이날은 비가 왔다. 그전까지는 날씨가 매우 좋았으니 이 정도면 정말 날씨 운이 좋았던 거였다. 바르샤바 여행에선 기념품을 거의 사지 않았는데, 마지막날 이 서점에 들러 구경하다 엽서를 두 장 샀다. 여기에는 다른 곳과는 달리 좀 귀여운 엽서들이 있었다.
구시가지 광장(인어조각상이 있던 그 광장), 그리고 와지엔키 공원. 여러가지 버전이 그려진 엽서는 단연 문화과학궁전이었고 심지어 일러스트도 귀여웠지만 나는 그 소련 냄새나는 건물이 싫었기 때문에 굳이 사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이 두 장을 샀는데 우스운 것은 막상 저 인어조각상 광장은 내 마음에 안 들었고(제일 유명한 곳이긴 한데 이때 너무너무 더웠기 때문에 힘들기만 했음), 와지엔키 공원에는 가보지 못했다. 사스키 공원 엽서가 있었으면 그걸 샀겠지만 사실 사스키 공원은 이렇게 아기자기한 그림이 나오기엔 몽창 나무와 멋없이 커다란 분수 뿐이라 엽서 그릴 맛이 안 났는지 아예 없었다. 그래서 바르샤바에서 제일 좋았던 기억인 '공원에서 쉬기'를 떠올리기 위해 와지엔키 공원 엽서를 고름. 인어광장 엽서는, 그림이 이뻐서 ㅎㅎㅎ (원주가 있는 왕궁광장 엽서보다 이게 더 이뻤다)
광장 엽서는 거실의 이반 왕자와 회색 늑대 그림 액자 아래에 도자기 짐승들이랑 같이 있고, 와지엔키 공원 엽서는 냉장고 옆면에 붙여 두었다. 너무 추워져서 그런지 햇빛 쨍쨍 나던 광장마저 그립고 공원에 앉아 이야기나누고 또 책보던 것이 그립다. 그저 여행 자체가 그리운 것인지도.
날씨가 너무 추워졌다. 점심 먹고 돌아오는데 눈발이 흩날렸다. 나이가 들고 나니 눈오면 설레는 게 아니라 덜컥 걱정이 되고 급피곤해짐. 그러면서 러시아에는 어떻게 있었느냐고들 하지만 그때는 옛날이니까 피가 뜨거웠다고요.
오늘도 아주 바빴다. 너무 정신없이 일했다. 오전엔 휴직 중이던 직원과 면담도 하고... 온갖 일들을 해결하고 머리를 짜내고 등등. 그런데 이렇게 몸과 머리를 혹사하며 문제 해결에 내년 계획을 짜고 있지만 막상 조직개편과 인사 대상이 되면 이 노력은 다 뭐가 되는지, 이 힘든 것은 무슨 소용인지 좀 암담하다. 사실 서울 발령을 받고 이 부서 업무를 한지도 몇년이 되었으니 산술적으로는 이동 대상이 될수 있다. 그런데 다시 지방 본사로 발령을 받는다면 이 일을 계속할수 있을지 물리적인 이유로 고민이 된다. 여기 더해 작금의 업무환경은 외적 시련이 몰려올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만일 그런 측면에서 심리적 제한선을 넘게 되면 그때에도 아마 많은 고민을 하게 될것이다. 현상유지가 그나마 가장 나은 상황인데 가능성이 얼마나 될지는 솔직히 모르겠다. 생각하면 심란하다.
많이 피곤하다. 계속 자고 쉬고 싶다. 너무 지친 상태라 금요일 휴가를 냈으니 내일 하루를 무사히 버티는 것을 목표로...
침실에는 화장대와 침대, 붙박이 옷장 외에는 아무 것도 두지 않았다. 방에 물건 잔뜩 쌓아두는 것도 싫어서 아마 가능하면 내내 이렇게 유지할 것 같다. 어차피 주말에 늦잠 잘때 외엔 주로 거실에서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옛날에는 내집 마련을 하면 이렇게저렇게 예쁘게까지는 아니더라도 하여튼 뭔가 좀 꾸밀 줄 알았으나 선천적으로 게으른데다 물건 고르고 사는 것에 영 재주가 없는 타입이라 그런지 결국 이 집은 이사온지 몇년이 지났건만 여전히 그냥 흰 벽지에 액자 하나 제대로 걸지 않았고 찻잔들도 그냥 오래된 수납장 안에 겹쳐 쌓아놓은 채 그대로... 늘어나는 건 책들 뿐... (생각하니 스트레스받음. 책을 좀 정리해야 하는데...) 하여튼 그래서 침실에 있는 장식품은 딱 두개. 프라하에서 사왔던 이 도자기 달걀, 그리고 사진엔 안 나왔지만 거울 다른 쪽 끝에 매달아둔 도자기 새. 이것들도 막 이사왔을때 거울을 고정하기 위해 아버지가 양쪽에 박아주신 못이 있어 거기 하나씩 달아둔 것이다. 달걀 뒤에는 에브로파 호텔에서 줬던 예쁜 태그. 이건 원래 여행가방용 태그인데 이뻐서 그냥 장식으로 달아두고 있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엽서나 인형, 냉장고 자석 등 온갖 아기자기한 것들을 이것저것 늘어놓았던 건 지방 본사에서 근무하던 시기에 2집 원룸에서 지낼 때였다. 화정에는 주말에나 올라올 수 있고 때로는 주말에도 못 오던 시기였고 당시 너무 힘이 들어서 억지로 방에 이런저런 여행의 기억들이라든지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것들을 늘어놓곤 했다. 지금 집에서 그런 시기의 기억과 겹치는 건 부엌 냉장고 측면에 붙여둔 이 엽서와 사진들 정도. 사실 페테르부르크 엽서는 이쁜 게 많은데 전부 상자 안에 들어가 있다. 작년에 빌니우스 엽서가, 그리고 이번 가을에 바르샤바 엽서가 추가되었다. 가장 아끼는 건 맨 위 오른편에 있는 페테르부르크 지도 엽서. 이건 가끔 글 쓸 때도 힐끗 보곤 한다. 나는 지리, 공간 감각이 별로 없는 터라 이렇게 네바 강을 가운데 두고 직관적으로 단순화해서 그려져 있는 지도를 보면 도움이 많이 된다. (사실 서울에서 태어나서 오랫동안 살고 학교, 직장도 대부분 서울에서 다녔지만 서울 지리도 잘 모름. 방향 설정해보라 하면 멍해질 듯하다. 이런 말을 하면 주변 사람들은 '네가 운전을 안해서 그래'라고 얘기함. 뭐 그것도 맞는 것 같다만 애초에 방향감각도 없음)
오늘은 잠을 제대로 못 자서 온몸이 쑤시고 아팠다. 두통도 심했다. 머리를 감고 차를 마신 후에야 두통이 좀 가셨다. 일요일까지는 충분하고 편안한 수면을 취해보고 싶건만. 어제보다 날은 좀 따스해졌지만 원체 흐리고 우중충한 날씨여서 기분도 좀 가라앉는 편이었다. 일요일이라서 그랬을지도 ㅜㅜ 이번주도 많이 바쁠 것이다. 당장 내일도 해야 할 일들이 한가득. 화요일에는 저녁까지 큰 행사가 있고, 다음주에는 더 큰 행사가 있고... 게다가 조직개편도 다가오고 앞날은 여전히 검은 안개로 가득하다. 아아, 월요병 없는 인생을 살고 싶다. 글을 좀 쓰다 자야겠다.
10월에 시작한 단편은 주말마다 꾸준히 조금씩 쓰고 있다. 너무 힘들 때는 몇 줄 못쓰고 지나갈 때도 있지만 그래도 간밤에는 집중해서 두페이지 이상 썼다. 예전같으면 하루에 10페이지, 20페이지 쓸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하루에 1페이지만 써도 괜찮은 상태이다. 아무래도 집중력과 체력도 예전같지 않고, 또 나이를 먹을수록 신경쓸 일이 많아지고 일에 치어 살다 보니 정말 쉽지 않다. 그래도 주말에는 가급적 나다니지 않고 최소한 하루에 한페이지 이상은 쓰려고 노력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게으르지만 좋아하는 일에 대해서는 부지런하다고 해야 하나(하지만 총체적으로는 역시 게으르다 ㅎㅎ)
이 단편은 1997년 4월 페테르부르크 변두리의 낡은 아파트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화자인 마냐는 매춘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여인으로 일년 전쯤 아파트 이웃인 게냐를 찾아왔던 미샤를 보고 홀랑 반했던 적이 있다. 이 글은 4월의 어느날 밤 옥상에 담배피우러 올라갔던 마냐가 미샤와 다시 마주치는 이야기이다. 별로 복잡하지 않은 플롯이지만 그렇다고 쓰는 것이 단순하지는 않다.
제냐는 게냐의 좀더 흔한 애칭. 바냐는 게냐의 두살 아래 남동생이다. 게냐의 본명은 예브게니, 바냐의 본명은 이반이다. 게냐는 마린스키에 입단한 후 독립해서 이 아파트에서 원룸 스튜디오를 얻어 살고 있다. 형제는 사이가 별로 안 좋다. 리디야는 게냐가 전에 사귀었던 여자친구로 작년에 썼던 중편 <구름 속의 뼈>에서 여주인공으로 나왔었다(나중에 게냐를 차버리고 부자 노브이 루스키 비즈니스맨이랑 결혼했다) 발췌문에서 언급되는 '로켓'은 마냐가 미샤를 보고 첫눈에 반해서 붙여준 별명 중 하나. 게냐는 왕자님, 미샤는 로켓 + 섹스 사말룟이라 부른다.
아래 접어둔 발췌문은 마냐가 제냐(즉 게냐)와 바냐 형제, 그리고 게냐의 여친이었던 리디야에 대해 이야기하는 파트이다.
오해하지 마세요, 그렇다고 내가 바냐랑 그렇고 그런 사이는 아니니까. 철저히 비즈니스죠. 바냐는 화대를 제대로 줬으니까요. 뭐 한두 번은 안 줬지만, 파나소닉 스테레오를 가져다줬으니까 괜찮아요. 바냐는 대가리에 피도 안 말랐던 시절부터 바실리 섬이랑 사도바야랑 모스콥스키 역 주변을 돌면서 복사판 비디오테이프랑 음악 테이프, 가짜 소니 워크맨이랑 중국산 머리핀 따위를 팔았어요. 분명 나한테 준 파나소닉도 가짜겠지만 바냐가 상표랑 지렁이 그림 같은 일본말이 적힌 설명서를 보여주면서 이건 진짜라고 얼마나 으스댔는지 그냥 믿어주기로 했어요. 지금은 뭔가 다른 비즈니스를 한다고 했는데 굳이 물어보고 싶진 않았어요. 작년까지만 해도 사도바야에 영업을 하러 가면 종종 스콜피언스나 디페쉬 모드 짝퉁 CD들에 손바닥보다도 작은 게임기를 좌판에 깔아놓고 있는 바냐랑 마주치곤 했었는데 요즘은 그 자리에서 본 적이 없으니 아마 다른 사업을 한다는 말이 맞을 거예요. 마약만 아니면 좋으련만. 아무래도 그쪽일 것만 같아요. 요새 젊은 애들은 다들 그쪽으로 빠지거든요. 어쩌다 봤던 바냐 주변 녀석들도 딱 그런 놈들인 것 같았어요.제냐는 자기 동생이 그런 짓을 하고 다니는 걸 아는지 모르겠어요. 하긴 둘이 같이 있는 모습을 본 적이 거의 없긴 하네요. 제냐는 벌써 몇 년째 윗집에 사니까 오가면서 자주 마주치긴 했지만 원체 자기 얘기라고는 하는 적이 없어요. 정말 하늘과 땅처럼 다른 형제라니까요. 제냐에 대해 내가 아는 거라곤 바냐랑 집주인에게서 들은 게 전부인 것 같아요. 제냐가 처음 이사 왔을 때 잘생긴 남자애니까 궁금해서 수위 아줌마네 집에 초콜릿을 들고 가서 물어봤거든요, 이라 아줌마는 ‘키로프 무용수래. 월세 밀릴 일은 없겠지’라고 했어요. 춤추는 애면 클럽이나 극장이나 그게 그거겠지 싶긴 했지만 제냐는 깎아놓은 듯 준수해서 나는 인사를 할 때마다 ‘왕자님’이라고 불러주었어요. 제냐는 낯간지럽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그래도 복도나 계단에서 마주쳤을 때 내가 말을 걸면 아예 씹거나 그러진 않았어요. 코앞에서 여자를 무시할 만큼 뻔뻔하거나 무례한 성격은 아니었어요.
그 불여우 같은 금발 계집애가 들렀다 갔던 다음날엔가 바냐가 왔어요. 제냐네 문에 귀를 바짝 대고 있는 걸 발견했죠. 좀도둑인 줄 알고 사르바르를 부를까 하고 있는데 이 녀석이 날 보더니 자기가 제냐 동생이라면서 엄청 잘빠진 금발 미인 못 봤냐고 묻더라고요. 보긴 봤는데 점심때 제냐랑 같이 나갔다고 했더니 지저분한 욕지거리를 쏟아냈어요. 그러더니 나한테 ‘얼마야? 한번 하자’라고 들이댔어요. 아니, 난 그때는 안 했어요. 척 봐도 아직 학교도 졸업 안 한 꼬맹이였거든요. 나이가 덜 찬 게 문제가 아니고 돈이 없을 게 뻔하니까요. 몇 달쯤 후에 바냐가 다시 나타났는데 그때는 아파트 현관에서 제냐와 다투고 있었어요. 제냐가 언성을 높이는 건 그때 처음 봤어요. 뭣 때문에 싸우는지는 모르겠지만 하여튼 제냐는 굉장히 화가 나 있었어요. 그때 그 금발 계집애가 현관으로 내려왔어요. 아 맞아, 이름이 리디야였어요. 게냐는 리도츠카라고 불렀던 것 같아요. 리디야가 ‘어머, 안녕. 오랜만이네, 바냐’ 하면서 뺨에 뽀뽀를 해주자 바냐는 목덜미까지 시뻘개졌어요. 제냐는 골치 아픈 애새끼랑 빨리 떨어지고 싶었는지 여친의 팔짱을 끼고 안뜰을 가로질러 나가버렸어요. 바냐는 부루퉁해져서 돌부리를 툭툭 걷어차다가 나랑 눈이 마주쳤어요. 그리고는 또 말했죠. ‘한번 해, 나 돈 있어’라고요. 그때 왜 내가 해줬는지 잘 모르겠어요. 아마 꼬마가 좀 불쌍해 보여서 그랬는지도 몰라요. 그래도 흥정부터 먼저 하고 달러를 받아냈지요. 공짜로 해주는 건 예외 중의 예외에요. 그러니까 내가 제냐한테 한 번쯤은 공짜로 해줄 수 있다고 한 건 정말 엄청난 호의였다고요. 로켓이야 뭐 내가 몸이 달아서 절로 하고 싶었던 거니까 완전히 다른 얘기고요. 어쨌든 제냐는 나한테 한 번도 오지 않았어요. 하긴 제냐 같은 애라면 굳이 창녀를 찾아가지 않아도 여자들이 넘쳐나겠죠. 바냐는 경험은 별로 없는 녀석이었지만 엄청 잘난 척 센 척했죠. 원래 볼품없는 남자들이 꼭 그래요. 하여튼 그때부터 바냐는 이따금 들르곤 했어요. 제냐한테는 말 안 했어요. 뭐하러.
...
사진들은 마냐랑 게냐가 사는 아파트가 있는 동네 근처라고 설정한 곳. 아브보드느이 운하와 엘리자로프스카야 지하철역 근방이다. 이 근처에는 임페리얼 포슬린(로모노소프 도자기) 공장과 헌책시장이 있다. 2016년 12월에 도자기 공장의 샵에 구경갔을 때 찍었던 사진들. 주변이 매우 황량하다. 이 글의 배경이 되는 97년에는 더 그랬을 것이다. 게냐는 여기 있는 자기 원룸과 도심의 판탄카 운하변에 있는 미샤의 집을 오가며 살고 있다. (물론 미샤네 집은 아름다운 옛날 건물 + 내부 리노베이션이 되어 있는데다 기다란 판탄카 운하 중에서도 특히 풍광이 근사한 쪽에 있어서 이쪽 동네와는 하늘과 땅 차이)
게냐와 동생 바냐, 그리고 마냐에 대한 이야기는 전에 올렸던 중편 <구름 속의 뼈> 파트 4, 5에 나온다. 1~3은 게냐와 리디야(리다)에 대한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 그 중편의 링크는 여기. 파트3~5는 암호를 걸어두었다. (파트 2 끝에 나옴)
일요일은 잠을 늦게까지 기분좋게 푹 자는 적이 별로 없고, 새벽 늦게 잠들고 자다깨다 하다 수면부족 상태로 피곤하고 온몸이 쑤시는 상태로 깨어나곤 한다. 토요일은 원체 피곤하니 몰아서 자게 되는데, 일요일은 뭔가 좀 다르다. 토요일이 이틀이면 좋겠다. (이상한 결론)
오늘은 기온은 좀 오른 것 같지만 해가 나지 않고 날이 흐렸다. 우중충한 날씨 ㅠㅠ 밤에 잘 자려면 디카페인 티를 마셔야 했겠지만 이러든 저러든 일요일 밤에 잘 못자는 건 매한가지라는 생각에 그냥 맛있는 다즐링 우려마심. 아아 이제 일요일이 다 가버렸네 ㅜㅜ
무려 일년 동안 냉동실에 처박아뒀던 카르토슈카를 해동해서 먹었다. 저 새까맣고 조그만 덩어리가 그것. 저것은 작년 이맘때 프라하 여행에서 바츨라프 광장 근방의 러시아 식품점에서 사왔던 것이다. 냉동실에 오래 놔둬서 걱정했지만 해동하니 역시 먹을만했다. 단 것은 웬만하면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됨(설탕이 얼마나 들어간 거야 ㅜㅜ)
어제 들렀던 러시아 식품점에서 샀던 보르조미 탄산수. 이것은 그루지야의 유명한 탄산수인데 항상 책에서만 읽다가 얼마전 바르샤바 여행 때 영원한 휴가님과 함께 갔던 그루지야 식당에서 처음 마셔보았다. 내 입에는 너무너무 짜서 '이렇게 짠 물은 처음 마셔봐요!'라고 했었다. 사실 이게 몸이 아플때 마시는 등 상당히 유명한 탄산수라 항상 궁금했으나 그때의 경험으로 '아아 한번 마셔봤으니 족하다'로 결론을 내렸었다. 그런데 또 서울에서 이게 보이니까 마음이 동해서 + 유리병에 들어 있으니 다 마시면 꽃병으로 쓸 마음에 한 병 샀다. 어제 세미나 때문에 너무 지치고 목이 말라서 귀가하는 길에 지하철역에서 개봉해 마셨는데 '아악 역시 너무 짜!' 하고 괴로워했다. 집에 돌아와서 생수랑 섞어 마셨더니 좀 나았음. (사실 탄산수도 원래 별로 안 좋아함)
병의 모양 자체는 꽃병으로 쓰기에 딱 예쁜 건 아닌데, 그래도 그루지야 가보고 싶다는 소망을 담아서 아침에 꽃들 물 갈아줄 때 하얀 카네이션 한 송이와 미스티블루를 여기 따로 꽂아두었다. 아 가보고 싶다, 그루지야. (오로지 그루지야 음식이 맛있다는 이유로 ㅎㅎㅎ) 그건 그렇고 이제 조지아라고 부르는 게 맞는 것 같지만... 도저히 조지아라는 이름이 입에 붙지 않는다. 그루지야...
지난주에 랜덤 럭키 박스로 주문했던 꽃이 너무 많았고 또 상당히 많이 남아 있어서 이번주엔 새 꽃을 주문하지 않음. 꽃들 다듬고 물 갈아주는데만도 한참 걸린다. 사진 속의 꽃들은 극히 일부... 왕창 꽂아둔 큰 화병이 따로 두 개 더 있음.
확실히 장미가 제일 먼저 시든다. 스프레이 장미의 절반은 시들었다. 추워서 난방을 하고 있어서 더 그럴지도. 내일 정도 되면 장미는 다 시들 것 같다. 카네이션은 항상 오래 가서 좋다.
어제 너무 피곤하고 몸도 안 좋았다. 자정 되기 전에 정신없이 잠들었다. 꿈도 이것저것 꿨다. 아침 일찍 깼다가 '아 토요일이야 너무 좋다' 하며 다시 잠들었음. 많이 잤는데도 계속 자고팠다. 11시쯤 일어나서 청소를 하고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고 덜 익은 아보카도 때문에 좀 폭망한 아점을 먹었다. 이후 차를 마시며 쉬었다. 피로가 너무 쌓여 있었기에 조금이라도 쉬니 살 것 같았다.
글은 이어서 쓰지는 못하고 대신 중간중간 단어와 문장 몇 개를 고쳤다. 이 메모를 마친 후 좀 쓰다가 잠자리에 들어야겠다. 이 글에 꽤 애정이 있는데, 오랜만에 미샤가 직접 등장하다 보니 오히려 좀 조심스럽기도 하다. 이 사람은 사실 그렇게 쉬운 캐릭터는 아니어서. (이 이야기들이 모여 있는 우주에서 본편, 외전, 패러디 다 통틀어 제일 쓰기 쉬운 인물은 서무 시리즈의 단추청년 베르닌이었음. 아마 나랑 베르닌 둘다 책상물림이라 그런가보다 ㅎㅎ)
얼마 전부터 계속 석류가 먹고팠는데 비싸서 엄두를 못 내다가 가격이 내려간 것을 발견하고 한 알 사보았다. 석류는 동그란 것이 참 예쁘다. 석류를 보면 뭔가 특별한 기분이 든다. 예뻐서 그런가. 내가 스스로 알을 다 떼내야 하니 전혀 그런 게 아닌데도 신기하게 석류가 있으면 뭔가 대접받는 느낌이 든다.
그런데 이 석류는 생각보다 신맛이 강해서 기대보다는 못했다 ㅠㅠ 미국 석류라 그런가.
알알이 떼어내는 것도 게으른 자에게는 큰 과제! 그런데 왜 시큼한 거야 엉엉... 석류 4분의 1쪽 잘라서 떼어낸 알맹이들인데 다 먹지는 못해서 이것의 절반은 랩으로 싸서 냉장고에 넣어둠.
.. 오늘의 폭망 아점. 사실은 아보카도랑 토마토를 레몬즙과 후추로 간해서 뭔가 신선한 샐러드를 곁들이고팠으나... 이 망할넘의 아보카도가 생각보다 덜 익어서(잘라놓고 알았음) 결국은 썰어서 오일에 간단히 볶은 후 레몬즙, 후추를 뿌렸더니 색깔이 칙칙 ㅜㅜ 아보카도 볶은 프라이팬을 대충 닦아서 오믈렛을 부쳤더니만 금방 달궈져버려서 오믈렛도 예쁜 노란색이 아니라 거뭇거뭇 그을림. 흑흑. 맛은 뭐 나쁘지 않았지만 이렇게 먹으려던 거 아닌데.. 으잉...
오후에 외근 간 동네가 동대문 근방이라 아주 오랜만에 그쪽 러시아 골목에 갔다. 회사에서 그렇게까지 멀지는 않은데 좀처럼 가기가 쉽지 않고 또 집에서는 멀어서, 오히려 보르쉬나 블린 같은 건 비행기 타고 여행 나갔을 때에만 먹곤 했다. 생각해보면 여기는 당연히! 외국보다 가까운데. 아마 여행 가서는 먹게 되지만 밥만 먹으러 나오기엔 너무 게으른가보다. 하여튼 오늘 너무 추웠기 때문에 보르쉬를 먹었다. 역시 보르쉬는 추울 때 먹어야 제맛이다. 왜 내가 끓이면 딱 이 맛이 안 나는 걸까 ㅠㅠ 레시피대로 끓이는 것 같은데... 이 식당은 처음 와봤는데 보르쉬가 맛있었다. 먹고 나니 몸이 따뜻해졌다. 우하를 먹을까 하다가 추우니까 보르쉬를 먹었다. 우하는 내가 끓여도 맛이 비슷하니...
그러나 뜨보록(코티지 치즈) 든 블린칙은 실패... 블린칙은 블린에 속을 넣고 요렇게 돌돌 말아서 바 형태로 만들어놓은 것이다. 맛 자체는 나쁘지 않았는데 이 뜨보록은 내 취향보단 단 맛이 강했고 블린이 차가워서 싫었다 ㅠㅠ 그때서야 기억이 났다. 맞아, 이 동네 와서 블린 먹으면 항상 차갑게 나왔어.. 미리 만들어놓은 거 냉장고에서 꺼내줬어... 블린은 자고로 따뜻하게 막 부쳐낸 것을 먹어야 하는데 ㅠㅠ 하긴 블린은 은근히 손도 가고 성가신 음식이니 한두장만 구워주기엔 쉽지 않을지도... 그리고 이 동네는 러시아 골목이라고는 하지만 사실 여기 식당들과 빵집은 중앙아시아 쪽 계열이라 정통 러시아 음식들도 조금은 있지만 상당부분 우즈벡이나 카자흐 쪽 음식들과 섞여 있다. 시간이 있었으면 샤슬릭을 먹었을텐데 외근 일정이 있어 그럴 수가 없었다. 하여튼 이것은 보르쉬에 조금씩 담가가며 먹음. 이럴줄 알았으면 블린칙 대신 곁들임 빵 같은 거나 시킬걸... 여기는 우리 나라에서 영업을 해서 그런가 보르쉬를 시켜도 흑빵 한조각도 안 줘서 아쉬웠음. 원래 보르쉬엔 마늘 뽐뿌슈까(브리오쉬)가 제일 잘 어울리긴 한다만 흘롑도 좋은데.
식당 맞은편에는 러시아(중앙아시아) 식품점이 있어 거기에도 들렀다. 예전에 와본 곳보다 더 큰 것 같다. 새단장을 했나. 근데 하도 오랜만에 들른지라 기억이 정확하지 않다. 올리비에샐러드나 게맛살샐러드를 테이크아웃해갈까 했지만 세미나에 가야 했으므로 비닐봉지 바리바리 들고 갈 수가 없어 포기하고 그냥 구경.
그린필드 홍차가 있어 반갑긴 했는데 역시나 우리나라 들어오면 좀 비싸지고(이것보다 원래 더 저렴함 ㅎㅎ), 그래도 다른 홍차에 비하면 비싸지 않은 가격이라 한 팩 사갈까 했으나 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가향 홍차들이라 그냥 구경만 했다. 실론이나 얼그레이도 있었지만 이 브랜드는 전에 얘기했듯 맛은 그냥저냥이라, 독보적으로 내 맘에 드는 크리스마스 미스터리는 여기 없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대신 알룐카 초콜릿 헤이즐넛 든 거 하나를 샀다. 그리고... 아이스크림을 사서 바람 씽씽 부는 강추위에 그것을 먹으며 외근 장소까지 걸어가는 놀라운 패기를 발휘했다.
왜냐하면 러시아 아이스크림이 있었기 때문이지... 플롬비르를 먹을까 하다가 에스키모가 반가워서 이것을 사먹음. 추우니까 실내에서 먹고팠지만 가게 안에서 먹을 수도 없고 또 세미나 시간에도 늦어서 그냥 걸어가면서 먹었다. 그래서 기껏 보르쉬 먹고 몸이 따뜻해진 것이 도루묵이 됨.
엉엉 근데 아이스박스에서 이것을 고른 후 실내 진열대 구경하느라 그 사이 좀 녹아서 초코껍데기가 이렇게 갈라지고 말았다. 어쨌든 맛있었다. 찬바람 맞으며 겨울에 에스키모 먹으며 걸어가니 옛날 러시아 생각이 많이 났다. 마로제노예(아이스크림)는 원래 추울 때 먹어야 맛있어~ 하면서 강추위로 꽁꽁 얼어붙은 네프스키 대로 좌판에서 아이스크림 사먹곤 했는데. 그땐 피가 펄펄 끓는 아기토끼였으니 그랬다치고 지금은 이러면 좀 안될 거 같지만 그래도 맛있었으니까 괜찮다.
이렇게 간만에 러시아 음식이라 아이스크림 먹은 것이 오늘의 즐거움. 그외에는 역시 고난과 중노동으로 점철된 하루였다. 무지 바빴고 정신없었다. 오전 내내 죽어라 일했다. 숫자를 다뤄야 하는 선임직원이 열심히는 하는데 요령이 없다 ㅜㅜ 왜 저렇게 고지식하게 하지? 설마 이런 생각조차 못하고 저런 식으로 했단 말인가, 같은 일을 왜 두번세번 반복하는 식으로 하는 거지? 하고 이번주 내내 놀라고 있음. 애초에 한번에 할 수 있는 일을 제대로 판단을 못해서 두번세번 계속 추가해서 다시 하고 있다... 아이고 답답해. 나도 사실 뭔가 요령을 많이 부리는 아주 스마트한 인물은 못된다만, 그래도 이건 너무 심한데 ㅠㅠ 이렇게까지 고지식한가 놀라고만 있음. 이 사람이 이 일을 빨리 끝내야 다른 일도 배분하고 또 다음 단계로도 넘어가는데 자꾸 쳇바퀴를 돌고 있으니 내 일만 늘어나고 엉엉...
외근 세미나는 흥미롭긴 했지만 환기가 되지 않는 공간이라 너무 피곤하고 머리가 무거웠다. 참가자가 많지 않아서 졸면 너무 티나는 곳이라 꾹꾹 참았지만 너무 힘들었다. 종료 후 집으로 돌아오는데 온몸이 무겁고 두통이 심하고 정말 피곤했다. 추워져서 그런 것도 있고, 이제 붉은 군대도 중반을 넘어섰지만 무리해서 그런지 좀 아팠다. 간신히 집에 와서 패딩을 벗고 나니 좀 살것 같았다. 둥실둥실해져서 이 패딩이 너무 딱 맞게 되어 그런건가 의심 중(으앙) 그리고 결국 진통제를 먹고 약의 힘으로 두통에서 좀 벗어났다.
주말이라 다행이다. 푹 쉬어야겠다. 보르쉬와 아이스크림은 상쇄된 것 같은데, 그외에도 찬바람을 맞아서 그런지 아직도 몸이 좀 으슬으슬하다. 난방해놓고 많이 자야겠다.
일이 너무 많았다. 보고서는 80% 정도 써서 내일 오전에 대충 마무리할 수 있을 것 같다. 업무 관계자가 나타나 공연히 감정을 폭발시키고 성을 내더니 계약을 파기하겠다며 난리를 치고 가서 실무자가 멘탈붕괴 상태가 됨. 그 사람이 너무 무례한 태도인데다 이상한 행태라 나도 좀 빡치긴 했다만 그딴거 파기해도 상관없으니 일단 절차대로 알아보고 협의해보고 안되면 말자고 달랬다. 이 바닥에는 좀 성격파탄자들이 많다. 악독한 것과는 좀 다른 의미인데 하여튼 그렇다 ㅠㅠ 거기 더해 온갖 일들이 몰려오고 난리였다. 정말 피곤했다. 내일을 잘 버티는 것만 생각해야겠다. 다가오는 조직개편과 인사 때문에 심란하다.
피곤한데도 자려고 누우면 머리가 식지 않아선지 좀처럼 잠들지 못한다. 그래서 자정이 다되어서야 잠들고, 새벽에 알람 울리기 전에 깬다. 그러면 다시 무거운 몸을 이끌고 출근.
오늘 어느 정도 해치우고 싶었던 보고서는 당초 목표의 절반쯤 썼다. 방향 잡기가 쉽지 않다. 손발이 되는 직원이 거의 없고 그나마 한명 있는 사람도 자꾸만 자리를 비운다. 윗분은 요즘 다른 과제에 치어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그 과제 때문에 다른 사람들과의 문제거리가 생겨 그것을 하소연하신다. 그런데 그 과제가 나중엔 다시 이리로 돌아오게 되어 있으니 그것도 문제...
피곤하다. 내일은 해외 파트너와 줌회의가 있어 저녁에 추가로 일해야 한다. 그것 때문에 내일은 재택근무를 신청해두었다. 잠이 모자라서 눈꺼풀이 덜덜 떨린다. 지하철에서 자리가 나 앉으면 금세 잠에 빠지는데 왜 침대에 누우면 못 잘까, 역시 보상심리일까? 미스터리야... (그러나 지금은 만원지하철에 낑겨 서서 가는 중) 제발 지하철 파업을 하지 않고 잘 해결돼야 할텐데ㅠㅠ
여행의 좋은 점 중 하나는 누가 청소를 해주고 아침밥도 준다는 것이다. 물론 요금에 따라 아침밥을 안 주는 곳도 있는데 이럴 때는 늦잠을 자고 맘껏 게으름피우다 대충 때울 수 있다는 또다른 장점이 생긴다. 호텔이 아닌 숙소에 묵으면 청소를 안 해주는 경우도 있지만 그건 또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어 택한 곳일테니 그러려니 한다. 어쨌든 제일 좋은 건 아침밥도 주고 청소도 해주는 아늑한 호텔에 묵을 때이다. 각 호텔마다 나름대로의 <청소해 주세요>와 <방해하지 마세요> 태그가 있는데 그 태그가 예쁜 곳들은 마음에 많이 남는다. 보통은 앞면은 '청소해 주세요' 뒷면은 '방해하지 마세요'가 적힌 종이 태그를 많이 쓰지만 안 그런 곳들도 있고 그런 곳 태그들은 또 신기하게도 다른 데보다 예쁘다.
바르샤바의 이 호텔은 <청소해 주세요>는 이렇게 가죽 케이스에 카드를 넣어서 걸어두게 되어 있었고 <방해하지 마세요>는 방 안에서 버튼을 눌러 불이 들어오게 해놓는 구조였다. 버튼을 눌러놓으니 편하긴 한데 제대로 눌러놓은 건지 좀 헷갈려서 나같은 아날로그 인간은 '아 그래도 어차피 ‘청소해 주세요’도 카드 걸어놓는데 ‘방해하지 마세요’도 카드가 있으면 좋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저 빨간 가죽 케이스와 카드도 예뻤으므로. 저것을 우리집에도 가져와 걸어두고 싶었지만 일회성 종이 태그가 아니고 가죽 케이스라 당연히 그러지는 못하고 '예쁜데...' 하는 마음만 가득.
그런데 돌아와서 노동 폭풍에 시달리다보니 그저 '아아 청소해주는 우렁이 있으면 좋겠다'로 수렴됨. 흑흑 집에 가도 아무도 청소 안해줘. 아침밥 안줘 엉엉.
일 때문에 스트레스가 많이 심한지 아침에 계속 꿈에 시달렸다. 꿈속에서 최고임원에게 이것저것 보고를 하는데 사소한 일로 꼬투리가 잡혀 질책을 당하기도 하고, 또다른 보고를 앞두고 있는데 막상 보고서에 적혀 있는 내용이 처음 보는 것인데다 전혀 모르는 영어단어들이 나열되어 있어 아무리 사전을 찾고 구글링을 해도 답이 나오지 않는 등 엄청 피곤했다. 깨어났는데 뒷골이 너무 당기고 찝찝하고 온몸이 쑤셨다. 그날이 다가오기도 하는 터라 컨디션이 안 좋은데 꿈마저 이렇게 피곤하게 꾸다니. 그래서 잠을 좀 몰아서 자긴 했지만 수면의 질이 나빴다.
내일부터 다시 빡센 노동의 나날이다. 잠을 못 잘까봐 오늘도 디카페인 티를 우려 마셨다. 주말의 유일한 낙은 좋은 차를 우려 마시며 쉬는 것인데 월요일의 노동이 너무 힘드니 점점 일요일에 디카페인 티를 마시게 되면서 휴식의 질이 하락하고 있어 속상하다. 그러고보니 내일 아침 일찍 최고임원에게 보고를 하러 가야 하는데 그것이 무의식에 반영되어 피곤한 꿈을 꾼 건가 싶기도 하다. 이번주는 해야 할 일들이 너무너무 많다. 그런데 주중에 또 지하철 파업을 한다고 한다. 일도 힘든데 출퇴근도 힘들어지겠구나 ㅠㅠ
오후 늦게 글을 약간 썼다. 재미있어지는 구간인데 막상 이번 주말엔 피곤해서 그런지 심적으로 지쳐서인지 집중하기가 어려워서 조금밖에 못 썼다. 이 메모를 마치고 조금만 더 써볼까 싶은데 어쩐지 머리가 무겁고 급피곤해서 쓸 수 있을지 모르겠다. 올해 중에 다 마치고 싶은데 아무래도 쉽지 않을 것 같음. 어느덧 11월도 3분의 2가 지나갔으니...
난방을 했더니 꽃들이 활짝 피기 시작했다. 아래 세 장. 그리고 나머지 더 많은 사진들은 그 아래 접어둔다.
2차대전 이후 재건된 도시라서 그런지 바르샤바 구시가지는 그리 크지 않고 또 말끔하다. 어딘가 약간 어색한 느낌도 든다. 작은 골목도 그렇게까지 많지는 않다. 그래서인지 바르샤바는 골목 산책보다는 공원이 더 마음에 드는 곳이었다. 어쩌면 내가 갔던 9월 하순이 정말 여름처럼 덥고 날씨가 화창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늘이 없는 구시가지 광장이나 도로변은 볕이 너무 뜨거웠다. 그래도 지금은 날씨가 스산해서 그런지 저 햇볕 쨍쨍 들어오던 구시가지 거리 산책하던 때가 그립다.
날씨가 무척 추웠다. 정신없이 자다 새벽에 한번 깨고 다시 잤다. 9시 즈음 깨어났는데 날이 추워선지 온몸이 무겁고 피곤하기 그지없었다. 그래도 집에는 난방을 해놓아서 훈훈했다. 아침까지 꿈을 이것저것 꿨는데 이제는 기억이 안 난다.
청소와 목욕을 하고 아점을 만들어 먹은 후 차를 우려 마셨다. 그러나 차를 절반도 마시기 전에 꽃이 도착했다. 늘 이용하는 사이트에서 럭키 박스라는 이름으로 뭐가 올지 모르는 꽃들이 가득 들어 있는 상품을 할인하고 있어 뭐든 건지겠지 하며 그것을 주문했는데 꽃의 양이 너무 많아서 이것들을 다듬는데 한시간 반이 꼬박 지나갔다. 양도 많고 잔잎도 많은 꽃들이 가득 있어서. 여러 가지가 들어 있었는데 좋아하는 것과 그닥 좋아하지 않는 꽃, 싫어하는 꽃까지 섞여 있어 역시나 럭키 박스가 맞다 싶었다. 그런데 정말 양이 많아서 조그만 우리 집에는 좀 과할 정도였다. 쥬인이나 친구가 가까이 살면 좀 나눠주고 싶을 정도였다.
다듬고 나서 여기저기 나눠서 꽂아둔 꽃들. 잎사귀와 줄기 등을 모두 다듬은 후로 부피는 절반 가량으로 줄었다. 그리고 도저히 내가 견디기 힘든 종류의 꽃은 포기했다. 아마 내가 직접 골랐다면 공작초와 유칼립투스는 절대 안 골랐겠지. 공작초는 잔잎이 너무 많아서 다듬기가 성가신 꽃이라 그렇다. 막상 다듬어서 꽂아두면 예쁜데. 들꽃 스타일이라 사실 다듬지 않고 잎이 달린대로 꽂아둬도 예쁘지만 그러면 잔잎 때문에 물이 탁해지고 금방 시들어버리므로 꽃을 되도록 오래 보고 싶은 입장에서는 결국 손질을 하게 됨.
오늘 온 꽃들 중 가장 반가웠던 건 미스티블루. 이건 단독으로 파는 일이 별로 없어서 잔뜩 들어 있는 게 반가웠다. 가느다란 줄기에 아주 조그만 보라색과 흰색 꽃이 알알이 피어 있는 녀석이 바로 그것으로, 사실 이 꽃을 좋아하는데 이름을 정확히 몰라서 항상 아쉬워하던 차에 오늘 이 꽃 박스에 들어 있던 메모지를 보고서 알게 되었음. 흰색의 리시안셔스 조금 닮은 꽃은 카네이션이다. 첨에는 꽃봉오리만 보고 리시안셔스인가 왜 이렇게 작지 잎이 다르네 했는데 잘 보니 스프레이 카네이션이었다. 흰색 카네이션은 사본 적이 없어서 몰랐다. 연보라색은 겹공작초, 보라색은 공작초. 둘다 친척이라 그런지 잔잎이 엄청 많았다. 다듬다가 손가락 끝에 풀물이 들었음. 이럴 줄 알았으면 장갑을 꼈어야 하는데. 유칼립투스는 진액 때문에 좋아하지 않는데 그래도 오늘 온 녀석은 진액이 없는 종류라 다행이었다. 유칼립투스는 더 많긴 했는데 우리집 꽃병들에 소화할 수 있는 정도만 남겼다.
이게 오늘 온 꽃들.
포기한 꽃은 맨 위에 적혀 있는 에린지움. 이것은 가시가 삐죽삐죽 나와 있는 동글동글한 놈으로 좀 엉겅퀴랑 비슷한데 온통 뻣뻣한 잎들이 둘러싸고 있고 대도 굵어서 같이 꽂아두기도 어렵고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도 아니고 흙도 너무 많이 묻어 있어서 그냥 포기함. (아직 덜 피었지만 이놈은 꽃이 피어나도 역시 내 타입이 영 아님. 다 피면 청보라색이라 색은 이쁜데...) 미안해 엉엉 ㅜㅜ 거베라 한 송이는 모가지가 툭 잘려서 온 바람에 찻잔에 동동 띄워두었고 다듬으면서 꺾이거나 잘라낸 잔가지와 짜투리들도 모아서 조그만 병에 따로 꽂아두었다. 이렇게 웬만하면 짜투리까지 다 꽂아두는데 에린지움만은 도저히... (아래 접어둔 사진들 중 도착 사진에 한컷 들어 있긴 함)
꽃 다듬고 나니 네시가 훌쩍 넘어 있었다. 다시 물을 끓여서 차를 이어 마셨지만 이미 어둑어둑... 흑흑, 꽃은 좋은데 어쩐지 오후를 탕진한 기분... 아마 내가 고른 꽃이 아니라 그런가보다. 그래도 여기저기 꽃들을 놔둬서 좋긴 하다. 꽃 다듬다가 글도 한 줄도 못 썼다. 그런데 어느새 밤이 되었네. 이 메모도 간단히 쓰려 했는데 꽃 얘기 쓰다가 길어짐. 그래도 이 메모를 마무리한 후 글을 조금이라도 쓰고서 잠자리에 들어야겠다. 아래 꽃 사진들 접어두고 마무리.
처음에 도착했을 때. 다듬기 전. 위아래로 겹쳐져 있어서 그렇지 정말 많았음. 오른쪽에 분홍 거베라 옆에 있는 삐죽삐죽한 잎사귀로 둘러싸인 놈이 비운의 에린지움. 어떻게든 좀 같이 꽂아보려 했지만 결국 포기. 다른 꽃들이랑 잘 어울리지도 않는데다 꽃대도 너무 굵고 내가 너무 싫어하는 타입이라(삐죽삐죽 타입 안 좋아함)... 근데 자꾸만 미안해지네.
다듬고 남은 짜투리들. 장미는 스프레이 장미라 조그만 가지들이 많이 달려 있으므로 그것들을 모아서 같이. 유칼립투스는 일부러 좀 짧게 잘랐다. 유칼립투스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나는 별로... 쥬인은 유칼립투스가 좋다고 했는데. 하긴 내가 손재주가 별로 없으니 유칼립투스 같은 소재류와 들꽃 잡초 스타일의 에린디움을 안 좋아하는지도. (번거롭게 주렁주렁 달리는 식물을 별로 안 좋아함. 결국 게을러서라는 결론이... 잉 ㅠㅠ)
지금 보니 빛이 번졌네. 이때 해질 무렵이 다 됐을 때라 그런듯. 그래도 오렌지 장미는 이쁘니까.
조그만 짜투리들도 모아서 조그만 화병에.
제일 조그만 짜투리들은 푸딩 먹고 씻어두었던 미니 병에 꽂아서 서재 방의 우골에 가져다둠.
그런데 지난주에 왔던 알스트로메리아도 이렇게 쌩쌩하게 남아 있어서 온 집안이 꽃으로 포화상태... 저 꽃들을 다 손질된 상태로 꽃집에서 샀으면 두세배로 비쌌을 것 같음.
토요일 오후. 하늘이 파란 것을 보고 첨엔 이렇게 베란다에 차렸지만 너무 추워서 결국 차 딱 한 모금만 마시고 거실로 대피... 이제 올해의 베란다 티타임은 끝난 모양이다.
아점으로는 버섯과 깻잎, 치즈를 넣은 오믈렛과 토스트, 야채토마토수프를 먹었다. 이 수프는 마녀수프라는 이름을 달고는 있으나 너무 맵고 자극적이어서 별로 몸에 좋을 것 같지는 않았다. 사놓고 냉동실에 오래 방치한 터라 오늘 밥 대신 오믈렛 먹으니 거기 곁들이려고 꺼냈는데 다시는 안 살 것 같음. 오믈렛 아래 깔린 토스트는 한달도 전에 자두잼 버터토스트 먹고 싶어서 샀던 식빵 한봉지에서... 그 한봉지 다 먹는 게 너무 힘들다. 이것도 냉동실에서 꺼냄. 놀랍게도 이 식빵은 아직도 한 쪽 남아 있음. 식빵 자체에 좀 달달한 간이 되어 있어서 내 입맛엔 안 맞는데 그래도 아까우니까 한장씩 꺼내서 먹고 있다. 이것도 다시는 안 사야지...
이렇게 처음에는 베란다에서 차를 마시려고 했으나...
어쨌든 티타임 사진들은 거실로 대피하기 전에 베란다에서 찍은 것들. 확실히 빛이 차갑게 느껴진다.
지난주에 왔던 알스트로메리아가 아주 활짝 피었다. 알스트로메리아는 가성비가 좋고 너무 덥지만 않으면 오래 간다.
귀가하다 발견한 달이 예뻐서. 그런데 아직도 저것이 초승달인지 그믐달인지 구분하지 못함 ㅠㅠ 눈썹달.
그런데 막상 사진 찍어놓고 보니 지하철역 근방의 유흥가 골목이라 성인용품 간판이 너무 잘 보이네.
엄청 바쁜 하루였다. 너무 정신이 없었다. 아침 일찍 출근해서부터 온통 숫자와 일들에 파묻혔다. 해야 할 것들은 너무 많고 직원들 여럿이 예산 집행에서 문제를 일으켜서 그것들 해결방법을 궁리하느라 머리가 너무 아팠다. 거기에 인력 문제들도 해결해야 하고, 내년 사업계획도 세워야 하는데 모두가 도움이 거의 안 된다. 앞날은 정말이지 검은 안개 속...
바쁘게 일하다 오후 늦게 진료를 받으러 갔다. 지하철에서 잠깐 아주 곤하게 졸았고 내리기가 싫었다. 지금 닥쳐온 시련들과 어려운 환경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해결책은 별로 없다. 내가 해결할 수 있는 범위가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내가 결정할 수 있는 건 모종의 어떤 한계를 넘게 되면 그때는 이 일을 계속할 수 없다는 것뿐이다. 부디 거기까지 가지 않기를 바라고 또 기도하고 있는데 정말이지 이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돌아오는 길은 고되고 힘들었다. 날씨가 너무 추웠다. 트라이앵글 횡단 때문에 많이 지쳐서 집에 돌아와 느릿느릿 밥을 먹고 좀 늘어져 쉬었다. 주말이라 다행이다. 별로 주말이라 기쁜 느낌이 없다. 너무 피곤해서 그런가보다. 확실히 추워졌다. 거실 소파에 앉아 있는데 추워서 스카프를 둘렀다.
폰을 떨어뜨려서 액정 귀퉁이가 좀 깨지고 중간까지 실금이 갔다. 깨진 건 액정까지 좀 깨진 것 같은데 금간 건 보호필름만인지 액정까지인지 잘 모르겠다. 그런데 바꿀 때가 지나긴 했다. 게다가 여름 프라하 여행에서 깨진 액정을 갈아끼운 후부터 가끔 통화를 마칠때 종료가 잘 안되면서 폰 액정이 새까맣게 먹통이 되는 경우가 왕왕 있다. 그러니 정말 바꾸긴 해야 되는데...
아아 폰 바꾸기 귀찮아... 폰 바꾸러 가는 것 자체가 너무너무 스트레스 ㅜㅜ 용기를 내어 다음주 중에는 바꾸러 가야 하려나보다. 지금 폰은 4년 반 전에 바꾼 거니까 사실 오래 쓰긴 했다. 아아아아 그런데 너무 귀찮아, 대리점 가는 것도 싫은데 막 인터넷 성지 그런거 알아보는 건 더더더더욱 귀찮아... 자고 일어나면 우렁이가 내 폰 새걸로 바꿔놨으면 좋겠다 흑흑...
오늘은 재택근무였다. 비오는데 출퇴근 고생 안한게 다행이었다. 그 외엔 너무너무 바빴다. 정말 바빴다. 직원들이 예산 빵꾸를 엄청나게 냈다 ㅠㅠ 특히 금쪽이들이 가장 크게 사고를 쳤다. 한숨이 나온다ㅠㅠ
오전에 부모님이 잠깐 들러 김치와 갈치구이와 삼치조림, 뭇국과 두부조림과 계란말이를 갖다주셨다. 일하고 있던 터라 조금만 더 기다렸다가 12시에 같이 점심먹자고 했지만 시장과 미용실에 가야 한다며 휙 가셨다. 흑흑 엄마아빠 토끼우렁이. 그래서 맛있는 갈치구이랑 밥을 먹었다. 이것이 오늘의 좋았던 점.
내일 하루만 잘 버티면 주말이다. 내일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은데 진료도 받으러 가야 하고 정신없을듯... 졸리고 피곤하니 곧 자러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