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 내린 동네의 빵집과 과일가게 2023 warsaw2023. 11. 13. 16:50
바르샤바의 어느 외곽 동네. 우리는 대사관에 갔다가 버스를 반대 방향으로 탔다. 구글 맵을 보니 목적지로부터 점점 정거장이 늘어나고 있어 잘못 탔다는 사실을 깨닫고 한참 후에야 내렸다. 거의 두배쯤 더 올라와버렸고 내린 동네는 황량했다. 버스가 이따금 휭휭 달렸고 주변 풍경은 오래전 러시아에서 지낼때 기숙사가 있던 동네랑 비슷했다. 혹은 블라디보스톡의 어느 주택가라든지. 날씨가 우중충하고 흐렸고 습한 바람이 불어서 더 그런 느낌이 들었을지도 모르겠다.
파란 차와 검은 차로 좀 가려져 있긴 하지만, 사진 속 저 가게들 앞에서 내렸는데 저것이 왼편은 과일가게, 오른편은 빵집이었다. 가게가 예뻐서 잠깐 구경을 했다. 빵집에는 맛있어보이는 일반 식사빵들이 있었고 과일도 싱싱해 보였다. 그런데 이때 우리는 공복이라 너무 배가 고팠던 상황이라 여기서 빵이나 과일로 요기를 할 마음은 들지 않았다(이미 전날 밤 메뉴를 열심히 검색해둔 빈센트에 가고자 하는 목표의식이 강했음) 그래서 '아깝다' 하면서 길을 건너서 반대편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고 노비 쉬비아트까지 거슬러 올라갔다.
그런데 다 지나고 보니 그냥 저 빵집에서 빵이라도 한두 개 사볼 걸 그랬다. 과일가게에서 서양배랑 자두랑 복숭아라도 좀 살 걸. 아, 근데 복숭아는 못 본 것 같다. 자두는 많았는데... 다시 바르샤바에 가게 될지는 모르겠다만, 하긴 다시 가더라도 저 동네에 갈 일은 없을 것 같긴 하다. 동네 이름도 모름. 대신 그 덕분에 저 빵집과 과일가게가 기억에 확실하게 남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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