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에 도착한 이번주의 랜덤 꽃 믹스. 연말이 다가와서인지 빨간색 꽃과 열매, 녹색 더글라스가 들어 있었다. 그건 좋은데 다른 꽃들이 썩 잘 어울리는 조합은 아니어서 아쉬웠다. 어쨌든 녹색과 빨간색 조합은 역시 연말 분위기가 난다.
도대체 어디 라넌큘러스가 있다는 것인가 하고 한참 찾았는데 튤립과 같은 색깔의 봉오리 상태 빨간 라넌큘러스가 딱 두 송이 있었다. 라넌큘러스 들어 있다고 좋아했는데. 그리고 미니 수선화는 예쁘긴 한데 너무 강하고 안 좋은 냄새가 나서 좀 골치아파하고 있다. 꽂아두니 이쁜데 화학약품 같은 냄새가... 구근식물들은 이런 게 좀 문제야.
맨 처음 도착했을 때. 잔잎 많은 녀석들은 얼마 되지 않아서 이것을 다듬는 건 별로 어렵지 않았으나 어울리는 놈들끼리 모아서 꽂느라 시간이 꽤 걸렸다.
너무 피곤하게 잤다. 새벽 6시에 깼다가(이건 매일 일찍 일어나 버릇하기 때문에...) 한시간 정도 이 생각 저 생각하며 뒤척이다 도로 잠들었는데 송신한 꿈을 꿨다. 동생과 광화문 주변(..이지만 꿈속 풍경은 페테르부르크에 더 가까웠다)의 지하도 계단을 올라오면서 마치 오랜 옛날 어린 동생을 대하듯 이야기를 나눴고(그런데 화제는 요즘의 이야기였다), 그러다 또 무슨 꿈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억울하거나 답답해서 엄마에게 짜증을 내기도 했다. (화를 내며 짜증을 내다 그 소리에 놀라 깼음 ㅠㅠ 잠꼬대를 하면 치매의 징조랬는데 으아앙)
오늘이 제일 아픈 날이라서 끙끙대며 청소를 하고 아점을 먹은 후 진통제를 먹었다. 사실 깨자마자 먹고팠지만 빈속에 이부프로펜을 먹으면 속이 쓰려서... 아세트아미노펜은 잘 듣지 않는다. 약기운이 돌기 시작한 후에야 좀 정신이 들었다. 날씨가 무척 추워지는 것이 느껴졌다. 그나마 유일한 위안은 비가 그쳤다는 것이다. 아침에 베란다 너머를 보니 자는 동안 눈이 좀 왔던 모양이었다. 내일은 더 춥다는데 부디 하늘은 파랗기만을 바란다.
오후에 글을 조금 썼다. 업무 결재도 좀 했다. 회계 마감이 다가오고 있어서 어쩔 수 없었다. 이제 글을 조금 더 쓰다 잠자리에 들어야겠다. 피로는 아직 다 풀리지 않았다. 꽃 사진 몇 장과 함께 마무리.
리시안셔스가 활짝 피었다. 돌아와서 쉴 집이 있고 거기 꽃이 있다는 사실이 지치고 피곤한 나날의 위안이다. 역시 집토끼라서 그런가보다.
종일 비가 추적추적 내렸다. 원래부터 비오는 날을 싫어하는데 겨울비라면 더 싫다. 너무 지치고 기분이 가라앉는다. 오늘처럼 진료 때문에 먼 길을 오가야 하는 날이면 더욱. 게다가 그날까지 시작되어 무지 힘들었던 하루. 귀가 지하철에서 정말 피곤하게 졸았다.
친한 선배가 곧 퇴사한다고 하여 점심을 같이 먹었다. 너무 섭섭하고 허전했다. 안그래도 여자 선배가 별로 없는데...
우리 회사는 상당히 보수적인 곳이었고 내 위로 여성 공채가 몇명 없었다. (뭐 어디나 그렇겠지만) 음모가 횡행하는 남성 중심적 조직에서 여러가지로 어려움을 겪으며 어쨌든 이제껏 버텨왔고 알게모르게 동지애와 서로에 대한 안쓰러움, 응원의 마음이 쌓였다. 아직도 여성 간부의 숫자가 적고 지금도 때로는 일종의 트로피처럼 취급당한다. 업무에 대한 열정과 엄청난 노력을 보며 ‘와 나는 저렇게는 못할텐데 참 대단하다’ 생각했던 유일한 여자 선배였는데ㅠㅠ 이야기를 나누니 처음 입사해 보송보송했던 서로의 모습이 떠오르기도 하고 같은 부서에서 의지하며 일했던 것도 생각나서 먹먹했다. 그때도 지금도 한결같이 나에게 ’토끼씨 너무 일 잘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뛰어나‘ 하며 진심으로 말해주고 북돋워주는 선배의 말에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이번주에 여러모로 심란하고 좀 의기소침해져 있었는데 고마웠다. 흑흑 똑똑하고 좋은 사람들은 다 떠나고 기댈 언덕은 이제 거의 없다.
늦은 오후엔 진료받느라 머나먼 길을 오갔다 귀가해서 정말 녹초가 되었다. 그래도 너무 막막하고 우울했던 일주일이라 주말에 마음이 많이 힘들 것 같았는데 오늘 선배와 밥도 먹고 의사와 이야기도 해서 최악의 산란함에선 좀 벗어났다. 주말엔 푹 쉬어야겠다. 진통제를 먹었는데도 두통이 심하다. 아이고 힘들어...
사진은 그랜드 호텔 유럽의 로비 바. 너무 피곤하고 지쳐서 마음의 위안용. 다시 저기 가서 늦은 오후에 아무 생각 없이 뭐 한 잔 마시며 늘어져 있고 싶다.
어제는 너무 지치고 우울한 상태로 퇴근. 너무 우울해서 힘들어하다 친한 동료 언니와 반시간 가량 통화를 한 후 조금 기분이 안정되었다. 해결된 건 물론 없음.
피곤한 탓인지 그래도 잠은 일곱시간 가량 잤다. 꿈도 이것저것 꿨고 좀 괴기스러운 꿈(건물 안 창가에 마물 비슷한 거대한 황색 개의 형체가 나타나서 그것을 회사 후배 직원들이 무슨 부적을 모아서 퇴치하는데 푸른 불길과 연기가 일어나고, 나는 그것이 퇴치되는게 아니라 옆에 있는 사람에게 옮겨올까 두려워서 아래층으로 도망쳐 기다란 테이블 아래 벽을 보며 웅크리고 숨었는데 정말 그 개의 형체가 가까이 다가오고 등등...)도 꾸고.. 그런데 또 그 무서웠던 순간을 제외하면 간밤은 전반적으론 그리 기분이 나쁘지 않은 꿈들이었다(개가 나왔으니 개꿈인가...)
출근해서 계속 너무 바빴다. 뭔가를 진득하게 할 수가 없었다. 계속 문제들이 발생하고 해결해주고... 말귀 안통하는 4차원 고집쟁이가 말귀를 알아먹도록 설명하고 또 문제를 해결하고... 너무 지친 채 퇴근.
너무 지쳐서 그런지 오늘은 어제의 우울함과 막막함에서 한단계 후퇴인지 악화인지 모르겠으나 ‘안좋은 변화가 오면 이참에 때려치우고 쉬면 그만이다’ 라는 생각이 든다. 심신이 너무 지쳤다.
정말 바빴다. 한순간도 쉴 틈이 없었다. 계속된 교육과 회의, 갑님의 방문... 그리고 내년 사업과 인력 구조에 대한 어려움이 많아 선배이자 헤드쿼터본부를 맡고 계신 분께 논의를 하러 갔는데 온갖 우울함과 혼란만 더 가중됨. 조직개편과 인사변동이 아주 클 거란 얘기도 들었다. 안좋은 가능성들이 당연히 매우 많다.
우울감과 무력감에 사로잡혀 귀가. 아 몰라 안좋은 쪽으로 가면 이제 정말 그만두라는 신호가 왔구나 하고 오히려 결정할 수도 있겠지. 이렇게까지 심신을 깎아가며 일했는데 더 힘들어지면 그만하는게 맞을 것 같음. 피곤하니 늦지 않게 자야겠다. 오늘은 두통이 너무 심해서 오후에 타이레놀도 두알 먹았는데 약효가 다 떨어졌나 다시 머리가 지끈거리네.
... 추가
너무 심란하고 우울해서 제일 친한 동료 언니와 한참 통화하고 기분은 약간 나아짐. 말이라도 좀 해서 그런가보다. 이제 잠자리에 들어야겠다.
오늘도 아침 7시에 사무실 출근해 일하다가, 아늑하고 즐거웠던 순간을 떠올리며 잠시 마음의 위안.
작년, 2022년 6월 빌니우스. 이날 오후에는 영원한 휴가님이랑 같이 당시 머무르던 숙소인 켐핀스키 호텔의 애프터눈 티를 마셨다. 예쁘고 아기자기하고 디저트와 차도 맛있었는데 뭐든 하나씩 다 2% 부족했다. 여기가 사실 빌니우스에서 제일 고급호텔 중 한곳인데도! 그런데 그것이 오히려 더 재미있어서 지금도 그때 생각을 하면 부족해서 즐거웠던 기억이 더 많이 난다. 세팅에 한시간 걸리는 3단 트레이. 나오지 않는 스콘. 미숙해보이던 서버. 조금더 원숙해보이던 직원(나중에 호텔 인스타를 보니 그는 수상 경력이 화려한 바텐더였는데... 우리는 그가 트레인스포팅의 스퍼드를 닮았다는 이유로 스퍼드라고 부르게 되었음) 등등. 차도 리필해 마시고 실컷 수다를 떨고 즐거운 오후였다.
맨 위 사진은 티타임을 마친 후 영원한 휴가님은 귀가하시고 나는 근처의 서점에 들렀다가 돌아왔을 때. '아니, 우리가 다 마시고 계산하고 나간지가 언젠데 아직도 저렇게 테이블을 그대로 놔두고 하나도 안 치웠나 역시 2% 부족하구나 비타우타스(그 미숙한 직원에게 우리가 붙여준 이름)와 스퍼드 너무한데...' 하며 인증샷으로 찍어두었다 :)
이건 디저트 세팅 기다리는 중. 이미 차만 먼저 나왔음. 너무 늦게 나와서 하마터면 디저트 나오기 전에 이거 한 주전자씩 다 마실 뻔!
늦게서야 등장한 3단트레이. 그런데 여기에 애프터눈티의 꽃인 스콘이 없었음... (스콘의 비밀은 맨 아래 걸어둔 저 날의 메모 링크를...)
영원한 휴가님 손 찬조출연 ㅎㅎ
이것도 디저트 트레이 나오기 전에 찍은 것. 전체를 꽉 차게 찍은 것도 있는데 그건 예전 메모에.
차를 마셨던 켐핀스키 호텔 라운지는 이렇다. 예쁘고 아늑하긴 한데 이 호텔이 생각보다 작아서 여기 라운지도 작다.
최대한 넓어보이게 가로로 찍어본 사진 :)
피아노도 한켠에 있었다. 우스운 것은 나는 여기 피아노가 있었다는 것을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연주하는 걸 본 적이 없음), 영원한 휴가님은 이때 딱 한번 차만 함께 마셨는데도 이것을 기억하고 계셨다. 오늘 포스팅하면서 사진첩을 보니 '어 정말 피아노가 있네, 내가 사진도 찍어놨잖아!' 하고 놀람. 아무래도 피아노를 쳐본 분은 기억을 하고 나처럼 피아노 배운 적도 없고 별 관심없는 자는 기억을 못하는 것인가 싶다.
이 호텔은 나에게 빨갛고 예쁜 내부 인테리어, 편안한 침대, 맛있지만 역시 2% 부족했던 조식과 이 티타임, 그리고 헉하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좀 과잉의 현관 꽃장식과 그네(정말 내 스타일은 아니었다, 너무 과했다)로 기억되는 곳인데(빌니우스 다시 가면 또 묵어보고 싶었고), 지난 여름엔가 나토 회의 때 바이든이 여기 묵으면서 이 호텔이 인스타로 너무 바이든 홍보를 한 탓에 뭔가 좀 빈정상하게 되었다. 근데 뭐 내가 빈정상한들 ㅎㅎㅎ
월요일이라 역시 피곤하고 바빴다. 새벽 4시반쯤 깨버려서 계속 뒤척이느라 역시 수면 부족 상태로 매우 일찍 출근. 비가 주룩주룩 와서 굉장히 어두웠다. 캄캄한 길을 지나 역시 캄캄한 사무실로 들어가 불을 켜고 월요일을 시작했다. 오전엔 간부회의도 있고 아주 바빴다. 오후는 상대적으로는 나았으나 그래도 해야 할 일이 많았다.
피곤한 몸으로 퇴근. 그런데 정말 앞날은 어떻게 되는 걸까ㅠㅠ 새벽 출근길 지하철에 앉아서도 이 생각 저 생각을 했다만 별 소용은 없었다. 뭐든 좋은 일이 생겨 기분 전환이라도 되면 좋겠다. 비도 빨리 그쳤으면. 이런 날씨는 정말 피곤하다.
간밤에 몸이 좋지 않았다. 저녁까진 오한이 들어서 난방을 했었는데 밤에 잠자리에 들자 숨이 답답해서 한참동안 창을 열어둬야 했다. 소화도 잘 되지 않고 머리가 아프고 너무 숨이 답답했다. 약간 체기가 있었던 건가 싶다. 그날이 다가오고 있기도 해서 잠이 잘 안 오고 머리 아프고 피곤한 딱 그 시기와도 겹쳐 있었다. 어쨌든 그래서 새벽 세시까지 못 자고 괴로워하다 간신히 살풋 잠이 들었지만 매우 얕은 수면이었고 내내 몸이 쑤셔서 뒤척이고 괴로웠다. 어제 차를 좀 진하게 우려 마신 탓도 있는 것 같다.
종일 수면부족과 피로에 휩싸인 채 휴일을 보냈다. 홍차 대신 민들레차를 마시고 책을 읽었다. 어쩌면 간밤에 너무 집중해서 글을 세 페이지 가량 내리 썼기 때문에 힘이 들었던 건지도 모른다(이제 그 정도 집중해서 쓰면 두통에 시달리게 된다. 체력이 부족해서 그런가보다) 그래서 좀더 쓸 수도 있었지만 오후엔 썼던 부분을 고치고 이어서는 딱 한 페이지만 쓰고 파일을 저장해두었다. 오늘 밤에는 쓰지 않고 그냥 쉬어야 할 것 같다. 기력이 너무 부족하다.
주말 동안 쉬었는데 전혀 피로가 풀리지 않았고 마음은 계속 답답하고 우울하다. 이번주도 역시 해야 할 일들이 많다.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이 산적해 있고 이래저래 산란하다. 오늘 밤에는 컨디션 난조 없이 어제보단 잘 자야 할텐데. 책을 좀더 읽다가 잠자리에 들어야겠다. 부디 이번 주를 무사히...
일요일 오후 티타임. 간밤에 몸이 좋지 않아 새벽 3시가 넘어 잠들었고 그나마도 제대로 못 자서 매우 피곤하다. 어제 소화가 잘 되지 않았고 또 오늘 밤엔 조금이라도 더 잘 자야 하니 홍차 대신 민들레차를 마셨다.
아침에 끓인 감자달걀국. 이번엔 호박을 조금 썰어 넣었더니 감자는 가라앉아서 안 보이고 호박만 동동 떠 있네. 이건 오랜 옛날 러시아 기숙사에서 살던 시절 쉽게 끓여먹곤 했던 국이다. 엄청 간단하다. 양파, 감자, 달걀만 넣고 끓인다. 간장으로 간을 하고 참기름을 떨어뜨린다. 추가로 김을 넣을 수도 있고 두부나 콩나물 따위를 넣을 수도 있는데 어쨌든 메인은 양파, 감자, 달걀이다. 시간이 없고 또 편하게 국을 먹고 싶을 때 끓이는데 이것을 끓일 때마다 오랜 옛날 러시아 기숙사의 비좁고 허름한 부엌으로 돌아가 있는 기분이 든다. 양파와 감자를 끓일 때 나는 그 특유의 냄새도 그렇고. 생긴 건 그냥 그래보이지만 이것이 만드는 데 들이는 노력에 비해 맛이 꽤 좋다.
오늘의 꽃은 연분홍색 리시안셔스. 리시안셔스는 조금은 장미를 닮았고 어떨 때 보면 호사스러운 느낌이 든다. 운 좋을 때는 오래 가고 운 나쁠 때는 금방 시든다. 이번에는 전자이기를 바라며.
짧은 가지에 달린 녀석들은 따로 잘라내 조그만 꽃병에 꽂아두었다.
어제 너무 심신이 지친 채 잠들었다. 업무와 연관되어 여러가지로 피곤하고 마음이 힘들었던 탓인지 꿈에서도 계속 회사 사람들이 나왔다. 자다깨다 하며 계속 꿈에 시달렸는데 그나마도 지금은 그 꿈들 기억이 거의 안 나니 다행이다. 아마 아무리 해도 오지 않는 엘리베이터 꿈도 다시 꿨던 것 같다.
날씨가 우중충해서 종일 몸이 축 처졌다. 이틀 전의 큰 행사 때문에 아직도 몸살기가 가시지 않았다. 아침과 저녁에 뜨거운 물을 받은 욕조에 들어가 몸을 담갔다. 이상기온이라 상당히 따뜻한 날씨였지만 집에 있는 내내 춥고 목덜미가 선뜩해서 난방을 올리고 스카프를 두르고 있었다. 분리수거하러 나가보니 확실히 기온이 높았다. 그런데도 몸이 으슬으슬했다. 춥더라도 하늘이 파랗고 해가 나면 좋겠는데. 미세먼지 농도도 높아서 더욱 흐렸다.
너무 지쳐서 발레 공연도 포기하고 집에서 쉬기로 했다. 차를 마시고 책을 읽었다. 그리고 오후 늦게는 글도 열심히 썼으니 공연 포기한 게 너무 아까울 정도는 아니다. 이제 글을 좀더 이어 쓰다 자려고 한다. 아, 낮에 업무가 꼬여서 윗분과 한참 통화를 해야 했다 ㅜㅜ 그나마 낮에 그 통화 하나로 끝난 게 다행이다. 아무래도 이 우울감 중 큰 원인은 조만간 조직개편이 닥쳐오는데 내게도 변동이 생길 수 있고 지금 이런 환경에선 뭐가 됐든 그 변화가 좋은 방향은 아닐 거라는 데 있는 것 같다. 그러니 매일 피곤하고 우울한 듯. 아 모르겠다. 글을 열심히 쓰고 자야지. 그나마 이 글이 지금 잘 풀리고 있는 게 위안이다. 쓰는 재미가 있는 소설이다.
컨디션이 너무 나빠서 저녁의 발레 공연은 포기했다. 뭐 호두까기 인형을 딱히 좋아한 적은 없으니... 그래도 아람누리에서 하는 거라 집에서 택시로 15분이면 가는 곳인데 그게 좀 아깝다. 좋아하는 무용수들이 나와서 일부러 예매한 회차였는데. 이번주에 너무 강행군해서 아직도 몸이 너무 쑤시고 아프다. 날씨가 따뜻한데도 계속 으슬으슬하고 오한이 들어서 심지어 오후엔 집에 난방까지 올리고 목에는 스카프를 매고 있음 ㅠㅠ
기온이 높아도 해가 나지 않고 공기가 안 좋고 하늘이 우중충하면 몸에 오한이 드는 것 같다. 기분도 가라앉고. 하여튼 그래서 토요일 오후 티타임은 좋은 차를 좀 진하게 우려 마시며 보냈다. 몇년 만에 다시 파묵의 저 소설을 꺼내 읽는 중. 읽는 맛이 있는 소설이다. 마침 지난주에 와서 아직 남아 있는 장미도 빨간색이라 찻잔도 맞춰봄. 저 찻잔은 전에 러시아에 갔을 때(기억엔 페테르부르크였던 것 같은데 블라디보스톡이었나 이미 가물가물... 아마 페테르부르크였던 것 같음) 새해맞이 신상이라고 나왔던 걸 샀었다. 그래서 저렇게 화려한 스타일임.
끝물 무화과를 샀는데 너무 맛이 없고 과육이 말라 있어 속상함. 역시 이젠 때가 지난 것임 ㅜㅜ
점심 먹으러 간 식당에 이쁜 크리스마스 트리와 장식이 여기저기 있었다. 연말 분위기가 좀 났다. 현실은 바쁘고 피곤한 나날이라 크리스마스고 뭐고 그저 어느새 12월마저 가고 올해가 휘리릭 가버린다는 슬픔 뿐...
어제 과로와 무리로 온몸이 너무 아팠다. 그런데 새벽 4시 전후 깨서 제대로 못자고 아주 일찍 출근. 종일 졸렸다. 큰 과제를 어제 넘겼는데 그것으로 잘 마무리된 줄 알았지만 심히 피곤하고 골치아픈 문제가 역시나 고개를 쳐들어서 오늘 종일 그것 때문에 바쁘고 피곤했다. 거기에 자기 업무가 힘드니 바꿔달라는 직원 문제도 있고, 이기적이고 못돼먹어서 말 섞거나 얽히기 싫은데 업무 때문에 할수 없이 논의를 해야 하는 다른 부서장 문제도 있고 종일 심신이 녹초가 되었다.
그래서 피곤하면서도 꿀꿀하고 찝찝하게 퇴근. 내일 발레공연 예매를 해놨는데 너무 피곤해서 취소를 해야 하나 고민 중이다 ㅠㅠ 몸 상태만 보면 그저 쉬고 싶을 뿐이고... 근데 기분전환은 하고프고..
며칠 전에 이어, 역시 같은 시기인 2013년 9월 페테르부르크 사진 몇 장. 그리보예도프 운하, 알렉산드르 네프스키 수도원, 그리고 당시 머물렀던 숙소인 그랜드 호텔 유럽의 방과 카페. 9월은 이 동네를 산책하기 좋은 시기이다. 그런데 자칫 시간이 조금만 더 지나면 끔찍한 10월이 온다. 해도 안 나고 계속 비가 주룩주룩 오고, 난방 시작 직전이라 춥고 음산해서. 사진을 찍었던 시기인 9월 초중순까지는 딱 좋은데.
이 사진은 그리보예도프 운하변. 건너편에 미하일로프스키 극장의 2013/14 시즌 발레와 오페라 광고가 붙어 있다.
내가 좋아하는 레프 박스트의 Supper 사본이 액자로 붙어 있고 그 옆에는 대중가수 콘서트 광고들이 나란히.
여기는 알렉산드르 네프스키 수도원 들어가는 길.
수도원과 아름다운 정원.
수도원 경내 묘지.
그랜드 호텔 유럽(에브로파)의 침실. 여기는 다 좋은데 도저히, 정말 도저히 저 꽃무늬 커튼만은 적응이 되지 않았다. 이후 나는 이곳보다는 좀더 모던한 아스토리야에 더 자주 묵게 되었다. 그런데 이 호텔이 확실히! 고풍스럽고 우아한 면에서는 한 수 위이긴 하다.
에브로파의 2층 카페 메조닌. 좋아하던 곳이다. 그런데 코로나 시즌에 이 카페를 리모델링해서 색채도 연녹색 계열로 모두 바뀌었다. 바뀐 모습도 사진으로 보면 예뻐보였다. 다시 가보고 싶은데... ㅜㅜ
일찍 출근해 일하다가, 잠깐 머리 식히려고 옛날 사진첩을 열어봤다. 2013년 9월, 페테르부르크 사진들. 그 이후 변한 곳들도 있고 그대로인 곳들도 있다. 마지막으로 갔던 것이 코로나 전인 19년 11월이었으니 그 사이 또 많이 변했겠지. 이 사진들 찍으며 산책했던 때가 한편으로는 생생하고 한편으로는 가물가물하다. 아마 아주 여러번 가고 또 갔던 곳이라 그럴지도 모르겠다. 이 당시 사진들은 니콘 DSLR로 찍었음. (이때는 폰카 화질이 나빠서 항상 카메라를 들고 다녔는데 그 이후 게으름과 체력저하 등등이 겹쳐서 요즘은 어딜 가도 좀처럼 카메라를 챙기지 않는다. 트렁크에는 넣어가는데 막상 현지에서 놀러 나갈 때는 '아, 무겁다' 하며 그냥 폰으로... 그런데 이따금 예전 사진들을 들춰보면 '그래도 제대로 된 카메라로 찍은 쪽이 더 좋긴 하다' 라는 생각이 들어 아쉽기도 함.
사진들은 네프스키 대로 근방의 여러 거리들, 미하일로프스키 공원, 그리보예도프 운하와 스파스 나 크로비 사원, 겨울운하(짐냐야 까나브까)와 궁전광장, 이삭 성당과 청동기사상, 네바 강 등등, 익숙한 산책 코스에서 찍었던 것들. 벌써 10년 전이라니 흐흑...
나는 기차 여행에 대한 로망이 전혀 없는데 이것은 어릴때도 마찬가지라 노어 전공자임에도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보고 싶은 마음이 한번도 들지 않았다. 아마 아주 어릴때 외가, 친가에 가려면 반나절 동안 힘들게 기차를 타고 또 버스를 탔던 것이 무의식에 남아서 그런가 싶음. 이것은 지방 본사와 서울을 오가며 일하느라 일주일에 평균 두번씩 ktx를 타며 시달리느라 더욱 명확해졌다. 기차 여행 싫다! 로망 없다!
그런데도 벨몽드 체인에서 운영하는 오리엔트 익스프레스 호텔 인스타를 팔로우하고 있는데 (맞다, 그 오리엔트 특급) 사진이 이뻐서 뭔가 대리만족이 됨. 그랜드 호텔 유럽도 지금은 이 체인에서 운영하는지라 고풍스럽고 화려한 풍광과 인테리어를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물론 그래도 ‘역시 호화로운 호텔이라도 기차 객실은 피곤해’란 생각이 들지만. 하여튼 오늘 피드에 이스탄불-파리 노선 사진들이 올라왔는데 그중 맘에 드는 사진이라 올려봄. 출처는 @vsoetrain 그리 화려하지 않고 차분한 분위기의 사진인데 터키식 찻잔 2개가 나란히 놓인 모습이 좋다. 뭔가 새벽 출근자의 바쁘고 고단한 마음을 위로해주는 느낌...
무지무지 바쁜 하루였다. 정말 바빠서 정신이 없었다. 그런데 막상 완성해야 할 자료는 실무자가 제대로 못만들어와서 실패. 내일 이것저것 엄청 몰아서 해야 되는데 정말 바쁘고 정신없을 것 같다ㅠㅠ
꿈도 정신없이 꿨다. 새벽 꿈엔 일본에 갔는데 일때문에 계속 같은곳만 오갔고 또다시 숙소가 뭔가 이상한, 거기가 아닌 패턴의 꿈이었다. 뭔가 수리를 해달라고 리셉션에 전화하면서 방이 702호라 했는데 나중에 나와서 문을 보니 609호였다. 이후 이 꿈은 이상한 액션물로 바뀌었고 악당들이 방에서 인질을 잡고 있는데 내가 그것을 처단하러(!) 들어가야 했다. 근데 꿈속 설정 상 나는 엄청 총도 잘쏘고 액션히어로인데 막상 방에 들어가니 아무리 총을 쏘아도 방아쇠가 움직이지 않고 전혀 발사가 안되고... 나중엔 제스처로 대신했는데도 안되고. 그런데 왜그런지 그 악당들은 나를 제압하지 않고 등등... 나중엔 도망나와서 포르셰 비스무레한 차를 운전해 도망갔는데 꿈에서도 운전을 할줄 몰라서 뒷좌석에서 이상하게 핸들을 밀며 운전.... 이 꿈은 뭔가... 사나이였다면 발사되지 않는 총과 연계해 성적 능력 부족 어쩌고로 해석됐을지도.... 그런데 이런 꿈, 즉 무기를 휘둘러도 기운이 없고 내 말을 안듣는 패턴도 종종 꾸니 아마 무의식에 자리잡은 무력감과 불만의 반영이 아닐까 싶다.
피곤하다. 내일 할 일이 많고 모레는 늦게까지 중요 행사를 치러야 한다. 우렁이가 두마리 있으면 좋겠다. 하나는 밥해주고 하나는 돈벌어주고ㅠㅠ 엉엉...
어제 늦지 않게 누웠는데 잠이 제대로 들지 않아 밤새 뒤척였고 얕은 꿈들에 시달렸다. 매우 수면 부족 상태로 출근했다. 역시 월요일은 너무 피곤하다. 오전에는 전체 간부 회의에도 참석해야 했다.
바빴지만 실무자들 선에서 먼저 정리되어야 할 자료들이 아직 오지 않아서 정말 해야 할 일들은 손대지 못한 채 퇴근. 계속 졸리고 무척 피곤하다. 주말 내내 쉬었으니 기운이 나야 하는데. 내일은 오후 내내 회의와 행사에 들어가야 한다. 이제 겨우 월요일... 그렇지만 남은 한 달이 휘리릭 지나가 올해가 끝나버리는 것도 싫고ㅠㅠ 앞날은 여전히 검은 안개. 아무래도 심란해서 잠이 잘 안 왔던가보다ㅠㅠ
얼마 전 모스크바에서 데뷔 20주년 기념 공연을 했던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페테르부르크에선 마린스키에서 했고 모스크바에서는 크레믈린 극장에서 공연했다. 2개 작품을 췄는데 라 바야데르 3막 망령의 왕국, 그리고 셰헤라자데였다. 전자는 옥사나 스코릭, 후자는 말이 필요없는 빅토리야 테료쉬키나와 함께 췄다. 사실 전자는 원래 마리야 호레바와 추기로 되어 있었던터라 상당히 아쉬웠는데(나는 이 무용수를 좋아하지 않는다), 호레바가 공연 며칠 전에 부상을 당해서 스코릭으로 대체되었다. 부상은 빨리 낫기를 바라고, 공연 자체로는 당연히 스코릭이 훨씬 나은 파트너였다. 사실 스코릭도 내 취향에 맞는 무용수는 아니다만 그래도 객관적으로 훨씬 낫다. 테료쉬키나는 그저 최고라고밖에 할 수 없고. 라 바야데르의 솔로르는 이 사람의 최고의 배역 중 하나라 무척 잘 어울리고(라이브 무대를 여러번 봤는데 3막으로 가면 정말 숨이 막힌다), 셰헤라자데의 황금노예는 이번 공연 영상을 보니 이 사람이 나이를 먹어갈수록 원숙해져서 그런지 이제는 참 잘 어울리게 되었다. (옛날에는 이 사람이 황금노예를 추면 섹시하다기보다는 그저 왕자님 같고 쎈 언니 조바이다에게 질질 끌려다니는 귀여운 동생 같은 느낌이 강했는데...)
사진들이 많이 올라왔는데, 최근 내 마음을 사로잡은 사진 몇 장 올려본다. 흑백 사진 3장은 @prokhorova.maria 의 인스타에서. 이분이 찍은 무대 리허설 사진들이 마음에 많이 남았다. 특히 맨 위 사진. 이 사진은 정말 마음에 든다. 슈클랴로프님이 원체 탁월한 무용수인데다 아름다운 피사체이기도 하지만, 이 사진은 리허설에서 쉽게 포착하기 어려운 찰나의 아름다움,어둠과 빛의 조화가 근사하다.
역시 @prokhorova.maria
스코릭과 함께 라 바야데르 리허설 중인 사진.
@prokhorova.maria 의 사진 한 장 더. 의상을 차려입지 않아도 솔로르 그 자체.
이건 @teatro_gram 의 사진. 실제 무대에서. 솔로르를 추는 슈클랴로프와 니키야를 추는 스코릭.
@teatro_gram 의 사진 한 장 더 올리고 마무리. 이 사람 무대 다시 보고프다. 그리고 다시 한번 20주년 축하해요, 발로쟈. 더 오래 건강히 멋지게 춤춰주길.
금요일에 휴가를 내고 쉬어서 이번 주말이 긴 것이 참 좋았으나 역시 휴식의 시간은 너무나 빠르게 눈녹듯 사라지고 어느새 월요병에 시달리는 시간이 되었다. 이번주는 아주아주아주 바쁠 예정이다. 일단 만들어내야 하는 보고서와 자료도 많고, 우리 부서의 연간 행사들 중 손꼽힐만큼 크고 중요한 행사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이렇게 벌써부터 머리가 아프고 뒷골이 땡기고 어깨가 무거운지...
7시간 좀 넘게 잤고 아침에 그리 늦지 않게 깨어났다. 그래도 이번엔 새벽에 깨지 않고 쭉 잤으니 양호하다. 오늘 밤에 너무 늦지 않게 잠들어야 할텐데.
차를 마시고 책을 읽고 쉬었다. 간밤과 오늘 오후에 열심히 글을 썼다. 두 인물이 대화를 주고받으면서 본격적으로 글이 잘 풀리는 지점에 접어들어서 그런 것 같다. 이 메모를 마친 후 조금만 더 쓰다가 잠자리에 들어야겠다. 아, 출근하기 싫어...
사진은 서재 방과 거실. 사진 속 그림 전자는 박스트의 'Supper', 후자는 바스네초프의 '이반 왕자와 회색 늑대' 사본. 두 장 모두 루스키 무제이(러시아 박물관)의 샵에서 사왔었다. 언제 다시 갈 수 있을지.
예전에 프라하의 도브라 차요브나 카페에서 사왔던 빨간 컵과 받침접시. 장미도 붉은 계열이고 오늘의 차도 역시 도브라 차요브나에서 사온 네팔 일람이라서 맞춰보았다. 이 컵은 아주 조그맣기 때문에 녹차 같은 차에 더 잘 어울리긴 한다만 네팔 일람도 나름대로 나쁘지 않다.
아주 어린 시절 부모님이 사주신 계몽사 어린이문고가 있었는데 정말 책에 구멍이 나도록 읽고 또 읽었다. 이 책도 거기 포함되어 있었는데 물론 옛날에는 다른 판형이었다. 여기에는 푸쉬킨의 루슬란과 류드밀라나 아파나셰프의 민담들 외에도 다른 이야기들도 수록되어 있는데 나이먹고 나서는 아무리 찾아도 이 책을 못 찾았다. 물론 아파나셰프 민담집은 원서와 완역본도 가지고 있고 푸쉬킨도 마찬가지지만 그래도 이 책이랑 같은 책은 없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이 가끔 그리웠는데 알라딘에 등록해둔 중고서적 알림에 이게 떠서 어제 주문해 받았다. 십여년 전 이런 식으로 재단장해서 나왔던 모양인데 다시 절판되어 있었다. 놀라운 건 그 어린 시절 봤던 책에 수록된 삽화가 그대로 살아 있다는 거였다. 너무 반가웠다. 옛날에는 삽화가 흑백이었는데 새단장한 책의 삽화에는 검정색과 핑크색으로 2색 인쇄가 되어 있다는 것, 그리고 예전에는 '~읍니다'였지만 지금은 '~다'로 바뀐 것, 그리고 새 출간되면서 번역 감수를 다시 했는지 예전엔 훨씬 축약본이었던 것 같은데 이번에는 원전에 아주 가깝게 실려 있는 게 달랐다. (이 책 초판본이 무려 1977년에 나왔다고 함. 그러니 내가 어릴 때 읽은 것도 아마 증보판이나 개정쇄였을 듯하다) 하여튼 다시 읽게 되어 반가웠고 옛날 생각이 많이 났다. 꿈많은 어린 시절이었는데. 그때는 내가 러시아어를 전공할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고, 소련=러시아라는 인식도 없었는데.
오늘 도착한 꽃은 장미 세 송이, 카네이션 두 송이, 그리고 코치아 한 대였다. 코치아는 너무 부들부들 후들후들한 스타일이라 내 취향은 아니다만 랜덤 조합이니 그러려니 한다.
새벽에 너무 피곤하고 우울한 꿈을 꾸고 깨어났다. 요즘의 고민이 응축된 꿈이었다. 아주 안 좋은 쪽으로 발령을 받은데다 지금까지의 업무 수행에 대해서도 잘못된 평가와 오해를 받고 있었다. 이 꿈 때문에 매우 찝찝해졌다가 '아 그래도 꿈이니까 다행이다' 하고 도로 잤다. 밀린 잠을 몰아서 많이 잤는데 깨어났을 때는 과도한 수면 때문인지 아니면 계속 꿈에 시달리느라 깊은 잠을 잔 게 아니라서 그런지 머리가 아팠다.
쉬면서 보낸 하루였다. 차를 마시고 가벼운 책을 읽으며 쉬었다. 오후엔 글을 조금 쓰기도 했다. 이 메모를 마친 후 이어서 쓰다 자야겠다. 간밤에도 조금 쓰고 잤었다. 마냐와 미샤가 둘이 있으니 은근히 호흡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