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오후, 어린 시절의 책 tasty and happy2023. 12. 3. 15:49
일요일 오후 티타임. 오늘은 하늘이 파랗고 햇살이 들어와서 좋다.
예전에 프라하의 도브라 차요브나 카페에서 사왔던 빨간 컵과 받침접시. 장미도 붉은 계열이고 오늘의 차도 역시 도브라 차요브나에서 사온 네팔 일람이라서 맞춰보았다. 이 컵은 아주 조그맣기 때문에 녹차 같은 차에 더 잘 어울리긴 한다만 네팔 일람도 나름대로 나쁘지 않다.
아주 어린 시절 부모님이 사주신 계몽사 어린이문고가 있었는데 정말 책에 구멍이 나도록 읽고 또 읽었다. 이 책도 거기 포함되어 있었는데 물론 옛날에는 다른 판형이었다. 여기에는 푸쉬킨의 루슬란과 류드밀라나 아파나셰프의 민담들 외에도 다른 이야기들도 수록되어 있는데 나이먹고 나서는 아무리 찾아도 이 책을 못 찾았다. 물론 아파나셰프 민담집은 원서와 완역본도 가지고 있고 푸쉬킨도 마찬가지지만 그래도 이 책이랑 같은 책은 없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이 가끔 그리웠는데 알라딘에 등록해둔 중고서적 알림에 이게 떠서 어제 주문해 받았다. 십여년 전 이런 식으로 재단장해서 나왔던 모양인데 다시 절판되어 있었다. 놀라운 건 그 어린 시절 봤던 책에 수록된 삽화가 그대로 살아 있다는 거였다. 너무 반가웠다. 옛날에는 삽화가 흑백이었는데 새단장한 책의 삽화에는 검정색과 핑크색으로 2색 인쇄가 되어 있다는 것, 그리고 예전에는 '~읍니다'였지만 지금은 '~다'로 바뀐 것, 그리고 새 출간되면서 번역 감수를 다시 했는지 예전엔 훨씬 축약본이었던 것 같은데 이번에는 원전에 아주 가깝게 실려 있는 게 달랐다. (이 책 초판본이 무려 1977년에 나왔다고 함. 그러니 내가 어릴 때 읽은 것도 아마 증보판이나 개정쇄였을 듯하다) 하여튼 다시 읽게 되어 반가웠고 옛날 생각이 많이 났다. 꿈많은 어린 시절이었는데. 그때는 내가 러시아어를 전공할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고, 소련=러시아라는 인식도 없었는데.
차를 마시며 이 책을 다 읽은 후 아쉬워서 아파나셰프의 민담집을 다시 뒤적이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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