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0 목요일 밤 : 마리 앙투아네트님의 부활, 너무 지친다 fragments2022. 10. 20. 21:18
쿠마 그림 = 힘들었던 하루의 증빙.
오늘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힘들었고 무척 소진이 되었다. 일도 바빴지만 무엇보다도 윗분이 한동안 잠잠하다가 오늘 대차게 히스테리를 부리며 억지를 썼다(주로 부서원 몇명에 대한 실망감과 분노 표출. 심지어 공식 회의 중에 유치하게 신경질을 부렸고 나중에 따로 나를 불러서 자기 빡친 것을 적나라하게 히스테리...) 나는 그것을 받아주는데 한계가 와서(그분이 말하는 것만큼 그 직원들이 잘못한 것도 전혀 아니었음. 본인이 제안한 신규기획사업이 구현되기 어려운 상황이 되자 성질을 부리고 있었던 것임) 하나하나 조목조목 받아치고 뭐가 잘못됐는지 한동안 함께 언성을 높이며 그것은 아니라고 하느라... 한 30분 정도 그렇게 소리높여 논쟁을 하다가 나중엔 또 좋은 방향을 생각해보는 걸로 주고받고 하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도출하긴 했다. 그래서 윗분은 새로운 아이디어와 여러가지 해결 방안을 껴안고 행복하게 퇴장하셨는데(외근을 가셨음), 이분은 원체 해맑은 분이라 그렇게 가실 수 있고 나는 감정 배설을 받고 나면 너무 피곤해져서 복구가 안 되고 있음 =_=
내가 평소엔 잘 받아드리는 편이고 정말 화가 날 때 이렇게 정색하며 대꾸한다는 것을 아시는 분이라 나에게 연신 자기 수양이 부족해서 그런다고 사과는 하셨는데(그러고보면 뒤끝은 별로 없으심. 장점이다), 이분은 자기가 원하거나 설계해놓았거나 뭉게뭉게 뜬구름 잡아놓았던 것이 현실에 부딪쳐 포기해야 되는 시점이 오면, 그리고 자기가 원하는 것들을 직원들이 제대로 구현하지 못하면 갑자기 아주 유치하게 성질을 부려대는 단점이 있다. 그런데 이것을 받아주는 것도 한계가 있는 게, 여기저기 나 있는 구멍들을 내가 다 메꾸고 있었던데다 이분의 비현실성을 내가 다 채워오고 있었기에 ㅠㅠ 원하는 게 있어도 다 가질 수 없으니 현실을 직시하고 욕심을 좀 내려놓으셔야 한다고 쓴소리를 좀 많이 했다.
몇년 동안이나 이 보직을 맡아 이 본부를 이끌어오셨으면 조직문화와 현실적으로 가능한 범위 따위에 대해 최소한은 알아두셔야 하는데 여전히 처음이랑 똑같음. 개인의 공간도 아니고 최고임원도 영리업체의 사장님도 아닌데 자기가 하고 싶은 걸 어떻게 다 구현하냐고 ㅜㅜ (최고임원도 사장님도 자기 하고 싶은 걸 다 구현하진 못할 거 같음) 역시 굶어죽어가는 빈민가에서 빵 없으면 과자 먹으면 되지 하는 마리 앙투아네트님 ㅠㅠ (한동안 안 쓰고 있던 이 별명 다시 부활) 사실 따져보면 우리 부서/본부 맨파워가 너무 약하다는 데서 근본적 문제가 비롯된 거라서 이건 해결할 방안이 없다. 이나마도 정상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게 솔직히 말해 기적이고 내가 네덜란드 둑 위에서 구멍들을 막아가며 호떡집 여러 개 불을 끄고 있기 때문이다. 그 와중에 거의 전적으로 내 노력으로 예산도 두배로 늘렸고 원하시는 기획사업도 몇개나 론칭시켜 어떻게든 굴려주고 있다! 다른 사람을 한번 만나보셔야 여태 본인이 얼마나 순풍에 돛단 듯 여기까지 오신 줄을 알게 될 듯 ㅠㅠ
원래 오늘 내내 집중해서 보고서를 쓰려고 오전의 회의 빼고는 가급적 업무 논의나 보고는 내일로 미뤄달라고 부서원들에게 말해두었는데 막상 윗분 때문에 보고서 쓸 시간을 다 뺏김 ㅜㅜ 나의 가장 큰 걸림돌은 과중한 업무도 업무지만 실상은 1. 히스테리 장착/자기 생각만큼 똑똑하지 못한 열폭 직원 2. 아무리 말해도 리셋되는 천진난만한 사고뭉치 직원 3. 마리 앙투아네트님임 ㅠㅠ
너무 피곤하고 지쳐서 밥 먹고는 전적으로 스트레스 때문에 스낵도 먹어버렸다. 배도 부르고 기분도 안 좋다. 귀가 후 자전거 20분 탄 것이 다 무효가 되었다. 아무 생각도 집중도 하고 싶지 않다. 흑흑 오늘 자고 나면 내일이 금요일이니까, 내일은 출근하자마자 오늘 다 못 끝낸 보고서 초안을 써야 하니까 불구덩이 물구덩이 막는 동안 빡친 기분은 가라앉겠지. 이열치열도 아니고 흑흑 이게 뭐야.
'fragments' 카테고리의 다른 글
10.22 토요일 밤 : 생각지 않은 위안, 많이 자고 쉬었음 (0) | 2022.10.22 |
---|---|
10.21 금요일 밤 : 정말 고된 일주일, 좌시 끝, 주말엔 쉬자 (0) | 2022.10.21 |
10.19 수요일 밤 : 아이구 힘들어, 넋두리의 결론은 억울함, 우렁아 좀 와주면 안되겠니 (2) | 2022.10.19 |
10.18 화요일 밤 : 쑤시고 피곤하고, 빡센 월화, 만만치 않은 1과 2 (4) | 2022.10.18 |
10.17 월요일 밤 : 아직 버벅, 추워짐, 사회적 가면 최고도화, 너무 피곤, 며칠 후 현실화된 감자칩 (2) | 2022.10.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