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1 화요일 밤 : 하리보, 쥬인의 선물, 노력으로 안되는 것, 퓨즈, 쓰면서 fragments2022. 10. 11. 20:59
며칠 쉬고 출근했더니 아주 바빴다. 일하고 또 일했다. 그 와중에 윗분이 갑자기 휴가를 내셔서 상급 간부회의에도 대참을 해야 해서 일이 가중되었다. 그래도 무사히 회의도 마쳤다. 온갖 일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내일은 오전엔 다른 부서의 간절한 요청을 거절하지 못해 또 무슨 인터뷰 심사에 들어가야 하고(흑흑...), 오후에는 전문가들을 모시고 자문회의라는 걸 해야 하는데 그나마도 다행히 그것이 줌이다. 대면회의였으면 더욱 피곤했겠지.
사진은 오늘 도착한 홍차들에 딸려온 서비스들. 여러 종류의 다즐링을 돌려가며 마시는데(홍차 중에는 다즐링을 가장 좋아하는데 이 취향만큼은 매우 일관적임), 특히 마가렛의 호프를 좋아한다. 그것이 거의다 떨어져서 평소 이용하는 직구 사이트를 통해 주문함. 이건 로네펠트 쪽에서 오는 거라서 그런지, 꼭 하리보 젤리와 저런 자질구레한 티 캔디 따위를 몇알 넣어준다. 거가에 티 샘플러 두세 봉지. 나는 젤리를 좋아하지 않으니 받을 때마다 '아, 그냥 버릴까' 하고 고뇌에 빠지지만, 그렇다고 버리기에는 좀 가책이 들고 아깝기도 하고, 또 하리보를 좋아하는 료샤가 순간 어른거려서 차마 버리지 못하고 저것들을 가방에 넣어 사무실로 가져간다. 네덜란드 호떡집에서 미친듯이 새어들어오는 물을 막고 여기저기 타오르는 불을 끄고 있노라면 너무 머리가 멍해지고 그럴때 아무 생각없이 저 젤리를 몇개 집어먹게 되는 순간이 생김. 젤리 봉지는 아주 조그만 사이즈이다. 그런데 아무리 먹어봐도 저런 젤리는 도대체 무슨 맛으로, 왜 먹는지 모르겠음, 어릴 때도 안 좋아했었다.
이건 쥬인이 보내준 생일선물. 지난 주말에 만나기 직전에 쥬인이 '토끼야 받고 싶은 거 링크 보내'라고 했는데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딱히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 그냥 쥬인을 만나 얘기나누는 걸로도 족했고 막상 정말 필요한 건 똑 떨어진 바디로션, 수분크림 등등 진짜 일상용품이었기 때문이다. 만났을 때에도 아무 생각이 없었다. '저번에 쥬인이 한봉지 준 석류랑 그 물 맛있었어, 그거나 줄래?' 하고 농담으로 말했는데 쥬인이 정말로 석류즙과 해양심층수를 선물로 보내주었다. 그리하여 오늘 돌아와서 저녁 먹은 후 저 석류즙을 마셨음. 저 석류즙이 매우 맛있다. 다른 석류즙보다 훨씬 달콤하고 상큼함. 물도 시원하고 목넘김이 좋다. 그래서 오늘은 노동으로 지쳐 귀가했을 때 쥬인의 선물과 료샤를 연상시키는 하리보가 나를 맞아주었다.
바쁘고 지친 하루였고 잠도 매우 모자랐다. 날씨도 엄청 추웠다. 일은 고되고, 데리고 일하는 직원들 중 한명은 내내 나를 너무 피곤하게 만든다. 아주 히스테리컬하고 열등감이 강해서 그것을 타인에 대한 공격으로 치환하는 자기중심적인 직원이기 때문이다. 지휘하는 입장에서야 모든 직원들을 동등하게 대하려고 애쓰고 내 감정이 개입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한다만, 좋아지지 않는 것, 일이 아니라면 관계를 맺고 싶지 않은 기분마저 완전히 차단하는 것은 정말 어렵다. 내색하지 않고 최대한 존중해주며 일한다만 실제 마음속으로는 저 사람에 대한 기대가 전혀 없다. 이런 것은 노력으로 되는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끌어가는 입장이니 이런 감정, 개인적 호불호라는 것은 잊어야 한다.
11월 하순에 잠깐 나갔다 오기로 했다. 아마 과로와 스트레스, 그리고 여기 적지는 않았지만 일과 관련한 외적 압박으로 인한 피로 때문에 지난 몇주 동안 퓨즈가 반쯤 나가 있었던 것 같다. 사실 많이 바쁜 시기이기도 하고 또 여행하기에는 최악의 시즌이지만 아 모르겠다, 일단 나간다. 일도 많고 휴가도 오래 내지는 못하니 짧게 다녀오겠지만. 그러나 나가는 날 당일에 큰 행사를 치러야 하니 그날 밤비행기를 제대로 탈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여튼 그것을 생각하며 기운을 내자. 그런데 분명 날씨는 정말 안 좋겠지 ㅠㅠ
빨리 자야겠다. 지하철에서 넋놓고 졸면서 왔다. 며칠 전부터 다시 실내자전거 타기를 재개했다. 그러나 아직 20분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어제만 25분 탔다. 흑흑 아예 아무것도 안하는 것보단 낫겠지.
어젯밤에 글을 매우 집중해서 쓰고 잤다. 아마도 약간 국면이 전환된데다 기존에 등장해서 친숙한 인물들에 대한 언급들이 이어지기 때문인 것 같다. 간밤에 쓴 파트에는 미샤와 일린에 대한 에피소드가 나온다. 역시 미샤가 간접적으로라도 등장해야 잘 써지는 것 같긴 하다. 미안해, 게냐야. 마음 같아선 오늘도 이어 쓰고 싶은데 너무 졸리고 머리가 아파서 아무래도 주말까지 또 미뤄야 할 것 같다. 에너지가 더 많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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