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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트로파블로프스크 사원'에 해당되는 글 25

  1. 2019.11.05 얼음과 빛 속의 페트로파블로프스크 요새에서
  2. 2017.10.08 10.7 토요일 밤 : 사계(일리야 쥐보이 안무) 짧은 메모, 드디어 산책, 수프 비노, 많이 큰 레냐
  3. 2017.09.20 안녕 물과 돌의 도시, 빛과 얼음의 도시 4
  4. 2017.01.05 다리 난간에서 춤추기, 모든 사원이 우아하고 쓸쓸하다 26
  5. 2016.12.15 잘 다녀왔습니다. 눈과 얼음의 도시, 오리와 사자 6
  6. 2016.08.23 한밤에 백야의 페테르부르크를 거닐며, bravebird님과 함께 8
  7. 2016.08.13 추웠을 때 사진 보면서 더위 쫓는 중 6
  8. 2016.04.24 잠시 : 산짐승 같은 아이, 레닌그라드 아이, 레닌그라드 시절 사진 등 37
  9. 2016.03.17 눈과 얼음, 사원과 그림자
  10. 2015.11.03 빛, 그림자, 구름, 석양
  11. 2015.09.30 반짝이는 강물과 금빛 사원 종루, 페트로파블로프스크 요새에서 2
  12. 2015.08.19 황금빛 푸른빛 러시아 사원 쿠폴들 8
  13. 2015.08.18 하얗고 거대한 구름 아래 부유하는 도시
  14. 2015.08.15 눈과 얼음의 나라 러시아 사진 몇 장 더 2
  15. 2015.07.11 추운 동네 보면서 더위 좀 쫓자 2
  16. 2015.06.04 페트로파블로프스크 사원의 황금빛 돔 2
  17. 2015.05.24 2월의 페테르부르크, 얼어붙은 네바 강과 유빙 4
  18. 2015.05.04 마음의 위안을 위해 4
  19. 2015.04.29 부드러운 빛에 잠긴 페테르부르크 4
  20. 2015.04.13 어느 맑은 날, 빛과 그림자에 잠긴 페트로파블로프스크 요새
  21. 2015.04.06 얼음과 눈으로 뒤덮인 네바 강 2
  22. 2015.02.18 2월 17일, 얼어붙은 네바 강 사진 몇 장 + 곶감과 양갱과 미역국은 어떻게 되었나 8
  23. 2014.10.21 페트로파블로프스크 사원의 황금빛 첨탑 4
  24. 2014.08.13 백야의 페테르부르크, 자정 직전 2
  25. 2014.07.05 흐릿한 네바 강변과 운하, 말라야 코뉴셴나야 거리

 

 

 

몇년 전 사진첩에서. 2015년 2월. 페테르부르크. 무척 추운 날이었지만 대신 하늘이 파랗고 맑았다. 네바 강을 건너 페트로파블로프스크 요새까지 걸어갔고 오전 내내 산책했던 날이었다. 이런 겨울 날씨는 좋다.

 

 

 

 

 

꽁꽁 얼어붙은 네바 강과 그 너머로 보이는 해군성 건물, 이삭 성당, 등대 등 페테르부르크 랜드마크들. 조그맣게 보이는 실루엣들은 얼어붙은 강을 걸어서 건너가는 사람들. 위험하니 얼음 위로 나가지 말라고 표지판이 여기저기 있건만 다들 그냥 막 강 위로 걸어나간다.

 

 

나는 빛이 가득한 겨울이 습기찬 여름보다 더 좋다. 물론 해가 일찍 지는 것은 싫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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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갔다. 내일 하루만 더 지내고 나면 돌아가는 비행기를 타야 한다. 생각하니 괴롭구나.



낮 열두시 마린스키 신관 발레 공연 티켓을 끊어두었었다. 료샤와 레냐도 갈까 했었는데 이것도 현대 발레이고 또 레냐가 보기에는 너무 플롯이 없어서(사실 레냐보다 료샤가 걱정 ㅋ) 그냥 나 혼자 보러 가기로 했다. 대신 내일 낮 공연은 불새니까 레냐도 볼만해서 같이 가기로 함.



아침에 보니 파란 하늘이 손톱만큼 보였다. 구름이 잔뜩 끼어 있었지만 실낱같은 희망을 품었다.



극장에 갔는데 하늘이 보이기 시작해서 부디부디 공연 끝나고 나와서도 날씨가 개어 있게 해달라고 기도를 했다. 제바아아알... 네바 강변 한번이라도 걷게 해주세요오오... 아직 청동기사상도 보러 못 갔다고요...



오늘 공연은 마린스키 무용수이자 젊은 안무가인 일리야 쥐보이가 안무한 현대발레 '사계'(THE FOUR SEOSONS)였다. 작년 여름에 젊은 안무가 워크숍 공연에서 쥐보이가 Seasons란 제목으로 이 발레의 초안을 올린 적이 있었다. 그때는 2~30분 정도였던 것 같다. 당시에도 막스 리히터의 음악과 쥐보이의 안무가 잘 어우러져서 느낌이 괜찮았었다. 극장에서도 그렇게 여겼는지 2막짜리 발레로 전곡을 써서 안무하게 해주었고 몇달 전 초연을 했었다.




내가 리히터를 좋아하기도 하거니와, 쥐보이의 안무도 우아하고 감성적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이번에 와서 본 세가지 공연 중 오늘 공연이 제일 맘에 들었다. 그러니까, 프렐조카주의 Le Parc보다는 쥐보이의 이 작품이 좀더 내 취향이었다. 물론 주역을 춘 무용수가 예카테리나 콘다우로바이기도 했지만. 하여튼 오늘 공연은 꽤 좋았다.

(커튼콜 사진은 다 번져서 안 올린다... ㅠㅠ 3층 앞줄에 앉아서 너무 멀기도 했고 조명이 너무 밝았다 ㅠㅠ)



..



공연을 보고 나왔는데... 빗방울이 약간씩 떨어지고 있었다. 흐흑... 료샤랑 레냐가 기다리고 있었다. 차를 타고 호텔 앞으로 왔는데 그때 다시 개면서 하늘이 보였다. 나는 '아아... 하늘이 보여, 제발 네바 강변을 산책하자' 라고 징징거렸다.



우리는 해군성 공원을 지나 청동기사상 쪽으로 갔다. 구름이 잔뜩 끼어 있었지만 저 멀리에는 파란하늘도 좀 보였다. 표트르에게 인사한 후 길을 건너 네바 강변을 따라 거닐었다. 아아... 그래도 네바 강변 걷긴 하는구나 엉엉... 석양 보는 거라면 더 좋겠지만 엉엉 이게 어디야...










네바 강변을 쭉 따라 걷다가 에르미타주 쪽으로 틀었다. 궁전광장으로 가니 오늘이 바이커 축제일이었다. 그래서 광장에 수많은 오토바이들 집결. 가죽점퍼의 라이더들 우글우글. 내가 또 이런 걸 좋아해서(ㅋㅋ) 넋놓고 그 해골과 가죽 패션과 멋있는 오토바이들을 보고 있는데 료샤가 '야!' 하면서 날 확 잡아끌었다. 사람 많은데 들어가면 밟힌다고 ㅋㅋ 레냐는 '쥬쥬가 좋아하는 해골 옷이 많아!' 하고 소리를 쳤다 ㅋㅋ



..



그런데... 아틀라스 발을 만지며 소원을 빌고 막 내려오는 순간부터 빗방울이... 아니야 아니야... 나는 이 사실을 필사적으로 부정하고 싶었지만 비가 오기 시작했다..



(비와서 카메라 집어넣고 폰으로 찍음. 우중충해진 거리 ㅜㅜ)




료샤의 차는 호텔 앞에 세워두었으므로 그리로 가야 했다. 그러나 나는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또 금방 그치지 않을까? 우리 그리보예도프 운하 따라 조금만 걸으면 안될까?' 하고 불쌍하게 부탁했다. 료샤는 툴툴댔지만 레냐는 '그래그래!' 하고 내 손을 잡아끌었다.




우산 쓰고 그리보예도프 운하 쪽을 따라 걸어가는데 스파스 나 크로비 사원 앞에서 비가 또 그쳤음. 그래서 우리는 미하일로프스키 정원을 좀 산책했고 다시 운하를 따라 나왔다. 나온 김에 좀더 걸어서 카잔 성당 쪽을 지나서 수프 비노에 갔다. 여기는 전에 bravebird님이 소개해주셔서 알게 된 곳인데 목소리가 다정하고 매력적인 알렉세이가 있는 곳이다. 료샤랑은 안 갔었다. (알렉세이 얘기하면 또 쿠사리 줄 게 뻔해서 ㅋ) 하지만 레냐랑 료샤도 배가 고프다 했고 나는 극장에서 먹은 빵 한조각 파인애플 몇조각이 전부라 정말 배가 고팠다. 수프 비노는 음식이 맛있고...



알렉세이가 있을까 궁금해하며 쭉 걸어서 수프 비노에 갔다. 그런데 슬프게도 알렉세이가 없었고 모르는 남자가 있었다. 생각해보니 전에도 알렉세이는 주말에는 근무를 안했던 것 같음 ㅠㅠ 알렉세이 말고도 안면 있는 점원이 두엇 있긴 한데 오늘 가게 보던 남자는 전혀 모르는 사람이었다. 아는 얼굴이었음 알렉세이에게 안부 전해달라고 하고팠는데 ㅠㅠ





하여튼 배고프고 너무 지쳐서 생강 레모네이드랑 치킨 수프랑 해산물파스타를 주문했다. 료샤는 핀란드식 우하(크림이 들어가는 생선수프. bravebird님이 여기 핀란드 우하를 좋아하심. 내 입맛엔 조금 짠 편이라 나는 치킨수프가 더 좋았다), 탕수치킨 비슷한게 곁들여진 볶음밥을 시켰고 레냐는 버섯파스타를 시켰다. 수프는 나랑 나눠먹었다. 이곳의 치킨 수프는 긴 쌀이 가득 들어 있고 무척 따뜻해서 꼭 닭곰탕에 밥 말아먹는 기분이라 몸이 따뜻해진다. 작년 여름에 너무 힘들때 여기서 그 수프 먹고 감동받은 기억이 있다.... 그때 음식을 별로 못 먹던 때였는데...



료샤도 레냐도 음식이 맛있고 분위기도 좋다고 했다. 료샤는 보통 이렇게 조그만 카페 같은 음식점엔 잘 오지 않는다(여기는 테이블이 5개 뿐이고 아주 작다) 사실 덩치 큰 료샤가 앉기에는 의자도 좀 좁은 편이었지만 음식이 맛있고 음악도 좋다면서 의외로 좋아했다. 다 먹은 후 레냐를 위해 치즈케익을 시켜주었다. 작년에 먹었을때 맛있었던 기억이 나서. 레냐는 무척 좋아했다.


..



나와서 걸어나오다 카잔 성당 앞 벤치에 앉아 잠시 쉬었다. 분수를 보면서. 오래전 미샤가 등장하는 illuminated wall 단편은 이 장소를 배경으로 시작되어 궁전광장의 원주 아래에서 끝난다. 레냐는 작년에 내가 이 분수 앞 벤치에 앉아 그 단편 이야기를 해준걸 기억하고 있었다. 벤치에 앉는데 레냐가 '쥬쥬가 쓴 글에서 미샤랑 레냐-자기랑 이름 똑같아서 잘 기억함-가 여기서 만났어 그치. 레냐가 여기서 아이스크림 먹었어 그치?' 하고 갑자기 떠올려서 반갑고 귀여웠다.





(그 단편에서 화자인 레냐는 이 벤치 중 하나- 잘 보면 오른쪽의 분홍색 옷 입은 분 앉아 있는 저 벤치-에 앉아 책 읽고 있는 미샤와 마주친다)





분수를 보고 있는데 아까 궁전광장에 모여 있던 바이커들이 우르르 몰려 지나갔다. 네프스키 대로를 꽉 채웠고 차들이 다 멈췄다.



우리는 엘리세예프스키 상점에 가서 과자들과 케익 구경을 했다. 뭘 사지는 않았다. 그리고 버스를 타고 호텔 쪽으로 돌아왔다. 료샤는 항상 차를 가지고 다니므로 버스를 타는 일이 거의 없다. 심지어 버스 요금이 얼마인지도 모르고 있어 나랑 레냐가 '바보!' 하고 소리쳤다. (버스 요금이 작년 겨울보다 더 올라서 지금은 40루블임)



호텔 로비에서 잠시 쉬었다. 나는 석양을 보고팠지만 흐려서 실패했다. 대신 황혼녘의 모이카 운하를 좀 거닐었다. 중간에 레냐가 다리 아프다고 했다. 나도 다리가 아팠다. 오늘 많이 걸었다. 나 때문에 어린 레냐가 많이 걸어서 미안해졌다. 안아주고 싶었지만 이제 레냐는 내가 안기에는 너무 크고 무겁다. 곧 나만큼 커질 것이다. 료샤는 예전같으면 레냐를 안아주거나 업어주었겠지만 이제는 그러지 않는다. 이제 다 큰 소년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레냐도 이제 '아빠, 다리 아파 업어줘'라고 떼를 쓰지 않는다. 그냥 '다리 아프다, 좀만 쉬었으면' 이라고 말한다. 레냐는 많이 컸다...



내가 '레냐야 미안해. 내가 오랜만에 뻬쩨르 와서 산책하고 싶었는데 너무 많이 걸었나봐. 다리 많이 아프지?' 라고 묻자 레냐는 '나는 금방 안 아파져! 나는 건강해!' 하고 소리치더니 갑자기 '쥬쥬가 집에 안 갔으면 좋겠어. 그러면 맨날 이렇게 같이 걸을 수 있는데. 그러면 하루에 이렇게 많이 안 걸어도 되는데' 라고 한다. 레냐는 빵긋빵긋 웃으며 그렇게 말했는데 나는 갑자기 그 말에 눈물이 나올 것 같아서 꾹 참았다.






..




우리는 방에 돌아왔다. 레냐는 많이 걸어서 피곤했는지 침대로 기어올라가 살풋 잠이 들었고 나는 료샤와 소파에 앉아(방 업그레이드해준 거 다시 생각해도 참 좋다 ㅋㅋ) 얘기를 좀 나누었다. 감자칩과 하리보 젤리를 깔아놓고 석류 주스를 마셨다. 료샤는 맥주 마시고 싶어했지만 레냐 태우고 운전해야 하므로 나와 주스 나눠마셨다. 그는 몹시도 맥주를 마시고 싶어했다. 그래서 '에이. 여기 방 하나 잡아서 자고 갈까' 하고 정말 진지하게 고민을 하고는 정말 방을 잡았다. 아니... 여기는 무려 아스토리야 호텔인데... 운전 안하고 맥주 마시고프다는 이유로 즉석에서 방 잡아서 자고 갈 수 있는 부르주아 녀석이 부럽구나... 나는 여기 묵어보려고 환불도 안되는 가장 저렴한 요금 간신히 찾아서 그나마도 큰맘먹고 예약한 거였는데...



료샤는 나보고 오늘 얼마나 걸었는지 확인해보라고 했다. 앱을 보니 8.8킬로나 걸었다. 많이 걸었다. 나는 극장도 갔었기 때문에 료샤랑 레냐보다 더 많이 걸었던 것이다. 료샤는 나에게 몸살날지도 모르니 자라고 했다.



우리는 좀더 이야기를 나누었다. 료샤는 레냐를 살살 깨웠다. 레냐가 집에 가기 싫다고 막 울려는데(이럴땐 아직 아기 같음 ㅋㅋ) 료샤가 아래층에서 자고 갈거라고 하자 '쥬쥬도?' 하고 빵끗 웃는다 ㅋㅋ 아니야 레냐야. 나는 여기서 자고 너는 아빠랑 다른 방에서 자는 거야 ㅋㅋㅋ



료샤랑 레냐는 아래층에 자러 가고 나는 씻고 나와 오늘의 메모를 정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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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작년 12월. 페테르부르크.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 중 하나인 표트르 1세 청동기사상 앞과 네바 강변 산책하며 찍은 사진 몇장. 석양 무렵. 하지만 오후 3시 즈음이다. 겨울엔 해가 아주 빨리 진다. 여름에는 백야의 도시. 하지만 겨울에는 금방 해가 져버리는 어둠의 도시.





네바 강은 꽁꽁 얼어붙고...






보기만 해도 추워보이죠? 진짜 추움.







이렇게 꽝꽝 얼어붙은 강변을 살살 걸으며 찬 바람을 맞으며 산책을 한다.






궁전 교각 근처에 서 있는 청동사자상. 두 마리가 있다. 사진엔 한 마리만 나왔지만.







이 도시의 상징 중 하나인 페트로파블로프스크 요새의 사원 첨탑.




물과 돌의 도시. 빛과 얼음과 눈의 도시. 페테르부르크. 소련 시절 이름은 레닌그라드. 내가 사랑하는 도시. 그리고 내가 쓰고 있는 글의 주인공이 어쩌면 자기 자신보다 더 사랑하는 도시. 불과 바람으로 만들어진 아이. 물과 돌의 도시에 사로잡혀 있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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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몇년 전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 내겐 오랫동안 쓰지 않고 묻어두었던 여러 소재와 인물들이 있었다. 다시 글을 쓰려고 기억을 되살려내고 노트에 메모를 시작했던 순간만 해도 내가 페테르부르크와 미샤에게 되돌아가리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거의 당연한 듯, 혹은 마법처럼 그들이 나를 불렀다. 나는 이전에 구상했던 여러가지 플롯들과 소재들을 쭉 적어나가다 자신도 모르게 미샤의 간단한 연혁을 작성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가 나에게 왔다. 혹은, 페테르부르크가 되살아났다.


두세달 쯤 후 나는 페테르부르크로 날아갔다. 약 2년 반만에. 그리고 겨울이 아닌 페테르부르크에 다시 간 것은 5년만이었다. 그때 내가 그곳으로 간 것은 글을 다시 쓰기 위해서였던 것 같다. 그때 나는 도시를 무척 많이 돌아다녔다. 내게 친숙했던 장소와 7~80년대 레닌그라드의 미샤가 돌아다녔을법한 장소들을 이곳저곳 쏘다녔다. 그것은 이후에도 계속되었다. 이후 나는 매년 그 도시로 갔다. 운이 좋을땐 일년에 두번, 아니면 최소 한번은 갔다. 다른 아름다운 도시들 대신.


아래 발췌한 글은 트로이와 미샤가 등장하는 그 장편의 후반부 에피소드이다.


이전에 이 이야기의 바로 앞 에피소드도 발췌한 적이 있다. 이야기의 배경은 1976년 가을. 몇가지 이유로 두달간의 휴가를 받고 모스크바의 병원에서 어깨 치료를 받고 온 미샤가 트로이가 강의하는 학교(레닌그라드 국립대학교. 지금의 페테르부르크 국립대학교)로 불쑥 찾아온다. 여기서 미샤는 학교 식당 밥을 먹으며 간만에 좀 재잘거리기도 하고, 트로이는 미샤의 멋진 옷차림을 보면서 옛 추억을 떠올리기도 한다.

이 에피소드를 먼저 읽으려면 여기 : http://tveye.tistory.com/3183 (흙탕물 색깔 재킷과 기름기 많은 수프)


위의 이야기에서 이어지는 것이 이 글이다. 둘은 학교 식당에서 밥을 먹은 후 교정을 나와 네바 강변을 걷고 다리를 건너간다. 이 강변의 이름은 '대학교 강변'이란 뜻으로 '우니베르시쩻스까야 나베레즈나야'라고 불린다. 이 에피소드는 둘이 강변을 걷다가 미샤가 다리 난간에서 춤을 추고 트로이가 혼비백산하는 상황에 뭔가를 조금 더한 이야기다.


맨 위 사진은 트로이츠키 사원. 그 아래 사진은 내가 찍었던 우니베르시쩻 강변의 석조 난간과 네바 강 사진.


* 고로호바야 거리는 트로이의 아파트가 있는 곳이다.



..



작년에는 글을 거의 쓰지 못했다. 올해는 좀 달랐으면 좋겠다. 나는 미샤처럼 다리 난간 위에서 춤을 추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어떤 면에서는 나만의 방식으로 춤을 춰왔고 때로는 멈췄다. 올해는 멈추지 않았으면 한다. 그리고 이것이 내가 숨을 쉬고 나아가는 방법이다.







* 이 글을 절대로 무단 전재, 복제, 배포, 인용하지 말아주세요 *







 학교를 나와 강변으로 걸어가면서 트로이가 말했다.


 “ 얼굴은 훨씬 나아졌네. 모스크바에서 사람들 많이 만났어? ”



 “ 만났지, 의사랑 물리치료사. 아무 데도 못 갔어. 열흘 동안 요양소에 갇혀서 치료만 받았어. 주는 대로 먹고. 완전히 사육당했어. 머리까지 잘라주던데. 원장이 지나랑 다닐로프와 한통속이더라고. 외출 금지에 창문에는 쇠창살까지 쳐져 있었어. 지루해서 죽는 줄 알았어. ”



 “ 그래도 어깨는 좋아졌겠네. ”



 “ 아, 이제 다 나았어. ”



 미샤가 어깨를 유연하게 돌리며 휘파람을 불었다. 강물 위를 스치듯 날아가는 갈매기를 보더니 손에 들고 있던 흑빵 조각을 쪼개서 휙 던졌다. 새가 우악스럽게 달려들어 빵조각을 채갔다. 트로이는 고개를 저었다.



 “ 갈매기는 물고기를 먹어. ”



 “ 잘만 먹는데, 빵. ”



 “ 그래도 원래는 물고기를 먹어. ”



 “ 여긴 소련인데 뭘 기대해, 흑빵이라도 감지덕지해야지. 줄 안 서는 것만으로도. ”



 “ 넌 줄 안 서잖아. ”



 “ 그런가. 갈매기한테 그런 말 할 자격이 없는 것 같긴 하네. ”



 미샤가 석조 난간 위로 훌쩍 올라갔다. 난간 폭은 꽤 넓었고 바람도 별로 불지 않았지만 트로이는 너무 놀라서 펄쩍 뛰었다.


 “ 뭐해, 빨리 내려와! ”



 “ 왜? 설마 떨어질까봐? 이렇게 넓은데? ”



 미샤는 돌로 된 난간 위에서 몇 발짝 뛰어올랐다. 꼭 맞는 옷을 입고도 무대 위에서처럼 춤을 췄다. 빵조각을 채간 갈매기의 움직임을 그대로 모방해 추고 있다는 것을 금세 알 수 있었지만 트로이는 그 재능에 놀라거나 감명을 받을 겨를도 없었다. 그는 난간에 몸을 바짝 기댄 채 두 팔로 미샤의 허리와 골반을 감아 바닥으로 홱 끌어당겨 내렸다. 아마 안드레이 트로이츠키가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완전히 잊은 드문 경우였을 것이다. 트로이는 균형을 잡는 데는 별 재능이 없었으므로 하마터면 미샤와 함께 돌바닥에 넘어질 뻔 했다. 미샤가 재빨리 몸을 뒤로 젖히며 한 손으로 난간을 짚고 한쪽 다리로 트로이의 무릎을 떠받쳐 넘어지는 것을 막았다. 싸늘하고 약한 바람이 불어와 미샤의 머리칼이 검은 깃털처럼 공중으로 가볍게 나부꼈다. 



 
 “ 봐, 위보다 아래가 더 위험해. 넘어질 뻔 했잖아. ”


 “ 너 그 위에서 헛디뎠으면 강으로 떨어졌을 거야. ”


 “ 강이야 헤엄치면 되지만 이건 돌바닥이잖아. ”


 “ 괜찮아, 넌 내 위로 떨어졌을 테니까. ”


 “ 미쳤어? 제대로 넘어질 줄도 모르면서. 뻣뻣하기 짝이 없는 사람이. 거짓말이 아냐, 안드레이. 위보다 아래가, 강보다 바닥이 더 위험해. 넌 머리가 깨졌을 거야, 뼈가 부러졌거나. ”



 미샤는 화를 내고 있었다. 까만 눈을 뜨겁게 태우면서 입술을 떨었다. 자기는 그렇게 위험한 짓을 밥 먹듯 하는 주제에 기껏 그가 뒤로 자빠질 뻔한 것을 가지고 화를 내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았던 트로이는 그 말을 그대로 해주었다.


 미샤는 다리를 건너는 동안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에르미타주 박물관 근처로 접어들었을 때 어떤 남녀가 그를 알아보고는 사인을 해달라고 매달렸다. 미샤는 사람을 잘못 본 것 같다고 그들을 물리치고 빠른 보폭으로 길을 건넜다. 평소에는 팬들에게 친절하게 대하는 편이었으므로 트로이는 그가 정말 화가 났거나 키로프 무용수 노릇에 넌더리가 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전자일 가능성이 컸다.



 말라야 모르스카야 거리 앞까지 왔을 때 트로이는 그를 따라잡았다. 고로호바야로 가려면 이곳에서 함께 안쪽으로 접어들어야 했다.



 “ 너 어디로 갈 거야? ”


 “ 러시아 미술관. ”


 “ 벌써 다섯 시가 넘었는데 무슨 러시아 미술관. 문 닫았잖아. ”


 “ 돔 크니기. 피의 사원. 판탄카. 블라지미르 사원. 쿠즈네츠느이 시장. 스타로 칼린킨 다리... ”


 “ 생각나는 대로 주워섬기지 마. ”


 “ 신경 꺼. 전부 갈 거니까. ”




 
 트로이는 그의 팔을 낚아채 말라야 모르스카야 거리로 접어들었다. 미샤가 조금 끌려가다가 완력으로 버티며 그 자리에 멈췄다.



 “ 너 정말 왜 그래? 우리 집에 가려고 학교로 온 거 아니었어? ”


 “ 넌 머리가 깨졌을 거야, 뼈가 부러졌거나. ”



 미샤는 네바 강변에서 했던 말을 되풀이했다. 눈 아래 다시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한순간 그렇게 창백해질 수 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검은 머리가 흩어져 있는 얼굴이 루빈슈테인 병원에서 산소마스크를 쓰고 있었을 때처럼 조그맣고 하얗게 보였다.



 ‘ 전혀 나아지지 않았어. 그대로야. 좋아진 척 하고 있었을 뿐이야. 아스케로프 말이 맞아. 정신이 나갔어. ’



 트로이는 속이 울렁거리는 것을 느끼며 미샤의 팔을 움켜잡고 있던 손의 힘을 풀었다. 하지만 놔주지는 않았다. 그는 이제 미샤가 어떤 식으로 나올지 전혀 예측할 수가 없었다.



 “ 머리 좀 깨져도 안 죽어. 정말 그것 때문에 성질내고 있는 거야? 앞으로는 조심할게. 됐지? ”


 “ 나 때문에 넘어지지 마. ”



 그 말이 지나치게 낮고 부드러웠기 때문에 안드레이 트로이츠키는 칼에 찔린 듯 깊은 통증을 느끼며 미샤를 내려다보았다. 아마 완전한 어둠이 내려와 그의 곁에 그림자가 돌아와 있었다면 미샤의 그 부드러운 음성은 침실에서 속삭이는 밀어처럼 들렸을 것이다.



 트로이는 헛기침을 했다. 미샤의 손에서 가방을 빼앗아 들면서 갑작스럽게 거칠어진 음성으로 대꾸했다.



 “ 연습할 때마다 넘어지는 주제에 누구한테 그런 말을 하는지 모르겠네. 집에 가자. ”


 “ 나는 넘어져도 일어나. 넌 안 돼. 넘어지지 마. ”


 “ 내가 뻣뻣한 건 알지만 그렇게 단호하게 말하면 좀 기분 나쁜데. ”


 “ 넌 교회 첨탑이라고 했잖아. 그렇게 거대하고 우아한 것들은 한 번 넘어지면 일어나기 힘들어. 큰 나무와 비슷한 거야. 그러니까 넘어질 생각 같은 건 하지도 마. 꼼짝도 하지 마. ”




 
 지금껏 미샤가 그렇게 사적인 말을 거리에서, 그렇게 간절한 눈빛으로 속삭인 적이 없었기 때문에, 그에게 그런 표현을 쓴 적이 없었기 때문에 트로이는 현기증과 함께 지독하게 울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그는 억지로 웃었다.



 “ 태어나서 우아하다는 표현은 처음 듣는데. ”


 “ 왜? 모든 사원은 우아하고 쓸쓸해. 교회 첨탑도 마찬가지야. ”



 미샤가 움직였다. 그의 곁을 지나쳐 빠르게 걸었다. 트로이는 거대한 회색 거미처럼 긴 다리를 뻗어 그의 뒤를 쫓아갔다. 미샤는 곧장 고로호바야 거리 쪽으로 꺾었고 아파트 건물 앞에 도달했을 때에야 멈춰 섰다. 트로이가 정문을 열자 미샤는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지도 않고 계단으로 걸어 올라갔다. 여전히 가볍고 나는 듯한 발걸음이었다. 집까지 올라가는 동안 한 번도 쉬지 않았다. 아마 20년 쯤 더 나이를 먹어도 마찬가지일 것 같았다. 하지만 트로이는 20년 더 나이를 먹은 미샤 야스민을 상상할 수가 없었다. 아니, 10년조차도.


 


..



전에 이 글 쓰고 나서 미샤가 춤췄던 우니베르시쩻 강변 석조 난간과 이 이야기에 대해 짧은 메모를 쓴 적이 있다.

그 얘긴 여기 : http://tveye.tistory.com/1840 (우니베르시쩻 강변의 석조 난간)



그때 올렸던 사진이긴 한데 하여튼 미샤가 춤췄던 난간 사진 한장 더.

(이 에피소드 쓰고 나서 여기 난간 사진들 많이 찍어놨는데 그 사진들은 전부 화정 집 데스크탑에 있네...)




이것이 트로이츠키 사원. 성삼위일체를 가리키는 이름이다. 이즈마일로프 사원이라고도 불린다. 도스토예프스키가 안나 그리고리예브나와 결혼한 사원이다. 전에 한두번 쓴 적 있지만 트로이의 이름과 성은 여기서 따왔다. 트로이의 본명은 안드레이 트로이츠키인데 그 트로이츠키는 무엇보다도 이 사원의 이름, 두번째는 네바 강에 있는 트로이츠키 다리에서 가져온 것이다.


트로이츠키 다리와 트로이 이름에 대해 전에 쓴 메모는 여기 :

http://tveye.tistory.com/1746 : 트로이의 이름 유래 중 하나 : 트로이츠키 다리


트로이츠키 사원은 페테르부르크 사람들이 무척 사랑하는 아름다운 사원이다. 푸른 돔에 그려진 금빛 별이 총총 빛나고 있다. 눈에 덮여 있을때도, 석양에 반사되었을때도 얼마나 아름다운지 모른다.


트로이츠키 사원 사진 몇 장 더. 사진들은 내가 찍은 게 아니고 페테르부르크 사진 사이트에서 가져온 것들이다.







하지만 미샤의 말대로, 모든 사원은 우아하고 쓸쓸하다. 그리고 그에게 있어 트로이는 언제나 교회 첨탑 같은 존재로 남을 것이다. 혹은 그러기를 바랄 것이다.


이건 페트로파블로프스크 사원.




여기는 외곽의 다른 사원. 이름이 생각이 안 나네... 러시아는 곳곳에 작고 아름다운 정교 사원들이 많다.




화려한 네프스키 대로 너머로 카잔 성당의 돔이 보인다.




어쨌든 미샤는 춤추는 아이니까 무용수 사진 두 장으로 마무리.

아르춈 옵차렌코.



그리고 연습실의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




글에 대한 이야기는 제게 큰 힘이 됩니다 :)
그리고 제 글은 여기서만 읽어주세요. 절대로 복사하거나 가져가시거나 인용/도용하지 말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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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잘 다녀왔습니다.

약 8일 중 하늘 파랬던 날은 이틀 정도. 그 드문 날 저녁에 모이카 운하랑 네바 강변 거닐며 찍은 사진 몇장.

 

꽁꽁 얼어붙은 운하. 그래도 다리 밑은 안 얼어서 그쪽에 오리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데... 얘는 혼자 얼음 위에 떡하니 올라와서 폼잡고 있음.

얘 보고 내가 료샤한테 '너 닮았다!~' 라고 했음. 추워죽겠는데 얇은 비니에 청바지 입고 허세부리는 이 녀석이랑 어쩐지 허세 폼잡고 있는 것 같은 이 오리랑 닮았음.

 

그러자 내 친구(라고 쓰고 허세남이라 읽는다) 료샤는 '야! 하필 오리야! 독수리쯤은 돼야지!' 하고 다시 허세를 시전하였습니다.

 

난 청둥오리가 독수리보다 더 좋은데 :0

 

 

거의 얼어붙은 네바 강. 쿤스트카메라 박물관. 페트로파블로프스크 사원, 궁전 다리 풍경.

 

네바 강변 풍경. 청동사자상 멀리서.

 

그리고 청동사자상 가까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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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얼마전 페테르부르크에 갔을 때.

나는 매우 피폐해진 상태였고 남아 있는 마지막 힘을 다 짜내서 저곳으로 날아갔었다. 지금 생각하면 반쯤은 정신이 나가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도착한 다음날 블로그 이웃님인 bravebird님을 만났고 2~3일 가량 함께 페테르부르크를 산책하기도 하고 맛있는 것도 먹고 이야기도 나누었다. 고백하자면 소중한 시간이었고 저에게는 치유의 시간이었어요!!!


사진은 bravebird님과 백야의 밤중에 네바 강변을 따라 걸으며 찍은 것들.







궁전 교각과 가로등 램프 너머로 페트로파블로프스크 사원의 황금 첨탑이 아른거렸다.




그리고 우리는 궁전광장과 에르미타주를 지나 그리보예도프 운하변을 따라 걸었다. 기억하기로는 이때쯤 우리는 도스토예프스키의 백야에 대해 얘기했던 것 같다. bravebird님은 마린스키 음악홀에서 백야의 미니 오페라 버전을 보고 오셨고 나는 그 소설을 모티브로 안무한 발레작품을 내 글에 등장시킨 적이 있었다.



내가 카메라를 잘 쓸 줄 모르는데다 내 니콘이 야경에는 좀 약해서... 사진은 많이 번졌다만 내가 사실 밤중의 이런 번진 색채를 좀 좋아해서 이런 사진도 그냥 놔두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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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8. 13. 21:37

추웠을 때 사진 보면서 더위 쫓는 중 russia2016. 8. 13. 21:37

 

 

아아 더워.. 정말 너무해..

2015년 2월 페테르부르크, 추웠을 때 사진 또 몇장 투척..

얼어붙고 눈 쌓인 네바 강 풍경 몇 장. 주로 페트로파블로프스크 요새 가던 길과 요새 안에서 찍은 사진들.

 

 

 

 

 

 

 

 

 

 

 

 

 

 

 

 

이건 궁전광장에서 빠져나와 운하 쪽으로 가는 길. 길이 꽁꽁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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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위의 사진은 1980년대~90년대 초의 레닌그라드, 마린스키 극장과 그 앞을 지나가는 전차의 풍경이다. 내가 90년대 후반에 처음 갔을때도 저 전차가 다녔던 기억이 난다.

 

사진은 아직 소련 시절, 페테르부르크가 아직 레닌그라드로 불리던 시절이다. 미샤를 데리고 쓰는 본편 우주는 대부분 1970년대와 80년대 초를 배경으로 전개된다. (원래 맨처음 그라는 인물을 만들어냈을 때는 90년대가 배경이었다만.. 그땐 주인공도 미샤가 아니었지.. 그리고 그 90년대는 대체 언제 쓰게 될 것인가ㅠㅠ)

 

중단된 본편을 다시 써보려고 120페이지쯤 썼던 가브릴로프 본편을 다시 읽어보고 있다. 근데 읽어보는 것만 대체 몇번이야...

 

아래 발췌한 글은 가브릴로프 본편은 아니고, 전에 여러 차례 발췌했던 트로이가 심리적 화자로 나오는 장편의 중반부이다. 아주 짧다.

 

나에게 미샤는 언제나 레닌그라드 - 페테르부르크 아이였다. 그건 트로이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황제의 의지로 늪지대에 건설된 페테르부르크가 돌과 뼈와 유령과 환상과 안개와 피와 바람, 어둠과 빛과 물의 도시이듯 미샤와 트로이가 이 도시에 연계된 방식은 서로 다르고 동시에 또 같다.

 

 

이 소설을 쓸 때 나는 아주 바닥에 내려가 있었고 또 아주 급박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그 순간이 그립기도 하다. 지금은 역시 바닥에 있고 급박하지만 '쓸 수 있는 힘'이 딸린다. 하루하루 버티고 숨을 쉬고 나아가기 벅차서 그런가보다. 하지만 '정말로' 숨을 쉬고 나아가기 위해서는 다시 글을 쓸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정말로' 나아질 것이고 '정말로' 위로 올라가게 될 것이다.

 

 

 

 

* 이 글을 절대로 무단 전재, 복제, 배포, 인용하지 말아주세요 *

 

 

 

 

 지나이다와 한 아파트에 살기 시작한 이래 미샤는 일 년이 넘도록 그 집에서 제대로 된 밤을 보내지 않았다. 트로이는 그가 그런 식으로 살다가는 건강을 해칠 거라고 생각했고 그냥 자기 집에 들어와 살라고 했다. 미샤는 옷이나 책, 음반 등 자기 짐 일부를 갖다놓았고 자주 와서 자고 갔지만 그렇다고 그의 제안을 완전히 받아들인 것도 아니었다.

 

 

 미샤에게는 산짐승 같은 특성이 있었다. 한곳에 얌전히 머물러 있지를 못했다. 시간이 날 때마다 같은 레닌그라드 토박이인 트로이조차도 알지 못하는 도시 뒷골목들 여기저기를 밤낮으로 헤매 다녔다. 학창 시절 툭하면 기숙사를 빠져나가고 새벽에 창문으로 기어들어가던 습관도 그런 성격 때문인 것 같았다. 그건 해외 투어를 갔을 때도 변함이 없어서 감시요원들이 따라다니는 데도 불구하고 수차례 숙소를 빠져나가거나 집단에서 이탈하곤 했다. 74년 겨울 베를린 투어에서는 대사관 연말 파티에 불참하고 퇴폐적인 락 밴드들의 공연을 보러 가버렸다가 현지 KGB 지부에 소환되었다. 충격을 받은 다닐로프는 그에게 두 달 간의 감봉 징계를 내린 후 이듬해 여름의 런던 공연에서 그를 빼버렸다. 그래도 미샤는 별로 실망하거나 화를 내지 않았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계속해서 분방하게 쏘다녔고 알게 모르게 이탈을 반복했다. 하지만 공연과 리허설을 비롯해 춤과 관련된 일이라면 결코 이탈하는 일이 없었다. 그는 아주 열성적인 무용수였다. 끝없이 연습하고 새로운 것을 시도했다. 관객들의 사랑은 일시적인 것이 아니었다. 그는 극장의 간판스타가 되었다.

 

 

 아마도 미샤의 실력과 재능이 아니었다면 다닐로프는 그 문제아를 내쫓고도 남았을 것이다. 하지만 다닐로프도 아사예프도 그 천재적인 젊은 애를 볼쇼이에 빼앗기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었다. 다닐로프가 폭발할 때마다 아사예프는 골칫거리라도 ‘우리’ 골칫거리인 편이 낫다고 투덜댔다.

 

 

 가끔 한밤중에 미샤가 차가운 바깥 공기를 휘감고 불쑥 들어와 공부하는 그의 곁을 스쳐 지나갈 때나 침대 위로 기어 올라와 그의 목에 두 팔을 감았을 때 트로이는 질 나쁜 코롱이나 싸구려 독주 냄새, 코를 찌르는 듯한 담배 연기 냄새를 맡았다. 무엇보다도 낯선 남자들의 체취를 맡았다. 팬들이 선물해준 좋은 향수를 쓰고 술도 별로 마시지 않으며 담배라면 세 개비 이상 피우지도 않는 인물에게서 그런 냄새가 안개처럼 끼쳐올 때마다 트로이는 그 숲고양이 같은 애를 잡아 흔들며 상대에 대해 묻고 싶었다. 누구와 함께 뒹굴었는지, 어떤 놈들에게 그에게 준 것과 다름없는 키스와 애무를 흩뿌리고 다녔는지 추궁하고 싶었다. 그런 밤이면 그는 자기도 모르게 운하와 네바 강을 생각했다. 깊은 바닥으로 흘러드는 검은 물을.

 

 

 

 

..

 

 

 

트로이가 심리적 화자로 등장하는 이 장편의 일부는 이 about writing 폴더에 꽤 여러번 발췌한 적이 있다. 꽤 장편이라 내킬 때마다 아주 일부를 시간 순서 없이 토막토막 올려놓은 것이긴 하지만 그 파편들에도 전체의 정서는 어느 정도 남아 있다. 그 링크들은 아래.

 

눈보라 속에서 길을 건너는 트로이와 미샤 : http://tveye.tistory.com/4421

냉동 옥수수와 썰매, 커피 : http://tveye.tistory.com/4206

리가에 간 미샤와 트로이 : http://tveye.tistory.com/4156

썰매를 타러 간 미샤와 트로이 : http://tveye.tistory.com/4050

물 속에서 글쓰기 : http://tveye.tistory.com/3985

표절에 대해, 춤추는 푸쉬킨에 대해 트로이와 이고리가 나눈 대화 : http://tveye.tistory.com/3825

모스크바로 가는 길 : http://tveye.tistory.com/3759

미샤의 첫번째 시즌, 돈키호테, 축구팀과 군대 : http://tveye.tistory.com/3594

흙탕물 색깔 재킷과 기름기 많은 수프 : http://tveye.tistory.com/3183

알브레히트로 데뷔한 미샤 : http://tveye.tistory.com/3128

릴렌카와 메밀죽 이야기 : http://tveye.tistory.com/2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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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에 대한 이야기는 제게 큰 힘이 됩니다 :)

그리고 제 글은 여기서만 읽어주세요. 절대로 복사하거나 가져가시거나 인용/도용하지 말아주세요.

 

 

 

..

 

 

레닌그라드-페테르부르크 사진 몇장. 페테르부르크에 자주 가는 편이고 갈때마다 쏘다니며 사진도 찍지만 다른 사람들이 찍은 사진들도 많이 모은다. 특히 7-80년대 레닌그라드 사진들은 글을 쓸때 도움도 된다. 당시의 풍경을 복제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당시의 공기를 상상하기 위해서.

 

 

 

 

1983년, 네프스키 거리.

왼편 하단에 보면 러시아어로 '레닌그라드'라는 도시 표지가 보인다.

 

 

 

이건 요즘 사진이다만.. 거의 사라진 레닌 동상이 어딘가 남아 있는 모양이다. 그림자가 절묘해서 어쩐지 레닌그라드 생각이 나서 갈무리해두었다.

 

 

 

 

이곳은 내가 산책하기 좋아하는 길 중 하나. 네바 강변으로 나오는 길이다. 강 건너로 페트로파블로프스크 사원의 황금빛 첨탑이 보인다. 빛과 어둠, 그림자와 바람, 네바 강의 검고 푸른 물. 레닌그라드. 페테르부르크. 미샤의 도시. 그리고 내가 어쩌면 서울보다 더 사랑하는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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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6. 3. 17. 11:22

눈과 얼음, 사원과 그림자 russia2016. 3. 17. 11:22

 

 

페테르부르크, 네바 강변의 스뜨렐까에서 찍은 사진. 2015년 2월.

꽁꽁 얼어붙은 네바 강 너머로 페트로파블로프스크 요새의 금빛 사원이 보인다.

 

..

 

오늘 너무 피곤하다.. 해야 할 일도 많은데 어떻게 버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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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5. 11. 3. 21:31

빛, 그림자, 구름, 석양 russia2015. 11. 3. 21:31

 

 

2015년 7월, 페테르부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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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추석 연휴가 끝나고 출근했더니 잠도 모자라고 피곤하고 집중도 잘 안되고 정신이 없다. 언제 쉬었냐는 듯 다시 주말만을 기다리고 있음..

 

마음의 위안을 위해 여름에 페테르부르크에서 찍은 사진 몇장. 올 여름은 페테르부르크도 기록적으로 추워서 내가 갔을 때도 비오고 바람불고 9월 중순~하순 그 동네 날씨였는데 다행히 가기 전날 날씨가 이렇게 화창해지고 기온도 올라갔다. 그래서 페트로파블로프스크 요새의 강변에는 일광욕하러 나온 사람들도 무척 많았다.

 

료샤와 레냐랑 요새 산책하면서 찍은 사진 몇 장.

 

 

 

 

 

 

 

산책 마치고 돌아나오다가.. 마침 2시라 종이 울리기 시작했다. 페트로파블로프스크 사원의 명종곡은 매우 아름답다. 잠시 돌바닥에 앉아서 아름답게 울려퍼지는 종소리를 들었다. 행복했다.

 

.. 저 크록스 샌들을 줄창 신고 다녔더니 무지 편하긴 했지만... 발등에 선크림 바르는 걸 까먹어서 나중에 보니 줄무늬 모양으로 타버렸다... 다른 데는 열심히 발랐는데 발등을 까먹었어 ㅠㅠ

 

 

 

 

 

지난번에 여기 갔다가 카페에서 쉬면서 이때 찍은 핸드폰 사진을 올린 적이 있긴 하다만.. (http://tveye.tistory.com/3901)

그건 폰카라 화질이 떨어지므로 카메라로 찍은 사진도 여기 올림.

 

 

 

종소리 듣고서 돌아나오면서...

 

 

 

요새로 통하는 나무 다리 건너다가.. 아래를 보고 오리가 있어서 반가워하며.. 이쪽에 새들이 무지무지 많이 온다. 오리, 갈매기, 비둘기, 잘 모르는 새들~

 

 

여기는 비둘기들이 모여 있었다...

 

 

 

강을 바라보며 이렇게 호젓하게 둘만의 시간을 보내는 커플도 있고...

 

 

다리 건너와서 페트로파블로프스크 사원과 요새를 향해 인사하는 중. 안녕, 또 올게요!

 

... 흑, 또 가고 싶다! 현실은 사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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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5. 8. 19. 21:07

황금빛 푸른빛 러시아 사원 쿠폴들 russia2015. 8. 19. 21:07

 

 

페테르부르크를 거닐다 보면 아름다운 사원들이 참 많다.

 

이번에 갔을 때 찍어온 내가 좋아하는 사원 쿠폴 사진들 몇 장. 쿠폴은 정교 사원의 동그란 돔을 가리키는 단어다. 양파 모양으로 동그랗다고 해서 쿠폴이란 이름이 유래됐다고 한다.

 

위의 사진은 페트로파블로프스크 사원.

 

 

 

이건 카잔 성당.

 

 

 

페테르부르크에서 제일 유명한 사원이라면 이삭 성당을 드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래도 풍경 엽서에 제일 많이 등장하는 건 역시 이 스파스 나 크로비 사원(피의 구세주 사원)

 

이거랑 모스크바의 바실리 사원이랑 헷갈려 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크레믈린의 바실리 사원(테트리스에 나온다)은 붉은색 계열이고 스파스 나 크로비 사원은 금색과 푸른색 계열이다. (모스크바와 페테르부르크를 나타내는 색깔도 거의 그렇다)

 

스파스 나 크로비 사원 사진은 전에도 전경을 여러번 올렸으니 태그를 클릭하면 볼 수 있다.

 

그럼 이 사원 쿠폴들 사진 몇 장~

 

 

 

 

 

 

 

 

 

마지막으로는 이삭 성당 :)

페테르부르크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었는데 요즘은 하도 도시 개발을 해대서 더 높은 게 생겼는지 모르겠다. 예전만 해도 이삭 성당보다 높은 건물은 못 짓게 했는데...) 저 황금빛 돔은 실제 황금을 녹여 만든 지붕이다. 엄청 많이 들어갔다고 함. 정확한 숫자는 지금 기억이 안 나네.. 찾아보려니 귀찮다. 하여튼 황금이 많이 들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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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5. 8. 18. 20:49

하얗고 거대한 구름 아래 부유하는 도시 russia2015. 8. 18. 20:49

 

 

이건 지난 7월 24일.

 

구름이 많이 낀 날씨였다. 네바 강변 따라 산책하면서 찍은 사진 몇 장. 페테르부르크는 바람도 많이 불고 구름도 워낙 많은데다 하늘이 낮아서 걷다보면 구름이 정말 가깝게 느껴진다.

 

거대한 구름. 네바 강. 궁전 다리. 건너편의 페트로파블로프스크 사원 첨탑.

 

 

 

 

 

 

 

 

 

네바 강변의 유명한 청동 사자상.

 

사자야, 구름 보고 있니?

 

 

 

보너스로 카잔 성당과 분수 사진.

 

저 카잔 성당 분수는 내가 쓰고 있는 미샤에 대한 이야기들 중 가장 첫번째 단편이었던 illuminated wall의 주요 배경으로 등장한다. 저 분수 앞 벤치는 주인공 미샤의 비밀 장소 중 하나이다. 그 글과 카잔 성당 분수 이미지들은 이전에 writing 폴더에 올린 적이 있다. 링크는 여기 : http://tveye.tistory.com/33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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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5. 8. 15. 20:49

눈과 얼음의 나라 러시아 사진 몇 장 더 russia2015. 8. 15. 20:49

 

 

오늘은 사우나처럼 덥고 답답한 날씨였다.

어제에 이어 더위 퇴치용으로 지난 2월에 페테르부르크에서 찍었던 추웠던 날 사진들 몇 장. 대부분 페트로파블로프스크 요새에 갔을 때 찍은 것.

 

먼저 갈매기~

 

 

 

 

 

 

네바 강은 꽁꽁..

 

 

페트로파블로프스크 요새 산책하다가.. 담장 너머로 보이는 페트로파블로프스크 사원의 황금 첨탑.. 추웠지만 맑고 화창한 날씨라서 사원이 더욱 아름다웠다.

 

 

 

요새에서 나와서 스뜨렐까 쪽으로 걸어올라옴, 공원 너머로 저 멀리 에르미타주가 보인다.

 

 

 

이제 그리보예도프 운하 쪽으로 걸어올라가는 중... 운하는 꽁꽁.. 새들도 옹기종기..

 

 

 

운하 저 너머로 미하일로프스키 성이 보인다.

 

여름아 빨리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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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5. 7. 11. 21:59

추운 동네 보면서 더위 좀 쫓자 russia2015. 7. 11. 21:59

 

 

사우나 같은 날씨 때문에 참 괴로운 여름날이다.

추웠던 때 사진 보면서 조금이라도 더위를 달래보는 중. 지난 2월 페테르부르크 갔을 때 찍은 사진 몇장.

이건 모이카 운하. 눈 꽁꽁~

 

 

 

역시 모이카.

 

 

 

이제부터는 얼어붙은 네바 강.

가운데는 이렇게 얼음이 깨져 있었다. 가운데로 보이는 건 페트로파블로프스크 요새와 페트로파블로프스크 사원.

 

 

 

더워서 그런지 얼음이 전부 빙수로 보인다...

 

 

 

 

 

 

 

마지막은 갈매기 한 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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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5. 6. 4. 21:08

페트로파블로프스크 사원의 황금빛 돔 russia2015. 6. 4. 21:08

 

 

지난 2월 17일. 페테르부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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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지난 2월, 페테르부르크.

추운 겨울이었지만 그래도 정말 추운 한겨울은 지난 후여서 네바 강의 얼음도 군데군데 녹았고 파란 강물이 흐르는 모습도 조금씩 볼 수 있었다. 그때 찍었던 얼어붙은 네바 강과 그 위로 쌓인 눈, 그리고 유빙과 파란 강물 사진들 몇 장. 전에도 이때 풍경 몇번 올린 적 있다. 오늘은 주로 얼음 깨진 모습들 위주~

 

먼저 유빙이 안 보이는 사진부터. 스뜨렐까(활의 호 모양으로 뻗어내린 산책로이다)에서 찍은 네바 강과 페트로파블로프스크 요새와 사원.

 

 

 

 

저 배는 일종의 미니 쇄빙선 같았다. 배가 지나가자 그 뒤로 얼음이 깨지는 것 같았다. 그런데 또 지금 생각하니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썰매처럼 지나갔나?? 그때 보면서는 전자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부터는 스뜨렐까에 갔다가 페트로파블로프스크 요새로 걸어가면서, 혹은 요새 앞 강가에서, 혹은 돌아오면서 찍은 사진들.

 

 

 

 

얼어붙은 강 위로 나가지 말라는 표지판이 그렇게 많이 붙어 있지만 보란듯이 여기저기 발자국들..

 

 

 

 

 

맞은편에 보이는 기다란 건물이 에르미타주 박물관이다.

 

 

 

이건 다리 건너가면서 교각 난간 사이로 (무서움을 무릅쓰고) 찍은 것. 이렇게 얼음 깨진 부분도 있고 유빙도 흘러다니고.. 으어 무서워...

 

 

 

꺅..

근데 또 마음 한구석으로는 빙수 생각도 났음...

 

 

 

그러니까 얼어붙은 강 위로 나가면 위험하다고요!

전에 올렸던 서무 시리즈 9편 '눈보라와 패딩코트'(http://tveye.tistory.com/3524)에서도 이런 풍경을 생각하며 썼다. 그거 맞다, 베르닌과 왕재수가 얼어붙은 강 건너다가 풍덩 빠졌던 거.. (미안하다 얘들아)

 

 

 

 

 

에르미타주 박물관 클로즈업..

가까이서 보면 이렇게 얼음 녹은 부분이 꽤 넓게 퍼져 있다. 날이 원체 쨍해서 강물이 더욱 더 시리도록 파래 보였다.

 

 

 

 

 

 

 

얼음 동동동..

잘 보면 얼음 위에는 갈매기도 앉아 있고 오리도 앉아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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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5. 5. 4. 21:20

마음의 위안을 위해 russia2015. 5. 4. 21:20

 

 

우울한 하루였다.

우울함과 약간의 불안감을 달랠 겸, 마음의 위안을 위해 지난 2월 페테르부르크에 갔을 때 찍은 사진 두 장.

페트로파블로프스크 요새 안으로 들어가서. 페트로파블로프스크 사원의 황금빛 돔과 십자가. 그리고 조각상.

 

 

 

이날은 영하 17도였다. 아주 추웠지만 햇살이 쨍한 날이었다. 요새 안으로 들어가자 바닥에 쌓인 눈이 반질반질하게 얼어붙어 스케이트장이나 다름없었다. 나는 넘어질까봐 조심조심 걸었지만 아이들은 신나게 미끄러지며 놀았다.

 

예쁜 아이들이었다. 노는 걸 보니 형제 같았다. 얼굴 안 나왔으니 올려본다.. 작은 아이는 함께 산책하고 있었던 레냐 또래였다. 그래서 레냐가 자기도 저렇게 놀고 싶어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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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5. 4. 29. 15:53

부드러운 빛에 잠긴 페테르부르크 russia2015. 4. 29. 15:53

 

 

오늘은 내내 비가 온다. 더운 것보단 낫지만 퇴근할 땐 그쳤으면 좋겠다.

비오니까 맑은 날씨의 페테르부르크 사진 몇 장.

이건 2013년 9월에 갔을 때 찍은 사진들이다.

원로원 광장, 가운데 멀리 청동기사상이 보인다 :) 여기는 내가 페테르부르크에서 가장 사랑하는 장소 중 하나다.

 

 

 

 

 

원로원 광장에서 에르미타주 박물관까지 이어지는 네바 강변의 도로와 공원.

 

 

연두색과 초록색 잎사귀들 사이로 빛이 일렁이는 광경은 정말 좋다. 언제 봐도 좋다.

 

 

 

잎사귀 사진만 잔뜩 있었으니 마지막은 보너스로 네바 강 사진.

구름이 뭉게뭉게~

구름 때문에 네바 강은 짙은 코발트 블루로 보였다. 물결도 넘실넘실..

왼편부터 쿤스트카메라 건물. 그리고 등대. 궁전 다리. 맨 오른쪽에 보이는 첨탑은 페트로파블로스크 사원 첨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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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17일. 페트로파블로프스크 요새.

매우 춥고 맑은 날이었다. 요새 안을 산책하며 찍은 사진들 중 빛과 그림자가 함께 있는 사진 몇 장.

 

 

 

 

 

 

 

 

 

 

 

 

아주 피곤하고 바쁘기 이를 데 없는 월요일이다. 너무 바쁘다... 대충 도시락 먹고 점심 시간에도 일하는 중.. 잠깐 이때 사진 보면서 눈이라도 휴식해본다.. 이제 다시 일해야지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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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4. 6. 09:22

얼음과 눈으로 뒤덮인 네바 강 russia2015. 4. 6. 09:22

 

 

피곤한 월요일 아침. 2월 페테르부르크 사진 세 장으로 잠시 눈 푸는 중.

꽁꽁 얼어붙은 네바 강. 왼편 멀리 이삭 성당 실루엣이 보인다. 강 위로 사람들이 지나다니고 있다. 이 날은 료샤랑 레냐랑 셋이 페트로파블로프스크 요새에 산책 갔다. 걸어가면서 찍은 사진.

 

 

 

왼편으로 보이는 쿠폴은 스파스 나 크로비 사원, 오른편 건물은 에르미타주.

 

 

 

쭈욱 걸어 페트로파블로프스크 요새 앞까지 도착했다. 다리 건너 들어가기 전에 사진 한 장 :)

맑은 날이면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저렇게 휘황하게 빛나는 사원 첨탑이 근사하다. 멀리서 찍어서 잘 안 나왔지만 첨탑 꼭대기에는 천사상이 있다.

 

.. 그럼 힘을 내서 일해야지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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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추웠지만 하늘이 파랬다. 한낮에 료샤와 레냐와 함께 페트로파블로프스크 요새 쪽으로 산책 갔었다. 갔다가 얘네 집에 가서 카레와 미역국과 쌀밥, 부드러운 계란찜, 간장을 쓴 포근포근한 감자양파조림과 불고기를 만들어 주었다. 대성공 :)

 

레냐는 밥이 너무 맛있었던 나머지 한국에 가서 살고 싶다고 했다. 그래, 남편이 아내 따라 와서 살아야지 ㅋㅋ 이렇게 나의 요리솜씨로 7세의 약혼자를 옭아매는 데 성공! 료샤가 부러워하더니... 한국에서는 원래 시부모 모시고 사는 거 아니냐면서 자기도 따라오겠다고 한다 ㅋㅋ

 

일요일에 만났을 때 곶감과 초콜릿과 양갱을 풀었다. 레냐가 제일 좋아한 것은.. 의외로 양갱이었다!! 깜놀! 양갱이 곶감보다 초콜릿보다 더 맛있다면서 더 달라고 아우성이었다. 근데 양갱은 내가 장난기가 동해 가져간 거라.. 두개 밖에 안 가져갔었는데 ㅠㅠ 미안해 레냐야 양갱 더 없어...

 

곶감은 료샤가 엄청나게 좋아했다. 레냐는 첨에 시꺼멓다고 안 먹으려 했다. 호랑이와 꼬깜의 그 꼬깜이라 해주자 레냐는 어려서 그런지 꼬깜이 맛있다는 건 까먹고 호랑이가 도망갔다는 것만 기억나는지 '무서워! 무서운 거잖아!'라고 찡찡댔다. 료샤가 곶감을 홀랑 먹더니 너무 맛있다 해서 레냐도 먹어보았다. 좋아했다. 맛있다고 했다. 그러나 양갱이 더 좋다나... 곶감은 모두 료샤가 가져갔다 ㅋㅋ 얘 웃기다.

 

 

 

페트로파블로프스크 요새 산책하다가..

 

꽝꽝 얼어붙은 네바 강. 어디까지가 강이고 어디까지가 강변인지 모호하다. 강변에 이렇게..

'얼음 위로 나가는 거 금지!'라고 표지판이 서 있지만... 다들 나몰라라 하고 얼어붙은 강으로 나가 산책하고 있다..

 

 

 

 

이 사람은 얼음 낚시 중..

 

 

발자국도 잔뜩~

 

나도 옛날에 여기서 지낼 땐 친구랑 겨울에 얼어붙은 네바 강 건너갔었는데.. 난 무서워했지만 친구는 좋아했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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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10. 21. 21:52

페트로파블로프스크 사원의 황금빛 첨탑 russia2014. 10. 21. 21:52

 

 

페테르부르크에 가서 기념엽서를 사면 꼭 등장하는 풍경 중 하나. 바로 이 광경. 네바 강과 페트로파블로프스크 요새, 그리고 사원의 황금빛 첨탑. 사진이 작아서 잘 안 보이지만 저 첨탑 꼭대기의 아름다운 천사상.

 

뭐 전에도 몇 번 얘기한 적 있지만 이 요새 내에 제국 시절 정치범 수용소가 있었고 도스토예프스키도 페트라셰프스키 서클 사건으로 체포되어 여기 수감되었다.

 

정오가 되면 이 요새에서 대포를 빵 쏜다. 알면서도 가끔 네바 강 걷다가 꽝 소리 들으면 깜짝깜짝 놀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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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8. 13. 21:23

백야의 페테르부르크, 자정 직전 russia2014. 8. 13. 21:23

 

 

 

백야 무렵만큼 페테르부르크가 '빛과 물의 도시'라는 수식이 잘 어울리는 때는 없다.

 

물론 이 도시는 동시에 바람과 돌의 도시이며 환영과 악마의 도시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순간만큼은, 온전히 빛과 물의 도시로 남는다.

 

네바 강변.

 

 

 

 

 

 

 

 

페트로파블로프스크 요새와 사원의 황금 첨탑, 그리고 꼭대기 천사상의 실루엣이 보인다.

 

 

 

그리고 두 개의 등대도.

 

 

 

 

궁전 다리(드보르쪼브이 모스뜨)도 보인다. 새벽 2시가 넘으면 이 다리가 반으로 갈라지면서 쫙 들린다. 다리가 들리는 장면은 페테르부르크 엽서들 중 가장 유명한 풍경 중 하나다. 그런데 나는 게으른데다 잠을 참을 수 없어 새벽에 나와 다리 들리는 사진을 찍는 것은 포기했다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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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말. 페테르부르크.

 

니콘이 무거워서 후지 x20을 들고 나갔었는데 이 카메라 산지 얼마 안됐을때라 필터 버튼 맞춰놓고 까먹어서 이때 찍은 사진들은 전부 이런 필터가 들어갔다. 미니어처 필터라고 되어 있는데 나름대로 예쁘긴 하지만 나는 원래 별 왜곡이 없고 쨍한 사진들을 좋아하는 편이라 나중에는 다시 니콘으로 돌아갔었다.

 

어쨌든. 필터 덕에 좀 몽환적으로 왜곡된 네바 강변 풍경. 오른편의 청록색 건물은 쿤스트카메라.

 

 

 

궁전 다리가 보인다. 오른편 황금빛 첨탑은 바로 페트로파블로프스크 요새의 사원. 그리고 왼편에는 붉은 등대가 보인다.

 

 

 

이건 모이카 운하.

 

 

 

말라야 코뉴셴나야 거리. 가운데에 작가 고골의 동상이 보인다.

 

이 거리 이름이 맨날 헷갈린다. 말라야 코뉴셴나야 거리인지 발샤야 코뉴셴나야 거리인지.. 두 거리가 다 있어서..

 

(말라야는 작다는 뜻의 형용사 여성형, 발샤야는 크다는 뜻 형용사의 여성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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