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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10. 20. 01:39

토요일 오후 엘스카 2024 riga_vilnius2024. 10. 20. 01:39




오전에 머리도 아프고 졸려서 너무너무 엘스카에 가고팠지만 며칠간의 경험으로 유추해보니 브런치를 먹는 11-1시 사이는 자리가 없고 바글바글, 햇살이 완연해지는 1시 이후엔 다들 야외로 나가기 바빠 안이 한적할 것 같았다. 그래서 꾹 참고 아침에 필리에스 거리(그러다 추워서 에스케다르 커피 바에 들어감. 거기서도 엘스카를 그리워함), 이후 보키에치우에서 롤과 미소로 점심을 먹은 후 이딸랄라와 후라칸을 모른척 뒤로 하고 엘스카로 갔다. 우와, 나의 유추대로 내부가 아주 한적했다! 1층도 다 비어 있고... 그래도 내가 좋아하는 위의 무지개 자리 가서 앉음.



한적해서 전에 찍지 못한 방향 사진도 몇장 찍음. 빛이 너무 이쁘다. 저 don't ask why 자리에도 앉아보고픈데(1층이 정면으로 내려다보이는 자리) 내가 들어올땐 항상 차 있어서 못 앉음. 일단 자리잡고 나면 옮기기 귀찮음...








여기가 1층 자리. 해가 잘 들어서 인기많은 자리라 비어 있는 거 오늘 첨 봄.






이건 여럿이 앉는 높은 테이블. 귀퉁이에 내가 시킨 라임크림케익 올려봄.



이게 땅콩버터, 망고, 라임 3가지인데(다 비건) 오늘 마지막 라임까지 먹어봄... 맛은 제일 떨어짐 ㅠㅠ 얼그레이랑 같이 먹었더니 꼭 민트초코 먹는 것처럼 양치질하는 느낌... 이 케익 시리즈와 브라우니 외엔 디저트가 없는데 브라우니 시키려다 보니 그것도 비건이었다... 어차피 다 비건이면 땅콩, 망고 케익은 나쁘지 않았으니 이걸 먹자고 생각... 브라우니 먹을걸.








1층 맨 안쪽.







스트루가츠키 형제 소설 몇페이지씩 계속 읽음. 암울해 흑... 근데 주인공 소설가 아저씨의 모델이 블라지미르 브이소츠키라는 얘기를 위키에서 읽고 흥미로워하고 있음.









내가 앉은 자리. 쿠야가 다 차지 ㅎㅎㅎ







창가에도 앉아보고







무지개 테이블 쪽 창가에도 앉아봄







쿠야 : 토끼야, 여기 좋긴 한데 나 다른 데도 구경시켜줘야지. 여긴 왔던 데잖아.



... 맨날 오고픈데 어제는 꾹 참고 안 갔던 건데ㅠㅠ








3시쯤 나왔다. 볕을 쬐는 사람들로 가득~



흑흑 햇살 내일까지만 난댔어 엉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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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24. 10. 19. 20:38

추울 때 들어가는 에스케다르 2024 riga_vilnius2024. 10. 19. 20:38





도착 다음날엔가 가장 기본 코스인 게디미나스-대성당광장-필리에스거리로 갔을때 너무 우중충하도 추워서 이 에스케다르 커피 바에 들어가 이상하게 코코넛향이 나는 말차라떼를 마시고 나왔던 적이 있다. 이 카페는 내 취향이라기엔 춥고 또 고풍스런 내부와 강렬한 그림들, 조화 화분들의 혼종 스타일이 딱 들어맞진 않아서 이후 다시 갈 마음은 안 들었는데 오늘 필리에스 거리에 나왔다가 추워서 다시 급히 들어옴. 필리에스 거리가 좀 응달인가... 올때마다 춥지ㅠㅠ 오전에 와서 그런가...








지난번 앉은 자리 맞은편에 앉았다. 그랬는데 이 자리는 의자, 거대 램프 등으로 시야가 가려지는 게 많아서 그리 좋은 선택은 아니었음.












멍해진 쿠야.







차를 안 마시고 나와서 춥고 머리가 아팠는데 여기는 디저트가 별로 없어서 플랫 화이트를 시켜봄. 여기도 좀 썼지만 무적 테이스트 맵보다는 연했다.






결국 설탕을 넣음. 여기는 봉지설탕 없고 카운터에 설탕단지가 있어서 거기서 각자 퍼서 넣게 되어 있음







역시 사라지게 된 라떼아트










쿠야의 두리번두리번...










여기는 내가 싫어하는 스타일의 잔이라 맘엔 안드는데 이 잔은 한쪽에 움푹 들어간 곳이 있어 여길 잡고 마시라는 디자인인가 싶었다. 이놈은 조금 귀여웠다. 근데 손잡이 없어서 잔이 뜨거워요ㅠㅠ



커피는 3분의1쯤 남김. 다음 카페들을 생각해서.







첨엔 한적했으나 인기많은 카페라 곧 사람들이 차기 시작했다. 나는 30여분 정도 앉아 몸을 녹이고 책을 두어페이지 읽고 일어섰다.

 

 

** 추가 : 저 커피잔을 보고 영원한 휴가님이 '에스케다르 배꼽 커피잔!' 이라고 하셔서 나는 그게 이 잔 이름인 줄 알고 '아 그렇게 부르는구나 이름이 있구나' 하고 끄덕끄덕했다. 생긴 걸 보고 즉석에서 말씀하신 거였음 :) 근데 배꼽잔 잘 어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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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24. 10. 19. 04:04

말차토닉, 후라칸 2024 riga_vilnius2024. 10. 19. 04:04

 

 

 

날씨가 너무 좋아서 그냥 숙소로 돌아가기 아쉬워 좀 쏘다니다가 게디미나스 대로와 토토리우 거리 교차점에 있는 후라칸 커피에 들어가보니 오늘은 자리가 많았다(어제는 만석이었음) 그래서 또 여기에도 들어갔다. 역시 비올 때보다 날씨 좋을 때가 더 예쁘다. 

 

 

재작년 여행 후 이 후라칸 커피 인스타를 팔로우하고 있는데 이 체인은 사진에 참 진심이다. 멋진 클로즈업 사진들을 많이 올린다. 그래서 혹하게 된다. 잔도 은근히 예쁜 걸 많이 쓴다. 체인인데 섬세하다. 그래서 카페인은 스타벅스, 후라칸은 스타벅스 리저브 매장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별다방 리저브보다 여기가 더 이쁘고 섬세함. 

 

 

이미 오늘 무적 테이스트 맵의 사약 같은 플랫 화이트, 알고보니 에스프레소 샷이 들어갔던 이딸랄라의 더티 차이 라떼를 마셨기 때문에 카페인과 음료 용량 한계치였지만 레모네이드는 배가 불러서 마시기가 싫었기 때문에 전에 여기 인스타 사진에서 보고 '이쁘다'고 생각했던 말차 토닉이라는 것을 시켜보았다. 에스프레소 토닉(으로 추정되는)을 영원한 휴가님이 마시는 것을 보고(같이 있을 때 마셨는지 블로그에서 봤는지도 가물가물 아아 커피바보인 나) '토닉이 들어가면 무슨 맛일까?' 궁금했는데...

 

 

오늘 나는 알게 되었다. 으앙 토닉워터 넣으니까 맛이 시구나 ㅠㅠ 쓴 말차에 신맛 추가. 이것을 과연 무슨 맛으로 마시는지 모르겠다, 그냥 이쁘기만 하다... 라고 슬퍼함. 후라칸의 멋진 사진에 낚였음. 흑흑, 그래서 나도 후라칸처럼 좋은 dslr 렌즈는 아니지만 오래된 아이폰xs로 나름대로 이쁜 사진을 찍어주고... 이것은 조금밖에 못 마시고 남겼습니다. 하여튼 여기서도 앉아서 책을 좀 읽다가 들어왔다. 담에 여기 오면 역시 차를 마셔야겠어. 아마 내가 이것저것 섞인 맛을 좋아하지 않아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비빔밥도 별로 안 좋아하고 빙수도 안 섞어먹음. 

 

 

 

 

 

 

근데 정말 이쁘긴 하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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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24. 10. 19. 03:37

무적 테이스트 맵 2024 riga_vilnius2024. 10. 19. 03:37

 

 

 

빌니우스에서 가장 커피가 맛있는 카페는 어디인가라는 질문에 정답이야 없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테이스트 맵을 꼽는다고 한다. 영원한 휴가님도 여기 커피가 확실히 맛있다고 하셨다. 재작년에 왔을 때도 여기를 추천해주셨는데 여기가 관광지에서는 좀 떨어져 있다 보니 그때는 들르지 못했고 이번에 도착해서는 며칠 안되어 택시를 타고 가봤었다. 커피가 유명한 곳이라고 하여 카푸치노를 마셔봤었는데 '악 나한테는 역시 쓰다!' 하며 설탕을 투하했었다. 커피의 맛도 강한데다 그날 날씨가 워낙 우중충했고 일요일이라 테이스트 맵은 손님들로 넘쳐났기 때문에 나는 '아아 여기는 나 같은 어린이입맛은 발붙이기 어려운 커피 엘리트들의 카페다' 라는 생각을 품은 채 아무 기대 없이 거리와 공원을 가로질러 내려가 엘스카를 발견하게 되었다. 

 

 

거의 2주만에 테이스트 맵에 다시 가보았다. 오늘 날씨가 좋았고 오전에 재도전해볼 마음이 생겼다. 게다가 나에게는 이제 비장의 무기 교통카드가! 숙소 근처에서 트롤리버스 12번을 타고 3정거장을 가서 콘스탄틴과 미하일 성당 앞에서 내려 몇분 정도 걸어가니 테이스트 맵이 나타났다. 날씨 좋을 때는 완전히 달라보였다! 게다가 금요일 오전이라 그런지 전보다 좀 한적해서 1층에 자리도 있었다. 첨엔 중간 테이블 하나뿐이었지만 나중에 창가 구석자리가 나서 얼른 거기 가 앉았다. 확실히 1층이 2층보다 밝고 좋다. 2층은 복층이라 천정이 낮고 엄청 다닥다닥. 그러나 내가 앉은 자리도 카운터 근처라 손님들이 몰리기 시작하자 정신이 없긴 했다. 

 

 

나는 플랫 화이트를 주문하고 진열장의 디저트들 중 무화과 타르트가 있어 그것을 주문했다. 그러자 점원이 치즈 뭐라뭐라 했다. 타르트에 치즈가 들어가는데 괜찮으냐고 해서 '치즈 들어가는데 뭐가 문제지?' 하며 괜찮다고 했다. 비건 디저트 찾는 사람이 많아서 그런가 하면서. 근데 나 요즘 정말 언어능력이 퇴화되고 말도 못 알아먹고 하는 건 더 안됨. 아마 고트 치즈 얘기를 한게 아닌가 뒤늦게 때려맞춰보게 되었다. 두세 입 먹다보니 치즈에서 미묘한 맛이 났는데 그렇다고 보통의 센 고트 치즈의 그 강한 맛은 아닌데 하여튼 뭔가 미묘했기 때문이다.

 

 

 

 

 

 

 

타르트 먼저 받은 후 번호표 놓고 기다리는 중. 첨에 앉았던 중간 테이블. 화장실 앞이기도 하고 뭔가 가운데 있어서 어정쩡...

 

 

 

 

 

 

자리 옮긴 후. 여기는 커피 나오려면 꽤 기다려야 한다. 플랫 화이트가 등장하셨다. 지난번 카푸치노가 셌으므로 플랫 화이트는 좀 부드럽지 않을까 싶기도 했는데... 

 

 

으악, 역시 엄청 썼다! 지난번 후라칸에서 플랫 화이트 마시고는 '으앙, 여기가 테이스트 맵보다 더 쓴 거 같아요' 라고 했던 말을 취소하게 되었다. 쓰디쓰고 진한 맛이 아주 뼛속까지 스며들었다. 맛없거나 풍미가 없는 게 아니고 그저 커피 잘 못마시는 나에게는 너무 강하고 쓴 맛이 났다. 그런데 설탕에도 '나 꼭 넣어야겠니?' 라고 적혀 있는 빌니우스의 커피부심 커피엘리트 테이스트 맵... 흐흑... 그리하여 나는 이곳에 '무적 테이스트 맵'이라는 별명을 붙여주게 되었음.

 

 

엉엉... 카페는 마음에 드는데 나한테는 너무 세다. 엘스카의 플랫 화이트는 여기보다 두배 연한 것 같다고 말씀드리자(엘스카는 전반적으로 우유를 많이 넣어주고 커피도 부드러운 편이라 나도 곧잘 거기서 플랫 화이트나 카푸치노, 라떼 등 마실 수 있는 것 같음) 영원한 휴가님이 이딸랄라는 여기보다 세배 연할 거라고 말씀해주심(그리하여 나는 오후에 이딸랄라로... 응?)

 

 

 

 

 

 

한 모금 마신 후 급하게 집어온 설탕. 커피 잘 못 마시는 자의 마음을 사정없이 찔러대는 커피부심의 저 문구... 근데 나 사실 저거 두 봉지 넣고 싶었음. 한 봉지로도 쓴 맛을 도저히 잡을 수 없었음. 설탕 넣으니 그래도 마실만해졌지만 한 봉지 더 넣으면 더 나아질 것 같았다. 그런데 커피초보는 소심하기 때문에 커피엘리트 점원들이 있는 카운터에 가서 설탕봉지를 또 하나 가져와 투하하지 못했음. 저럴수가, 커피의 수치다! 라고 손가락질할 것만 같아서 ㅎㅎㅎ 농담이지만 농담 아닙니다. 

 

 

 

 

 

 

설탕을 넣고 휘저어서 예쁜 라떼 아트도 다 날아가고... 맥심 커피 비주얼로 변해버린 무적 테이스트 맵의 (본시 아름다웠던) 플랫 화이트...

 

 

 

 

 

 

아직 설탕 넣기 전. 쓴맛을 보기 전. 

 

 

 

 

 

 

 

 

 

 

여기 앉아서 스트루가츠키 형제의 <미운 백조들>을 이어서 좀더 읽었다. 그러다 위키로 줄거리를 좀 찾아보았고 절망함. 으앙, 청소년들이 주인공이라고 해서 좀 밝은 이야기일 줄 알았는데 이것도 완전 암울한 얘기였어 흐흐흑... 단어를 중간중간 찾아보고는 있지만 극초반이고 좀 현실적인 배경이라 그렇게 읽기 어렵지는 않은데 이런 암울한 스타일 좀 괴로운데... 지금이라도 일단 이거 덮어놓고 나머지 두 권 중 <월요일은 토요일에 시작된다> 속편으로 갈아탈까. 근데 그 책이 제일 두꺼워... 이 책이 제일 가볍고 활자도 제일 큰데..

 

 

책을 읽으며 커피를 마시고 타르트를 먹고(치즈 향이 갑자기 확 느껴진 후에는 무화과와 라즈베리만 골라먹고 타르트지는 좀 남겼다) 손님들 구경을 하다가 좀 추워져서 한시간 쯤만에 나왔다. 오늘 밝은 날이라 카페 자체는 전보다 환하고 이뻤지만 내가 앉은 자리는 볕이 들지 않고 벽 쪽에서 냉기가 들어와서 좀 추웠다. 난방도 안해줬고. 그래서 따뜻한 곳을 찾아가기로 했음. 

 

 

카페 사진 몇 장으로 무적 테이스트 맵 이야기 마무리. 사실 쥬인에게 여기 원두를 사다줄까 했는데 아무래도 쥬인도 여기 커피는 많이 쓰다고 할 것 같아서 포기함. 

 

 

 



 

바깥 모습. 커피부심으로 승부하는 카페라 간판도 없고 글씨도 잘 보이지도 않음. 올 사람만 오너라 하는 엄청난 자신감! 근데 정말 손님들로 맨날 북적북적! 이 건너편에 카페인이 있는데 거기는 장사 잘 안될거 같음, 흐흑...

 

 

 

 

 

그래도 다른 때에 비하면 매우 한적했던 것 같다. 이러다 또 손님들이 우르르 들어왔다 나가기를 반복해서 나중엔 또 꽉 찼음. 사람 없을 때 얼른 찍어둔 사진 두 장. 

 

 

 

 

근데 여기 종이컵은 별로 안 예뻐서 갖고 올 마음이 안 생겼다. 대신 한국에 돌아가면 검정 러브라믹스 잔을 사고 싶어졌음. 이곳에서 내주는 검정 러브라믹스가 근사해서. 근데 사실 검정 러브라믹스는 커피랑은 어울려도 차랑은 안 어울릴 거야.

 

 

... 테이스트 맵 처음 갔을 때 이야기는 여기

 

moonage daydream :: 테이스트 맵 Taste Map (tistory.com)

 

테이스트 맵 Taste Map

테이스트 맵은 빌니우스에서 꽤 유명한 로스터리 카페라고 한다. 재작년에 첨 왔을 때 영원한 휴가님께서 카페들을 좋아하는 나를 위해 추천 리스트를 짜주셨는데 관광지와는 좀 떨어져 있어

tvey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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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24. 10. 18. 02:59

카페인 1호점 2024 riga_vilnius2024. 10. 18. 02:59

 

 

 

오늘은 사실 카페를 4곳이나 갔다. 그 중 한곳은 야외에 잠깐 앉았던지라 별도 포스팅은 하지 않고 오늘의 메모에 포함시킬 거라서 따로 올리는 건 여기까지 3곳. 여기는 빌니우스에 제일 많은 카페 체인인 카페인. 카페인과 후라칸, 카이프는 가봤고 마지막 남은 베로 카페는 몇번이나 들어가려다 내키지 않아 안 갔는데(들어갔다 나온 것도 두번) 아무래도 여기는 안가볼지도 모르겠음. 하여튼 카페인은 적당히 편안하고 아늑한데다 홍차도 나름대로 피라미드 티백을 주기 때문에 괜찮다. 재작년에 왔을 때도 맘에 들었었고(초코 에클레어가 맛있음) 책 읽기도 좋다. 

 

 

이 카페인은 빌니아우스의 웍 투 웍과 피나비야 근처에 있다. 화요일에 여러 카페들을 실패한 후 여기서 초코 에클레어를 테이크아웃했었는데 그때 내부가 따스한데다 생각보다 아늑한 느낌이라 '아, 여기 앉았다 가고 싶다' 라고 생각했었다. (근데 자리가 마땅치 않았었고 그때는 옷을 사겠다는 열망으로 서두르고 있었음) 오늘도 돌아오는 길에 날씨가 너무 좋아 아까웠기 때문에 첨엔 토토리우 모퉁이의 후라칸에 들렀는데 자리가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리미에서 물도 사고 정말 들어오려다 피나비야에 저녁거리로 먹을 키비나이를 사러 갔고 그러다 '맞아 저 카페인 가고 싶었다' 하며 들어갔다. 

 

 

엘스카에서 라떼, 컵룸에서 말차를 마셨기에 더 이상 카페인 든 음료가 들어갈 자리가 없었으므로, 그리고 갈증도 좀 나서 레모네이드를 시켰다. 블랙베리, 레몬, 망고가 있다고 해서 망고를 도전해봄. 맛은 그냥저냥 시럽 넣은 탄산수 맛이었다. 창가 쪽 소파 자리가 하나 비어 있어 거기 앉았다. 사람들 구경하느라 재미있었다. 여기 사진을 보내드렸더니 영원한 휴가님이 카페인 성지, 1호점에 입성한 거라고 알려주셨다. 여기가 1호점이라고 한다! 어쩐지! 들어왔을 때 계속 앉고 싶고 다른 카페인보다 끌리더라니. 이것은 나의 카페 본능이 발휘된 것이 아닌가?!!! 

 

 

 

 

 

여기도 복층이었다. 저 2층으로 올라가면 완전 아지트 같다고 한다. 나는 천정이 낮은 곳을 좋아하지 않아서 이런 복층엔 잘 안 올라간다만 어떤 느낌일지 알 것 같다. 친구랑 가면 딱 틀어박히기 좋을 것 같다. 

 

 

 

 

 

 

여기 앉아 망고 레모네이드를 마시고 있는데 나이드신 부인이 합석해도 되는지 물어보셨다. 1층이 꽉 차 있었고 이 자리가 좀 넓었다. 당연히 괜찮다고 말씀드렸다. 부인은 피자빵 같은 것과 커피를 드시고 일어나셨다. 나도 그때쯤 일어났다. 

 

 

 

 

 

 

다른 카페인보다 내부의 자리 배치가 더 널찍하고 여유있음. 우리 나라 같았으면 테이블을 두배로 놨을거야. 

 

 

 

 

 

 

카운터 전체를 찍어보느라 기다랗게 나왔다. 근데 카운터 아래가 회색이라 꼭 사진 덜 업로드된 느낌이 ㅜㅜ

 

 

 

 

 

 

망고 레모네이드랑 함께 빌니우스 카페 투어 쿠야. 무려 카페인 1호점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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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컵룸 카페는 보키에치우 거리에서 새끼쳐서 뻗어나가는 트라쿠 거리에 있다. 구글맵으로 빌니우스에서 평점이 좋은 카페들을 검색했을 때 나왔던 곳이라 저장해두었는데 얼마전 영원한 휴가님과 걸어다가 발견. 커피가 맛있는데 작아서 자리잡기가 힘든 곳이라고 하셨다.
 
 

이 카페 주인이 바리스타 대회에서 수상도 하고 커피에 대한 자부심이 큰 분이라고 하는데 한국에서도 그런 곳들이 왕왕 있으므로 끄덕끄덕. 재밌는 에피소드로 첨 생겼을 땐 '빌니우스에서 제일 맛있는 커피' (넘버 원이었나 제일 맛있는이었나 그 사이 또 가물가물 ㅠㅠ)라고 카페 앞에 패기있게 적어두었는데 어느새 '트라쿠 거리에서 제일 맛있는 커피'로 바뀌어 있었다는 얘기를 해주셨다. '왜 그랬을까요? 굳이 왜 바꾼 걸까... 혹시 테이스트맵 눈치보느라 그런걸까요? 테이스트맵은 별로 신경도 안 쓸거 같은데 그냥 계속 젤 맛있는 커피라고 주장하지...' 그런 이야기를 하며 재미있었다. 커피는 맛있다고 한다. 

 
 

며칠 전 들렀을 땐 만석이라 못 들어가고 '아 역시 조그맣구나' 하면서 나왔는데 오늘은 점심 먹고 영원한 휴가님과 가보니 자리가 있어서 앉을 수 있었다. 확실히 커피 종류가 많고 시럽 종류도 많고 커피마다 용량도 적혀 있는 것이 나는 커피를 모르지만 뭔가 전문적인 느낌이다(커피부심이 느껴진다고 해야 하나) 영원한 휴가님은 룽고를 주문하심. 룽고 내주는 카페가 많지 않다고 하심. 나는 이미 엘스카에서 라떼를 마시고 왔기 때문에 말차를 주문했는데, 여기는 말차라떼와 말차가 따로 있었다. 설마 진짜 말차인가? 아무것도 안 넣은 오리지널? 하고 의심하며 그것이 오리지널 말차냐고 물어봤는데 점원이 못알아들었는지 그냥 주문으로 받아버림. 그런데 정말 말차였다. 우유 안 넣은 말차. 나름대로 많은 노력을! 우리 나라도 맑은 녹차는 내줘도 말차는 내주는 곳 별로 없는데. 그러나 좀 묽긴 했다. 물이 좀 많았음. 그리고 인도 음식을 먹고 왔기 때문에 좀 단게 먹고 싶었는지 나는 결국 이 말차에 설탕을 약간 투하하는 만행을 저지름 흐흑... 너무해 말차에 설탕... 
 

 
 

 
 
 

저 파란 옷 입은 여자분이 앉아 있는 창가 자리가 엄청 좋아보였다. 트라쿠 거리 지나가는 사람들 구경도 하고. 아늑하고. 작은 카페지만 공간을 오밀조밀하게 배치해두었다. 튼튼한 나무 테이블이랑 귀여운 커피 관련 그림들이 섞여 있어 미니멀리즘 카페지만 너무 미니멀리즘이 아니라 아늑한 맛이 있어서 마음에 들었다. 너무 작아서 그렇게 맘편하게 오래 있기는 어려워 보였지만. 

 
 
 

 
 
 
상세한 (커피부심) 메뉴판. 커피 중심이라 디저트는 거의 없었음. 
 
 
 

 
 
 
여기는 근데 조명 때문인가 실제보다 사진들이 안 이쁘게 나와서 아쉽다. 특히 이 말차도 너무 밉게 나왔음. 나무 쟁반 귀엽다 생각했는데 이렇게 사진으로 보니 우리나라 스시집에서 내주는 나무 도마 같아...(아 근데 그건가? ㅎㅎㅎ)
 
 
 

 
 
조금 마시다가 설탕 투하해버린 말차 앞에 나타난 쿠야. 쿠야는 고향의 맛이겠구나~ 우리 쿠야는 후쿠오카의 리락쿠마 가게에서 왔는데 ㅎㅎㅎ
 
 
 

 
 
두번째 카페 구경하고 있는 쿠야로 마무리



... 다음날 추가 사진 두 장








이 카페 외관 사진이 없어 오늘 트라쿠 거리 지나가다 추가로 찍어 올려본다.








카페 앞에 적혀 있는 글귀를 찍어서 영원한 휴가님께 해석해달라고 부탁드렸다. 지금 아니면 언제 커피 마시겠니(지금이 바로 커피 마실 때) 그런 뜻이라고 한다. 그냥 빌니우스에서 젤 맛있는 커피라고 다시 패기 있게 돌아오시지. (그런데 무적 테이스트맵이 버티고 계시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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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24. 10. 18. 02:22

쿠야의 엘스카 방문, 미운 백조들 2024 riga_vilnius2024. 10. 18. 02:22

 

 

 

 

오늘 11시 반 무렵, 엘스카. 드디어 쿠야가 호텔 방을 벗어나 나와 함께 빌니우스 카페 투어를 했다 :) 

 

 

오전이라 한적할 줄 알았지만 이 시간대에는 사람이 많았다. 낯익은 점원이 나를 보고는 안타깝다는 듯 위쪽 자리가 다 찼는데 어쩌죠? 라고 해서 '괜찮아요, 바로 여기 입구 테이블에 앉을게요' 라고 대답했다. 생각해보니 전에도 자리가 없어서 여기 잠깐 앉았다가 옮겼다. 앉아 있다보니 사람들이 들고 나면서 위에도 자리가 금방 나긴 했는데 오늘은 귀찮아서 그냥 내내 여기 앉아 있었다. 이쪽에 앉아본 적이 없어서 새로운 구도로 카페를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었다. 테이블이 높아서 다리가 바닥에 안 닿는 것만 좀 불편했음. 그리고 거의 모든 손님들이 영어로 주문을 했다. 외국인 손님들의 비중이 높긴 했는데 정말 다 외국인인 건지 궁금하긴 했음. 

 

 

쿠야는 처음으로 바깥에 나와 카페 테이블에 앉았기 때문에 좀 휘둥그레...

 

 

이쪽에 앉았더니 다른 그림들도 보였다. 사진엔 하나밖에 안 나왔다만. 저 그림들은 11월까지 전시한다고 한다. 그 이후엔 또 다른 작가의 그림들로 바뀔 것 같다. 어떻게 보면 너무 강렬한 그림이 아니라 이런 부드러운 그림이 걸려 있는 시기에 왔기 때문에 카페랑 잘 어울린다는 생각에 마음에 드는 건지도 모르겠다. 저 그림들은 하나하나 놓고 보면 전혀 내 스타일이 아닌데 엘스카와는 전반적으로 잘 어울린다. 예전 사진들을 보니 키치한 그림들도 많이 걸려 있었음. 

 

 

 

 

 

 

입구 쪽에도 이렇게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많다. 우크라이나 지지 슬로건도 붙어 있고. 우크라이나 지지 표시나 깃발은 빌니우스 카페나 음식점 여기저기 많다. 

 

 

 

 

 

 

오늘은 라떼를 시켰다. 여기 커피가 연하고 부드러워서 편하다. 그러고보니 얼마전까지는 나에게 원두를 물어봤는데 이제 알아서 맞춰서 내주는 것 같다. 더 이상 안 물어보네. 브라질, 온두라스 중 물어봤었는데. 그리고 메뉴를 잘 보니 디카페인 커피로도 주문할 수 있다고 해서 오늘 붉은 군대 때문에 아직 아픈지라 잠깐 고민했는데 자리 얘기하다가 까먹음. 

 

 

 

 

 

 

햇볕 잘 들어오는 자리에 앉혀주자 기분 좋아지고 있는 쿠야. 나가던 손님들이 쳐다보며 '어머 쟤 귀엽다~' 하고 갔음. 쿠야 으쓱. 

 

 

 

 

 

 

 

 

 

 

이 책은 뭐냐면... 빌니우스 여행서가 아니고 사실은 리가에서 득템한 스트루가츠키 형제의 소설들 중 한 권인 <미운 백조들>이다. 그런데 이 책 표지에 너무 음산한 귀신 같은 놈들이 그려져 있는터라 심장떨려서 호텔에 비치된 빌니우스 지도를 한장 뜯어다 책을 포장했다. 이 지도가 생각보다 두껍고 좋은 종이로 되어 있어 책 표지 포장이 쉽지는 않았음(적당히 조금 얇거나 매끄러운 재질이어야 잘 싸진다) 그래도 빌니우스 지도로 표지를 해입은 스트루가츠키 책 귀엽다. 간밤에 <인연>을 재독 완료했으므로 오늘은 가벼운 이 책을 가져왔다. 그런데 내용은 가볍지 않았으니... 여기 앉아서 40분 동안 10쪽 남짓 읽었는데 단어를 여러 개 찾아보며 읽어야 했다. 보통 단어 잘 안 찾고 읽는데 이 작가들 소설은 용어들이 중요하기 때문에 안 찾을 수가 없음. 그리고 초장부터 계속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악천후와 반항적인 딸, 그것 때문에 싸우는 사이나쁜 부부, 길거리에서 두들겨맞고 버려진 미지의 사나이 등등 분위기가 어둡고 냉소적임. 흐흑. 재밌긴 하지만. 

 

 

 

 

 

 

햇볕, 첨 와본 도시에서 카페 나들이로 기분 좋아진 쿠야로 마무리. 그리고 쿠야의 카페투어는 계속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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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에 들른 엘스카. 날씨가 매우 좋았고 볕이 따스하고 빛이 환해서 엘스카랑 정말 잘 어울렸다. 제일 좋아하는 맨 안쪽 무지개테이블에 앉았다. 오늘은 처음으로 차를 주문해 보았다. 디저트가 별것 없어보여서 차도 별로겠거니 하며 여태 카푸치노, 플랫화이트, 말차라떼, 핫초코를 마셨었다. 그런데 생각 외로 홍차는 잉글리시 브렉퍼스트와 얼그레이 2종을 갖추고 있었고(전자만 있는 곳도 많아서 이 정도만 돼도 만족), 게다가 포트에 잎차로 우려주었다. 기억을 되살려보니 맞아맞아, 영원한 휴가님이 러브라믹스 티포트 사다주신 데도 여기였는데. 그래서 예상 외로 차 마시기 좋은 곳이었다! 미안해 엘스카야 차 별로일 거라고 무시해서... 디저트는 역시나 저 크림케익 3종과 브라우니 외엔 없었다. 치아푸딩, 라이스푸딩은 밥이지 디저트가 아니니까. 저번에 먹은 땅콩맛 대신 이번엔 망고맛을 먹어봄. 나쁘지 않았는데 땅콩맛과 거의 비슷한 맛이었다. 비건 디저트는 비슷비슷하다. 

 

 

역시나 알록달록 무지개 색조합으로 내줌. 잔과 포트를 깔맞춤해주지 않는 것은 컨셉인지 아니면 식기들 짝이 맞춰져 있지 않아선지 궁금함. 무지개 컬러가 여기 시그니처 비슷하므로 전자라 생각하고프지만 아무래도 후자인 것만 같다 ㅎㅎ 거의 매일 가다 보니 점원이 얼굴을 알아봐서 웃으며 인사를 하게 되었다 :) 엘스카 점원 언니들은 웃는 모습이 이쁘고 친절하다. 

 

 

 

 

 

 

빛이 정말 예쁜 카페이다. 첨엔 이렇게 한적했고 잠시 후 테이블이 한둘씩 차기 시작해서 내가 나갈 때쯤엔 또 사람이 많아졌다. 오후에는 한명씩 오는 손님들이 많았다. 노트북을 들고 오거나 태블릿을 들고 오거나. 외국인도 많고. 그런데 관광객 느낌은 별로 나지 않는 외국인들. 

 

 

 

 

 

 

 

 

 

 

 

 

 

 

<인연>을 가져가서 마저 읽었다. 이제 후반부 몇 편만 남았다. 

 

 

 

 

 

 

 

 

 

 

저 아래쪽 창가에도 한번 앉아봐야 하는데 저긴 보통 일행 있는 사람들이 앉는 편이다 보니, 그리고 위의 저 무지개테이블이 맘에 들다 보니 나도 모르게 항상 위로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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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10. 14. 04:03

조이 카페 Joy Cafe 2024 riga_vilnius2024. 10. 14. 04:03

 

 

 

조이 카페는 숙소에서 좀 거슬러 올라가 공원을 끼고 돌면 나온다. 카페가 있을 법하지 않은 대로변이었는데 역시 별로 눈에 띄진 않았다. 사진으로는 채광이 잘되는 것처럼 보였고 아기자기 이뻐보이는데다 평점도 좋았다. 그래서 가보았는데 여기도 사진이 더 이쁜 카페로 결론.

 

들어갔더니 남자 점원이 카운터 앞 테이블에 앉아 간단히 식사를 하다가 얼른 일어나 주문을 받으러 왔다. 점원이 무척 친절했다. 배가 부르고 더 이상의 카페인 섭취는 안될 것 같아서 메뉴를 보다가 그냥 녹차 시키려고 했더니 이분이 카운터에 있는 티백 상자들을 보여주면서 센차, 시나몬차, 레몬차 등등 종류 많다고 열심히 설명을 해주셨고 특히 시나몬차나 레몬차를 권했다. 나는 마음이 약하기 때문에 아니 저렇게 설명해주는데 시나몬티 마셔야겠네 하고 그것을 골랐다. 알고 보니 그것은 차이 마살라 티였다 ㅎㅎㅎ 나는 차이티에 우유 안 넣고도 그럭저럭 마시는 편이고 또 추워지고 있었으므로 나름대로 나쁘지 않았다만.

 

안쪽에 조그만 방이 있어서 그리로 들어갔다. 제일 안쪽엔 저 사진 속 젊은 남자가 앉아 폰인지 태블릿인지에 집중 중이었고 또 다른 안쪽에는 중후한 미중년 아저씨가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그 옆으로는 창고 문 같은 게 있었는데 그게 카운터 뒤로 연결되는 것 같았다.

 

여기는 좀 소박한 미니멀리즘 스타일의 카페였는데 뭔가 2% 부족한 느낌이었다. 그림도 한 점 걸려 있었고(내 취향은 아니었는데 영원한 휴가님이 우주피스 쪽에서 본 화가 그림 같다고 하셨다), 난데없이 큰 tv도 걸려 있었다. 그림보다는 사진이나 좀더 심플한 판화가 어울릴 것 같긴 했다. 그리고 좀 싸늘했다.

 

 

그런데 내가 앉은 소파가 크고 푹신해서 카페 인테리어랑 좀 안 어울린다 생각했지만 의외로 몸이 푹 파묻히며 엄청 편했다! 그래서 생각보다 더 앉아서 쉬었다. 모닝 랍상소총, 런치 김치수프 비슷한 거. 애프터눈 마살라티. 오늘은 뭔가 센 날.

 

 

하여튼 여기서도 한시간 가량 쉬다가 나왔다. 아무리 생각해도 텔레비전이 제일 신기함. (꺼져 있었음) 축구하면 다들 모여서 저 텔레비전 틀어놓고 축구 보나? 여기 사람들은 축구 볼 때 뭘 먹을까? 치킨이랑 맥주는 당연히 아니겠고. 맥주는 마실테지만. 근데 리투아니아에서도 축구가 인기 많은가? 갑자기 새로 발굴한 카페에서 축구 의문으로 마무리.

 

 

 

 

 

코트랑 가방 놓여 있는 저기가 내 자리. 생각보다 엄청 흡입력 강했던 소파. 왼편에 걸려 있는게 로컬 화가 그림(으로 추정) 전체적으로 이것저것 섞여 있는 느낌... 

 

 

 

 

 

 

문제의 텔레비전 모니터. 아니 혹시 저게 텔레비전이 아니라 무슨 게임용 모니터라든지, 아니면 미디어아트를 틀어주는 모니터???? 그런데 이 동네 스타일 상 카페에서 미디어아트 전시는 안 할 것 같은데. 

 

 

 

 

 

 

 

 

외관은 이렇습니다. 장사가 잘 돼야 할텐데.... 별로 눈에 안 띄어서 분홍색 플래카드도 걸어놨나 싶음. 근데 평점은 좋았으니까 사람들 많이 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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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10. 14. 03:33

후라칸 광합성 + 머그 + 신 맞아? 2024 riga_vilnius2024. 10. 14. 03:33

 

 

보키에치우 거리의 후라칸 커피는 내가 22년에 '빌니우스에 갈까요?' 하는 댓글을 주고받다 정말 빌니우스에 가게 된 계기가 된 곳이다. (당시 영원한 휴가님이 이곳의 엠파나다에 대한 이야기를 올린 것에 댓글을 달다가) 그래서 여행을 마치기 전날 여기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었다.

 

 

그때는 안쪽 구석자리에 오래 앉아 있었는데 오늘 햇살이 너무 좋았다. 보키에치우 거리 이쪽 편은 햇살이 잘 드는지 후라칸, 슈가무어, 이딸랄라 카페가 늘어서 있고 야외테이블들에 로컬들과 몇몇 관광객들이 앉아 정신없이 광합성을 하고 있었다. 나도 영원한 휴가님과 함께 야외 테이블에 앉았다. 생각보다 무척 따뜻했고 바람이 불지 않아서 전혀 춥지 않았다. 난 한국에선 절대 야외에 앉지 않는다만 아마 이쪽 동네 살면 나도 햇살을 찾아서 야외 테이블 앉을 것 같긴 하다. 눈만 좀 신경 쓰이지만 자외선 차단 안경을 끼고 :)

 

 

햇살 좋은 야외 테이블에 앉아서 나는 랍상소총의 강력한 뒷맛을 지우기 위해 플랫화이트를 시켰고 영원한 휴가님은 에스프레소 마끼아또(...로 추정)를 시키셨다. 후자는 되게 이쁜 잔에 줬는데 플랫화이트는 잔이 다 떨어져서 종이컵에 준다고 했다. 점원이 둘 뿐이었는데 여자분은 초짜였고 종이컵에 내준 남자분은 초짜 가르치랴 주문받으랴 커피 내리랴 정신이 없었다. 그러니 잔 치우러 갈 시간도 없고 설거지할 시간도 없나보다. 여기는 종이컵도 이쁘니까 난 괜찮았다. 그런데 여기 플랫 화이트는 많이 씁쓸했다. 어린이 입맛인 나에게는 으앙 쓰다여서 설탕을 한 봉지 반이나 투하했다. 엘스카가 확실히 부드러운가보다 흐헝. 테이스트맵의 카푸치노보다도 썼음. 양도 많이 줬다. 그래서 좀 남김. 그리고 신기하게도 여기에선 일본 양갱을 팔았다. 손가락보다 조그만 미니 양갱인데 팥 맛 유자 맛이 있었다. 신기신기.

 

여기 머그를 사고 싶어서 구경을 했다. 로고 박힌 카푸치노 잔이나 찻잔과 받침접시가 있으면 좋겠다 생각했지만 그냥 커피 머그도 괜찮았다. 왜냐면 나는 물컵을 매일 쓰므로 이런 게 매우 실용적이고 또 좋아했던 카페와 여행을 기억하고 싶었으므로. 그런데 영원한 휴가님이 머그를 선물해주셔서 넘 고마웠다. 흐흑...

 

 

한시간 남짓 광합성을 하고 즐겁게 시간을 보내고 머그도 득템하고 양갱을 좋아하는 영원한 휴가님네 꼬마를 위한 미니 팥양갱도 득템해서 오늘의 보키에치우 후라칸은 짧지만 행복한 시간이었다.

 

 

그건 그렇고 후라칸이란 이름 때문에 전에도 우습다 생각했고 이번에도 도대체 뭔 뜻일까? 꼭 허리케인 같다라고 웃었는데, 머그 뒷면에 바람을 마구 내뿜고 있는 할아버지 얼굴이 그려져 있어서 북풍이란 뜻인가?’ 싶어서 집에 와서 검색을 해보았다. 람보르기니 우라칸만 잔뜩 나왔다. 후라칸의 의미로 다시 검색했더니 어머 마야 민족의 바람 신이라고 한다. 스페인어라고. 허리케인이란 뜻도 있다고. 어머, 미안해요 후라칸. 무려 신이었어... 그런데 머그에 그려진 걸 보면 할아버지가 너무 힘들게 바람을 막 내뿜고 있어서 신처럼 안보이고(신이면 편하고 쉽게 휙 하고 바람 불게 해야지 왜케 노동해) 좀 노인학대 같아... 영원한 휴가님네 아이들이랑은 피리 부는 카페라고 한다고 함. 카페의 또다른 흑백 동그란 로고에도 바람 휙 부는 옆얼굴이 그려져 있어서 ㅋㅋ

 

 

광합성과 사진 몇 장. 

 

 

 

 

 

 

영원한 휴가님이 설탕을 두 봉지나 갖다주셔서 왜 두 봉지나... 하고 웃었지만(황설탕 백설탕 각각 가져다 주신 것 같음) 플랫 화이트의 생각보다 쓴맛에 결국 두 봉지 다 뜯음. 여기 종이컵의 이 무늬로 머그를 만들면 더 이쁠텐데 ㅎㅎ 저 에스프레소 마끼아또 유리잔이 섬세하고 이뻤다. 되게 탐났음. 그런데 저 잔은 판다고 해도 나는 쓸 데가 없음. 그저 이쁠 뿐. 

 

 

 

 

 

 

 

내부 사진 잠깐. 이때 후라카나스(초짜 가르치고 주문받느라 바쁘디 바빴던 그 남자점원에게 내가 붙인 이름 ㅋㅋ)가 고생고생하고 있었다. 

 

 

 

 

짜잔, 선물받은 후라칸 머그 :) 영원한 휴가님 감사해요!

 

 

 

 

 

 

이것 보세요, 이렇게 힘들게 바람 토해내고 있는데 신 맞아?

 

 

 

 

삼십여 분 후 다시 이 거리를 지나는데 아까 우리가 마셨던 잔이 그대로... 흑흑 후라카나스 바빠서 잔 못 치웠나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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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10. 14. 03:12

키라스 KIRAS + 랍상 토끼 2024 riga_vilnius2024. 10. 14. 03:12

 

 

 

키라스 카페의 옛날 이름은 차이카이다(러시아어로는 갈매기, 리투아니아어로도 그러는지는 잘 모르겠다만 하여튼 갈매기 로고가 여전히 그려져 있음) 이 카페는 내가 여태 가급적 기피해온 토토리우 거리에 있었기 때문에 쉽게 가기 어려웠던 것 같음. 게디미나스 대로에서 빌니아우스, 요가일로스 거리로는 잘 빠져서 올라갔는데 이 토토리우는 거리가 넓고 좀 응달이고 오르막이라서. 그리고 메뉴나 리뷰 등을 보니 비건 메뉴가 많았다. 그런데 나는 채식도 좋아하긴 하지만 디저트에 있어서는 비건을 좋아하지 않으므로 아니 여기도 디저트 엄청 맛없는 거 아니야?’ 하는 마음이 들어서 더 미루고 있었던 건지도! 하지만 빌니우스 카페들 중 평점 수위에 있는 곳이라 궁금하긴 했고 오늘 가보게 되었다. 숙소에선 그리 멀지 않았다. 토토리우 거리에서도 조금만 걸어올라가면 됐다.

 

 

카페는 빨간색과 흰색 위주로 아기자기 귀여웠고 빈티지, 레트로 풍으로 꾸며져 있었다. 스피커를 테이블로 사용한다든지 낙서들을 붙여 놓는다든지, 빨강하양 땡땡이 컵을 놔둔다든지 조그만 소품들과 엽서들을 장식해둔다든지 등등... 귀여워서 사진들이 굉장히 예쁘게 나왔다. 하지만 이 거리 자체가 그늘진 곳이라 그런가, 엄청 밝고 따뜻해보였지만(그리고 사진도 내가 빛을 많이 써서 밝게 나왔지만) 사실은 좀 추웠다. 안쪽 창가 자리가 비어서 거기 앉았는데 거기가 아늑하고 예뻐보였지만 볕이 들지 않고 쌀쌀해서 나중엔 스카프를 도로 맸다. 대신 장점은 커피보다 차의 종류가 많다는 것! 빌니우스에서 이런 곳이 거의 없다. 블랙티도 히말라얀 블랙, 얼그레이, 랍상소총, 푸에르(보이차)가 있었고 녹차도 종류가 5가지, 각종 허브티들이 있었다. 비건디저트와 허브티 등 건강에 좋은 쿨한 이미지로 가는 카페인가 싶다. 브런치를 하는 곳이라 음식 냄새가 좀 많이 났지만 일요일 11시 반에 왔으니... 히말라얀 블랙이 혹시나 다즐링일까 하는 일말의 기대가 있었으나 보통 아삼, 얼그레이를 기본으로 갖춰놓으니까 전자일 것만 같았다. 그래서 나는... 이런 곳에 랍상소총이 있다니 하는 호기심과 놀라움에 그만 이놈을 시키고 말았다. (랍상소총 별로 안 좋아하는 사람. 그 훈연 향이 너무 강해서 사실 안 좋아하는데...) 그리고 디저트로 포피씨드 케익이 있어 그것을 시킴.

 

랍상소총은 역시나 역시나 셌다. 아아 내가 왜... 너무 강해서 절반쯤만 마셨다. 사실 향만 극복하면 맛은 괜찮다만... 케익은 맛있었다. 케익을 먹고 강하디 강한 랍상소총을 찔끔찔끔 마시면서 나도 카페에 비치된 메모지에 항상 가지고 다니던 3색 볼펜으로 간단히 스케치를 해서 낙서판에 한 장 붙여두었다. 여기는 로컬들도 많이 오고 한국인지 일본인지 모르겠지만 어쩐지 한국분 같은 여자분도 한 분 앉아 계시는 것이 역시 잘 알려진 카페였다. 그런데 나는 이번 한번 정도면 족한 것 같다. ‘인스타그래머블하긴 한데 내 취향만큼 아늑하진 않아서. 토토리우 때문인가, 랍상 때문인가... 혹시 히말라얀 블랙이나 얼그레이를 시켰으면 더 좋았을지도.

 

너무 웃겼던 것. 영원한 휴가님이 오늘 키라스 점원이 일기 쓸 거 같다. 마스터 오브 마스터가 와서 아침에 랍상을 시켰다라고 얘기하셨다. ㅎㅎ 아무도 안 시키는 랍상소총 시킨 동양의 마스터 ㅋㅋㅋ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랍상소총이 있으면 다즐링도 있어야 하는 거 아닐까? 그리고 기문도 있으면 참 좋을텐데 ㅎㅎㅎ 

 

 

카페 사진 여러 장. 여기는 예쁘기 때문에 사진 많이 찍음. 그런데 내가 폰에서 노출을 좀 올려놓고 찍기 때문에 실제 카페 내부보다 환하고 따스하게 나온 편이다. 맨 위 사진이 내가 앉은 창가 자리. 보기엔 아늑해보이는데... 추웠음. 무서운 랍상소총 기다리며...

 

 

 

 

 

카운터 쪽 자리들. 차라리 이쪽에 앉았으면 더 따뜻했을 것 같긴 하다. 

 

 

 

 

 

안쪽. 내가 앉은 창가 옆쪽. 

 

 

 

 

 

 

문제의 랍상소총님. 저 컵은 귀엽긴 했는데 손이 작은 나에게는 무겁고 손잡이가 커서 들고 마시기가 매우 불편했다. 창가 주전자 뒤에서 부리 벌리고 있는 빨간 새가 이 카페 로고. 아마 얘가 그 갈매기였나보다. 

 

 

 

 

 

 

 

 

낙서들 주렁주렁. 내가 그린 것도 저기~

 

 

 

 

 

 

이거. 근데 금방금방 다른 낙서로 가려질 것 같음. 

 

 

 

 

 

알록달록 귀엽다. 

 

 

 

 

 

엽서도 팔고, 사진에는 위에 조금만 나오고 잘렸지만 에코백도 팔았는데 저 빨간 갈매기가 넘 크게 그려져 있어서 딱히 당기진 않았다. 갈매기를 조금 작게 그리고 여백을 많이 뒀으면 더 이뻤을 거 같은데.

 

 

 

 

 

 

외관은 이렇다. 

 

 

... 아, 여기 좋은 거 하나 기억났다. 음악. 약간 앰비언트/전자음악 비슷한 노래들이 나와서 편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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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10. 11. 22:03

후라칸 커피 Huracan Coffee 2024 riga_vilnius2024. 10. 11. 22:03




후라칸 커피도 이 동네 체인이다. 여기는 약간 별다방 리저브 매장 느낌이 좀 나는데 카페인보다는 좀더 있어보이고 분위기도 좋다. 하니 앤 손즈 피라미드 티백을 주고 아삼과 얼그레이 중 고를 수 있다. 전에는 영원한 휴가님과 보키에치우 거리에 있는 후라칸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었다.



오늘은 아침부터 내내 비가 내려서 멀리 돌아다니지 않고 숙소에서 400미터 거리의 제일 가까운 후라칸에 갔다. 얼그레이와 블랙포레스트 주문. 차는 나쁘지 않았다. 대로변으로 난 통창에 붙어 있는 높은 테이블에 앉아 스케치도 하고 비오는 거리와 사람 구경도 좀 했다. 카페 사진 몇장 아래. (다른 구석들도 좀 찍고팠는데 비와서 그런지 점점 손님들이 늘어나서 못 찍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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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10. 11. 21:22

비오는 날 후라칸 2024 riga_vilnius2024. 10. 11. 21:22




오늘은 비가 주룩주룩 내린다. 지난주에 빌니우스 도착했던 날 같다.



오전에 숙소에서 제일 가까운 후라칸 커피에 가서 그린 스케치. 얼그레이와 블랙포레스트 케익. 방에 돌아오니 온몸에 커피 향이 뱄다.



이 카페엔 온갖 복잡한 소품이 많은고로 다 생략하고 차랑 케익, 조명 세 개만 그림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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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24. 10. 11. 02:11

추워서 엘스카 피신 2024 riga_vilnius2024. 10. 11. 02:11

 

 

날씨가 추운 건 아니었는데 바람 불고 으슬으슬해서 나오자마자 목적지를 버리고 제일 가까운 엘스카로 피신. 몸 녹이면서 내 자리에서 보이는 구석 모습 스케치. 역시 똥손에게는 그리기 고난이도 카페야... 특히 벽이 모두 하얀 회칠벽이기 때문에 스케치에는 흰색으로 놔둘수 없어 애매한 아주 연한 청회색을 칠하게 되니 더 그렇다. 사실은 저 창가 바 테이블 아래(의자 세개 안쪽)에 검정색 라디에이터가 있는데 그거까지 그리기 너무 힘들어서 생략함. 저번 스케치에선 테이블 생략, 여기선 라디에이터 생략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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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10. 10. 22:22

뭘 어떻게 입어야 하는 거야 2024 riga_vilnius2024. 10. 10. 22:22





흐흑, 이랬지만...










이렇게 되었다.



참고로 플랫화이트 옆은 봉지설탕임. 근데 자꾸 담배처럼 그려져ㅠㅠ



그런데 오후에 해가 나다가 안 났다가 했고 바람이 엄청 불어서 따뜻하기도 하고 춥기도 하고 ㅠㅠ 19도는 맞음. 하여튼 바람 속에서 더웠다 추웠다 해서 그랬는지 옷가게 가서 며칠전 찍어둔 긴 치마를 지름. 결론은 지름신. 으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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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오후에 들렀던 민트 비네투 카페. 외국인 커플이었는데 창가에 앉아 있는 모습이 이뻤다. 
 
 
..
 
 

자정 즈음 잠들었고 온갖 꿈을 꿨다. 이따금 꾸는 패턴인 ‘우리 집인데 우리 집이 아닌 건물’, ‘문이 이상하거나 남의 집을 통과해서 들어가야 하는 집’, ‘건물에서 나가야 하는데 계단이 이상하고 사다리로 연결되거나 아주 나가기가 어려운 입구로 변한 곳’ 등이 다 등장해서 피곤했다.
 
 
8시 되기 전에 퍼뜩 깼는데 회사의 갑님(대충 이사진에 가까움)으로부터 부재중 전화와 연락 달라는 문자가 두어 시간 전 와 있었다. 이 갑님은 우리 부서 업무와는 큰 연관이 없는 분이지만 요즘 회사 상황이 워낙 이상하므로 더럭 걱정이 되었다. 억지로 잠을 깨려고 노력하고 물을 마시고 목을 가다듬은 후 전화를 해보았는데 받지 않으셔서 문자를 드렸다. 비몽사몽 업무메일도 확인해봤는데 부서 업무회의록에 역시나 요즘 좋지 않은 정황에 대한 기록이 있어 더욱 걱정이 되어 윗분께도 카톡으로 혹시 무슨 일이 있는가, 이 갑님에게서 이런 연락이 왔는데 뭘까 하고 물어보았다. 윗분도 모르는 건 마찬가지. 그때 갑님에게서 휴가 중이란 걸 들었다, 전화 안 해줘도 된다는 답이 왔다. 그래서 업무 통화는 안 해도 됐지만 뭔가 매우 찜찜한 채 일어나야 했다.
 
 
그래서 잠이 딱히 모자라진 않았지만 기분 좋지 않은 채 멍하게 깨어나 샤워를 하고 조식을 먹고 왔다. 아침엔 안개가 한치 앞도 안 보일 정도로 뿌옇게 끼어 있었다. 조식 먹고 와서 도로 침대에 들어가 좀 누워 있었는데 열한시쯤 창밖을 보니 하늘이 파랗고 해가 나고 있었다! ‘아니 이렇게 해가 난다면 당연히 나가야 하는 거 아닌가! 볕이 잘 드는 엘스카로 가야지~ 거기 인기 많은 카페니까 오후가 될수록 붐빌테니 지금 가야겠다!’ 하고 갑자기 맘이 급해져서 후다닥 나갔다.
 
 
엘스카는 숙소에서 400미터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게디미나스 대로를 따라 조금 걷다가 Jogailos 거리를 끼고 올라가면 필리모 거리와의 접점 교차로에서 마주치게 된다. 영원한 휴가님이 여기가 빌니우스에서 제일 일조량 많은 카페일 거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는데 오늘 내가 체험으로 깨달음. 오 정말이야. 정말 빛이 많이 들어온다. 숏패딩을 벗고 그 다음엔 짚업과 스카프를 벗었는데도 창가 테이블(이틀 전 찍었던 그 무지개 테이블)에 볕이 너무 많이 들어와서 따끈따끈 더웠다.



조식 테이블에서 차를 마셨고 여기는 디저트가 별거 없었으므로 플랫 화이트를 시켜보았다. 커피 잘 못 마시는 나로서는 카푸치노보다 더 연하고 라떼보다는 양이 적은 이게 제일 나은 것이었다! 원두는 브라질과 온두라스 중 고르라 해서 산미 없는 쪽인 전자를 택함. 그런데 내가 주문을 똑바로 못한 건지 러브라믹스가 아니라 테이크아웃용 종이컵에 나와서 ?? 했지만, 종이컵이 또 나름대로 이뻐서 오히려 좋다고 생각했다. 플랫 화이트는 매우 연하고 부드러워서 이 정도라면 나도 마실 만했다.
 
 
평일 이른 시간이라 카페에 손님이 별로 없었고 내가 좋아하는 2층과 무지개 테이블이 비어 있어 ‘진짜 좋다!’ 하며 얼른 거기 앉았다. 여기 앉아서 정면으로 보이는 카페 풍경을 스케치했다. 스케치하는 동안 빛이 많이 들어와서 꼭 히터를 틀어놓은 듯 따뜻했고 색칠할 때도 눈이 부셨다. 햇빛 받지 말랬는데... 변색렌즈 안경 끼고 있었으니까 이 정도는 괜찮겠지 하며 정당화. 흑흑 나는 이렇게 밝고 환한 카페가 좋은데... 화창한 날씨가 좋고... 햇빛 받지 말라니 너무해. 카페 스케치는 따로 올림. 인스타 스토리에도 올렸더니 엘스카에서 자기네 스토리에 올려주며 넘 이쁘다고 해줘서 뿌듯해졌다 :)
 

 
온몸이 따끈따끈 데워진 채 한시 쯤 엘스카에서 나왔다. 바깥 바람이 선선했고 햇살은 따스해서 정말 좋은 날씨였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가을 날씨였는데 여기서 이런 날씨를 맛보다니 흑흑 감동이었다. (10월의 우중충한 날씨를 대충 아는 터라 전혀 기대 안 했었음)
 

 
배가 고파지기 시작했고 며칠 안 먹었던 쌀밥이 먹고파서 빌니아우스 거리의 Wok to Walk에 다시 가서 돈부리를 주문했다. 여기 돈부리는 흰밥에 달걀프라이, 메인과 야채토핑과 소스를 얹어주는데 나는 닭고기와 데리야키 소스를 고르고 달걀은 다 익혀달라고 했다. 가쯔오부시까지 얹어줘서 또 좋았음. 돈부리가 매우 맛있었는데 우리나라에서 흔히 먹는 돈부리와는 다른 맛이었다. 내가 데리야키 소스를 골랐기도 하고 양파도 우리나라 일식집에서 주는 길고 얄팍하게 썰어서 푹 익혀주는게 아니라 좀 큼직하게 아삭거리는 놈들이라 꼭 간짜장밥 같은 맛이 좀 났다. (달걀프라이도 얹혀 있고) 미소수프랑 같이 매우 맛있게 먹고 나왔다.
 

 
그리고는 날씨가 좋으니 민트 비네투에 가야겠다고 결정했다. 왜냐하면 민트 비네투는 성 Ignoto 거리를 따라가야 하는데 그 길이 재작년의 경험을 비추어 볼 때 좀 오르막인데다 재개발이 안되어 황량한 길이기 때문이다. 우중충한 날씨에 걸어가면 좀 춥고 음울할 것 같았다. 구글맵을 찍어봤더니 심지어 웍에서 가까워서 좋아하며 걸어갔다. 빌니아우스 거리에서 걸어가니 오르막이 아니어서 더 좋았다(재작년엔 숙소에서 곧장 가느라 토토리우 거리를 따라 쭉 올라갔었다)



민트 비네투는 당시 피나비야를 제외하곤 유일하게 두 번 간 카페였는데 헌책들이 많고 구석 자리들이 좀 도서관 같아서 좋았다. 이번엔 전에 앉지 않았던 쪽 구석으로 들어갔다. 자리는 좋았는데 확실히 여기는 응달이긴 했다. 센차를 시켰는데 아이스는 안된다고 했다. 그런데 이 녹차에서 시나몬 향이 강하게 났다. 뭐지, 재작년에 마셨을 땐 안그랬는데. 티포트에 시나몬차를 우렸었나... 하여튼 시나몬 냄새 나는 센차를 마시며 여기서도 스케치를 했다. 그게 토끼 옷차림 스케치. 이렇게 카페들을 돌아다닐 줄 모르고 아이패드만 가져온데다 와이파이가 잘 안돼서 본의아니게 두 카페에서 다 스케치. 그런데 민트 비네투는 전에 왔을 때가 더 마음에 들었다. 뭔가 여기는 환대하는 느낌이 별로 없다고 해야 하나. 하여튼 스케치하기는 좋은 곳이다.

 

 
오늘 간 곳들이 많아서 너무 길어지는지라 오늘도 두 파트로 나눠서 올린다. 1부는 여기까지. 여기까지의 사진들은 아래.
 

 
 

 
 
 
종이컵에 담아준 플랫 화이트와 겨우 두번만에 '내 자리' 로 각인된 무지개 테이블의 엘스카. 
 
 
 

 
 
 
실제로는 이렇게 이쁘고 볕이 잘 들어온답니다. 테이블 다 없앤 대충대충 스케치와는 비교불가 ㅎㅎㅎ 엘스카 사진이 좀 많다. 빛 들어오는 카페 내부가 이뻐서. 
 
 
 

 
 
 
출입문 앞. 나갈 때 보니 여기도 우크라이나 응원문구가 붙어 있었다. 전쟁이 빨리 끝났으면...
 
 
 

 
 
 
 

 
 
 
이렇게 무지개테이블에서 스케치를... 
 
 

 
 
 
웍에서 먹은 간짜장밥 맛 나는 맛있었던 돈부리. 추천!!! 가쯔오부시도 올려주고 좋았다!
 
 
 

 
 
 
민트 비네투 가는 길. 햇살이 좋아서 오늘은 공원 벤치고 야외 테이블이고 삼삼오오 다들 밖에 앉아 있었다. 
 
 
 

 
 
성 Ignoto 거리. 여기가 사실 날씨 안 좋으면 우중충할텐데 하늘이 파랗고 햇살이 쨍하니 이쁘고 고적하다. 
 
 
 

 
 
민트 비네투. 시나몬향 엄청 많이 났던 센차. 내가 시나몬을 좋아하니 망정이지...
 
 
 

 
 
토끼의 하찮은 패션변천 스케치... 뭔가 종이인형 오리기 그림 같다 :)
 
 
여기까지가 1부. 헥헥, 언제 끝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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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24. 10. 9. 02:13

홀리 도넛 Holy Donut + 벨리니 2024 riga_vilnius2024. 10. 9. 02:13

 

 

 

오늘은 날씨가 너무 좋았다. 카페를 3곳이나 돌아서 그야말로 카페 투어를 한 날이었다. 귀가하면서 마지막으로 들른 카페는 빌니아우스 거리에 있는 홀리 도넛. 나는 도넛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재작년에 왔을 때에도 여기 들를 생각이 없었는데 어제 어쩌다 슬쩍 들어가보니 벽에 붙은 메뉴판에 칵테일이 몇개 있고 거기 벨리니가 들어 있어서 의외였다. 벨리니를 내주는 바가 의외로 별로 없다. 그래서 오늘 돌아오면서 들러서 벨리니를 시켜보았다. 역시나 진열장의 도넛들은 당기지 않았고(오후 늦은 시각이라 그나마 얼마 없었음), 벨리니 가격이 싸지 않았으므로 이것만 시킴. 오랜만에 벨리니 마셨더니 맛있었다. 아마 점심 때 웍에서 짭짤한 돈부리를 먹었기 때문에 더 맛있었을지도. 그런데 벨리니도 역시 알콜이라 약간 취기가 돌았고(술 잘 못 마시는 자), 호텔에 돌아와서도 내내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라 있다. 

 

 

검색해보니 여기는 브런치 메뉴가 많다고 한다. 지금 호텔은 조식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아침 먹으러 갈 일은 없을 테지만 하여튼 메뉴 사진과 리뷰를 보니 맛있어 보였음. 도넛만 하는 게 아니었구나, 무시해서 미안해 홀리 도넛아. 벨리니까지 내주는데... 

 

 

 

 

 

내부 사진 몇 장. 아늑한 스타일은 아니지만 또 너무 빈약한 스타일도 아니다. 전체적으로는 옐로우 톤인데 여기와 잘 어울린다. 

 

 

 

 

 

도넛은 거의 다 나가고 텅텅... 그래도 저렇게 바가 있어서 좋다. 

 

 

 

 

 

 

금방 마시고 나갈 거라 문 안쪽 바 테이블에 앉았다. 

 

 

 

 

 

 

바깥 모습은 이렇다. 그런데 입구에 식물이 무성한 화분을 여럿 놔둬서 은근히 진입로가 좁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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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24. 10. 9. 01:57

엘스카 풍경 2024 riga_vilnius2024. 10. 9. 01:57

 

 

 

오랜만에 스케치. 오전에 볕 좋을 때 엘스카에 가서 카페 풍경 그림. 그런데 엘스카는 여태까지 스케치했던 모든 카페들을 통틀어 제일 어려웠다. 2층 카페인데다 디테일이 너무 많아서... 그래서 내 무지개 테이블과 저 갈색 소파 사이의 테이블들은 생략함. 그랬더니 뭔가 무지개 테이블만 동동 뜬 것 같지만 ㅎㅎ 원래 모습보다 50분의 1쯤으로 간소화, 대충대충이 되었습니다만 사진들도 많이 올렸으니 본모습과 예쁨은 그 사진들로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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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24. 9. 15. 16:50

우주피스의 고양이 2022 vilnius2024. 9. 15. 16:50

 
 
 
2022년 빌니우스, 6월. 
 
 
우주피스에는 두번 갔는데 처음엔 영원한 휴가님이랑 가서 비르쥬 두오나의 야외 테이블에 앉아 수다를 떨고 각국 언어로 적혀 있는 우주피스 공화국 선언문을 구경하는 정통코스였다. 두번째로는 혼자서 언덕을 올라가 주변을 돌아다녔다. 경우는 좀 다르겠지만 홍대나 문래, 이태원처럼 여기도 젊은 예술가들의 패기넘치는 골목이었다가 개발이 되기 시작하면서 상업적으로 변한 느낌이 들어서 당초 정보로만 접했던 이미지보단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초창기에 어떤 느낌이었을지는 상상이 됐다. 하긴 나는 현대미술과 관계된 업무를 하면서도 복합공간이나 그쪽 분야가 모여 있는 동네가 딱히 취향에 맞는 적이 없었으니 그저 기호의 문제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노바야 골란지야도 솁카벨도 마음에 안 들었고 오로지 뽀드삐스니예 이즈다니야 같은 서점과 카페가 더 좋았으니까. 
 
 
두번째 갔던 우주피스. 이날은 너무 습하고 더운 날이라 언덕 등반하면서 진이 다 빠졌다. 다 올라온 건 아닌 것 같지만 하여튼 이 고양이 있는 곳까지 올라갔다가 '으앙 더 못 올라가, 나는 우주피스랑 안 맞아' 하며 내려옴. 생각지 않은 괭이도 봤으니 이 정도면 우주피스한테 할만큼 해준 거 같아. 꼭대기의 고양이, 맨 아래 천사. 딱 좋네 하면서 ㅎㅎ (행여 언젠가 다시 우주피스에 가게 된다면 그땐 버스나 볼트 택시를 타야지 하고 다짐함)
 
 
이 고양이는 여행서에서는 못 봤는데 하여튼 언덕 윗부분(여전히 꼭대기는 아닌 거 같다만 나한테는 이미 꼭대기)에서 우연히 발견함. 귀걸이를 달고 있는 살찐 고양이인데 동판의 캡션을 보니 이녀석 귀를 만지면 두려움을 퇴치해 준다고 한다. 겁많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토끼심장이므로 열심히 괭이 귀를 만져주었다 ㅎㅎ 
 
 
그런데 저 귀걸이보다는 '아 고양이 엄청 살쪘다~' , '옆에서 보면 고양이보단 돼지 닮았다', '아 근데 왜 엉덩이는 쑥 들어가 있는 걸까. 엉덩이도 통실통실하게 만들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만 들었다. 아무래도 나는 조각가의 미감과는 거리가 있나보다. 이런 내가 미술 쪽 업무를 드문드문, 거기에 지금은 또 몇년째 계속 하고 있는게 과연 맞는 것인가 싶음 ㅎㅎ
 
 
 

 
 
 
그리고 두려움을 퇴치해주고 용기를 주는 괭이라고 믿어보려 해도 어쩐지 표정이 좀 음흉해보임. 그래서 나는 귀를 열심히 만지긴 했지만 불신을 간직한 채 우주피스 언덕을 내려왔다. 고양아 미안해. 
 
 
... 근데 사진 올리면서 잘 보니 엉덩이 뿐만 아니라 가슴 쪽도 쑥 들어가 있네... 흑흑 조각가는 균형을 맞춰 빚어낸 것이었다. 역시 내 미감이 후졌던 것으로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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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24. 8. 15. 16:17

색유리 장식이 대롱대롱 2022 vilnius2024. 8. 15. 16:17

 

 

 

빌니우스 구시가지의 스티클리우 거리. 조그만 골목인데 아기자기하고 예쁘다. 주기적으로 저 위에 매달아놓는 장식을 바꾸는 모양이다. 재작년 6월에 내가 갔을 때는 처음엔 마그리트 그림을 연상시키는 모자 장식이 달려 있었고 곧 저 색유리 모양 조형물로 바뀌었다. 이후에도 sns로 이 동네 사진들을 종종 보고 있는데 장식물들이 수차례 바뀌었다. 그런데 이 색유리 모양 장식이 제일 맘에 든다 :) 아마 6월의 근사한 여름날이라 잘 어울려서 그랬을지도. 우중충한 날씨엔 이렇게 예뻐보이지 않을 것 같다. 

 

 

(그건 그렇고 나는 '근사한 여름날' 이란 표현은 페테르부르크나 빌니우스나 그외 습하지 않은 유럽 동네에나 쓴다 ㅜㅜ 아아아아 여름 싫어. 토끼찜 토끼구이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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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24. 7. 13. 15:56

돈 폰타나스 2022 vilnius2024. 7. 13. 15:56

 

 

이 눈부신 햇살 아래 물을 뿜고 있는 저 분수에 우리는 돈 폰타나스라는 별명을 붙였다. 폰타나스는 리투아니아어로 분수. 돈은 돈 키호테 돈 주앙 뭐 그런 돈이 아니고... 우리 말로 돈이다. 여기에는 여느 분수처럼 사람들이 동전을 던져두었고 녹슨 열쇠를 비롯해 자질구레한 잡동사니들도 잠겨 있었다. 귀여운 아기들이 분수에 손을 집어넣고 온갖 탐험을 하며 동전과 열쇠, 나뭇가지, 그외 이것저것을 건져내며 신이 나서 좋아했다. 폴란드 동전이 하나 나왔는데 그것을 보고 나는 비행기 놓쳐서 강제로 바르샤바에서 숙박해야 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마구마구 폴란드항공을 비난했다 :) 동전을 많이 건져냈기에 이 분수는 돈 폰타나스, 돈 분수가 되었다. 

 

 

사진은 아직 돈 폰타나스로 명명되기 전. 그 전날 오전에 나는 배고픈 상태로 이 보키에치우 거리를 헤매다 분수 맞은편에 있는 크루스툼이라는 베이커리 카페에 들어가 초콜릿 크루아상과 홍차로 아점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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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7. 3. 16:12

생각해보니 한번도 안 타봤네 2022 vilnius2024. 7. 3. 16:12

 
 

2년 전 빌니우스. 여기는 아마도 구시청 앞 디조이 거리 정도 되는 것 같은데 확실하지는 않다(아닐 수도 있음) 나는 구시가지를 돌아다니다 디조이 거리 쪽만 오면 너무너무 지치곤 했다. 
 
 
빨간 시티투어 2층버스. 생각해보니 이런 시티투어 2층버스를 한번도 타본 적이 없다. 오래전에 프라하 출장을 갔을 때 초청자 측에서 두시간짜리 미니버스 투어(영어, 한국어 오디오가이드가 딸린)를 보내줬는데 사실 나는 그전에 이미 프라하 여행을 다녔던 경험이 있어 그 투어가 참 지루했었다. 그 시간에 나 혼자 쏘다니며 카페에라도 가서 놀고 싶은 마음이 굴뚝이었다. 그런데 페테르부르크에서는 저 빨간 버스를 한번쯤 타보고 싶었다만 결국은 못 탔다. 운하를 오가는 보트도 못타고... 베니스도 일하러 여러번 갔지만 곤돌라는 한번도 못탐(그런데 곤돌라는 비싸기 때문에 아마 여행을 가도 못탈듯) 날씨 좋을 때 저 2층에 타면 기분이 또 좋으려나 궁금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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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6. 22. 21:47

벌룬, 벌룬들 2022 vilnius2024. 6. 22. 21:47

 
 
 

6월의 빌니우스는 밝고 화창하고 작고 귀여우면서도 그늘진 골목들 어딘가에서는 동구권 특유의 미묘한 어둠이 느껴지는 도시였다. 후자는 언덕을 올라 이제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골목과 좁은 거리들, 수리를 기다리는 낡은 건물과 낙서들이 휘갈겨진 균열 가득한 벽들, 그리고 바로크식 성당들의 뒤켠을 지날때 어렴풋이 느껴지는 기분으로, 아마 이것은 가을과 겨울, 빛이 부족해지고 비와 바람, 눈과 어둠이 가득한 계절이 오면 본격적으로 강렬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아무래도 여름이었고 너무나 날씨가 좋은 시즌이었으므로 그런 기분은 가끔, 드물게만 느껴졌다. 
 
 
이 작고 아늑하고 소박한 도시에서 나를 놀라게 했던 것, 아니 그보다는 웃음짓게 했던 건 바로 벌룬들이었다. 빌니우스의 도시홍보 인스타그램이 줄기차게 자랑하는 소재는 두가지로 하나는 핑크수프(비트와 사워크림으로 만든 냉수프이다. 러시아에도 비슷한게 있는데 하여튼 빌니우스 홍보팀인지 관광청인지에서는 이걸 트레이드마크처럼 내건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이 벌룬들이다. 아니 얼마나 자랑할게 없으면 벌룬 띄우는 걸 이렇게 자랑하지? 하며 우스웠는데(고소공포증 때문에 결코 벌룬을 타지 못하는 인간이라 더 그런지도), 막상 빌니우스의 골목을 걷다가 새파란 하늘 위로 벌룬들이 동동 떠올라 날아가는 것을 보는 기분이란 참 신기했다. 아마 그때 실컷 수다를 떨며(이때 나의 라섹 수술 이야기 등을 했다고 한다. 나는 기억이 가물가물 ㅎㅎㅎ) 걸어가던 길에 갑자기 영원한 휴가님이 '오, 벌룬! 벌룬 떠가네요!' 라고 하셨기 때문에, 생각지 않은 순간 너무 의외로 동그란 벌룬들이 둥둥 떠오르는 걸 봤기 때문에 그런 건지도 모르겠다. 
 
 
사진을 두세 장 찍어두었는데 벌룬은 하늘 높이 떠올라 있었고 내 손에는 dslr이 아니라 폰이 들려 있었으므로 줌을 당기는데 한계가 있어 화질이 좋지 않아 아쉽다. 벌룬들은 콩알만하게 나왔다. 
 

 
2년만에 다시 여행을 나와서 새로운 도시에서 친구와 함께 이야기꽃을 피우며 즐겁게 걷다가 갑자기 하늘에 떠오르는 벌룬들을 보는 것. 그 여름의 빌니우스 여행에는 그런 작은 놀라움과 즐거움이 깃들어 있었다. 
 
 
10월 휴식이 뜻대로 진행된다면 이 도시를 다시 들르게 될텐데, 부디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 그런데 그 시즌엔 이렇게 벌룬이 뜨지는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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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6. 2. 15:47

6월의 청명한 빌니우스 2022 vilnius2024. 6. 2. 15:47

 

 

 

재작년 이맘때 빌니우스에 갔었다. 코로나 이후 오랜만에 다시 나가는 여행인데다 보고 싶은 친구도 있으니 무척 설레는 여행이었다. 폴란드항공의 연착으로 바르샤바에서 예기치 않게 하루 자고 가야 하는 불상사를 겪었지만 하루 늦게 도착한 빌니우스의 날씨가 무척 좋았고 도착 이후엔 즐거운 시간 뿐이었다. 특히 날씨 운이 참 좋았다. 첫날과 둘째날 사진 몇 장. 파란 하늘에 기뻐서 찍어둔 사진. 

 

 

 

 

 

 

이건 첫날. 여기는 이 도시의 가장 도심인 게디미나스 대로인데 일요일이라 차없는 도로였다. 블린 먹고 구시가지 조금 구경하다 돌아오면서 찍은 사진. 이것도 날씨가 너무 좋아서 기뻐하며 찍었다. 

 

 

 

 

 

 

이건 둘째날. 여기가 아마 빌니우스 대학교와 내가 좋아했던 정교 성당 근처였던 것 같다. 이때 보키에치우 거리(...로 추정. 이제 거리 이름 다 가물가물)에 있던 크루스툼이라는 카페에서 빵이랑 차로 아점 먹고 구경하다가, 오후에 영원한 휴가님께서 숙소로 오시기로 했기 때문에 서둘러 돌아가던 길. 이때 길이 좀 헷갈려서 여기쯤에서 열심히 구글맵을 봤던 것 같다. 그런데 여기 풍경이 꼭 바르샤바 어딘가에서 봤던 풍경과 참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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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24. 5. 19. 15:54

켐핀스키 빌니우스 호텔 창가에서 2022 vilnius2024. 5. 19. 15:54

 
 
 

어제 페테르부르크의 로시 호텔 창가 사진을 올리고 나니 뭔가 운을 맞추는 기분으로, 2년 전 빌니우스에서 머물렀던 두번째 숙소인 켐핀스키 빌니우스 호텔 창가 사진 세 장. 이 호텔은 빌니우스의 구시가지 중심지인 대성당 광장에 면해 있다. 내가 묵었던 침실의 창가로 기어올라가면 대성당이 보였다. 이 창가가 무척 마음에 들었다. 실컷 쏘다니고 저녁에 돌아와 창가로 기어올라가면 창밖으로 소나기가 아주 세게 쏴 하고 쏟아졌다. 멋모르고 창문 열고 구경하다 들이친 비에 흠뻑 젖기도 했다. 이 호텔 인스타를 팔로우하고 있는데 여기가 켐핀스키에서 힐튼으로 넘어가는 모양이다. 그러니 혹여라도 나중에 다시 가보게 될지라도 이제 이 이름은 쓰지 않겠지. 인스타를 보니 주인만 바뀌고 내부 인테리어는 똑같은 것 같긴 하다. 

 
 
 

 
 


이건 침대 쪽 창가.

 
 

 
 
 
이 숙소로 옮겨오기 전날 게디미나스 대로에서 샀던 색색의 수레국화 한 묶음. 켐핀스키 욕실에 있던 귀여운 보라색 양치컵과 아주 잘 어울렸다. 다시 봐도 저 양치컵이 이쁨. 갖고 싶었는데. 이 사진만 이렇게 밝게 나온 이유는 이건 낮에 찍기도 했고 또 폰으로 찍어서. DSRL 설정이 잘못된건지 모르겠는데 너무 어둡게 나와서 이때 이후 무겁기도 하고 귀찮아서 점점 저 DSLR을 쓰지 않게 되었다. 이후의 여행들은 거의다 폰으로만 찍었음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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