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 가득 이딸랄라에서 최고의 광합성 2024 riga_vilnius2024. 10. 19. 03:55
원래 10월은 이 동네에서 날씨가 안 좋은 시기인데 나는 올해 다행히 운이 좋았다. 햇살이 찬란한 날이 며칠씩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다 또 우중충하고 흐리고 추워지면 금세 괴로워진다만, 하여튼 해가 나고 하늘이 파래지면 기뻐서 '햇볕 쬐며 앉아 있을 수 있는 카페'를 찾게 된다. 생각해보니 게으른 나지만 한국에서도 햇살 받으며 나무 아래 벤치에 앉아있거나 집에서도 베란다에 카페 자이칙을 세팅하는 시기는 딱 10월, 짧고 찬란한 가을이다. 빌니우스에서 영원한 휴가님의 도움을 받아 몇몇 카페들을 돌아다녀 보고 얻은 조그만 결론. 해가 계속 잘 드는 카페는 엘스카! 그리고 오후 1시~2시는 보키에치우 거리의 후라칸, 3시 무렵은 같은 거리 끝에 있는 이딸랄라 카페! 그래선지 날씨 좋을땐 이 카페 앞 야외테이블은 문전성시를 이룬다.
어제 영원한 휴가님과 잠시 앉아 볕을 쬐며 이야기를 나눴었는데, 오늘 테이스트 맵에 갔다가 보키에치우 거리의 슈가무어에서 점심을 먹고, 디조이 거리를 좀 오갔다. 영원한 휴가님과 3시 전후 보키에치우 쪽에서 뵙자고 했고 디조이에서 제일 가까운 곳이 여기인데다 웬일로 안도 한적해서(이미 두세번이나 만석이라 실패함. 첨 갔을 때도 엄청 북적거려서 그때 이미지가 별로 안 좋았었음) 얼른 들어갔다.
사람 없을 땐 내부도 예쁘고 귀엽다. 너무 여러가지 스타일을 합쳐놔서 좀 정신없긴 하지만, 그래도 여백이 생기니 그런 느낌이 덜해졌다. 그리고 첨에 봤을 때 앉고팠던 창가 자리가 비어 있어서 얼른 거기 자리를 잡았다.
여기의 플랫 화이트를 마셔서 정말 테이스트 맵보다 세배 연한지 확인하고 싶었지만 이미 무적 테이스트 맵에서 카페인 과다가 된 것 같았고 메뉴판에 '더티 차이 라떼'라는 것이 있어서 그것을 시켜보았다. 말차라떼는 지겨웠고 '그냥 차이 티 라떼겠지' 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흑흑 나는 바보... 마셔보니 묘하게 코코아 맛이 났다. 시나몬향료를 뿌린 코코아 맛이네 하고 생각하며 검색을 해보니 아니 이것은 차이 라떼에 에스프레소 샷을 추가한 거였다... 흐앙, 그래서 또 커피 카페인 추가. 그런데 우유가 많이 들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차이도 커피도 아니고 정말 시나몬 향료 코코아 같은 맛이었음. 라떼라서 양도 엄청 많았다. 맛이 나쁘진 않았음. 나중에 다시 가서 플랫 화이트 도전해봐야지.
시나몬 코코아 아니고 더티 차이 라떼.
여기의 가격은 다른 카페들보다 센 편이다. 그리고 인기많은 이 카페 내부가 한적했던 이유는 날씨 때문에 사람들이 모두 야외에 앉았기 때문이다. 점원도 나에게 야외에 앉을지 안에 앉을지 물어보았다. 일단 창가 자리인 안에 앉음.
한적한 틈을 타 내부도 구경. 파스텔톤 색채가 이쁘다.
창가에 앉아서 시나몬 코코아 같은 차이 라떼를 좀 마시고...
책도 이어서 좀 읽었다. 그러자 영원한 휴가님이 오셨고 얼른 야외 테이블로 옮겼음. 이때부터 빌니우스 여행 이래 최고의 광합성이 시작되었다. 오늘은 최고기온 12도라고 되어 있었지만(아침 1도) 바람이 불지 않았고 이쪽 자리가 워낙 볕이 잘 들어서 엄청나게 따스했다. 머리칼이 따끈따끈 데워졌다. 온몸으로 광합성... 눈 걱정이 되어 변색렌즈 안경에서 선글라스로 바꿔 끼고 앉아 볕을 쬐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영원한 휴가님이 조그만 캐러멜 초콜릿 디저트를 시키셔서 그것을 먹었는데 의외로 맛있었다. 근데 내 더티 차이 라떼 때문인지(여기에도 내가 설탕을 넣었음 ㅜㅜ) 디저트 때문인지 아니면 내 향수 때문인지 자꾸 큰 벌이 날아와 엉겨붙어서 쏘일까봐 무서웠음... 나중에 옆 테이블에 케익을 여러개 시킨 손님들이 나타나서 그런지 벌이 그쪽으로 가서 참 다행이었다.
참, 영원한 휴가님은 플랫 화이트를 시키심. 나 때문에 궁금해서 시키신 것 같은데 막상 그 맛을 물어보는 걸 까먹었네. 정말 세 배 연한지...
빌니우스 최고의 광합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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