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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니우스에도 물론 카공족이 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랩탑과 태블릿을 장착하고 있는데 대부분의 카페에서 한둘 이상은 찾아볼 수 있다. 이 카페가 빌니우스에서 가장 카공족이 많다고 영원한 휴가님이 전에 말씀해주셔서 궁금해서 오늘 가봤다. 이 카페는 필리모 거리의 MO 미술관 옆으로 꺾으면 나오는데 근처에 대학교가 있어서 학생들이 공부하러 엄청 많이 온다고 한다. 그 옆에는 카페인 로스터리가 있는데 사실 나는 그쪽이 더 가고팠지만 카페인은 체인이고 여기는 무려 '빌니우스 최고의 공부 카페'이니 어떤지 구경하고 싶었다. 그리고 오늘은 일요일이니까 학생들이 별로 없으니 좀 한가할 거라는 생각에 오전에 버스를 타고 모미술관 앞에서 내렸다. 숙소 앞 정류장에선 두 정거장만 가면 되는데 이게 걸어가면 또 꽤 가야 해서... 엘스카를 지나 문방구 카페도 지나야 한다. 
 
이름은 BREW이지만 나는 여기를 <공부 카페>라고 부르게 되었다. 그런데 리뷰를 보니 뭔가 원두도 팔고 카페 이름도 저렇고 커피가 훌륭한가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카페에 들어가니 사람들로 우글우글해서 거의 만석이었다. 카페가 생각보다 작고 좁았다. 테이블 간격도 좁았다. 맨 안쪽 구석에 테이블 하나가 있어 거기 자리를 잡은 후 주문을 하러 갔다. 주문하는 줄도 늘어서 있었다. 어, 뭔가 테이스트 맵 같은 커피부심 커피엘리트 커피맛집인가 하며 카푸치노 작은 것을 주문해보았다. 제대로 된 차와 디저트는 오후에 가기로 하고 여기는 점심 먹기 전에 가볍게 들르는 곳으로 생각해서 왔기 때문이다. 어차피 커피는 다 마실 수 없으므로 그럼 작은 걸 하나 시켜보기로 함. 
 
카푸치노는 내 생각보다 훨씬 연했다. 테이스트 맵 같은 곳은 아닌가보다. 설탕을 넣긴 했지만 하여튼 연했고 맛이나 풍미는 잘 모르겠다. 나는 두세 모금만 마셨다. 
 
일요일인데 학생으로 추정되는 사람들, 강아지 데리고 나와 수다떠는 친구들, 아기 데리고 나온 가족들 등 사람들이 많았다. 옆의 미술관 때문인가, 왜 여기는 이렇게 사람이 많은가. 막상 공부하는 사람은 거의 안 보인다. 평일에만 공부 카페인가보다. 근데 공부 카페는 이해가 되는데 일요일에 이렇게 터져나가는 이유는 뭘까? 카페가 딱히 예쁘지도 않고 그렇다고 디저트가 엄청나보이지도 않고 커피도 비록 과문하지만 그냥 그런 것 같은데. 궁금궁금. 영원한 휴가님은 그냥 사람들이 많이 가니까 또 많아지나보다 라고 하셨음. 내 눈엔 카페인이랑 비슷해보였다. 인테리어도 그렇고 전체적으로. 하긴 공부하기 제일 좋은 카페는 역시 체인 카페들이니까, 카페인이랑 비슷한 스타일이라 공부 카페로 잘되나 싶기도 했음. 
 
책을 두세 페이지 읽고 카푸치노도 두세 모금만 마시고 큰 인상 없이 카페를 나왔다. 그래도 공부 카페라는 별명으로 기억될 것 같긴 하다. 사진들 아래 몇 장. 
 


*** 앗, 정정!



공부 카페능 여기가 아니라 내가 가고팠던 그 옆 카페인 로스터리라고 방금 영원한 휴가님이 말씀해주심. 으앙... 뭐야뭐야... 근데 이미 여기다 공부 카페라고 붙여줬어... 공부 카페 아닌 공부 카페ㅠㅠ 홍철 없는 홍철 팀 같다... 어쩐지 그 카페인에 가고프더라니 ㅎㅎㅎ


 

 

 
 
내가 앉은 구석 자리. 좀 밍밍한 맛의 카푸치노. 
 
 

 
 
<미운 백조들>은 책이 작고 가볍다는 이유로 암울하지만 그래도 매일 가지고 다니며 카페들에서 조금씩 읽고 있음. 근데 이거 한국 돌아가면 과연 이어서 읽을 수 있을까 ㅠㅠ 이런 여유 자체가 없을텐데. 
 
 

 
 
출입문이 두군데 있었음. 이쪽은 측면 출입문. 여기도 호박 장식. 빌니우스 거리는 여기저기 온통 호박 장식으로 가득하다. 
 
 
 

 
 
 
이게 다른 출입문. 근데 건물 모양을 보면 이게 정면 출입문 같지만 생각해보니 그 위 사진의 문으로 들어가자 곧장 카운터가 나왔으니 그쪽이 정면인가보다. 
 
 

 
 
 
비건 디저트들이 맨 위에... 어딜 가나 비건 디저트들이 대세인가보다. 흑흑 나는 비건 디저트는 안 좋아하는데... 근데 아래에 메도빅이 있어서 좀 먹고프긴 했다. 
 
 
 

 
 
 
'공부 카페라니 될 말이야?' 하고 뿌루퉁해져서 쳐다보는 쿠야. 
 
 
 

 
 
무서운 표지를 빌니우스 지도로 싸버린 스트루가츠키 형제의 <미운 백조들>. 근데 이 지도의 재질이 좀 두껍고 잘 허는 타입이라 가방에 계속 넣어다녔더니 이미 귀퉁이들이 헐고 있음 ㅠㅠ
 
 
 

 
 
 
내 앞 테이블 손님들이 데려온 큰 강아지. 삽살개 같은 종류인데 이 종류 강아지들이 빌니우스에 좀 많다. 엄청 애교가 많아서 주인한테 계속 낑낑대며 관심과 간식을 요구했고 나한테도 와서 엉기고 다른 손님들한테도 가서 엉김. 
 
 
 

 
 
 
나가면서 보니 갑자기 손님들이 훅 빠져서 이쪽이 비어 있어 찍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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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