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

11

« 2024/11 »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2024. 9. 15. 16:50

우주피스의 고양이 2022 vilnius2024. 9. 15. 16:50

 
 
 
2022년 빌니우스, 6월. 
 
 
우주피스에는 두번 갔는데 처음엔 영원한 휴가님이랑 가서 비르쥬 두오나의 야외 테이블에 앉아 수다를 떨고 각국 언어로 적혀 있는 우주피스 공화국 선언문을 구경하는 정통코스였다. 두번째로는 혼자서 언덕을 올라가 주변을 돌아다녔다. 경우는 좀 다르겠지만 홍대나 문래, 이태원처럼 여기도 젊은 예술가들의 패기넘치는 골목이었다가 개발이 되기 시작하면서 상업적으로 변한 느낌이 들어서 당초 정보로만 접했던 이미지보단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초창기에 어떤 느낌이었을지는 상상이 됐다. 하긴 나는 현대미술과 관계된 업무를 하면서도 복합공간이나 그쪽 분야가 모여 있는 동네가 딱히 취향에 맞는 적이 없었으니 그저 기호의 문제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노바야 골란지야도 솁카벨도 마음에 안 들었고 오로지 뽀드삐스니예 이즈다니야 같은 서점과 카페가 더 좋았으니까. 
 
 
두번째 갔던 우주피스. 이날은 너무 습하고 더운 날이라 언덕 등반하면서 진이 다 빠졌다. 다 올라온 건 아닌 것 같지만 하여튼 이 고양이 있는 곳까지 올라갔다가 '으앙 더 못 올라가, 나는 우주피스랑 안 맞아' 하며 내려옴. 생각지 않은 괭이도 봤으니 이 정도면 우주피스한테 할만큼 해준 거 같아. 꼭대기의 고양이, 맨 아래 천사. 딱 좋네 하면서 ㅎㅎ (행여 언젠가 다시 우주피스에 가게 된다면 그땐 버스나 볼트 택시를 타야지 하고 다짐함)
 
 
이 고양이는 여행서에서는 못 봤는데 하여튼 언덕 윗부분(여전히 꼭대기는 아닌 거 같다만 나한테는 이미 꼭대기)에서 우연히 발견함. 귀걸이를 달고 있는 살찐 고양이인데 동판의 캡션을 보니 이녀석 귀를 만지면 두려움을 퇴치해 준다고 한다. 겁많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토끼심장이므로 열심히 괭이 귀를 만져주었다 ㅎㅎ 
 
 
그런데 저 귀걸이보다는 '아 고양이 엄청 살쪘다~' , '옆에서 보면 고양이보단 돼지 닮았다', '아 근데 왜 엉덩이는 쑥 들어가 있는 걸까. 엉덩이도 통실통실하게 만들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만 들었다. 아무래도 나는 조각가의 미감과는 거리가 있나보다. 이런 내가 미술 쪽 업무를 드문드문, 거기에 지금은 또 몇년째 계속 하고 있는게 과연 맞는 것인가 싶음 ㅎㅎ
 
 
 

 
 
 
그리고 두려움을 퇴치해주고 용기를 주는 괭이라고 믿어보려 해도 어쩐지 표정이 좀 음흉해보임. 그래서 나는 귀를 열심히 만지긴 했지만 불신을 간직한 채 우주피스 언덕을 내려왔다. 고양아 미안해. 
 
 
... 근데 사진 올리면서 잘 보니 엉덩이 뿐만 아니라 가슴 쪽도 쑥 들어가 있네... 흑흑 조각가는 균형을 맞춰 빚어낸 것이었다. 역시 내 미감이 후졌던 것으로 ㅎㅎㅎ
 
 
 

 
 
 
 

 
 
 
 

 
 

'2022 vilnius'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색유리 장식이 대롱대롱  (2) 2024.08.15
돈 폰타나스  (4) 2024.07.13
생각해보니 한번도 안 타봤네  (2) 2024.07.03
벌룬, 벌룬들  (2) 2024.06.22
6월의 청명한 빌니우스  (14) 2024.06.02
:
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