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3 일요일 밤 : 좋은 날씨, 카페들, 드디어 버스 타고 강 건넘, 김치찌개는 아니지만, 쿠야와 머그와 티셰 2024 riga_vilnius2024. 10. 14. 04:21
새벽에 깼을 때 회사와 관계된 단톡방에 피곤한 소식이 하나 올라와 있었다. 잠결에 톡을 다 확인하지는 않고 ‘에휴...’ 하면서 다시 잠들어서 꿈에서도 회사랑 관련된 뭔가가 나왔다. 어제 한시 다되어 잠들었기 때문에 9시가 되어갈 무렵에야 깨어났다. 주말엔 조식이 11시까지라 다행이라 생각하며 뜨거운 물에 몸을 담가서 정신을 차리려고 애썼다.
일기예보로는 아침에 잠깐 구름 속에서 해가 나다가 정오부터는 흐려지고 저녁엔 비가 온다고 되어 있었다. 그러나 의외로 조식을 먹고 나서도 하늘에 푸른 기운이 많이 보였고 아직은 맑아서 ‘아아 좋은 날씨는 다시 오지 않...’ 하면서 나갈 채비를 했다. 오늘은 코트를 입긴 했지만 어제보단 덜 껴입었다. 히트텍, 그냥 막 입는 얄팍한 후드 롱 원피스, 니트 바지와 코트, 얇은 스카프 정도. 그래선지 응달에선 좀 싸늘했지만 오늘 날씨가 생각보다 좋아서 햇살 아래 다닐 때는 좋았다. 사실 코트보다는 숏패딩에 치마와 기모스타킹이 좀더 기동성이 좋긴 하다. 내일은 더 추울테니 새로 산 치마를 입어볼까 생각 중. 오늘 아침에도 깼을 때 좀 싸늘하다 싶었는데 바깥의 아침 기온은 2도라고 했다. 낮엔 12~13도 정도. 그래도 해가 나는 쪽은 따뜻했다.
해가 나니까 도리어 어딜 가야 할지 좀 멍해졌다. 그러다가 ‘햇살 들 때 가면 이뻐보일 것 같은’, 예전에 찍어놨지만 어째선지 확 내키지 않아 아직 안 갔던 키라스 카페에 가기로 했다. 카페 얘기는 따로 올렸으니 그것으로 대체. (오늘은 카페 3곳을 갔기 때문에 그 이야기들은 다 따로 올렸다)
키라스에는 4~50분 정도 앉아 있었고 영원한 휴가님이 잠깐 짬을 내어 나오실 수 있다고 하여 중간 정도 지점에 있는 보키에치우 거리의 후라칸으로 갔다. 나도 거기 다시 가고 싶었던 차에 좋아하며 갔는데, 으앙, 구글맵을 따라가니 토토리우 거리를 횡단해서 이그노토 거리, 도미닌코누 거리를 지나야 했음. 토토리우 거리 역시 다 횡단하니 음침해... 관공서, 넓은 도로, 응달, 오르막! ㅎㅎ 그래도 날씨가 좋아서 나름대로 갈만 했다. 그리고 가성비가 좋아서 원래 이번에 묵을까 했던 호텔을 지나쳐가면서 ‘그래, 저기 묵으려다 토토리우 거리가 퍼뜩 생각나서 안했는데 참 잘했다’ 란 생각에 기분이 좋아짐. 뭐지, 새옹지마? 아니, 조삼모사?
이 후라칸과 광합성과 득템 얘기도 따로 올렸으니 여기선 생략.
영원한 휴가님은 아이들의 자유시간이 끝날 무렵이라 귀가하시고 나는 보키에치우에서 이어지는 디조이 거리로 나와서 다시 그 ‘마의 구시청사 앞 벤치’에 앉아 햇살을 쬐면서 부모님과 통화를 했다. 아빠가 감기에 걸려서 기침을 심하게 하셨다. 어제보다 기침이 심했다. 환절기라 그런 거 같긴 했지만 원체 감기 한번 걸리면 고생을 하시는데다 항암치료 받은지 얼마 안되었으므로 좀 걱정이 되었다. 엄마는 내일 담당 교수 쪽에 전화로 물어보고 그 병원에 가보시겠다고 한다. 아빠가 부디 고생하지 않고 어서 나아지셨으면 좋겠다.
이때쯤 배가 고파지고 있었다. 마침 근처에 나르베센(키오스크 편의점 같은 곳이다. 여기저기 있다)이 있어서 교통카드 충전을 시도해보았다. (나도 교통 앱을 써보려 했지만 여기서 인증을 하려고 하자 우리나라 번호로는 인증이 되지 않았음) 영원한 휴가님이 요즘은 앱을 쓰신다면서 나에게 교통카드를 주셨었는데 이키나 리미 같은 슈퍼에서 충전해준다고 했지만 그 슈퍼들은 모두 셀프결제라 도대체 카운터에 점원이 없었다. 교통카드 충전되냐고 물어보니 된다고 해서 신나하며 10유로 충전해주세요 했는데 나르베센의 아주머니가 친절하게 티켓 수로만 충전하고 금액 충전은 아니라 한다. 그러면서 30분짜리 티켓 10개를 넣어주었다(6.5유로) 교통카드를 손에 쥐자 엄청 좋았다.
그래서 ‘오 그럼 며칠 전 구글맵 리뷰에서 발견한 강 건너 중식당에 가봐야지~’ 하며 버스를 타보았다. 버스를 타자 드디어 네리스 강을 건넜다! 걸어서도 갈 수 있는 거리긴 했지만 버스를 탈 수 있는데 어째서~ 그래서 겨우 1정거장 버스를 타고 내려서 ‘김치찌개라고 주장하는 김치수프’를 판다는 중식당에 갔다. Zhangas라는 곳인데 여기는 어제 갔던 데랑 비슷하면서도 조금 더 우리나라 중국집 느낌이었다. 김치수프는 사진으로는 뻘건 것이 약간 야매 김치찌개처럼 생겼다. 그래서 김치수프와 새우볶음밥을 시켰다. 흰밥을 시키려다가... 근데 흰밥 시켜야 했던 건지도... 새우볶음밥은 딱 우리나라 중국집 볶음밥 맛이었는데 거기 간장이 가미되어 좀더 짰다. 짜장소스가 있어야 할 것 같은 딱 그 맛이었고 김치수프는, 김치가 아니라 그냥 배추를 가늘게 썰어서 넣은 약간 매운 수프였다. 고기 베이스에 배추 약간, 미역 조금 들어 있는데 그 맛은 나가사키 짬뽕을 연하게 빨갛게 만든 좀 기름진 맛이라 해야 하나. 랍상과 케익과 플랫화이트 때문에 첨엔 이 수프랑 볶음밥이 넘 맛있었는데 먹다 보니 양이 많고 짜서 절반 정도밖에 못 먹음. 흑흑, 2인이 먹을 양이었어. 그래도 맛있게 먹고 나왔다.
짠 걸 먹고 나니 아이스크림 먹고 싶어서 식당 근처의 나르베센에 가서 초콜릿 입힌 하드를 사서 먹으며 네리스 강변을 조금 걸어보았다. 여기 강변은 소박하다. 그런데 강변 자체는 그렇게 예쁘진 않았고 공사하는 곳이 많은데다 역시 강가는 썰렁해서 곧 다시 올라와 버스를 타고 강을 건넜다. 이때쯤 바람이 불고 구름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숙소 근처에서 내렸는데 어제 구글맵으로 발굴한 근처의 다른 카페에 가보기로 했다. 카페의 이름은 Joy Cafe였다. 이 카페 얘기도 따로 올렸으니 생략. 이러니 오늘 메모 적는 게 아무리 적어도 안 끝났나보다.
조이 카페는 숙소에서 가까웠으므로 금방 돌아왔다. 날씨가 추워지고 있었다. 원래 방에 들어오면 너무 따스하고 답답해서 제일 먼저 창문부터 열고 환기를 하는데 오늘은 방이 춥진 않았지만 썰렁한 느낌이었다. 따뜻한 물에 들어가 몸을 풀어주고 머리를 감고 말리고 샤워를 하고... 간단히 저녁을 먹고 오늘의 이야기들을 정리하는 중인데 으악 카페 3개, 중식당, 버스 등 오늘 생각보다 쓸게 너무 많네. 역시 날씨 좋은 날은 바쁜 날 ㅎㅎ
오늘은 8,933보, 5.4킬로. 행동반경은 넓었지만 역시 버스가 한몫했음! 오늘 밤은 비오고 내일은 해가 약간 비쳤다가 흐리고, 최고 기온 8도라고 한다. 내일도 오늘처럼 의외로 날씨가 좋게 해주세요.
카페 사진들을 많이 올렸으므로 여기는 거리와 중식당 등 나머지 사진 몇 장. 맨 위가 숙소에서 나왔을 때 게디미나스 대로 풍경. 낙엽이 우수수... 열흘 전에 왔는데 그때에 비해 확 싸늘해지고 가을 됨. 그땐 잎사귀가 저렇게 다 노랗지 않았는데.
여기는... 음, 작년엔가 여사님이 들르셨던 곳입니다. 디조이 거리에 지점이 두세 개 있는데 마주보고 있어서 그 중 어디로 가셨는지는 모르겠다만 여기가 제일 큰 거 같다. 게디미나스에서 출발해서 구시가지 산책하다 보면 디조이 거리를 거의 매일 지나게 되는데 그때마다 여기 보면서 '호객 안하는데' 라고 생각함.
드디어 버스를 탔기에 신나서 찍어둠 ㅎㅎㅎ
김치수프라기보단 배추 조금 들어 있는 빨간 고기수프였지만 조금 나가사키 짬뽕 비슷한 맛. 먹었더니 땀이 조금 남. 근데 나는 고기를 별로 안먹어서 엄청 많이 넣어준 고기가 좀 아까웠음.
간장맛 외엔 우리나라 볶음밥이랑 매우 비슷. 짜장소스 생각났음
중식당에서 나와 잠깐 네리스 강변 거닐면서 찍음. 잘 보면 왼쪽 아래 낚시하는 분이 보임.
저 다리 건너서 좀 걸어올라가면 게디미나스 대로가 나온다.
영원한 휴가님이 선물해주신 후라칸 머그 개시. 잘 씻어서 물컵으로 데뷔. 쿠야에게도 보여드림. 쿠야는 매일 혼자 집 보고 있어서 좀 삐친 듯 ㅋㅋ 머그에 코코아 쯤은 타와야지 기껏 물이냐고 토라진 얼굴. 근데 이거 티셰야... 이 물 맛있어, 한국 돌아가면 생각날 거야. 우리나라엔 안 들어온단 말이야, 이 물. 티셰는 내가 좋아하는 딥스나 닥터유 해양심층수와 에비앙의 중간 정도 맛이다. 내가 좋아하는 맛인데, 우리 나라에도 들어오면 참 좋겠다. 여기서도 물 중에는 약간 가격대가 있는데 돌아가면 못 먹는 물이란 생각에 2리터들이를 사서 마시고 있음. 삐친 쿠야에게 미네랄 함량 높은 티셰를 찬양하며 달래주는 중. 그래서 오늘 메모는 머그랑 티셰 찬양으로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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