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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좀 짧은 메모.

 
요즘 자정 즈음 잠든다. 시차 적응은 다 했고 새벽에 깨는 건 여전하지만 그래도 좀 뒤척이다 다시 잠들 수 있게 되었다. 오늘은 6시 반쯤 깨서 뒤척이다 다시 잠들었고 8시 반에 일어나 대충 씻고 조식을 먹고 왔다. 평일엔 조식 시간이 10시까지라 의도치 않게 부지런한 생활 중. 우리 나라였다면 쉬는 주말엔 거의 정오까지 침대에 달라붙어 있는데.... 그래도 누가 밥을 주는 건 좋다. 청소해주는 것도.
 

오전에 영원한 휴가님이 방에 들르셔서 며칠 전 사놓았던 마카롱과 어제 조식 테이블에서 가져온 팅기니스, 방에 있는 캡슐 커피 등을 먹고 쉬다가 두시 즈음 늦은 점심을 먹으러 숙소 근처에 있는 ’bonocosi’라는 이탈리아 식당에 갔다. 늦은 시각이라 손님이 거의 없었다. 배가 많이 고파서 마르게리타 피자 30센티 짜리와 파르메지아노 멜란자네, 즉 가지 요리를 시켰다. 피자는 너무 크니까 남기면 싸가야겠지 했는데 끝의 도우를 잘라내고 치즈 든 부분은 다 먹음. 가지도 간만에 먹으니 맛있었다.
 

그리고는 빌니아우스 거리의 스코니스 이르 크바파스에 다즐링 햇차를 사러 갔다. 작년에 사다주셨던 오렌지 밸리 퍼스트플러쉬는 이번에는 없었고 다른 다원 차들만 들어와 있었다. 전에 사보긴 했지만 이번엔 햇차이고 품질도 좋아서 다즐링 Risheehat를 100그램 사고 티백 다즐링도 샀다. 빌니우스 카페들에는 다즐링 내주는 곳이 거의 없고 방에 비치된 홍차 티백이 맛없어서... 내일은 이 잎차를 우려 마셔봐야겠다.

 
빌니아우스에서 보키에치우 쪽으로 걸어갔고 영원한 휴가님이 근처 도서관에 데려가 주셔서 구경을 하고 스트루가츠키, 펠레빈 책도 들춰보았다. 이후 영원한 휴가님은 유치원을 마친 아이들을 픽업하러 가시고 나는 다시 게디미나스 대로 쪽으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에 빌니아우스 거리에 있는 유로코스 라는 드럭스토어에 갔다. 여기도 드로가스랑 비슷해서 올리브영 같은 곳이었는데 물건들이 또 달랐다. 이쪽이 좀더 품질이 나은 것들이 섞여 있었다. 그리고 나뚜라 시베리카가 있어 깜짝 놀랐다. 이게 러시아 브랜드라 블라디보스톡이나 뻬쩨르 갈때마다 샀는데 어떻게 여기 있지? 하며 좋아하다 샤워젤을 하나 샀다. 숙소에 비치된 샤워젤은 좀 높이 달려 있고 펌핑이 잘되지 않아 불편해서. 나중에 꼼꼼히 보니 노어는 하나도 없고 ‘시베리아에서 생겨나 유럽에서 만듭니다’ 라고 적혀 있고 생산지도 에스토니아로 되어 있었다. 흠, 몇 년 전 나뚜라 시베리카 창업자가 세상을 떠났다고 러시아 뉴스 트윗에서 봤는데 그 이후 회사가 에스토니아 쪽으로 넘어간 건가. 아니면 유럽에서 장사를 하기 위해 에스토니아 쪽 지부를 활용하는 건가. 잘 모르겠다. 하여튼 반가웠다.
 


추위는 많이 가라앉았는데 머리가 너무 아팠다. 조식 테이블에서 마신 잉글리시 브렉퍼스트 티백 외엔 방에서 녹차 한두 모금이 전부라 아무래도 카페인 부족 같았다. 그래서 빌니아우스에 있는 홀리 도넛에 들어가봤는데 오후 늦은 시각이라 그런지 도넛이 거의 없고 장사 접는 분위기라(여름엔 복작거렸는데) 일단 방에 돌아와 가방을 내려놓은 후 책을 들고 근처 카페인에 갔다. 여기가 제일 만만한게 확실히 별다방을 벤치마킹하는 곳 같다. 가을이라고 펌프킨라떼 이런 것도 나왔다. 카페는 꽉 차 있었고 나는 홍차 한잔과 라즈베리 에클레어를 시켰다. 이 에클레어는 아이싱이 다 갈라지고 맛이 별로라 실패였다. 역시 클래식한 초코 에클레어가 제일인 것 같다.
 


하여튼 카페인과 당분이 들어가자 놀랍게도 두통이 가셨고 카페에 앉아 ‘세상이 끝날 때까지 아직 10억년’을 끝까지 다 읽었다. 이 책은 아주 여러 번 읽었는데 읽을 때마다 가슴을 무겁게 울리는 뭔가가 있다. 이들의 작품 대부분이 그런 것처럼. 나는 지금껏 읽은 이들의 소설들 중 ‘월요일은 토요일에 시작된다’를 제일 좋아하지만 그건 너무나 즐겁기 때문이고(웃음이 필요하다), 실제로 ‘소설 작품’으로서는 이 소설을 가장 좋아한다. 짧지만 페이소스가 있고 내려치는 듯한 파워가 있다. 원숙한 작가들에게서 나올 수 있는 소설이다. 영원한 휴가님은 이 책이 빌니우스의 좋은 카페들을 다 가봤다고 하신다. 조그맣고 가벼운 문고본이라 정말 그렇다. 테이스트맵, 엘스카, 이딸랄라, 카페인 등등등. 이제 이걸 다 읽었으니 리가에서 산 스트루가츠키 형제 원서들을 읽어야 하나 싶지만... 아악 생각만 해도 머리아파...
 


책을 다 읽고 방으로 돌아왔다. 나뚜라 시베리카 샤워젤로 목욕을 해보았는데 매끌매끌하고 좋았다. 쉬다가 좀전에 vpn을 켜고 업무 체크를 했다. 지금이 사실 여러 가지로 피곤하고 어려운 시기라 체크해줘야 할 일들이 꽤 있었다. 메일 몇 통을 보내놓고 자료를 좀 보고, 내가 올해 개인정보 관련 교육을 안 들어서 10월 중 무조건 동영상 교육 이수를 해야 한다는 메일에 괴로워하며 그것을 켜놓고 있다. 그런데 여기 인터넷 연결이 안 좋은데다 해외라 그런지 자꾸 끊어진다. 엉엉... 내일 다시 시도하기로 미뤄놓고 오늘의 메모를 적는 중.
 


 
오늘은 4.2킬로, 7,504보. 의외로 어제보다 조금 더 걸었네. 내일은 해가 날 것 같기도 한데... 오르막길과 약간 황량한 코스의 압박으로 아직 안 간 민트 비네투 혹은 파우피스에 가볼까 싶기도 하다. 그런데 파우피스는 아무래도 볼트를 타고 갈 것만 같아 ㅎㅎ
 


 

 
 
 
방에서 캡슐로 내려마신 에스프레소(나 말고 영원한 휴가님 ㅎㅎ)
 
 

 

 
 이탈리아 식당. 장사가 잘 돼야 할텐데 하고 걱정되는 여유로움...



 

 
 

엄청 크다고 놀랐으나 다 먹음 ㅎㅎㅎ

 
 

 

 
 여기는 가지를 길게 잘라주지 않고 둥글게 썰어주었는데 먹기는 더 편했다. 토마토 소스는 거의 없었다.


 

 
 
 
보키에치우로 이어지는 작은 골목에서.


 

 
 

낙서들.
 
 

 
 
 
뱅크시 스타일이지만 뱅크시는 아니겠지 :)


 

 
 

카페인. 여러 카페를 섭렵한 소중한 문고본 소설. 그리고 비추천 라즈베리 에클레어. 무조건 초코를!

 
 

 


점원이 전구 장식을 달고 있었다.
 
 
 

 
 

득템한 나뚜라 시베리카와 다즐링 햇차로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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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