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5 화요일 밤 01 : 생일, 선물, 인도 식당에서 맛있는 점심, 해를 찾아 후라칸으로 갔지만 2024 riga_vilnius2024. 10. 16. 02:53
사진은 선물받은 쿠스미 다즐링 티를 자기 거라고 꿰차고는 기뻐하는 쿠야 :)
올해의 생일. 음력 생일이라 항상 바뀌기 때문에 나도 매년 헷갈리고, 부모님 생신 챙겨드리면서 알게 되는 내 생일(일주일 사이로 부모님, 내 생일이 이어진다) 한국에 있을 때도 막상 내 생일은 잘 챙기지 않는 편이고 여행을 와 있어 더욱 그럴 거라 생각했지만 영원한 휴가님께서 다즐링을 좋아하는 나를 위해 쿠스미 다즐링 티를 예쁜 종이백에 넣어 근사한 엽서들과 함께 선물해주셔서 너무 감사했고 기뻤다. 내가 매일 '빌니우스엔 잉글리시 브렉퍼스트하고 얼그레이밖에 없다. 백차도 있고 센차도 있는데 참 이상하다' 라고 투덜댔는데 ㅎㅎ 쿠스미 다즐링은 좋아했던 차였고 요즘 구하기가 힘들어서(우리나라에서는 쿠스미는 가향 티 위주로만 취급하는 것 같다) 거의 십년만에 마시게 되어 더욱 감사하다. 아까워서 아직 개봉은 못했는데 가기 전에 여기서 뜯어서 우려마셔볼지 아니면 한국에 돌아가서 설레는 마음으로 열어볼지 아직 못 정했음.
새벽에 좀 자다깨다 하며 다시 잤다. 알람이 울렸을 때도 너무 졸리고 피곤해서 '아 몰라 오늘은 조식 먹으러 안 갈래' 하고 더 누워 있었다. 도대체 하는 일도 없이 맨날 카페투어만 하고 있는데 왜? 라고 하신다면 흐흑... 그러나 몸의 신호는 매우 정확하여 오후 늦게 붉은 군대가 도래하심. 그럴 것 같긴 했다, 특히 어제 몸 상태가 너무 안 좋았기 때문이다. 잠 설침, 두통, 오한 뭐 그런 게 다 겹쳤었으니.
조식 거르고 누워서 게으름피우던 중 아침 업무를 마치고 영원한 휴가님이 들러주셔서 생일을 축하받고 다즐링도 받고 행복한 하루가 시작되었다. 일욜에 후라칸 머그도 주셨는데. 둘다 한국에서도 오래오래 생각할 수 있는 선물이라 더 좋다.
좀 이른 점심으로 토토리우 거리에 있는 인도 식당인 블루 로터스라는 곳에 갔다. 키라스 카페 맞은편에 있었는데 첨엔 그쪽에 공사 차량이 세워져 있어 식당을 지나쳐갔다가 다시 돌아왔다. 아늑하고 북적이는 곳이었다. 런치 메뉴도 있었지만 렌틸콩 수프가 딸려 나오는 것보단 따로 수프를 먹고 싶어서 메뉴를 각각 시켰다. 탄두리 치킨 티카(매운 것이라 했지만 맵지 않음), 새우 똠양꿍(맵지 않음), 바스마티 밥과 플레인 난을 시켰는데 다 맛있게 먹었다. 메뉴를 잘못 해석해서 치킨 티카를 티카 마살라 커리라 생각했지만 탄두리 치킨이라 약간 아쉽긴 했지만 나는 그것도 좋아하는 음식이라 괜찮았고 난도 찍어먹을 건 없었지만 갓 구운 난이라 맛있었다. 배고픈 상태에서 맛있게 먹음. 작년 바르샤바 여행 때 극도로 피곤하고 지친 순간 푸드코트에서 함께 먹었던 치킨 티카 마살라 커리와 밥의 기억이 너무 강력하게 남아 있어서 리가에서도 히말라야라는 식당에서 반달루 커리랑 밥을 먹었고 오늘도 인도 식당 클리어. (사실 한국에서도 사무실 근처에 좋아하는 인도커리 식당이 두 곳 있어 종종 간다. 이제 그 식당에 갈때마다 바르샤바에 이어 리가와 빌니우스 생각도 같이 나겠지)
오늘은 어제보다는 덜 추웠다. 어제는 정말 음습하고 추웠다. 밥 먹으러 가는 길에 게디미나스 대로와 토토리우 거리를 끼고 있는 후라칸(며칠 전 비올때 갔던 곳) 야외테이블에 햇볕이 살짝 비치는 것을 보고 우리는 '이야 신난다 밥먹고 나와서 저기 앉아요~' 라고 했는데... 밥 먹고 나오니 다시 흐려져 있었고 엄청난 구름 저 멀리 아주 조금 파란 하늘이 보였다. 그래서 '보키에치우 거리 쪽은 볕이 잘 드니까 그쪽 후라칸이라면!' 하며 토토리우의 오르막을 등반하고 골목을 지나 거기까지 갔다. 아아 그러나 여전히 구름이... 게다가 보키에치우 후라칸 내부는 히터를 켜놔서 엄청 따뜻했다. 그래서 잠깐 안에 앉아 차를 마시고 조그만 조각케익을 먹으며 입가심을 하다가 바깥에 해가 좀 나는 것을 보고 얼른 야외 테이블로 옮겼다. 그러나 해랑 파란 하늘은 삽시간에 사라지고 다시 구름이 가득 흐흑... 그래도 바람이 불지 않아서 야외에 앉아 있을만했다. 우리는 함께 후라칸 앞 테이블에 앉아 차와 에스프레소를 마시고(종류가 기억이 잘 안납니다 흐흑, 하지만 커피잔이 또 이뻤음. 여기는 잔에 신경을 많이 쓰는 좀 특이한 체인이다. 그래서 나는 좋음) 이야기를 나누었다.
다 마시고 남겨진 잔들. 오늘은 일요일의 후라카나스(그때 초짜 가르치며 설거지도 밀려 있고 주문도 밀려 있어 불쌍해보였던 남자 점원에게 내가 붙인 이름)는 없고 매우 차분한 여자 점원 1명만 있었다. 혼자서 바깥 테이블 잔 치우러 나오기 힘들것 같아서 우리는 이 잔들도 안으로 가져다주었다(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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