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라칸 광합성 + 머그 + 신 맞아? 2024 riga_vilnius2024. 10. 14. 03:33
보키에치우 거리의 후라칸 커피는 내가 22년에 '빌니우스에 갈까요?' 하는 댓글을 주고받다 정말 빌니우스에 가게 된 계기가 된 곳이다. (당시 영원한 휴가님이 이곳의 엠파나다에 대한 이야기를 올린 것에 댓글을 달다가) 그래서 여행을 마치기 전날 여기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었다.
그때는 안쪽 구석자리에 오래 앉아 있었는데 오늘 햇살이 너무 좋았다. 보키에치우 거리 이쪽 편은 햇살이 잘 드는지 후라칸, 슈가무어, 이딸랄라 카페가 늘어서 있고 야외테이블들에 로컬들과 몇몇 관광객들이 앉아 정신없이 광합성을 하고 있었다. 나도 영원한 휴가님과 함께 야외 테이블에 앉았다. 생각보다 무척 따뜻했고 바람이 불지 않아서 전혀 춥지 않았다. 난 한국에선 절대 야외에 앉지 않는다만 아마 이쪽 동네 살면 나도 햇살을 찾아서 야외 테이블 앉을 것 같긴 하다. 눈만 좀 신경 쓰이지만 자외선 차단 안경을 끼고 :)
햇살 좋은 야외 테이블에 앉아서 나는 랍상소총의 강력한 뒷맛을 지우기 위해 플랫화이트를 시켰고 영원한 휴가님은 에스프레소 마끼아또(...로 추정)를 시키셨다. 후자는 되게 이쁜 잔에 줬는데 플랫화이트는 잔이 다 떨어져서 종이컵에 준다고 했다. 점원이 둘 뿐이었는데 여자분은 초짜였고 종이컵에 내준 남자분은 초짜 가르치랴 주문받으랴 커피 내리랴 정신이 없었다. 그러니 잔 치우러 갈 시간도 없고 설거지할 시간도 없나보다. 여기는 종이컵도 이쁘니까 난 괜찮았다. 그런데 여기 플랫 화이트는 많이 씁쓸했다. 어린이 입맛인 나에게는 ‘으앙 쓰다’여서 설탕을 한 봉지 반이나 투하했다. 엘스카가 확실히 부드러운가보다 흐헝. 테이스트맵의 카푸치노보다도 썼음. 양도 많이 줬다. 그래서 좀 남김. 그리고 신기하게도 여기에선 일본 양갱을 팔았다. 손가락보다 조그만 미니 양갱인데 팥 맛 유자 맛이 있었다. 신기신기.
여기 머그를 사고 싶어서 구경을 했다. 로고 박힌 카푸치노 잔이나 찻잔과 받침접시가 있으면 좋겠다 생각했지만 그냥 커피 머그도 괜찮았다. 왜냐면 나는 물컵을 매일 쓰므로 이런 게 매우 실용적이고 또 좋아했던 카페와 여행을 기억하고 싶었으므로. 그런데 영원한 휴가님이 머그를 선물해주셔서 넘 고마웠다. 흐흑...
한시간 남짓 광합성을 하고 즐겁게 시간을 보내고 머그도 득템하고 양갱을 좋아하는 영원한 휴가님네 꼬마를 위한 미니 팥양갱도 득템해서 오늘의 보키에치우 후라칸은 짧지만 행복한 시간이었다.
그건 그렇고 후라칸이란 이름 때문에 전에도 우습다 생각했고 이번에도 ‘도대체 뭔 뜻일까? 꼭 허리케인 같다’ 라고 웃었는데, 머그 뒷면에 바람을 마구 내뿜고 있는 할아버지 얼굴이 그려져 있어서 ‘북풍이란 뜻인가?’ 싶어서 집에 와서 검색을 해보았다. 람보르기니 우라칸만 잔뜩 나왔다. 후라칸의 의미로 다시 검색했더니 어머 마야 민족의 바람 신이라고 한다. 스페인어라고. 허리케인이란 뜻도 있다고. 어머, 미안해요 후라칸. 무려 신이었어... 그런데 머그에 그려진 걸 보면 할아버지가 너무 힘들게 바람을 막 내뿜고 있어서 신처럼 안보이고(신이면 편하고 쉽게 휙 하고 바람 불게 해야지 왜케 노동해) 좀 노인학대 같아... 영원한 휴가님네 아이들이랑은 ‘피리 부는 카페’라고 한다고 함. 카페의 또다른 흑백 동그란 로고에도 바람 휙 부는 옆얼굴이 그려져 있어서 ㅋㅋ
광합성과 사진 몇 장.
영원한 휴가님이 설탕을 두 봉지나 갖다주셔서 왜 두 봉지나... 하고 웃었지만(황설탕 백설탕 각각 가져다 주신 것 같음) 플랫 화이트의 생각보다 쓴맛에 결국 두 봉지 다 뜯음. 여기 종이컵의 이 무늬로 머그를 만들면 더 이쁠텐데 ㅎㅎ 저 에스프레소 마끼아또 유리잔이 섬세하고 이뻤다. 되게 탐났음. 그런데 저 잔은 판다고 해도 나는 쓸 데가 없음. 그저 이쁠 뿐.
내부 사진 잠깐. 이때 후라카나스(초짜 가르치고 주문받느라 바쁘디 바빴던 그 남자점원에게 내가 붙인 이름 ㅋㅋ)가 고생고생하고 있었다.
짜잔, 선물받은 후라칸 머그 :) 영원한 휴가님 감사해요!
이것 보세요, 이렇게 힘들게 바람 토해내고 있는데 신 맞아?
삼십여 분 후 다시 이 거리를 지나는데 아까 우리가 마셨던 잔이 그대로... 흑흑 후라카나스 바빠서 잔 못 치웠나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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