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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 바로 옆 골목에 꽃을 파는 키오스크가 두개나 있다는 것을 오늘 발견했다. 거리에서 꽃 파는 할머니들도 비오는데도 나와 있었다만 꽃의 종류가 제한되어 있어 아쉬웠던 차에 키오스크가 있어 들어가 보았다. 종류는 이것저것 있었지만 한송이씩 살 수 있는 건 장미와 튤립 정도였다. 한단씩 따로 묶어 팔고 있는 이 프리지아가 이뻐서 샀다. 우스운 건 살 때는 이게 프리지아인 줄 몰랐다는 것이다. 한국에선 노랑, 하양, 드물게 보라색 프리지아만 사봤기 때문에 이런 꽃분홍색은 본 적이 없었으므로. 하여튼 이뻐서 골랐는데 한단에 10유로나 해서 '윽, 역시 비싼데. 할머니들한테 사는 게 훨씬 낫다' 고 생각하며 툴툴대며 들고 왔다. 그러나 향기를 맡고 프리지아임을 깨닫자 '프리지아 봄 꽃인데 지금 살 수 있으니 비싸다 생각하지 말자' 고 마음을 고쳐먹음. 온 방 안에 프리지아 향기가 가득하다. 
 
 
 

 
 

꽃병이 없어서 2리터 생수병을 잘라서 꽂아두었다. 병이 조금 크긴 하지만 아무래도 우리 집이 아니니 다 갖출 수 없음. 일주일 넘은 저 마트리카리아 닮은 들국화도 잘 살아 있다. 꽃가루를 너무 많이 떨어뜨려서 흠이지만. 

 
..
 

 
어제 열두시 반 넘어서 늦게 잠들었다. 그런데 새벽 5시 반에 깨버렸고 또 뒤척이다 꾸역꾸역 도로 잠들었다. 깨어나니 너무 피곤하고 계속 졸렸다. 다가오는 붉은 군대와 날씨 때문인 것 같다. 바깥에는 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있었다. 계속 자고 싶었지만 조식을 먹기 위해 또 꾸역꾸역 내려갔다. 오늘은 카페에 가기 위해 홍차 대신 녹차를 마셨다. 하루에 섭취할 수 있는 카페인 함량에는 한계가 있는데 조식 테이블에서 맛도 없는 티백 잉글리시 브렉퍼스트로 용량을 깎아먹는게 슬퍼서. 
 
 

11시 즈음 방을 나섰다. 비가 추적추적 내렸다. 지난주 목요일에 빌니우스 도착했던 때 날씨 같았다. 그나마 바람이 불지 않아 그렇게 춥진 않았다. 아니면 내가 히트텍에 롱 후드 티에 니트 바지, 숏패딩까지 입고 나왔기 때문일지도. 비가 오니 멀리 가지 않고 숙소에서 길 건너 400미터만 걸어올라가면 있는 후라칸 커피에 가기로 했다. 이 옆에 리미 슈퍼도 있으니 일거양득이라고 생각하며. 이 후라칸에 대한 얘기는 별도 스케치와 글을 올렸으니 여기는 생략. 
 

 
후라칸에서 나오니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커피 향이 가득 배었다. 비는 좀더 많이 쏟아지고 있었다. 리미 슈퍼에서 물과 컵라면을 샀고 물이 무거워서 드로가스에 가려던 것을 포기하고 짐을 내려놓으러 방으로 돌아가다가 저 꽃을 샀다. 
 

 
방에 돌아오니 배가 고파서 컵라면을 먹었다. 원래는 짐 풀어놓고 근처에 뭘 먹으러 가거나 숙소에서 더 가까운 카페인 caif에 가려 했으나 비 오고 피곤하고 만사가 귀찮아졌다. 그래서 컵라면을 먹은 후 심지어 샤워하고 머리도 감았다. 이른 오후에 돌아와 방에서 쉬니 좋았다. 원래 이것이 집토끼 본능인데 여태 매일매일 잘도 돌아다녔지. 며칠 전 스코니스 이르 크바파스에서 산 다즐링 Risheehat 퍼스트플러쉬 올해 햇차도 우려 마셨다. 향긋하고 좋았다. 이건 전에 로네펠트에서도 직구했었는데 햇차가 아니었기 때문인지 이만큼 맛있지는 않았다. 
 

 
책을 읽고 쉬었다. 저녁에 일을 마친 영원한 휴가님이 잠깐 들렀다 가셨다. 식사를 하긴 시간이 애매해서 견과와 초콜릿 코팅된 아이스크림 바를 사서 먹었다. 그런데 역시 견과와 초콜릿, 바닐라는 배신하지 않는 맛임. 
 


오늘은 4,370보, 2.5킬로. 집토끼!


 
내일은 날씨가 맑고 해가 난다고 하니 기대해봐야겠다. 기온은 좀 떨어지겠지만 그래도 해가 나고 하늘이 파래지면 살 것 같음. 오늘 메모는 이 정도로 마무리. 꽃과 티타임 사진 몇 장. 
 

 



 

 
 
 
 

 
 
이 호텔의 시그니처 문양이 이건데... 티타임 사진을 찍자 너무 현란해서 눈이 아프네 흐흑... 사진에는 좀 안 어울리는 것으로... 재작년 방에서는 채도 낮은 푸른색이었는데 이 방은 갈색이라 더 그렇다. 
 
 
 

 
 
 
그래도 프리지아랑 다즐링 햇차랑 찍은 사진 하나 더. 둘다 향기가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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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