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

10

« 2024/10 »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2024. 10. 7. 03:35

엘스카 커피 Elska Coffee 2024 riga_vilnius2024. 10. 7. 03:35





엘스카 커피는 필리모 거리와 다른 거리가 만나는 접점 삼거리 모퉁이에 있다. 재작년 필리모 거리를 걸어내려오며 신호 기다리다 야외 테이블에 앉아 있는 사람들을 보며 ‘와 저사람들은 앉아 있고 나는 걸어가고 있네, 나는 힘들다’ 라고 생각했고 ‘한번 들어가볼까‘ 했는데 외관은 엄청 미니멀리즘 같아서 안 들어갔었다. 그런데 돌아온 후 영원한 휴가님이 이 카페 화장실에 보위 사진이 있다고 하고 작년엔 여기서 러브라믹스 티포트도 사다주셔서 궁금해졌다. 숙소에서 멀지도 않았다. 테이스트 맵에서 숙소로 내려오는 길에 있기 때문에 오늘 밥 먹은 후 들러보았다. 이미 커피를 마셨으니 좀 과한가 했지만 올리비에 샐러드가 차가웠고 또 내려오는 길이 추웠던지라 카페로 쏙 들어가게 되었다.

 
 

어머나 그런데 여기가 너무 좋은 게 아닌가. 지금까지 빌니우스에서 갔던 곳들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카페로 꼽히게 되었다. 아마 스타일 때문인 것 같다. 왜냐하면 커피를 마신데다 디저트는 별로 맛있어 보이지 않아서 홍차 대신 추위를 달래기 위해 핫초콜릿을 마셨기에 음료가 어떨지는 잘 모르겠기 때문이다. 이곳 내부 인테리어와 분위기가 딱 내가 좋아하는 카페 취향이었다.



돌아와서 사진들을 보면서 깨달았다. 아, 여기는 본치 카페를 좀 닮았구나. 색채도, 몇몇 종류의 테이블과 의자, 소파를 배합한 스타일도, 조명도, 걸려 있는 그림들도. 과하지 않으면서도 아늑하고 빛이 잘 들어서 정말 내가 좋아하는 타입의 카페였다. 카페 에벨의 편안함과 아늑함, 본치 카페의 스타일리쉬함이 섞여 있다고 해야 하나.



여기도 사람 많은 곳이라 아래쪽 홀에 앉았으면 덜 좋았을 거 같은데 마침 내가 반단 정도 복층으로 올라갔을 때 맨 안쪽 창가 자리가 나서 얼른 그리로 들어감. 앉고 나서 보니 이 자리가 제일 좋은 자리였다! 안쪽 콘센트도 있고 창가에 딱 붙어서 바깥 구경도 할 수 있고 홀 전체가 다 내려다보이고, 심지어 내 테이블도 노트북이나 태블릿 스케치, 책 읽기 좋은 단단한 목재 빈티지에 연한 무지개색 컬러가 들어가 있었다.



엘스카는 무지개가 상징인 것 같다. 재작년에도 지나가면서 이 무지개 무늬(깃발이었는지 장식이었는지 가물가물)를 봤어서 기억에 남았음. 그러고 보니 여기는 블라디보스톡의 카페마랑도 좀 비슷하다. (카페마에 무지개 테이블이 있다. 그리고 스타일도 비슷함) 역시 취향이란 한결같은 듯하다.



화장실에 가봤는데 이번엔 보위 사진은 없고 각종 낙서 스티커, 바스키아와 키스 헤링 모사 낙서가 있었다. 그리고 빨간 잔에 코코아를 줘서 더 좋아짐 :)
 




맘에 드는 카페의 테이블에 앉아 무척 좋아하는 스트루가츠키 형제의 소설을 읽으니 행복했고 여행 와서 휴식하는 느낌이 딱 들어서 좋았다. 카페 에벨에서 느꼈던 기분이랑 좀 비슷했다. 앉아서 글 쓰고 싶어지는 카페였다. 그런데 이 자리가 아니면 그만큼 좋지는 않으려나.



내가 앉아 있는 동안에도 손님이 무지 많이 왔다. 내 옆자리 테이블엔 귀여운 갈색 푸들을 데려온 여인들이 앉았는데 푸들이 얌전하게 담요 깔고 엎드려 있다가 뭔가를 보고 웡웡 짖었다. 아 이것도 코기가 있었던 카페 에벨이랑 비슷하네.



여기는 숙소에서도 가까우니 가기 전까지 여러번 들를 것 같다. 그런데 홍차가 맛있지는 않을 것만 같음. 핫초콜릿은 나쁘진 않았는데 우유가 많이 들어서 연했다. 그리고 별로 뜨겁지 않고 미지근했다. 우유를 넣어줘서 그런가보다. 라떼도 그렇고 우유 온도를 너무 높게 하면 비린내가 나기 때문에 스팀밀크 넣을 때 좀 미지근해진다는 얘길 어디선가 읽었음. 나는 보통 우유 든 음료를 안 마시고 한국에선 밀크티도 아이스만 마시니까(그리고 아이스 딸기라떼 정도만) 이건 다 주워들은 얘기임.
 




맘에 드는 이쁜 카페니까 사진 많이. 또 가야지.








창 너머. 이건 첨에 앉은 자리.








외관. 바깥만 보고 미니멀리즘이라 착각했는데 지금 보니 창문과 조명 비치는 것도 좀 본치랑 비슷했네. 왜 미니멀리즘이라 생각했었지? 아마 저 야외 테이블과 의자 때문에 첫인상이 그랬나보다(그래서 그때 안 들어갔나보다)







내가 득템한 명당자리~ 파스텔톤 무지개컬러 빈티지 테이블~








이렇게 보니 정말 본치 카페 닮음. 미니 본치.












빨간 잔~ 역시 빨간색은 배신하지 않음.











왼편이 내 코트. 여행 온다고 지른 후드 달린 코트인데 저거 안 가져왔으면 진짜 추웠을듯. 내 취향 컬러가 아니라서 고민했었는데 풍덩해서 편하다.






그림들도 과하지 않아 좋음. 작은 그림들엔 판매가도 붙어 있었다. 카페 옆엔 갤러리도 있어서 혹시 연관되어 있나 궁금했다.







이 자리가 또 나면 좋겠다~

:
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