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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프란치스코 성당(...으로 추정) 안뜰에서 찍은 것. 오늘도 햇살이 찬란한 아름다운 가을 날씨였다. 
 
...
 
 
오늘은 회사가 슈퍼갑과 관련되어 중요한 일정이 있는 날이었다. 10월 휴직을 하기 전에도 이것 때문에 너무 신경이 쓰였고 여행 와서도 관련된 업무와 자료를 챙겼다. 이것 때문에 친한 본부장이 휴직 미루라고 쓴소리도 했었다. 시차 때문에 좀 더 걱정이 되었다. 다행히 걱정했던 문젯거리 사업과 관련해서는 여행 온 이후에는 큰 지적이 없었지만 그래도 오늘 무슨 일이 있을지 몰라서 걱정했었다. 그래서 잠도 좀 설치고 새벽 6시 전에 깨버렸다. 인터넷 중계로 상황을 지켜보며 체크하고 조식 먹으러 가서도, 먹고 돌아와서도 계속 예의주시했다. 잠이 모자라서 머리도 아프고 피곤했다. 그래도 다행히 별일 없이, 우리 부서 업무에 대한 문제는 생기지 않고 잘 끝났다. 정말 다행이다.
 
 
하여튼 그래서 잠이 모자란 상태로 10시 반 즈음 방을 나섰다. 앞서 카페 3곳 포스팅을 별도로 했는데 오늘은 이 3곳 + 점심, 그리고 주변 걸어다니기 정도였다. 맨처음에는 12번 버스를 타고 테이스트 맵에 다시 가보았다. 여기 얘기는 따로 올렸으니 생략.
 
 
테이스트 맵에서 나와서는 좀더 따뜻하고 해가 잘 드는 보키에치우 쪽으로 가기로 했다. 구글 맵을 보니 정류장이 꽤 떨어져 있어서 버스 타는 것과 도보가 시간이 비슷했다. 그래서 걸어갔는데 해가 나고 내리막이라 갈만했다. 이름이 길어서 외우기는커녕 제대로 읽지도 못하는 J. Basanaviciaus 거리(리투아니아어 자판 없어서 철자 정확하지 않음)를 따라 쭉 내려가면 그 거리가 트라쿠 거리, 그리고 보키에치우로 이어지는 것이었다.
 
 
20분 정도 걷자 보키에치우에 도착했다. 원래 여기에 있는 ‘래빗 홀 가스트로 펍’이라는 곳에 가서 점심을 먹을 생각이었다. 어제 생선수프가 먹고파서 검색을 해보니 여기서 핀란드 우하 같은 생선크림수프를 팔았다. 전에도 지나가다가 이름이 귀엽다고 생각해서 기억한 곳이었다. 그런데 펍 입구로 가보니 으악, 여기는 지하에 있었는데 너무너무 계단이 가파르고 아예 아래가 보이지 않았다. 그야말로 토끼굴이었다. 폐소공포증과 계단공포증이 있는 나로서는 도저히 그 아래로 내려갈 수가 없었기에 포기함. 저렇게 굴속 같은 지하로 내려가서 불이라도 나면 어떡해. 환기도 잘 안되고 갇힌 느낌 들잖아... 그래서 나는 핀란드 우하를 포기했다. 흑흑, 토끼의 영혼이지만 토끼가 아닌가 보다.
 
 
근처에 백스테이지 카페가 있었고(며칠 전 공사는 금방 끝났는지 다시 열었음) 여기서는 각종 브런치를 팔았으므로(심지어 김치 오믈렛이 있다고 해서 궁금했다) 가봤는데 역시나 만석이었다. 그래서 나는 음식 종류도 여럿 있는 슈가무어에 갔다. 배가 많이 고프진 않아서 프렌치 어니언 수프를 시킬까 했다가 홍합요리가 있어서 그것을 시켜보았다. 크림소스 화이트와인 홍합과 스파이시 토마토 홍합이 있어 고민하다 후자를 시켰는데 그냥 전자 시킬 걸 그랬음. 맛이 나쁘진 않았는데 전혀 맵지도 않거니와 좀 달았기 때문이다. 하여튼 그래도 먹을만했다.
 
 
잘 먹고 나와서 영원한 휴가님이 3시쯤 오신다고 하셔서 그 사이 디조이 거리로 내려가 내 마음의 사원인 성 파라스케베 정교 사원에 가서 초를 켜고 기도를 드렸다. 그리고는 갑자기 다리도 아프고 화장실도 가고파서 디조이 거리에서 보키에치우로 꺾어지면 곧 나오는 이딸랄라 카페에 갔다. 처음엔 안에 앉았다가 영원한 휴가님이 오셔서 야외 테이블에 앉아 광합성을 그야말로 실컷, 흠뻑 했다.
 
 
영원한 휴가님은 가족과의 일정이 있어 일어나시고 나는 보키에치우 거리 근처를 좀 돌아다니다 빌니아우스 거리, 그 뒷골목을 거쳐 토토리우 쪽으로 갔다. 키라스 카페도 야외에 사람들이 여럿 앉아 있었다. 5시가 다되어 있었지만 날씨가 좋기도 했고 이제 여행이 열흘도 안 남은터라 너무너무 아까워서 후라칸에도 들러 예쁘기만 하고 맛은 이상한 말차토닉을 조금 마시고 책을 읽었다.
 
 
그리고는 후라칸 옆의 리미에 들러 물과 주스 등을 샀고 방의 프리지아가 다 시들었기 때문에 꽃 파는 할머니에게서 제일 작은 꽃다발을 하나 샀다. 들국화와 거베라 믹스인데 꽃이 시들시들했지만 방에 와서 시든 걸 다 따내고 하여튼 절반쯤은 살렸다. 꽃과 물을 들고 낑낑대며 드로가스에도 들러서 다 떨어진 치약을 샀고 방에 돌아왔다.
 
 
꽃을 다듬고 씻고 간단한 저녁을 먹었다. 거대 리미에서 사온 김치인 척 하는 김치가 아직도 남아 있어서 그것을 곁들여 즉석국에 누룽지 마지막 남은 걸 털어먹음. 이 김치 좀 무서워... 아직도 남았는데 갈 때까지 먹어야 할 거 같아 ㅠㅠ
 
 
그리고는 오전에 계속 체크했던 회사 업무 관련해 후속 요청자료가 있어 메일을 확인하고 답신을 보내고, 또 다른 업무들을 확인하고 보니 어느새 늦어졌다. 게다가 오늘 카페를 여러 군데 갔기 때문에 메모를 다 쓰고 나니 이미 열시 반이네.
 
 
여행의 3분의 2가 지나갔다. 너무너무 아쉽다. 오늘 테이스트 맵에서 나와 한적하고 조금은 그늘진 J. Basanaviciaus 거리를 따라 걸어 내려가면서 문득 ‘언제 다시 이런 시간을 얻을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이런 시간이 올까? 그러자 좀 슬펐다. 항상 너무 바쁘고 일에 치어 살다보니 이런 여유를 다시 가질 수 있을지 정말 모르겠다. 이번에 이렇게 나오기 위해서도 정말 엄청나게 스스로를 혹사했고 많은 불안감과 걱정을 안은 채 나왔기 때문이다. 흑흑, 하지만 지금 얻은 순간들에 충실해야지.
 
 
점심 먹고 나왔을 때 부모님과도 통화를 했다. 아빠는 감기 거의 다 나으셨고 엄마는 아직 목이 잠겨 있었지만 그래도 나아지고 있다고 하신다. 내일도 날씨가 좋다고 한다. 다행이다!

 

11,044보. 7.3킬로.

 
카페들 사진을 많이 올렸으므로 여기에는 나머지 사진 세 장만 더 올리고 마무리.
 
 
 

 
 
 
이게 토끼굴의 핀란드 우하를 포기하고 슈가무어에서 먹은 토마토 홍합. 냉동홍합살 발라놓은 것과 살이 붙어 있는 홍합을 섞어준 느낌이었다. 맛은 나쁘지 않았지만 그냥 프렌치 어니언 수프 먹었으면 더 만족했을거 같긴 하다. 
 
 
 

 
 
 
성 파라스케베 사원. 이 사원 앞에는 화가들이 그림과 엽서를 팔고 그 곁에는 기념품 매대들이 여럿 있다. 맞은편에는 2년 전 여름 내가 하차푸리와 와인을 사먹었던 그루지야 식당 키오스크가 있다. 근데 가을이 되어 이제 영업을 안하는 듯. 아니면 테이크아웃만 하려나. 야외 테이블은 접었음. 
 
 
 

 
 
 
보키에치우에서 빌니아우스로 넘어오는 길에. 그냥 햇살과 가을빛이 좋아서 찍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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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